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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한 번에 전부 처음을 받아줄게 (전편) (2/19)

2화 한 번에 전부 처음을 받아줄게 (전편)

내가 처음으로 친구를 써서 자위를 한 다음날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마치 신께서 ‘자주 있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 하고 하얀 이를 내보이는 것 같은 파란 하늘이었지만, 원래부터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쓸데없는 참견이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으면 땀이 약간 날 정도의 햇볕 속에서 주위의 등교중인 학생들 대부분은 상의를 벗고 있었다. 옷을 바꿔 입을 시기도 그리 멀지 않았다.

교실에 도착해서 창가 자리에 닿을 때까지 내가 아침 인사를 나눈 사람은 부모님과 교문에서 복장 체크를 하던 교사뿐이었다. 내 쪽에서 ‘말을 걸면 곤란해.’ ‘가능하면 혼자 있게 해줘.’ 오라를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나라는 놈은 어쩌다가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일까.

역시 어릴 적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기억이 너무 단편적으로 흩어진 퍼즐처럼 되어 있다. 그 조각들 중 하나에 모래밭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담소에 둘러싸인 교실 안에서, 조례 시간까지 할 일도 없었기에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더니, 바로 옆자리에서 “사토 군. 잠깐 자리 좀 바꿔도 오케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토 군이라는 사람은 내 옆자리의 남자로, 큰 키에 고수머리인 경박한 녀석이다. 얼굴도 그럴싸해서 여자들에게 인기도 있다고 한다. 책상에 걸터앉아서 다수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가, “그, 그래. 당연히 상관없지.” 하고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녀가 말을 걸어주자 얼굴에 노골적으로 희색을 띄는 것이 눈에 훤했다.

“땡큐.”

그런 사춘기 남자의 흔들리는 마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시원스러운 대답은, 어딘가 좀 귀엽다. 그녀로서는 쓸데없이 꾸밀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지만, 그런 꾸미지 않은 말이 또 한 사람의 남자를 매료시킨 것이리라.

의자를 빼는 소리와 동시에,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돌아보자 스즈네의 집게손가락이 뺨에 살짝 박혔다.

그런 페티시즘은 나에게는 없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정말로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 가녀린 느낌은 뭔가 좀 덧없게 보이고, 길게 쭉 뻗은 모양은 요염하게조차 느껴진다. 손톱도 깔끔하게 

자르고, 화려한 매니큐어도 칠하지 않는다.

“안~녕. 츳치.”

눈을 감고 입가를 높이 들어 올리며 크게 웃는 얼굴은 오늘 아침의 태양처럼 포근하다.

“안녕.”

손가락에 찔린 채, 부모님과 교사를 제외하고는 처음인 아침인사를 입에 올린다.

“왜 그래 츳치? 얼굴이 좀 망가졌어.”

“그야 스즈네의 손가락이 뺨을 들어 올려서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있기 때문이겠지.”

“과연. 일리가 있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가락은 그대로다.

“스즈네가 네일 아트 같은 걸 하지 않는 사람이라 다행이야. 하마터면 관통할 뻔했네.”

나도 이상한 표정 그대로 대답한다.

“가끔 다른 애들이랑 같이 간단한 것은 해보는데. 그래도 계속 유지하는 게 꽤 힘들잖아? 나는 좀 덜렁이고 하니까.”

“아니, 스즈네는 꽤 성실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약국에서 물건 살 때는 포인트 카드도 꼬박꼬박 내고. 지난번에도 계산대 앞에서 카드를 찾겠다고 가지고 있던 짐을 다 뒤졌지.”

“그, 때, 는, 결국 츳치가 가지고 있었잖아!”

꾹, 꾹, 하고 나를 책망하듯 손가락을 밀어 넣은 뒤에야 그녀의 몸이 나에게서 떨어진다.

우리의 이런 대화와 몸짓은 일상다반사이다. 스즈네의 어깨 너머로 사토 군과 그 일당, 아니, 반 전체의 남자들에게서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즈네가 놀아주는 개나 고양이에 대한 감정과 같은 것이다. 나라고 하는 한 사람의 남자는 인식되지 않는다.

지금만큼은 저 개나 고양이가 되고 싶어, 라고는 생각해도, 츠치야 타쿠미(土屋巧)가 부러워,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타 모두 우리를 남녀 커플로 인식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마법소녀와 그녀를 지원하는 마스코트 캐릭터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남자들이 보기에 그러하기에, 여자들이 보기에도 ‘스즈네가 또 봉제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어.’ 정도이리라. 당초에는 ‘왜 스즈네가 저렇게 모자란 남자랑 그렇게까지 친할까.’ 하고 이상하게 여겼다. 나에게 말을 걸어 보는 그녀의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한결같이 ‘고독을 좋아합니다.’ 오라를 계속 방출했기에, 지금에 와서는 이미 관심조차 사라진 상태다.

스즈네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상의를 벗고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 놓은 차림새였다. 두 다리를 벌리고 앉기는 했지만, 벗은 카디건을 무릎에 덮고 펼쳐 놓았기에 가드는 완벽하다. 상대가 나뿐이라고 해도, 공공장소에서는 그런 행실을 똑바로 한다. 하여튼 의자와 함께 나에게로 다가왔다. 의자끼리 맞부딪친다.

2년이라는 세월에 걸쳐서 서서히 줄어든 그 거리감은 우리 사이에서는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나에 대한 그녀의 퍼스널 스페이스의 폭은 가족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고, 신기하게도 나 또한 그것을 받아들였다. 아무리 서서히 좁혀 왔다고는 해도,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인간이, 스즈네 말고도 존재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제 명화극장 봤어? 왜, 츳치 방에서 본 애니메이션 속편.”

“아니 안 봤어. 이미 몇 번이나 DVD로 봐서 대사를 외울 정도거든. 광고가 끼어드는 것도 싫고. 그래도 명작이지.”

“전투기가 날아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하는 그 장면, 긴장감 장난 아니더라. 그리고 내가 좋았던 장면은…….”

“그 장면이지? 긴급 출동을 해야 하는데 아내가 막으니까 ‘일보다도 중요한 것을 잃게 돼.’라고 가버리는 장면이지?”

“맞아! 그 부분!”

내가 맞춰준 게 기쁜지, 스즈네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명감으로 갈등하는 장면을 좋아하지. 스즈네는.”

그녀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 부분은 말이지~…… 아내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라고~…… 배 속에 둘째가 있었으니까~.”

“도우지마 씨가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 것 같아?”

스즈네는 눈을 동그랗게 뜬 표정을 내게 보이더니, 창피하다는 듯 부끄러워했다. 도우지마 씨를 화제에 올리면 그녀는 아주 약간 분위기가 변한다.

“어~…… 역시 가지 말라고 붙잡았겠지. 에헤헤.”

부끄러워하면서 뺨을 긁적이는 그녀가 귀엽다고 솔직하게 생각했다. 친구의 이런 일면을 보면, 왜인지 가슴속이 따뜻해진다. 스즈네도 미츠바 양 이야기를 꺼낼 때가 많은데, 분명 이런 기분으로 하는 것이리라.

무엇보다도 도우지마 씨는 내가 보기에도 정말로 멋진 남성이기에, 스즈네를 행복하게 해주리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언행도 세련된 사람인 것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러운 눈길로, 그야말로 어른 남성이라는 그 분위기에 나도 동경의 감정을 품고 있다. 타인에게 흥미가 생기는 일조차 거의 없는 내가,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어제 TV 봤니?’ 같은, 아침 교실에 어울리는 대화를 즐겼다. 어제의 사건 따위 서로의 머릿속에 전혀 없었다. 그것을 의식하게 만든 것은, 스즈네의 앞가슴에 붙어 있던 한 줄기의 머리카락이었다.

내가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지적을 하자, “어이쿠. 감사, 감사.” 하고 스즈네가 그것을 털어냈다. 그제야 우리는 겨우 어제의 일을 떠올린다.

스즈네는 히죽 웃고 입가에 장난기를 듬뿍 머금고서, “가슴이 크니까 말이야, 여기에 잘 올라와.” 하고 나를 놀리듯 바라봤다.

“그래. 힘들겠네.”

“거유 박사인 츳치에게는 공자 앞에서 문자 쓰기겠지만.”

스즈네는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기에, 아무리 그래도 이런 대화는 작은 목소리로 한다. 원래부터 주위에 다른 사람 있을 때는 이런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그 일’이  무척이나 기뻤던 것인지, 입에 올리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어제 친구를 딸감으로 삼아서 자위를 했다는 일에 심란하기는커녕,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그런 관계를 그녀는 다시금 몸에 새기며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얼굴을 쓱 가까이 붙이고, “이히히.” 하고 작게 웃었다.

“……어땠나요?”

“뭐가?”

“쑥스러운가 보구나. 요 녀석, 요 녀석.”

팔꿈치로 나를 살며시 찌르는 그녀에게서도, 약간이기는 하지만 부끄러움이 보였다. 나도 역시 좀 창피하기는 했지만, 시선을 돌리거나 말을 더듬을 정도는 아니다.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빙긋 웃음을 지었다.

“츳치가 보기에는 합격선이었어?”

친구에게도 인정받은 거유 박사의 이름이 나에게 엄정한 판단을 내리라고 강요한다.

“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네. 그 정도면 절품(絶品) 수준이야.”

스즈네는 킥킥 목소리를 죽이고 웃으며, “혹시 한 번으로는 만족 못했을까?” 하고 속삭인다.

“세 번 했어.”

오히려 내가 자랑스럽다는 듯 간결하게 대답하자, 그녀는 손뼉을 치며 웃은 후, 히죽거리면서도 벌레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이, 짐승! 짐승!” 하고 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계속 찌르는 것이었다.

“뭐, 힘이 넘치니 좋기는 하네. 그런데 아까 이야기한 영화 말인데, 속편도 나왔다며? DVD 가지고 있어?”

“물론이지. 하지만 3탄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작품이 아니라서. 관념적이라고 해야 하나, 철학적이라고 해야 하나. 주인공들도 거의 안 나오고.”

“진짜~? 그래도 한 번 봐볼까. 오늘은 학교도 오전에 끝나고, 방과 후에 가도 오케이?”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대화를 한 뒤지만,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적인 대화로 돌아왔다. 억지로 일상적인 화제로 돌렸다는 모습은 전혀 없다.

이성(異性)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하지만 높이 차이나 벽은 보이지 않고, 성별 차이까지 전부 포함해서 우리의 우정이 성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번 일이 입증해주었다.

이성이라도 평범한 친구로 있을 수 있다는 관계성. 그것이 스즈네가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그녀는 그 관계성을 보다 더 강조하고 싶다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과 후, 내 방에서 예의 영화를 다 보고난 뒤, 스즈네는 어렵다는 표정을 지은 채, “음. 확실히 좀 난해하네.” 하고 자기 나름대로 내용을 곱씹어보는 것 같았다.

“오락물은 아니었지?”

“응. 그래도 나 이런 분위기 꽤 좋더라. 폐쇄감이나 퇴폐적 같은? 다른 추천작은 없을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바닥에 앉은 채로 기지개를 켰다. 나는 그녀에게 보여줄 DVD를 꺼내기 위해서 일어난다.

“자, 이거. 일단은 같은 감독의 작품. 하나는 애니메이션이고 하나는 실사. 나는 둘 다, 진짜 생명은 무엇인가, 같은 생사관이 테마라고 해석했어.”

“고마워. 오늘밤에 바로 볼게.”

오늘은 하루 종일 햇살이 따사로웠기에, 그녀는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 올린 옷차림이었다. 약간 더웠던 것인지, 영화를 보던 도중에 앞가슴의 단추를 하나 풀었나 보다. DVD를 건네줄 때, 그런 앞가슴을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아, 미안. 더웠구나? 말해줬으면 에어컨 켰을 텐데.”

“아니, 그 정도로 덥지는 않아서. 그리고 나 에어컨 별로 안 좋아해.”

평범한 남녀 친구 사이면 그 정도의 노출에 시선이라도 좀 동요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평연하게 대화를 한다. 그리고 역시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로 옮겨간다.

“갑자기 따뜻해졌지. 오늘 브래지어는 색깔이 있어서 카디건을 벗고 싶지 않았는데. 괜찮아? 안 비쳐 보여?”

친구의 흉부를 응시하는 데에 다른 뜻은 없다.

“괜찮아 보이는데.”

“정말? 다행이다. 뭐 비쳐 보여도, 볼 수 있는 사람은 어차피 츳치뿐이겠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는 말을 이어간다.

“오늘 브래지어, 꽤 비싸고 멋들어진 녀석이야. 옅은 핑크색인데 자수도 섬세하고.”

거기까지 말한 후, “이히히.” 하고 장난스러운 마음이 담긴 웃음을 짓더니, “한 번 볼래?” 하고 물어 왔다.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나치고는 별나게도 익살을 떨듯 “이 두 눈으로 직접 배견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정말로 황송하겠습니다.” 하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음. 알겠다, 알겠어. 머리를 들어라.”

스즈네도 내 장난에 맞추어서 목소리를 꾸며 대답하더니, 쑥스러운 티가 묻어나는 입가를 꽉 다문 후, 눈을 약간 올려 뜨고 내 반응을 살피면서, 블라우스 단추를 위에서부터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그 동작이 명치 부근에서 멈춘다. 거기를 기점으로 해서 V자 모양으로 블라우스가 벌어지자, 그녀가 말한 대로, 섬세한 자수가 놓아진 옅은 복숭아색 브래지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속옷이 덮고 있는 것은, 그 속옷보다도 더 고급스러움을 자랑하는 유방이었다.

억지로 가운데로 모아 올리지도 않았을 텐데, 그 골짜기는 꽉 닫혀 있고 무척 깊다. 손날을 찔러 넣으면 거의 다 삼켜질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뇌수를 격하게 흔들어버린 것은, 직접 보는 유방의 박력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가슴이 아니다. 극상 중의 극상. 시각정보만으로도 묵직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빵빵하게 알맹이가 담겨 있는 것 같은, 곧 터질 것 같은 질감에, 무의식적으로 생침을 삼켰다. 피부의 표면을 보기만 했는데도, ‘탱탱, 매끈매끈’이라는 의태어가 고막을 간질이는 기분이 든다.

스즈네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조금은 불안하게, “그래서, 어때? 박사님이 보시기에는.” 하고 말했다.

나는 다시 생침을 삼키고, 기탄없는 의견을 말한다.

“친구라서 봐주는 것을 빼도, 내가 지금까지 사진이나 영상에서 본 어떤 것보다도 멋지다고 생각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현장감을 뺀다고 해도, 스즈네의 그것은 의심할 것 없는, 마성의 미폭유(美爆乳)였다.

“이히히. 해냈다.”

그녀는 연기를 하듯 두 손으로 승리 포즈를 취한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G컵은 탱글탱글 흔들리며, 말캉말캉 서로 달라붙었다.

나는 사타구니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허리를 흔드는 것 같은 동작으로 앉은 자세를 조정했다. 그 움직임의 의미를 이해한 스즈네가 “……혹시 힘이 들어가 버린 느낌?” 하고 물어서, 나는 “……그런 느낌.” 하고 대답한다.

그녀는 시선을 옆으로 돌리더니, 다시 입술을 삐죽 내밀고, 머뭇머뭇하는 모습으로 두 손의 손가락을 무릎 위에서 만지작거렸다.

“……나만 보여주는 거, 좀 불공평하지 않아?”

그 작은 목소리에는, 역시 나에 대한 성적 관심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내 몸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친구끼리 다 터놓고 싶다, 남자 친구라도 그런 관계가 되고 싶다.’라는 그녀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나는 그에 응한다. 그 마음에 공명한다. 나도 딱히 그녀에게 내 몸을 보여주고 싶다 같은 바람은 없다.

유일한 친구와 좀 더 거리를 좁히고 싶다. 그것은 영화를 보고난 뒤에 의견을 교환하는 행위와 완전히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성적인 고양감이 수반하는가, 안 하는가 그것뿐, 그 차이는 친구 사이에서는 그다지 문제될 것도 아니었다.

책상다리를 한 채 벨트를 풀고, 단번에 허리를 띄워 바지와 함께 속옷을 끌어내려서, 발기한 성기를 내보인다. 스즈네의 필설하기 힘든 가슴의 모양이나 질감이, 하늘을 뚫을 것처럼 성을 내고 있는 성기를 만들어냈다.

스즈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눈 깜짝할 새의 일로, 헤실헤실 웃은 후, 내 무릎을 툭툭 때린다.

“꽤 하네.”

“무슨 소리야?”

의미 불명인 칭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진짜로 남자답다고 해야 하나. 우락부락하게 생겼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둘 다 히죽히죽 웃고 만다. 아무리 그래도 성기를 남에게 보여주는 건 창피하지 않은가.

둘 다 뺨에 홍조를 띠고 있었지만, 이 창피한 분위기는 수학여행을 가서 좋아하는 아이가 누구인지 서로 까놓고 이야기할 때의 연대감과 달성감에 가까운 것이리라. 만약에 나에게 연인이 생겨서, 이것과 똑같은 짓을 했다고 해도, 이렇게 담담한 심정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스즈네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쩐다, 우리. 진짜로 초(超) 친구구나.”

그리고 다시 내 무릎을 툭툭 때린다.

“그러니까 말이야, 알지? 보여주라. 츳치의 남자아이 타임.”

그것은 상대와의 관계성이야 어떻든 간에 평범하게 창피하다. 하지만 남자 친구들끼리 어깨를 나란히 하고 AV를 보면서 자위를 한다고 하면, 그것은 분명 친구다운 에피소드라고 이해할 수 있다.

상대가 여자여서 못하겠다, 라는 것은 나와 스즈네가 바라는 우정이 아니다.

“이 상황이면 필연적으로 스즈네가 딸감이 될 건데?”

음경을 쥐면서 확인하듯 말한다. 스즈네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남근을 흘끔흘끔 훔쳐보면서,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듯 내 무릎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결심을 한 것처럼 고개를 들더니, 연기를 하듯 내 위팔에 가슴을 꾹 가져다 대더니, 역시 또 연기를 하는 말투로, “어서 드세요.” 하고 귀엽게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라고 말해볼게.” 하고 쑥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뭉그러지게 밀어붙인 것처럼 다가와 있는 유방은, 완전히 시각의 폭력이었다. 어른스러운 브래지어도 마찬가지로, 본능을 직접 주먹으로 때려대는 색향이 내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처음으로 눈앞에서 본 남자의 자위를 스즈네는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조금씩 얼굴이 실실 풀어지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이쿠. 츳치 선수. 곧바로 남자아이 타임을 개시했습니다. 친구의 젖을 빤히 보면서 자지를 쓱쓱 문지르고 있습니다.”

그 표정과 말투에, 쑥스러움이 섞여 있는 것은 명백했다.

“벌게임도 아닌데, 중계방송까지 하냐.”

나는 웃으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는다. 스즈네도 “미안, 미안.” 하고 조심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자위를 계속하는 내 무릎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창피하다는 듯, 그래도 흥미 깊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언제나 이런 느낌으로 해? 속도나, 자세 같은 것 말이야.”

“대개 그렇지.”

“……목소리가 좀 높아진 게 웃기는데.”

“어쩔 수 없잖아.”

그녀는 “이히히.” 하고 유쾌하게 웃더니, “……기분 좋아?” 하고 물어 왔다.

“엄청 기분 좋아.”

스즈네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눈을 살짝 올려 뜨며, “……나를 딸감으로 쓰면서, 자지를 쓱쓱 하니까 기분 좋아?” 하고 새삼 확인하듯 물었다.

“스즈네로 자위를 하니까,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서 제일이라고 할 정도로 기분 좋아. 이렇게 발기한 것도 처음이야.”

나는 남근을 훑으면서, 그녀의 시선을 바로 정면에서 똑바로 마주보며 분명하게 말한다. 그녀의 마음을 성실하게 받아주고 싶었다.

“진짜냐?”

스즈네는 간지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다시 내 무릎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눌렀다.

“……있잖아, 나 말이야, 전에 언뜻 풍문으로 들은 게 있는데 말이지.”

그 목소리가 조금 쓸쓸하면서도 진지했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멈추려고 했지만, “아, 쓱쓱은 계속해도 돼.” 하고 그녀가 말을 해서,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반 남자애가 말이지, 나를 가지고 자위를 한다고 해서.”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녀의 남자 친구, 어쩌면 동급생 거의 대부분이 그런 망상을 할 것이다. 스즈네가 ‘남자아이 타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분명 거기에는 불쾌감과 혐오감밖에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기분이 나쁘더라. 그런다고 태도를 바꾸는 것도 싫고…… 역시 남녀의 우정은 성립할 수 없나 해서 우울했거든.”

거기서 그녀는 일단 말을 한 번 끊은 후, 곧바로 이어갔다.

“그랬는데 말이야, 어제 사진 보냈잖아? 그거 사실은 엄청 무서웠어. 츳치라면 괜찮다고 믿고 있기는 했지만, 혹시 츳치가 상대여도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들면 어쩌지 해서.”

고개를 든 그녀의 미소는 안도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아무렇지도 않았어. 오늘 아침에도 놀랄 정도로 그 일을 의식하지 않았어. 나 진짜로 그게 기뻤어. 서로가 이성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제대로 친구가 될 수 있구나 하고. 아, 딱히 츳치가 남자로서 매력이 없다든가 하는 그런 소리는 아니니까? 원래라면 딸감으로 쓰라고 한다든가, 그런 말 정말로 못하니까.”

그리고 그녀는 씐 것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밝게 웃더니, 연기처럼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가슴을 펴고 득의양양하게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츳치 단 한 사람만이, 내 공인으로, 나를 딸감으로 써서 남자아이 타임을 즐기는 것이 허가되었으니까. 매일 써도 돼.”

나는 그녀의 감동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뜻을 존중한 후에야,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매일은 좀 질리니까, 여러 가지로 로테이션 할 건데.”

그 말을 듣고 스즈네는 “야!” 하고 말한 후,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나에게 기대더니, 세차게 숨을 들이쉬며 웃으면서, 내 어깨를 몇 번이나 때렸다. 호흡곤란이 아닌가 할 정도로 폭소하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추가타를 날린다.

“공인해줄 거면, 가슴이나 보여주시지.”

스즈네는 내 어깨에 이마를 가져다붙인 채 큰 소리로 웃었다. 그녀가 바라고 있는 것은 이런 관계인 것이다. 몸을 보여주고, 자위를 하고, 그래도 서로에게 농담을 하며 진심으로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

그녀는 자세를 원래대로 돌린 후, 내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톡 때리더니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아~~~………… 진짜로 츳치는 최고야.”

그리고 가슴을 내밀며, “자, 주문하신 가슴이에요. 부디 사양하지 마시고 빼 주세요.” 하고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짓는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나도 ‘친구는 좋구나.’ 같은 기분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고양되었다. 자위가 이렇게나 즐거운 것이구나, 하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본 채, 따스하게 웃음을 지으며, “우리는 말이야, 분명히 앞으로도 친구지?” 하고 서로를 향한 변함없을 관계성의 지속을 확신했다.

그 확신을 내 몸이 기뻐한 것일까, 오줌 구멍에서 쿠퍼액이 걸쭉하게 새어나왔다. 그것을 확인한 스즈네가 “이히히.” 하고 웃는다.

“츳치도 참, 야한 즙이나 흘리기나 하고. 음란해.”

“단순한 생리반응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쪽이 음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쓱쓱 문지르면서도 초등학생 같은 억지를 부리는 츳치였다.”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

“그러고 보니, 역시 미츠바 양을 가지고도 그렇게 남자아이 타임을 가지거나 해?”

“아니, 전혀 없어. 오히려 절대로 불가능해.”

“순애로군요.”

“그냥 기본적으로 아는 사람은 껄끄러워서 불가능한 타입이야. 나는.”

“……나는?”

“스즈네는 그런 의미에서도 특별하다고 해야겠네. 뭐라고 할까, 아주 편한 관계다 보니까.”

내 말이 기뻤던 것인지, 그녀는 “이히히. 그렇구나.” 하고 무구하게조차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스즈네는 다른 남자들에게는 일단 성욕이나 이성애를 바탕으로 해서 딸감으로 쓰이고 있다. 그녀는 그 점에 불쾌감을 느낀다. 내 경우는 전제가 우정이고, 게다가 실제로 해본 뒤에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야말로 그녀가 나와 다른 남자들을 구분 짓는 일선을 그어놓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흥겨워진 그녀는 무릎을 앞으로 내밀며 손을 가랑이 사이에 놓고 스커트를 누르며 앉는 자세에서 미니스커트를 손으로 집고, “흘끗, 흘끗.” 하고 말하며 잠깐 동안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하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브래지어와 똑같은 옅은 복숭아색 팬티와 하얗게 빛나는 허벅지의 윗부분이 보였다.

스즈네는 확연하게 다리가 길었다. 종아리가 보여주는 날씬하고 가녀린 모양이 다리가 길어 보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엿보이는 허벅지는 그런 가녀린 종아리를 보고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포동포동하게 살집이 잘 붙어 있었기에,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야성의 본능을 일깨울 만큼 관능적인 육감(肉感)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포동포동한 가랑이 사이에 물려 있는 것 같은 팬티가 감싸고 있는 하복부도, 보통 키이기는 해도 호리호리하게 보이는 스즈네의 인상과는 딴판인 탄탄한 엉덩이를 가지고 있었기에, 앉은 상태에서도 복숭아 모양의 예쁜 엉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질질 흘러나오는 쿠퍼액이 윤활유가 되어서, 찔꺽찔꺽하는 외설적인 자위 소리를 만들어내자, 스즈네가 히죽히죽 웃기는 했지만, 어딘가 여유가 없는 표정이다.

“……츳치의 자지 말이야, 야한 소리를 너무 크게 낸다.”

내가 더 이상 농담을 할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사정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서, 그녀에게서 웃음이 사라진다. 턱을 살짝 빼고, 뭐든 다 해주겠다는 분위기로 내게 묻는다.

“……해달라고 하고 싶은 것 있어?”

그것은 역시 우정만으로 구성된 말이었다. 연인이 상대였다면 전혀 다른 말투를 썼으리라.

“……스커트 안, 한 번 더 보고 싶어.”

스즈네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표정은 보편적인 여자라고 해야 할까, 인간으로서 수치심을 느낀 표정이다.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스커트를 걷어 올려서 속옷을 보여준다고 하는 행위는 단순히 창피한 것이다. 흘끗흘끗 보여주기만 했던 이유는, 나를 놀리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창피한 기분과 똑같을 정도로, 친구의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하는 그녀의 우정은 강했다.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사정이 가까운 내 눈을 보면서, 천천히 스커트를 말아 올렸다. 아랫배를 드러낸 채, 스커트를 내리지 않는다.

“큰일 났네…… 오히려 내가 부끄러워지려고 한다.”

그녀는 한순간 쑥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흥분돼?” 하고 물었다. 그 시선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감과 계속해서 치밀어 오르는 사정감 속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스즈네의 허벅지랑 허리춤도 정말로 야해.”

“그 말 그 사람한테도 들었어. 뭐, 찬찬히 봐주세요, 손님.”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순진한 웃음을 지으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수음(手淫)이 만들어내는 찔꺽찔꺽하는 물소리의 간격이, 이제 더는 뒤가 없다는 사실을 스즈네에게 알려준다.

“……자지, 이제 금방이라는 느낌?”

“……응.”

스즈네는 스커트를 집어서 들어 올린 채로 성실하게 말한다.

“……뭐든 말해도 되니까, 알았지?”

친구의 자위를 응원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어디까지나 친구로서 내가 기분 좋게 사정을 마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전해져 온다. 나도 그 말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매달리는 것 같은 말투로 말한다.

“……마지막으로, 가슴 보면서 싸고 싶어. 몸을 앞으로 좀 숙여서, 골짜기를 강조해봐.”

“이렇게?”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내 소원대로 어깨를 조금 움츠리더니, 가슴 아래에서 팔짱을 끼었다. 그렇지 않아도 풍만한 가슴의 살덩어리가 중력과 아래에서 들어 올리는 힘 사이에 끼인다. 말캉거리며 깊은 계곡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그 말캉거리는 모양 변화는, 부드러움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요염했다.

“……그리고, 유두 보고 싶어.”

그 자세를 유지한 채 곧바로 좌우 동시는 무리였던 듯, 가슴 아래에서 교차시켜 두었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왼쪽 브래지어에 찔러 넣고 바깥쪽으로 젖혔다.

눈으로 직접 보는 스즈네의 유두는 역시 예뻤다. 현실미가 없게 느껴질 정도로 귀여웠다.

“……스즈네의 유두 말이야, 농담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귀엽고 에로틱해.”

그녀는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좋은 딸감이 됐어?”

“최고…… 아, 이제 한계야. 어쩌지. 스즈네 교복에 묻을지도 몰라.”

“……하지만 쓱쓱 문지르는 걸 멈출 수 없는 거지? 츳치의 자지, 이미 빵빵하게 차 있는 정자를 싸고 싶어서 못 참겠다는 느낌인걸.”

내가 부정하지 못하자, 그녀는 내가 죄악감을 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히히.” 하고 경쾌하게 웃었다.

“좋아. 교복이야 빨면 되고, 애초에 츳치의 정액이라면 더럽지도 않고. 그렇게 딱딱하게 발기했는데 참으라고 할 수는 없지. 그대로 정자 싸버려.”

격렬한 사정감이 요도를 타고 올라온다.

“……하지만.”

가능한 한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그녀 자신이 녹여 준다.

“자, 츳치, 내 유두 보며 문지르고 있는 거야? 발기한 자지를 기쁘게 해주는 일만 생각하라고. 자지에 고여 있는 정액, 찍찍 잔뜩 뱉어내서 기분 좋게 되자.”

그 말을 따르는 것처럼, 하얀 충동이 오줌 구멍을 억지로 열어젖힌다.

“아아! 스즈네!”

왈칵왈칵!

한계까지 부풀었던 남근이 튕기듯 떨며, 거의 수직으로 젤리 상태의 정액을 발사했다.

“와, 대단해……. 츳치의 정액, 정말로 화산이 터지는 것 같잖아.”

친구가 지켜보는 와중에 도달한 절정은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기는 했지만, 함께 바보짓을 한 것 같아서 즐겁기도 했다.

“자지가 열심히 했잖아. 좀 더 쌀 수는 없는 거야? 자, 찍, 찍, 찍.”

“……사정 중인 자지에 응원 받는 거 부끄러우니까, 그만둬줄래?”

절찬 사정 중에 그렇게 탄원하는 내 말을 듣고 스즈네는 킥킥 웃더니, 리듬에 맞추어서 손뼉을 치며, “자, 좀 더! 좀 더! 좀 더!” 하고, 술자리의 ‘원 샷, 원 샷.’처럼 응원을 했다.

“진짜로 그만해.”

나는 웃으면서도 그녀의 응원에 맞추어서, 찍, 찍, 정액을 날렸다. 그것은 걱정했던 대로 스즈네의 블라우스나 스커트를 향해 날아갔다. 특히 스커트에는 요구르트를 엎지른 것 같은 물 자국이 생겨났다.

그래도 스즈네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잔뜩 쌌구나.” 하고 마치 게임에서 고득점을 낸 친구를 칭찬하는 것처럼 노고를 치하해줬다.

마침내 사정이 잦아들자, 스즈네가 몸을 내밀어 티슈 상자를 집어 들더니, “자.” 하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건네주었다. 자위 뒤처리를 여자 친구에게 돕게 하는 것에 무척이나 묘한 기분을 느꼈지만, 마음은 꽤 편했다.

“헤~. 츳치는 그런 식으로 자지를 닦는구나~. 헤~. 아, 살짝 쥐어짜네~. 그렇구나~.”

스즈네가 놀리듯 뒤처리 하는 모습을 들여다봐서, 나는 부끄러움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 나를 보고 그녀는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듯 팔꿈치로 찌르면서 “둘이서 하는 남자아이 타임, 재미있었어.” 하고 구김살 없는 웃음을 지었다. 뭐,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 하고 생각하면서 남근에 붙은 정액을 티슈로 닦아내는 나였다.

그런 나를 보면서, 스즈네의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호기심의 불빛을 밝힌다.

“……있잖아. 나도 만져 봐도 돼?”

그 말을 하자마자 재빨리 오른손으로 반쯤 발기된 상태인 음경을 쥔다.

“와, 아직도 좀 딱딱하네.” 하고, 뺨을 약간 붉히면서도 즐거워하는 스즈네와는 반대로, 처음으로 타인의 손에 성기를 맡기게 된 나는, 그 달콤한 저릿함에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을 넣으며 긴장했다. 타인의 체온이나 부드러움이, 이런 자극을 만들어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남근이 다시, 끼기긱, 하고 각도를 올린다.

친구의 손 안에서 발기하게 되는 것은, 정말로 너무 창피했다. 내가 간지러움과 황홀감이 뒤섞인 얼굴로 스즈네를 바라보자, 그녀는 히죽히죽하면서 시선을 돌린다.

“이히히. 이제 와서 안 부끄러워, 안 부끄러워. 이번에는 내가 쓱쓱 해줄게.”

스즈네의 손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고, 그 가느다란 손가락의 안쪽이 귀두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남근이 다시 순식간에 발기한다. 그것을 시각과 촉각으로 확인한 스즈네가, “젊으시네요.” 하고 히쭉거렸다.

꽤 거친 손놀림으로 훑으면서, “친구의 손이 해주니까 기분 좋아? 응? 응?”이라고 하며 대놓고 나를 놀린다. 대답할 틈도 없이 쿠퍼액이 흘러나와서 스즈네의 손가락에 감겨들어 찔꺽찔꺽하는 소리를 냈다.

친구의 손이 해주는 매끄러운 마찰은 자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쾌락이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바닥에 두 손의 손톱을 세우며 등을 뒤로 젖혔다. 그런 나를 보며 스즈네는 입꼬리를 크게 올렸지만, 그 소악마적인 미소에 성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은 없다. 어디까지나 친구 사이의 장난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츳치의 자지 말이야, 너무 빨리 젖는 거 아니야?”

윤활유를 얻은 스즈네의 손바닥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머릿속에서 불꽃이 톡톡 튄다.

“……몰라.”

“모르기는~. 확실히 빨라. 그리고 이 모양. 너무 뒤로 젖혀졌고, 귀두도 갓이 너무 펼쳐졌고, 그리고 이거.” 

스즈네는 왼손도 사용해서 밑동부터 두 손으로 감싸듯 쥐었다. 그때 왼손 약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서늘한 느낌을 줬다.

“봐, 두 손으로 쥐어도 귀두가 전부 나오는걸. 이게 에로 자지가 아니고 뭐겠어?”

두 손으로 쥔 채 쩍쩍 위아래로 문지른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았다가는 승천해버릴 것 같은 쾌감.

“……외견만 보고 내면을 판단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도 츳치는 거유 좋아하잖아. PC에도 동영상이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고.”

아무리 그래도 보물 폴더는 바탕화면에 꺼내놓지는 않았지만, 또 그렇게까지 엄중하게 숨겨둔 것도 아니었기에, 가끔 스즈네가 내 PC를 사용할 때 곧바로 들키게 된다. 어차피 스즈네라면 감출 이유도 없고.

“……그건, 남자라면 대부분 좋아할걸.”

스즈네는 두 손으로 문지르면서 말을 고르듯 틈을 둔 후에 질문해 온다.

“하지만 츳치는 말이야, 내 가슴을 흘끔흘끔 안 보지? 봐도 된다고 말하면 대놓고 보는데.”

그녀의 몸매라면, 평소에도 남자 친구들이 보내는 호색적인 시선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정감 때문에 그녀의 손 안에서 남근을 빵빵하게 부풀린 상태에서도 즉답을 한다.

“그야, 친구니까 눈을 보면서 말을 하잖아.”

나로서는 당연한 생각인 그 말이 내심 기뻤던 것이리라. 그녀는 입가를 헤벌쭉 벌리는 것 같은 느낌의 미소를 보여주더니, 곧바로 표정을 싹 바꾸고 장난을 꾸미는 악우 같은 미소와 목소리를 내게 보낸다. 

“……이히히. 친구가 사정하는 장면 한 번 더 보여~줘.”

창피함과 친구의 바람에 응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갈등하는 사이에, 그녀의 두 손 안에서 남근이 곧 터지기라도 할 것처럼 되었을 때, 스즈네의 휴대전화가 울었다. 발신자 표시를 보고 난 뒤의 그녀의 분위기가 옅은 핑크색에 감싸여 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 그이야.”

스즈네는 나를 향해서 “쉿.” 하고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댄 후, 그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었다. 왼손은 남근을 쥔 채로 있다.

“여보세요? 뭐야, 뭐야?”

그 목소리에서 친구들과 떠들 때와는 명백하게 색이 다른 고양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흥분이 손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치자, 친구의 성욕 처리를 위해서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 같던 거친 상하 운동에서, 손가락이 착 감기는 것 같은 요염한 움직임으로 변했다.

“지금? 츳치랑 놀고 있어.”

그녀의 그 말과 감정에는 어떤 다른 뜻도 없다. 우리는 지금, 분명 놀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번 일요일? 응. 괜찮아.”

스즈네의 고동이 사랑의 음률을 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왼손의 손놀림이 보다 요염해지고, 집게손가락 안쪽으로 귀두를 빙글빙글 어루만진다. 끈적끈적하게 흘러나온 쿠퍼액이 그녀의 반지를 덮었지만, 연인과의 전화에 정신이 팔린 스즈네는 그런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나도 입을 벌리면 신음소리를 내버릴 것 같았다. 

“정말? 쩐다. 진짜로 기대돼.”

아마도 데이트를 하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스즈네는 커지려 하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귀여운 사랑스러움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집게손가락 안쪽이 오줌 구멍을 쿡쿡 부드럽게 눌러서, 그 자극 때문에 정액이 요도를 달려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아, 잠깐만.”

그녀는 도우지마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대전화를 쥔 오른손을 무릎 쪽으로 내린 뒤에, 얼굴을 쓱 내 귓가에 접근시키고 속삭였다.

“목소리, 참을 수 있겠어?”

내가 입술을 일자로 꽉 다문 채 고개를 끄덕이자, 스즈네는 “그럼 이대로 찍찍 싸버려도 돼.” 하고 경쾌하게 속삭이고 얼굴의 위치를 되돌렸다. 휴대전화를 귓가로 다시 옮기면서 나를 바라보며, ‘잔뜩 싸.’ 하고 무언으로 입술만 움직였다.

“미안, 미안. 츳치가 옷장 모서리에 발을 찧은 것 같아서.”

그렇게 도우지마 씨와의 대화로 돌아가면서, 왼손으로 위아래로 훑는다.

“그럼, 음, 어디로 갈지는 나중에 다시 둘이서 정할까…… 어~. 나? 나는 언제나 똑같지. 둘이서 간다면 어디든 좋지. 아하하. ‘나도 그래.’라고 하면 안 돼. 응, 응……  그럼. 또 통화하게……  어~, 오늘은 그쪽에서 먼저 끊어. 지난번에는 내가 끊었잖아.”

방긋방긋 웃으면서 통화를 하며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 스즈네의 왼손으로, 나는 다시 성대하게 사정했다. 턱으로 천장을 가리키듯 상반신을 뒤로 젖히고 허리를 들자, 정액이 왈카닥 스즈네의 뺨으로 튄다. 그래도 딱히 신경 쓰는 내색도 보이지 않고, 사정 중인 남근에게 수고했다고 치하하는 것 같은 훑는 방식으로 바꾼다.

“나는 솔직히 이대로 계속 연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고 싶은데요?”

스즈네는 익살맞게 입술을 삐죽거린다. 뺨을 살짝 붉히고 있는 그 얼굴은, 어디를 보더라도 사랑에 빠진 소녀다. 사정의 여운을 연착륙하게 만들어주려고 하는 부드러운 손놀림에서도, 친구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 반지는 늘어져 내린 정액에 이미 질척질척하게 덮여 있다.

“응? 츳치? 어떨까? 아직도 몸부림치고 있는 것 같은데……  말할 수 있겠어? 그이가 바꿔달라는데?”

나는 어떻게든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전화를 받아든다. 스즈네는 두 손으로 남근을 쥐더니, 교대로 쥐어짜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네. 츠치야입니다.”

‘도우지마야. 좀 오랜만인가?’

단 한마디로도 전해져 오는 쾌활하고 스타일리시한 목소리에, 나는 넋을 잃을 정도다. 스즈네의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성격도 그렇겠지만, 이 목소리만큼은 선천적인 자질일 것이다.

어지간한 남자들이 하면 아니꼽고 우스꽝스럽게 보일 발언이나 태도를, 도우지마 씨는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에 파마를 한 긴 흑발, 이목구비가 뚜렷한 용모인 그는 유럽의 거리가 어울릴 것 같은 어른 남성이다.

“그러네요.”

‘항상 마리랑 사이좋게 지내줘서 고마워.’

“아니요, 제가 할 말이죠.”

‘마리는 남자 친구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츠치야 군만은 훨씬 더 특별하게 보고 있어. 좋은 의미에서 이성을 의식하지 않고 접할 수 있는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아주 기뻐하며 말해준 적이 있거든.’

깊은 지성이 느껴지는 음색 속에서 연인의 기쁨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남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저도, 스즈네하고는 남녀를 상관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요도에 남은 정액을 스즈네가 손으로 짜내서, 그 정액을 스커트나 허벅지에 찍찍 뿌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 우정은 아주 희소하니까 부럽기도 해. 아무튼 마리는 츠치야 군과의 관계성을 아주 기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으니까, 나도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고마워.’

연하의, 그것도 학교에서는 공기나 다름없는 나에게, 아무런 연민도 깔보는 태도도 보이지 않고, 그저 한 사람의 남자로서 대등하게 놓고 솔직히 고맙다고 말한다. 나이도 겨우 서너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인물이 있다니 하고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나의 경애를 아는지 모르는지, 스즈네가 음경 밑동을 한층 더 꽉 쥐더니, 거기서부터 천천히 정성스럽게 끄트머리까지 조르며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낼 뻔했다. 이윽고 오줌 구멍에서 진한 정액이 방울져서 나올 때까지 내가 황홀함 때문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자, ‘그럼 츠치야 군 언제 한 번 식사라도 같이 하자.’ 하고 도우지마 씨가 예의상 하는 마지막 인사를 입에 올렸다. 조금이라도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어떻게든 말을 짜낸다.

“…… 네. 다음에 또 뵙죠.”

통화가 끊기자, 스즈네가 “뭐래?” 하고 묻기에, “앞으로도 스즈네랑 사이좋게 지내달라는 이야기.” 하고 대답했다.

스즈네가 정액 때문에 끈적끈적해진 왼손 약손가락을 보더니, “이 불끈불끈 에로 자지.” 하고 농담 투로 책망하며 웃었다.

나는 자신의 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스즈네의 뺨에 정액이 붙어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것을 손등으로 닦은 스즈네는 유쾌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마이크를 들고 있는 흉내를 내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어떠셨나요, 츠치야 선수? 애인이랑 전화하고 있는 여자 친구의 얼굴에 사정한 기분은?”

“감개무량합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시즌 내내 좋은 결과를 남기고 싶습니다.”

무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하는 나를 보며, 스즈네는 손뼉을 치며 폭소했다. 나도 즉흥적인 대답치고는, 꽤 잘했다고 생각하며 만족감에 빠졌다. 역시 우리 사이의 성적인 행위는 평소의 장난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분위기가 가득 차 있었다.

더럽혀버린 스즈네의 옷을 넣고 세탁기를 돌려놓은 후, 방으로 돌아온다. 부모님이 돌아오기 전까지 여유롭게 건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아이의 물건을 집에서 씻는 것은 꽤나 비일상적인 행위다. 하지만 옛날에도 비슷한 일을 했던 것 같은 기분도 없지 않다. 아니, 그때는 내가 신세를 졌었나. 내 트라우마에 관한 부분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일을 생각하면서, 방문 앞에 도착해 노크를 했다. 자기 방인데 노크를 하다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들어가도 돼?”

“응. 오케이야.”

문을 열자 내 학교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스즈네가 맞이한다. 나는 결코 체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소매가 길었다.

“역시 츳치도 남자구나. 헐렁헐렁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매를 접고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부모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다 마를 거야.”

“응. 고마워.”

스즈네는 체육복을 입고 있다는 점도 있어서, 침대 가장자리에서 무방비하게 책상다리를 하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히죽, 소년 같은 웃음을 지었다.

“이야~. 츳치의 숨겨진 일면을 봐버렸네~. 와일드한 본성이라는 건가?”

“욕처럼 들리네. 나는 네가 하라는 대로 한 것뿐이야.”

“그렇게 격렬하게 뿜어낼 줄은 몰랐지~.”

“과장된 표현인데?”

“아니, 딱 맞는 표현이잖아.”

분명 오해나 그런 것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격렬하게 뿜어낸 것이다. 하지만 성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다. 스즈네는 아주 즐거워하고 있었지만, 물론 야한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우정이 남녀라는 벽을 또 하나 넘어섰다는 것이 기쁘리라. 그리고 그녀는 그 우정의 강도가 좀 더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츳치의 냄새가 장난 아니게 나.”

옷깃에 대고 코를 킁킁거린다.

“세탁한 건데.”

“뭐~? 그래도 나는데.”

“혹시 나 몸 냄새 나?”

지금까지 친구가 없었기에, 타인이 보는 자신에게는 결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긴다.

“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는 몇 초간 숨을 참더니, “……아아주 안심이 되는 냄새야.” 하고 말하며 웃었다.

“이걸 잠옷으로 쓰면 푹 잘 수 있겠다. 그러니까 줄래?”

“싫어. 학교에서 써야 하니까.”

“남자아이니까 알몸으로 달리라고.”

“되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마라.”

“아아, 그래도 말이야, 졸업할 때 체육복 교환 같은 거라도 할까? 축구선수처럼.”

“내가 스즈네의 체육복을 받아봤자 못 입을 테니, 걸레로나 쓸 수밖에 없을 건데?”

그녀는 “너무하네.” 하고 웃더니, “아니 그래도 말이야, 진짜로 츳치와는 그…… 뭐라고 할까? 한 발자국 더 친구가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데?” 하고 아까 전의 공동 남자아이 타임에 대해 언급했다.

“뭐, 격렬하게 뿜어내는 꼴을 보였으니까.”

“나도 가랑이를 보여줬지. 살쪄서 신경 쓰이는데도.”

“아니, 스즈네의 가랑이는 아주 야했어. 진짜로. 자신을 가져다 된다고 생각해.”

내 기탄없는 의견이었지만, 여자아이로서는 역시 다리는 가늘면 가늘수록 좋은 듯, “거참 고맙네.” 하고 좀 납득하지 못한 모습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말이야, 아까 한 소리랑 똑같기는 한데, 우리는 좀 더, 좀 더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자, 스즈네는 책상다리를 한 채로 앉아 있는 장소를 침대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이동해서, 자신의 눈앞에 앉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침대를 퐁퐁 때렸다. 그 지시에 따라서 나도 그녀와 얼굴을 마주보며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녀는 웃음을 지은 채로 딱 한 번 시선을 옆으로 돌린 뒤, 다시 나를 바라봤다. 그 표정에는 한 움큼의 쑥스러움과, 그 밖의 나머지는 전부 자신감으로 넘치고 있었다.

“……키스, 해버리자.”

분명 키스를 해도, 우리는 친구로 있을 수 있을 테니까. 그녀의 보석 같은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이유나 바라고 있는 것은 이미 전부 다 이해하고 있었기에, 멋대가리 없는 태클은 걸지 않는다. 그저 사실만을 대답해준다.

“나, 해본 적 없는데.”

“아~, ……역시 처음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 게 좋겠지?”

미츠바 양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녀와 키스를 하는 자신 같은 건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꿈속의 이야기인 것이다.

반대로 스즈네와 키스를 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은 놀랄 정도로 옅다. 손을 잡는 정도의 스킨십의 연장선으로만 생각될 뿐, 아무리 해도 스즈네와 입을 맞추는 일에서 어떤 특수성을 찾아낼 수가 없다.

“아니,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그럼 괜찮아?”

“뭐, 괜찮기는 한데.”

그녀가 작게 헛기침을 해서, 나도 따라서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얼굴을 접근시키자 곧바로 입술이 맞닿았다. 내 퍼스트 키스가 너무나도 가볍게 막힘없이 완료되었다. 마치 떨어진 지우개를 건네주는 정도로 간단히 끝났다. 그래도 스즈네의 얇은 입술은 아주 탱글탱글했기에, 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고 있는 이 행위는 그저 기분 좋기만 했다.

“……어떠신가요? 퍼스트 키스의 맛은.”

“음. 자몽 맛?”

“그거 아까 씹었던 껌이야.”

“그럼 맞겠네.”

친구끼리 키스를 했는데도, 그 감상은 깃털처럼 가볍다. 스즈네도 예상대로라는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즈네의 입술은, 엄청 기분 좋았어.”

“그럼, 더 할래?”

“뭐, 날도 날이니까.”

“뭐야, 그게.”

스즈네가 킥킥 웃으면서 얼굴을 가까이 붙여 와서, 이번에는 계속 서로의 입술을 쪽쪽 쫀다. 스즈네의 입술 하나하나가 전부 기분 좋다. 서로의 입술을 맞대는 행위를 할 때마다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가는 것 같아서, 그 점도 기분 좋았다.

나와 스즈네는 어느새 정면에서 서로의 두 손을 맞잡고 깍지를 끼고 있었다. 커튼을 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석양이라고 하기는 힘든, 눈부신 햇살이 우리를 비추고 있다.

마치 만났을 때부터 키스를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입술의 접촉을 반복한다.

“왠지 점점 더 친구가 되어 가는 기분이 들어.”

스즈네의 그 말에 동의하듯, 그녀의 얇고 탱글탱글한 입술을 맞아들인다. 우리가 서로 입술을 맞대는 이 행위에 특별한 의미 같은 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쪽쪽 키스를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말이야, 츳치. 전부터 생각한 건데, 나만 츳치를 별명으로 부르니까 좀 거리감을 느끼거든.”

“그럼, ‘스즈’로 하자.”

“너무 성의 없다.”

“‘츳치’라고 별명을 붙인 사람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이네.”

“일리 있네.”

우리는 입술을 밀착시킨 채 함께 웃었다. 숨결이 직접 콧구멍을 간질인다. 스즈의 달콤한 페로몬은 나에게는 우정의 방향(芳香)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미츠바 양은 어때?”

“딱히 별일 없어. 가게에 가보기는 하지만.”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어택해야지. 나도 응원할 테니까.”

“……솔직히 자신이 없어.”

스즈의 얼굴이 약간 떨어지고, 그녀는 나를 진지한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말이야, 비록 안 된다고 해도 마음은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모성마저 느껴질 정도로 따스하게 내 입술을 쪼고 나서, 거의 입술이 맞닿는 거리에서 다정하게 속삭였다.

“……남의 일이라고 대충 하는 소리가 아니야. 츳치의 일이니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그런 결론을 내렸어.”

“알고 있어. 고마워. 선처할게.”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어쩔래? 키스 계속할래?”

“가능하다면. 스즈랑 이렇게 있으면 차분해져.”

“나도. 츳치랑 키스를 하면 안심이 돼.”

스즈는 기쁘게, 하지만 평소처럼 싹싹한 목소리로 미소 지었다.

“그럼 장래에, 츳치가 미츠바 양이랑 사귀게 되었을 때, 미츠바 양이 츳치에게 완전히 녹아버릴 만한 키스를 가르쳐주지.”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내 아랫입술을 자신의 입술 사이에 살며시 끼우고, 그대로 살짝 깨물면서 입술을 좌우로 미끄러트리기도 하고 잡아당기기도 하기를 반복했다. 정말로 등줄기가 오싹오싹할 정도로 기분 좋았다.

“……자, 츳치도 해보자.”

자신이 받았던 키스를 모방해서 친구에게 돌려준다. 그러자 쥐고 있는 스즈의 손에 힘이 꽉 실리고, “으음.” 하는 탄식이 새어나왔다.

“……잘하네. 야하다, 야해.”

“선생님이 좋으니까.”

스즈가 “잘 아네~.” 하고 미소를 지은 후, 쪽쪽 하고 장난치듯 입술을 밀어붙였다. 그녀의 입술이 이번에는 내 윗입술을 문다.

그런 관능적인 키스를 하면서도, 우리는 사전에 엄중한 약속을 나눈 것처럼, 혀는 찔러 넣지 않았다. 그것은 친구 키스가 아니라고 하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흥분해도, 단순한 성욕에 휩쓸릴 일은 없다. 우리가 하고 있는 스킨십은 ‘보통 키스’와는 전혀 다른 회로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누전될 위험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식이나 마음의 문제일 뿐, 몸은 성적인 자극에 반응은 한다. 스즈는 한순간 시선을 내 사타구니로 내린 뒤에 킥킥 웃었다.

“……자지, 또 힘이 들어갔는데?”

나는 윗입술을 물린 채, 그녀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마치 입술로 교미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상태에서 그녀가 계속 속삭였기에, 입술의 작은 진동이 간지러웠다.

“……만져도 돼?”

입술을 떼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후, “나도 스즈를 만지고 싶어.”라고 대답하자, 그녀 역시 입술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스즈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사타구니에 쳐진 텐트를 살며시 감싸자, 나는 체육복 위에서 스즈의 폭유를 아래에서 들어 올리듯 만졌다.

스즈의 유방은 묵직했다. 체육복과 브래지어를 사이에 두고도, 부들부들 흔들리는 그 생생한 탄력에 나는 전율했다.

“……아까 그렇게 사정했으면서, 장난 아니게 딱딱하네.”

“……스즈, 엄청 부드러워.”

동시에 정반대의 감상을 입에 올린다. 왠지 나와 스즈의 마음속의 어느 부분이 또 하나 일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고, 우애를 확인하는 의식처럼 입술을 맞댔다.

우리가 말도 없이 의사소통을 하고 나자, 서로의 두 손이 역시 동시에 같은 의미의 작업을 시작했다.

스즈의 손이 내 벨트를 풀고 바지와 속옷을 내리려고 했기에, 나도 허리를 살짝 들고 그것을 돕는다. 다시 발기한 남근이 노출되었다. 아까와 다른 점은 스즈가 바지와 속옷을 완전히 다 벗겨냈다는 것이다. 아까는 어중간하게 옷을 벗었다가, 내가 답답하다는 몸짓을 보였기 때문이다.

내 손은 스즈가 입고 있는 체육복의 지퍼를 위에서부터 천천히 내린 후, 그것을 벗기고 상반신에 브래지어만 남겨 놓았다. 그때에는 스즈도 역시 어깨를 흔들어서 벗기기 쉽게 협력해주었다. 이어서 허리 부분에 손을 대자, 나와 마찬가지로 스즈는 허리를 띄워서 옷을 벗기게 해주었다.

침대 위에서 마주보고 앉은 우리는, 스즈는 속옷만, 나는 상반신의 셔츠만 입은 모습이 되었다.

스즈의 알몸은 눈부시다는 단 한마디면 충분했다. 균형 잡힌 몸과 사지, 그리고 유방과 엉덩이둘레, 그리고 허벅지에는 매혹적인 살이 붙어 있었다. 남자를 흥분시키는 궁극의 곡선.

스즈가 두 손으로 내 발기한 남근을 감싸고, 천천히 위아래로 문지른다. 사고가 격렬한 성적 고양에 빠짐과 동시에, 성기에 직접 전해지는 그녀의 체온에 안식도 느꼈다. 그 다정하고 선정적인 움직임이, 육창(肉槍)의 근육을 삐걱거리게 하고 커지게 한다.

키스에 대한 대답으로 이미 쿠퍼액이 흠뻑 발라져 있던 살 막대기는, 어느새 그녀의 예쁜 손바닥에서 질척질척한, 끈기 있는 마찰음을 연주하고 있었다.

“아까 생각한 건데 말이야, 츳치는 의외로 뜨거운 남자구나.”

“……그건 무슨 뜻이야?”

그녀는 히죽거리면서 내 입술을 살짝 빨고 그 상태에서 킥킥 웃으며, 두 손으로 살 막대기를 훑어댔다.

“‘자지’적인 의미야. 만지기만 해도 땀이 날 정도로 뜨거워.”

그 말대로, 스즈의 유방은 땀에 살짝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확인해보려고 유방을 주무르자, 생각했던 것보다 브래지어가 단단했지만, 그래도 체육복 위에서 만질 때와는 또 차원이 다른 탱탱한 탄력이 손바닥에 전해진다.

직접 만져 보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내 손은 그녀의 등으로 돌아들어가고 있었다.

스즈가 보란 듯이 히죽거리며, 나를 도발하기 위해 바라본다.

“벗기는 법 알아?”

“……지켜봐 줘.”

내가 최대한의 허세를 부리자, 스즈는 즐겁게 “오케이.” 하고 대답을 한 후, 왼손으로 살 막대기를 쥐더니, 오른손 집게손가락 안쪽을 쿠퍼액이 끊임없이 넘쳐 나오는 귀두에 대고 원을 그리듯 만지작거렸다. 시선은 물끄러미 나를 지켜본다.

경험 부족과 다소의 긴장도 더해져서, 브래지어 호크를 붙들고 악전고투를 하고 있자, “천천히 해도 되니까. 힘내~.” 하고 가볍게, 그리고 다정하게 스즈가 미소 지었다. 내가 더 긴장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그녀의 배려를 느낀다.

변명은 아니지만, 그녀의 호크는 상상했던 것보다도 더 등에서 들려 올라오지 않았다. 가슴이 큰 만큼 딱 붙어버린 것일까. 아무튼 쉽사리 호크를 벗기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고, 스즈는 히죽히죽 웃으며 입꼬리를 구겼다. 그것은 역시 일부러 나를 놀려서, 내가 열등감 같은 것을 품지 않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히히. 애가 타지?”

귀두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내 초조함을 풀어주려고 평소에 잘 보여주는 싹싹하게 웃는 얼굴을 내게 보여준다.

“혼자서 브래지어를 벗기게 되면, 상으로 야한 것 해줄게.”

나도 어떻게든 농담으로 되돌려준다.

“뭔데, 그게? 얼마나 야한 거야?”

“음~?”

다시 스즈의 두 손이 살 막대기를 감싸고, 쥐어짜는 것 같이 훑는 방법으로 움직인다.

“……이 자지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딱딱해질 정도로.”

“이미 딱딱해졌는데요?”

“좀 더. 자기도 모르게 자지에서 나를 향한 하얀 우정이 찍찍 새어나올 정도로.”

“하얀 연◯ 같이 말하지 마라.”

둘 다 목소리가 다소 상기되어 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교실에서 이야기 할 때와 똑같은 말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덕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내 손가락이 마침내 브래지어 호크를 벗기자, 커다란 컵이 스르륵 벌어졌다.

유두가 뾰족하게 위를 보고 있는 종 모양의 미폭유가, 약간 바깥쪽을 향해서 해방되었다. 멜론이나 수박에 필적할 만한 G 컵의 질량이다. 그런데도 스즈의 그것은 속옷의 힘을 잃고서도 거의 쳐지지 않았다.

너무나도 이상적인 폭유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된 나를, 스즈는 입가에 히죽거리는 웃음을 지으면서도 한심스럽다는 눈으로 노려봤다.

“너무 빤히 보네. 그리고 자지도 너무 딴딴한데.”

스즈의 지적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내 두 손이 젖가슴으로 뻗어간다. 바로 정면에서 움켜쥐고, 먼저 내 손으로 전부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한쪽 유방을 완전히 감싸기 위해서 두 손이 다 필요할 것 같다.

손끝을 찔러 넣으려고 손가락을 굽히자, 탱탱하게 튕겨내려고 하는 탄력과 몰캉몰캉 유연하게 손가락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부드러움이 양립해 있다.

나는 분명 그 순간, 우주공간으로 의식이 날아갔다. 신이 만들어낸 기적의 감촉.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정수(精髓)는, 피부의 감촉이다. 겉으로 봤을 때 느껴지던 질감 그대로인, 탱탱하고 매끈매끈한 살갗 감촉에 더해서, 쫀득쫀득하게 손에 달라붙기까지 한다.

스즈는 간지러운지 몸을 가늘게 떤 후, 익살스럽게 말했다.

“츠치야 선수. 처음으로 만져본 맨살 가슴은 어떻습니까?”

손에 힘을 넣어서 손가락 사이로 유방의 살이 미끌미끌 새어나오게 하는 것을 즐기면서 대답한다.

“양친께서 돌아오시면, 그분들께 ‘저를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정도로 감동했습니다.”

“효심이 깊군요.” 하고 스즈가 킥킥 웃은 후, “……그럼, 상 말인데…….” 하고 얼굴을 가까이 붙이더니, 내 윗입술을 자기 입술로 우물우물 살짝 깨물면서 속삭인다. 그것은 내게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하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행동인 것 같았다.

“……입으로 해줄까?”

“뭐?”

한순간 무슨 뜻인지를 파악하지 못해서 다시 묻자, 그녀는 얼굴을 떼고 “이히히.” 하고 웃었다. 역시 창피함을 애써 지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뚝 선 남근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그녀는 친근함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펠라티오로, 이 빵빵한 자지에서 정액을 빼줄까, 라는 말이야.”

입으로 하는 성기 봉사. 그런 행위는 나에게는 외국의 풍습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것도 스즈 같은 교내에서도 손가락으로 꼽는 미소녀라면, 더더욱 비현실적이다.

동요로 인해 대답을 못하는 나를 보고 애가 탄 것인지, 스즈는 두 손으로 남근을 꽉 쥐고서, 창피하다는 듯 치뜬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어쩔 거야? 펠라티오 받고 싶어? 안 받고 싶어?”

“……받고 싶습니다.”

스즈는 내 대답에 안도한 듯 입꼬리를 느슨하게 풀었다. 성적인 장벽을 우정으로 깨부순다고는 했어도, 자신을 몰상식한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그녀에게도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불안은 떨쳐내기 위해서인지, 그녀는 짐짓 농담하듯 말했다.

“츳치가 부탁의 뽀뽀를 해주면 빨아줄게.”

그리고 눈을 감고 턱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음.” 하며 내 입술을 기다린다.

과연 지금의 그녀에게 연심을 품지 않을 남자가 얼마나 있을까.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감탄하면서, 나는 펠라티오에 대한 기대를 품고, 혈색이 좋은 친구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한다.

그녀는 눈을 뜨고 히쭉 웃은 뒤에 팔꿈치로 내 어깨를 찌르면서 “츳치 야하다! 색골!” 하고 떠들어댄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녀는 내 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풀기 시작했다.

“말해두겠는데, 나 꽤 자신 있으니까.”

“도우지마 씨가 가르친 거야?” 하고 내가 묻자, 약간 쑥스러워하며 “아~, 뭐 그것도 있겠네.” 하고 미소 지었다.

“기대하고 있을게.”

“진짜로 입 안에서 자지가 녹아내리게 해줄 테니까. 각오하는 편이 좋을걸?”

나만 전라가 되는 것도 위화감이 들었기에, 그녀가 내 셔츠를 벗기고 있을 때 그녀의 팬티 고무줄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녀는 그런 내 행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나와 내화를 나누면서 허리를 들고, 나와 동시에 전라가 되었다.

나는 그 자세 그대로 있고, 그녀는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는 형태로 엎드려 누웠다. 내려다본 그녀의 등은 믿음직스럽지 못할 정도로 가늘었지만, 나는 둔부의 살집을 보고 놀랐다. 누운 상태에서도 봉긋하게 부풀어서 둥그런 모양을 띠고 있었기에, 그야말로 흰 복숭아 같았다. 남자도 가지고 있는 부위일 텐데 이렇게나 차이가 난단 말인가 하고, 감명을 받았다.

나와 스즈는 서로에게 지시를 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두 손으로 상대방의 두 손에 깍지를 끼우고 살며시 쥐었다. 스즈의 얼굴이 내 남근 바로 옆에 있다. 그녀의 숨결이 막대기에 닿아서 간지러웠다.

“뭔가 요청하는 것 있어? 여기가 약하다든가, 여기는 싫다든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하는 그 목소리와 표정은, 마치 점심을 먹으러 어느 가게에 갈지를 상담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처음이니까 잘 몰라. 맡길게.”  

“이히히. 오케이.”

일단 밑동에 쪽 하고 소리를 내며 키스를 했다. 발기한 남자의 성기에 받는 여성의 입술 감촉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온몸이 저릿해진다. 살 막대기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 녀석. 얌전히 있어.”

스즈가 남근에 말을 걸면서, 쪽, 쪽 하고 키스를 하며 귀두로 향해 간다. 그러던 도중에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도발하듯 웃음을 지었지만, 그것은 좀 무리를 하는 것 같이 보였다.

“뭐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가면…… 보통 마지막까지 해버리는 흐름이 돼버리는데 말이야.”

내가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몰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스즈도 아무 말 없이 혀의 볼록한 부분으로 귀두 뒤쪽을 핥거나, 삐죽 내민 입술로 오줌 구멍을 몇 번씩 누르거나 했다. 그때마다 나는 미지의 달콤한 자극에, 몸을 떠는 수밖에 없었다.

스즈의 입술이 손으로 고정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직립한 내 남근의, 그 끄트머리를 감싸려고 하는 것을 느낀다. 이제부터 먹힐 거라는 예감. 그때, 스즈 쪽에서 쥐고 있던 손에 힘을 꽉 넣었다.

“……나는 말이지, 츳치라면 딱히 상관없거든. 친구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입술이 귀두를 매끄럽게 삼켜 간다.

“아앗.”

성욕과 근육의 덩어리가, 우정에 감싸인다. 입술은 밑동 근처까지 기어 내려왔지만, 혀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로서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타인의 입 안의 온기는, 그것만으로도 몸도 마음도 녹아내리게 한다.

“……큰일 났어, 스즈…… 진짜로 녹아버리려고 해.”

무의식중에 그녀의 손을 쥔 손에 힘을 넣으며, 정말로 꼴사나운 소리를 흘려버린다.

스즈가 천천히 얼굴을 뒤로 빼고 입을 뗀 후, 다정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인다. 

“괜찮아. 내 입으로 자지가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리게 해줄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입에 넣고 입술을 미끄러트린다. 혀나 흡입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온기만을 전해주는 그 펠라티오에서, 처음인 나에게 과도한 자극을 주지 않으려는 그녀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충분히, 승천이라도 해버릴 것 같은 쾌감을 내게 주고 있었다.

스즈는 아까보다 오랫동안, 내 성기를 그저 입에 넣은 채로 천천히 온기로 덥혀 주었다.

10초 정도였던 것 같지만, 그 시간은 그야말로 지복(至福)의 시간이었다. 그저 성적 기술이 좋은 여자가 상대였다면 이런 행복감을 얻을 수 없었으리라. 나와 스즈이기에 가능한 온화한 이어짐.

그것만으로도 남근의 밑동이 움찔거렸다. 사정의 전조다. 스즈는 자극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입에서 빼낸다.  

“곧 사정할 것 같네.”

그렇게 말하고 웃은 후, 시선으로 ‘좀 더 길게 즐기고 싶지?’ 하고 나에게 물어왔다.

나도 긍정의 뜻을 시선으로 대답하자, 스즈는 아까와는 정반대의 순서로, 쪽, 쪽 하고 밑동에 다정하게 키스를 반복한다. 그 사이에, 맞잡고 있던 손으로는 농탕을 치듯 서로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런 온화하고 달콤한 안식 속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면으로 자극을 받는다.

“윽.”

스즈가 내 고환에 입술을 대자마자, 그대로 입에 머금은 것이다. 그리고 부드럽게 혀로 굴린다. 친구의 입술과 혀가 고환을 애무하는 것은 너무나도 배덕적인 일이었기에 등이 저릿했다.

“도우지마 씨한테도 그런 걸 해?”

내 질문에 스즈는 약간 재미있다는 듯 대답한다.

“그이는 별로 안 좋아해. 좀 무섭대. 별것 아닌 자극에도 아픈 곳이잖아?”

남자의 그런 사정은 이해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하고 말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고환에 키스를 했다.

“나는 남자의 여기, 귀여워서 꽤 좋아하는데~. 츳치는 괜찮아?”

“확실히 좀 무섭기는 하다. 그래도 유일한 친구니까. 믿도록 하지.”

“이히히. 맡겨둬.”

쪽쪽 고환에 키스를 하자, 남근이 움찔움찔 애처롭게 흔들린다. 오줌 구멍에서는 정액 같은 쿠퍼액이 질질 새어나오고 있다. 그것이 막대기를 타고 밑동까지 흘러내리자, 스즈는 그것을 혀로 받아내듯 핥았다.

“정자 증산(增産)중이구나.”

그나저나 이제 와서 새삼 생각하는 거지만, 이런 짓을 하면서도 우리는 도우지마 씨나 미츠바 양의 화제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고 있었다. 서로에게 이것이 성행위라는 인식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리라. 성적 쾌감을 서로에게 주는 것으로 우정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고만 생각하기에, 서로의 연애사정은 완전히 관련 없는 이야기가 되어 있다.

스즈가 고환을 우물우물 물면서, 연인처럼 맞잡은 손으로, 내 손등을 집게손가락으로 북북 긁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츳치는 이대로 내 입에 사정하고 싶어?”

스즈는 아까부터 가끔씩 말로 흘렸던 자신의 마음을, 다시 나에게 던진다.

“……나는, 이대로 츳치랑 하고 싶어.”

시선을 내린 채 중얼거린 그 목소리에는, 미약한 불안이 섞여 있었지만, 그 불안을 넘어서려고 하는 그녀의 의지가 느껴졌다.

“츳치라면, 섹스를 해도, ‘그냥 친구’인 채로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신기한 감각이었다. 그녀가 ‘그냥 귀여운 여자 친구’라면, ‘하고 싶다’라는 성욕에 휩쓸렸을 수도 있다. 불가능한 예상이지만, 미츠바 양이라면 그저, 그저 사랑하고 싶다고 정념을 불태웠으리라. 

하지만 지금, 스즈에 대한 나의 감정은, 명확하게 그 둘과는 달랐다. 친구로서 그녀의 마음에 응해주고 싶다. 그녀와 하나가 되어서,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공유하고 싶다.

약간 불안해 보이는 그녀의 손을 힘차게 고쳐 쥔다.

“스즈…….”

내 부름에 그녀가 얼굴을 든다. 시선을 마주친 채, 나는 다시금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전했다.

“……저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스즈도 몸을 일으킨 후, “저야말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머리를 숙였다. 그 후 서로를 바라보고, “이제 와서?”라고 하며 둘이서 실실 웃고 나서, 쪽 하고 스스럼없이 키스를 했다. 

그것이 섹스 신호였다. 그것이 오히려 우리답다고 생각했다.

“나 콘돔 가지고 올 테니까. 어차피 츳치는 가지고 있지 않지? 사용할 예정이 없었을 거니까.” 하고 놀려서, “만일의 사태를 연습하기 위해서 사뒀어.” 하고 내가 대답하자 스즈는 폭소했다.

“남자들은 다 그런다고.” 하고 우기자, 스즈는 깔깔 웃으면서 “네, 네. 남자아이네요, 남자아이.” 하고 일축했다.

내가 콘돔을 착용하는 모습을, 그녀가 응원과 놀림의 비율이 반반인 시선으로 지그시 바라본다.

“정말로 제대로 찼어? 내가 해줄까? 응?”

“괜찮다니까.”

“손 떠는 것 봐라. 웃긴다.”

“동정인데 어쩌겠냐.”

확실히 섹스를 앞에 둔 긴장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무언가가 후련해진 우리는, 어깨에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모습으로 대화를 한다. 타인이 들으면, 이제부터 섹스를 하려고 하는 두 사람이라고는 짐작도 못할 것이다.

“내가 위에서 하는 게 좋을까?”

“아니, 정상위로 하게 해줘.”

“혹시라도 미츠바 양이랑 하게 되었을 때 제대로 못하면 꼴사납기는 하겠네.”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 아이랑 그런 관계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니까.”

스즈가 내 침대에 익숙한 자세로 눕더니, “겁만 내고 있어봤자 0퍼센트야.” 하고 히죽거리면서도 내 사랑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여하간,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은 정말로 하나하나 나를 감동시킨다. 천장을 보고 누웠는데도 좌우로 약간 벌어질 뿐, 부드러운 살의 언덕을 묵직하게 형성하고 있다. 옆구리부터 허리까지 확연하게 잘록했기에, 그 풍만함이 더 강조된다.

그 아름다운 가슴에 전혀 지지 않을 아름다운 다리를 좌우로 벌리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앉는다. 음모는 아주 옅었다.

여성의 성기에 대해서는 그로테스크하다는 선입관을 품고 있었지만, 스즈의 성기를 보고 그런 인상은 날아가 버렸다. 남성의 성기를 맞이하려고 살짝 벌어진 대음순은 매끈했고, 질 입구는 유두와 마찬가지로 옅은 복숭아색이었다. 부드러워 보이는 살 벽(肉壁)이 미끌미끌한 습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젖었다는 거지?”

나로서는 젖지 않은 상태에서 삽입해서 그녀의 몸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심정으로 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게, 츳치의 자지, 야한 모양이라서.”

그리고 갑자기 공세로 나온 그녀는 나를 놀리려고, “그보다도 넣어야 될 곳은 알아?” 하고 입꼬리를 풀었다. 나는 솔직히 대답한다.

“처음에는 리드해주면 고맙겠어. 장소는 알고 있지만, 자신이 없어.”

“솔직해서 좋군.”

그녀의 손이 까만 콘돔을 뒤집어쓴 내 남근의 밑동을 살며시 고정시키고, 그리고 육창의 창끝을 자신의 비밀스러운 곳에 가져다 댔다.

“……여기?”

“……응. 그대로 허리를 쑥 내밀고, 들어오면 되니까.”

그래도 이 장면에서는 우리의 목소리에 쑥스러움이 섞인다. 삽입 직전 특유의 긴장감.

그런 음란한 분위기를 떨쳐내려고, 스즈가 억지로 웃음을 짓고, 역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니, 여자니, 성행위니, 그런 건 우리의 우정 앞에서는 상관없다는 걸 증명해주자.”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그럼, 간다.” 하고 말했다. 의식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남자다운 말을 할 수 있었던 자신에게 놀란다. 스즈도 “응, 와…… 진짜 친구가 되자.” 하고 갸륵하게 대답했다.

미끄러지듯, 극히 자연스럽게,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마치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양.

그 순간 스즈는 눈을 감고, “으음.” 하고 들어본 적 없는 음색으로 소리를 냈다.

내 딱딱한 물건이 거짓말처럼 스즈의 좁은 질 입구를 밀쳐서 벌리면서, 매끄럽게 그 안으로 침입했다. 살 막대기가 밑동까지 스즈의 배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이쪽에서 찔러 넣은 건데도, 삼켜졌다, 라는 풍으로 느껴졌다.

스즈의 안은 아무튼 따뜻했다. 펠라티오는 수증기로 쪄지는 것 같은 온기였지만, 이쪽은 발기한 남근만을 뜨거운 물에 담근 것 같은 쾌감이 있다.

스즈의 안은 좁아서, 맞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빡빡하게 밀착해 있었기에, 콘돔을 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근으로 남김없이 그녀의 체온을 받아낼 수 있었다.

스즈가 천천히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본다.

“……어떠신가요?”

그녀가 알고 싶은 것은, 나의 동정을 뗀 감상 같은 것이 아니다.

“우정은 따뜻하구나 하고, 재확인했어.”

그것이 내 마음의 전부였고, 그리고 스즈가 듣고 싶어 한 대답이었다. 그녀의 만면의 웃음은 안도로 채워졌다.

“그렇지?”

섹스를 하는데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이 마음이 왜인지 너무도 숭고하게 느껴져서, 그런 서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이 우리의 입가를 풀어지게 했다.

“이제 움직여도 돼. 자지 빵빵하잖아. 기분 좋게 해줘야지.”

“어떻게 움직여야 좋은지를 모르겠는데.”

“음. 그것만은 나도 몰라. 일단은 츳치가 하기 편한 느낌으로 흔들어보면 되지 않을까?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아니, 이렇게 움직여주면 좋겠다, 하고 스즈가 원하는 게 있지 않나 해서.”

스즈가 킥킥 웃는다.

“아, 동정 주제에 건방진 소리를 하네.”

“아니, 남자로서 어떻다느니 그런 게 아니라, 친구로서의 배려라고 해야겠지.”

내 말을 듣고 스즈는 “음~.” 하며 시선을 대각선 위쪽 방향에 두고 망설이다가, 실실 쑥스러움을 감추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봤다.

“까놓고 말해서, 츳치 것 크고 휘어져 있으니까, 평범하게 움직여주면 그것만으로도 엄청 기분 좋을 것 같아, 하고 생각했습니다. 마침표.”

“큰 건 싫다는 소리도 인터넷에서 봤는데.”

나는 그녀의 벌어진 두 무릎에 두 손을 올리면서, 주워들은 의견을 털어놓는다.

“아~. 분명 친구 중에 그런 말 하는 애가 있었어. 뭐, 결국은 궁합이라고 봐야지.”

남자 성기가 밑동까지 여자 성기에 파묻힌 상태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라도 하는 것 같은 말투로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나 내 거유 취향을 놀렸으면서, 스즈도 큰 걸 좋아했군.”

내가 웬일로 심술궂게 말하자, 스즈는 토라진 것처럼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야, 큰 편이 ‘들어왔어…….’라는 느낌이 난단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이랑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친구가 상대라 해도 마찬가지야.”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제야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와 좀 더 깊게 사귀고 싶다.

“음…… 음.”

스즈가 다시 눈을 감고, 불규칙적으로 숨을 내쉰다.  

“하으…… 앗…… 하앗…….”

남근이 음순을 밀어젖히며 들어가기도 하고, 음순이 남근을 토해내기도 하는 광경이 반복된다. 타인의 안을 자신이 왕래하는 그 광경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배덕적이었다.

“……츳치, ……기분 좋아?”

“……솔직히,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분 좋아.”

나의 마찰 운동은 어색했지만, 스즈의 미끌미끌하고 빡빡한 삽입감은 엄청난 황홀감을 주었다.

그녀는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음…… 음…… 음…… 츳치는 처음이니까, 여러 생각 하지 말고, 그냥 기분 좋게 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알았지?”

“고마워.”

친구 섹스 특유의 그 배려하는 마음에, 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정을 떼는 일에 무의식적으로 긴장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음, 음, 음, 음,”

피스톤 운동이 리드미컬하게 변하자 침대가 삐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스즈의 꽉 다물어진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탄식도 그 간격이 짧아진다. 그녀가 점점 더 눈을 꽉 감는다.

“앗, 아아…… 츳치…… 허리, 잘 흔들게 되었잖아.”

그런 와중에도 스즈는 나에게 싹싹한 웃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어딘가 딱딱한 웃음이다.

“엄청 긴장했었는데, 그래도 역시 스즈가 상대여서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

우정에 감사하면서도, 시선은 아무래도 흔들리는 폭유로 끌려간다. 나의 능숙하지 못한 피스톤 운동에도, 그것은 부들부들 접시 위의 푸딩처럼 흔들렸다.

“……가슴 너무 본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웃더니, “에잇.” 하고 접은 두 팔로 유방을 꽉 누르고 중앙으로 모아서 나에게 보여줬다. 좌우에서 눌려 찌부러지면서, 천장을 보고 누워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볼륨을 보여준다.

그 광경은 내 콧김과 허리 놀림을 기관차로 만들었다.

“앗, 앗, 앗, 앗, 싫어, 츳치, 너무 빨라.”

“미안. 아팠어?”

스즈는 가슴을 물컹하게 모은 채 애절하게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가로젓더니, “……엄청 기분 좋았어.” 하고 부끄럽다는 듯 말했다.

내 마음의 기관차가 증기를 뿜어댔다.

“앗앗앗앗아! 앗, 츳치, 진짜로 대단해, 윽…… 하앗, 앗, 아응, 아응!”

스즈는 목과 등을 약간 뒤로 젖혔다. 잠시 동안은 가슴을 모으고 있었지만, 그런 여유도 없게 된 것인지, 두 팔이 좌우로 털썩 떨어지더니 시트를 꽉 쥐었다. 구속에서 해방된 아름다운 G 컵이 종횡무진 흔들린다.

아무리 그대로 초보인 내가 격렬한 피스톤 운동을 계속하기 어려웠기에, 허리를 일단 멈추고 둘이서 숨을 헐떡였다. 스즈의 이마에 구슬 같은 땀이 맺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도 자신의 등에 땀이 축축하게 번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음모는 서로의 애액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던 중에 스즈네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생긋 웃었다.

“……츳치도 역시, 남자구나. 힘이 넘쳐서 다행이야. 이히히.”

몸으로 이어져 있으면 마음으로도 이어지고 싶다고는 소망이 생겨난다. 그것이, 스르르 토해지듯 내 마음을 입에 올리게 했다.

“나는 말이야, 인간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물이 있다고 생각했어. 스즈처럼 누구하고도 친해질 수도 없고, 그렇게 되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그런 스즈의 철학은 존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겨. 그래도 나는 앞으로도 분명, 이런 식으로 살아갈 거라고 생각해.”

“응. 츳치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

스즈는 두 손을 살며시 내 손에 올리고, 인정해주었다. 그런 그녀에게 하는 말에 망설임은 없다.

“고마워. 스즈는 나의, 최고의 친구야.”

그 말에 스즈의 몸과 마음이 두근두근하는 것이 전해졌다. 질이 남근을 꽉 포옹했다.

물론 그것은 연심 같은 것이 아니다. 애초에 누가 더 우월한가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나와 도우지마 씨. 스즈와 미츠바 양. 어느 경우도 비교할 수 없다.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존재다. 그저 우리 관계의 그것은, 번식욕 따위가 섞인 연애와 비교해도 불순문은 전혀 없다고 느껴졌다.

스즈는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려서 내밀며, “……츳치. 뽀뽀하자. 친구 뽀뽀.” 하고 생긋 웃었다.

내가 몸을 구부리자, 그녀의 두 팔이 내 목에 감겨들었다. 그리고 쪽 하는 달콤한 소리를 내며 입술을 붙이고 빨았다. 연인끼리였다면, 훨씬 더 달콤한 소리가 났을까.

쪽쪽 키스를 하면서, 스즈가 “……계속, 하고 싶지?” 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그저 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서, “어?” 하고 되묻는다. 그녀가 팔로 나를 더욱 끌어당기더니, 귓가에 입을 댔다.

“……섹스, 계속할 거지?”

귓불을 덥석 살짝 깨문다.

“……츳치의 자지를, 좀 더 원하는데요?”

내가 간지러워서 계속 몸을 떨고 있자, 스즈는 계속해서 약간 익살맞은 말투로, 하지만 귀엽게 속삭였다.

상반신까지 밀착한 자세였기에, 아까와는 상황이 달랐지만, 그래도 나는 허리를 흔들었다.

“음, 음…… 후우, 크…… 앗, 하아…….”

스즈의 숨결이 직접 귀에 닿자, 그것만으로도 뇌가 녹아내릴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온몸으로 밀착한 상태였기에, 서로의 체온이 우리를 땀투성이로 만들었다. 내 앞가슴에 눌려 찌부러진 유방의 감촉은, 입을 꽉 다물고 있지 않으면 침을 흘려버릴 만큼 감미롭다.

“츠, 츳치…… 섹스 중의 내 목소리, 이상하지 않아?”

오른손으로 내 뒤통수를, 왼손으로 등을 끌어안으면서, 스즈가 애절한 목소리를 낸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폭발해버릴 정도로 장난 아니게 귀여워.”

“음, 앗, 하아앙…… 정말? 이런 질문은 그이에게 못하니까.”

스즈는 이런 점에서는 꽤 소녀답다. 아니면 보편적인 여자들은 전부 생각하는 창피함일까. 연인을 만든 적이 없는 나는 알 수 없었다. 미츠바 양이 상대였다면, 분명 사정하는 순간 같은 건 부끄러워서 보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그녀가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한다.

“친구랑 하는 섹스도 속마음을 알 수 있으니까 에로틱하지만, 연인이랑 하는 섹스는 또 다른 좋은 점이 있어.”

스즈는 예전부터 미츠바 양을 향한 나의 마음과 접근 태도에 대해 생각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나의 마음을 존중해서 강하게 말한 적은 없었다.

친구를 통해서 ‘타인과 이어지는’ 일에 대한 가치관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나에게, 어디까지나 강요가 아닌 선에서, 스즈가 손을 잡고 끌어준다. 역시, 친구가 연애로도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순수한 생각일 것이다.

“……미츠바 양이랑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지만, 조금 노력해볼까.”

글자 그대로 눈과 코의 앞에서, 스즈가 한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마치 히키코모리 아들이 방에서 나온 것을 본 어머니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두 팔과 두 다리로 나에게 안겨들었다.

“정말로 초 응원할 거니까.”

놀리는 말이 아니다. 진심으로 나의 행복을 바란다는 것을 살갗과 땀과 숨결과 성기의 온기를 통해서 느낀다.

나는 두 손을 침대 시트에 짚고, 상반신을 들어서 스즈를 내려다봤다.

“어차피 할 거라면, 부딪쳐서 깨져보는 게, 맞겠지?”

“괜찮아. 깨져도 내가 접착제로 고쳐줄 테니까.”

그 말이 진심으로 나에게 힘이 되었다. 솔직히 잘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실연은 각오하고 있다.

그래도 그런 나와 함께 진심으로 슬퍼해주고 위로해줄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한 발 나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가 오면 잘 부탁할게.”

천천히 허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음, 음, 음…… 맡겨둬, 이히히…….”

남자다운 선언을 했으니 남자다운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힘찬 피스톤 운동을 보여준다.

“앗, 앗, 앗, 역시, 나…… 진짜로 숨이 차는 것 같아.”

스즈의 손이 내 팔꿈치 부근을 붙잡는다.

“앗앗앗, 그거, 으아, 앗앗, 츳치~, 아아, 좋아, 아윽♡ 기분 좋아♡”

스즈의 목소리가 확실히 표가 나게 불분명해지기 시작했다. 평소의 스즈를 보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교태를 부리는 목소리. 눈을 감고 아래턱을 당기고 있었지만, 입도 절반쯤 벌어져 있다.

“좋아♡ 으아, 헉…… 아앙…… 앗앗♡ 츳치~, 커♡”

스즈는 아주 잠깐 눈을 살짝 떴다. 그리고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어디까지나 혼잣말로 뇌까렸다.

“……일 났어 ……진짜로 도 군보다 커.”

도 군은 스즈가 도우지마 씨를 부르는 호칭이다. 명백하게 내게 들려줄 마음이 없었던 말이었겠지만, 헐떡이고 있기도 해서, 성량 조정에 실패를 한 것 같다. 나는 못 들은 척을 하면서도, 수컷으로서의 우월감을 자극 받아서 피스톤 운동에 속도를 붙였다.

“앗, 앗, 앗, 앗, 앗♡”

침대가 격렬하게 삐꺽거리고, 마찰하는 결합부는 ‘찔꺽찔꺽’하는 음란한 소리를 냈다.

“……이렇게 야한 소리가 나는구나.”

경험이 없는 나는 섹스 자체가 이런 것인가 하는 뜻으로 한 말이었지만, 스즈는 아무래도 자신을 놀리려고 한 말로 본 것 같았다.

“아, 아니야, 앗, 아응♡ 츳치의 발기 자지가, 야한 모양이어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거라고!”

그 말투를 통해, 그녀가 평소보다도 젖어 있고 그 때문에 창피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친구로서 그 화제는 건드리지 않고, 아무튼 피스톤 운동을 계속한다. 나도 이미 한계 상태였다.

“앗앗♡ 아까 사정했으면서, 이렇게 딱딱하게………… 앗앗, 으아앗♡ 헉, 헉, 음…… 흐아…… 온다…….”

스즈는 헐떡이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고, 뭔가 불만스럽기도 하고 납득이 안 간다는 표정으로 아래에서 나를 노려봤다.

“……갈 것 같은데요?”

“네?”

그녀는 이마와 가슴에서도 땀을 흘리며 헉헉 거친 호흡을 내쉬면서도, 억지로 쓴웃음을 짓더니, 두 손으로 내 뺨을 꼬집으며 좌우로 당겼다.

“츳치의 자지가 기분 좋아서, 가버릴 것 같다고 말했어!”

그리고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나를 책망하듯 “동정 자지 주제에.” 하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왜 화내는데?”

“……화 안 났어. 그냥 내가 상상했던 계획이랑 달라져서 그래.”

“일단 들어는 주지.”

“이렇게, 벌벌 떠는 츳치를 말이죠? 내가 요염한 누나 같은 느낌으로 리드해주려고 했습니다만.”

“요염?”

나는 소리를 내서 웃고 말았다. 분명 스즈의 몸은 책이나 영상으로 본 누구보다도 선정적이고 멋졌지만, 내가 그녀에게 품고 있는 그녀의 내면까지 포함한 인상과는 거리가 꽤 멀다. 아니, 정반대다.

내 뺨을 꼬집는 스즈의 두 손의 힘이 강해진다.

“왜 웃는데. 저는 반 남자들에게 딸감으로 쓰이는뎁쇼? 훌륭한 요염 캐릭터입니다만.”

스즈도 함께 웃는다. 그렇게 진심으로 불쾌하게 말하던, 반 남자들에게 딸감으로 쓰인다는 이야기도, 나와 함께 한 여러 가지 행위를 통해서 웃기는 이야깃거리로 여길 수 있을 만큼은 된 것 같다.

스즈는 두 손을 떼고, “후우.” 하고 들으라는 듯 한숨을 쉬었다.

“뭐,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혼자서 가는 건 부끄러우니까, 츳치도 함께 가지 않으면 싫어.”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나도 이미 한계였어.”

“그럼 좋아.”

툭, 툭, 허리를 흔든다.

“앗, 음♡”

바로 전까지 농담을 하며 함께 웃었던 것이 거짓말인 양, 황홀해하는 목소리와 마찰음이 방 안을 달콤하게 채운다.

“앗, 앗, 앗…… 츳치의 자지, 진짜로 좋아……♡”

스즈가 애절하게 “……츳치, 손.” 하고 말한다. 나는 스즈가 바란 대로 스즈의 두 손을 시트에 짓누르는 것처럼 쥐었고, 그녀는 그에 따르듯 내 손을 쥐며 내 얼굴을 바라봤다.

“……츳치뿐이니까.”

하복부가 사정감으로 채워지기 시작한 나는 아무 말없이 허리를 흔든다.

“……나를 가지고 자위를 해도 되는 남자 친구는, 츳치뿐이니까.”

웃기는 이야기로 삼을 수 있었지만, 역시 그녀 나름 그 일로 고민한 것 같다.

“……이 섹스도 떠올리면서 자위를 할 거지?”

“……분명히 그럴 거야.”

스즈는 눈썹 팔자(八字)로 내리며, 입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평소의 웃는 얼굴을 만들려고 했지만, 내 피스톤 운동 때문에 그것은 무리인 듯, 애절한 표정 그대로 입을 연다.

“좋아…… 마음껏 딸딸이를 쳐…… 나랑 한 것을 떠올리며, 발기한 자지를, 탁탁탁 해도 좋아.”

그녀의 손에 실린 힘이 강해지자, 마찬가지로 질도 좁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제야, 겨우 몇 초뿐이지만, 평소와 같은 싹싹한 미소를 짓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까 잔뜩 사정해줘야 돼. 발기 자지로 엄청 기분 좋게 되어서, 정자를 찍찍 잔뜩 사정해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알았어. 스즈를 가지고 자위를 할 때는, 꼭 많이 싸도록 할 테니까.”

“……이히히. 잘 부탁해.”

그 대화가 우리의 마지막 여력이었다. 허리에 가득 찬 절정의 전조는 이미 터지기 직전의 물 풍선 같았다.

내가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자, 스즈도 더는 농담을 못한다. 힘겹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려고 하지만, 애절함과 미소가 뒤섞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함께 가는 거지?”

마라톤 대회 같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는 이미 그런 농담을 입에 담을 여유가 없었다.

스즈의 질 안은 정말로 온천처럼 따뜻했고, 결합부에서는 남근의 존재가 불확실해질 정도로 질척질척하게 녹아 있었다.

침대가 걱정이 될 정도로 삐꺽거리게 허리를 흔든다.

“앗, 앗, 앗, 앗, 앗♡ 츳치의 자지, 사정하고 싶어서 딴딴해졌어♡ 아응, 아응♡ 너무 세♡ 사정 자지, 너무 세다고♡ 아앗, 앗♡ 하으아♡ 간다, 간다♡ 간다간다간다♡ 츳치, 괜찮아? 함께 갈 수 있지? 그럼, 함께 가자♡ 앗앗앗♡ 아아아앗♡”

그녀가 한층 더 큰 소리를 내기 시작한 타이밍에 맞추어서 커다란 스트로크를 감행한다. 

“간다!♡♡♡”

맞잡은 두 손의 힘이 최고조를 맞이하자, 스즈의 안에서 녹아 있던 내 성기가 팽창하고, 그리고 터졌다. 그것은 내가 아는 사정의 감각과는 조금 다른, 몽정을 했을 때 같은 미지의 자극을 연상시켰다.

동시에 머릿속에서도 하얀 무언가가 확산되었다. 커피에 떨어뜨린 밀크가 그 쓴맛을 부드럽게 침식해가듯, 서서히 나에게서 이성을 빼앗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조금이라도 내 성기를 스즈에게 결합시키기 위해서 허리를 밀어붙이고, 그녀의 이름을 계속 부르면서 사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이라고 해도, 그 사랑의 종류는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스즈의 가녀린 손가락이, 나와 맞잡고 있던 손을 다정하게 고쳐 쥔다. 그 손짓은, 처음으로 성교를 통해 절정에 올라서 하얀 파도에 덮쳐지고 있는 나를 구해주려는 것 같았기에,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그대로 전부, 안 나올 때까지 내 안에 사정하면 되니까, 알았지?”

그 호의에 기대듯 허리를 쿡, 쿡, 밀어 넣자, 정상위를 하며 M 자로 벌어져 있던 스즈의 다리가 내 허리에 맞추어서 흔들렸고, 동시에 찍, 찍, 좁은 질에 쥐어짜진 것처럼 정액이 발사되었다. 스즈는 “음, 음♡” 하고 사정에 맞추어서 애틋하게 신음한 후, “……이히히, 자지에서 기분 좋은 걸, 잔뜩 찍찍 했어?” 하고 눈에 익은 친근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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