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5 무자비하고 기나긴 밤 =========================================================================
“이제 하나 남았으니까 조금만 참아.”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하영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살살 쓰다듬었다가 양쪽으로 주물럭대자 아까까지 바이브레이터가 들어 있어 민감해진 그곳이 자극되었다. 미묘한 흥분이 올라오면서 피곤한 와중에도 조금 더 하고 싶어진다. 그도 그녀가 흥분한 걸 눈치 챈 걸까? 그녀가 보기에 순간적으로 우중의 눈빛이 변한 것 같았다.
“이렇게 길들여놨는데 제대로 사용해주지 않으면 아깝잖아?”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찰싹 때리며 그렇게 말한 우중은 새 콘돔을 하나 집어 들었다. 좀 전의 아팠던 기억 때문에 그의 물건을 다시 한 번 맞이하고 싶진 않았지만, 항문이라면 좀 다를 것 같기도 하다. 분명 하영은 지독한 이물감에 끔찍하게 시달렸는데도, 막상 항문에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게 되자 아쉬움을 느꼈다.
우중은 아까처럼 하영의 상반신을 침대 가장자리에 걸쳐놓았다. 하영의 가슴과 배는 침대 시트에 닿았고, 엉덩이는 우중의 손에 들려 높이 치켜 올려져 있는 상태다. 우중은 원통형의 통에 담긴 젤을 통째로 푸욱 하영의 엉덩이 골 사이에 발사했다.
“앗!”
차갑고 미끌거리는 감촉이 순식간에 몰려오자 반사적으로 하영의 몸이 떨렸다. 우중은 두 개의 손가락을 하영의 몸 위에 뿌려진 젤 웅덩이에 담구고는 듬뿍 스며들 때까지 움직였다. 그러다가 하나의 손가락으로 살살 구멍 근처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간질간질하면서 더한 흥분에 대한 기대로 몸을 뒤트는 하영. 이어 망설임 없이 손가락 반 정도를 단숨에 밀어넣어 안에서 움직이더니 곧 나머지 손가락 하나도 구멍 안에 집어넣었다. 빠르고 격하게 상하로 놀리자 하영의 허리가 휘면서 앗, 앗, 하는 신음이 터져 나온다.
“이제 넣는다.”
우중은 젤이 미끌거리는 손가락을 하영의 엉덩이에 문질러 닦고는 자기 분신에다가 콘돔을 씌웠다. 이미 충분히 풀어졌다고 판단했는지 단숨에 전부를 순식간에 밀어 넣어버린다.
“학!”
갑작스레 대물이 밀고 들어오자 절로 신음이 나왔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고통에 찬 신음은 아니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그녀의 몸 안을 꿰뚫고 들어와서 놀란 것 뿐.
“앗, 아앗!! 으응!!! 응!! 으읏, 흑!!!!”
당장 배설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감을 사정없이 꿰뚫고 그녀의 항문을 범하는 우중의 성기, 그 거친 놀림이 하영을 미친 듯이 흥분시켰다. 당장 화장실 가고 싶은데 갈 수 없어서 안달복달하는 그녀를 우악스럽게 뒤에서 내리누르고 있는 우중의 체중. 사정없이 짓눌려지면서 뒤를 범해지자 그냥 이대로 배설해버려도 괜찮을 것만 같다.
“어때? 좋아?”
그녀의 머리채를 쥐어뜯듯이 끌어당기며 음흉하게 속삭이는 우중. 거의 넋이 나간 그녀는 자기 마음의 가장 저급한 부분을 여과 없이 내보였다.
“아, 좋아. 싸버릴 것 같아! 싸고 싶어!”
“그럼 싸.”
우중은 더 거칠고 빠르게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체중이 사정없이 그녀를 짓눌렀다 해방시켰고, 그녀의 몸 안에 들어가 있는 그의 성기가 사납게 요동치며 그녀 내장을 엉망진창으로 휘저어놓았다. 정신없고 거친 몸놀림은 점점 끝을 향해 치달아갔고, 마침내 자기 안의 모든 욕망을 배설한 그는 만족스럽게 그녀에게서 몸을 뗐다.
“난 씻고 올 테니까 넌 여기 있어.”
“어? 어째서?”
“넌 내일 씻어. 어차피 계속 젖어있을 테니까.”
그녀의 항문과 질 속에다 진동 기구를 밀어 넣은 그는 그녀의 팔과 다리를 밧줄로 묶어놓고 씻으러 갔다. 한참 만에 씻고 온 그는 자기는 잠옷을 입었으면서 하영은 그 상태로 잠들게 했다. 결국 그녀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긴 밤이었다. 우중은 코를 드르렁 골면서 잤다. 위장이 좋지 않은지 숨에서 미묘한 냄새가 났다. 역한 냄새가 나는가 싶어 자세히 맡아보려하면 아무 냄새도 안 나는 것 같은 그런 냄새. 하지만 계속 기분은 묘하게 나빠지는 그런 냄새 말이다. 하영은 엄마 생각이 났다. 하영의 엄마도 입에서 이런 냄새가 났다. 몸이 좋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오래 살면 뭐하냐면서 아무 음식이나 먹곤 하던 하영의 엄마.
“아파..”
밧줄이 살을 서서히 파고들어오면서 고통이 심해진다. 처음엔 참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더 이상은 그렇지가 않다. 게다가 같은 자세로만 계속 있으니까 너무 힘들다. 하영은 몸을 버둥대면서 제발 그가 깨서 자신을 풀어주기를 바랐다. 푸득푸득 뭍에 떨어진 물고기처럼 버둥대며 기척을 하는데도, 우중은 깨어날 기미가 없다. 소리쳐볼까? 숨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하다, 이내 포기해버리기로 한다.
이런 무지막지한 짓을 저지른 남자다. 깨웠다가는 미친 듯이 화를 내면서 더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 하영이 자기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가차 없게 굴었던 우중.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게 좋다는 건 이미 학습했다.
하영은 조심스레 몸의 각도를 이리저리 바꾸어보며 가장 편안한 자세를 찾으려 했다. 수십 번의 뒤척임 끝에 그나마 몸이 덜 쓰리고, 덜 뻣뻣하게 느껴지는 자세를 찾았다.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 그 자세와 방향에서, 우중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위치에서는 냄새도 나지 않는다. 오로지 참아내야 할 건 그가 코고는 소리뿐이다. 꽤 시끄럽긴 하지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안정 시켜서, 소리를 마치 어떤 리듬처럼, 배경음처럼 치부하다보니 어느 새 견딜만해졌다.
그에게 혹사당해 피곤한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말똥말똥해진다. 이 밤은 잠들기 힘들겠다는 확신이 점점 커졌다. 자세도 불편하고 몸 안의 진동도 신경 쓰이고... 이대로 잠들어 버린다면 참 좋을 텐데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편한 자세를 찾았다고 해도 역시 시간이 지나니 점점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해서, 그녀는 몸을 뒤틀었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의 몸 안에 들어있는 진동기-진동하고 있진 않지만-들이 살짝씩 미끄러지며 질퍽질퍽 소리를 낸다. 몸 안에 이런 걸 넣고 있다 보니 계속 해서 안을 자극받고 마는 하영. 계속 흥분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서서히 무감각해졌다가도 몸의 움직임에 따라 포인트가 건드려지기도 해서 말라가던 내부가 다시 질퍽질퍽하게 젖고 말았다.
“아..”
몸 안에 들어가 있는 두 개의 바이브레이터에 적응돼 이제는 약간의 이물감만 느낄 뿐 무감각해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또 하고 싶어진다. 머릿속까지 질퍽질퍽해지면서 아무래도 좋으니 딱딱한 물건으로 그녀의 내부를 사정없이 쑤셔주기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