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26)

00024  무자비하고 기나긴 밤  =========================================================================

                                                      

둘은 아까 하영이 옷을 벗어두었던 방으로 돌아갔다. 우중보다 먼저 들어간 하영이 자신의 옷들을 벽 쪽으로 치웠다.

“침대에 앉아.”

그 말과 동시에 사방이 환해졌다. 

“불은 왜?”

“침대에 앉으라니까.”

“껐으면 좋겠어요.”

“난 켜는 게 좋아.”

그 말에 별 수 없어진 하영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그는 그녀 앞에 꿇어앉았다. 그녀의 다리보다 훨씬 두꺼운 팔로 그녀의 양쪽 다리를 잡고 옆으로 벌린다. 오므려져 있던 다리가 활짝 벌려지자 가랑이 사이의 썰렁함이 더 커지고 음부 쪽에서는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훤한 조명 아래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자니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민망하다. 

“눈 떠. 내가 네 몸을 어찌할지 모르는데 감고 있고 싶어?”

이 남자는 정말로 부인이 생겨도 이런 말을 할까? 아님 내가 출장 아내라서 그러는 걸까?

하영은 문득 이 남자가 지금 자기를 뭐라고 설정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영이 마지못해 눈을 뜨자 우중은 턱을 하영의 벌린 다리 바로 앞에 걸쳤다. 거대한 머리와 거대한 팔이 자기 가랑이 쪽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 기괴한 광경. 하영에게 그건 고역이었다.

마침내 그의 두 손가락이 하영의 음부 쪽으로 기어갔다. 거대하고 굵은 그것은 음부를 양쪽에서 잡고 벌렸다. 그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에 하영은 몸을 떨었다. 곧 손가락 하나가 클리토리스부터 시작해서 이곳저곳을 더듬다가, 곧 안으로 손톱만큼만 들어 왔다. 입구의 조임이 손가락 전체에 퍼지자 몸을 떨면서 조금씩 더 집어넣는 우중의 움직임, 그 덕분에 질퍽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더 커졌다.

“있어봐.”

이제 삽입하는가 싶었더니 그게 아니었다. 우중은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일으켜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 하영은 눈치를 보다가 슬쩍 다리를 모으고 그쪽을 봤다. 

콘돔 상자 하나와 이런저런 기구가 들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우중은 먼저 회색 콘돔 상자를 끄집어내 손가락으로 입구를 긁었다. 스티커 같은 것을 벗겨내 반으로 접고, 상자를 뒤집어 전부를 끄집어냈다. 차곡차곡 겹쳐진 콘돔들, 찢어서 그 중 하나를 분리해낸다. 그 모습이 하영을 안심시켰다. 

하영은 안동에서 오지게 고생한 뒤로 피임약을 먹기 시작했다. 아직 복용 시작한지 며칠 밖에 되지 않았기에 어딘가 불안했는데, 우중이 알아서 콘돔을 챙기러 가니까 안심한 것이다.

우중은 이번에는 연파랑색 플라스틱 기구를 끄집어냈다. 비슷한 파랑색, 선과 스위치가 달린 바이브레이터 같은 것. 하영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는 트럭 같은 데서 성인 용품을 늘어놓고 파는 것을 지나가면서 본 적이 있었다. 흥미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가서 구경하자니 부끄러워서 그냥 참고 지나쳤었다. 승낙과의 섹스는 평범한 편이어서 한 번도 기구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일어서서 뒤로 돌아.”

하영이 등을 보이자 우중은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내려 침대에 닿게 했다. 상반신은 침대에, 무릎은 땅에 닿은 자세. 그녀는 수치심과 흥분을 동시에 느꼈다. 곧 엉덩이 주변에 차갑고 미끈거리는 감촉이 닿았다. 우중은 젤을 듬뿍 짜서 하영의 엉덩이 주변에 치덕치덕 바른 다음 손가락을 미끄러뜨려 구멍 입구를 건드렸다. 반신반의하던 하영의 의문은, 그가 엉덩이를 양쪽으로 벌렸다가 빠르게 손가락 하나를 항문에다 집어넣음으로써 해결되었다.

“악!”

“아파?”

“하, 하지마세요. 이상해요.”

“항문으로 한 적 없어?”

“없어요.”

“그럼 지금 해보자.”

그는 자비 없이 손가락 반 정도를 단숨에 항문에다 밀어 넣었다.

“아악!”

“아직도 아파?”

“읏..”

아니 이건 아프다기보다는 이상했다. 마치 설사할 때 같은 불쾌감과 이물감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게 되어버린 하영. 입을 꾹 다믈고 신음만 내뱉는 하영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 우중은 그녀의 항문이 꽉 조이고 있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젤 범벅이 되어 미끌미끌한 손가락은 뻑뻑한 항문 안을 점점 더 미끄덩거리게 만들면서 그 안에서 제 영역을 키워갔다.

“흑!”

손가락은 갑작스럽게 빠졌다. 위로 쳐들고 있던 엉덩이를 내리고 안도하던 그녀의 무방비함을 뚫고 이번에는 바이브레이터가 들어왔다. 하영은 아까보다 더한 이물감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위잉, 소리가 나면서 진동하기 시작하자, 정말 안절부절 못하며 몸을 들썩거리는 하영. 그 사이에 우중은 물티슈로 더러워진 손가락을 깔끔하게 닦았다.

“기분 어때?”

“이상해요.”

“어떻게 이상한데?”

“그냥, 진짜..”

똥 마려운 기분이라는 말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아서 하영은 말을 흐렸다. 우중은 하영을 잡고 뒤돌려진 그녀를 뒤집었다. 갑작스럽게 거대한 우중의 몸이 그녀 시야에 나타나자 하영은 강력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를 질질 끌어 상반신만 침대 위로 올린 우중은 아까처럼 그녀의 양 다리를 활짝 벌렸다. 우중은 아까처럼 손가락을 넣고 그녀의 질 안을 탐사했다. 항문 안은 설사 직전의 이물감으로 미치겠고, 앞 쪽은 우중의 손가락이 바짝바짝 침범해 들어오고 있다. 다른 종류의 자극이 야릇하게 얽혀서 미칠 것만 같아진 하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어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파충류 같은 눈을 하고 있는 우중이 시시때때로 그녀의 흥분을 얼어붙게 했지만, 그 싸늘한 시선에 까발려지고 있다는 오싹한 느낌이 도리어 더한 흥분을 이끌어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이 엉망진창이 된 그녀 안으로 드디어 우중이 들어왔다. 양 손으로 침대 가장자리를 잡고 힘겹게 상반신을 지탱한 우중의 성기가 그녀를 꿰뚫자 그녀는 거의 정신 나간 사람처럼 교성을 질러댔다. 조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밀려들었다 물러나는 우중의 육체는 엄청난 높이의 성난 파도 같았다. 출렁하며 그녀를 짓눌렀다가 움직임에 따라 다시 살짝 들리는 것이, 체중이 다 실리지 않았는데도 금방이라도 짜푸라질 것만 같은 위협을 하영에게 주었다.

“흐읏, 흣, 흣, 흣, 흐윽, 학! 악!! 하앗!!!”

마치 목숨을 내놓고 하는 섹스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에 지배당한 하영은 본능이 지시하는 대로 마음껏 소리를 내질렀다. 승낙이나 낙원과 할 땐 격한 감정에 사로잡혀도 어느 정도 절제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하영의 안에서 일차로 발사한 우중은 여운을 즐기지도 않고 바로 빼냈다. 더러워진 콘돔을 정리하고 돌아와서는, 이번에는 기듯이 힘겹게 침대로 올라가 눕는 우중.

“뭐해? 올라와.”

“이건? 뺄까요?”

“아니. 그냥 와.”

그 말에 절망적인 표정이 되었지만, 바로 체념하고 하영은 우중 쪽으로 기어갔다. 

실내가 고요해지자 윙윙 대는 진동소리가 정말 거슬린다. 익숙해지긴 했어도 사라지진 않는 이물감도 불편하다. 움직임에 따라 달랑거리며 그녀의 항문을 자극하는 전선과 스위치는, 마치 그녀 자신을 꼬리 달린 짐승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직접 넣어봐.”

하영은 직접 넣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꽤 애를 먹었다. 그녀는 자기 몸에 붙은 구멍의 위치도 모른다는 게 문득 한심하게 느껴졌다. 자꾸 미묘하게 비켜나가자 애가 탄다. 

하영은 흘낏 우중을 보았다. 요지부동이다. 결국 몇 번의 헛손질 끝에 겨우 위치를 잡고 손을 사용해 조심스럽게 우중의 성기를 그녀의 안에다 넣기 시작했다. 몇 번 미끄러지면서 빠져나갔다가 겨우 반쯤 넣는데 성공했다. 하영은 손을 빼고 몸을 내려, 앉았다.

“아!”

안이 뻑뻑하고 아프게 느껴져서 절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는 하영. 충분히 젖어 있을 텐데도 자세를 바꾸자 어딘가 불편하고 아프다. 가만히 앉아서 움직일 생각도 못하고 있는 하영의 엉덩이를 찰싹, 우중이 때렸다.

“앉아서 도 닦아?”

그녀는 아프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인상을 찡그린 채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을 살짝 일으켰다가 다시 앉았다를 천천히 반복하면서, 그의 위에서 움직인다. 여전히 윙윙 대고 있는 엉덩이의 소음도, 이물감도, 이제는 꽤 익숙해져서 그럭저럭 참을 만해진 상태인 하영. 이제 시작된 앞의 통증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움직임을 따라 아릿한 아픔이 배를 울렸다. 

“으응.. 아, 아악!!”

그녀가 너무 느리게 움직이자 참다못한 우중이 하영의 허리를 잡고 거칠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서서히 참을 만해지면서 겨우 그녀 자신도 즐길 수 있게 되어가고 있었는데, 우악스런 우중의 손놀림이 그것을 방해했다. 

“아! 아!! 앗!!!”

그녀가 내지르는 비명은 고통 때문이었지만 우중의 귀에는 무척 흥분한 것처럼 들렸다. 우중은 몸을 세워 더 세게 위아래로 움직이다가, 하영의 뒤쪽에서부터 길게 삐져나온 스위치를 잡고 진동 강도를 확 올려버렸다. 위이이이이이잉- 하는 귀에 거슬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서 최고 강도까지 올라가버리자 하영의 몸이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튀어 올랐다. 

겨우 참을 만해졌다 싶었더니 다시 내장이 뒤틀리는 것 같은 괴로운 감각이 하영을 괴롭힌다. 빨리 저게 몸속에서 제거 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날 것처럼 그녀의 온 몸이 베베 꼬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안절부절 못하는 괴로운 얼굴이 된 하영이 우중을 결정적으로 자극했다. 그는 거칠게 헉헉대면서 있는 대로 얼굴을 찡그렸다.

하영은 빨리 그가 자신에게서 나오기를 빌고 또 빌었다. 앞은 얼얼하고 뒤는 쌀 것만 같다. 퍽퍽 거리며 정신없이 움직이는 그는 절정을 향해 사납게 질주 중이었지만 끝날 듯 좀처럼 끝나지 않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속으로 이백구십팔까지 세었을 때, 그는 드디어 긴 숨을 토해내며 침대 등받이에 기대었다.

“이제 저거 빼도 될까요?”

확, 진동 강도를 내려버린 다음 그녀는 말했다. 변명도 준비해뒀다. 너무 시끄러워서 내 말 못 들을까봐. 그 말을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우중이 거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으니까. 

그녀가 어정쩡한 손놀림으로 스위치를 흔들며 말하자 그는 단호하게 도리질을 했다. 하영은 바로 울상이 되었다.

“진짜 이상한데.. 언제까지 하고 있어야 되요?”

“어떻게 이상하길래?”

우중이 짓궂게 웃으며 스위치를 잡아당겼다. 조금씩 당기자 미끄덩거리는 움직임 때문에 더 속이 불쾌해진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어딘가 흥분되었다. 너무 오래 넣고 있다 보니 뒤로 느끼는 법을 배워 버린 건가. 하영은 그것이 부끄러웠다.

“좀 더 다가와 봐.” 

“엉덩이 내 쪽으로 돌려.”

이제 그만 씻으러 갔으면 좋겠는데 좀처럼 끝내주지 않자 하영은 슬슬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시키는 대로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그녀는 순순히 엉덩이를 그 쪽으로 댔다. 그에게 여러 가지 꼴을 보이고 나니 일일이 민망해하는 것도 지겹게 느껴진다.

“말해보라고. 어떻게 이상한지.”

끈을 잡아당겨 반 정도 뺐다가, 다시 안으로 밀어 넣었다가를 계속 반복하자 항문이 민감하게 자극되면서 이물감이 강해졌다. 엄청 배탈 난 것처럼 속이 구루룩 거리면서 괴로워서, 하영의 얼굴이 점점 찡그려진다.

“입 없어?”

아주 세게 잡아 당겼다가, 거의 빠지기 직전에 쑥 밀어 넣어버리는 우중.

“악!”

“말 안하면 계속 할 거야.”

“배탈 난 것 같아요! 그만해요.”

“똥 쌀 것 같다는 거야?”

“....네.” 

그제서야 우중의 움직임이 멎는다. 겨우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거야? 변태 같으니라고!

“너 피곤해?”

“네? 조금요..”

기진맥진해 있는 하영이 우중의 눈에도 피로해보였나 보다. 이제야 끝난 건가 싶어 몹시 안도하는 그녀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우중의 한 마디.

“이제 하나 남았으니까 조금만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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