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26)

00023  두번째 손님:이상한 상냥함  =========================================================================

                                                      

“앞으론 욕실 문 잠그지 마.”

“..볼 일 볼 때에도요?”

“그때도 보여주고 싶어?”

우중은 변태같이 웃었다. 어쩌면 그 딴에는 씩 웃는다는 게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여간 퉁퉁 불은 거대한 얼굴이 잇몸을 드러내고 웃자 하영은 섬뜩함을 느꼈다. 홱 고개를 돌리고는 샤워 부스 쪽으로 가려는데,

“백은 왜 들고 들어온 거야? 이거 명품인가? 아까도 옆에 놓고 밥 먹더니.”

명품은커녕 백화점 세일할 때 5만원 주고 산 것이었다. 우중은 신비스러운 물건 보듯이 조심스레 하영의 갈색 백을 집어 들었다. 하영이 다가와 그에게서 백을 돌려받기도 전에 그는 그 안에 든 전기 충격기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백은 살짝 열려 있었고 내부의 전기 충격기가 얼핏 보이는 상태였다. 우중은 지퍼를 조금 더 열어 전기 충격기를 꺼냈다.

“넌 내가 무서워?”

우중이 무표정한 얼굴로 하영을 쳐다봤다. 당황한 그녀는 타월을 쥔 손을 놓치고 말았다. 전라가 되었음에도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 있는 그녀를 그는 아주 오랫동안 표정 없는 얼굴로 쳐다봤다. 우중은 스위치를 켜 전기 충격기가 드르륵 거리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다시 끄고 가방에 넣었다. 뒷걸음질 치던 하영을 흘낏 쳐다본 다음, 다시 가방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무서워도 어쩔 수 없어. 샤워할 땐 옆에 못 두니까 그렇게 알아.”

그렇게 말한 다음 먼저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하영은 머뭇거리다가, 그가 쳐다보자 따라 들어갔다. 샤워 부스는 간신히 이 두 사람을 수용했지만,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그는 샤워기 물을 틀어 적당한 온도를 맞춘 다음 그녀 몸에 샤워기를 갖다 댔다. 

손님한테서 내 몸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런데도 하영은 그가 알아버렸다는 게 수치스러웠다. 지금 우리는 부부 연기를 하고 있는 중이고, 부부 사이에는 그러지 않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일까. 사실 그는 무례하게 멋대로 그녀의 가방을 열어 보았기 때문에 하영에게는 화낼 자격이 있었다. 

이렇게, 그가 주문하는 대로 옷을 입거나 벗고 그가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르고 있으면, 확실히 이 일은 매춘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단순한 매춘부처럼 술 마시고 웃고 섹스 하는 게 다가 아니기 때문에, 아마 그렇기 때문에, 이다지도 뒷맛이 씁쓸한 걸까 싶어서, 하영은 우울해졌다.  

그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녀 몸에다 바디 샴푸를 발라주었고 자신에게도 발랐다. 그는 하영이 자기를 씻어주는 걸 거절했지만 등만은 어쩔 수 없이 그녀 손에 맡겼다. 그의 등짝 넓이는 웬만한 남자들 두 세배는 되어서, 세제를 다 묻히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의 중심은 발기 되어 있었고, 꼼꼼히 그녀의 가슴에다 비누칠을 하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손길은 분명 성적인 것인데도, 그는 마치 성욕이 없는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몸은 뻔뻔할 정도로 욕망을 드러내는데, 얼굴과 말로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하영은 참 이상한 남자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 앉아.”

우중은 드라이기로 하영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아주 꼼꼼하게 말린 다음 에센스까지 발라 준다. 여자 친구나 아내에게 줄곧 이러고 싶었던 것일까. 따지고 보면 그녀는 그에게 접대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성대한 식사와 샤워 서비스를. 뭐, 저렇게 생긴 남자한테서 샤워 서비스 같은 걸 받는 게 기쁜 일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녀를 씻겨주고 말려주긴 했으니까. 어쨌건 이런 건 오히려 남자들이 그녀한테 부탁하면 했지 그녀가 해줄 일은 아니었다. 아마 앞으로 이 일 하면서 이런 식으로 남자한테 서비스 받는 일, 아주 드물 테지. 

이제 끝난 건가 싶어 일어나려는 하영에게 우중은 그대로 있으라고 했다. 앉은 채로 돌아만 보자 오일 병을 들고 와서 내용물을 손바닥에다 떨어뜨리고 있다. 그는 모든 동작이 아주 꼼꼼했기 때문에, 이거 다 바르는 데 아마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하영한테만 발라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바를 테니까. 

그는 오일 묻은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댔다. 그녀 바로 앞에 상당한 크기의 거울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등 뒤에 선 그가 몸을 숙여 그녀 가슴을 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대다가 유두를 애무한다. 유두가 빳빳해질 때까지 손가락으로 쓸었다가 다른 쪽 가슴으로 이동하는 그에게 오한을 느끼면서, 그녀는 아까의 생각을 정정했다. 

이건 서비스도 뭣도 아니라고. 아까 식사도, 그냥 음식만 차려준 게 아니라 변태적인 옷차림을 강요했으니까 무효야.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를 꼼꼼하게 애무해주었다. 덕분에 하영의 온몸은 베베 꼬일 정도로 달아올랐지만 그의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흥분을 수치스럽게 여겼다.

“제대로 젖었네.”

우중의 검지가 불쑥 하영의 질 안으로 들어갔다. 아플 정도는 아니었지만 갑작스런 이물감에 흠칫하는 그녀의 눈앞에 번들거리는 자신의 검지를 흔들어 보이는 우중.

“핥아. 네 꺼잖아.”

하영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순순히 그것을 핥았다. 시큼하지만 자신의 몸에서 나온 것이어서 일까 정액보다는 먹을 만했다. 

우중이 뒷마무리를 하는 것을 기다리느라 알몸으로 뻘쭘하니 바닥만 보고 앉아 있는 하영을 드디어 우중이 일으켰다. 그를 따라 일어나면서, 수납장 속 핸드백이 의식되기 시작한 하영. 그녀가 무언가 머뭇거리는 것이 그에게도 전달되어, 그는 그녀를 따라 멈추어 섰다. 묘한 눈으로 하영을 쳐다보는 우중. 간파된 것 같아 다시금 죄책감이 고개를 든다. 하영은 머뭇대다가, 그냥 밖으로 나와 버렸다. 설마 뭔 일 나기야하겠어, 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우중은 군말 없이 그녀를 따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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