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열전 48.
저녁시간에 맞추어 한국관에 도착했다.
안사돈이 고맙게도 귀한 산삼을 선물로 주겠다고 하였다.
남자에게 좋다는 말에 염치 불구하고 달려왔다.
내 남자 병진씨에게 달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돈은 남편에게 달여 주라고 말했지만 애초에 산삼의 주인은 정해져 있었다.
요즘 혜경이와 떨어져 생활하며 스트레스가 많은 내사랑 병진씨에게 좋은 약이 될것같았다.
정성껏 달여 먹여서 병진씨을 더 활력있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막내며느리 형자가 한국관 입구에 나와 나를 맞아주었다.
사돈과 약속이 있어서 왔다고 하니가 안채에 들어가셨다고 말해 주었다.
안내해 주겠다는 막내며느리의 성의를 거절했다.
며느리가 한국관의 많은 손님들 때문에 몹시 바빠 보였기 때문이었다.
몇일 묶은적이 있는 안채라 혼자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별채쪽으로 난 입구로 나갔다.
별채를 지나 안채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안채는 한국관이나 별채와는 다르게 불빛이 아주 미세하게 보이고 있었다.
안채에 도착했다.
대문과 현관이 모두 열려 있었다.
몇일 묶을때도 이런적이 많아 별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신을벗고 올라가 거실쪽을 살펴 보았다.
조명은 은은하게 켜져 있었지만 안사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방쪽으로 발길을 옮기다가 안방쪽에서 나는 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낮은 여자의 신음소리를 분명히 들었기 때문이었다.
발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안방쪽으로 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조금 열린 안방문사이로 흘러 나오는 신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고 있었다.
문 바로앞에 도착했다.
방안의 작은 소리마저 다 들릴정도로 주변이 조용했다.
안방의 거친 숨소리 마저 너무나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아하으흑!...여보오!...미칠것같아요...사랑해요...당신최고야...정말사랑해요...엄마아..미쳐
여보오...더..좀만더요!...도연이 미칠것같아요...여보..사랑해요...도연이 당신없이 못살아요"
"아아아...아하아아...도연이 사랑해...너무좋다...최고야"
"캬아하흑!...아하앙...아앙...너무좋아요...미쳐...어쩜좋아...도연이미쳐요..여보..여보..여보
도연이 어쩌면좋아요!...미친다구요!...끄흡!...아아...너무커요..도연이 몸속이 꽈악 차버렸어"
"아아아아...도연이 보지가 막물어....하아아아...도연이보지 맛있어"
"엄마앙..너무좋아요..더해줘요..도연이보지 맛있다고 더해주세요 여보!...도연이 보지 최고라고
말해주세요...도연이 보지 당신꺼라고 말해주세요...캬아하그흑!...대단해요...정말 최고예요!"
"아아아...도연이보지 최고야...정말맛있어...니보지 내꺼야!...도연이보지 내꺼라구"
"아하아앙!...아아앙...맞아요...도연이보지 병진씨꺼예요...꺄아하앙!..아앙...여보..더 빨리요
더세게요!...도연이 죽여주세요!...여보오...병진씨 사랑해요...여보...병진씨..병진씨사랑해요"
"아아아...도연이 사랑해...도연이 보지...이제 병진이꺼야...아아....너 이제 내보지야!"
"여보오...더..좀만더요!...끄흡!...미칠것같아요...어지러워요!..온것같아요...너무황홀해요
캬아아항!...아앙...아아앙!...병진씨 사랑해요...병진씨..병진씨..병진씨..나 죽을것같아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방안의 두사람은 안사돈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바로 그남자였다.
두눈에서 터져버린 눈물은 하염없이 양볼을 타고 흘러 내린다.
하늘이 폭삭 무너져 내린것 같았다.
두남녀는 나를 조롱하듯 더 뜨겁고 달뜬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안사돈의 까무러 칠듯한 신음소리를 들으며 그 하늘도 무너지는것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안사돈과 나의 하늘은 같은 하늘이 아니었다.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사리분별이 되지 않았다.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조차 결정짓지 못하고 멍하니 눈물만 흘리고 앉아 있었다.
방안에서 나는 소리가 귀에서 천둥처럼 울리며 나를 괴롭혔다.
두손으로 귀를 틀어 막으며 도리질을 쳐댔다.
정신이 조금 돌아 왔지만 내가 할수있는 행동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방안의 소리가 내 고막을 찌르듯 아프게 들리고 있었다.
손이 너무떨려 주먹을 꽉 쥐어야했다.
일어서고 싶은데 일어날수가 없었다.
방안에서는 그런 나를 저주하는듯한 주문처럼 격정적인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꺄아아하큭!..너무해요..그만!...여보 살려주세요..도연이죽는단말야..끄흡!...정말죽어요!
제발 한번만 살려주세요!..여보..잘못했어요..한번만 용서해 주세요!...캬아학!..아크으흑!"
"멈출수가없어...아아아아...사랑해 여보...사랑해 도연아"
"여보오!...정말미워..병진씨나뻐요!...죽는단말야...흐어어엉..어어엉..허어어엉..제발멈춰!
병진씨바보야!..도연이 죽이려는 나쁜사람이야!..캬아학!..아크흑!...미쳤나봐!..하지마요!"
"도연이가 앙탈을 부리니까 더 하고싶어...더 괴롭히고 싶어!...죽여버릴꺼야!"
"엄마아앙!...아앙...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앙탈부리지 않을께요!...무조건 잘못했어요!
여보!..제가 이렇게빌잖아요...한번만 용서해주세요!..당신말 잘들을께요!..왕처럼섬길께요!"
여우같은 안사돈이 병진씨를 홀리고 있었다.
더러운 보지를 벌려주며 착한 병진씨를 오염 시키고 있었다.
도저히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있는힘을 다해 억지로 일어섰다.
방문을 향해 두걸을 다가섰다.
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누가 내손을 낚아채고 있었다.
하마터면 놀라서 소리를 지를뻔 하였다.
은은한 조명아래 내 손을 잡은사람은 다름아닌 막내 며느리 형자였다.
형자는 나를 부축하며 말없이 현관쪽으로 걸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멈추지 않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내 추한모습에 스스로 절망하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갑자기 하나뿐인 딸 혜경이가 생각났다.
혜경이가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고 노여웠을까?
자기의 남편에게 엉덩이를 까고 박음질에 보지를 대주던 친엄마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내가 딸에게 지은 죄값으로 벌을 받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한국관의 안채에서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나는 막내 며느리가 운전하는 차에 기대어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막내 며느리는 차를 한강 고수부지에 세워주고 차에서 내렸다.
검게 흐르는 강물을 보며 울고 또 울었다.
형자가 물을 한병 사와서는 내 손에 쥐어주었다.
시원한 물을 벌컥이며 반통이나 마셨다.
반짝하고 정신이 들었지만 잠시후 나는 다시 멍청이가 되어 버렸다.
"어머니...집에 모셔다 드릴께요"
"싫다...지금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미쳐버릴것 같구나"
"그럼...여기 더 있을까요?"
"조금만 더 있자구나"
"예...내려 있을테니 필요한거 있으시면 크락션 누르세요 어머니"
"그러마"
막내 며느리가 차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어딘가로 오랫동안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제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이 모든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막내 며느리가 차에 타지 못하고 추워서 떠는것 같았다.
크락션을 눌러 며느리를 차에 태웠다.
"뭐 필요하세요 어머님?"
"아니다...밖이 추울것같아 눌렀다"
"고맙습니다...날이 조금 차요"
"아가"
"예 어머니"
"너는 어디까지 알고있니?"
"뭘요?"
"그냥...다...모두다 말이다"
"대충은 알아요"
"아는대로 말해보렴"
"....."
"말해보래두...남은 아니지만 나와 사위가 아닌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구나"
"....."
"말해다오...네가 본 나를 좀 상세하게 말해주렴...내가 부탁하마"
"해드릴께요...들으시다가 뭣하시면 어머님이 바로 멈추어 주세요"
"그래...그렇게 하마...시작하거라"
"예 어머니...어머님과 병진씨의 관계를 처음으로 눈치챘던건 혜경아가씨 집에서 였어요
아가씨 조리원에 계시고...제가 반찬 만들어서 한달넘게 날랐잖아요...그때 어머님이..
벗어놓으신 속옷 빨면서 알았어요...그리고 아가씨가 당진에 가서 지낸다는 말 듣고는
어머님과 병진씨가 아가씨에게 들켰다고 추측했어요 병진씨가 한국관 안채를 임시거처로
쓰시면서 술을 마시고 힘들어 할때 잠꼬대처럼 한말을 듣고 내 추측이 맞았다고 느꼈어요"
"그랬구나...네 어머님이랑...안사돈 말이다...오래되었니?"
"오래되지 않은것같아요...아마도 안채로 옮겨 오셔서 그렇게 된것같아요"
"음...그래"
"내가 더럽고 추해 보이지않니?"
"그렇지않아요...저 어머님 이해할수 있어요?"
"뭐?...네가 날 이해한다고?...내가 사위와 넘으면 안되는 선을 넘었는데도 말이니?"
"저도 넘었으니까요....죄송합니다 어머니...용서해 주세요"
"아아...어째 이런일이....오래 되었니?"
"어머님보다 먼저요"
"너 요즘 네 남편이랑 잘 지내지 않니?...내가 듣기로는 그렇게 들었는데"
"잘 지내고 있어요...결혼해서 지금처럼 잘 지낸적이 없었어요"
"나도 그건안다...내 아들이 단점이 있고해서 모른체 했을뿐이다"
"그분은 항상 나에게 남편에게 잘하라고 하셨어요"
"말 안해도 안다...나도 똑같은 소리를 들었단다"
"어머니...정말 죄송합니다...잘못했습니다"
"에휴...내가 널 때릴수 있는 입장이면 좋겠구나...불쌍한녀석...울지말거라"
"저희엄마가 나랑 그분을 떼어 놓으려고 많이 노력하셨어요...하지만...불가능해요 어머님
저는 이제 그분없이 하루도 못살아요...저희엄마도 저한테 지셨어요...그래서 안채에다가
우리가 지낼수 있는 공간을 2층에 만들어 주신거예요..그리고 제가 엄마랑 그분을 편하게
만들어 드렸어요..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지금 참 행복해하세요"
"행복하신것 같더구나"
"이야기 나온김에 다 알려드릴께요...듣기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해보거라"
"사실은 치과형님하고 정관장형님도 병진씨와 깊은 관계라고 알고있어요..저보다 오래됐구요"
"뭐라구?!...그게 사실이니?...얼른 더 해보거라"
"두분모두 병진씨랑 뜨겁게 사랑했어요...결국 질투에 싸움까지 하셨어요...얼마전에 형님들
많이 마르시고 아픈적 있었잖아요?...그때 병진씨가 두분 싸웠다고 힘들어 하시면서 이별을
통보했어요...그래서 형님들 밥도 못먹고 그렇게 힘들어 하셨던거예요...어머님 모르셨죠?"
"내가 어떻게 아니?...세상에나...참 요상한 집안이 하나 생겼구나"
"형님들도 병진씨에게 느끼는 사랑이 무척 깊은것 같아요"
"그거야...그렇겠지"
"어머님 힘드시죠?"
"안그러면 그게 어디 사람이겠니?...에휴...내 아들들이 불쌍하구나"
"아가씨는 어떻게 하신데요?"
"당진에 당분간 있을모양이야...다행이 시아버지 말씀은 듣는구나"
"다행이네요...어머님 저랑 술한잔 하실래요?"
"술?...그래...마시자구나"
"어디로 모실까요?"
"네가 알아서 가렴"
"한국관은 싫으시죠?...별채에 따로 주방하고 식당이 있어서요"
"그냥 그리로 가자...괜찮아"
"그럼 한국관 별채로 갈께요 어머니"
"오냐"
"시아버님이랑 저희 집에는 어머님이랑 한국관에 같이 있다고 제가 전화 드릴께요"
"그러렴"
차가 별로없는 심야의 강남대로를 달려 양재동 한국관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별채앞에 차를 세우고 막내 며느리 뒤를 따라 건물로 들어섰다.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초저녁에 들었던 두사람의 신음소리가 환청처럼 나를 괴롭혔다.
막내 며느리가 능숙한 솜씨로 안주를 만들었다.
후리이팬에 나를 주기위해 무엇인가를 열심히 볶고있는 며느리의 뒷모습이 무척 슬퍼 보였다.
나도모르게 자꾸만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며느리가 멋드러진 접시에 안주거리를 담아 식탁에 올려놓고 있었다.
울고있는 나를 발견하고 내옆으로 다가왔다.
아무말없이 내 슬픈얼굴을 자기품에 안아넣어 주었다.
콩닥 거리는 며느리의 규칙적인 심장소리가 나를 안정시켜 주고 있었다.
"어머니 이제 그만 우세요...모두 다 지나갈꺼예요...울지마세요...제가슴이 아파 죽겠어요"
"흑..흐흐흑...어허어어엉...엉엉엉...어엉엉헝...어엉엉엉"
"어머님...차라리 우세요...참지말고 시원하게 펑펑 우세요..실컷 울어 버리세요"
나는 부끄러움도 못느끼고 며느리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눈물이 마를무렵 조금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며느리를 살짝 밀어내며 고개를 숙이고 흉할것 같은 내모습을 정리했다.
며느리와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저녁을 먹으러 왔다가 봉변을 당한 빈속에 들어간 술의 위력은 대단했다.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을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소주 2병에 며느리와 나는 아주 오랜 술벗처럼 이런저런 속을 내어 보이며 수다를 떨어댔다.
취기는 있었지만 정신은 말짱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징그러운 환청도 더이상 들리지 않아 너무 좋았다.
"그래서 사돈이 나에게 복수를 한거구나?...그렇지않니?"
"호호호...그럴수도 있겠네요...우리엄마 뒤끝있죠?"
"안사돈 그렇게 안봤는데 정말 뒤끝이 대단하시구나...한복 잘 차려입고 고운척은 혼자 하시면서"
"호호호호...맞아요 어머니..우리 엄마가 좀 내숭은 있어요"
"그렇지?...내 그럴줄 알았다"
"어머님 우리 한잔 더해요?"
"그럴래?"
"예...우리 둘이 밤새도록 마셔요"
"그래...그러자구나"
"제가 만두좀 쪄올께요...손수 빚은거라 참 맛있어요...술 안주로 딱이예요"
"그래?...출출한데 잘됐다"
며느리가 주방에서 분주하게 만두를 찜통에 앉히고 있었다.
옆에서 빠른 며느리의 손놀림을 보면서 서 있었다.
등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병진씨와 안사돈이 나란히 서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병진씨!...아직 안 주무셨어요?"
"장모님이 여기 어쩐 일이세요?...형자씨 어떻게 된거예요?"
"일단 앉으세요...그럴일이 있었어요...병진씨 잠깐봐요"
"아..알았어요"
며느리가 내사랑을 채서 주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안사돈과 마주보며 어색하게 서 있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 마음먹은 안사돈의 눈빛을 읽을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겁을 잔뜩 집어먹었는지도 모를 그런 애매한 눈빛이었다.
"오늘 초대는 평생 잊지 못 할것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 하실필요 없습니다"
"많이 힘드시죠?"
"사실...좀 힘드네요"
"저도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잊혀지지가 않더라구요...유치한 보복 사과 드립니다"
"덕분에 많은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며느리들과 사위의 관계도 말이예요"
"일찍 아시는게 오히려 났다고 생각이 드는데...제생각 입니다만"
"옳은말씀 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돈에게 절대 일말의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단지"
"사돈마음 다 압니다...우리 서로가 다 아는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사돈만 좋으시다면..사돈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습니다"
"그건 안됩니다"
"역시 노여우시군요?"
"아니요...왜 친구 처럼은 싫은지 알려드려요?"
"알려주세요"
"제가 4살이 많습니다...제 나이 모르셨나요?"
"아..맞네요...제가 주제넘는 제안을 했습니다...정정 하겠습니다...자매처럼 지내고 싶습니다"
"받아 들이겠습니다"
"같이 한잔 마시고 싶은데...괜찮으세요?"
"며느리랑 밤새 마시려고 안주 만들고 있었습니다...우리 오늘 밤새 마셔 봅시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이상하다.
서로가 너무 닮아서일까?
분노와 노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복수를 한것이라 털어놓는 사돈이 오히려 좋아지려고 하는 감정이 당황스럽다.
내가 이토록 외로웠던가?
사돈 말대로 아주 친한 친구가 될수 있을것 같았다.
안사돈은 며느리보다 훨씬 더 능숙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안주를 만들어 내놓았다.
멋진 술상이 차려졌다.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금방 소주 한병을 비워내고 있었다.
그때서야 내 사랑하는 병진씨와 며느리가 나타났다.
두사람은 친구처럼 농담을 즐기며 소주를 마시는 우리를 보고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아마도 두사람은 우리의 만남을 꽤나 심각하게 생각했던것 같았다.
"장모님...괜찮으세요?...형자씨에게 다 들었어요"
"괜찮아..아무렇지도 않아..오히려 속이 다 후련해..이리와 같이 술이나 밤새 마시자고"
"내아들 앉아서 한잔해...이 언니 괜찮으셔...이제 우리 친자매 처럼 지내기로 했어"
"그래요?...참 잘하셨어요...너무 갑작스러워서"
"언니 우리아들 멋지죠?"
"아니 어떻게 내 멋진 사위가 졸지에 동생 아들이 된거야?...나 인정못해"
"나 아들 없어서 병진씨가 아들 노릇 해 준다고 했거든요...그치 아드을?"
"예?...아..예..그랬어요..엄마"
"좋다 까짓거...내가 다 인정해 줄께...아들도...내 며느리들도...동생도 말이야"
"캬!...역쉬!...우리 언니짱!!"
나는 약간 취한척을 해가며 모든것을 인정해 버렸다.
내 혼자 짊어졌던 저주의 표적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것 같았다.
혜경이의 저주가 오직 나를 향할것 같지않아 오히려 편해지는 내 한심함을 느꼈다.
정말 뻔뻔하고 가소로운 책임회피였다.
선과악에서 악으로 존재하던 나에게 면죄부가 주어진것 같았다.
절대악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많이 위로해 주고 있었다.
혜경이 주변에는 예전부터 나와 비교해 고만고만한 악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었다.
그런 사실이 내 사지에 단단하게 채워져 있던 족쇄를 풀어주고 있었다.
우리는 정말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형자엄마가 나를 붙들고 우는바람에 짜증이나서 죽을뻔했다.
과부로 오래살며 한이 많이 쌓여버린 도연이가 불쌍했다.
먼곳에서 동이 터올무렵 자리에서 일어났다.
넷이서 한국관 안채로 들어갔다.
두 모녀가 내사랑을 감히 욕심내지 않아 다행이었다.
병진씨는 나를 안고 2층으로 당당히 올라가 주었다.
바로 알몸이 되어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의 품에안겨 1층까지 들리도록 악같은 신음을 질러대고 있었다.
두 모녀가 흘린 보짓물이 한강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병진씨의 대물에 모든것을 맡겼다.
난 결국 세번째 오르가즘과 동시에 기억을 놓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