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열전 39.
한달 가까이 그 근본없는 보짓물의 향기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오빠의 몸에서 내 후각을 자극하던 그 더러운 냄새는 나를 점점 더 힘들게 하였다.
자꾸만 커지는 의혹과 의심에 내 영혼까지 병이 날것만 같았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들에게 오빠흉을 보며 울었다.
그런 내모습이 너무 후지게 느껴져서 정말 속상했다.
내 첫사랑인 오빠를 의심하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다.
그나마 엄마가 항상 내옆에 있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만약에 엄마마저 내곁에 없었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것 같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가 내 육아와 살림을 도와주러 오셨다.
"엄마 나 좀 잘께요"
"너 왜 요즘 그렇게 힘이 없어보이니?...무슨일 있어?"
"별일없어요...나 산후 우울증인가봐...자꾸만 짜증이 나고 화가나"
"병원에 가볼까?"
"그정도는 아닌것같고...자꾸만 오빠한테 의심이 생겨...꼭 바람피우는 느낌이 들어"
"별소리를 다한다...김서방 절대 그런사람 아니니까 그런소리 입밖에도 꺼내지 말어!"
"도대체 누구 엄마야?...엄마는 내 속도 모르면서 오빠편만 들어?"
"네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뭐가 쓸데없는 소리야?...알지도 못하면서"
"너 무슨일 있었니?...말을 해야 알것아니니?"
"오빠 몸에서 다른여자 냄새를 맡았어...기분이 정말 더러워"
"네가 예민해서 그런걸꺼야...내일 이라도 병원에 가보자"
"기분 나쁘니까 환자취급 하지마!"
엄마는 야속하리만치 내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자꾸만 오빠를 두둔하는 엄마가 너무 꼴보기 싫었다.
마치 내가 의부증 환자라도 되는냥 몰아가는 엄마가 참 어이 없었다.
오빠를 좀 감시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찍 들어온 오빠가 내가 잠든틈에 나가서 딴여자를 만나는것 같았다.
의심은 의심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날이 갈수록 나를 삼류 소설가로 만들고 있었다.
오빠가 밤늦게 집을 나가면 따라붙을 생각으로 낮에 잠을 미리 자두었다.
오빠는 초저녁에 내가 자는척을 해도 나가지 않았다.
엄마말대로 내가 예민해서 그런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내 직감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었기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어찌되었던 일단 집에 들어온 오빠는 다시 집을 나서지는 않았다.
오빠에 대한 의심이 조금씩 걷혀지고 있었다.
내가 정말 멀쩡한 내 첫사랑을 의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빠에게 조금 미안했다.
주말에 오빠가 사돈어른이 운영하시는 한국관의 일을 도와주고 갈비찜을 얻어 왔다.
대한민국 최고 명장의 갈비찜은 정말 맛있었다.
엄마와 함께 복분자주를 세병이나 마시며 만찬을 즐겼다.
오빠가 얼굴이 붉어진 우리 모녀를 술주정뱅이 같다며 놀려댔다.
오랫만에 기분좋게 한잔하고 일찍 오빠와 함께 자리에 누웠다.
오빠는 술냄새가 난다면서도 나를 욕심내 주었다.
격렬한 섹스가 이어졌다.
온몸이 다 타버릴것 같은 뜨거운 섹스로 하나가 되었다.
오빠 품속에서 정말 오랫만에 행복한 느낌으로 잠이 들었다.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어났다.
당연히 내 옆에 있어야할 오빠가 침대에 없었다.
오빠가 드디어 그년에게 간것같아 머리카락이 쭈뼛하고 다 서버렸다.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문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조금 열린 문틈사이로 귀에익은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오빠의 목소리였다.
순간 안도감이 느껴졌다.
문을 열려다 엄마의 웃음소리에 멈칫하고 있었다.
나와 술을 마시고 작은방에서 잔다고 들어간 엄마가 병진씨와 웃고 있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두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아주 초저녁부터 집이 떠나갈것 같이 신음을 질러대면 어떡해?"
"하하하...우리 장모님 힘드셨구나?"
"그걸 말이라고해?...미웠어 정말"
"미안 미안...내가 잘못했어요 장모님"
"괜찮아...어차피 혜경이랑은 부부잖아...그건 내가 이해해야지"
"우리 장모님은 참 마음도 예쁘셔"
"호호호호...별 칭찬을 다듣네"
나는 더이상 두사람의 대화를 듣기 싫어졌다.
조금 더 있으면 내 험담을 할것만 같았다.
오빠가 집에 있다는것 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힘을주며 참고있던 소변이 터져 나올것만 같았다.
두사람이 있는 거실로 나가지 않고 안방에 딸린 화장실로 향했다.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물을 내렸다.
화장실에서 나가자 오빠가 조금 당황한 모습으로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났어?"
"응...오줌이 너무 마려워서 깼어...오빠는 안자?"
"자..자야지...얼른자자"
오빠와 나란히 누웠다.
소변이 급해서 내 판단력이 흐렸던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전의 엄마와 오빠의 대화는 장모와 사위의 정상적인 대화가 아닌것 같았다.
눈을감고 엄마와 오빠의 대화를 복기해 보고 있었다.
"아주 초저녁부터 집이 떠나갈것 같이 신음을 질러대면 어떡해?"
"하하하...우리 장모님 힘드셨구나?"
"그걸 말이라고해?...미웠어 정말"
"미안 미안...내가 잘못했어요 장모님"
"괜찮아...어차피 혜경이랑은 부부잖아...그건 내가 이해해야지"
"우리 장모님은 참 마음도 예쁘셔"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고 있었다.
이건 누가 보아도 장모와 사위의 대화가 아니라고 말할것 같았다.
결혼 후부터 엄마의 행동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엄마는 아빠가 계시는 집보다 우리집에서 지낸 날이 훨씬 더 많으셨다.
엄마는 나와 오빠의 섹스를 훔쳐보며 자위까지 했다고 스스로 털어 놓으셨었다.
모든것이 갑자기 혼란 스러워지고 있었다.
그럼 아빠 생일날 오빠의 자지에서 나던 암내가 엄마의 냄새였단 말인가?
술에취해 인사불성이 된 아빠를 두고 엄마와 오빠가 섹스라도 한것일까?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가 정말 미워지고 있었다.
이불속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호흡이 가빠지며 괜스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뼛속까지 파고드는 배신감에 치가 떨리기 시작했다.
자꾸만 그날 오빠 자지에서 나던 더러운 보지냄새가 엄마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에게 형벌같은 것이었다.
덫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내 첫사랑을 감히 건드린 요물을 잡기위한 완전한 덫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단 한번에 명줄을 끊을수 있는 아주 강력한 덫을 만들기고 마음먹었다.
평소 날 무척이나 사랑해 주시는 시아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무슨일 있느냐시며 다정하게 물어 주셨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지만 억지로 참아냈다.
바로옆에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부 전화라고 말씀드렸다.
손주가 보고 싶다시며 내가 원하는 말씀을 해주셨다.
"아버님 저도 답답하고 그러니까 차 좀 보내주세요...경석이하고 바로 내려갈께요"
"그럴래?...당장 보내마"
"고맙습니다 아버님...사랑해요"
"허허허...나도 우리 새아가 사랑한다"
바로 옆에서 엄마가 나와 시아버님의 통화를 듣고있었다.
엄마의 입가에 번지는 가증스러운 미소가 정말 역겨웠다.
어린것을 데리고 무리하게 먼곳을 간다며 나를 핀잔주는 엄마가 정말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가방을 꼼꼼하게 싸주고 있었다.
아이의 옷가지며 장남감까지 꼼꼼하게도 싸주었다.
정말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모든것이 역겹고 더러웠다.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진에 가서 삼사일 있다가 오겠다는 내 말에 정말 잘 생각한 일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소리없이 웃어 넘겼다.
"김서방이 다녀오라고 하니?"
"좋아하네요...시부모님이 경석이 많이 보고싶어 하신다면서"
"하긴 그렇지...친손자가 얼마나 보고 싶으시겠니?"
"그래서 큰맘먹고 한 삼일 쉬었다고 오려구...엄마가 오빠 밥 좀 챙겨줘"
"그럼...아무 걱정말거라...내가 아침 저녁으로 드나들며 잘 챙겨 먹일께"
"엄마가 있으니까 이럴때 참 좋다"
두시간 정도 지났을때 시아버님이 보내주신 고급 세단이 도착했다.
나는 미리 준비한 가방을 들고 경석이와 함께 차에 올랐다.
세단은 오후 일곱시쯤 당진 시댁에 도착했다.
신도 신지 않으시고 뛰어 나오시는 시아버님이 너무 반가웠다.
아버님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내 웃음이 쓰다는것을 아버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셨다.
경석이를 받아 안으시고는 물고 빨기 시작하셨다.
그런 시아버님을 보면서 설움이 북받쳐 올라오고 있었다.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서 있었다.
"얘 새아가...너 왜우니?...대체 무슨일이 있길래 그리 섧게 우는거니?...어서 말해보렴"
"그런거 없어요 아버님...그냥 제아이 예뻐해 주시니까 기뻐서 그런가봐요"
"솔직하게 말해보렴...차 보내달라고 할때부터 내 직감이 좋지 않았단다"
"저 괜찮아요 아버님...그저 산후 우울증이 조금 있나봐요"
"아휴 내가 무심했구나...예로부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 했는데...미안하구나 아가야"
"아니예요 아버님...아버님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고 계세요...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부끄럽구나...그만 그치렴...자...아가야...이걸로 눈물부터 닦아"
"고맙습니다 아버님"
미리 준비해 놓으신 저녁을 대충 먹었다.
여전히 나를 살피시는 시아버님 때문에 그나마 많이 먹은것 같았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마주앉았다.
시어머니는 경석이를 챙기며 안방에 들어가 계셨다.
"너 무슨일이 있는게지?"
"아니예요...그냥 바람쏘이고 싶어서 내려 온거예요...아버님도 뵙고 싶었구요"
"입술에 침이나 발라라"
"정말이예요"
"믿어주마...정말 아무일 없는게냐?"
"없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알았다"
"저 아버님"
"응...그래?"
"저 홍성에 대학 동기가 살아요...내려온김에 잠깐 얼굴이라고 보고가고 싶어서요"
"그러렴...바로 옆동네인데 뭐가 어렵겠니?"
"고맙습니다...저 좀 다녀 올께요"
"내가 데려다 주마...나도 그쪽에 친구들이 많아...따로 놀다가 대리불러 같이 오자구나"
"아버님 그러시면 저 안갈래요...죄송스러워서요"
"별소리 다한다...얼른나서거라"
시아버님은 안방문을 열고는 조금전의 상황을 시어머님께 말해주고 계셨다.
그리고는 겉옷을 들고 벌써 현관으로 나서고 계셨다.
현관에서 신을 신으신 아버님은 나에게 빨리 나오라고 채근하고 계셨다.
아버님차에 올라탔다.
자상하게 안전띠까지 직접 매어 주시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마음속에 커다란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원래는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로 올라갈 참이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엄마와 오빠를 덮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아버님이 갑자기 끼어드시는 바람에 모든일이 꼬이는것 같았다.
홍성에가서 대충 시간을 떼우다가 올것인지 서울로 올라 갈것인지가 문제였다.
잠깐 갈등하며 결정을 내렸다.
"아버님...저 서울 집으로 빨리 데려다 주세요"
"뭐?...새아가 지금 뭐라고 했니?"
"저랑 오빠가 살고있는 아파트로 빨리 가주세요"
"너 무슨일이 있구나?"
"네...가면서 다 말씀 드릴께요"
"알았다"
아버님의 차는 얼마후 서해대교위에 올라가 있었다.
차량이 별로없는 밤길을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아버님의 침묵은 참 무겁게 느껴졌다.
그런 묵직함이 오히려 좋았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니?"
"확실한건 아니지만 입에 담기도 힘든일이 벌어지고 있는것 같아요"
"어떤말이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자세하게 말해보렴"
"다 말씀 드릴께요"
나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그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을 아버님께 말씀드리고 있었다.
아버님도 내 평정심을 애써 같이 지켜주고 계셨다.
이야기를 다 들으신 아버님이 비상등을 켜시면서 갓길로 차를 세우고는 뒷목을 잡고 계셨다.
아버님의 모습이 힘들어 보여 정말 죄송스러웠다.
차에서 내려 심호흡을 하시고 돌아오신 아버님이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굳으신 아버님의 표정이 조금 무서워 보였다.
아버님이 한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아주셨다.
"아직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아직은 아무것도 확인된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예"
"네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으면 참 좋겠구나"
"저두요"
"지금 안사돈 어른이랑 병진이가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
"예"
"전화로 확인해 보는게 낫지 않겠니?"
"그럴께요"
나는 먼저 친정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차안의 분위기에 맞지않게 너무 밝으셨다.
아버지의 톤에 맞추어 통화를 시작했다.
"아빠...요즘 집에 엄마 잘 안계셔서 힘드시죠?"
"허허허...아니다...나는 오히려 편하다 잔소리 안들으니까...별일없지?"
"예...별일없어요"
"네엄마 내일은 좀 오라고 해라...신고나갈 양말이 없다"
"알았어요"
"네엄마 벌써 자니?"
"예...주무세요"
"애 봐준다고 가서는 맨날 잠만자는구먼 아까 좀 오라고 했더니만 오늘은 못온다고 하더니만
일찌감치 자고 싶어서 그랬나 보구나...아무튼 애 잘키우고...김서방에게 잘해라...알았지?"
"네 아빠...일찍 주무세요"
"그래 내딸도 잘자라"
아빠와 통화를 마치고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내용을 시아버님도 모두 다 듣고 계셨다.
엄마가 바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 그래 잘 도착했니?"
"응 엄마...오빠 저녁줬어?...엄마 지금 어디야?"
"응 아까 너 출발하고 상 차려놓고 왔다...집이지 어디니"
"응...집이구나...알았어 엄마 내일도 오빠 밥 좀 잘 챙겨주세요"
"걱정말거라"
"고마워 엄마"
"그래 시어른들에게 잘하고 오너라"
운전대를 잡으신 시아버님의 표정이 더 일그러지고 계셨다.
아버님이 전화기를 꺼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계셨다.
잠시후 귀에익은 목소리가 아버님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고 있었다.
"아버님 혜경이 잘 도착했죠?"
"그래...잘 도착했다...너는 지금 어디니?"
"저 집에 들어왔어요"
"혼자인데 저녁은 먹었니?"
"예...장모님이 차려놓고 가셔서 잘 먹고 제가 다 치웠는걸요"
"장모님이 참 고맙구나...잘하거라"
"알겠습니다"
아주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것 같았다.
아마 아버님도 나와 생각이 많이 다르지 않으실 것 같았다.
차는 더 빠르게 서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강남대로에 차가 들어섰다.
한남대교 전에서 우측으로 빠져 나왕 오빠가 사는 아파트로 차가 방향을 잡았다.
벌써부터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10시30분쯤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눈을 감으시고 잠시 생각에 잠기시던 아버님이 나를 보시며 어색하게 웃고 계셨다.
손을뻗어 내 작은손을 힘주어 잡아주시고 계셨다.
그저 담담하게 아버님을 쳐다보며 가볍게 목례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버님이 먼저 내리셔서 내쪽으로 건너오셨다.
차문을 열어주셔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땅을 디디며 차에서 내렸다.
순간 휘청하는 나를 잡아주시는 아버님이 너무 감사했다.
아버님이 나를 부축하며 걸으셨다.
에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한층 한층 붉은 번호의 층수가 바뀔때마다 내 심장이 멎어 버릴것만 같았다.
아버님은 일부러 한층 윗층수를 눌러 놓으셨다.
나도 생각못한 아버님의 치밀함에 피식 웃음이 피어났다.
발소리를 죽이며 한층 아래로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아버님이 나를 번호키 앞에 세워 주셨다.
그리고는 나를 가슴에 안아주시며 속삭이셨다.
"이 안에 있는 사람이 너의 어머니이고 남편이다...새아기 정말 들어갈 자신 있니?"
"예"
"그럼됐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녀석...나에게 못된것을 보여주는구나"
"죄송합니다"
"들어 가자꾸나"
"예"
비밀번호를 눌렀다.
서두르지 않았다.
제발 집안에 엄마와 오빠가 없기를 정말 간절하게 바라며 문을 열었다.
내 기대는 현관에서부터 깨어지고 있었다.
현관에는 엄마와 오빠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시아버님은 내 바로뒤에서 혹시라도 내가 쓰러질까봐 내 옷자락을 잡고 따라 오셨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방앞에 섰다.
눈물이 흘러 내린다.
방안에서 엄마와 오빠의 신음소리가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님이 내 손을 잡아 끌어 당기셨다.
힘을주며 아버님의 팔을 뿌리쳤다.
그리고 방문 손잡이를 잡아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방안의 모습은 상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발정난 암캐처럼 엉덩이를 치켜들고 교성을 질러대던 엄마가 비명을 지른다.
장모의 보지구멍에 커다란 자지를 박아넣으며 좋아하던 오빠가 석고상이 되어버린다.
아버님이 방안을 들여다 보셨다.
그리고는 등을돌려 버리셨다.
하지만 나는 그 더러운 향현을 하나도 빠짐없이 머리속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헤..헤경아"
"더러운 그 입으로 내이름 부르지마!!"
문을 아주 매너있게 닫아 주었다.
그리고 거실 쇼파에 가서 주저 앉았다.
더이상 서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한참후 안방문이 열리고 있었다.
두사람이 고개를 숙이고는 거실로 걸어오고 있었다.
시아버님이 오빠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계셨다.
얼굴을 가리는 오빠를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오빠는 신음소리 한번 내지않고 그 매를 다 맞고 있었다.
엄마가 시아버님의 팔을 잡아 말리며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사돈어른...고정하세요...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제발 고정하세요...제가 죽일년입니다
차라리 저를 때려 주십시요...정말 죄인은 김서방이 아니라...이년입니다...저를 때려주세요"
"이거 놓으세요...정말 안사돈에게 실망입니다...놓으세요 내 오늘 아들하나 없는셈 치렵니다"
"고정하세요 사돈어른!....저를 죽여주세요...허엉엉...엉엉..정말 잘못했습니다"
"잘못은 사돈 따님에게 비세요...저는 이녀석 애비니까 이녀석 죽일겁니다...짐승같은놈!"
아버님의 노여움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오히려 담담했다.
너무 기가 막히면 사람이 넋이 빠지는 모양 이었다.
오빠 코에서 흐르는 코피를 보며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엄마의 눈물을 보며 왜 악어의 눈물이 생각나는걸까?
모든것이 다 부질없다고 생각되었다.
갑자기 당진에 두고온 경석이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졌다.
"아버님...운전 하실수 있으세요?"
"왜?...어디가려고?"
"경석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운전 못하시면 택시타고 갈래요"
"할수있다...내가 왜 운전을 못하니?...이깟 인간같지도 않은 인사들 때문에 운전을 못하니?"
"저 당진에 데려다 주세요...여기 있기 싫어요"
"나도 마찬가지다...얼른 가자꾸나"
아버님은 나를 태우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계셨다.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나를 아버님은 자꾸만 살피시며 운전을 하셨다.
서해대교에 차가 올라탔다.
"아버님...행담도가서 부라보콘 하나만 먹고가요...열이 너무 나서 어지러워요"
"그러자구나...가슴에 천불이 났을텐데 그것 가지고 되기나 하겠니?...에휴...딱한것"
사방으로 보이는 바다를 내려다 보며 차가운 부라보콘을 한입가득 배어 물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물고있는 콘에 뭍고 있었다.
한입도 먹지 못하고 콘을 바닥에 떨구었다.
아버님이 다가와 손수건으로 내 얼굴을 정리해 주셨다.
아버님 품속으로 숨어 버렸다.
너무 수치스럽고 이세상이 원망스러워 내 낯을 내어놓고 싶지 않았다.
아버님의 품속이 그나마 나에게 유일한 도피처가 되어주고 있었다.
아이 정말.....
병진이 좇됐네요....
병진이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겨야 할까요?
댓글로 많은 의견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휴우....
갑갑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