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열전 35.
형자엄마 김도연의 의도는 철저하게 빗나가 버렸다.
형자와 나의 불륜을 막아보려 애썼지만 오히려 인정하며 돕는꼴이 되어버렸다.
형자엄마를 만나고 형자와 정말 헤어질 생각을 전혀 안한것은 아니었다.
형자가 나와 헤어지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헤어지리라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내 예상대로 형자는 이미 나를 떠나서 살수없는 완전한 나의 여자였다.
자기에게 맡겨 달라는 형자의 말에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임해 버렸다.
결국 형자는 자기 엄마를 이기고 말았다.
형자엄마가 날 다시 찾아왔다.
형자와의 관계를 또다시 추궁하러 온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180도 빗나가 버렸다.
형자엄마는 나에게 형자를 다시 거두어 달라며 부탁하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형자가 강물에 뛰어들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형자엄마는 형자와 나의 관계를 인정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형자를 만나주지 않자 형자가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고 말했다.
형자 어머님을 딸의 아파트에 모셔다 드리고 차에서 내렸다.
"택시타고 가겠습니다"
"형자에게 전화 한통만 해주고 가세요...많이 기다리고 있을꺼예요"
"가면서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택시를 기다리며 형자에게 전화해 주었다.
형자는 정말 풀죽은 목소리로 흐느끼며 자기 마음을 내어놓고 있었다.
모든것이 다 내뜻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며 시치미를 떼었다.
두번다시 형자 어머님의 그런 추궁을 안받아도 되게끔 깔끔하게 마무리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주..주인님 너무 보고싶어요...흐흑...우리엄마가 주인님과 제관계 인정해 주셨어요
저 몇일동안 밥도 못먹어요...먹으며 자꾸 토하고...매일 주인님 생각 뿐이라구요..
저 버리시는거 아니시죠?....저 버리지 않는다고 약속 하셨잖아요...생각 안나세요?"
"생각나...하지만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잖아...졸지에 불륜남이 되었다고"
"제가 잘못했어요...다시는 이런일 없게할께요 주인님...형자 한번만 더 믿어주세요 제발"
"알았어...우리 내일 얘기하자...대신 지금부터 밥 먹어야해...내일와서 밥 안먹었으면 바로
가버릴꺼야...농담 아니니까 꼭 먹어야해....나 형자 그러고 있으면 속상하단 말야 이바보야"
"주인님 목소리가 왜그래요?...주인님 우세요?...지금 우시는거죠?...흐흑..흐흐흑..흐흑
주인님 말씀대로 할테니까 울지 마세요...형자 가슴이 찢어질것 같아요...당장 먹을께요"
"정말 먹을꺼지?....나 내일 점심시간에 올께...바보같은 계집애"
"먹을께요 주인님...흐흑...흑..흐흐흑...먹을께요"
"엄마 금방 올라가실꺼야...엄마한테도 잘해...참 좋으신분 같더라"
"알았어요 주인님...사랑해요...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주인님"
"나도 너...형자...많이 사랑해"
"흐흐흑...흐흑...흐흐흑...제가 잘못했어요 주인님!"
칼자루가 내 손에 쥐어 졌다고 생각했다.
내일이면 형자와 형자엄마에 관한일은 모두 정리될것 같았다.
일이 예상외로 빨리 마무리 되는것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부터 형자는 정말 평생동안 내여자가 될것만 같았다.
남편있는 자기딸의 다른남자를 인정하는 형자엄마도 대단 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형자를 무척이나 사랑하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에 형자의 아파트로 찾아갔다.
형자의 어머님도 같이 계셨다.
한식 명장다운 상차림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수라같은 상을 받았다.
형자는 마치 왕의 식사를 준비하는 상궁처럼 나를 대접하고 있었다.
형자어머님 앞이라 조금 민망했지만 딸의 현실이 바로 이모습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형자의 시중을 받으며 정말 맛있는 음식들을 배터지게 먹었다.
내 먹는 모습을 힐끗거리시며 형자 어머님도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우리는 거실에서 마주앉아 차를 마셨다.
나는 형자와의 관계를 정리하는게 좋겠다고 이야기를 꺼내었다.
형자와 형자엄마가 내 말을 자르며 사정에 통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결국 못이기는체 형자엄마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었다.
형자엄마는 나에게 다른 부탁이 있다고 어렵게 말을 꺼내었다.
처남이 드나드는 형자의 아파트가 아닌 자기 집에서 형자를 만나달라는 부턱을 하였다.
나는 흔쾌히 허락했다.
형자엄마는 빨리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겠다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웃는 형자엄마의 모습에서 형자가 느껴져서 순간 당황했다.
형자가 들으면 싫어 하겠지만 순간순간 형자와 형자엄마가 겹치고 있었다.
형자는 정말 빠르게 회복했다.
내가 알고있는 체중으로 돌아와야 안아 준다는 내 말에 형자는 먹보가 되었다.
정말 빠른시간에 형자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내 품에 다시 안길수 있었다.
형자엄마의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형자에게 마음에 드는 씽크대며 도배지등을 고르라고 전화가 빗발쳤다.
덩달아 나까지 끌려 다니며 마감재를 골라야 했다.
양재동 끝자락 나즈막한 산 중턱에 자리한 형자엄마의 집터는 굉장했다.
전면에 수백대를 댈수있는 주차장이 있었다.
서울에서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있는 한국관이 주차장 바로 뒤에 자리잡고 있었다.
글로벌 행사의 국빈들을 한꺼번에 접대할만큼 규모있는 식당은 이미 텔레비져을 통해 익숙하다.
백명도 넘을것 같은 직원들이 한국관 내에서 일개미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한식당에 걸맞는 분위기가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한국관을 지나면 별채라고 부르는 3층짜리 건물이 나타난다.
그곳은 후배를 양성하고 전통요리를 연구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형자엄마의 사무실과 연구실이 있다고 하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여든 명장 김도연의 문하생들이 숙식을 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자격이 어느정도 검증된 사람만이 그녀의 문하생이 될수 있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아무나 들어갈수 없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별채뒤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2층 양옥집이 한 채 있었다.
그곳이 바로 형자엄마가 기거하는 안채라고 하였다.
그곳은 가족들만 사용하는 철저하게 사적인 생활 공간이었다.
토요일 오전
일찌감치 형자와 만나 양재동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게될 2층공사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벽을 조금 건드려 넓은 침실과 거실을 확보했다.
주방은 별로 필요가 없었기에 간단한 홈바를 만들었다.
욕실은 전망이 제일좋은 곳에 통유리를 사용해 시공하게 하였다.
커다란 월풀 욕조에 들어가서 앉으면 양재역 주변 야경이 보이는 곳이었다.
최고의 마감재로 시공해놓은 공사사례를 동영상과 사진으로 보며 참고했다.
조명은 업자가 책임지고 최고의 상품으로 달아준다고 약속했다.
마치 신혼집을 꾸미는 신혼부부처럼 행세하는 형자가 참 사랑스러웠다.
"여보...다 해놓으면 정말 예쁠것 같아요"
"맞아...아주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될것같아...형자가 은근히 안목이 좋아"
"정말요?...나는 오히려 주인님이 참 눈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1층으로 내려가 보자...형자어머님은 안목이 어떠신지 궁금하다"
"알았어요 주인님"
"내려가자"
"저기요 주인님"
"왜?...뭐 할말있어?"
"부탁이 좀 있어요"
"어려운거야?"
"그럴수도 있는데...제가 생각하기에는 별로 안어려울것 같은 부탁이예요"
"들어줄께...형자가 하는 부탁인데 어려우면 어떻고 쉬우면 어때...뭔데?"
"저랑 둘이 있을때는요...우리엄마 호칭을 좀 바꾸어 주세요"
"형자 어머님 호칭을?"
"예...주인님이 형자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쓰시면 웬지 저와 주인님의 거리가 느껴져요"
"그래?...그럼 형자 어머님을 어떻게 부르지?
"제가 주인님에게 여보라는 호칭도 쓰잖아요...거기에 맞게 불러 주세요"
"그..그럼...장모님?...맞아?"
"예...그렇게 불러주시면 제가 주인님의 정말 아내가 된것같아 좋을것 같아요"
"알았어...그게 뭐 어렵다고...그렇게 바꾸어서 부를께"
"고마워요 여보"
"귀여워...우리 얼른 1층에 가보자....장모님이 이상한것으로 시공 시키시면 곤란하니까"
"호호호 알았어요...오늘 사위가 장모님 인테리어좀 도와 주세요...안목이 높으시니까요"
"일단 가보자"
우리는 1층으로 내려왔다.
2층보다 넓은 1층은 평소에도 형자 어머님이 생활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넓은방 2개와 거실 그리고 제법 큰 주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원이 보이는 욕실도 넓고 화려해 보였다.
내가 나설것이 별로 없었다.
1층은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진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욕실에서 잔디가 깔려있는 정원으로 바로 나갈수 있는 유리문과 통유리 시공을 제안했다.
형자 어머님은 곧바로 내 의견대로 욕실을 꾸며 달라고 업자에게 통보했다.
업자는 비용이 많이 들겠다고 엄살을 부렸고 형자 어머님은 청구하라고 짧게 말해주었다.
업자일행이 물러났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위해 움직였다.
한국관 특실에 도착하니 이미 한정식이 차려져 있었다.
뜨거운 음식이 모두 들어와 제자리를 찾았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병진씨 마음에 들도록 해달라고 했어요?"
"예...저도 이런 경험이 없어서 몇가지만 부탁했어요"
"다 그렇죠...1층 욕실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해요...참 예쁠것 같아요"
"엄마 병진씨 안목이 참 높아요"
"그래...그런것 같아...어서들 먹어요"
"예...형자씨 어머님도 잡수세요"
"예 병진씨도 얼른 잡수세요"
"엄마...우리 이렇게 셋이 있을때 병진씨가 엄마한테 장모님이라고 부르면 안돼요?"
"장모님?"
"혀..형자씨"
"형자너는 병진씨 곤란하게 그런말을 함부로 하니?...그것도 밥상앞에서 말이야"
"나랑 둘이 있을때는 병진씨가 엄마를 장모님이라고 부르는데?"
"어머!...정말?"
"아 예...형자씨가 원하고...저도 크게 거슬리지 않아서요...싫으시다면 하지 않겠습니다"
"호호호...이마당에 내가 싫을게 뭐있어요?...형자씨어머님 보다는 듣기 좋을것 같네요"
"엄마 허락한거야?"
"그러렴...병진씨만 좋다면 말이야"
"전 좋습니다...고맙습니다 장모님"
"젊은사람이 시원시원해서 좋네요...병진씨 얼른 들어요 음식 식으니까"
"엄마도 사위처럼 대해줘야 병진씨가 편하게 장모님이라고 부르지"
"나..나도?"
"병진씨는 엄마한테 장모님 장모님 하시는데 엄마는 병진씨 라고 하면 어색하잖아"
"그런가?...이왕 장모님 소리 듣는거 정말 사위처럼 대해줄까?"
"저는 좋습니다 장모님"
"그럼 이제부터 나도 김서방이라고 부르겠네...괜찮겠는가 김서방?"
"너무 좋습니다 장모님"
무엇이든지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형자엄마와 나는 정말 장모와 사위가 된듯이 호칭을 스스럼 없이 쓰기 시작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정말 행복해 한 사람은 바로 형자였다.
금방 친해진 새로운 장모님은 나에게 술까지 권해 주셨다.
우리는 새로 이어진 인연에 대하여 기뻐하며 주거니 받거니 대작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새로생긴 장모님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장모님은 가슴속 얘기들을 나에게 스스럼없이 풀어놓고 있었다.
형자어머님은 나를 정말 사위로 착각하는것 같았다.
미소를 지으며 새로생긴 장모님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며 같이 공감해 주었다.
자기 이야기에 동조하는 나를 새장모님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래서요 장모님?...그래서 장인어른이랑 잔거예요?"
"그랬지뭔가...참 좋은사람 이었는데...뭐가 그리급해 서둘어 갔는지...흐흑...흐흐흑"
"장모님....여기....눈물 닦으세요...장인어른 많이 그리우세요?"
"그립다 마다...흐흑..흑..흐흐흑...내가 주책이지?...미안하네 김서방"
"미안하긴요...실컷우세요...우시고 싶은만큼 우세요...가슴이 뻥 뚫리도록 울어버리세요"
"고마워 김서방...흐어어엉...엉엉...엉엉엉...어허엉엉"
장모님은 정말 큰소리로 울기 시작하셨다.
얼른 맞은편에 앉아계시던 장모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감싸 드렸다.
서럽게 우시는 장모님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가녀린 등에서 서러움이 느껴져 내 눈시울마저 물기가 서렸다.
앞쪽에 앉은 형자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었다.
두 모녀의 가슴에 자리잡은 응어리가 많았던것 같았다.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두 모녀를 바라보며 가슴이 아팠다.
한참을 울던 모녀가 울음을 그쳤다.
얼굴을 숙이고 자신들의 행동을 민망해 하였다.
"김서방 미안하네...내가 술이 과했나봐"
"술핑계 안대셔도 됩니다 장모님...희노애락...감정표현 하면서 사시는게 건강에 좋습니다"
"이해해 줘서 고맙네"
"장모님 눈물에 저도 한 몫 한것같아 죄송합니다...하지만 형자씨 많이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그러면 됐네...형자 강물에 뛰어드는것 보고 기절했었네...어디가서 의논할데도 없었네
돌아가신 형자 아버지가 너무 그리웠었어...나혼자 두고 가버린 영감 원망도 많이했네"
"그러셨군요...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게 뭐있나?...이제 자네를 또하나의 사위로 생각하며 살기로 마음 먹었는데"
"정말 사위처럼 대해주세요...저도 장모님을 친어머니 처럼 여기며 지켜 드릴께요"
"김서방 지금 그말이 정말인가?"
"그럼요 어머님"
"고맙네 정말 고마워...말만 들어도 너무 든든하네"
"어려운일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만 하세요"
"정말 그래도 되겠나?"
"그럼요...혹시 무슨일 있으세요?"
"사실은 한국관이며 별채운영을 맡겨놓은 사람들이 미덥지가 않아"
"왜요엄마?...무슨일 있었어요?"
"뒤로 들리는 말들이 심상치가 않아...내가 정리를 하고 싶어도 나는 요리에만 집중
해왔기 때문에 실무를 잘 알지도 못하고...이래저래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구나"
"그런일이 있었군요...제가 주말마다 와서 감사직을 하면 어떨까요?"
"감사?...자네가 해줄수 있겠나?"
"제 회사 업무도 그쪽이니까 훑어보면 뭔가 맥이 잡힐것도 같아서요"
"그렇게 해주게 별채 내 사무실에 자네 책상을 마련 할테니 나 좀 도와주게나"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일요일 이용하면 금방 잡을수 있을거예요"
"제발 그렇게 해주게 김서방...두발 쭉 뻗고 잘수있게 해주게나"
"저만 믿으세요...몇천억 짜리도 만원단위로 찾아 내는게 제 일이니까 믿으셔도 좋아요"
"말만 들어도 너무 든든하네...요번주부터 당장 와주게나"
"그렇게 할께요...그리고 감사직으로 내가 온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마시구요"
"그럼...자네는 내가 바보인줄 아나?"
"죄송합니다 어머님"
"장모님보다 어머님소리가 참 듣기 좋네...든든한 아들이 생긴 기분이야"
"저두 어머님이 한분 더 생긴것같아 참 기쁩니다"
"사위보다 아들처럼 대하고 싶어지는걸"
"그럼 아들이라고 생각 하세요"
"그럴께 난 아들이 없어서 항상 서운했었는데 잘됐어 정말...참 든든하네"
"아들노릇 해드릴께요 어머니"
"아휴 우리아들 정말 믿음직스럽다...고마워 아들"
"사위해야지 아들하면 족보가 이상해 지잖아 엄마"
"나는 아들할란다"
"아이씨 그러는게 어딨어?"
"너랑 함께 있을때는 장모노릇 해줄께...이젠됐니?"
"응 엄마...나랑 병진씨랑 셋이 있을때는 꼭 장모여야해요"
"알았다고 했지"
형자 어머님은 정말 밝은 표정으로 나를 대해주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한번씩 뵙는 내 친 어머니보다 더 다정하게 나를 대해주고 계셨다.
내앞에서 속 이야기를 다 내어놓는 형자엄마를 진심으로 돕고 싶었다.
금요일이 되었다.
나는 숫자에 남다르게 밝은 동기 한명을 데리고 한국관으로 달려갔다.
별채 3층의 형자엄마 사무실로 바로 들어갔다.
3층은 연구실과 사무실로 꾸며져 있었다.
넓은 사무실에는 한국관의 모습을 볼수있는 몇십개의 CCTV 모니터가 달려져 있었다.
한국관의 사입과 매출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전산도 한국관과 연결되어 있었다.
형자 어머님이 나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고 계셨다.
사무실 옆 연구실겸 개발실에서 음식냄새가 조금 새어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후 연구실 한쪽옆에 놓여진 식탁으로 안내되고 있었다.
정말 화려하고 먹음직 스러운 상이 차려져 있었다.
동기는 생전 처음보는 음식앞에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우리를 위해 직접 상을 차리고 있는 형자엄마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김대리...저분 김도연명장 맞으시지?"
"맞어"
"김대리가 어떻게 저분을 알아?...친척이야?"
"우리 어머님이야...몰랐어?"
"뭐?...정말?...아이 농담하지마 내가 자기 결혼식때 김대리 모친 직접 뵈었는데"
"내가 어머님 처럼 모시는 분이야...저분도 나를 아들처럼 여기시고"
"어쨌든 부럽다"
"이번일 잘 해결되면 이대리도 한국관에서 VIP대접 받게 해줄수 있어"
"그게 정말이야?"
"내가 장담할께...직접 듣는게 좋겠지?"
"농담 하지마...나 보기보다 순진해서 믿는단말야"
"농담 아니야...얼른 앉아 배고프니까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
"좋지...와우!...판타스틱!"
이대리와 함께 나란히 식탁에 앉았다.
형자엄마 김도연 명장은 쉴새없이 연구실 주방에서 음식을 내어오고 있었다.
돕는 제자들이 있었지만 모든 음식을 직접 상에 올려주고 있었다.
더이상 상위에 자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제서야 앞치마를 벗으며 식탁으로 다가오고 계셨다.
이대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꾸벅하고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이광수라고 합니다"
"어서오세요...반가워요 저는 김도연 입니다"
"익히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호호호 알아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님 얼른 앉으세요 저희 배고파요"
"아휴 알았어...우리아들 배고프면 안돼지...얼른 먹자구 내가 신경 많이 썼어"
"정말 맛있어 보여요...이대리 많이먹어"
"얼른 드세요...광수씨라고 했죠?"
"예...선생님...맞습니다"
"참 어머님...이번일 잘 끝나면 우리 이대리 한국관 VIP카드 한 장 주세요"
"당연히 그래야지...우리 멋진아들 친구분이시고 날 도와주는 분이신데"
"가..감사합니다...열심히 도와 드리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일하려면 배가 든든해야 하니 얼른들 들어요"
"잘먹겠습니다"
"어머님도 같이 드세요"
"그럴께...병진이도 어서 많이 먹어"
형자엄마는 정말 나를 아들이라고 착각하는것 같았다.
중간중간 아들에게 하듯 말을 놓는 모습이 더 다정하게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아들이라는 느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았다.
커다랗게 비어있던 그 공간에 내가 들어가고 있는것 같았다.
배가 터지게 먹었다.
우리는 사무실 쇼파에 누워 식식거리며 소화를 시키고 있었다.
이대리와 나는 깜빡 잠이들고 말았다.
일어나 보니 이대리와 내 몸에 얇은 이불이 덮혀져 있었다.
작은것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형자엄마가 고마웠다.
우리는 세안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대리는 매출과 매입을 중심으로 매입장기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나는 녹화되어 있는 주방쪽의 CCTV 영상을 세밀하게 돌려보고 있었다.
얼마 되지않아 사무실에 결재가 올라온 영수증과 영상에서의 물품이 다른것이 적발되었다.
너무도 허술한 주방팀의 도둑질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일단은 주방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매입된 영주증과 영상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
수량또한 제대로 된것을 찾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였다.
이 영상과 영수증 만으로도 납품업체와 검수를 하는 직원을 교도소에 보낼수 있을것 같았다.
아주 조직적인 도둑질이 자행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총체적인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한국관의 영업이 마감되었는지 불야성같던 조명이 대부분 꺼져 버렸다.
시간은 보니 벌써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국관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인지 형자엄마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들어왔다.
텔레비젼에서 늘 봐오던 그 한식명장 김도연 이었다.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명장의 모습에서 절제된 동양미인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이대리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는 익숙한 도연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휴 힘들어서 어떡해...미안해 죽겠네 정말...식사들 하고 해요...차려 놓았으니까"
"안그래도 출출했는데 잘됐네요...먹고 하자구 이대리"
"좋지...선생님...이왕이면 술도한잔 안될까요?"
"이미 준비해 놓았어요"
"고맙습니다"
"그 술 먹으면 오늘 밤샘작업이야...각오하고 마셔"
"어차피 오늘밤은 못잘것 같은데 뭐"
"왜?...뭐 좀 나왔어?"
"가닥이 좀 잡혔어...선생님 현금거래액이 주방으로 들어간 주문서 액수와 많이 달라요
카드는 건드리지 못하는것 같지만 현금 영수증을 발급한 현금도 차이가 나요...경리부
직원이 거의 다 개입된것 같아요...경리부서에 사람이 네명이라고 했죠?...아닌가요?"
"맞아요...여직원두명에 남자직원 두명이 한국관의 모든 재정을 담당하고 있어요"
"일단은 그곳이 제일 문제네요...재정쪽을 이번에 완전히 갈아 치워야 겠어요"
"조언해 주는대로 따를께요"
"그리고 제가 파악한것 중에서 좀 심각한 것은 주방쪽이예요...납품업체와 짜고 검수직원이
뒷돈을 받는것 같습니다...정확한 증거가 잡히면 납품업체에 손해배상을 받을수 있겠어요"
"아주 성한곳이 없군요"
"조금 그런 편입니다...그래도 이정도에서 조치할수 있다는게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어서 드세요 광수씨...우리 아들도"
"어머니도 같이 드세요"
"난 친한 친구가 와서 같이 식사해서 별생각 없어"
"그럼 아들이 약주한잔 따라 올릴께요"
"그래 줘...많이는 못하지만 아들이 주는 술 맛 보고싶어"
"여기요...어머니 만수무강 하세요"
"아이 그런 덕담은 아직 싫어...노인네 취급을 하는것 같아"
"아니예요 어머니...제가 잘못했어요...다시할께요"
"어디해봐"
"지금같은 아름다움 오래오래 간직하시며 건강하세요"
"좀 났네"
"우리 아들도 항상 멋진남자로 멋지게 살길바래...호호호 이광수 대리님도요"
"고맙습니다"
"자 건배!"
"참 이대리님 이것 받으세요...이렇게 발급해 드리는것은 이번이 처음이예요
소문내시면 안돼요...그리고 앞으로 한국관에 자주 오세요 부담없이 오세요"
우리는 술잔을 부딪히며 야식을 먹었다.
명장님은 이대리의 VIP카드를 벌써 만들어 와서 이대리를 기쁘게 해주었다.
이대리는 믿기지 않는듯 몇번이나 카드를 꺼내보고 있었다.
돈만 많다고 발급해 주지 않는 귀한 카드였기 때문이었다.
한국관의 귀빈카드는 세간에 꽤 소문이 나있는 카드였다.
유명 연예인들도 텔레비젼 예능쑈에서 공공연히 자랑하는 카드였다.
사회적 덕망이 있고 한국관을 정말 자주 애용하는 고객에게만 발급되는 카드였다.
일단 카드가 발급되면 좋아하는 음식이 전산에 입력되었다.
예약이 쉽고 귀빈전용의 룸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콧바람 센 정치인들도 한국관의 오랜 단골이 아니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그만큼 귀빈카드는 성공한 사람의 또다른 징표로의 상징성이 있었다.
그런 카드를 받았으니 이대리가 좋아하는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다시 명장의 사무실로 돌아와 하던일을 이어 나갔다.
형자엄마는 피곤한 모습으로 우리의 곁을 지키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커피를 타다 주며 우리의 노고를 고마워 하였다.
새벽 4시가 넘어가며 이대리가 쇼파에 앉아 몸을 뒤로 젖혔다.
피곤했는지 금방 코를 곯아대며 잠이들어 버렸다.
나는 쉼없이 영상과 영수증을 대조하며 증거를 채집해 나갔다.
보통 하루에 2백만원의 재료값이 빠져 나가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명장도 한숨을 내쉬며 분노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에휴...한심한...내가 저런 것들을 믿고 이제껏 이 큰 식당을 해 나왔다는게 너무 한심해"
"그래도 다행이예요...이번에 철저하게 조사해서 정리하고 그동안 묵묵하게 잘해온 직원들
진급시켜서 운영하시는게 좋을것 같아요...아무 걱정하지 마세요...아들이 지켜 드릴께요"
"나 정말 든든해...병진씨 정말 내아들 하면 좋겠다"
"가짜 아들도 있어요?...정말 아들처럼 대해주세요...저도 어머니 참 좋아요"
"그럴께...이번일 끝나도 나 도와줄꺼지?"
"그럴께요...제 책상도 있는데 도와 드려야지요"
"고마워 정말...너무 든든해...이래서들 아들 아들 하나봐"
"형자씨가 후계자 수업 마치면 잘할꺼예요...똑똑하잖아요"
"그랬으면 좋겠어...그래도 형자옆에 병진씨가 있어서 참 든든하고 마음이 놓여"
"이왕에 나선거니까 정말 아무일 없게 도와 드릴께요...여기 사무실은 어머님이 쓰시고
바로 옆방이 비었던데 거기에 나와 이대리가 같이 쓸수있는 사무실을 마련해 주세요..
이대리가 숫자에 밝아요...일주일에 한번만 와서 쓱 훑어봐도 이번같은일 없을꺼예요"
"그렇게만 해준다면야 나야 너무좋지...당장 꾸며 놓을께"
"그리고 나는 괜찮지만 우리 이대리는 용돈삼아 좀 챙겨주세요"
"그런것은 걱정도 하지마...저 도둑놈들을 잡아 주는데...내가 그런것도 안챙기면 안되지"
"그럼 됐어요"
"나 병진이도 챙겨주고 싶은데"
"싫어요...엄마한테 그런돈 받는 아들이 어디있어요?...돈 주시면 다음부터 나 여기 안와요"
"알았어...취소야 취소...안온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 같아"
"이제그만 안채에 들어가셔서 편안하게 주무세요"
"싫어...조금 불편해도 여기 있고싶어...넓은 안채에 혼자 들어가면 쓸쓸해서 싫어"
"그럼 제가 의자 끌어다 드릴테니 제옆에서 구경하다가 주무세요"
"그럴까...의자 끌어다 줘"
이대리가 앉아 작업하던 의자를 끌어다가 내의자 바로옆에 붙여 주었다.
명장의 기품이 느껴지는 한복을 입은채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까 우리를 덮어 주었던 이불을 가져와 형자엄마의 몸을 덮어주었다.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기 좋게 의자를 놓아주고 하던 작업을 마저하고 있었다.
한번씩 눈이 마주치면 서로 환한 미소를 교환했다.
또하나의 월척이 걸려 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비품쪽에서 도둑질이 걸려들고 있었다.
모니터와 영수증에 몰두하며 부정을 찾기 시작했다.
식재료 보다는 훨씬 더 쉬운 작업이었다.
무심코 형자엄마를 쳐다 보았다.
형자엄마는 새근거리며 잠이들어 있었다.
형자가 엄마를 참 많이 닮았다고 느껴졌다.
나이가 좀 들어서 그렇지 오히려 형자보다 조금 더 미인인것 같기도 하였다.
형자가 명장님의 나이가 되면 이만큼 예쁘지 않을것 같았다.
참 단아하고 예쁘다는 생각을 하며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형자엄마를 두손으로 천천히 안아들고 있었다.
사무실 중간의 긴 쇼파에 천천히 형자엄마를 내려놓고 있었다.
이불을 곱게 덮어주고 가슴위를 토닥거려 주었다.
명장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예뻐 보이는 얼굴의 뺨을 손으로 어루만져 보았다.
아기 피부같은 보드라움이 손바닥에 고스란히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아기 볼같은 명장의 볼에 입술을 대고 가볍게 뽀뽀해 주었다.
자꾸만 나를 아들로 여기고 싶어하는 이여자가 좋아진다.
내 정말 장모님이 내품에서 행복해 하듯이 이여자를 품어주고 싶어진다.
얼핏 보아서는 세상 부러울것 하나없는 여자지만 나에게 보이는 이여자는 외롭고 가엾다.
맨처음 장모님이 그러했듯이 형자엄마 도연에게 여자로서의 연민이 느껴진다.
여리고 약한 이여자를 내 품에 안아 정말 이세상 아무것도 부럽지 않은 여자로 만들고싶다.
도연도 내 정말 장모 순애처럼 조금씩 조금씩 내여자가 될것만 같았다.
이세상에서 나만 알고있는 비밀을 가슴에 만들며 도연의 뺨에 다시 뽀뽀해 주었다.
이제 너는 내 여자라고 표시를 하듯이 여기 저기 뽀뽀해 주며 도연의 분냄새를 맡았다.
사타구니에 피가 몰리고 있었지만 더이상 아무짓도 하지 않고 일어섰다.
새로운 목표는 항상 강한 남자에게 끝없는 자극이 되어준다.
특히나 도연처럼 철옹성속에 갇혀있는 여자들은 남자를 더 자극한다.
강한 남자의 전의를 일깨워 준다.
도연을 지독한 외로움과 성적인 고립에서 하루빨리 구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내 자리로 돌아와 하던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히려 정신이 더 맑아지고 있었다.
도연의 피를 빨아먹던 거머리들을 빨리 떼어내고 싶었다.
그리고 빨리 도연에게 칭찬받고 싶었다.
창밖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공짜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