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지헌아..."
이지헌은 머뭇거리며 자신을 부르는 김다연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김다연은 이지헌을 불러놓고도 한참을 미적거리면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묵묵히 김다연의 말을 기다리던 이지헌은 답답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그게, 으음.. 우리집에 한 번 와보지 않을래?"
"응?"
이지헌은 잠시 당황한 표정이 되어 되물었다. 김다연은 얼굴을 붉히며 둘러대듯 말했다.
"그,그 그게 우리 사이도 꽤 깊어졌고, 부모님도 지헌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기도 하고.. 저어.. 안돼?"
"아니 별로 안 된다는건 아닌데"
"음.. 불편한거야?"
"아무래도.. 우리 사귄지 아직 백일도 안됐는데"
이지헌의 말에 입술을 삐죽거리며 김다연이 받아쳤다.
"백일도 안됐는데 그런 심한 짓이나 하구.."
"그건 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런거야 정말로 좋아하면 사귄 기간 따위는 아무 문제도 아니지 않을까?"
"그렇지만 벌써 그런 짓까지 했는데 부모님께 인사 정도는 드려야"
"으음..."
사실 나쁠 것은 없었다. 문제가 생긴다면 최면술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했고 아직 세번째 의뢰대상인 박소현에대한 최면코드 도입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이번이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이지헌을 망설이게 하고 있었다.
"뭐, 알았어. 언제 가면 되는데?"
"어? 정말!? 정말 오는거지?? 음.. 날짜는... 음, 이번 주말이 어때? 바빠?"
"아니, 그다지"
"그럼 주말에 우리집으로 오는거다?"
"알았어"
이지헌에게 확인까지 하고 나서 기쁜 표정으로 만세를 부르는 김다연. 이지헌은 그 천진한 모습을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조금 감이 나쁘긴 했지만 별다른 일이 있으랴 싶었다.
"잘 가~"
"조심히 들어가"
10분 정도를 같이 걸어서 거리의 갈림길에 도착하자 이지헌의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지헌은 김다연을 태워다 주려고 했지만 입시 학원을 하나 더 등록했다는 김다연의 말에 작별인사를 해야했다. 이지헌은 학원 건물로 들어서는 김다연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김다연을 향해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출발해"
"네, 주인님"
리무진을 모는 기사는 일전의 인형 남기사에서 세련된 스타일의 여성 기사로 바뀌어 있었다. 세바스찬이 죽은 뒤 이지헌은 잡일을 위해 만들어 두었던 남성 인형들을 모조리 폐기했다. 그 남성 인형들이 하던 모든 일들은 새로이 들어온 여성 인형들이 맡아서 하게 되었고 이 여기사도 그들 중 하나일 것이다.
"슬슬 박차를 가해야겠어"
이지헌은 피곤한 몸을 의자에 깊게 누이며 눈을 감았다.
"어머~ 네가 지헌이구나?"
"안녕하세요 어머님"
"어머머~ 얘도 참 어머님이라니, 어서 들어와. 이야 참 잘생겼네 정말"
"아하하, 어머님도 참 미인이십니다."
"어쩜 말도 그렇게 잘하니 다연아~ 서방님 오셨다"
이지헌은 박소현의 환대를 받으며 김다연의 집 현관으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어놓고 안으로 들어서자 소박한 여느 가정집의 풍경이 보였다. 깔끔하게 배치된 가구들과 집안 곳곳에 놓여있는 향긋한 향기의 허브 화분들. 새하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아마도 김다연, 김태연 자매의 것일 귀여운 소녀의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와 대형가족사진도 인상적이었다. 이지헌은 고개를 돌려 집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깔끔하네요"
"호호, 그러니? 손님이 온다고 해서 대충 정리는 해뒀는데 아무래도 조금 어지러울거야"
"어지럽기는요"
이지헌은 박소현의 안내를 받아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박소현은 이지헌에게 리모컨을 건네주며 말했다.
"다연이는 샤워한다고 들어갔다가 방금 나온 모양이야, 곧 옷갈아입고 나올거니까 조금 기다릴래? 아, 커피가 좋니 녹차가 좋니?"
"음,, 녹차로 주세요"
"그래 조금만 기다려~"
박소현은 찻물을 끓이기 위해 주방으로 걸어갔다. 이지헌은 박소현이 넘겨준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주방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아버님은 어디 나가셨나요?"
"으응?? 아, 그이라면 아직 일하는 중일거야"
"아... 그러시구나"
이지헌은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잠시간 리모컨의 단추를 만지작 거리던 이지헌은 TV의 전원을 켰다. 지이잉- 하는 전자음과 함께 TV의 화면이 켜졌고 몇몇 연예인들의 토크쇼가 진행중인 프로그램이 나왔다. 이지헌은 다리를 꼰 상태로 턱을 괴고 TV를 잠자코 보고 있었다.
"어? 왔어??"
"방금, 옷 갈아 입은거야?"
"으응, 방금 막 샤워하고 나왔거든"
TV를 보던 이지헌은 김다연이 방에서 나오자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김다연은 수줍지만 환한 미소로 이지헌을 바라보며 이지헌의 곁에 다가와 앉았다.
"엄마는?"
"주방에 계셔"
"아, 그래? 조금 도와 드려야지"
김다연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 순간 이지헌의 손이 김다연의 팔을 잡아채고 뒤를 돌아보던 김다연은 이지헌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멈칫,
"아아?"
잠시 멍하니 풀어지는 김다연의 눈빛. 이지헌은 주머니에서 작은 팔찌를 꺼내 김다연의 팔에 재빨리 채웠다. 그리고 입술을 달싹였다.
"최면코드 발동. 텔레파시 조종술"
이지헌의 눈빛이 잠시 눈부신 백색으로 빛나고, 김다연은 그 강렬한 광채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눈을 감지는 않았다. 이윽고 이지헌의 눈에서 쏘아져 나온 백광이 김다연의 눈동자로 흡수되듯 빨려들어가면서 두 사람의 눈동자 사이에 하얀 다리와도 같이 백색 광체가 흘렀다. 이지헌은 자신의 시야를 가리며 쏘아져 나가 김다연에게 다다르는 백색 광체를 확인하고는 눈을 감았다.
"아아..."
김다연은 머리를 감싸쥐며 휘청거렸다. 이지헌은 급히 일어나며 김다연의 팔을 잡아 부축해주었다.
"왜 그래?"
"아니, 갑자기 어지러워서. 으음, 이젠 괜찮아 다녀올게"
이지헌은 피식 웃으며 몸을 가누는 김다연의 손에 슬며시 붉은 약병을 쥐어주었다. 김다연은 이지헌이 손에 뭔가를 쥐어주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펴보려했다.
[주방으로 가라]
"아앗"
그리고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백색 광체와 쏘는듯한 고통. 김다연은 머리를 감싸쥐며 다시 비틀거렸다.
"어이 진짜 왜 그래"
"아아.. 괜찮아, 신경쓰지마"
이지헌은 다시 김다연을 부축해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다연을 바라보았다. 김다연은 그런 이지헌의 걱정스러운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운 표정이 되어 고개를 돌리더니 주방으로 달아나듯 걸어갔다.
"후후.."
이지헌은 그런 김다연의 뒷모습을 쫓으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응? 다연이구나, 지헌군이랑 있지 왜 왔니?"
"아, 조금 도와드리려구요"
막 찻물을 잔에 따르려던 박소현은 주방으로 들어오는 김다연을 보며 말했다. 김다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박소현이 들고 있는 주전자를 건네 받아서 스스로 찻물을 따르기 시작했다. 박소현은 김다연에게 주전자를 넘겨주고는 잠시 김다연의 모습을 살폈다. 어딘가 들뜬 듯 하면서도 약간 열기가 느껴지는 모습. 박소현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떠올렸다.
"후훗, 녀석도 참"
"......"
김다연은 살짝 얼굴을 붉혔지만 묵묵히 물을 채우고 찻잎을 넣었다. 박소현은 그런 김다연을 내버려두고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약병을 열고 그 안의 것을 찻물에 넣어서 박소현에게 마시게 해라]
"아아..."
갑자기 머릿속을 울려오는 음성. 김다연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관자놀이를 꽉 눌렀다. 김다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다.
"요즘 왜 이러지.."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김다연은 요즘들어 몸이 이상한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나중에 병원이라도 가보기로 했다. 김다연은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어라?"
김다연은 손끝에 뭔가 딱딱한 것이 닿는것을 느끼고 그것을 끄집어 내었다. 손가락 하나 크기의 작은 약병. 그 안에는 붉은 가루같은 것이 반쯤 채워져 있었다. 김다연은 무심한 얼굴로 그 약병의 뚜껑을 열고 안의 것을 찻물에 털어넣었다. 김다연은 찻숟가락으로 찻물을 휘휘 저으면서 조금씩 붉은 가루가 섞여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엄마, 이것 좀 마셔보세요 이 정도면 잘 우려 난건가?"
"응? 어디어디"
박소현은 작은 쟁반에 간단한 과자와 과일을 담아 가져왔다. 박소현은 그 쟁반을 옆의 선반에 올려놓고는 김다연이 내주는 찻물을 조금 머금어 맛을 보았다.
"괜찮은데?"
"다행이다..."
"헤헤, 아주 푹 빠졌구나?"
".... 그런 말은 싫어요"
김다연은 고개를 푹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박소현은 그런 김다연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쥐어박고는 김다연이 우려놓은 차를 쟁반에 담아 거실로 가져갔다.
"일단 이거라도 천천히 먹고 있을래? 점심은 먹었니?"
"네, 먹고 왔습니다."
"음.. 그렇구나, 조금 있으면 태연이도 돌아올테니까 잠깐만 둘이 놀고 있어.. 어라?"
말을 하던 박소현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휘청거렸다. 박소현은 갑자기 온 몸이 달아오르며 구름위에 붕 뜨는 듯한 느낌과 함께 강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의 의지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 박소현은 당황한 눈빛으로 이지헌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이지헌의 눈빛이 빛났다.
"최면 코드 도입"
"아아?"
그 말과 함께 박소현의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눈동자는 이지헌을 향해 고정되었다. 이지헌은 경직된 박소현의 몸을 소파에 앉히고 주머니에서 줄에 매달린 팬던트 하나를 꺼내 박소현의 눈 앞에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 다섯을 세면 당신의 모든 의식은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하나의 문을 열고 당신이 모르던 무한한 무의식의 세계로 숨어듭니다. 저의 허락이 있기 전에는 당신의 의식은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되며 당신의 모든 것은 무의식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제 당신의 이성은 잠에 듭니다."
이지헌은 멍한 눈빛을 하고 풀어진 박소현의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지헌은 가볍게 손을 튕겨 박소현의 주의를 끌었다. 이지헌은 박소현의 눈빛이 돌아오는 것을 보며 다시 팬던트를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의 마스터 입니다. 마스터는 당신의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절대의 가치입니다. 당신은 나의 모든 명령에 따르며 내가 허락하는 것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은 나의 의지에 의해서 바뀔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내가 전달하는 모든 정보는 당신의 절대적 기준이 됩니다. 이제 셋을 세면 당신은 나를 마스터로 인정합니다.
하나.
둘..
셋..."
이지헌은 천천히 팬던트를 든 손을 내리고 박소현의 눈을 마주보았다. 짙은 검은 빛의 맑은 눈동자. 이지헌을 마주한 박소현의 눈동자는 잦은 떨림을 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박소현의 눈동자는 동요를 멈추었다. 박소현의 입이 열렸다.
"당신은 나의 마스터. 나의 모든 존재는 당신의 가치를 위해 희생합니다."
이걸로 된건가?
이지헌은 팬던트를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거실로 돌아와]
이지헌의 이성은 의념의 끈으로 이어진 김다연을 불렀다. 그 바람에 이제 막 거실로 나오던 김다연이 머리에 손을 짚으며 휘청거렸다.
"아.. 왜 이러지 정말"
"요즘 몸이 안 좋은가봐? 병원이라도 가봐야 되는거 아냐?"
"그러게, 이번 주말에 한 번 가봐야겠어"
김다연은 고통 때문에 굳어진 인상으로 이지헌의 옆에 와 앉았다. 이지헌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김다연의 손목에 채워둔 팔찌를 회수했다. 이제 더 이상 텔레파시 조종술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까닭이었다. 그 팔찌는 바로 텔레파시 조종술을 펼치기 위한 도구였다.
"하으읏.."
이지헌은 넌지시 손을 뻗어 김다연의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김다연은 얼굴을 붉히며 가는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바로 지척에서 이지헌의 손이 나아간 것이었지만 김다연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김다연은 이지헌의 허락이 떨어진 것이 아니면 어떠한 것도 인지할 수 없는 인형. 이지헌은 이미 김다연을 완전히 손에 넣고 있었다.
"아, 어머님은 잠깐 밖에 나가신다고"
"응?? 그러고 보니 엄마가 없네"
김다연은 이지헌의 바로 옆에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는 박소현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박소현을 찾더니 뾰루퉁한 얼굴이 되어 투덜거렸다.
"뭐야 정말.. 간만에 찾아온 손님인데 멋대로 집이나 비우고"
"덕분에 우리는 오붓하게 놀 수 있겠네"
그 말과 함께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지헌의 손놀림. 이번에는 이지헌의 허락이 있었기에 김다연은 그런 이지헌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김다연은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이지헌의 움직임에 부끄러운 듯 이지헌을 살짝 밀어내었다.
"좀 있으면 태연이도 올거란 말야"
"뭐 어때, 태연이 오면 걔도 같이 하면 되지"
"에에??"
"잊었어? 태연이도 너도 내 여자친구잖아"
김다연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이지헌을 쳐다보았지만 이지헌의 광채가 빛나는 눈을 마주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납득한 표정이 되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태연이도 같이 하면 좋아하겠지... 하지만 그런 건 부끄러워"
"후훗, 글쎄? 나는 자매간에 허물없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뭐 일단 그건 나중의 여흥으로 남겨두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자구"
"응? 자, 잠깐만.. 으읍"
김다연은 당황한 듯 손을 내저으며 이지헌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이지헌의 입술은 김다연의 입술을 틀어막고 강하게 밀어붙여오고 있었다. 이지헌은 김다연의 입술을 헤집고 농밀한 입맞춤을 시작하는 한편 손을 움직여 김다연의 몸을 가리고 있는 옷가지들을 벗겨냈다.
"으으.. 정말 너무해"
김다연은 이지헌에게서 입술이 해방되자마자 토라진 표정으로 이지헌을 살짝 흘겨보았다. 이지헌은 그런 김다연의 투정을 가벼운 미소로 받아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의 큰 창문 옆에 있는 커튼을 쳤다. 거실의 유일한 광원이었던 창문이 가려지면서 거실 안에는 은은한 그림자가 깔렸다. 이지헌은 스스로의 옷을 하나씩 벗어제끼며 김다연에게 다가왔다.
"이러면 아무도 못 보겠지?"
"자,, 잠깐만. 태연이는 그렇다치고 엄마가 돌아오면 어쩌려구?"
"헤헤, 그건 걱정 말라구"
이지헌은 불안한 표정의 김다연에게 가벼운 키스를 해주며 천천히 그녀의 몸을 느껴가기 시작했다. 곳곳에 푸른 힘줄이 솟아있는 건장한 손은 김다연의 부드러운 곡선을 물결치듯 스치고 지나갔으며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설육은 서로를 찾으며 엉키고 있었다.
한창 젊음을 내보이는 두 사람의 몸은 가장 가까운 곳에 밀착되어 조금씩 흔들리며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숨결이 조금씩 거칠어지고 끈적한 땀이 전신의 모공에서 배어나올 무렵, 이지헌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후우... 응? 왜 그래?"
"하아.. 하아.. 훗,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게 있어"
"응?"
"잠깐만"
이지헌은 김다연에게 고개를 돌리게 했다. 김다연은 한창 달아오르던 참에 갑자기 이지헌이 흥을 깨자 살짝 토라진 모양이었지만 이지헌이 장난스럽게 해주는 키스에 금세 얼굴을 풀며 고개를 돌렸다. 이지헌은 그때까지 옆에서 가만히 대기중이던 박소현을 일어나게 했다.
이지헌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이지헌의 손이 한번 스쳐지날 때마다 박소현의 몸을 가리고 있던 옷가지가 하나씩 벗겨져 나갔다. 그리고 드러난 박소현의 몸. 이미 청춘의 나이를 훌쩍 지난 몸이었지만 여전히 놀라울 정도의 탄력과 볼륨감을 유지하고 있는 몸이었다.
"이제 봐도 돼"
"응?? 어라?"
고개를 돌린 김다연은 박소현의 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임에도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이지헌은 혼란스러워 하는 김다연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일본에서 직수입한 인형이야. 하나당 4억이나 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지"
"사,, 사 억??!!!"
4억이라는 무지막지한 숫자에 혼란스럽던 김다연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어 버렸다. 김다연은 황당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무슨 인형이길래 그렇게 비싸? 예쁘긴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이라기엔 너무 비싸!"
"후후, 직접 느껴봐"
"느껴.. 보다니?"
이지헌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박소현에게 옮겼다. 이지헌은 손가락을 튕겨 박소현의 시선을 끌어온 뒤 말했다.
"루시아"
"네, 마스터"
"내가 하는 걸 잘 보고 그대로 따라하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이지헌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의 김다연에게 입술을 가져다 댔다. 두 사람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자연스럽게 붉은 혓바닥이 밀려나와 서로의 존재를 찾아 엉겨붙었다. 끈적하고 투명한 타액이 서로의 사이에 가는 끈을 만들고 때로는 두 사람의 혀를 타고 상대에게 넘어가 섞이기도 했다.
부드럽게 치열을 훑는가 하면 연약한 점막을 거칠게 문지르며 자극하기도 했다. 박소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양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후우.. 할 수 있겠지?"
"해 보겠습니다, 마스터"
"좋아, 자, 다연아 조금 가르쳐 줘"
"응?"
김다연은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와 입술을 내미는 박소현에게서 슬금슬금 몸을 뒤로 빼고 있었다. 김다연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지헌을 돌아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지헌은 그저 웃으며 바라볼 뿐.
"으아아, 아무리 인형이라지만 같은 여.. 여자끼리, 가르쳐 주라는 건 또 뭐야.. 저, 저리갓!"
"이 인형은 지금 백지상태라서 교육이 필요하거든, 일단 교육이 되면 정말 근사할거야. 교육하는 재미도 있을 걸? 음.. 같은 여자라... 뭐 어때? 좋으면 되는거지"
"그런거 하나도 으읍,,"
질색하며 뒤로 물리던 김다연은 자신의 입술에 와 닿는 박소현의 입술 감촉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은 단단하고 여문 느낌의 이지헌의 것과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의 입술. 색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단지 입술만을 맞대고 있을 뿐 박소현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입술을 조금 열고 혀를 내밀려고 하는거 같아 김다연은 그에 맞추어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 순간 박소현의 혀가 김다연의 입술 사이로 밀려들어왔다.'
"흐읍"
"츄우웁.."
끈적하게 달라붙는 두 사람의 설육. 투명한 타액이 엉킨 혀를 감싸고 흘렀다. 미숙한 박소현의 움직임 때문에 침이 밖으로 새어 두 사람의 턱을 더럽히며 흐르고 있었다. 이따금 김다연의 들어오는 혀를 깨물기도 하고 너무 깊숙히 혀를 집어넣어 김다연에게 욕지기를 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그 움직임이 익숙해지고 능란해지고 있었다.
이지헌은 한창 키스에 열중하는 두 여자에게 다가가 가슴을 문지르고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비비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손도 움직여. 다연아 가르쳐 줘"
"가르쳐 주라니.. 그런.. 츄으읍.."
김다연은 키스를 하며 살짝 붉어진 얼굴로 이지헌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지만 그러면서도 손을 뻗어 박소현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왠지 익숙한 몸이야.. 으읍,, 흠.."
김다연은 박소현의 몸에서 뭔가 익숙한 느낌을 받는 모양이었지만 그 뿐이었다. 이지헌은 두 여자의 가장 은밀한 곳에 슬슬 손을 뻗으며 본격적인 작업을 준비했다.
드르르륵!
"어?"
"어라? 지헌 오빠...? 뭐하고 있는거.. 응? 언니, 그 사람.."
막 박소현의 그곳에 손가락을 밀어넣던 이지헌은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등장한 김태연을 보고 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지헌은 김태연이 박소현의 모습을 보고 뭔가를 말하려는 찰나 김태연에게 달려가 그녀의 몸을 잡고 최면 코드를 발동했다.
"아아?"
이지헌과 김태연의 눈이 마주치고, 김태연의 눈동자가 잠시 흐릿해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빠가 너랑 언니를 위해서 준비한 선물이야. 일본에서 수입한건데 쓸만할거야"
"음? 사람 같이 생겼는데요?"
"인형이야, 사람하고 거의 똑같게 만들어진"
이지헌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설명했다. 김태연은 잠시 의심스러운 표정을 떠올렸지만 그것은 곧 다른 표정에 의해 가려졌다. 김태연은 얼굴을 붉히면서 이지헌에게 따지고 들었다.
"근데 왜 남의 집에서 옷을 벗고 있는거에요!! 언니도!!"
"아하하, 미안하게 됐네?"
"......"
이지헌은 머리를 긁으며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김다연은 그저 부끄러운지 고개만 푹 숙일 뿐이었다. 이지헌은 김태연을 보며 은근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너도 같이 할래?"
"순 저질.. 엄마는 어디 갔어요?"
김태연은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응? 아까 나가신다고.."
"엄마한테 들키면 어쩌려구 그래요? 최소한 방에 들어가서 그러던가.. 이 쨍쨍한 대낮부터 그것도 거실에서..."
"아하하, 미안미안, 그래 방에 들어가서 하면 되지?"
"누가 된다고 그랬어요?"
"왜 화를 내고 그러니"
이지헌은 싱긋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 김태연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김태연은 잔뜩 열이 오른 표정으로 이지헌을 노려보다가 갑자기 자신의 유두와 허벅지 안쪽을 자극하는 이지헌의 손길에 얼굴을 붉혔다.
"으힛!"
"응? 뭐라구?"
"아, 아무말도.. 히잇!!"
"뭐야? 갑자기"
"그, 그게.. 흐읏!! 뭐, 뭐야"
김태연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지만 아무런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몸의 곳곳에서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에 겸해서 몸이 떨릴 정도의 쾌감도. 김태연은 완전히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하앙, 읏, 무, 무튼.. 엄마한테 들키면 안돼요? 으아앙!!"
"풋, 너는 안 할거야? 나는 두 여자친구한테 동시에 사랑받고 싶은데?"
"그, 그런 말은.. 으읏, 변태!!"
김태연은 다리가 덜덜 떨려 서있기 힘든지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김태연의 교복 치마 아래로 나온 하얀 다리에는 몇 방울의 투명한 액체가 방울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지헌은 짖궂게 손을 내밀어 그 물방울을 찍어 보였다.
"응? 왠 물이지?"
"......"
김태연은 태연스럽게 그 물이 묻은 손가락의 냄새를 맡고 있는 이지헌의 모습을 보며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는 도중에도 이지헌의 손은 김태연의 몸을 계속 농락하고 있었으며 김태연의 몸도 잦은 떨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김태연은 자신의 팬티가 그곳에서 흘러나온 애액으로 젖어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좋아요. 일단 제 방으로 가요"
이지헌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김다연을 돌아보았다.
"편하게 방에 들어가서 하자, 동생도 같이"
"그런..."
김다연은 살짝 얼굴을 붉혔지만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지헌은 김다연 자매와 박소현을 데리고 김태연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이지헌은 싱긋 웃으며 김태연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 김태연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돌렸지만 별다른 저지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남자의 앞에서 나체가 되는 것인 만큼 김태연의 몸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김태연의 옷을 모두 벗긴 이지헌은 침대에 걸터앉아 세 여자의 눈부신 나신을 거리낌없이 감상했다.
완전히 성숙해 농염한 색기를 풍기면서도 어딘가 소녀의 청초함이 남아있는 박소현.
청순함과 순진함이 엿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완연한 여자의 굴곡을 보이고 있는 매력적인 김다연.
아직은 덜 여물어 앳된 구석이 남아있지만 그 나름대로 풋풋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김태연.
이지헌은 만족감에 저절로 눈웃음이 나왔다. 지난번의 지서연도 그렇지만 요즘들어 의뢰대상들의 품질이 너무 좋아서 작업을 하는 이지헌도 적잖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일단 새로 사온 인형의 품질부터 좀 보자구, 다연아 아까 느낌은 어땠어?"
이지헌은 박소현의 팔을 끌어 잡아 당기며 침대로 데려와 앉히고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천천히 주무르며 김다연에게 물었다. 김다연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작 거리면서 말했다.
"으응... 진짜 사람 같았어, 인형이라기 보다는"
"그래? 흐응.. 그렇단 말이지? 역시 비싼 값을 하는구나, 아, 그러지 말고 너네도 이리로 와 앉아"
이지헌은 멀뚱히 서 있는 두 여자를 불러들였다. 김다연과 김태연은 천천히 걸어와 이지헌의 옆에 앉았다. 이지헌은 박소현의 머리를 끌어와 자신의 사타구니에 가져다 대었다. 남성의 그곳에서 느껴지는 얄궂은 냄새에 박소현의 인상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역시 잘 모르는군. 꽤나 순진한 편인가?"
"으응?"
"아, 아냐. 미안한데 시범 좀 보여주라, 인형한테 교육 좀 시키려구"
이지헌은 김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다연은 붉어진 얼굴로 이지헌의 시선을 외면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시,, 시범이라니.. 설마.."
"응, 별거 아니잖아?"
"하, 하지만.. 그런 건.."
"안 돼?"
"아, 아니"
"그럼 빨리 해줘"
이지헌은 김다연의 머리를 잡아당겨 자신의 사타구니에 가져다 대었다. 김다연은 갑자기 자신의 눈 앞에 다가온 남성의 거대한 물건에 히익- 하는 소리를 내며 놀랬다. 코 끝에 미묘한 냄새가 훅- 하고 풍겨왔다. 비릿한 듯 하면서도 뭔가 끈적한 냄새. 김다연은 이지헌의 재촉에 살짝 입을 벌려 그 물건을 가득 입안에 받아들였다.
"츄으읍.."
"자, 이런 식이라구"
이지헌은 박소현의 얼굴을 김다연의 행위가 잘 보이는 곳에 가져다 놓고는 박소현에게 말했다. 박소현의 얼굴이 미묘하게 붉어지면서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지헌은 김태연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 너희들이 쓸거니까 그것도 가르쳐야 겠네, 조금 수고좀 해줄래?"
"응?"
"이 인형 그곳좀 핥아줘"
"에에?? 가,, 같은 여자끼리 무슨.. 그보다 나는 그런거 모른단 말에요"
"하다 보면 알게 될거야"
이지헌은 확신이 담긴 눈동자로 말했다. 김태연은 여자의 그곳을 햝는다는 행위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런 이지헌의 눈동자를 보자 왠지 거부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해본 일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딘가에서는 여자들 끼리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본 일이 없으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김태연은 처음으로 자신의 나체를 본 사람이 자신에게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태연하게 말하고 있자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했다. 언니와 함께 하는거라면 별다른 불만이 없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자신의 처음은 일대일로 정중하게 해주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햝으면 되는거에요?"
하지만 김태연은 그런 이지헌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물론 이지헌의 말은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몸은 스스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김태연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왠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어 버렸다.
"응, 부드럽게, 손가락도 써 가면서.. 하다보면 스스로 알게 될거야"
왠지 모를 확신이 담긴 목소리. 김태연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박소현의 가랑이 사이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소녀의 연약한 설육이 박소현의 그곳을 헤치며 들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끄읏!"
박소현의 허리가 꿈틀하며 그녀의 입가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지헌의 물건을 펠라치오 하고 있는 김다연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에게 자줏빛의 쾌락의 격랑이 별안간 닥쳐오고 있었다. 그것의 진원지는 자신의 가장 민감한 부분.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좋고 부드러운 마찰감이 가장 예민한 곳에서 파도처럼 퍼져오고 있었다. 이지헌은 박소현을 보며 말했다.
"느끼고 마음 속 깊은 곳부터 새겨나가는 거다. 금방 적응할 수 있을거야. 너는 이미 경험이 있으니까"
"아으읏! 읏! 하아아.. 하아"
박소현의 얼굴이 쾌감 때문에 찌푸려지고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끈적한 신음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한편 김태연은 혀를 놀리고 손을 움직일 때 마다 점점 능숙해지는 자신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스스로 음순을 벌려 클리토리스를 찾아내고 혀를 움직여 부드럽게 감싸 자극한다. 손가락들은 질의 안쪽으로 삽입을 시도하고 거칠면서도 부드럽게 왕복하고 있다. 다른 손 하나는 이미 박소현의 항문을 찾아 박소현의 애액을 바르고 있다.
"끄으읏!!"
박소현은 자신의 익숙치 않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이물감에 허리를 꿈틀거렸다. 살짝 고개를 들어 돌아보니 김태연의 손가락 하나가 자신의 항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박소현은 잔뜩 찌푸려진 얼굴을 침대에 쳐박고 끅끅 거리기 시작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쾌감과 찌릿한 아픔이 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 손가락은 천천히 왕복을 시작하고 있었다. 박소현은 항문 아래의 그곳에서 막대한 쾌감이 닥쳐오고 있었음에도 항문의 불쾌감을 견딜 수 없었다.
"음.. 항문이 약점인가? 견디지 못하는 군..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곳을 개발하면 더욱 뛰어난 성감대가 되어주지"
이지헌은 괴로워하는 박소현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는 이지헌의 표정이 별안간 찌푸려졌다.
"크윽.."
이지헌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격한 쾌감을 느끼며 그 쾌감을 그대로 방출해 버렸다. 주우욱-! 하는 거친 격랑의 소리와 함께 하얀 백색의 액체가 기세좋게 뿜어져 나왔다. 목표는 김다연의 입 안이었다.
"크읏.. 윽.. 우우웁"
때마침 이지헌의 물건을 목구멍 깊숙히 까지 삼켜버렸던 김다연은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진한 정액의 격류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끈적하고 짙은 남자의 액체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자신의 목구멍 깊숙한 곳에 잔뜩 퍼부어졌다. 아직도 입 안에서 꿈틀거리며 정액을 뱉어내는 이지헌의 물건이 느껴지고 있었다. 김다연은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어 정액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고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목구멍 안에 가득한 정액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때때로 그 끈적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막아 컥컥 거리기도 했지만 연신 울컥거리는 목울대가 김다연이 능숙하게 그 진한 액체를 삼켜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이지헌은 김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고마워, 정말 잘했어"
".... 역시 익숙치 않네"
"뭘, 너무 잘해서 놀랐는데?"
"심술쟁이"
김다연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자신을 놀리는 이지헌을 향해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지헌은 아직도 침대에 얼굴을 박고 끅끅 거리고 있는 박소현의 얼굴을 들어 자신의 물건으로 가져갔다
이제 보고 배웠으니까 할 수 있겠지"
"끄읏.. 끅.. 우웁.."
박소현은 강제로 이지헌이 머리를 끌어와 쳐박자 저도 모르게 이지헌의 물건을 입안 가득히 받아들이고 말았다. 여전히 남아있는 정액의 비릿한 향기가 입안 가득히 퍼지자 박소현은 몸서리를 치며 물러나려 했지만 이지헌의 억센 손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지헌은 강제로 박소현의 머리를 잡아 흔들면서 말했다.
"보고 익힌대로 해봐. 어서"
"아아읍.. 우웅.."
잠시 머리를 흔들며 저항하던 박소현은 이지헌이 강압적으로 나오자 잠시 몸을 떨더니 천천히 머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항을 포기한 모양이었다. 이지헌은 옆에 늘어져 있는 김다연의 몸을 끌어안았다. 더 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여체의 만족감이 이지헌을 기분좋게 했다. 이지헌은 김다연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손을 밀어넣었다.
"꺄읏.."
이지헌은 김다연의 부끄러운 듯 하면서도 색정적인 표정을 만족스럽게 살피면서 그녀의 가슴을 입술로 물어뜯었다. 뾰족하게 발기된 유두의 거친 느낌이 입술을 살짝 스치듯 지나가고 그녀의 몸이 약한 떨림을 보였다. 이지헌은 더욱 만족하며 손가락을 그녀의 계곡 사이에 파묻었다. 김다연의 몸이 뒤로 살짝 젖혀지며 낮은 신음소리를 뱉어내었다.
"시작한 모양이야"
"알아"
한창 광란의 행위가 벌어지는 김다연의 집 뒤편, 어두운 골목길에 두 남녀가 서 있었다. 그들은 집의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잘 풀려서 '그것'이 발동될 수 있다면 이번에야 말로 그 놈은 죽은 목숨이야"
"죽은 목숨? 누가 그를 죽인다고 했지?"
여자는 매서운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남자는 살짝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미안하군, 하지만 어차피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다면 죽은거나 다름 없잖아?"
"훗, 죽은거랑 살았지만 죽은거랑 다름 없는 상태는 다른거야. 멋대로 말하지마"
"알았어.. 미안해, 화내지마"
"그런 쓸데없는 말할 시간 있으면 주변이나 잘 경계해. 아무래도 '타나토스' 들이 있을지도 몰라. 일레븐이 도와 줄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들이 있다면 작전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여자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한 낮의 바쁜 시간이라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피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두운 골목에 우두커니 서서 자신을 무섭게 쏘아보는 그들을 보고는 두려움을 느끼는 지 종종 걸음으로 빠르게 멀어져 가곤 했다. 하지만 몇 걸음을 떼고 나면 그들은 왜 자신들이 이렇게 빠르게 걷고 있는지 어리둥절해 하며 원래의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상한 남녀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있었다.
"좋아. '그것' 이 발동되었어 준비해"
"알았어"
여자의 눈빛이 빛나며 빠르게 뭔가를 지시했고 남자와 여자는 순식간에 골목에서 사라져버렸다.
"흐아악!! 흐아.. 아아악!! 제,, 젠장.. 뭐야 이거"
그 시간. 이지헌은 김태연의 밑에 깔려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었다. 이지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빨아낼 듯 강력하게 조이며 자신을 밀어붙이는 김태연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격하게 흔들리며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이지헌의 주변에는 이미 온 몸에서 체액이란 체액은 모두 뱉어낸 모양인 듯 질펀한 액체에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젖어있는 김다연과 박소현이 널브러져 있었다. 여전히 광란의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김태연과 이지헌 역시 흘린 땀과 체액으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 때문에 김태연은 허리를 움직이는 것 조차 미끄러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허리가 들릴 때 마다 끈적한 막이 두 사람의 사이를 연결했고 다시 합쳐질 때는 목욕탕 욕조에 물을 끼얹을 때나 들릴 법한 소름끼치는 물소리가 퍼졌다.
이지헌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이미 한계 사정 횟수인 5번을 훌쩍 넘겨 김태연에게만 7번의 사정을 하고 있었다. 김태연 역시 벌써 6번의 오르가즘을 거쳐 눈동자가 완전히 풀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조금도 지치지 않고 거침없이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지헌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잃어버리고 있었다. 자신의 몸은 위험을 알리고 있음에도 슬픈 남자의 본성은 김태연의 자극에 끊임없이 그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김태연은 어김없이 그 본성의 일어섬에 응답해 주었다. 이제 막 8번의 사정을 해버린 이지헌은 죽을 지경이었다.
"하악.. 하아아.. 하아아아앙!! 으읏.. 하아아!!!"
김태연 역시 벌어진 입에서 절규와도 같은, 비명과도 같은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과 몸 전체에서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전혀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이지헌은 자신의 아래에서 물소리가 한 번 울릴 때 마다 자신의 생명력이 쭉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 슬픈 것은 그럴 때 마다 소름끼칠 정도의 쾌감이 자신의 전신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지헌은 필사적으로 김태연의 의식 장악을 시도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실패하고 있었다. 김태연은 자신의 명령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대체 뭐냔 말야.. 흐읏.. 아아악!! 큭.. 그. 그만하란 말야!!!"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최면 과정에 잘못이 있어서 폭주라도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지헌은 자신의 최면술을 믿고 있었다. 결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위험성이 있었다면 벌써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이지헌은 대한민국 제 1인자의 최면술사로서의 자부심이 있었고 그것은 충분히 근거를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었다. 결코 자신의 최면술에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랄맞은 상황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지헌은 어쩌면 이대로 김태연에게 깔려 쇼크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자꾸만 지서연의 밑에서 죽어버린 옛 의뢰인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젠장.. 좀 말좀 들.. 으아아.. 들으란 말야!!!"
이지헌은 감각조차 아스라해져 가는 손을 힘겹게 움직여 김태연을 밀어냈다. 하지만 김태연은 그런 기색을 느끼자 자신을 양 팔로 휘감아 안기며 떨어지지 않았다. 이지헌은 이러다 정말 죽을지 모른다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이지헌은 머릿속이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이건 위기 상황이었다. 이지헌은 침대 옆에 던져둔 자신의 외투를 향해 힘겹게 손을 뻗었다. 극한에 치달은 신경들은 이지헌의 대뇌의 명령을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하는 듯 좀처럼 손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지헌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다. 그리고 그 결과로 외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지헌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1번 단축 번호를 눌렀다. 액정에 떠오르는 '타나토스'를 본 이지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젖혔다. 5분이면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이지헌은 공포어린 눈빛으로 자신의 위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김태연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몰아붙이고 있는 태풍과도 같은 거대한 쾌락.. 이지헌은 벼랑끝에 선 듯한 심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타나토스들이 도착하기 까지는 최소한 5분... 그 5분동안 어떠한 일이 있어도 버텨야 했다. 이지헌의 눈빛에 독기가 어렸다
"가자. 주인님이 위급하시다."
태양이 중천에 오른 한낮의 거리. 하지만 그런 거리에도 그림자는 있었고 그런 그림자에는 어김없이 그들이 있었다. 검은 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그들은 하나도 예외없이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복장은 통일인 듯 하나같이 검은 바탕에 흰 레이스가 달린 메이드 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원피스의 모습과 같아 하얗고 긴 다리와 어깨 위 쇄골이 모두 드러나는 짧은 드레스였다. 그림자의 속에 숨어들어 있던 그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녀들의 화려한 모습에 저마다 고개를 돌렸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얼굴에 하나같이 맡춰 입은 듯한 복장. 그리고 그녀들의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녀들이 사라진 자리에 옅은 보랏빛 향기가 머물렀다.
"어라? 내가 뭘 보고 있던거지?"
"참.. 이상하네.. 뭔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녀들이 사라진 뒤, 행인들은 잠시 멍청한 시선으로 그녀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적이기도 하고 길가에 괜히 침을 찍 뱉기도 하면서 가던 걸음을 계속했다. 물론 그들의 기억속에서 그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진 뒤였다.
"으윽.. 윽.. 늦어.. 이대로 가다간.."
이지헌은 침대에 대자로 누워 가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 상태까지 김태연을 내버려 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처음 김태연에게 삽입을 시도할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어야 했다. 그래.. 이제는 확실해졌다. 이지헌은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이 불가해한 상황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트리플 싸이코즈... 그 중에서도 다리안의 약물일 것이다. 전반적인 최면술의 조예를 따지자면 자신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이 바로 다리안이었지만 약물에 관해서라면 이지헌 자신을 포함한 세계의 그 누구도 그를 능가할 수 없었다. 자신이 걸어둔 최면 코드마저 무시할 정도의 강력한 최음제라...
"응?"
이지헌은 어렴풋이 방의 문이 열리는 기색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돌아보았다. 흐릿한 시야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잡히고 있었다. 길쭉한 하나와 넙적한 하나... 뚜렷한 형상을 잡아낼 수는 없었지만 대충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조금씩 이지헌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계곡에서 메아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으로 그들의 목소리가 이지헌의 고막을 둔중하게 울렸다.
"천하의 이지헌도 별 수 없구나?"
"너.. 너는..."
이지헌은 더욱 가까이 다가온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젠장.. 이지헌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타나토스들은 아직일까? 이지헌을 바라보는 초이의 입가가 씨익 하고 올라갔다.
"이 날을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
"흐윽.. 으.. 크크크... 수치를 모르는군.. 이런 식으로 나를 이겨봐야 으윽.. 너희들의 불명예만 드높일 뿐이야"
"오호호호!! 여전히 입은 살아있구나? 글쎄.. 분명히 다른 술사가 작업중인 대상에 손을 쓰는건 우리 최면술사들의 불문율에 어긋나는 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 트리플 싸이코즈가 그런 시덥잖은 일들에 털끝만한 신경이라도 쓴다고 생각하면 뭔가 잘못 안거지 안 그래?"
"크크큭.. 과연 그렇군.. 자아..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이지? 나를 죽일 건가?"
이지헌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김태연의 행위가 계속되면서 밀려오는 쾌락으로 얼굴 표정이 저절로 찌푸려 지긴 했지만 이지헌은 태연하려 애썼다. 곧 도착할거야... 이지헌은 그들이 멀리 있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이지헌을 바라보는 초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후후.. 이 상황이 되어서 까지 그렇게 폼을 잡다니.. 우리는 그런 너의 자만이 늘 마음에 들지 않았어"
"자만이 아니라 자신이겠지.. 비열한 수법으로 남의 뒷통수나 치고 다니는 3류들은 결코 가지지 못할..."
"닥쳐!"
쫘악!!
초이의 손이 거칠게 허공을 가로지르고 이지헌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이지헌은 씨익 웃으며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터진 이지헌의 입술에서 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이지헌의 표정에는 이제 여유가 돌아와 있었다. 이지헌은 그들을 느낄 수 있었다.
"너희들은 언제나 패배자일 뿐이야. 이제야 겨우 나를 사로잡게 되었다고 좋아하고 있겠지만 오산일 뿐이지.. 샤를!"
샤르륵...
"네.. 주인님"
"어.. 어느틈에!"
초이와 다리안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이지헌은 자신과 초이의 사이에 연기처럼 나타나 서 있는 검은 원피스의 샤를에게 명령했다.
"처리해"
이지헌은 어느새 나타나 방 안을 가득 메운 검은 원피스의 인형들.. 타나토스들의 도움을 받아 몸을 닦아내고 옷을 챙겨입고 있었다. 반쯤 이성을 잃은 상태의 김태연은 뒷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한 상태였다. 총 12명의 타나토스들은 다리안과 초이를 완전히 포위하고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고 있었다.
타나토스는 바로 이지헌의 저택 인형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 인형 부대였다.
혼자 활동하는 이지헌의 특성상 적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독단적이며 항상 자만에 넘치는 이지헌의 모습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최면술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이지헌은 스스로를 보호할 특수 부대를 창설했으며 그것이 타나토스였다.
총 120명, 12명씩 10개 부대로 구성된 타나토스는 저택의 수비와 이지헌의 경호를 담당했다.
이지헌이 밖으로 나가는 경우 항상 1개 부대 이상의 타나토스가 근처에 머무르며 경호하게 되어 있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샤를이 이끄는 1호대는 가장 정예였다. 그리고 그 1호대의 대장인 샤를이 지금 이지헌의 앞에서 자신의 무기인 장검을 꺼내들고 있었다. 초이와 다리안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주인님의 명령에 의해 적대 대상을 참살합니다."
샤를의 장검이 서슬 퍼런 살기를 빚어내었다. 그것을 본 초이는 주머니에서 작은 원형의 패찰을 꺼내 샤를을 향해 내밀고는 알 수 없는 주문 몇가지를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초이의 전신이 붉게 타오르며 패찰을 중심으로 붉은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적의 정신계 주문 감지. 파훼합니다."
그러자 뒤쪽에 물러나 있던 아담한 키의 타나토스가 눈빛을 푸르게 빛내며 앞으로 나서 양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타나토스의 전신이 푸른 광기를 내비치며 초이의 붉은 기운을 조금씩 감싸며 밀어내기 시작했다.
"젠장! 다리안 뭐해!!"
초이는 겨우 타나토스 하나에 밀릴 자신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곁에서 날아드는 샤를의 검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초이는 필사적으로 바닥을 굴러 피하고 다리안을 불렀지만 다리안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벌벌 떨고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하필 이럴때에"
"흐으윽.. 흐윽!! 나는 아무 잘못 없어.. 제발 살려줘!! 으아앙-!!!"
무지막지한 덩치의 다리안이 바닥에 머리를 쳐박고 벌벌 떨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은 상당히 볼만했다. 하지만 타나토스들은 일체의 그런 감정 없이 그저 명령을 수행할 뿐. 샤를의 검이 푸른 궤적을 그리며 다리안의 목덜미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르!!!
샤를의 검이 막 다리안의 목덜미를 꿰뚫을 찰나. 강력한 파동과 함께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샤를은 급히 몸을 뒤로 날려 피해내고는 다리안이 있던 자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이미 다리안은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샤를은 이지헌을 돌아보며 말했다.
"적의 공격 감지! 적의 전력은 등급 A로 판단. 전 타나토스 전투 1급 태세 개방을 요청합니다."
"허락한다."
이지헌의 허락이 떨어지자. 샤를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며 그녀의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며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12명의 타나토스 모두의 눈동자가 붉은 빛으로 강렬하게 빛나면서 방안에는 거대한 폭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방안의 가구들은 알 수 없는 파동에 하나 둘 씩 터져나갔고 벽면은 조금씩 금이 가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타나토스들은 강력한 파동을 내뿜으며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타나토스의 법칙은 수비. 결코 이지헌의 허락이 있기 전에는 공격하지 않는다. 이지헌과 타나토스들의 시선이 점점 엹어져가는 먼지구름 너머로 드러나는 형상들을 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