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회: 만남, 그리고... -->
내가 혜림이에게 한 말은 단순히 내 감정의 표현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나는 정말로 혜림이가 언제나 지금처럼 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내가 길이 아닌 곳으로 향하면 옆에서 날 지도해주길 바랬다.
그래서 나는 혜림이가 내가 얻게 된 최면술을 알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일환으로 내가 송유라를 통해 습득한 최면술의 모든 것을 알려줬다. 물론.
“헤에~? 그게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내가 혜림이, 너한테 거짓말 하겠어...”
“으읏...!”
혜림이는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말이다.
자기도 최면을 경험한 것으로 모자라, 가슴을 키우기까지 했으면서 내 말을 못 믿는 눈치인 혜림이의 모습에 나는 ‘인간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는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사실인 바. 게다가 나와 함께할,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기에 혜림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자 혜림이가 얼굴을 붉히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그치만 정말 믿기 힘든 말이잖아. 염파라거나, 염사, 그리고 독심술에 염력이라니. 그걸 누가 믿겠어.”
그래도 믿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 혜림이의 말을 들은 나는.
“하긴 그렇지...”
“그렇지?”
“응.”
혜림이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도 최면술을 처음 얻은 어제. 그것을 믿지 못해 송유라에게 실험을 해봤으니까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어떻게 하면 혜림이가 내 말을 믿을까 생각하다가.
“있잖아. 혜림아.”
“으응...?”
“그럼, 한번 경험해볼래?”
“에...? 뭐를? 아! 최면술 말하는거야?”
“응...”
백번 말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난번의 일도 있고 해서 나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살짝 긴장한 채 혜림이를 쳐다봤다.
그런 나와 달리 혜림이는.
“좋아! 그러자.”
“으응?!”
“나한테 그 최면술이라는 걸 사용해봐. 진우야.”
그때의 안 좋은 기억은 모두 잊었는지 거부감 없이 덥석 승낙했다.
그런 혜림이의 모습에 잠시나마 긴장했던 내 스스로가 한심해 보이기도하고, 그렇게 크게 데였는데도 또 내가 자신을 상대로 최면을 거는 것을 받아들이는 혜림이의 모습이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한 건지 혜림이는.
“아이 참~! 그때는 놀라고 당황해서 그런거고, 지금은 다르잖아. 그리고 어차피 난 진우 네건데. 진우 네가 나한테 나쁜 짓을 할리도 없고. 안 그래?”
“그,그야 그렇지.”
“호홋! 그러니까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고, 마음 편히 해. 날...네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까...♡”
“........!”
그렇게 말해왔다.
언제나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혜림이의 대담하고 저돌적인 그 말에 나는 놀라는 한편, 혜림이의 말대로 그때와 지금은 확실히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나에게 몸을 맡기는 혜림이를 향해 싱긋 미소지었다.
“하긴, 그러네. 이제 혜림이는 내 여자지?”
“그러엄~♡”
“그래. 그런데...”
“........?”
“널 내 마음대로 해도 좋다니...정말 응큼하다니까. 우리 혜림이.”
“에,에헤헤! 들켜버렸네...?”
그리곤 예전처럼 이곳에서 최면을 걸어 자신과 야한 짓(?)을 해줬으면 하는 혜림이의 마음을 눈치 채고 핀잔을 주자 혜림이가 얼굴을 붉히며 은근슬쩍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내 몸에 밀착시키는 한편 그 농염한 몸을 내게 기대왔다. 그런 혜림이의 행동으로 인해 욕정이 들끓었지만 그것을 애써 억누른 나는.
“으이그! 정말 머릿속에 그런 것 밖에 없지?”
-딱!
“히이잉! 아파...!”
“엄살 그만피우고, 자, 지금부터 시작할테니까 잘 봐.”
“으응!”
혜림이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고는 나에게 맞아 엄살을 피우는 혜림이에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우고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온 혜림이가 두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혜림이의 모습을 보며 정신을 집중한 나는.
핑-!
‘헤에~! 이게 혜림이의 사고구나. 으음! 대부분이 나랑 연관된 거네, 그리고...’
-딱!
“아얏! 이번엔 왜 때려?!”
“네 머릿속에 온통 섹스생각 밖에 없어서 때린다. 왜?!”
“뭐,뭐..?!
극히 일부분만 빼놓고 머릿속에 온통 나와 섹스할 생각뿐인 혜림이의 사고를 읽고 다시 한 번 머리를 쥐어박았다.
지금이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나와 섹스를 할까 궁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혜림이의 생각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하자 혜림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아! 설마 지금 혹시...!”
“그래. 독심술로 네 생각을 읽는 중이야.”
“헤에~!”
[그,그럼, 내가 지금 진우의 자지를 만지고 싶다는 것도 아는 거야?]
“쯧! 당연히 알지!”
“아앗! 정말인가 보네?”
“그럼!”
내 말뜻을 알아듣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혜림이의 사고가 읽혀 들어왔지만 송유라 때와는 달리 나에게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게 아니라서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혜림이의 모습에 새삼, 혜림이가 나를 대하는 것이 모두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를 지었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우읏! 지,진우 너! 대,대체 무슨 생각을 읽고 있길래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뭐,뭐야 이거... 처음엔 몰랐는데 생각해보니까 진우한테 내 속마음을 읽히고 있는 거잖아!? 나는 진우, 마음을 모르는데! 이건 불공평하고!]
뭔가 오해한 혜림이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발끈하며 불공평하다며 속으로 투덜댔다.
나는 그런 혜림이의 모습에 살짝 당황하는 한편,
“아,아니 그냥. 혜림이 네가 언제나 나에게 진심이었구나. 해서...”
“우읏...! 다,당연하지! 난 언제나 너만을 좋아했는걸?”
[뭐,뭐야..! 그런거야? 부,부끄럽게...!]
“으응, 그래, 그래. 그나저나...”
‘독심술은 일방적으로만 이뤄지나? 내 생각을 혜림이나, 타인에게 읽게 할 수는...’
‘불공평하다’는 혜림이의 말을 듣고 내가 혜림이의 생각을 읽는 것처럼, 혜림도 내 생각을 읽을 수 있게 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하! 이게 독심술을 응용한 정신교감이라는 거구나...?”
“에? 정신교감?”
“아,아 잠깐만...!”
송유라를 상대로 실험할 때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생각하자 머릿속의 지식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당시에 이 지식이 떠오르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내 생각이나 속마음을 송유라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아서였나 보다. 아무튼 그 덕분에.
[어때? 이러면 공평하지?]
“에...? 이,이거 설마...!”
[응! 혜림이, 네가 나만 네 생각이나, 속마음을 읽는 건 불공평하다고 해서, 네가 내 생각과 속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나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염파를 내 사고회로에 연결했어. 뭐, 말하자면 정신교감이라는 거지.]
“아,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이게 진우의 생각...이라는 거네?]
[응.]
내 의지가 허락하는 한 특정대상에 한해서 생각과 속마음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정신교감술’을 깨닫게 된 나는 혜림이와 정식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이,이거 굉장해...! 진우의 마음을 알고,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진우랑 섹스를 할 때보다 훨씬 기분 좋아... 뭐랄까...정신이 충만해지는 느낌? 사랑이 완벽하게 충전되는 듯한...그런 기분...진우, 너도 느끼고 있는거야?]
[으응...! 느끼고 있어. 정신교감이라는 거...정말 굉장한거네...]
그 덕분에 단순히 서로의 몸만이 하나가 되었던 섹스와는 달리, 몸도 마음도 서로에게 녹아들어 온전한 하나가 되고, 점점 더 서로가 서로를 갈구하게 되어 서로를 원하고 원해 완전히 서로에게 연결되었고, 그것을 통해 느껴지는 정신적인 만족함, 그리고 충만함이 색다른 쾌감을 몰고 왔다.
이를 테면 정신적인 사랑, 즉, 플라토닉 러브를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으응? 자,잠깐! 이게 뭐야!]
[응? 왜 무슨 문제 있어?]
[문제?! 당연히 있지! 대체 송유라는 어떤 년이야?!]
[헉?!]
[진우, 너! 솔직히 대답해! 얼른!]
정신교감에 취해 혜림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허락한 탓에 혜림이에게 송유라의 존재를 들켜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