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화 (39/71)

<-- 29 회: 재회, 그리고 첫 경험 -->

-찰칵...! 

"조심히 들어가." 

"으응! 진우, 너도 잘 있어!" 

"응,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 

"헤헷! 알았어. 그럼, 내일 연락할께..!" 

-쪽♡! 

여느 연인들이 그러하듯 헤어지기가 싫어, 시간을 끌다가 결국 다시 한 번 집에서 절려온 전화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 혜림이가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현관문을 나섰다.

 나는 헤어지기 싫어하는 혜림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혜림이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손을 마주 흔들어 줬고, 누나는 그런 내 모습에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연신 방긋방긋 웃으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절로 시선을 끄는 육감적이고 뇌쇄적인 엉덩이와 늘씬한 각선미 그리고 등 뒤에서도 그 풍만함을 알 수 있는 가슴을 출렁거리며 도도한 걸음걸이로 걷는 혜림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또각! 또각! 

-휘청! 

"꺄앗?!" 

-우당탕! 

"누,누나!" 

잘 걸어가다가 다리가 풀려 휘청거리며 넘어지는 혜림이의 모습에 나는 황급히 누나에게로 뛰어갔다. 

"아고고..! 엉덩이야...!" 

"괜찮아?! 어디 다친데는 없고?" 

"으응..! 보시다시피 빵빵한 엉덩이부터 떨어져서 다친 데는 없는 것 같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은 혜림이를 살피며 다친 곳은 없는지 이리저리 확인하고 있자, 혜림이는 내가 보는 곳에서 넘어졌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말려 올라간 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애액으로 축축히 젖은 팬티와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흐르는 애액, 그리고 끈적한 정액이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건지 말려 올라간 치맛자락을 끌어내리면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그런 혜림이의 행동에 얼른 누나를 부축해 일으켜주면서 핀잔을 늘어놓았다.

"그러게 내가 누나의 몸 상태를 생각해서, 섹스는 하지말자고 하니까..!" 

"우우...! 그,그치만 진우, 네가 자꾸 괴롭히니까 몸이 뜨거워져서..!" 

"으이그! 정말 못 말린다니까...!" 

"헤헷♡!" 

"웃지마!" 

"아잉~♡!" 

애초에 서로의 몸을 데우듯이 가벼운(?) 애무를 끝으로 오늘의 만남을 끝내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자극에 한껏 달궈진 육체를 주체하지 못한 혜림이가 달려드는 통에 결국 애무를 하다가 페라치오를 해버리는 누나의 입에 한번, 어서 범해달라고 울부짖으며 스스로 꽃잎을 활짝 벌리는 혜림이의 질 내에 또 한 번, 끝으로 옷을 다 챙겨 입고 집을 나서다가 이대로는 아쉽다며 달려들어 현관에서 항문에 또 한 번. 총 세 번의 섹스를 더 해버린 덕분에 다리가 풀려버린 혜림이가 결국 넘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신의 죄(?)를 잘 알고 있는 헤림누나는 귀엽게 웃어 보이며 어물쩍 넘어가려했고, 나는 그런 혜림이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미 내가 살짝 화가 나있다는 것을 눈치 챈 혜림이는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내 품에 은근슬쩍 안겨오며 자신의 그 풍만한 가슴을 밀착시켜 내가 화내기 전에 나를 달랬다.

 그리고 그 순간! 

-띵! 

-스르륵! 

"헤,헤헷! 진우야 안녕~! 내일 봐~!" 

"에휴!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으응~♡!" 

-또각! 또각! 

-스르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혜림이가 익살스럽게 웃어 보이며 내 품에서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던 혜림이의 모습과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빠져나와 위층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던 모습, 또 누나를 마중 나온(?!) 차에 타고 나서까지 손을 흔들던 혜림이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을 터뜨린 나는 누나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와...

"누나의 말대로 책을 태우러 가 볼까나...?" 

베갯머리송사의 힘을 여실히 체험했다. 

***** 

-화르륵...! 

"확실히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지 자~알 탄다!" 

혜림이를 집에 보내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남편에게 베갯머리송사를 하듯 농밀한 애무를 하는 사이 이름 없는 고서를 처분하라 말한 혜림이의 의견에 따라 아파트 인근의 공사현장으로 나와 인부들이 언 몸을 녹이기 위해 피워두는 화로(드럼통으로 만든 것)에 이름 없는 고서를 넣고 불을 붙인 나는 활활 타오르는 고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로...된 거겠지?' 

비록 이제 영원히 채음진경이나 보음보양경으로 수면을 취할 방도는 없어졌지만 최면술을 익힐 수 있었고, 또 혜림이를 얻을 수 있었기에 한줌의 재가 되어가는 이름 없는 고서를 바라보는 내 눈엔 일말의 아쉬움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타들어가는 이름 없는 고서를 바라보던 나는 고서가 완전히 타고, 까만 재만이 남자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데 그 순간! 

[크하하핫! 드디어 찾았구나! 육체적인 욕구를 갈구하기보단 정신적인 욕구를 갈구하는 자를!] 

"크윽?! 뭐,뭐지?!"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던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음성을 듣고 비틀거렸다. 

귀가 아닌 머리 전체에 울려 퍼지는 그 음성에 눈앞이 흐려지고, 균형감을 잃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음성은 마치 내 뇌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릴 것처럼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며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었고, 그 틈을 타고 머릿속을 흘러드는 방대한량의 지식과 기억들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끝내... 

[놀라지 말라. 연자여! 이는 책 속에 숨겨놓은 나의 잔류사념이 나의 지식을 전하는 것일지니! 거부하지 말라!] 

"크아아아악-!" 

털썩! 

마치 뇌리가 타버릴 것만 같은 고통을 참지 못한 나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정신을 잃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

"크으으..! 머리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정신을 차린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뭐,뭐지? 이건...?!" 

그리곤 주위를 둘러보다가 격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뭐랄까 주변의 모슨 사물의 내면이 명확하게 보인다고 할까, 인지하게 되었다고 할까. 

눈에 보이는 투사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마치 제삼의 눈이 뜨여 분명 존재하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어떤 흐름과 사물마다의 파동이 명확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아!" 

그 낯선 감각, 마치 세상의 모든 사물을 그 속까지 꿰뚤어보고 있는 것만 같은 감각에 혼란스러워 하며 이게 대체 떻게 된일인지 의문을 품자 머릿속 어딘가에 숨겨져있던 지식이 떠올랐다.

"그래...그렇게 된 거였군...!"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지식임이 분명하지만 마치 내 것처럼 자연스럽고, 선명하게 떠오르는 지식들! 

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르기 무섭게 이해가 되고, 머릿속에 각인되는 듯한 그 지식들에 나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고서의 저자가 남긴 안배로구나..!" 

그렇다. 애초에 이름 없는 고서는 책의 저자가 자신의 사후에 자신의 지식이 사장되는 것을 염려해 고서에 안배를 남겨두었던 것이다. 

그것도 생전에 자식의 심득을 인연이 닿은 이가 모조리 취할 수 있게! 

그 사실을 인지하기 무섭게, 한꺼번에 많은 지식들이 떠올라 현기증이 났지만 이내 그 현기증은 사라졌다. 그리고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쓰러진 이유가 고서의 저자가 자신의 안배를 얻은 자가 보다 쉽게 자신의 심득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데카르트가 '정신의 자리'라 부른 송과선을 개발시키고, 나아가 송과선을 감싸고 있는 뇌연막을 뚫어 대뇌에 결합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에서 오는 통증 때문에 그러한 것임을. 그리고..

"이게...염파라는거구나!" 

그 모든 작업이 끝나고 나자 정신을 차린 내가 격렬한 위화감 속에 인지하기 시작했던 공기 중의 흐름과 사물마다의 파동인 염파를 느끼고 있음을 말이다.

 또한 그가 고서에 적어둔 채음진경은 그가 원하는 후인을 찾기 위한 일종의 시험에 불과 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즉, 채음진경은 말 그대로 사람의 이목을 현혹시키기 위한 미끼,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소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일기가 거짓말은 아니네...?" 

안배에 활용되었다고 해서, 그가 책에 적었던 일들이 거짓은 아니다. 

다만 천사와 악마 사이의 추악한 거래, 그리고 잔인한 진실이 숨겨져 있을 뿐이다. 

즉, 최면술과 채음진경으로 인해 그는 물론 그의 연인까지 색마와 색녀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음기와 양기를 흡수한 일로 공적으로 몰리고, 인간과 악마에게 쫓기다가 결국 거세를 당하고 무간지옥에 갇혔다. 그후 그곳에서 복수의 칼을 갈며 절치부심하던 그에게 천사들이 찾아왔다.

 그리곤 그를 꺼내주며 자신들과 함께 악마들에게 맞서 싸우자했다. 

그것은 그도 바라마지않았던 것인지라 흔쾌히 승낙하며 언제나 선두에서 악마를 처단했다 하지만... 

"천사들 또한 그를 이용하기 위해 살려 준거지..!" 

그 모든 것이 천사들의 계략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악마들이 그러했듯 천사들 또한 그를 한낱 도구로 밖에 보지 않았던 것이다. 

악마들이 그를 이용해 인간들의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취해 자신들의 힘으로 삼았다면, 천사들은 악마와 맞서는 그를, 그리고 천사와 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자들의 플러스적인 감정을 자신들의 힘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저변에서 악마와 천사들이 암묵적인 거래를 맺고 제2, 제3의 그를 만들어 자신들의 힘을 키우려고 했고, 그렇게 천사와 악마의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이들이 자신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그 생명은 물론, 채음진경을 익힌 자가 가진 힘을 취하기로 했다.

 애초에 양기(陽氣)를 음기(陰氣)로 중화시켜 만든 그의 제혼력(帝魂力)은 악마와 천사, 그 둘 중 하나가 취해도 아무런 탈이 없는 무속성의 힘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그는... 

“인간을 한낱 도구로 생각하고 하찮게 여기는 천사와 악마들에 대적하기 위해서 이런 안배를 남긴 거였군...!” 

천사들의 지시대로 제2, 제3의 그를 만들기 위해 고서를 작성하는 척 하면서 채음진경과 최면술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면술의 비의를 깨달았지." 

최면술의 비의를 깨닫고,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그는 뛸 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최면술을 익히는 자의 염파를 강화시키기 위한 보조무공인 채음진경을 너무 과도하게 익힌 그가 이제 와서 염파를 키우는 것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과도하게 커버려 최면술을 억제하는 제혼력은 천사와 악마에게 알려져 그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기에 자신에게 변화가 생기면 그를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을 뒤늦게 깨달은 그는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마냥 절망에 빠져있을 수는 없었다. 

천사와 악마들은 고작 고서 따위를 제작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그의 모습을 탐탁치 않아했고, 이내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안 그는 하는 수없이 자신보다, 미래의 후인에게 기대를 걸고 안배를 준비했다.

 자신이 못하니 후인에게 천사와 악마에게 대적할 힘을 주려했던 것이다. 

결국 그렇게 그는 천사와 악마들의 지시대로 자신의 저서를 한번이라도 보면 채음진경을 계속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암시를 걸어두는 한편, 채음지체를 가진 인간이 강렬한 수면욕을 이겨내고 채음진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책을 불태운다면 자신의 잔류사념이 깨어나 자신의 지식을 전이시키는 식의 안배를 숨겨둔 것이다.

 그런 그의 안배는 비록 그가 천사와 악마의 통제를 받는 입장이라고는 하나 그가 최면술의 비의를 깨달음으로써 악마와 천사의 이목을 잠시나마 속일 정도가 되었기에 사용할 수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안배는 성공했군." 

그런 그의 안배는 성공했다. 

채음진경을 통해 수면이라는 정신적, 육체적 욕구를 만족시키기보단, 그저 혜림이와 연인이 된 현 상황에 만족하고 고서를 불태운 나로 인해서 말이다.

"이거, 이거...그럼, 더 이상 채음진경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잖아?"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최면술을 익히려면 채음진경을 익혀야만 하는 문제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면술의 비의를 깨달은 그의 심득으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정신적인 양기를 여성의 음기로 중화시켜 제혼력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제는 최면술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수면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슨 말인고 하면, 정신적 양기를 최면술을 이용해 여성의 정신에 침투시켜 상대 여성을 조종함으로써 그 양기를 중화시킨다는 말이다. 

이는 정신적인 힘으로 타인의 육체에 간섭하는 채음진경과 달리, 정신적인 힘으로 그 정신자체에 간섭한다는 말인데 이것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부조화를 감지해 내는 천사와 악마들에게 들키지 않을 뿐더러, 서로의 정신교류를 통해 중화된 힘은 두 사람이 나눠갖기에 결국 제혼력과 같은 기능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면은 정신적 교류가 짙어 질수록 강해지고,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나는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으음! 그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십오 분 남짓한 시간동안 수면을 취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군." 

그 일례가 바로 혜림이의 무릎을 베고 잠들었던 사건이다. 

채음진경을 무의식중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혜림이와 성관계를 가지기 이전에 정신적 양기를 사용해 누나에게 강렬한 최면을 걸었던 탓이고, 그 서툴고 일방적인 최면이 이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하나의 교류로 이어졌기에 혜림이의 정신에 침투되었던 양기가 중화되면서 내가 수면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 사실을 깨닫고 한 시름 놓게 된 나는 씨익 웃으며... 

"후훗! 그럼, 앞으로는 최면술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수면시간이 늘어난 다는 소리잖아?" 

내 마음속에서 떨쳐냈다고 생각했던 수면에 대한 욕망이 고개를 추켜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좋아, 그럼 어디 나의 안락한 수면을 위한 제물을 찾아볼까...?" 

마음속 어딘가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던 검은 욕망이 깨어나는 것도. 

하지만... 

일곱시! 

“헉?! 혜영누나가 퇴근 했을 시간이잖아?!” 

그 이전에 현재시간을 알리며 울어대는 휴대폰 덕분에 화들짝 놀란 나는 집을 향해 부리나케 뛰어갔다. 

철부지 혜영누나가 벌써 퇴근해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도 남을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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