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38/71)

<-- 28 회: 재회, 그리고 첫 경험 -->

내가 졸음을 느꼈다는 것은 둘째 치고, 머릿속에 여성의 음기를 흡수해 수면을 취했다는 이름 없는 고서의 저자의 말과 채음진경을 사용했던 범죄자의 비참한 말로, 그리고 내가 만든 엉성한 보음보양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왜 그래. 진우야...?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꾸,꿈...?" 

"으응! 눈을 감자마자 코를 골 길래, 잘 자고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보구나? 어휴! 이 땀 좀봐..!" 

-스윽..! 

하지만 그런 내 속사정을 모르는 혜림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며 내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줬고, 나는 그런 혜림이의 느닷없는 이야기에 그저 황당해하며 누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내가 흘린 땀을 닦아주는 누나의 손을 멈추고 제발 내 예상이 틀렸기를 바라며 심각한 표정으로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내가 눈을 감고, 아니, 잠들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 

"으음...! 대충 십오분 정도...?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제길!"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어쩜 그리 잘 맞는 건지 혜림이의 입에선 내가 15분 동안이나 잠을 잤다는 소리가 나왔고, 나는 혜림이가 뭐라고 하는지 듣지도 못한 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이유는 바로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한줌의 먼지로 화해 죽어버린 범죄자가 채음진경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시간이 20분 남짓이었기 때문이다. 즉! 내가 만약 나도 모르게 채음진경을 사용해서 혜림이의 음기를 흡수했다는 가정이 맞는다면 까딱하다간 나도 그 범죄자처럼 죽을 판이라는 소리다.

"제길! 어떻게...! 어떻게 하면 좋지?!" 

"진우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한 발짝, 아니 반 발짝만 더 가면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가 펼쳐져있는 상황.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백지처럼 새하얗게 변해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자, 내게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혜림이가 내게 안정을 되찾아주려는 듯 몸을 기대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후우...! 그게...!" 

"......." 

아무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없는 혜림이도 알고 있어야 할 이야기. 

하지만 섣부르게 말 할 수 없는 이야기에 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뭇거리자 혜림이는 독촉하기보단 가만히, 내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줬다.

 보통의 여자들처럼 채근하지 않고, 그저 내가 말해 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순종적인 모습의 혜림이 덕분에 차분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나는 이내 마음을 정리하고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누나에게 말하지 않은 진실, 그리고 나에 대한 진실들을 말이다.

"그,그게 정말이야...?! 지,진우 네가 죽는다고...?!" 

"...지금 당장은 아니야. 그리고...아직 살 수 있는 가능성도 남아있고...!" 

"하,하지만 그건 확실하지 않다면서!" 

"......" 

"......" 

그렇게 도서관에서 얻은 책과 그것을 통해 얻은 채음진경, 그리고 범죄자의 죽음을 채음진경의 수련자 이야기로 각색해서 들려주자 혜림이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나는 그런 혜림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론상으론 완벽하게 만들었으나, 아직 실험해보지 못한 '보음보양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나 오히려 혜림이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때문에 나는 물론 혜림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인지했을 뿐,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침묵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럼, 내가...해 줄께..!" 

돌연 혜림이가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하지만 혜림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나는 멍청하게 반문했고, 혜림이는 그런 나의 눈을 직시하며... 

"내가 하겠다고, 진우, 너의 실험대상...!" 

"누,누나..!" 

"뭘 그렇게 놀라? 설마...진우, 너, 나말고 다른 여자랑 잘려고 그런 거야?" 

"아,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뭐가 문젠데?" 

내가 아직 실험해 보지 못한 보음보양경의 실험대상이 되어 주겠다고 말해왔다. 

설마 누나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던 나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혜림이를 바라봤고, 혜림이는 그런 내 표정에 새치름하게 나를 흘겨보며 그리 말했다.

 하지만... 

'어째서 최면술과 채음진경을 익혔던 자의 연인이 떠오르는 거지...?' 

누나의 말을 듣는 순간 채음진경을 함께 익히다가 희대의 요녀이자, 탕녀가 되고 말았다는 이름 없는 고서의 주인공의 연인과 그 비참한 최후가 떠오른 나는 혜림이의 말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누나가 그리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또 그리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도 충분히 음란해,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안 그런다고 하지만 내 앞에서는 자신의 음탕함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니까...!' 

최면에 걸렸을 당시 내 앞에서 보여주었던 행동과 오늘 내게 보여주었던 행동들의 저변에 분명 혜림이의 음탕하고, 음란한 마음이 깔려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고서의 저자 또한 혼자 채음진경을 익힌 것이 아니라, 그의 연인과 함께 익혔다고 적혀있었다. 그 말은 즉, 내가 그러한 것처럼 그자도 채음진경을 변형해 채양진경을 만들고 자신은 채음진경을, 자신의 연인은 채양진경을 익히게 한 것이라는 소리였고, 그것은 어찌 보면 지금의 내가 채음진경을 내 나름대로 채음진경을 해석하고 변형해서 만든 보음보양경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소리다.

'아...! 내가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구나! 그래서 나는 물론 혜림이까지 위험하게 할 뻔했어!'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만일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볼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때가 언제 일지는 모르지만 결국 내가 만든 보음보양경을 혜림이에게 시험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결과로... 

'나는 물론 혜림이까지 먼지가 되어 소멸해버렸을 꺼야...!' 

한줌의 먼지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확신이었고, 결론이었다. 

때문에 나는 이 일이 지금의 시점에 벌어진 것을 감사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아니, 채음진경을 비롯한 보음보양경으로 뭔가를 어찌 해보겠다는 생각을 접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후우...! 아니야. 누나,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 

그 덕분에 마음이 홀가분해진 나는 마지막 남은 미련을 깊은 날숨에 날려버릴 수 있었고, 이내 냉철한 이성을 되찾고는 혜림이에게 반대의사를 표했다.

"...왜?! 지금 이상태가 계속 되면 진우, 네가 죽는다며...!" 

"아니,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하지만 자신과 계속 성관계를 갖다보면 내가 죽는다는 사실에 걱정을 하고 있던 혜림이는 내 의사를 수긍하지 못했다. 

나는 그런 혜림이의 모습에 설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채음진경의 대략적인 효과와 보음보양경의 효과,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설명해 줬다.

"아...!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만든 보음보양경이나, 책에 적힌 채음진경이나 결국...다는 건 같다는 말이구나!" 

"그렇지. 게다가 애초에 채음진경이 나와 같은 채음지체의 인간이 수면을 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내가 지속적인 수면에 대한 욕구를 버리고 지속적으로 여성, 그러니까 누나의 음기를 흡수하지만 않는다면 채음진경을 통해 생겨난 기운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말아."

'물론 내가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없어지지만...' 

"으응...! 그렇구나아...!" 

혜림이는 말귀를 못 알아들을 정도로 아둔하지는 않은데다가, 오히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배울 만큼 배운 지성인이기에 내 말을 대충이나마 이해하고서 천만다행이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나를 걱정해주는 혜림이가 고맙기도 하고, 사랑스러워서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고, 누나를 걱정시켜 미안한 마음에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앞으로는 오늘처럼 혜림이를 탈진시킬 정도로 격렬한 섹스도 하면 안돼." 

"으윽?! 그,그건 좀 싫다..!" 

"뭐어~? 아하하하!" 

"헤헤헷♡!" 

그러자 혜림이는 장난 반, 진담 반이 섞인 내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싫은 티를 냈고, 그런 혜림이의 표정에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한 혜림이도 얼굴을 붉힌 채 혀를 살짝 빼어 물고는 귀엽게 웃어보였다.

"이 음란녀..!" 

"으응~♡! 그,그건 진우도 마찬가지잖아...! 우으응...♡!" 

-쮸웁..! 츄우웁! 츄르릅..! 

나는 그런 혜림이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여,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혜림이의 그 도톰한 입술에 입을 맞추고 누나의 아랫입술을 힘껏 빨았고, 누나는 갑작스러운 키스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호응해오며 내 목덜미에 자신의 가녀린 팔을 두르고, 입술 뿐만 아니라 혀까지 맡겨왔다.

 그렇게 시작된 혜림이와의 농밀하다 못해 음란하기까지 한 키스는 한동안 지속되다가 할 말이 있는 듯 내 몸을 부드럽게 밀어내는 혜림이의 손길에 멈추었다.

-쮸우웁...! 툭..! 

"하아아...♡! 그,그나저나 그 책은 이제 어쩔 거야...?" 

"뭐? 아, 그 책...?" 

"응!" 

마치 교미하는 한 쌍의 뱀처럼 뒤엉켜있는 서로의 혀를 이쪽저쪽으로 옮겨가며 서로의 입안을 맛보던 통에 키스를 멈추기가 아쉬워 조금이라도 더 서로의 입안과 혀를 맛보기 위해 입술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혀를 내밀어 서로의 혀를 탐하다가 결국 혀끝에서 혀끝으로 이어진 음란한 은빛 실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할 말이 있어 키스를 멈췄지만 달아오르기 시작한 자신의 농염한 육체를 주체하지 못하고 예의 그 커다랗고 탄력 넘치는 가슴을 내게 한껏 밀착시킨 혜림이는 장시간 지속 된 키스로 인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잔뜩 상기된 얼굴로 이름 없는 고서의 처분에 대해 물어왔다.

"글쎄...!" 

-사라락...! 

-꽈아악! 

하지만 이름 없는 고서를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나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뉘앙스로 중얼거리곤 혜림이가 입고 있는 셔츠를 풀어헤쳐 누나의 커다랗고 탄력적인 가슴을 그러쥐었다.

 그러자... 

"하으윽..♡! 따,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이 기회에..하앙~♡!" 

"이 기회에 없애 버리자고..?" 

"으응..! 지,진우 네가 가지고 있으면 아무래도 유혹이 생길 수도 있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보면 위험하니까...?" 

"으흐으응...♡!" 

"알았어. 그렇게 할께...!" 

-쭈우욱..! 

"하아악...♡?!" 

자신의 커다란 가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압박과 짜릿한 쾌감에 음탕한 신음소리를 내지른 혜림이가 사타구니 사이로 보이는 소파 위에 음란한 냄새가 피어오르는 애액을 흘리며 물웅덩이를 만들어 내면서도 용케 내게 말을 해왔고, 나는 그런 혜림이의 관능적이고 음란한 모습에 씨익 웃으며 누나의 고혹적인 목덜미를 힘껏 빨아들여 진한 키스 마크를 남기고는 내가 움켜쥐고 있는 혜림이의 커다란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아앙~♡! 이 응석쟁이..♡! 또 내 젖을 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으응..♡?" 

"아니, 어떻게 알았지?! 에잇! 혜림이가 못먹게 하기전에 얼른 먹어야지! 아앙!" 

-콰악! 쭈웁! 쮸우웁!! 

"저,정말 이럴 때 보면 얘같다니까아..♡! 히,히이익♡?!" 

그러자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 챈 혜림이는 내가 마음대로 자신의 가슴을 희롱하기 쉽게 가슴을 내어주며 가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쾌감에 고개와 허리를 뒤로 젖힌 채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자지러지는 신음소리와 함께 마치 좀 더 자신의 음란한 몸을 괴롭혀 달라는 듯이 내게 몸을 맡겨왔다.

 그리고 그렇게 완전히 내게 몸을 맡긴 혜림이 덕분에 나는 혜림이의 농익은 육체 구석구석을 탐할 수 있었고, 그런 나의 애무는 누나가 집에서 온 연락을 받고 우리 집을 떠날 때까지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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