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회: 천사와 악마 그리고 인간... -->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지 진우한테 찾아갈게...!”
“하하하, 그러세요. 마리아교수님, 교수님 같은 미인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랍니다.”
“어,어머...! 얘는 참...!”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교수님”
“응...! 진우 너도 조심히 들어가.”
“예에~”
-부릉~!
마리아교수님의 고민 상담으로 어느새 해가 저물어 어둑해진 밤거리에서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저 멀리 사라지는 마리아교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피식 미소 지었다.
“확실히 커리어 우먼은 다르구만...스포츠카라...”
뭐 원한다면 스포츠카 정도는 충분히 사고도 남을 돈이 있지만 평범한(?) 대학생인 내가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것은 주변의 시선도 시선이거니와 괜히 돈 많은 부잣집아들이 돈지랄을 한다고 생각할 까봐 엄두도 못 낸다. 더군다나 대학생이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것과 사회인이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 그 포스가 다르다는 것이다.
“에효효...뭐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지...운전면허도 없는걸 뭐...그나저나 서둘러야겠는 걸...?”
능력 있고 아름다운 여성인 마리아교수님의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떨쳐내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녁 8시 25분, 혜영누나가 오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일하고 들어오는 혜영누나를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에...장은 엊그제 봐놨으니까 뭐 사갈 것들은 없을거고...저녁메뉴는 뭘로 하지...?”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며 한산한 하굣길을 걸어가는 나는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식재료를 떠올리며 아직 정하지 못한 저녁메뉴를 떠올리며 집을 향해 바쁘게 걸었다.
이런 저런 생각과 못 다한 집안일, 혹시 혜영누나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집안을 어지럽힐까 걱정하며 집을 향해 걸어가는 사이 어느새 등, 하굣길의 분기점인 ‘하늘 공원’에 도착했다.
나라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해 만들어둔 이 커다란 인공공원은 공원의 정중앙에 위치한 ‘만남의 광장’에서 우리 동네어디든 갈수 있게 길이 나있고, 각종 편의 시설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뭐, 그래봐야 공원 안에는 그저 나무와 풀, 가로등 산책로 같은 것들 밖에 없지만...
“으음...아무래도 빠듯한데...?”
공원을 가로지르며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8시 53분.
이대로라면 내가 집에 도착했을 쯤에는 난장판으로 변해버린 집안과 밥 달라고 징징거리는 혜영누나가 나를 반길게 빤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뛰기로 마음먹은 나는 가방끈을 바짝 조이고 뛰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후우...후우...! 마리아교수님 때문에 오늘 여러 가지로 고생하네...! 어?!”
평소라면 벌써 집에 들어가고도 남을 시간에 이렇게 미친 듯이 뛰어야만 하는 상황을 제공한 마리아교수님을 떠올린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생각을 해보니...
“마,마리아교수님한테 걸어둔 암시를 안 풀었네...?!”
마리아교수님이 나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신뢰감을 느끼게 만드는 암시를 풀지 않은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마리아교수님한테 다시 연락할 방법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나는 이내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중얼거렸다.
“에이...! 나중에 풀어드리지 뭐, 억?! 진짜 늦겠다!”
-타다닥...!
평균적으로 저녁 9시 10분에 집에 들어오는 혜영누나를 떠올리며 시계를 확인하자 어느새 시간은 9시정각! 나는 난장판으로 변해버릴 집안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꺄아아아아악!!!”
-멈칫!
“...뭐,뭐지?!”
공원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성의 절박한 비명소리!
그 몰골이 송연하게 만드는 비명에 나도 모르게 멈춰선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사,살려주세요오오옷!!!”
“저,저기다!”
다시금 들려오는 여성의 비명어린 구조신호에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성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따라서 뛰기 시작한지 몇분 후.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꺄아아아악!! 오,오지마아아앗!!”
[크르르르...!]
‘저,저게 대체 뭐지...?!’
그것은 잔뜩 겁에 질려 있는 여성과 그런 그녀를 붉게 빛나는 섬뜩한 눈으로 바라보며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야수처럼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가는 괴인(怪人), 아니 괴물이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흡사 판타지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리자드맨의 모습이었고, 그 흉측한 모습 뒤로 보기 만해도 소름이 끼치는 검붉은 2쌍의 촉수가 꿈틀대고 있었다. 또한 원래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사람의 옷을 빼앗아 입었는지 누더기로 변한 옷을 입은 그 모습이 정말이지 그로테스크 해보였다.
내가 그렇게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넋이 나가고 있는 사이, 그 정체모를 괴물은 여성에게 점점 다가들고 있었다.
“아,아...!”
[크르륵...!]
다리를 다쳤는지, 아니면 다리가 풀린 건지 주저앉은 채로 엉금엉금 뒷걸음치며 창백한 얼굴로 괴물을 바라보며 넋이 나가버린 얼굴을 하는 여성과 그런 그녀를 보며 왠지 모르게 웃고 있는 듯한 괴물의 모습이 내 두 눈에 잡혔다.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멍하니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괴물은 바닥에 주저앉은 여성을 향해 손을 뻗어가고 있었고, 그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로 인해 동공이 풀려버린 여성이 기어코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 여성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주희?! 헙?!”
여성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소리 내어 외쳐버렸다. 나는 그 엄청난 실수에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지만...
[크르르...!!]
괴물은 나의 목소리를 듣고 내가 숨어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내 위치가 괴물에게 발각되고 괴물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고 느끼는 순간!
-쐐에에엑!
“헉...!?”
괴물의 등 뒤에서 꿈틀 거리던 4개의 촉수 중 하나가 채찍처럼 길어지더니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날아왔다. 마치 화살이 날아오는 듯한 파공음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촉수의 모습에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지난 21년의 일생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영원 같았던 찰나가 지나가자 수박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퍼억!
‘아...!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본능적으로 그 섬뜩한 소리의 정체가 나를 향해 날아오던 괴물의 촉수가 내 머리를 뚫고 지나가는 소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몸이 가벼워져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죽어서 영혼으로 변하기 때문에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거구나...! 마치 허공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유체이탈(?)에 신기해하는 사이!
-물컹...!
‘으응...? 이 푹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은 뭐지...? 저승에 떨어지기라도 한 건가?’
갑자기 얼굴에서 느껴지는 푹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의아해 하며 무의식적으로 얼굴이 파묻힌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