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회: 채음지체...? -->
혜림누나가 그냥 잘사는 정도가 아니라 메이드까지 집안에 부리며 살고 있는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라 사례가 들려 한동안 고생하다가 집에 도착한 나는 현관문을 열기 무섭게 두 눈에 비친 난장판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 누나가 돌아오셨구만...”
현관에서부터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하이힐을 시작해 혜영누나가 오늘 입고 나갔던 재킷과 블라우스, 그리고 스커트가 마치 혜영누나의 이동루트를 보여주는 흔적처럼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고, 식탁에서 물을 마셨는지 진한 립스틱 자국이 묻은 머그컵에서 다시 시작된 혜영누나의 이동루트는 허물처럼 벗어버린 스티킹과 가터벨트, 그리고 보랏빛의 꽤나 야한 팬티와 ‘저만한 면적으로 어떻게 그 큰 가슴을 가렸을까?’하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브레지어가 욕실 앞까지 이어져있었다.
한마디로...
“씻고 있는 거구나...”
-쏴아아아아...
방금 집에 들어왔는지 갑작스레 들려오는 물소리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도대체가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애인지 모르겠다니까...”
평소라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옆에서 들어올 때 신발은 가지런히 놓는거다. 옷은 방에 가서 벗어라, 세탁할게 아니면 아무렇게 놓지말고 옷걸이에 걸어라, 속옷은 안보이게 세탁바구니에 넣어둬라 등등 잔소리를 해댔겠지만 오늘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이런 참사가 벌어지고야 말았다.
“나중에 나오면 두고보자...!”
결국 철없는 혜영누나덕분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하는 일이 집안 청소가 되어버린 나는 혜영누나가 허물벗듯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청소를 하고 나서야 방안에 들어왔다.
-쿵...!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누구와는 다르게 벗을 옷가지를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옷걸이에 걸어 장롱에 집어넣고 세탁물을 세탁바구니에 넣은 나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책상에 앉았다. 오늘 ‘발견한’ 책을 읽기 위함이다. 뭐 평소에는 바로 씻으러 들어갔겠지만 안타깝게도 혜영누나가 먼저 욕실을 쓰고 있으니...!
“씻는 건 나중에...어디 다 시 한번 읽어볼까...?”
-팔락...! 팔락...!
하는 행동은 여자도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자라고 샤워하는데만 한 시간 이상 걸리는 혜영누나이기에 나는 마음 편히 책을 펼쳐들었다.
“........”
-팔락...! 팔락...!
편안한 마음으로 오로지 책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부은 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우웅~! 진우야...뭐해?”
-꾸우욱...!
“우왁?!”
“꺄아악!”
-우당탕!
귓불에 뜨거운 바람을 불며 뒤에서 불쑥! 고개를 내미는 혜영누나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 나도 모르게 혜영누나를 밀쳐내며 책상위로 뛰어올랐다. 그 덕분에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튕겨져 날아간 혜영누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혜영누나의 비명소리에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나는 뒤로 튕겨져 날아간 혜영누나에게 황급히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누,누나! 괜찮아...?!”
“........”
“누,누나?!”
뒤로 날아가며 어딘가에 머리를 세게 부딛혔는지 미동도 하지않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누나! 누나! 정신차려봐! 응?!"
-찰싹! 찰싹!
침대다이에 머리를 기대고 미동도 하지 않는 혜영누나의 뺨을 때리며 혜영누나를 깨우려고 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 나는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는 것을 느끼며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혜영누나를 흔들었다.
“누,누나, 정신차려봐! 흐윽! 누나아아-!!”
-흔들흔들!
하지만 아무리 혜영누나의 가녀린 몸을 흔들어 봐도, 아무리 소리 질러 봐도 미동도 하지 않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울며불며 재빨리 책상위에 놔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니 집어 들려했다.
그때.
“풋...!”
“.........?!”
등 뒤로 들려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는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홱! 돌려 의식을 잃고(?) 있는 혜영누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꺄하하하하핫! 아우, 웃겨! 아하하하핫! 나,나 좀 살려줘! 꺄하하하핫!”
“.........!!”
온 방안을 가득 체우는 짜랑짜랑한 웃음소리에 나는 상황이 어떻게 돌라가는 것인지 파악했다.
그 순간 엄청난 안도감과 ‘누나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지만 그것은 정말 한순간 일뿐...그런 안도감과 생각은 곧 엄청난 분노로 변했다.
“이익!! 지,진짜 큰일 난 줄 알았잖아! 이 바보야!!”
“아하하핫! 미,미안 미안 하지만 꺄하하하! 너,너무 웃겨! ‘누,누나, 정신차려봐! 흐윽! 누나아아-!!’라니...아하하하핫!!”
“이,이씨이이!! 주,죽었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든지 배를 움켜쥐고 이리저리 뒹굴며 발까지 동동 구르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혜영누나를 향해 달려들어 혜영누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꺄앗! 하,하지마! 하지마아앗! 나,나 간지럼 어,엄청 타는 거 알잖아..!! 꺄하하핫! 그,그만...! 그만해에엣! 아하하핫!”
“순진한 총각을 놀려먹은 댓가다!”
“아하하핫...! 그,그만..! 자,잘못했어...! 그,그러니까 이제 그만...!”
“흥! 문답무용!”
-간질간질...
“꺄하하하핫...! 자,자꾸 이러면 나,나도 가,가만히 안있을 거야아앗!! 아하하하!”
하지만 혜영누나가 가만히 안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힘도 내가 더 세고, 체격도 내가 더 앞서는...!?
“에,에잇!”
“어,어?!”
-데굴...!
“하아아...하아아...내,내가 가만히 안있을거라고 했지...?!”
도대체 어디서 뭘 보고 그라운드 기술을 배운건지 허벅지로 내 옆구리를 꽉! 조이며 자신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내손을 단단히 부여잡고 전세를 역전시킨 혜영누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위에 올라타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혜영누나를 바라볼 정신이 없었다. 내 방에 들어오기 전에 샤워를 마쳤는지 아직도 물기가 어려 있는 촉촉한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샤워타월로 몸을 가렸던 것 같은 혜영누나는 장난을 치느라 붉게 상기된 얼굴과 물기어린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채 고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고, 혜영누나의 육감적이고 풍만한 몸을 가리던 샤워타월은 나뒹굴면서 풀어헤쳐저 그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와 뽀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즉...! 알몸이나 마찬가지란 소리였다.
“으음...? 왜 그래 진우야? 내 몸에 뒤늦게 관심이라도...꺄악!! 나,난 몰라!”
-후다닥!
멍하게 자신의 몸을 감상하는 내 눈빛을 읽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다가 자신이 알몸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혜영누나가 작은 비명을 황급히 나에게서 떨어지며 풀어헤쳐진 샤워타월로 몸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그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는 물론 물기를 머금은 무성한 수풀과 연분홍빛의 색정적인 꽃잎까지 봐버린 나는 붉어진 얼굴을 하며 부풀어 오르는 페니스를 숨기기 바빴다.
“크,크흠! 그,그러니까 누가 샤워타월 한 장 만 걸치고 다니래?!”
“시,시끄러워...! 히,히잉! 난 몰라...! 진우한테 더럽혀졌어...!”
“뭐...?”
‘이양반이 보자보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콕! 하고 찌르면 터질 것처럼 얼굴을 붉힌 혜영누나가 샤워타월로 몸을 가리고 울상이 된 얼굴로 여전히 장난스럽게 말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혜영누나의 모습에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혜영누나를 방에서 내쫒기 위해 누나의 등을 떠밀었다.
“흰소리 말고 나가서 옷이나 입어!”
“시,싫어! 아직 물기가 다 안 말랐단 말이야...! 이대로 속옷 입으면 속옷이 축축해 진다고! 그런 축축한 속옷 입는 건 생리 때만으로도 충분해!”
“이 여자가...! 그,그게 사내 앞에서 할 소리야?! 앙?!”
도대체 부끄러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혜영누나의 말에 나는 버럭 소리지르며 혜영누나를 내쫓으려고 했다. 하지만 혜영누나는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아참! 그보다 도대체 뭘 보고 있었길래 그렇게 소스라치게 놀란거야...? 혹시 야한 책...? 우후훗! 하긴 진우도 이제 다 컸으니까 그런 책을 볼 때도...”
이상한대로 말을 돌리며 기어코 방에서 나가지 않고 침대에 걸터앉는 혜영누나를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차피 혜영누나가 스스로 나갈 생각이 없는 이상 내가 혜영누나를 내쫓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책상 앞에 앉은 나는 읽다 만 책을 펴들며 말도 안돼는 소리 말라며 입을 열었다.
“야한 책은 무슨...!”
“헤에? 정말? 어디 어디...! 에엑...! 정말 아니네...우우! 눈 아파! 무슨 글씨가 이렇게 작아? 게다가 두껍기도 하고...! 대충 보니까 뭔가 심오한 말들이 잔뜩 써있는데...이것도 학교에서 배우는 거야...?”
“그럴 리가 있겠어? 이건 그냥 취미야, 취미!”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스윽 보다가 눈이 아프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흐트러진 책을 바로하자 혜영누나가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흐엑! 독서가 취미라니 토할 것 같아...!”
“그게 누나랑 나랑 차이점이라는 거지!”
“에이...! 재미없어! 난 또 우리 진우가 뒤늦게 성에 눈을 뜨고 몰래 야한 책이라도 읽는 줄알았네...!”
-풀썩!
“거,거긴 또 왜 눕는 건데?!”
시시하다는 표정을 역력하게 지으며 걸터앉은 침대위로 풀썩! 몸을 누위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버럭 소리 질렀다.
“우웅~! 하지만 진우는 어차피 침대를 안 쓰는데다가 이젠 진우가 옆에 없으면 잠도 제대로 안오는걸...?”
“하아아...그러세요...?”
“으응!”
깊은 한숨을 쉬며 말하는 나에게 귀엽게 웃으며 대답하는 혜영누나의 모습에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다 좋은데...일단 옷이나 좀 입으라니까...가랑이사이가 다 보인다고...”
“에...?!”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내 베게를 품에 안고 있는 혜영누나의 모습을 지적하자 혜영누나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다리사이를 힐끔 쳐다보더니 서서히 얼굴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고작 샤워타월로는 혜영누나의 우월한 신체를 전부 가릴 수가 없어, 누워있는 혜영누나의 요염한 하체를 간신히 가리고 있던 샤워타월이 말려 올라가 사타구니사이의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채 아찔한 모습으로 굳게 다물어져 있는 꽃잎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내 지적에 뒤늦게 자신의 행색을 인지한 혜영누나가 얼굴을 터질 듯이 붉게 불들이며 소리쳤다.
“이,이익! 벼,변태! 그,그런건 진작 말해주라고...!”
-퍼억!
“윽...!”
-타다닥...!
-콰앙...!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는 빽! 소리치며 나에게 배게를 집어던진 혜영누나가 도망치듯 방을 나가자 내 방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진작 말해줬습니다만...”
이미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 누나의 등 뒤로 작게 중얼거리고는 배게를 침대 위로 던져놓고 나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내 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