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13/71)

<-- 3 회: 채음지체...? -->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위를 해대는 음란한 옆집 아줌마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집에서 나온 나는 무사히 도서관에 도착했다. 학기 중이라면 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하기위해서 도서관에 꽤나 많은 학생들이 있었겠지만 어제부로 방학을 한터라 사람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 있긴 하구나, 도서관 사서(私書)누나.’ 

-스르륵...! 

“어머, 어서와, 진우야. 오늘도 책 빌리러 온거니...?” 

자동문으로 되어 있는 출입문을 지나치기 무섭게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기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심심했었나보다. 평소에는 그저 지나가면서 인사나 나누던 사이인데 말이다.

 뭐 어찌됐든 예상 밖의 호의이긴 하지만 무시하기에 애매하기에 나는 간단한 목례로 인사를 전하며 입을 열었다. 

“예, 뭐 그렇죠...알아서 둘러 볼테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으응, 아,알았어...” 

시큰둥한 내 대답에 사서누나가 왠지 모르게 시무룩해진 것처럼 보이는 건 혼자만의 착각일까. 

하기야 사서누나처럼 아름다운 여성이 나에게 호감을 표한다는 게 이상한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 정도면 아무리 7살 연상이라도 OK인데 말이야...쩝!’ 

확실히 사서누나의 미모 정도면 7살 연상이라도 좋을 것같다. 

흑단 같은 긴 머리카락을 등 뒤로 늘어뜨리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앞머리와 잘 정돈된 옆머리는 청순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느끼게 했고, 반듯한 이마에 초승달처럼 고운 눈썹을 따라 도도하게 솟은 오똑한 콧날과 그 아래 자리 잡은 촉촉한 눈망울과 선홍빛 붉고 윤기나는 입술, 그리고 만지면 뽀얗게 가루가 묻어나올 것 같은 탱탱하고 맑은 피부가 어우러져 청순하면서도 이지적으로 보이는 얼굴이다.

 게다가 이곳이 직장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단정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새하얀 블라우스위로 보이는 가녀린 어깨선과 너무 보듬어주고 싶은 충동이 일게 만드는 가녀린 팔과 늘씬한 손가락 그리고 한 팔에 쏙 들어올 것 같은 얇고 잘록한 허리라인을 따라 옆이 살짝 트인 검정 스커트위로 드러난 육감적이고 탱탱한 엉덩이와 걸을 때마다 옆트임으로 살짝 살짝 드러나는 진한 블랙커피색과 같은 스타킹이 감싸고 있는 늘씬하고 고혹적인 각선미를 지닌 다리와 검은색 하이힐은 이지적이면서도 청순한 성인여성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다만...!

‘하아아...절벽이라서 문제지...쩝!’ 

가슴의 굴곡이 완전한 일직선을 그리는 게 문제였다. 

사서누나의 가슴은 말 그대로 절벽! 그것도 90도의 낭떠러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절벽 미인’이라는 여성으로서 굴욕적인 별명을 받은 사람이었다.

‘들리는 소문에는 여중생이 착용하는 브래지어도 흘러내린다는 소문이 있던데...’ 

뭐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지만 말이다. 

“음...? 왜,왜그러니?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니?” 

이런! 너무 사서누나 얼굴을 오래 봤나보네...! 이럴땐... 

“아,아니요...그냥 사서누나가 오늘따라 예뻐보여서요” 

“어,어머! 얘,얘는 노,농담도 참...” 

“하핫, 그럼 일보세요. 저도 읽을 책이나 찾아서 읽다가 갈게요” 

“으응...” 

위기(?)를 모면하기위한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손으로 양쪽 뺨을 수줍게 가리는 사서누나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싱긋 웃고는 책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디보자...이쪽에 잇는 것들은 대부분 읽었고...이쪽도...마찬가지...그럼 이제 남은건 잡서(雜書)쪽인데...” 

불면증에 걸린 이후로 그 기나긴 밤을 책보며 지냈으니 이곳에 있는 어지간한 책들은 이미 읽어본 것들이다. 단순히 읽어본 것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해를 한 것도 있고, 완전히 이해한 것도 있었다. 덕분에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것 따위(?)는 한귀로 흘려버릴 정도고, 나 스스로가 논문을 만들거나 이론들을 만들어내서 용돈벌이를 하는 실정이다. 또 총 15개국어를 구사할 줄 알고, 1과 0으로 이루어진 언어, 즉 컴퓨터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는 한마디로 ‘괴물’이 되어버렸다.

“에에...이건 읽은거...이것도...이것도...이것도... 하아아...이제는 별로 읽을 것도 없구나...천상 다음달에 책이 입고 될 때까지 참아야하나...?”

실면적 총 150평에 3층 복합으로 되어있는 이 거대한 도서관에서 읽을 책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을 하면서 돌아서려는 찰나! 

“음?! 못 보던 책이다!” 

그동안 도서관에서 보지 못했던 두꺼운 책 한권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손바닥 반만 한 두께의 꽤나(?) 두꺼운 책을 들고 그대로 근처 책상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어라? 제목이 없네? 그리고 보니 먼지도 꽤 쌓여있고...에엑?! 도서관 관인도 없잖아 이거? 누가 놓고 간 건가...?” 

하지만 도서관에 들어 올 때는 도난 방지를 위해 노트북이나 전자기기, 필기도구를 제외한 일체의 물건을 반입할 수가 없었고, 도서관의 관인이 찍혀있지 않은 책 또한 반입이 불가능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발견한 이 책은 운 좋게(?)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방치되었다는 소리였다. 

“뭐 아무려면 어때 시간 때울만한 게 생겼는데...후훗! 자아...어디보자...” 

-차르륵...! 

책 위에 쌓인 먼지들을 조심스럽게 털어내고 첫 장을 펼친 나는 9pt정도 돼는 글씨크기에 또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 

“아싸! 읽을게 많겠구나!!” 

글씨 크기가 작다는 것은 그만큼 읽을 것이 많다는 소리고, 내가 남는 시간, 즉 이 시간을 더불어 밤에도 시간 때우기로 읽을 수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작은 글씨로 인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팔락...! 팔락...! 팔락...! 

“......” 

“저,저기...진우야...!” 

읽을 책은 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속독(速讀)으로 뭔가에 홀린 듯 책을 읽어 내려가던 나는 나를 조심스럽게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책속에서 헤어 나왔다.

“어...? 사서누나, 어쩐 일이에요...?” 

책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정신을 일깨우자 눈에 들어오는 사서누나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자 사서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그 고운 입술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그게...” 

“.......?” 

얼굴을 붉힌 채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는 우물쭈물해대는 사서누나의 모습에 나는 또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서누나의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잠깐 사이에 붉어진 얼굴을 식히고는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사서누나가 입을 열었다. 

“폐관(閉關)할 시간이 지나버려서...” 

“에엑?! 벌써요?” 

“으응...”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작게 중얼거리는 사서누나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손목시계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도서관이 문을 닫는 저녁 10시가 훌쩍 지나있었다.

“이,이런 미리 말씀해 주시지 않고요...!” 

“나,나도 몇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도 없이 책만 보고 있길래...” 

“아...!”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는 책 때문에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그랬나보다. 

나는 사서누나의 말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사서누나를 쳐다봤다. 

현재 시간이 오후 11시 37분이니까 대충 한 시간 40분 동안 연장근무를 한 것이었다. 사서누나는... 

“그,그래도 좋았는걸...짧은 시간이지만 진우랑 도서관에 단 둘이 있어서...” 

“예?” 

“아,아니야! 아무것도 그보다...그 책 아직 다 못 읽은 것 같은데 대여해 갈거니?” 

“아, 예, 뭐...” 

“그래, 내가 얼른 찍어줄게...! 

-타다다...! 

“뭐지?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분명 사서누나가 뭐라고 중얼거린 것 같은데 딴 생각을 하다가 못 들어버렸다. 그나저나 사서누나, 은근히 칼퇴근을 하고 싶었나보다 평소에는 저렇게 빨리 일처리를 하지 않는데 말이다.

“아, 맞다! 그 책 관인이 안 찍힌 건데...?” 

사서누나의 행동에 피식 피식 웃고 있을 때 방금 누나가 대여 처리를 해주겠다며 들고 간 책이 관인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서누나가 있을 출납창구로 향했다.

“어,어라...? 과,관인이 없네? 바코드도 없고... 히이잉! 이걸 어떻게야 하지?” 

‘하아아...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구만...’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들기에 꽤나 무거운 책을 부들거리는 손으로 들고 요리조리 살피던 사서누나가 울상을 짓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저...!” 

‘어레? 그러고 보니 여태까지 사서누나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 하아...나도 참!’ 

그동안 도서관을 다니면서 오늘처럼 특별히 대화할 기회도, 일도 없어서 그저 사서누나, 혹은 ‘절벽 미인’이라고 불러 버릇하다보니까 사서누나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어이없는 사실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사서누나가 서있는 출납창구를 바라보았다. 

늦게나마 사서누나의 이름을 알기위해서였다. 

‘박...순희? 이름 참 촌스럽네...!’ 

출납창구에 써져있는 명패를 읽은 나는 차라리 ‘사서누나’라고 부르는 게 났겠다 싶었지만 이름이 ‘박사서’도 아닌데 사서누나라고 부르기가 뭐해 그냥 ‘순희누나’라는 말을 내뱉었다.

“순희...누나!” 

“....으응?” 

“그 책, 도서관에서 찾긴 한 건데 이상하게 관인이나 바코드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누가 잘못반납할걸 그대로 도서관에 비치했나 봐요.” 

“아,아...그래?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쿠웅...! 

내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리며 책을 책상에 그대로 떨어뜨리는 순희(?)누나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팔이 아프긴 했나보다. 

“아야야...팔 아파...” 

“죄송해요. 미리 말씀드렸어야하는데...” 

꽤나 팔이 아픈 듯 가녀린 팔을 주무르는 순희누나의 모습에 나는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누나는 괜찮다는 듯이 싱긋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아냐, 아냐! 괜찮아! 아! 그럼 이 책 그냥 네가 가져가도 되겠다.” 

“예?” 

“뭐 우리 도서관께 아닌 이상 여기 둘 수가 없으니 버리거나, 팔거나 할 건데, 이왕이면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게 책도 좋아할 일이고 너도 좋아할 일이니까”

“하하, 그런가요?” 

“응! 자, 이거 그냥 가져가” 

“예.” 

- 스윽...!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나한테 책을 건네는 누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밝은 표정을 지으며 책을 받아들었다. 내심 책을 내가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뜻밖에 횡재(?)를 하게 된 나는 순희누나에게 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누나” 

“응?” 

“누나 덕에 공짜로 책도 생겼으니까, 제가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에? 아,아니야, 괘,괜찮아! 그리고 우리 집은 여기서 가까워서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은걸...!” 

내가 생각해도 예상 밖의 제안이긴 했지만 화들짝 놀라며 도리질까지 치며 거부하는 누나의 모습에 괜한 말을 꺼냈나 싶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밀고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에이! 그래도 누나 같은 미인이 밤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요!” 

“어,어머...! 얘는 장난도...” 

“그러지 말고 거랑 같이 집에 가요. 저 때문에 이렇게 늦게 퇴근하는 것도 있고, 책도 공짜로 받았으니까요. 예?” 

“그,그럴까...?” 

‘미인’이라는 아부가 먹혀들었는지 사르르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레 긍정의 뜻을 표하는 순희누나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미소 지으며 출입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후훗, 그럼, 그런 걸로 알고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 

“으응! 금방 나갈게!” 

먼저 걸어 나가는 나를 보고는 허둥지둥하며 뒷정리를 하는 순희누나의 얼굴이 상기된 것 같은 느낌은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아무튼 그렇게 순희누나에게 말하고 나서 도서관 앞에서 누나를 기다리자 순희누나가 보기 좋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는 도서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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