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은 무의식의 기억을 의식적으로는 기억하지 못하니까..자
기가 그런 앵커에 따라서..박수를 치며 무의식적으로 웃으면서도
그 이유는 모르는 거지..."
"햐..대단한데..그런게 정말 가능하단 말야..."
"그거야..당연히...가능..."
"가능하구나..그렇지 도인아..."
"할..리가 없지..."
"뭐..그럼..이 책들은 다 뭐고..니가 한 말은 다 뭐야..."
"그런 학설이나..주장이 있기는 하지만..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왜..."
"일단..그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정할 정도로 완벽하게 의식의
방어막을 제거하는 그러니까..아주아주 깊은 수준의 최면을 거는
일은 불가능해..."
"왜.."
"최면의 대상자가..그런걸 거부하거든..너같으면..그런 최면에 걸려
서..남이 니 맘을 조정하면 좋겠냐..최면은 완전한 무의식 상태는
아니거든..말하자면..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쯤 되는 지점인데..언제
든지..맘에 안들면..의식으로 돌아올수 있단 말야..."
"흠..그러니까..최면 대상자가 거부를 한다는 말이군..."
"그래..설령..최면 대상자가 최면에 걸려야지 하고 마음을 먹어도
무의식적으로라도..최면 상태를 거부하게 되지...의식이라는 방어막
이 완전히 뚤려버리고 무방비 상태의 무의식의 세계가 열리는건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니까..."
"마인드 콘드롤도 그럼 불가능인가..."
"뭐..그렇게 실망할건 없어..."
"직접 무의식에 접속할 수는 없어도..어느 정도의 의식을 가진 상
태에서도..즉 앝은 수준의 최면에서도 반복을 하면..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강하게 한번에 확실하게 명령어나 앵커를 뇌에 새길수는 없어
도...약하게 라도 자주 하면..언젠가는 새겨진다고..."
"흠..그건..아주..아주 많이..해야..겠지...그렇지..."
"그렇긴 하지..."
실망이다..내가 생각한 최면이나 마인드 콘트롤이란 조금씩 여러
번에 이루어지는 그런 것은 아니다..그렇다면..말로 설득하는 일이
랑 뭐가 다른가..꾸준히 설득하다보면 언젠가는 넘어오지 않는가...
내가 생각하는 건 보다 빠르고 신속하고..한번에 되는 그런 건데...
단 한 번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서 마음대로 조정한다면..
정말 멋질텐데...
"도인아..넌..그럼 이런 되지도 않는 책들은 뭐하러 보고 있는 거
야..."
"되지도 않는 책이라니...난..진지하게 보고 있다고..."
"결국은..아무 쓸모도 없는거 아냐.."
"그런게 아냐..니가 생각하는 그런..잠이 들어라..그러면..잠들고..무
릅꿇어라..그러면 무릅꿁고..그런건 안될지 몰라도..최면술을 이용
해서..사람의 마음속의 병도 고칠수가 있고..평소에는 잘 몰랐던..
내 자신의 내면의 세계도 들여다 볼수가 있는 거란 말야..."
김이 새기는 했지만..그래도 처음 듣는 얘기라 뭔가 흥미가 가기
는 했다..최면이니 마인드 콘드롤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근데..최면은 어떻게 거는 거야...텔레비젼에서 보면..뭐라고..얘기
를 하면서 걸던데..."
"아..최면 유도문 말이야..."
"그런거라면..여기 몇가지가 있지...그리고..이건..최면 걸때쓰는 메
트로놈..."
"메트로놈..."
"그냥..1초에 한번씩 깜박이는 전구라고 생각하면 돼...사람은 계
속해서..반복적인 자극을 주면..오히려 감각이 무디어져 버리거든..
감각이란게 주의의 변화를 감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건데..오
히려..반복된 자극은...전혀 변화가 없는 것처럼..사람의 감각을 무
디게 만들고..주위에 아무 변화가 없다고 생각을 하게 되니까..편
안하고 안전하다고 안심하게 되는 거야..그런 상태가 되면..잠도
쉽게 오고...최면에도 잘 걸려들게 되지..."
"아.."
조그만 리모콘 크기의 플라스틱 상자에서 빨간 불이 깜빡이며...점
멸했다...깜빡..깜빡...보고 있으니까..기분이 묘해지는데...
"그리고 최면 유도문이라는 건 또 뭐야..."
"그건..이런 건데..."
도인이는 책상에서..노트하나를 꺼내 주었다..중간쯤을 펼치자..반
듯한 글씨로 뭔가가 써있었다..
"이게 유도문인가..뭔가 하는 거로군..."
"응..유도문은 최면 피험자를..편안하게 해주는 말들을 적어놓은
거라고 보면..돼...인간은 다른 사람을 의심하기도 하지만..동시에
잘 믿는 속성이 있거든..누가 너 보고 잘생겼다고 하면..어때...약간
은 믿겠지..."
"약간은..믿겠지..라니..약간은...???..왜..내가 약간만 믿어야 하지..."
"흠..뭐...넘어가자..아무튼...다른 사람의 말대로..몸이 편해지는 상
상을 하다 보면..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면서..수면 상태와 비
슷한 상태로 빠져들게 되는 거야..아까..메트로놈하고 비슷한 거
지...요점은 긴장을 이완시켜서..가수면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이거
야..."
"말로만으로는 잘 모르겠어...한 번 해볼까..내가..."
"최면을 걸어 보겠다고..나한테..."
"너밖에 없잖아..."
나는 도인이를 바라보며..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둘 밖
에 없는 방안에서 최면을 걸겠다면..당연히 자기를 가르키는 건
데...뭘..물어보고 한단 말인가...
"왜..내키지 않는 거야..."
"그게 아니라..최면은 그렇게 쉬운게 아니라고..아무나..할수 있는
건...아니야..."
"최면을 걸겠다는게..아니라..어떤건지 궁금해서..한 번 해 보겠다
는 거야..."
"차라리..내가 최면을 걸어주면 어때..."
"싫어..난..직접 해보고 싶다구...."
"아아..알았어..니가 최면을 걸어...그럼 난 여기 의자에 않아 있을
께..여기 앞 책상에 메트로놈을 이렇게 켜놓고..이걸 보고 있을께..
너는 최면 유도문을 읽어..천천히..알았지..."
"그게 다야..."
"아..그리고..어깨라도 주물러 주면..더..좋지..."
"뭐..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가능하면..머리도 맛사지 해주고..."
"맙소사..최면을 건다고 했지..누가..맛사지 해준다고 했냐..."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야..안마를 해주면서 몸을 편하게 해주면..
긴장이 더 쉽게 풀려서..최면에 더 잘 걸린다구..."
"정말이야...."
"자넨..속고만 살았나..."
그래..아무려면 어떠냐..한 번 해 보는거 제대로 할건 다 해보자...
나는 유도문이 적혀 있는 노트를 책상위에 펼쳐놓고는 도인이의
뒤로 다가가 두 손으로 어깨를 잡고는 꾹꾹 눌러 주었다..처음에
는 아프다고..켈켈 거리더니..좀 해주니까..시원하다면...얌전해져 버
렸다...
"자..도인아..저기..빨간불에 집중해..이제부터..시작할꺼야...."
나는 도인이의 노트를 힐큼 쳐다보며 말했다...
"자..도인아...저 빨간 불빛을 계속 바라봐...깜빡..깜빡..저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점점 몸이 편안해지고..기분이 좋아진
다...깜빡..깜빡...."
"깜빡..깜빡..불이 깜빡일때마다..몸이 편안해지고..서서히 긴장이
풀린다..먼저..두 어깨가 편안해진다..깜빡..깜빡..."
나는 도인이의 어깨를 시원하게 눌러주면..유도문을 읽어 내려갔
다..뭐랄까..글을 읽다보니 나도 기분이 좀 묘했다..유도문에는 옆
에..긴장이 풀린다고 말하는 부분을 맛사지 해주면서 하면 효과가
좋다고 써 있었다..
"깜빡..깜빡... 불이 깜빡일때..마다..몸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
다..이제는 목과..머리가 편안해진다..."
나는 도인이의 목을 한 손으로 잡고는 부드럽게 맛사지했다..그리
고는 두 손으로 도인이의 머리를 붙잡고는 열 개의 손가락을 모
두 세워서..도인이의 머리를 꾹꾹 눌러주며..맛사지를 해주었다...
"깜빡..깜빡...불이 깜빡일때..마다..몸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
다..이제는 얼굴과 턱이. 편안해진다..."
유도문은 비슷한 말이 계속 반복되어서..나는 유도문을 읽으며..도
인이의 팔과 허리..그리고..다리까지..맛사지를 해주었다...그리고 마
지막으로...
"깜빡..깜빡...불이 깜빡일때마다..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몸이 편안
해진다..그리고..이제..서서히..눈에 피로가 오면서..참을 수 없을 만
큼 졸려진다..깜빡..깜빡...이제..더 이상은 졸려서..참을 수가 없다..
눈꺼풀이 바윗처럼 무거워진다..깜빡..깜빡...이제..더 이상 참을 수
가 없다..눈꺼풀이 완전히 내려가며..깊은 아주..깊은 잠에 빠져든
다...깜빡..깜빡..."
"자..이제는 당신은 완전한 잠에 빠져들어 버렸습니다...이제 내가..
열까지 세면..더 깊은 잠의 세계로 아주 깊고 깊은 잠의 세계로
빠져듭니다...하나..둘...셋..열....이제 당신은 완전한 수면에 빠져 있
습니다..이제..당신은 오직 나의 목소리에만..반응하게 됩니다...그리
고...그리고.."
다음은 없잖아... 흠..뭐야..이제 끝난건가..휴우..녀석을 맛사지 까지
해주느라..힘들었네...
"야..도인아..다끝났다...이거..생각보다 재미는 없는데..맛사지 하는
것도 힘들고..."
도인이 녀석은 진짜..잠이라도 들었는지 묵묵 부답이었다...
"야...도인아...이게..진짜..잠들었나..."
어라..뭐야..이거..진짜..잠들었나...나는 도인이의 의자를 돌려 보았
다..빙그르 회전 의자가 돌아가자..완전히 잠에 취해버린..도인이의
얼굴이 보였다..몸도 완전히 긴장이 풀린채..말 그대로 축 늘어져
있었다...
"이..이런..."
뭐야..혹시..설마..최면이 제대로 걸렸나...설마..그럴리가..하는 생각
이 들기는 했지만..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이건 완전히...말그대
로 쭉 뻗어버리고 말았는데..이녀석...
"야...도인아..."
내가 아무리 흔들어 봐도..녀석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이러다가 괜히 도인이가 안 깨어나
면...어쩌지...아..그렇지..최면에..걸린 거라면....깨어 나라고 하면 되
는 거 아냐...단순한걸 가지고...
"흠..그러니까..도인아..내 말 잘들어..이제..내가..셋을 세면..깨어 나
는 거야..자..하나..둘울..세엣..깨어나라..얍..."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인이의 눈꺼풀이 열리며..도인이가
깨어나기 시작했다..녀석은 뭔가 멍한 얼굴이었다..하지만..금새..정
신을 차렸는지..주위를 이상하다는 듯이 두리번 거렸다...
"어떻게 된거지..내가 잠시 잠들었었나..."
"잠든게 아니라..최면에 걸렸었다구...."
"최면...내가..설마 너한테...."
"나 아님 여기 누구 또 있냐...."
"설마...최면이란게..그렇게...쉽게 걸리는건....."
녀석은 갑자기 말을 끊었다..그리고 뭔가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나
를 쳐다보았다...
"그게..좀.,.."
"좀..뭐가...."
"이상해..."
"뭐가..말을 해봐...이상한 표정만 짓지 말고..."
"아까..말야...니가..내 어깨 주물러 주면서...유도문을 읽을때...기분
이..좀...묘했어..."
"묘하다니...어떻게..."
"니 목소리를 듣고 있다가 보니.. 뭐랄까 끝도 없는 밑바닥으로
끌려 내려가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해야하나..쬐금 무섭기도 하고...
그리고는 기억이 안나..."
"다야..그게..."
"응..."
"아니...그렇다면..혹시..나의 목소리에..신비로운 힘이라도..최면을
잘 걸리게 하는 특별한 목소리리도 내가 가지고 있는 건가..."
"설마..."
"아니면..뭐야..난..난생 처음..최면 유도문이니 하는걸 무슨 뜻인지
도 모르고 읽었을 뿐이라고..그런데..내 녀석은..완전히 잠에 빠져
버렸었단 말야..내가 흔들어 깨워도 안 일어나더라구..그러다가..뭐
냐..내가...셋을 세면..깨어난다..하나둘 셋 이러니까..깨어났단..말야..
그것도 아주 단번에..말야..."
"진짜..."
"자네는 속고만 살았나...크큭.."
"어떻게 그런일이..."
"역시 언제가는 이런 날이 올줄 알았어..."
"어떤날...???"
"나의 재능을 발견하는 날...너도 알다시피..내가..공부도 안되고..운
동도 안되고..미술..음악..기타 등등..전과목에 걸쳐 재능이 없잖아...
이런 경우도 흔치 않아..원래..재주 하나씩은 타고 난다는데..난..아
무것도 잘 하는게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