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71)

"미군정이 시작된거군요....저도 어디선가 들었어요..." 

"그래..쪽빠리들이 가고 나니 양키들이 들어왔다..쪽바리들 만큼은 

아니었지만..그 놈들도 역시나 우리 민족을 생각하는 그런 녀석들

은 아니었다..." 

"준석이와 명진이 할아버지들은 어떻게 됐죠...그 오창식 하고..." 

"이..이..뭐더러...이...태성..맞어..이태성이었어...그 놈 이름이...오창

식 하고 이태성,....두 놈다..얼마 후에 마을로 돌아왔어..양키들이 

일제 시대에 경찰하던 놈들을 다 복직시켜 주었거든..." 

"우리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셨어요...두 놈들은 혼내주셨나요..." 

"어림없는 일이지...오창식이란 놈이 순사에서..순경으로 이름만 바

뀌어서 돌아왔고...그놈이 이태성이도 비호해 주고 있는데...니 할

아버지가 몽둥이 들고 설쳤다가는 감옥에 잡혀가기 딱 좋았지...결

국 돌아온 두 녀석에게 욕 몇마디.. 그것도 오창식이가 계속 시끄

럽게 굴면 철창안에 잡에 넣겠다고 해서..심한 욕은 하지도 못하

셨다더군..." 

"할아버지는 그게 천추의 한이셨데...돌아가시기 바로 전에 나한테 

그러시더구나..그때..잡혀가든..말든..할말은 하고..나중에 살인범이 

되는 한이 있었어도 그 두 놈을 몽둥이로 때려 죽였어야 하는 건

데..그랬다고..." 

"깝깝한 얘기군요..." 

"그 뒤는 더 깝깝하다..." 

"더요...??" 

아무튼...다시 경찰로 복직됐다고는 해도...일본놈들에게 부역한 일

도 있고..또..이승만 대통령이 토지개혁 한다고 막 떠들때라...오창

식이랑...이태성이는 울며..겨자 먹기로..한부자네..땅을 내놓을 수밖

에 없었어...물론...한부자네 한테..그 땅이 돌아간건 아니야...한부자

네도 일제 시대 지주니 뭐니 해서..아무튼... 그래도..어찌어찌 해

서...할아버지는 그 토지 개혁인가 때문에..약속 받은 땅을 받을 수

가 있었다..진성 스포츠센터 자리 말이다..." 

"햐...그럼 잘된거 아닌가요..." 

"그리고..전쟁이 터졌지...할아버지는 국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입

대해서..또..전쟁에 참가하셨다.." 

"이번에도 이발병이었나요..." 

"흠..흠...이발병은 죽어도 싫으셨던 모양이다..하지만 동족들에게 

총부리들 겨누기도 싫으셨던 모양이야...탄약 창고에서 군수 계원

을 하셨다는구나...글 읽는 법하고 숫자 셈하는 것도 거기서 처음 

배우셨데...나중에는 미군들과..어울리면서..영어도 조금 배우시

고..." 

"그 와중에도..뭔가를 배울수가 있구나..." 

"너도..공부좀 열심히 해라..." 

"흠.." 

"참혹한 전쟁이 끝이..아니..휴전이 되고 나서...할아버지는 고향으

로 돌아오셨지...와보니..오창식은 아직도 경찰이었고..그것도 승진

까지 되있었고..이태성이도..면서기가 되어 있었어..둘다 전쟁내내 

산속에 숨어 있다가 나왔다고 하더구나..." 

"역시 쥐새끼들이군요...으휴.." 

"그리고 얼마 후에..할아버지는 지서에 끌려가고 말았다.." 

"왜요..." 

"빨갱이라고..." 

"이상하네..할아버지는 국군이었다면서요..." 

"나도..자세한 내막은 잘 모른다..할아버지만 끌려간게..아니야...동

네 사람들 반이 끌려갔어..개중에도 죽은 사람도 많다...그리고..얼

마후에..할아버지는 겨우 풀려났지..여기저기 얻어 맞고 고문 당해

서..피멍이 들고...꼴은 엉망이었지만 말이다...그리고 그 풀려난 댓

가로..한부자가 주기로 했던..나중에..토지 개혁으로 받았던 땅은 

이태성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예..어떻게 그런일이...말도 안돼요..." 

"옛날엔 말도 안되는 일이 많았다...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설마 

할아버지가 아들인 나한테 거짓말 했겠냐...할아버지 입으로 분명

히 말씀하셨어...빨갱이라는 건 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었고...이

태성이하고 오창식란 놈이 할아버지 땅을 노리고...누명을 씌운 거

라고..그리고..땅을 이태성이에게 넘기기로 한 서류에 지장을 찍자 

마자...감옥에서 풀려났다고 했어.." 

"맙소사..." 

"할아버지 뿐만이 아니었어...마을 사람들..땅을 받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다시 땅을 빼앗겼어...마을 땅 절반이 원래..

한부자네 땅이었고...그 땅이 마을 사람들에게 잠시 나마..돌아갔었

지...하지만..얼마 지나지 않아..오창식랑..이태성이가 그 땅을 몽땅 

차지해 버렸다..." 

"그리고..지금까지..그 땅을 기반으로 떵떵 거리는 집안이 되었군

요..." 

"몇 번 위기도 있었지...반민특위 라든가...정권이 바뀔때마다..위기

는 있었어..하지만..교묘히 넘겨 나가거나..오히려..독재 정권때는 

거기에 빌붙어..더더욱 재산을 불려 나갔다..." 

"정경유착이니 뭐니..해서...이 지역 개발 사업이 막 시작될때...버

스 터미널이니..도로니..이런 시설들은 꼭 이동준이 하고 오형우네 

땅에만 지어졌지..그때 지어진 버스 터미널 있잖아..지금도..사람들

은 불편하다고 난리야...그렇지..." 

"맞아요...그 버스 터미널 때문에..왜 하필 거기에..그런걸..지었는

지..." 

"원래는 너희 학교 뒤쪽에 지을 계획이었데...그랬으면..사람들도 

더 편하고..좋았겠지..." 

"저희 학교 뒤에요...음...그 자리라면...더 좋았겠는데...." 

"지금 터미널 자리가 오형우네 땅이었거든...그 주변은 이동준이네 

땅이고...두 놈이 작당을 해서..로비를 한 모양이더라고...결국 터미

널 부지는 지금 자리로 바뀌었고...나중에 터미널 주변으로 개발이 

이루어 지면서...결국 두 놈은 엄청난 돈을 벌었지...그 돈으로 진

성 기업도 세우고..국회의원도 된거야..." 

"작은 마을이 개발붐을 타고 도시가 되었다..옛일을 모르는 외지 

사람들로 도시가 채워지고..지나간 일은 모두 과거의 기억이 되고 

말았다..그것도 잊혀져 가는 기억이.. 그리고 이제 더러운 방법으

로 돈을 모은 그 두 집안은 이 도시에서 대단한 집안이 되었고...

갖은 비리로 그 돈을 더 불린 이동준이하고 오형우는 이제...모르

는 사람이 없는 지역 유지가 되었지..과거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을 존경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돈이 많은 걸 부러워 하기

도 하겠지..." 

"아뇨..전..안그래요..." 

"후훗...그럼 다행이다...그렇게 뒤가 구린 놈들은 언젠가는 천벌받

아 망할거야...안그러냐...그래서..뭔가 제대로 된 세상이지... 

"그러게요..하지만...그런 날이..." 

왠지 모르게 아빠에게 대답을 하는 나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었

다.. 

-계속- 오늘은 토요일이다...오늘은 또 뭘하나...어차피 공부는 안 

할꺼니...당구장에나 갈까...아니면 플스방에서...예전에 재미있던 것

들이 어느순간 부터인가 재미가 없어진다면..그것은 철이 든걸까..

아니면..우울증에 걸린 걸까... 

수업은 대충 하는둥 마는둥 공상에 빠져..이생각 저생각 하다보니..

끝나고 말았다...역시 토요일은 시간이 많아서 좋다...수업은 마치

고..어디 놀러가기도 그렇고 해서..도인이랑..집을 향해..터벅터벅 

걷고 있는데...갑자기 도인이 집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인아.." 

"응..왜..." 

"나 니네 집에 가도 되냐..." 

"우리집에..." 

"생각해 보니까..너희 집에 한번도 못 가봤잖아..." 

"하긴..그래..토요일이니까..좀 놀다 가라..별로 재밌는건 없지만..." 

도인이 녀석집에 뭐 재밌는게 있겠냐 마는 딱히 할 일도 없는 터

라..도인이를 따라 녀석의 집으로 향했다.. 

녀석의 집은 골목가에 있는 깔끔한 느낌의 2층집이었다...문을 열

고 들어서자..어느선가..예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도인이 왔니..." 

"예..엄마...친구랑 같이 왔어요..." 

"어머..그래..." 

흠..나이는 서른 중반이나 되었을까...도인이 만한 키에..웨이브진..

흑단같이 검은 머릿결이 세련되게 웨이브진 머리를 한...상당히 예

쁜 아줌마였다...도인이 녀석 생각보다..예쁜 엄마를 두었네... 

"안녕하세요..도인이 친구..윤영호입니다.."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빤히 내얼굴을 쳐다보는 아줌마 때문에..조

금은 달아 올라 벌게진 얼구로 도인이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어머니가 젊으시다..." 

"우리 엄마 예쁘지 않냐..." 

"어..음..아름다우시네...젊어 보이기도 하고..." 

"새엄마야...친엄마는 따로 있어..." 

"그래..." 

흠 역시.. 좀 젊어 보이신다 싶더니..새엄마였군 흠 그나저나..제법..

사는 집이네..방도 넒고...침대도..좋고..책상은 뭐가 이렇게 넓어..뭐

야..컴퓨터용 하고 공부용하고 따로 있네...경치는 뭐,,그저 그렇군... 

역시 공부 잘하는 놈이라 그런지 책은 많이 있네...제목이 뭐야...

마인드..콘트롤...콘트롤이면..리모콘 비슷한 건가..마인드는 또 뭐

냐...짜식 뭐 이런 어련운 걸 보고 있어...뭐야..다..이런 책뿐이잖

아...이것도 마인드..저것도 마인드... 

"야..도인아..마인드 콘드롤이 무슨 뜻이냐..." 

"설마..그걸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흠..그게 그렇게 상식적인 말인가...왠지 말해놓고 쪽팔리네... 

"아니..물론 나도 알지..그래도..정확히는 모르니까..혹시 니가 더 

자세히 아나 해서..." 

"말그대로야...인간의 정신을 조정한다는 뭐..그런 의미...." 

"정신을 조정한다고..최면술 말하는 거냐...." 

"뭐..비슷하지만..." 

"그럼..다른 거야..." 

"응" 

응이라니..이자식 뭐가 이래..다르면 뭐가 다르다..이렇게 설명해 

주면 어디가 덧나냐... 

"도인아..그러면..뭐가..다른지..자세히..좀 설명좀 해줄수 있겠니...흐

흐.." 

"아...그건..." 

"그건.." 

"좋아..간단히 말해줄께...최면이라는건 인간의 무의식에 직접 연결

을 시켜주는 거야..인간의 정신세계의 90퍼센트는 이 무의식의 영

역인데...인간에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도..본인 자신도 이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지..그런데..최면을 통해

서...의식을 배제하고 직접적으로 이 무의식의 세계와 접속을 하는 

거야..." 

"의식을 배제한다니..." 

"대표적인 무의식의 세계가 바로 꿈이야...최면술은 보통..최면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말하자면 최면술사지...최면술사는 

최면의 대상자에게 긴장을 풀어주는 도구나 최면 유도문을 이용

해서..잠들기 바로 직전의 상태로 말하자면..꿈을 꾸는 것 같은 무

의식의 상태로 대상자를 유도하는 거야..그리고 그 상태에서..대상

자의 무의식의 세계와 직접 접속해서..대화를 하는 거지.." 

"그럼 마인드 콘트롤은..." 

"무의식의 세계와 접속하는 방법 자체를 최면술이라고 할수 있어..

그 상태에서 어떤 특정한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도 그렇지..어렴

풋하게 기억이 나는 범인의 얼굴을 최면을 이용해서 좀 더 확실

하게 기억시키는게 그런 방법이지.." 

"아니 어떻게 기억나지 않는걸 기억하게 한다는 거야.." 

"원래..인간의 기억의 구조란 한 번 본 것은 잊어 버리는게 아니

야..보통 인간의 뇌로 들어온 기억은 일종의 컴퓨터의 램 역할을 

하는 단기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가..선별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보존되지..선별이라고 해서..필요한 기억만 저장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그럼..선별이란 뭐야..." 

"기억의 우선 순위나..다른 기억과의 연관관계를 판단해서..기억의 

위치를 조정하는 개념이야..." 

"복잡하네.." 

"아무튼..인간의 기억 중에서 의식의 기억이란..뇌에 저장된 방대

한 데이터 가운데..끄집어 낼수 있는 기억일 뿐이야..아까도 말했

지만..90퍼센트는 무의식이라고..그 무의식의 세계에도 분명 기억

이 존재하지만..그걸 꺼낼 수가 없는거야..뇌는 마치 미로와도 같

거든 분명 안에 무엇인가가 있기는 한데..그 미로를 찾아가는 길

을 모르면 그 기억을 찾을 수가 없어..." 

"우리가 흔히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것들은 가령 내 이름이나 하

는 것들말야..그런 것들은..자주 사용하거나..꼭 필요한 정보라서..

우선 순위가 높은 그런 기억이라고 할수 있어..그런 것들은 찾기 

쉬운 위치에 저장되거나..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더라도..자주 쓰기 

때문에..쉽게 그길을 찾을 수가 있는 거지..." 

"그게 최면이랑은 무슨 상관인데..." 

"아까도 말했지만..최면을 통해..의식을 거치지 않고..무의식으로 

직접 접속하는 건..말하자면..중간에 놓인 미로를 생략하고 바로 

기억의 저장소로 가는 방법이야..." 

"나는 잘..." 

"아뭍튼 그래.." 

"마인드 콘드롤은..." 

"무의식에 세계에 직접 접속하는 기술이 최면술이고 마인드 콘트

롤은 거기에 특정한 명령어를 삽입시키는 거지..예를 들면..박수를 

치면 웃어라듯지..이런 걸 앵커라고 하는 거야...보통은 의식이라는 

방어막에 막혀서..다른 사람에게 어떤 명령을 내리는 일은 불가능

하지만..그런 의식의 방어막을 제거한 상태에서 무의식에 직접 명

령어를 삽입하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