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다가온 최윤아 선생님은 명진이의 책상 앞에 조금 고개를
숙인 자세로 명진이의 노트에 문제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무릅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검은색 스커트 밑으로 보이는 뽀얀
종아리와..스커트위로..둥그스름하게..여성적인 곡선을 보여주는 엉
덩이에...나는 물론이고..주변의 몇몇 아이들의 시선이 몰릴즈음..
그때였다...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준석이가..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것이었다....그것은 핸드폰이었다...살짝 폴더가 열리면서...
녀석의 손은 천천히 최윤아 선생님의 스커트 밑 다리 사이로 들
어가기 시작했다..
이런..폰 카메라인가...
돈많은 집 아들이니..핸드폰에 카메라가 안달려 있으면..그게 이상
할지도...
아무튼..그러고 보니..자꾸..이것저것 물어보며..시간을 끄는 명진이
녀석도 이상하고...둘이 아마도..최윤아 선생님의 치마속을 찍기로
미리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폰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는 준석이의 입술이 느끼하게..일그러진
다...우웩...역겹다...사실..나 역시도..최윤아 선생님의 치마속을 보고
싶은..그런 녀석이기는 하지만..준석이와..명진이 녀석이 저런 짓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정말..속이 뒤집힐 지경이다...
다른 녀석들이 그러는 거라면..괜찮을 지도 모르겠지만..정말..그
두 녀석만은 못봐주겠다...저런 개망나니 같은 놈들이...나중에...최
윤아 선생님의 치마 속을 찍은 사진을 보며..낄낄 거릴 생각을 하
면..속이 울렁거린다...
"이제..됐니..."
"아..예...이제야..이해가 되네요..."
명진이 녀석은 최윤아 선생님을 향해..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그리
고 선생님의 등뒤에서도..역시 느끼한 얼굴이 비릿하게 웃고 있었
다..
-계속- 수학 시간이 끝나고 시끌시끌한 교실 구석에 아이들이 모
여들기 시작했다...
명진이의 핸드폰 액정 화면에 호기심 어린 아이들의 시선이 쏠리
고..명진이는 거드름을 피우며..한장..한장..최윤아 선생님의 치미속
을 도촬한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야..죽이는데..역시 비싼 거라..화질도 깨끗하고..흐흐..."
"임마..그럼..이게..얼마짜린데.."
"그나저나..최윤아..팬티 졸라 야하지 않냐..예상은 했었지만..선생
이 돼서..이런걸 입다니..여기 엉덩이 좀 봐...팬티가 엉덩이에 완전
히 끼였잖아.."
"어디..어디..헤헤..정말이네...그리고..팬티가 얇아서..앞에서..제대로
찍었으면..보지털도 보일 것 같은데...아깝다..아까워.."
"그래..다음에는..앞에서 한번 찍어야겠는데...하하하.."
점점 모여드는 아이들의 수는 많아졌다...옆반에서 놀러온 녀석까
지도 뭔일인가 하고 그 무리에 끼여드는 판이었다..
나 역시도 최윤아 선생의 치미속이 어떨지..그 야하다는 팬티는
또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기는 했지만..역시 남자는 자존심 아닌
가...저런 놈들이 아무리 좋은 걸 가졌다고 해도..그 인간 자체가
맘에 안드는 이상..가까이 가기 조차 싫은 것이다..
"영호야..넌..보러..안가..."
아까부터 내 눈치만 살피던 대호가 슬그머니 일어서며..말했다..당
장에라도..녀석들 쪽으로 다가갈..기색이었다..
"임마..넌..저런 걸 뭘 보러..가..그냥..있어.."
"영호야..그냥..가서..보자..니가..재네들..싫어하는 건 알지만..어때..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구..."
"박대호..그냥..있으라고 말했다..부탁이다..친구의 우정을 걸고...어
어..야..."
대호는 내 말은 들은 채도 하지 않고...명진이 자리쪽으로 뛰다시
피..다가갔고..큰키를 이용해서..명진이 뒤에서...어렵지 않게..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녀석의 순박하기만 하던 얼굴이..묘한 미소로 일그러졌다..
맙소사..저런 걸 친구라고...녀석이 말하는 우정이란..도시락 뺐어
먹을 때 뿐이란 말인가...
다들 명진이 쪽으로 달라 붙어 버린 교실에..유일하게..자리에 앉
아 있는 녀석..김도인...
후훗..역시..녀석은 뭔가 다른군...
"도인아..넌..사진 보러 안가냐..."
"응..무슨 사진..."
"짜식 모른척 하긴..아까..명진이가..수업시간에..최윤아..선생..치마
속 찍은 거 말야..그래서..지금..어..도인아..어디가..."
정말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정말 무서웠다..진짜로 말이다..도인
이 녀석은 평소의 느릿느릿 하던 것과는 정반대로..정말..날다람쥐
같은 재빠른 속도로..자기보다 덩치큰 아이들 사이를 머리부터..들
이밀며..안간힘을 쓰며..파고 들더니..기어이..들어가고야 말았다..
"야..김도인..너..왜그래..임마..차례를 치켜야지...이렇게 자꾸 밀고
들어오면.."
"짜식..생긴건 안그런데..되게 밝히네..."
여기 저기서 어이없다는 혹은 짜증섞인 말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도인이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정말..날다람쥐처럼..아이들 속을
파고 들어 명진이 옆까지 도달한 모양이었다...
녀석의 특위의...중저음의 허스키 보이스가 들려왔다..
"야..명진아..이거 언제 찍었냐..죽이다..죽여..흐흐..팬티..생각보다
야시시하네.."
이런 망할 놈들..가장 친한 친구라는 놈들이..이렇게 내 마음을 몰
라주나...
그때였다..뒷문이 열리며..뛰어오기라도 했는지..숨을 헥헥 거리는
동주가 들어왔다...녀석은 불안한 표정으로 뒤쪽을 돌아보더니..살
짝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명진이와 준석이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걸어가며..동주
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담배였다...
"준석아..여기..담배 사웠어..."
"어.."
동주가 건내준 담배를 받은 준석이 녀석은 짧게..대답도 아니고..
감탄사도 아닌..어쩡쩡한 말한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핸드폰 화면
속으로 고개를 돌렸다..
땀이 흐르는 이마를 교복 소매로 훔치며...자리에 앉은 동주를 무
심코 보고 있으려니...기분이 묘하다..녀석은 또..녀석들의 담배 심
부름이나 하고 왔단 말인가...
수업 종이 울리고..몰려들었던 아이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수업
시간 내내..나는 꿈을 꾸는 듯이..멍한 상태였다...머릿속에는 갑갑
한 잿빛 구름만이 가득한 것 같았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집에 돌아가는 길...
"영호야..도인아..잘가라.."
같은 방향이기는 하지만...학교 근처에 사는 대호가..먼저..자기집쪽
으로 행했다...
"도인아..너무한거..아니냐.."
"뭐가.."
녀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투였다...
"에휴..관두자..."
솔직히 녀석들은 탓할 것도 없는 일이다..준석이와 명진이만.. 아
니었다면..나라도..당장 달려갔을 테니...
"영호야..난..여기서..저쪽으로 갈께.."
"그래..내일보자..."
도인이와도 헤어지고..혼자..K시의 도심을 조금 벗어나..우리집이
있는 변두리로 향하고 있었다..집으로 가는 길은 여러군데가 있지
만..내가 가장 좋아하는 골목길을 택했다...
가끔 기분이 않좋을 때면..이렇게..허름하고 고요한..골목길을 걷는
것이 좋다...기분도 좀 풀리고 말이다...
골목길을 걷다가..다시 큰 길로 이어지는 곳까지 왔을 때였다...흰
색 BMW 한 대가 서더니..길가에 있는 모텔의 칸막이가 되어있는
주차장 쪽으로 들어갔다... 원래..이런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는게..뒤
가 구린 경우가 많다보니..주차장에는 번호판을 가리는 천이 내려
져 있었고..
아마도 잘은 모르겠지만..주차장에서..바로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갑자기...
"안돼요..사장님...정말..왜..이러세요...저..갈래요..."
방금 들어간 BMW 안에서 내린 것으로 보이는 여자가..안에 들어
가기가 싫은지..주차장에서..남자와 실갱이를 하는 모양이었다..
"여기까지 와서..왜 이래...미스 한..."
"안돼요..이런데 오는 줄은 몰랐단 말이예요...저..갈꺼예요..."
여자가 순간적으로 남자의 손을 뿌리치나 싶더니..하이힐을 신은
여자의 발이 잰걸음으로 주차장을 나오기 시작하며..주차장에 쳐
놓은 천을 헤치고 여자가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를 따라..역시..빠른 걸음으로 중년의 덩치가 큰 남
자 하나가..따라 나와..도망치려는 여자의 손을 덥썩 잡았다..
막 골목을 빠져 나오던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골목 담장에
몸을 빠싹 붙이고는 몸을 숨겼다..왜냐구...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
겠다..굳이 말하자면..육감이라고나 할까..그래야만 할 것 같았을
뿐이다..
두 명다..내가 아는 얼굴이었다..젊은 여자는 동주의 친누나였다..
교회를 같이 다녀서..어렸을 적부터..잘 아는 사이다..그리고..남자
는..진성기업이라고..이 동네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큰 회사의
사장이다..
그리고 동시에..우리반 이준석의 아버지이자..우리 학교..장학회...이
사장을 맡고 있는 그래서..가끔씩 학교에 얼굴을 비치는...이동민씨
였다..
서연이 누나가..나보다 두 살이 많으니까..이제 열아홉인가... 작년
에..고등학교를 졸업하고..취직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여기서 대
체 무슨 일이지...
"이런..썅년이 너 죽으래...죽고 싶어...여기까지 와서..무슨 앙탈이
야..."
"사장님이야말로..정말 왜 이러세요..."
"너..잘들어..니가..가고 싶으면..가..하지만...그와 동시에 너 해고야..
그뿐인줄 알아...니 에미가 빚진거 그동안 봐주고 있었는데..그 가
게하고..집에서..당장 나가야 할껄...그게 끝이 아냐..남은 빚은 잘
아는 사채업자가 있는데..그녀석에게 넘겨 버리지 뭐..그러면..아마..
니 에미하고 니년 둘다 어디 사창가에라도 팔아 넘겨 버릴껄...후
후후"
"사장님..."
"내가..지금 허튼 소리하는 줄 알아...자신있으면..가봐..내일 당장
어떻게 되나..."
"정말..너무해요..사장님..흑흑..."
서연이 누나의 눈에서..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울고는 있었지만..준
석이 아버지에게 잡힌 손을 뿌리치지도 그렇다고..멀리 도망치지
는 더더욱 못하고 있었다..
그런 서연이 누나를 보며..이동준은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미스 한..그러니까..내 말만 잘들으면..아무 문제 없잖아...안그래..
응..그만..울고..우리 들어가자고..."
갑자기 이동준 사장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천천히 서연이 누
나의 어깨를 손을 얹고는 그대로..살짝 껴안다시피 하며..서연이
누나를 달래..모텔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서연이 누나도..훌쩍 거리고 울고는 있었지만..이동준에게..크게 반
항하지는 않았다...
"걱정마...미스 한이 잘만 하면.. 아무일 없을 테니..."
모텔로 들어가며..희미하게 들려온 그 한마디...나는 그 둘이 들어
간 모텔을 한동안 멍하게 바라보았다...
이런 젠장...하느님..부처님..알라님..대체..세상은 왜..이렇게 드러운
겁니까..그렇게..훌륭하신 분들이..세 분이나 있고..세분에게..기도
드리는 인간들이 하루에도 수억명은 될텐데...
대체..뭐가..부족해서..세상을 이따위 운영하는 겁니까...이따위로 운
영할꺼면..당장 때려치우세요...
하늘을 보며..공허하게 중얼거려 보지만..
대체..지금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나는 좀처럼..
모텔..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한동안 어슬렁 거렸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좀..늦었네...어디서..놀다왔니.."
"아뇨.."
"그럼 왜 늦었어.."
"놀다왔어요..."
"뭐..아까는..아니라며.."
"제가 착각했나 보죠..."
이런류의 대화는 정말 질색이다..난..말하고 싶지 않은데..꼬치꼬치
캐묻는거 말이다...
"아빠..일찍 오셨네요..."
"나두 놀다 왔다..."
"예...???"
"일거리가 없어서 말야...장사가 되야지..하루종일..옆집..김씨하고
장기만 두다 왔어..."
"아..."
모처럼 세 식구가 모인 저녁상...단촐하지만..간만에..식구가 모여..
먹는 저녁이라..왠지 정겨운 분위기다...앞에 놓인 김치 찌개에서
모락모락 김이 솟아 오르자..왠지..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