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1장 (10/12)

제11장

무호동중리작호(無虎洞中狸作虎)

-흑룡천군(黑龍天君) 막사여,

-독황(毒皇) 호궁소,

-사사혈상(死死血商) 초천상,

현재 해왕도에서 일고 있는 풍운의 주재자들이었다.

그들은 막사여의 혈옥전에서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문 밖을 주시하고 있

었다.

그때, 그들 앞으로 네 개의 신형이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천독사신이었다.

독황 호궁소는 그들을 보더니 벌떡 일어나 공손하게 말했다.

"사대천공! 가셨던 일은...?"

어느덧 제정신으로 돌아온 화독종이 생각만  해도 즐겁고 재미 있다는 듯 말을 받

았다.

"킬킬! 놈! 지옥에도 못 가게 해주었지!"

"그럼 놈을..."

그 말에 흑룡천군은 반색을 하며 목을 자르는 흉내를 냈다.

"킬킬! 본 화독종께서는 그저 천화독분을 날렸을 뿐이야!"

"호호! 본녀는 천중독수만 뿌렸어!"

"홀홀! 노부의 귀여운 혈천투명금령사들은 놈의 피를 흠뻑 빨아먹고 포식을 했지!"

"크녠! 그리고... 고 어린놈은... 훌쩍훌쩍!"

삼신(三神)이 한차례 재미있는  장난을 했다는 투로 말하자 파멸독황은 한술  더떠 

몹시 슬픈 표정

까지 지었다.

"본좌의 대파멸천독강에... 에고! 불쌍한 놈... 그냥 없어지더구나!"

"...?"

"...!"

흑룡천군과 독황은 한동안 그들의 장난스런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서로 마주보

았다.

문득, 흑룡천군이 지독한 괴소를 터뜨렸다.

"흐흐! 결국 놈이 죽었군!"

흑룡천군을 마주보던 독황도 시선을  돌려 천독사신을 바라보며 공손히 입을 열었

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대천공께서는 이만..."

"꺼지란 말이지?"

화독종의 말에 독황은 그만 말문이 막혀 더듬거렸다.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는..."

"고얀 놈! 제 아비를 노부가 업어 키웠거늘...  쯧쯧! 어째 영 하는 짓이  시원치 않

단  말이야... 그 

따위 꼬마 놈을 죽이는데 노부들을 오라가라 하다니... 에잉...! 가자!"

화독종이 혀를 차며 신형을 돌리자 천독사신은 모두 혀를 차며 나가 버렸다.

그제서야 비로소 독황은 허리를 펴고 자리에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그가 앉자 사사혈상 초천상이 즉시 말문을 열었다.

"크크! 이제 놈이 사라졌으니 다시 의논해 봅시다!"

흑룡천군의 안색이 정색을 했다.

"본벌의 중추는 십팔군도주요.  해왕도의 최근 행동이 심상치  않아  그들 중 이미 

반수 이상을 포

섭해 뒀지요."

"문제는 해왕도의 움직임이오..."

독황이 걱정스럽게 말하는데 갑자기 사사혈상 초천상이 놀라운 말을 했다.

"크흐흐! 노부가 이미 천해사룡(天海四龍)을 포섭했소이다!"

"천해사룡을...!"

해왕세가의 제이인자인 흑룡천군조차  사사혈상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그도 모르

는 것을 언제 초

천상이 해치웠단 말인가?

천해사룡,

해왕도의 실질적인  주관자들이며 대해왕  금무령의 수족같은 부하들이다.  그들은 

해왕도 제일원로

들이자 천해사전(天海四殿)의 전주들이었다. 

그들마저 사사혈상의 제안에 동조했던 말인가?

흑룡천군은 드디어 회색이 만면해졌다.

"그들이 있으면 이미 승산은 구 할 이상이오!"

독황도 그 말에 확신이 섰는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거사일은 예정대로 오 일 후!"

"오 일 후 본 신비혈가 휘하의 일천혈선단(一千血船團)이 해왕도를 치겠소!"

"그럼 본 독황은 일백 구의 독종독인으로 측면지원을 해 드리겠소!"

사사혈상과 독황이 도와준다는 확답을  하자 흑룡천군은 너무도 흡족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다면 오 일 후에..."

이 때를 놓칠 새라 사사혈상과 독황은 그를 열심히 부추겼다.

"막형은 해왕세가의 지존이자 사해의 제왕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이오!"

"게다가... 암흑마련에  참가하여 후일... 대륙의  사분의 일과 사해오호의 지존좌에 

오를 것이오!"

"그 때가 되면 내, 두 분의 은혜를 잊지 않겠소이다!"

흑룡천군은 신이 나서 모든 것이 이미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것인 양 광소를 터뜨

렸다.

무호동중리작호(無虎洞中狸作虎)!

호랑이 없는 곳에는 토끼가 왕이라...

그러나 불쌍한 토끼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어둠 속... 처마 밑의  그늘에서 한 마

리 뇌룡(雷龍)이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음을...

(새까만 지렁이 한 마리가 사해를 휘젓고 있었군!)

스산한 살기가 어린 화우성의 시선이 흑룡천군을 떠나 두 사람에게 쏟아졌다.

(혈왕마가의 개들... 해왕세가마저 삼키려 하는가? 허나... 본좌가 있는 이상...)

화우성은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지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뭣이! 흑룡천군! 그 놈이 감히..."

노갈을 터뜨리는 금무령의 눈썹이 극도의 분노로 푸들푸들 떨렸다.

금무령은 일각이 지나서야 겨우 분노를 가라앉히고 화우성을 바라보았다.

"신비혈가... 독왕세가... 놈들이 먼저 사해(四海)를 건드리다니...!"

금무령은 가공할 살광을 폭출시켰다.

그를 본 화우성의 고개가 끄덕였다.

(역시... 사해지존으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로군!)

한 동안 마음을 추스리던 금무령이 화우성을 보며 무거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미안하네! 잠시 추태를 보였군!"

"아니오이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하시겠소?"

"놈들이 모르는 사실이 두 가지나 있지!"

"...?"

"해왕지존에게는 단맥으로만 이어지는  금룡천위군단(金龍天威軍團)이라는 것이 있

다네..."

"금룡천위군단?"

금무령이 자신 있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그들은 일만으로 구성된 진정한 해왕세가의 전사(戰士)들이라네!"

이어, 금무룡은 품 속에서 금빛 감도는 물건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 금룡천부(金龍天符)! 해왕세가의   지존영부라네... 이것만 있으면   금룡천

위군단을 움직일 

수 있을 걸세!"

금무령은 말을 마침 동시에 금룡천부를 화우성에게 건네 주었다.

헌데, 화우성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그것을 받아드는 것이 아닌가?

금무령도 역시 당연하다는 듯 그것을 건네주고는 신비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에는 또  다른 전설이 얽혀 있다네...   금룡천부의 비밀을 푸는  자는 진정한  

금룡천황(金龍天

皇)이 될 수  있다는 게야! 허나... 이제까지는 아무도  풀지  못했네... 노부도... 혹 

자네라면 모르겠

지."

금룡천부의 비밀!

과연... 그것은 무엇인가?

진정한 금룡천황의 보좌를 약속하는 천고의 비밀...

헌데, 화우성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힐끗 들여다 보더니 품 안에 갈무리 했다.

"대해왕의 독(毒)만 제거시키면 되겠구료?"

"...!"

그 말에 금무령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사해지존으로서의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믿을 수 없기 때문일까...?

화우성의 두 손이 앞으로 쭉 뻗어나왔다.

화우성의 두 손은 달군 쇠처럼 시뻘겋게 변했다.

"독을 억제하고 있는 공력을 푸시오!"

이 무슨 말인가?

독을 억제하고 있던  공력을 푼 후 그대로  두면 독사(毒死)하거늘, 만약 화우성의 

장담과  달리 해

독을 하지 못하게 되면 금무령은 오히려 목숨을 재촉한 꼴이 되는 것이다.

허나, 금무령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우성의 말에 따랐다.

"으음...!"

금무령의 신음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전신이 새카맣게 변하는 것이 아닌가?

"벽력천광(霹靂天光)!"

화우성의 손 끝에서 새파란  뇌전광이 실가닥처럼 줄기줄기 폭출되어 금무령의 전

신모공으로 파고

들자...

"크흑!"

치지직!

금무령은 전신이 파열되는  듯한 고통에 신음을 터뜨렸고, 역겨운 비린내가  방 안

에 진동했다.

화우성의 안색은 그에 따라 점차 새하얗게 변색되고 있었다.

(대사부님의 천뢰마강이 극에 달하면 강력한 뇌기(雷氣)를  실처럼 가늘게 만들 수

도 있지! 내공의 

소모가 극심하지만 시일이 촉박하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우성의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혔다. 그와는 반대

로 금무령의 전

신은 점차 본래의 색으로 환원되고 있었다.

독(毒)은 태우면 된다! 

그 간단한 이치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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