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천축최강(天竺最强), 천축무림맹(天竺武林盟)
천기예성전은 예정대로 치뤄졌다.
천기예성전(千技藝聖戰)!
변황 최대의 제전답게 성황리에 개최된 천기예성전에는 무려 오만에 달하는 청년
기재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었으니...
금, 기, 서, 화, 마술, 궁술 등을 시작으로 천기(千技)를 겨룬 장장 일 개월의 대접
전!
그 결과 십일 인의 진출자를 가려내었으니, 그를 일컬어 십일예황(十一藝皇)...!
그들의 명성은 가히 세인의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포달랍궁(布達拉宮)의 소궁주 무영천불(無影天佛)
그는 아무도 진면목을 볼 수 없는 불가제일기재(佛家第一奇才)였다.
-황금사원(黃金寺院)의 원주 금천야(金天爺) 만금백(萬金伯)
그는 서역 최대의 거상(巨商)이며 나이 삼십에 변황 상권의 오 할을 거머쥔 변황
상계의 대부(代
父)였다.
-소뢰음사(小雷音寺)의 소종사 천뢰마종(天雷魔宗)
벽뢰금강저를 무기로 하는 그의 괴력은 가히 천하제일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
도였다.
-밀타파라문(密타波羅門)의 소문주(小門主) 마의천존(麻衣天尊)!
의술과 역도환공(易道幻功)의 달인!
-금붕천군단(金鵬天軍團)의 총단주(總團主) 천창혈인사(天槍血刃師) 사후(査侯).
금붕국을 수호하는 금붕전사들의 교두로 일 장 오 척의 금룡신창(金龍神槍)과 석
자의 혈인(血刃)
으로 무적을 자랑한다. 그는 또한 천축무림맹의 무적십천공(無敵十天公) 중 제일
공(第一公)의 위
에 올라 있는 금붕국 제일의 전사이기도 했다.
-금타신궁부(金駝神弓府)의 소부주 신무천궁제(神武天弓帝) 단우궁(丹宇弓).
활로써 무형탄살음강(無形彈殺音강)의 경지에까지 이른 궁술의 대가다.
-천룡성(天龍城)의 소성주 도룡천왕(刀龍天王) 나백(羅伯).
그는 변황 최강의 도부(刀夫)로 그의 자룡십팔도풍(紫龍十八刀風)이 일단 펼쳐디면
방원 일천 장
이 초토화될만큼 가공무비하다.
-새황천문세가(塞荒天文世家)의 소가주 새황일현(塞荒一賢) 아율사리...
천기마저도 역행시킬 수 있다는 변황제일의 지략가로 현 천축무림맹의 군사(軍
師)이며 맹주위까
지 넘보는 대야심가, 나이는 이십 오 세,
-다라패엽문(多羅貝葉門)의 제일문주 다라존승(多羅尊僧)
그는 나이 삼십에 변황제일환인(邊荒第一幻人)의 위에 오른 천면승(千面僧)이었다.
-유마혈사성(幽魔血死城)의 소성주 사사섭혼제(死死攝魂帝) 아혈타(亞血陀).
변황 사상 최강의 사종으로 칭송받으며 그의 사술(邪術)과 섭혼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들 십 인(十人)을 일컬어 사라십대종이라 하니 파황천의 고수들이며 천축무림
을 떠받히는 열
개의 기둥들이었다.
이들이 최종 결선에 오른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당연한 일, 헌데, 한 인물의 등장
은 생각지도 못
했던 변수가 되어 세인의 뇌리를 강타했다.
화우성(花雨星)...
그는 단지 이름만이 밝혀진 신비의 청년이었다. 세인들이 그에 대해 한 가지 더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가 금붕국왕인 금붕천왕의 천거로 참가자격을 획득한 행운아라는 것
뿐...
놀랍게도 그는 세인의 상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며 열 차례의 예선을 어린애 장
난하듯이 통과해
버렸다.
금, 기, 서, 화의 오대 문관 수석통과, 기마술(騎馬術), 창(槍), 궁(弓), 도(刀), 검
(劍)의 오대무관
(五大武關)도 모조리 수석 통과!
마침내 그는 일천 년 천기예황전 사상 유래가 없는 십기제일존이라는 명예로운 칭
호를 받기에 이
르렀다.
허나,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으니...!
"오오... 이럴 수가...!"
학창의를 걸친 초로의 신선 같은 노인의 유현하던 동공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
실에 찢어질 듯
커졌고,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얼굴에는 경악이 극에 달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의 앞에는 백호피로 간신히 치부만을 가린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미장부가 태산
을 방불케 하는
기도를 내뿜으며 서 있다.
바로 화우성이었다.
문득 화우성이 신선풍의 노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됐소?"
화우성의 말에 노인이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며 연신 감탄성을 터뜨렸다.
"허허... 불도속(佛道俗)의 삼대천문관(三大天文關)과 대라천진관(大羅天陣關)...
모두가 파괴되고
거기다 노부마저 성복(星卜)과 병법론(兵法論), 천기운행론(天機運行論)에서 공자께
두 손을 들고
말았으니...!"
학창의를 걸친 노인의 눈에는 이제 경악을 지나 경외나 존경의 염(念)마저 담겨
있었다.
-새황천유(塞荒天儒) 아율극.
노인은 바로 현 새황천문세가의 가주이자 변화제일의 문성으로 알려진 아율극이었
다. 중원최고의
재녀인 혜천성녀(慧天聖女) 단리운혜(端里雲慧)와 더불어 천하쌍문천이라 통칭되
고 있는 천하의
지자(智者)...
헌데, 그가 스스로 패배를 시인하며 존경의 염(念)까지 품고 있다니...!
"천기(千技)의 극(極)은 곧 문(文)... 공자께서는 만학(萬學)을 통달했으니... 천하제
일대문성(환宇第
一大文聖)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드리겠소."
천하제일대문성이라... 화우성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그게 그렇게도 좋은 것이오?"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화우성을 쳐다보며 아율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요. 그 위치는 곧 전 변황의 모든 문가(文家)를 총지배하는 것입니다."
"당신도 말이오?"
화우성이 별 감흥이 없다는 듯이 아율극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화우성으로서야 감흥이 별로 없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아직 자신의 능력의
절반도 드러나
지 않았으니까...
그것도 모르는 아율극은 화우성의 태도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대
답했다.
"물론 저도 당연히 포함되지요."
"어쨌든 통과한 것으로 알겠소."
화우성이 신형을 돌려 걸어가자 아율극이 혼자 중얼거렸다.
"천 년 간 아무도 이룩하지 못했던 대사(大事)...! 역대 천축무림맹의 맹주인 사라
천황의 위에 오
른 분은 없었다."
그의 노안에는 이 순간 기쁨이 충만하고 있었다.
"저 인물로 하여금 변황은 사상최강의 영세무적을 구가하리라.."
너무도 커다란 기쁨과 놀람으로 떨리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는 추호도 흔들리지 않
는 확신이 어려
있었다.
천기예성전의 본선은 이대관문을 뚫어야 했다.
천기대문관(千技大文關)!
천하만학을 집대성한 삼대천문관(三大天門關)과 고금만진(古今萬陣)을 망라한 대
라천진관(大羅天
陣關), 이 세 개의 관문 중 하나를 뚫어야 문관을 통과하는 것이다.
물론 일천 년 천기예성전 사상 이 세 개의 관문을 모두 뚫은 자는 전무하다.
헌데 화우성... 그는 세 관문을 모조리 뚫은 것이다.
그나마 자신의 능력은 반도 쓰지 않은 채...!
--천하제일대문성!
변황의 모든 문가를 다스릴 권한을 지닌 대문성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사인(四人)은 무섭게 뒤엉키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천붕지열의 천뢰폭음으로 인해 연무장 전체가 들썩였다.
일순,
"우욱!"
"크윽!"
"으음!"
세 마디 괴로운 신음성이 들리고, 세 명이 연무장 귀둥이로 날아가 떨어졌다.
흩어지는 먼지 속에서 장발을 휘날리며 오연하게 서 있는 야성의 미청년 화우성
은 쓰러져 있는
노인들을 주시했다.
"이제 됐소?"
얼핏 들으면 오만한 듯한 말투였으나 그가 화우성이었기에 아무런 거부감도 주
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기에는 묘한 매력과 가공할 패기가 느껴졌다.
화우성의 전신에서는 그야말로 천계(天界)의 대전신(大戰神)이 하강한 듯 절대의
신위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본 연무장 주위의 수만 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럴 수가! 삼천대공(三天大公)께서 패하시다니...!"
"대천무관은 삼천대공의 백장만 받아내어도 통과하는 곳인데... 오히려 삼천공을
격파시킬 줄이
야...!"
삼천대공(三天大公)!
대천불종(大天佛宗)!
혈전파파(血戰婆婆)!
천수대공(千手大公)!
천축무림맹의 삼대봉공이자 나이 삼갑자를 넘긴 지 이미 오래된 전전대의 변황최
강고수들... 배분
상으로는 화우성의 사부들인 범황삼천종의 바로 아래이며 현 변황의 최고 배분자
들이었다.
헌데 지금 그들의 표정은 격동으로 떨리고 있었다.
천수대공, 천 개의 손을 가졌다고 할만큼 최강의 수공(手功)을 자랑하는 그가 지금
흔들리는 노안
으로 화우성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 흑... 범황삼천종 선배들의 제자가 아니오?"
"헉!"
"범황삼천종!"
그의 말에 수만 관중들이 경악성을 터뜨렸다.
"...!"
화우성은 그의 물음에 긍정도 부정도 않고 묵묵히 서 있었다.
혈전파파,
삼갑자 동안 싸움을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로 삼아 살아온 이 노파는 부러진 자신
의 용두장을 바
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군! 노신을 비롯한 사라삼대천공을 격파시킨 것은 금령천불의 천강인이었
어..."
대천불종의 창백한 안면에도 환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미타불... 뇌정패불께서 창안하셨다는 천뢰마강의 신위를 직접 볼 줄이야..."
사라삼대천공들의 얼굴에는 기쁨에 넘치는 미소가 떠올랐다.
변황의 전설--범황삼패천!
그 신화적인 무공이 미청년의 손으로 재현되었으니...
"아미타불... 노납과 친우들이 패했음을 자인하오이다! 아울러... 공자께서 사십육대
사라천황이 되
셨음을 천축무림맹의 이름으로 인정하오이다."
순간,
"와아!"
"변황최강지존의 탄생이다!"
연무장에 모여 있던 수만 군웅들과 천축무림맹의 맹도들은 창검을 치켜들며 기쁨
에 겨워 미친 듯
환호성을 터뜨렸다.
밀실,
"뭐라고? 그럼 천축무림맹주인 전대 사라천황(沙羅天皇)께서 즉위 즉시 실종되었
단 말이오?"
화우성의 경악성이 밀실 전체를 떨어울렸다.
화우성의 전면에 시립한 십삼 인은 천축무림맹을 이루고 있는 변황십패천의 지존
들과 사라삼천대
공이었다.
이때, 새황천유 아율극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렇소이다, 맹주!"
"으음... 그런 일이...!"
화우성은 침음성을 터뜨리며 실내를 천천히 걸었다.
(전대 사라천황인 금천대상군 금해산! 그가 실종되었다니...!)
--금천상군(金天商君) 금해산(金海山)!
황금사원의 전전대 원주인 그의 금력(金力)은 구주팔황을 뒤덮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한, 그는 역
대 사라천황 중 최정상의 무위를 지닌 초강고수였다.
헌데, 그가 십 년 전의 천기예성전에서 우승한 직후 실종되었다니...
(으음... 차차 풀리겠지. 실마리는 중원에 있다. 어차피... 가야 한다. 혈왕마가 그 놈
들을 지옥으로
보내기 위해서라도...)
화우성의 눈에서는 가공할 뇌전광이 폭출되고 있었다.
중원(中原)...! 화우성은 그곳으로 가고자 결심했다. 늑대를 잡으려면 늑대가 있는
숲으로 가야 하
듯이...!
만월(滿月)이 교교로이 은사(銀沙) 같은 월광(月光)을 흩뿌리고 있는 화원...
이곳은 천예무황궁(天藝武皇宮)이라 불리우는 곳이었다. 대대로 천기예황전의 우승
자이자, 천축무
림맹(天竺武林盟)의 맹주로 선출된 자를 위해 특별히 지어진 별궁(別宮)이 이곳이
다.
지금 화원의 중앙에는 한 인물이 월광을 받으며 우뚝 서 있다.
금의(錦衣)를 걸치고 치렁치렁한 흑발을 휘날리며 서 있는 미청년, 바로 화우성이
었다.
헌데 항상 백호피 한 장만 걸치던 화우성이 옷을 입고 있다니 천지가 개벽할 기사
가 아닌가?
허나 그것은 화라와 나나의 강압적인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축
무림맹의 맹주라
는 사람이 위신과 체면이 있지 그래 반나체에 설치고 다닐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
었으니... 말이야
맞는 말 아닌가?
게다가 변황제일미라는 두 미녀가 온갖 애교와 살벌한 협박을 총동원하는 데야
천하의 화우성인
을 견딜 재간이 있겠는가?
그 누가 말했던가... 영웅은 미녀에 약하다고...?
금포에 가려진 화우성의 양쪽 허리는 온통 푸른 멍으로 꽃이 피어 있었다.
화우성이 천기예성전에 참가했던 것은 금붕천황의 거절할 수 없는 청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쓰러뜨려할 적인 혈신(血神)이 실로 거대한 혈왕마가(血王魔家)를 이끄는
절대자였기 때문
이었다.
만월을 바라보는 화우성의 입에서는 천신조차 거부 못할 단호한 기백이 흘러나왔
다.
"혈왕마가를 상대하려면 내게도 힘이 있어야 한다! 무영천불 등의 십 인(十人),
천축무림맹은 천
축과 새황(塞荒)의 가장 강대한 십류(十流)... 이들은 얻는다면 나에게는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얻었다!"
화우성이 그런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천축무림맹(天竺武林盟)>
금붕국의 천축무림맹의 일패(一覇)였으니 나머지 구패(九覇)도 함께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가?
천축무림맹의 이패(二覇)만 모여도 그 힘은 천하 최강이라 하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하물며 미인과 명예를 동시에, 그것도 무혈(無血)로 얻는 것임에야 화우성이 마다
할 리가 있겠는
가?
생각에 잠긴 화우성의 뇌리에는 절대(絶代)의 의지가 굳어지고 있었다.
"천축무림맹은 차후 나로 인해 막강한 세력으로 변모하리라..."
이때 돌연, 화우성이 인기척을 느끼고 신형을 돌렸다.
십여 장 밖...
고송의 그늘 속에 한 인영이 하얀 나삼자락을 날리며 서 있었다.
바다를 닮은 푸른 벽안(碧眼)에 둔부까지 치렁치렁한 금발(金髮)... 달덩이 같은
옥용에는 성결함
이 은은하게 사위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
한 순간 바람이 불자 화우성은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나삼자락 사이로 언뜻 희디흰 여인의 은밀한 속살이 비치는 것이
었으니...
그녀는... 서역 여인 특유의 풍만한 가슴과 수줍게 감춰졌던 유실마저 드러나는 것
도 모르고 화우
성을 응시하며 황홀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성!)
금령공주 아화라는 넋을 잃은 듯 화우성을 응시하고 있었다.
"..."
화우성이 뚜벅뚜벅 다가가자 그녀의 교구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떨리고
있었다.
(후우...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이제 나의 아내라니...!)
화우성은 가슴에서 불현듯 열기(熱氣)가 불끈 치솟아 오름을 느꼈다.
"우성..."
아화라는 다가오는 화우성을 보며 목덜미까지 붉어져 고개를 푹 수그렸다.
"훗! 화라... 아름답소."
"으흡!"
화라는 말을 끝낼 수가 없었다. 그 때는 이미 화우성의 두툼한 입술이 그녀의 붉
게 달아오른 두
꽃잎을 덮어 버렸으니까...
매미껍질이 벗겨지듯 나삼이 화라의 허리를 타고 흘러 내리고... 월광에 은은히 빛
나는 현란한 나
신이여!
놀랍게도 화라는 나삼 속에 실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정랑을 최초로
맞이하는 여인이 남편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절이었으니까...
서서히... 아주 서서히 화우성의 두 손은 화라를 불지르기 시작했다.
화우성의 손길을 따라 그녀의 전신은 조금씩 타오르고...
일순... 불길은 이글거리는 모닥불이 되어 그녀의 전신에 불꽃을 일으키기 시작했
다.
두 남녀는 무너지듯 지면으로 쓰러졌다.
"...!"
화우성의 야성미가 물씬 넘치고 육중한 체구가 실려오자 화라는 입에서 피어오르
는 나직한 신음!
배운 적도 없건만 화우성의 손은 영활한 뱀처럼 나신을 애무하고... 어느새... 터질
듯이 탄탄한 두
봉우리를 일그러뜨렸다.
동시에 두 남녀에게서는 거친 신음이 터졌다.
화우성의 영활한 뱀은 화라의 교성을 헤집으며 나신을 샅샅이 탐색했다.
(우성... 마음대로 하세요. 화라는 당신의 사람...!)
점차... 화라의 동공은 초점을 잃은 채 커져가고...
두 사람은 뒤엉켜 타오르는 뇌룡(雷龍)의 혀...!
벽력(霹靂)의 불꽃...!
마침내는 합일한 건곤천지가 되었다.
바로 그 순간, 화라는 엄청난 통증과 함께 활화산처럼 뜨거운 무엇이 자신을 꽉
채우는 것을 느
꼈다.
(아...!)
아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신음은 채 입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가슴 속에서 뜨겁
게 타올랐다.
화라는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그이가 자신의 모든
것을 꽉 채워 주
었기에...!
그것은 대해(大海)의 파도처럼, 창공에서 쏟아지는 유성처럼 그녀의 모든 것을
짓누르며 출입하
고... 시간이 갈수록 그 움직임이 빨라지고, 한순간 그녀의 모든 것이 폭발한다고
느껴졌을 때 거
대한 용암 줄기가 되어 전신을 재로 만들어 버렸다.
불꽃이 잔재는 온몸 곳곳에서 폭죽처럼 피어 오르고 그 느낌은 오래도록 지속되었
다.
화라에게 느껴지는 시간은 영원이었다.
한차례의 뜨거운 폭풍이 가라앉자 따스한 월광이 두 나신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땀에 흥건히 젖은 화라의 금발에 파묻힌 화우성의 머리... 두 손은 부드럽게 가슴
을 간지르고...!
"화라..."
"우성..."
사랑의 눈길이 오고 있다.
"우성... 음탕한 계집이라고 욕하셔도 좋아요. 하지만... 오늘이 지나면 당신은 떠나
실 것 같아서...!"
화라의 말에 화우성의 눈가로 그늘이 졌다.
"화라... 나는 올 것이오... 반드시...!"
화우성은 힘주어 말하며 화라의 나신을 보듬어 앉더니 그대로 들고 들어갔다.
화라의 두 눈은 기쁨인지 부끄러움인지 살포시 담겨 있었다. 달덩이 같은 얼굴에
는 무한한 기쁨
의 미소가 어리고...
실내엔 한 소녀가 초조한 표정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홍발(紅髮)에 타
는 듯이 붉은 적미(赤眉)가 아주 인상적인 소녀였다.
헌데, 그녀는 옷자락은커녕 실 하나도 안 걸친 알몸이 아닌가?
나이는 겨우 십오륙 세나 되었을까?
허나... 그녀의 나신은 나이보다 휠씬 숙성해 보였다. 탱탱한 젖가슴은 어떤 여인에
게도 뒤지 않을
만큼 풍만했고 한줌의 허리 아래 벌어진 둥부는 달덩이처럼 탐스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미끈한 허벅지 사이의 둔덕은 겨우 파릇파릇한 봄풀이 자잘하게 깔
린 정도라 어리
고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
은은히 붉은 빛을 띄고 있는 그 자잘한 방초 사이로 깊고도 보드랍게 패인 소녀의
비역이 수줍게
들여다 보였다.
청초하고 귀여운 얼굴, 그와 정반대로 폭발적인 염기(艶氣)와 요염한 분위기의 몸
매!
이 소녀는 바로 적미공주 아나나였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나신으로 방안을 서성대는 아나나의 눈길은 연신 방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왜 여태 안 오는 거지?"
나나의 눈길은 이미 알 수 없는 불길로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흥! 들어오기만 해봐! 아주... 죽여 줄 테니까...!"
죽여준다.? 누구를 어떻게 죽여준다는 말일까?
무엇이든 형체도 없이 태워 버릴 듯한 욕망과 열기로 가득찬 나나의 눈길...!
그녀는 출렁이는 가슴을 끌어안으며 다부지게 말했다.
"흥! 그냥 꽉! 눌러 줘야지. 자기를 위해서 오 년 간이나 천염환우경(天艶歡宇
經)을 익혀 왔는
데..."
<천염환우경>
하늘의 잉태로 환희가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는 뜻인데...
바로 그 때였다.
드르륵!
방문이 열리고 화라를 두 팔로 안아든 화우성이 들어섰다. 허나 그는 그 자리에
석상처럼 우뚝
설 수밖에 없었다.
"나나...!"
"나나야!"
화우성과 그의 팔에 안긴 화라는 질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손을 척하니 허리에 얹고 상큼 아미를 찌푸리고 있는 나나는
대담하게도 홀딱
벗은 알몸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자태는 조금도 음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귀엽
고 사랑스러움이
가득했으니...
"당장 이리 와욧!"
쌍삼지를 돋운 나나는 화라를 안은 채 엉거주춤 서 있는 화우성을 침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닌
가?
(내가... 꿈을 꾸나?)
나나에게 끌려가며 화우성은 기가 막혔다.
허나 나나는 그의 생각에는 아랑곳도 않고 그를 침상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그 때
문에 그의 품에
안겨 있던 화라도 함께 침상으로 나뒹굴었다.
"어멋!"
"나나... 흡!"
어리둥절한 화우성의 건장한 나신 위에는 어느새 나나의 나신이 포개지고 타는 듯
한 입술이 말문
을 막아 버렸다.
나나, 이 하늘도 못 말릴 당돌한 소녀는 그만 화우성의 위에 교구를 실은 채 열열
한 입맞춤을 퍼
붓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화우성의 왼쪽에 팽개쳐지듯 눕혀진 화라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나나도 알고 있었구나. 우성이 내일 떠나신다는 것을...)
화라는 소리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빠져나왔다.
그런 그녀의 입꼬리에는 장난스런 미소가 담긴 채...
(풋! 당신이 조금 전에 나에게 했던 그대로 나나에게 당하시는군요!)
"...?"
화우성은 흠칫했다.
나나가 어느새 교구를 일으키더니 화우성의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기에...
(대체... 이 소녀는 어떻게 이렇게 대담하지?)
눈이 휘둥그래진 그는 아랑곳없이 나나는 대담하게도 그의 바지를 벗기는 것이 아
닌가?
"어어 이....이봐....!"
당황한 것은 오히려 화우성이었다.
하지만 그가 어쩌기도 전에 이미 바지는 벗겨지고 그의 늠름한 실체는 고스란히
모습을 들어내고
말았다.
사내의 실체를 처음으로 목도한 나나의 옥용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서슴없이 명주
고름같은 두 손으로 소중하게 화우성의 축 늘어진 하물을 받쳐 들었다.
그리고는 대담하게도 얼굴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허억!)
화우성의 두눈이 튀어나올 듯이 부릅 떠졌다. 자신의 실체가 보드랍고도 촉촉한
물체에 휘감기는
것을 느낀 것이다.
나나는 화우성의 하체에 얼굴을 묻은 채 조그만 입으로 그의 틈실한 실체를 부
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
화우성은 아랫배에서 뜨거운 열기(熱氣)가 솟구침을 느꼈다. 자신의 민감한 실체
를 연신 휘감고
흡입하는 입술과 혀의 감촉, 게다가 그녀는 하체를 화우성 쪽으로 향하고 있어 그
녀의 은밀한 부
분이 그대로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만지면 뭍어날 듯 보드라운 허벅지 안쪽의 은은한 붉은 빛을 띈 자잘한 방초로 덮
인 구릉지대...
이제 겨우 살풋 방초가 나기 시작한 그 구릉지대 안쪽의 조물주가 찍어놓은 도
끼자욱은 어느덧
따스한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비록 방금 전 화라와 뜨거운 일전을 치루긴 했지만 젊은 그의 회복력은 거침이 없
었다.
삽시에 화우성의 일부는 나나의 작은 입술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화
기(火氣)가 되었
다.
(너....너무 커!)
나나는 무럭무럭 자란 화우성의 실체가 너무 커 숨이 콱 막히는 것을 느끼고는 참
지 못하고 그것
을 토해내었다.
그러자 푸른 혈맥이 툭툭 불거진 너무도 흉칙한 사내의 흉물이 압도적인 형상으로
그녀의 눈앞에
건들거리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천정을 향해 충천하는 그 거대한 일무에 나나는 과연 그것을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더럭 겁
이 났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그녀는 이내 화우성의 몸 위에 다리를 벌린 채 무릎을 꿇
고 앉았다. 그리
고는 자신의 중심부를 더듬어 벌린 뒤 다른 손으로는 화우성의 맥동하는 실체를
보듬어 그곳으로
이끌었다.
너무도 뜨겁고, 너무 굵어 그녀의 가녀린 섬섬옥수로 채 다 움켜쥘 수 없는 화우
성의 그것이 소
녀의 여린 중심부에 잇대어졌다. 그녀의 그곳은 이미 뜨거운 늪지로 변해 있었다.
가장 민감한 살점에 닿는 뜨거운 이물질의 느낌에 한차례 부르르 전율한 그녀는
다음 순간 용기
를 내어서 달덩이같은 둔부를 화우성의 몸 위에 힘주어 내리눌렀다.
"아흑!"
자지러질 듯한 교성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불에 달군 쇳덩이같은 이물질이 처녀
의 비역을 그득
채우며 들어찼다.
나나는 몸이 둘로 짖어지는 듯한 격통에 몸부림쳤다.
"허억!"
화우성도 전율하며 나나의 가는 허리를 움켜잡았다. 뇌벽군이나 하라와는 달리 나
나의 육체는 너
무도 비좁았다. 그는 흡사 자신의 일부가 끊어져 나가는 듯한 긴축감을 느끼며 몸
을 떨었다.
물론 그것은 결코 고통스럽거나 불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끝없이 조여대고
안으로 빨아들
이는 나나의 그 느낌은 화우성을 삽시에 열락의 황홀경으로 몰아갔다.
나나는 누구에게 딱히 배운 것도 아니건만 뜨겁게 몸을 아래위로 움직여 화우성의
타오르는 불길
을 연신 삼켰다가 토해내길 반복하고 있었고, 화우성 역시 두 손으로 그녀의 교구
를 부드럽게 애
무했다.
화우성의 손길에 따라 나나의 율동도 차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전신을 일만 개...
뇌정처럼 강타하
는 환희의 불꽃은 나나를 천상의 세계로 이끌었고... 천상의 희열은 그녀를 화녀(火
女)로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으니...!
삼단같은 머리칼 사이로 출렁이는 대해의 노도... 사랑스런 옥용 위로 물안개처럼
번져나가는 열
락의 물결...
두 사람의 끝없는 향해는 결코 추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사랑(愛)의 절정(絶頂)이었기에...!
사랑의 불꽃은 흐르는 땀을 타고 실내에 흥건히 흐르고 있었다.
전장(戰場)으로 출진하는 전사(戰士)가 어찌 내일을 기약하랴?
또한... 진정한 아내는 눈물로 전송치 않는다! 온 정성을 다해 사랑을 베풀고...
환히 피어오르는
미소로 낭군을 보내리니... 천금(千金)의 신분인 공주라 한들 거기에서 예외가 있으
랴!
오직... 사랑만을 다할 뿐이니...!
제9장
설궁(雪宮) 속의 뜨거운 밤
"이상하단 말이야..."
화우성은 황금거전의 문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번뇌관음각(煩惱觀音閣)...>
화우성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문 위에 금강지(金剛指)로 써서 편액이었다.
화우성과 단리운혜는 이미 열흘 동안이나 이곳에서 지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천왕팔가(天王八家) 중 천불세가(天佛世家)의 성전(聖殿)임에 틀림없다!"
헌데 천불세가가 이곳이라면 그들은 천년투쟁에서 승리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천불세가(天佛世家)!>
뉘라서 모르랴? 대소림(大少林) 탄생 이전에 존재했던 저 불문(佛門)의 대종가인
천불세가를....!
만사(萬邪), 만요(萬妖), 만마(萬魔)의 사악기(邪惡氣)를 물리치는 천불공(天佛功)으
로 악마의 천적
(天敵)이라 불리던 막강불가가 아니던가? 또한, 그들은 호갑불강기(護甲佛剛氣)로
무적(無敵)이라
불리우며 천하 위에 군림하였다.
십 일 동안 화우성은 번뇌관음각을 샅샅이 살펴 보았다.
모두 구 층인 천지불존각...
일 층과 이 층은 불가(佛家)에서 무가지보로 치는 선종, 교종, 밀종 등의 수십만
불경이 가득했고,
삼사 층은 마불대서전(魔佛大書殿)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패도(覇道)나 마
도(魔道)에 가까
운 수만 권의 불무비학(佛武秘學)들이 소장되어 있었다.
오륙 층은 환희비선고(歡喜秘仙庫)라 불렀으며 환희밀교, 라마교의 사이한 방중미
요비술들이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비장되어 있었다.
그 뿐인가? 칠팔 층, 천불대비고(天佛大秘庫)에는 천불세가의 천불무학(天佛武學)
을 소장하고 있
었으니...
_금불대선공(金佛大禪功),
_금라천불무(金羅天佛舞),
_금강천불호령강(金剛天佛護靈剛),
_대천불수(大天佛手),
.....
그것은 이제까지 알려진 천불세가의 가공할 무공 수위마저 몇 배 뛰어넘는 대천불
무학들이었다.
허나 화우성으로 하여금 곤혹에 빠지게 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오로지 책... 책... 책...!
엄청난 분량의 책들만이 있을 뿐 도무지 번뇌관음각의 내력이나, 그것이 왜 생겼
는지에 대해 설
명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분명 뭔가가 있다!"
석연치 않은 의문을 품은 화우성은 모든 지혜를 총동원했으나 풀 길이 없었다.
화우성은 뭔가 가느다란 실마리라도 잡은 듯 번뇌관음각의 꼭대기를 주시했다.
"번뇌관음각의 높이는 정확히 일백 장, 헌데... 아무리 재어봐도 안에서는 구십팔
장이란 말이야..."
그렇다면 이 장에 해당하는 부분은 어디로 연기처럼 사라졌단 말인가?
스스슷!
"좋아! 오늘은 기필코 밝혀내고 말리라...!"
화우성은 중얼거리며 번뇌관음각 안으로 사라졌다.
거실(居室),
이곳은 사방에 빽빽하게 서책들이 들어찬 백여 평 가량의 실내였다.
화우성은 뚫어지게 거실의 천정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순,
스으으...
화우성의 눈에서 새파란 청광이 번득였다.
"천령투광안(天靈透光眼)... 이제야 비로소 완전히 익혔군. 이제까진 불완전해서 구
층까지 뚫어보
지 못했지만... 이제 사라진 이 장 부분에 대를 의구심을 풀 수 있으리라!"
화우성의 붕 안에서 뿜어지는 청광은 기세가 더욱 강렬해졌다.
천령투광안(波羅天靈透光眼)-!
파라투광결과 쇄심파령안으로 구분되는 지상최강의 심안술(心眼術)인 동시에 고
금최강의 천안투
시공...
-파라투광결(波羅透光訣)
백 장 이내의 산이든 벽이든 모두 투시해 볼 수 있는 고금최강의 안공(眼功)이다.
-쇄심파령안(碎心破靈眼)
상대의 마음을 제압하여 혼마저 파괴시켜 버리는 대파괴안...
파라투광결이나 쇄심파령안 모두 오갑자 이상의 내공과 천혜를 지녀야 익힐 수 있
는 초절예이며,
천령투광안은 그 두 가지가 합쳐져야 가능한 것이다.
화우성은 이제껏 그것을 등한시했으나 의혹을 풀기 위해 하루만에 익혀 버린 것이
었으니...
화우성의 눈에서 뇌전같은 청광이 폭사되었다.
"으음! 틈이 없군!"
화우성은 인내하며 계속 투시했다.
삼사 층의 마불대서전, 오륙 층의 환희비선고, 칠팔 층의 천불대서고까지는 화우성
의 생각과 달리
빈 공간이 없었다.
"어디...!"
오기가 생긴 화우성은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기분으로 전신의 내공을 모조
리 끌어올려 구
층의 첨탑을 투시했다.
순간,
"헉! 저... 저건...!"
화우성의 경악한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보였다. 이제까지는 파라철령투시안이 구성박에 되지 못해 보지 못했으나 하루의
고심참담 끝에
완전히 익히고 나서 투시해 보니 이제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앞에 나타난 것
이다.
일천 고승들의 불정(佛精)이 응집되어 유형의 기운으로 변한 일천 개의 사리... 구
층의 천정 위에
는 이 장 사이로 그 일천 개의 불정들이 첨탑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으니...
화우성은 이제까지 수도 없이 일 층부터 구 층까지 올라가 보았다.
허나, 이제까지 그곳에는 성스러운 불기(佛氣)만이 가득할 뿐 결코 다른 것은 볼
수 없지 않았던
가?
그런데 지금, 십성의 파라천령투광안으로 구 층까지를 꿰뚫어 보게 되자 일천 개
의 불정으로 이
루어진 첨탑의 신비가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때, 첨탑의 신비를 밝히던 화우성의 붕 안에 무엇인가 아지랭이 같은 것이 일렁
이는 것이 아닌
가?
<대성불지안(大聖佛之眼)을 얻은 것을 경하하노라...>
화우성의 입에서 경악으로 물든 탄성이 터져나왔다.
"사라천기문자...!"
이 말이 진정 사실이란 말인가?
아득한 상고시절...!
석가모니불이 입멸할 당시 최후의 불력으로 허공에 기(氣)를 형성하여 불법을
나타낸 법문(法
文)...
지금은 사멸한 지 이천 년이 넘었거늘 그것이 이 번뇌관음각의 대기(大氣)에 씌여
있을 줄이야!
사라천기문자는 조금만 사이한 마음을 지니고 있더라도 결코 눈에 띄지 않는 신비
의 문자였다.
화우성이 글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기실 천령투시안을 십성 연마했기 때문이 아니
라 연마 도중에
자신도 모르게 완전히 공(空)과 청정의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엇던 것이다. 천령투
광안으로는 다만
일천 개의 사리를 볼 수 있었을 뿐...
<번뇌관음의 탄생...
그 때는 천하에 악마지겁이 도래했을 시기이니... 불존의 뜻으로 성불지기를 받들
라!
천 년 걸친 성불지기(聖佛之氣)로 불성제왕지신(佛聖帝王之身)을 이룰 것이다. (中
略)...
석존께서 창시하신 제마불무(制魔佛武)를 남기니 억조창생불을 위해 천하에 찬란
한 불기(佛氣)를
베풀지어다.
초대 천불세가주 사라천불종(沙羅天佛宗)...>
"사라천불종!"
천하의 화우성도 경악에 물들 수밖에 없었다.
사라천불종!
그는 바로 석가세존의 비밀제자로 아수라의 발호를 제지키 위해 사라졌다는 대성
불이 아닌가?
그가... 천불세가의 초대가주였다니...!
허나, 화우성은 계속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라진 불문(佛文)에 뒤이어 또다시 문자들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륜천불강(金輪天佛剛)...>
한 개부터 일백팔 개까지 자유자재로 불정기로 이루어진 금륜을 만들어 내어 호신
과 공격을 겸비
하는 윤강(輪剛)!
일단, 사라금균천불강을 펼치면 십 장 두께의 금성철벽도 박살내어 흔적조차 사
라지게 할 수 있
으며, 또한 그 어떤 것에도 파괴당하지 않는다.
화우성은 천하최강의 불공인 사라금륜천불강의 구결이 나타남에 따라 자신도 모르
게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천 년 전부터 형성되었던 구 층 첨탑의 일천 개 불사리...
그 하나하나에 깃들인 불정들이 파천지력으로 화하여 화우성의 체내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대승반야밀다. 성불만공밀... 항마보리불명..."
득도한 고승과도 같이 좌정한 화우성의 입에서 은은한 성음(聖音)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사라라랑!
전신에서 빛살처럼 퍼져나가는 칠채성광! 그 장엄함이여...!
화우성의 몸은 점차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급기야 섬광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
다.
천년(千年)의 시공을 두고 수많은 고승들의 쌓아왔던 불정이 화우성의 몸을 천년
불괴지신으로 만
들고 있는 것이다.
만사만악이 어쩌지 못하고, 천년불력(千年佛力)은 천하에 찬연히 꽃피우리니...
화우성! 그는 천하만불지존(天下萬佛至尊)으로 탄생하고 있었다.
일순, 무엇인가 허공을 응시하던 화우성의 몸으로 불정(佛精)이 스며들고 전신에서
갑자기 칠채성
광이 뿜어지는 것을 본 단리운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천령투광안(天靈透光眼)도 없었고 사라천기문자도
보이지 않았으
니 당연히 모든 현상이 갑작스런 우연으로 보일 수밖에...!
단리운혜가 깜짝 놀라는 순간 이미 칠채성광은 번뇌관음각을 휘감고 있었다.
잠시 후, 찬란하던 칠채성광이 화우성의 몸 안으로 갈무리되고 화우성이 눈을 떴
다.
"..."
금광(金光)은 이미 간 데도 없이 사라지고 화우성의 호목(虎目)은 담담해져 있었
다.
헌데, 자세히 보니 검은 동공 안쪽 깊숙한 곳에 칠채성광이 은은히 일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
가?
"새로운 기우를 얻으셨군요. 축하해요!"
단리운혜의 만월같이 해사한 얼굴에는 마치 자신의 일인 듯 환희가 감돌았다.
"그렇소,!"
단리운혜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화우성도 티없이 맑은 웃음을 보냈다.
화우성과 단리운혜... 지난 십 일 동안 두 사람의 사이는 무척 가까와졌다.
혜천성녀(慧天聖女) 단리운혜(端里雲慧)가 어떤 여인인가? 하늘조차 시기할 중원
(中原) 최고의 지
혜를 지닌 여인이 아니던가?
이제까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었던 여자이며, 바로 그녀에 의해서야
겨우 존망의 위
기에 빠진 정도(正道)가 최후의 불꽃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헌데 지금, 단리운혜는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듬직한 사내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
고 있었다.
사내에게 보호받는 기쁨은 여인만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기쁨으며 아무리 강하고
뛰어난 여인이
라도 한 번 느끼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지락(至樂)인 것이다.
(이 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해!)
화우성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단리운혜는 내심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최소한 지혜에서는 나를 따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더니...!)
단리운혜는 가슴 저 밑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은은히 치솟아 오름을 느꼈다. 그
것은, 분홍빛으로
찬연한 사람이었음을 그녀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니...
(저 분의 대해같은 가슴에 푹 파묻힐 수만 있다면... 어머! 내가 무슨 망측한 생각
을...!)
순간 단리운혜는 화들짝 놀라며 목덜미까지 새빨개졌다.
그 순간에도 가슴을 손으로 살포시 누르며 화우성의 얼굴을 훔쳐보는 그녀의 눈
(眼)...
"...!"
"...!"
헌데, 때마침 화우성도 그녀의 얼굴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단리운혜는 그만 못된 짓을 하다가 들킨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녀의 옥용은 잘익은 사과빛으로 물들어 어쩔 줄을 몰랐다.
(후훗! 정말... 사랑스런 여인이다.)
화우성의 입가로 편안한 미소가 감돌았다.
뇌정마찰에서 고독하게 범황삼천종만을 알며 자라온 화우성, 부모인 동시에 친구
였던 범황삼천종
의 죽음은 화우성에게 너무도 거대한 충격이었다.
금붕쌍미려(金鵬雙美麗)라 추앙받는 절세의 미녀들인 화라와 나나를 만났어도
풀어지지 않았던
응어리...
헌데, 단리운혜와의 단 십 일 간의 생활에서 해빙기를 맞이한 얼음처럼 녹아들고
말았다.
누나 같은 따스함... 어머니같이 자상한 단리운혜의 부드러운 손길... 화우성은 단리
운혜가 옆에 있
어 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푸근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때는 저 예쁜 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고 싶었지.)
화우성은 붉게 물든 단리운혜의 목덜미를 바라보며 한없이 푸근한 느낌에 젖어들
었다.
문득 화우성이 단리운혜의 뼈도 없는 듯 부드럽고 통통한 교수를 잡았다.
"누님...!"
"우성...!"
남과 여... 아무도 없이 한적한 이곳, 더구나 남자와 여자는 피끓는 청춘이었다.
허나, 두 사람은 다 천고(千古)에 다시없을 지혜와 이성을 지닌 기재들이 아닌가?
그들은 인내라
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누님은 정말 아름답소!"
"우성..."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고 부끄러워하는 단리운혜...
화우성은 부드럽게 그녀의 두 볼을 감싸며 대소(大笑)를 터뜨렸다.
"하핫! 나갑시다! 새로 얻은 것을 보여드리겠소!"
단리운혜가 기대감 어린 눈초리로 화우성을 우러러보며 앵두같은 입술을 달싹거렸
다.
"대체... 무슨 기우(奇遇)를 얻으셨기에...?"
"핫핫! 보시면 압니다."
화우성은 한 눈을 찡긋하며 장난을 주체치 못하는 어린 악동처럼 한 눈을 찡긋했
다.
눈(雪)... 눈(雪)...
가이없이 펼쳐져 있는 눈부신 은세계... 뼈를 에일 듯한 만년빙풍이 천지(天地)를
휩쓸 듯 불고 있
다.
"..."
"..."
화우성은 단리운혜의 손을 따스하게 움켜쥔 채 태산같이 우뚝 서 있었다.
헌데,
"으응...?"
화우성의 눈에 기광이 스치며 서천(西天)을 직시했다. 서천의 아득하게 먼 곳, 대
설풍을 뚫고 무
엇인가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그것은 처음에는 작은 점이더니 점차 확대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
람이었다.
"어멋! 저기에..."
남천(南天)을 바라보며 단리운혜가 뾰족한 교성을 터뜨렸다.
남쪽만이 아니었다. 동천(東天), 북천(北天)에서도 똑같이 인영(人影)이 날아들고
있지 않은가?
점은 점점 확산되며 분산되고 있었다.
열(十)... 백(百)...일천(一千)!
번뇌관음각을 그물처럼 옭아매며 사방에서 다가드는 일천 신비인...
"으음... 하나하나가 천비사혈신 만한... 고수들이군!"
화우성이 침음성을 삼켰다.
그럴 수가?
천비사혈신(天秘四血神)!
중원에서도 백 위 안에 드는 절정고수들이 아닌가? 헌데, 그들 만한 고수자들이
일천이나 된다
니... 단리운혜는 옥용이 새파랗게 질려 그만 화우성의 등 뒤로 신형을 숨겼다.
천하제일재녀인 그녀도 이 순간만큼은 한 남자의 보호를 갈구하는 여자일 뿐이었
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일천 인!
그들은 모두 승인들이었다.
흡사 금빛 광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금광에 휩싸인 채 백 장 이내로 다가온 그들
은 일시에 손을
쭉 뻗었다.
순간, 거대한 강기의 해일이 일었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천비사혈신 만한 절정고수들 일천 인이 일으키는 역도(力道)
는 이미 인간의
힘이 아니었다.
천 년 동안 잠자던 화산이 그동안 모았던 모든 힘을 일시에 대폭발 시키듯 엄청난
대파멸의 역도
(力道)!
일천금라승인들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대위기였다.
"으음...!"
화우성은 그들이 백 장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이 터져나갈 듯한 충격을 느
꼈다.
단리운혜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이때 문득,
"후후... 인간을 상대로 무공을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화우성의 입가에 스산한 살기(殺氣)가 어렸다.
이어, 화우성의 신형이 허공 일 장 위로 둥실 떠오르더니 두 손이 합장하는 자세
로 마주쳤다.
일순, 화우성의 전신에서 칠채성광이 분출되더니 순식간에 십 장 방원을 뒤덮었다.
단리운혜는 칠채성광에 접하자 이제까지의 압력이 모두 사라짐을 느꼈다.
"하핫! 누님 보십시오! 지상최강의 대파멸무공(大破滅武功)을.."
화우성의 호쾌한 대소가 뇌성벽력처럼 터지고,
"금(金)____ 륜(輪)____ 천(天)____ 불(佛)_____ 강( 剛)!"
화우성의 정수리에서 직경 일장(一丈)이나 되는 거대한 금륜강이 솟구치고, 불꽃이
작열하듯 금륜
강이 폭발했다.
순간,
고오오오오!
갈라진다.
하나의 대금륜강이 두 개, 네 개, 여덟 개... 급기야, 일백팔 개로 갈라지며 천지를
휘황한 금광으
로 물들였다.
금륜천하(金輪天下)!
방원 백 장 이내가 완전히 금륜강으로 뒤덮였다.
혼돈전하의 개벽대폭음이 이러할까?
천지종말의 대파멸음이 이러할까?
지상 최고봉이라는 성모봉(聖母峯)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고 만녀빙지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균열되는 천지파멸의 대격돌!
"크흑!"
"우욱!"
잠시후, 장내의 폭설과 굉음이 가라앉고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보라!
방원 일천 장 이내가 완전히 초토화되어 버렸으니... 그들의 격돌에 백 장 높이의
번뇌관음각마저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신비의 일천 금라승인, 그들은 모조리 일백 장씩 날아가 눈 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 중에는 성한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허나, 가볍지 않는 부상을 입고 피
를 흘리고 있는
그들의 표정에는 기이하게도 패배자의 분함이나 격노의 기색이 전혀 없는 것이 아
닌가?
어찌된 일인지 그들에게는 기쁨과 환희와 표정이 어려 있으니... 그렇다면, 이들은
패배한 것을 오
히려 즐거워하고 있단 말인가?
"...!"
화우성은 오연히 대지를 밟고 우뚝 섰다. 그의 입가로는 가느다란 핏줄기가 흐르
고 안색은 밀납
같이 창백했다. 아마도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었으리라!
허나, 화우성은 그에 아랑곳도 않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때, 그의 눈가로 가볍게 스치는 경이의 눈빛!
"금륜천불강! 이 정도일 줄이야...!"
금륜천불강(金輪天佛剛)!
벽력천마왕(霹靂天魔王)이 화우성을 죽이려고 던진 벽력굉천뢰는 오히려 그에게
절대의 천복(天
福)을 안겨다 준 것이다.
천년불정을 얻어 천하만불대조종(天下萬佛大祖宗)이 되었고, 금륜천불강(金輪千佛
剛)이라는 가공
할 초절무예마저 터득했으니...
인생사 새옹지마라...
화우성이 사라금륜천불강의 엄청난 위력에 감탄하여 망연히 사방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여덟 명의
승인이 다가왔다.
피투성이가 된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에는 아랑곳도 않고 입을 열었다.
"과연 번뇌관음이십니다!"
"아미타불... 번뇌관음이시여..."
여덟 승인은 격동하고 있었다.
하나,
"...?"
화우성은 의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을 보며 한 승인이 앞으로 나섰다. 눈같이 하얗고 탐스런 은염을 가슴까지 드
리운 팔순 가량
의 노승이었다.
두 귀는 턱까지 축 늘어질 만큼 커다랗고, 팔순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대추
빛이었으며 어린
애처럼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두 눈은 너무도 맑고 깨끗해 마치 투명한
유리구슬 같았다.
온몸에서 은은히 번져나는 인자한 노승의 기도... 진정 노승은 세사(世事)를 초탈
해 득도한 활불
(活佛)이었다.
"아미타불... 일천천불군(一千天佛軍)이 번뇌관음(天佛至尊)을 뵈오이다!"
"아미타불... 번뇌관음을 배알하나이다."
"번뇌관음이시여...!"
노승을 필두로 일천승인들이 우렁차게 화우성을 향해 합장배례하는 것이 아닌가?
"일천천불군? 이들이 왜...?"
화우성이 당혹스런 표정을 보이자 은염노승이 합장하며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소승은 사라선승이라 합니다, 지존..."
"대체...나를 이유도 없이 공격하더니...이제는 지존이라니...?"
"의문이 많으실 줄 압니다."
사라선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비사(秘事)...
지상최고봉인 성모봉 위에서 사라선승에 의해 밝혀지는 천년비사(天年秘事)는 이
러했으니...
천불세가...
그 기원은 이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라천불종에 의해 천하의 마(魔), 사(邪), 요(妖)를 척멸키 위해 세워진 천불세가...
허나 사라전불종은 열반에 들기 직전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야심!
인간의 본능 속에 잠재되어 있는 대야망의 불길은 없앨 수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
다.
자신이 만든 천불세가가 종국에는 천하패권의 다툼 속에 휘말릴 것을 예견한 사
라천불종은 당시
자신을 따르던 일천천불단의 고승들과 함께 성모봉 위에 번뇌관음각을 세우고,
번뇌관음각에서
그들과 함께 열반에 들고 말았다.
그리고는 일천천불단의 후예들로 하여금 번뇌관음의 왕림을 기다리게 하였으니...
그들이 바로 일
천천불군인 것이다.
천년불정을 얻어 금륜천불강을 연성하면 금령대성광이 일백 장을 휘감을 것이
며, 일천천불군은
그가 진정한 번뇌관음인지를 시험해야 했다.
결국, 화우성은 그들을 물리쳤고 번뇌관음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아미타불... 이들은 소승의 사제들입니다."
사라선승이 자신의 주위에 둘러선 일곱 승인을 소개했다.
--팔대무적천불(八大無敵天佛)!
사라선승(沙羅仙僧)!
천기뇌불(天機腦佛)!
벽력천승(霹靂天僧)!
마마대존불(魔魔大尊佛)!
무적패불(無敵覇佛)!
유리성모니(琉璃聖牟尼)!
야불(夜佛)!
혈요니(血妖尼)!
지난 이천 년 간 오직 한 방면으로 대를 물려오며 발전시켜온 파천의 최절정고수
들...
"으음...!"
이때, 문득 화우성의 신형이 휘청했다.
"우성!"
단리운혜는 깜짝 놀라며 화우성을 부축했다.
그녀의 봉목에 가득 고이는 이슬방울...!
(나를 보호하시려고... 무리하게 공력을 사용하셨어!)
화우성이 수심에 잠긴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
"걱정할 것 없소, 누님..."
"지존께서 피곤하시다! 이놈들아, 빨리 집을 지어라!"
무적패불(無敵覇佛)!
일 장에 달하는 거구를 흔들며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집?"
"...?"
화우성과 단리운혜의 눈에 의혹이 어렸다.
천기뇌불,
오 척 단구에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가 넘는 머리를 가진 일천천불군을 이끄는 최
고지자였다.
허나, 두 눈만큼은 잔잔한 대해를 보는 듯 유현하기 그지없었다.
얼핏보면 장난기가 가득한 미청년같이 보이는 그가 머리를 뒤뚱뒤뚱 흔들며 말했
다.
"흘흘! 인간이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아득한 태고적부터 입니다. 집이란
자고로 가까이에
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질을 사용하는 바..."
"하지만 이곳에는 눈(雪)밖에..."
화우성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흘흘! 바로 그 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
주위를 둘러보던 화우성의 눈이 경이의 빛으로 물들었다.
보라!
눈의 궁전, 일천 인의 손으로 일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가히 신기라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
한쪽은 눈을 바위보다도 단단하게 뭉쳐 거대한 벽돌을 만들고, 일부는 그것을 옮
긴다.
몇 명은 빙벽을 수강(手剛)으로 두부 썰 듯 쪼개고 십이연화불(十二蓮花佛)을 금
강지(金剛指)로
조각하여 운치마저 살리니...
일천의 무적고수들은 한 식경만에 기적을 창출해 냈다. 대리석을 빚은 듯 새하얀
눈의 궁전... 빛
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궁전은 신비기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지존께 바치는 첫번째 예물이외다."
"흘흘! 황제라도 이런 곳에서 신방을 차리지는 못했으리라!"
"아무렴!"
팔대무적천불이 각기 한 마디씩 짖 은 언사를 던졌다.
"아이...!"
그 바람에 단리운혜의 옥용은 그만 도화빛으로 물들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들의 말이 싫
지 않은 이유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사람이 많다 보면 별별 재주를 가진 인간들도 다 있다지만 이것은 너무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 아
닌가?
섬뢰비천승(閃雷飛天僧)!
일생을 경공에 미쳐 보냈던 그가 잠시 사라졌다 나타나더니 백호피 가죽을 무려
일 장이나 가져
다 눈의 궁전에다 깔아 놓았고, 천약대활불(千藥大活佛)이라는 괴의(怪醫)는 온
대설산(大雪山)을
뚜쳐 숱한 기약, 명초를 잡초처럼 무더기로 쌓아 놓았다.
--구지설엽초(九枝雪葉草)!
--설담화(雪曇花)!
--빙영설련실(氷靈雪蓮實)!
......
주광승(酒狂僧)이라는 주정뱅이 파계승은 설인(雪人)이 먹는다는 전설의 설정빙로
주(雪精氷露酒)
를 훔쳐왔고...
밤,
침실, 푹신한 백호피 위엔 안색이 창백한 화우성이 누워 있었다.
일천 대 일,
화우성은 일천 명의 최절정고수들의 합공을 막아내긴 했으나 내상이 심각했다.
단리운혜는 화우성의 옆에서 정성스럽게 간호하고 있었다.
그런 단리운혜를 바라보는 화우성의 눈에는 뜨거운 사랑의 불길이 담겨 있었다.
눈물 흘리는 황촉불 아래 은은히 우유빛으로 빛나는 여인의 피부... 새하얀 학같
이 긴 여인의 목
덜미를 주시하는 화우성은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욕망의 불길이었다.
"운혜!"
화우성이 와락 단리운혜를 뜨겁게 끌어안자,
"어멋! 우성!"
단리운혜가 뾰족한 교성을 질렀다.
허나, 그녀는 말과는 달리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파고들고 싶은 마음은...
(아아... 우성!)
단리운혜는 일순 자신의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공포감에 앞서 뭐랄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
던 희열...
"운혜... 사랑합니다."
화우성의 굴강한 팔이 단리운혜의 허리를 더욱 힘주어 껴안았다.
"우성!"
마침내, 단리운혜는 화우성의 품에 무너지듯 안겼다.
단리운혜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지난 십 일 간 느껴왔던 알 수 없는 자신의 마
음...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음을...
(우성...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녀의 진심은 수줍음에 겨워 입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화우성의 손은 이미 그녀의 껍질을 꽃뱀이 허물벗듯 하나씩 벗겨가고 있었으니
까...
"아아...!"
어느 순간엔가 화우성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단리운혜의 몸은 허약한 겉모습과는 정반대로 풍염하기 그지없는 것이 아닌가?
새하얀 우유빛 살결은 기름이 흐르는 듯하고... 여인의 가슴은 성모봉만큼이나 드
높았다.
새하얀 설원을 연상시키는 듯 탄력 있게 넘실거리는 가슴 위로 파르르 떨고 있는
자주빛 열매...
일순,
"으음...!"
화우성이 두 손을 뻗었다.
두 손으로나 간신히 잡힐 풍염한 젖가슴이 가볍게 이지러지고, 순간, 단리운혜의
입술이 벌어지며
달뜬 교성을 터뜨렸다.
어느새, 화우성은 위치를 바꿔 연체동물같이 부드러운 여체 위에 육중한 몸을 실
었으니...
"우성... 흡!"
달디단 입맞춤은 격력했고 사내의 뜨거운 입술은 점차 밑으로 내려가더니 성모봉
같은 봉우리를
등정하며 자그마한 자주빛 열매를 범했다.
"우성...!"
여인은 하얗게 눈을 치뜨며 꽃뱀인 양 화우성의 머리를 휘감았다.
화우성은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허리에 걸려 있던 나의가 벗겨지고 드러나는 삼각의 분홍빛 고의가 일고의 여지도
없는 듯 흥분
한 사내의 손길에 고의는 우악스럽게 찢겨지고 말았다.
"...!"
화우성의 입에서 절로 침이 넘어갔다.
천 년의 신비를 담고 있는 밀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촉촉히 물기에 젖은 방초는 안락한 구릉지대를 형성하고, 그 사이,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천년
비궁이 숨쉰다.
화우성은 갈증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어 달디단 감로수로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그의 입
술이 움직일 때마다 감로수를 머금은 샘물의 주인은 몸부림치며 숨넘어가는 신음
을 토했다.
허나, 한동안 감로수를 빨아 목을 추긴 그 시원함은 곧 활화산 같은 열기로 변해
화우성의 전신
을 시뻘겋게 달구어 놓았다.
찌익!
화우성은 자신의 옷을 찢듯이 벗어던졌다. 구리빛 근육질로 뭉쳐진 사내의 건장한
동체가 모습을
들어냈다.
이때,
"어맛!"
단리운혜가 무엇을 보았는지 교성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허나, 그녀의 옥용에는 공포감 뿐 아니라 알 수 없는 희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이 어려 있었으
니...!
사내의 육중한 동체가 여인의 교구를 짓눌렀다. 그와 함께, 사내의 손은 거칠게 여
인의 둔부를 들
어올렸다.
그리고, 거대한 물체가 화룡(火龍)인 양 뜨거운 불길을 뿜으며 서서히... 아주 서서
히 내려가기 시
작했다.
"아악...! 아..."
마침내 천년밀궁은 굳강한 거물에 의해 여지없이 파괴되고, 여인의 두 눈은 파과
의 고통에 하얗
게 치떠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내밀(內密)한 저 깊은 곳에서 모세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번
지는 전율 같은
쾌감에 여인은 교구를 떨며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우성... 사랑해요.!)
여인은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여인의 밀궁은 완전히 개문되어 모든 사랑
을 흠뻑 맛보고
있었다.
젊은 두 남녀... 뜨거운 청춘의 피는 끝없니 타오르고 있었다.
별빛 속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은세계(銀世界)...
두 남녀의 끝없는 사랑은 더욱 아름답게 타오른다.
뜨겁게... 뜨겁게...
이 밤(夜),
좋은 밤(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