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6장 (6/12)

제6장

제왕신망(帝王神網),

천년기병(千年奇兵)의 기우(奇遇)

<금붕귀화전(金鵬貴華殿)...>

이곳은 금붕국을 방문하는 귀인들이 묵는 호화로운 객사다. 

지금 금붕귀화전의 실내에는  거대한 탁자를 중심으로 오 인(五人)이 좌정하고  있

었다.

백의미청년, 

나이는 십팔구 세쯤 되었을까...? 그는 관옥 같은   얼굴에 휜칠한 이마가 돋보이는 

준수한 청년이

었다.

허나, 가늘게 찢어진 입술이 끊임없이 파르르 떨리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사악하

고 음탕한 기질

이 엿보이는 인물이었다. 그의 전신에는  서리가 어린  듯 새하얀 빙강(氷剛)이 흐

르고 있었다. 흡

사 빙인(氷人)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후후...! 이제 내일이면 천축의 건은 모두 해결되겠군!"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미청년이  음험한 웃음을 터뜨리자 좌측의 홍의노인이 말을 

받았다.

적발(赤髮), 홍염(紅髥)에 적미(赤眉)... 전신이 핏빛으로 물든 그는  마치 불꽃을 보

는 듯했다.

"흐흐... 그리고 이공자께서도 천하의  우물인 두 인간지보(人間之寶)를  얻어 무적

빙강을 연성하시

겠지요!"

홍의노인이 말은 어딘가 모르게 아부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었다.

"크흐흐... 더욱이 두 계집 덕분에 금붕천밀전에도 마음놓고 들어갈 수 있겠지요!"

이번에는 우측에 앉은 흑의노인이 아부에 찬 언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아지랭이와

도 같이 신형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마치 유령처럼...

이때... 엄청난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크하핫! 오행혈비도(五行血秘圖)와  제왕신망(帝王神網)을 얻는다면 우리를 일  백 

년 간이나 억누

르고 있던  천라오겁혈비국(天羅五劫血秘國) 놈들도 모조리  척살할 수 있을  것이

오!"

수백 개 거종이 울리는 듯한 굉음의 주인공... 그는 무려  일 장 삼 척에 달하는 호

목의 거한이 아

닌가? 

그의 부리부리한 눈가에는 섬뜩한 청광이 번뜩였다.

일순... 중앙에 조용히 앉아  있던 백의노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헌데,  그의 두 눈

은 동공이  없지 

않은가? 

분수자(分水刺)를 움켜쥔 그의 손이 격동에 흔들렸다.

"크흐흐...! 우리 천중오비혈이 지난  오백  년 간 인간같지도 않은 천라오겁혈비국  

놈들에게 당한 

치욕... 이제 돌려줄 시기가 도래한 것이요!"

천중오비혈(天中五秘血), 

변황에는 천 년 전부터 비밀리에 이어져 온 다섯 문파가 있었다.

그들의 아성은 이제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깨어지지 않았거늘... 

무려 오백 년 간이나  천라오겁혈비국의 압제하에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또 하나의 비사(秘事)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때... 백의노인이 동공도 없는 시선을 돌려 청의미청년을 바라보았다.

"이공자(二公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다 했소이다. 남은 일은 내일  둘째 공자께

서 천기예성전의 

승자가 되어 금붕천밀전으로 들어가는 것 뿐입니다."

이공자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산한 빙소를 터뜨렸다.

"후후! 걱정마시오... 이래뵈도 대빙혈성(大氷血城)의 성주이자, 고금 최강인 혈왕마

가의 둘째 제자

요! 나를 이길 자가 어디 있겠소?"

정녕 지독한 오만이었다. 

이들 오인(五人)... 그들은 바로 천중오비혈의 주인들이었다.

천염지존(天炎至尊),

청동마왕(靑銅魔王),

유령혈종(幽靈血宗),

흑혈사제(黑血死帝),

빙백존(氷魄尊) 빙천성(氷天星),

그들은 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오백 년 천라오겁혈비국의 꼭둑각시가 

되어 천하를 혈

세한 화밀천교(火密天敎), 군림탑(君臨塔),  유령전(幽靈殿), 흑수성(黑水城), 빙혈성

(氷血城),  통칭 

천중오비혈이라 불리우는 변황의 패주들이었다.

게다가... 빙혈성의 성주인 빙천성은 혈왕마가의 둘째 제자라지 않은가?

기실... 빙천성은 혈왕마가의 명령으로 빙혈성을 이어받고  오비혈을 통솔하여 변황

에 발판을 만들

려는 것이며..., 나머지 인물들은 빙천성의 힘을 이용하여 오행혈비도와 제왕신망을 

얻어 천라오겁

혈비국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니...!

이를 보고 늑대와 여우가 어울린 모습이라고 하는가...?

헌데 이때, 

"글쎄... 그게 자네를 마음대로 될까?"

마치 빙천성이 오만을 깨부수기라도 할 듯 냉막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헉!"

"누구냐?"

오 인은 재빨리 문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문 앞, 백호피로 아래만을 살짝 가린 미청년이 허리에 손을 척 얹은 채 다가왔다.

나이보다도 휠씬 발달해 야성미가 넘치는  상체... 관옥  같은 얼굴에  뇌신을 방불

케 하는 엄청난 

기도... 그는 바로 화우성이었다.

화우성은 마치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천천리 사방을 훑어보며   

빙천성의 앞으로 

걸어왔다.

"네놈은... 누구냐?"

화우성이 손가락으로 빙천성이 코를 툭툭 치며 어른이 아이를 대하듯하는 것이 아

닌가?

허나 빙천성은 내심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놀라움에 빠졌다.

(으으... 아무리 이야기에 열중했다 하나 코 앞에 이르도록 몰랐다니...!)

놀란 것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허나, 나머지 사 인은 곧 화우성이 나이어린 청년임을 보고 안도했다.

유령혈환종이 귀신처럼 소리없이 미끄러져 다가왔다.

"흐흐... 철도 안난 애송이가 감히 본존들의 말을 엿듣다니... 살려둘 수는 없군..."

귀기롭고 음악한 사음(邪音)이었다.

허나... 화우성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우성의 얼굴에는 더욱 짙은  

미소가 번지는 

것이 아닌가?

"기껏 주구 노릇이나 한 주제에 큰 소리는...! 지나가던 개도 웃겠군..."

"뭐, 뭣이!"

유령혈종은 아예 어이가 없었다.

그것은 나머지 사 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입가로 곧이어 짙은 살광(殺光)이  

천천히 떠올랐

다.

"놈! 죽여 버리겠다!"

유령혈종의 분노에 찬 말에 화우성도 싸늘하게 안색을  혔다.

"본좌도 오늘은 최초로 살계를 열기로 작정했다. 덤벼라! 다음엔 기회가 없을 테니 

최선을 다하도

록!"

"...!"

"...!"

이쯤되면 광오의 극이 아니겠는가?

오 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서로 눈길을 마주쳤다.  언제 변황의 사신인 자신들에게 

이토록 광망하

게 설치는 인물을 본 적이나 있었던가?

"미친 놈!"

돌연 유령혈종의 신형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방이 자욱한 흑무로 뒤덮었다.

"흐흐흐!"

사방에서는 귀음(鬼音)이 귀를 찢을 듯했으나 화우성은 태연했다.

"흥! 그까짓 귀무공(鬼霧功) 정도로 나를 어찌하겠다고...?"

냉소와 함께 화우성의 전신에 금광이 어리더니, 이어 엄청난 대성이 터졌다.

"불령금강(佛靈金剛)!"

"크륵!"

모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금광이 사방으로 뻗고, 신음이 터지고,  뭔가가 둔중하게 

땅에 떨어지고... 

잠시 후 귀무가 걷히고 일목요연해진 장내...

유령혈종은 십 장 밖으로 퉁겨나가 창백한 얼굴로   쓰러져 있었다. 유령같은 신형

은 이미 드러나 

있고, 입가에는 핏줄기가 흘렀다.

헌데 아무렇지도 않은 화우성을 본 사 인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성이 터졌다.

"성령사원(聖靈寺院)의 인물!"

"천라오겁혈비국마저도 깬 무적 불공을 지닌 성령사원이라니!"

사 인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섬전처럼 다시 날아와 화우성을 에워쌌다.

성령사원(聖靈寺院)!

천축제일의 성역이라는 성령사원의 위명은 과연  무서웠다. 천중오비혈의 지존들이 

주저없이 합공

을 결행하다니...!

화우성의 안색에도 약간의 긴장이 흘렀다.

(단 일격에 끝내야겠군... 오래 끌면 불리하다!)

"크하하! 천중오비혈을 막는 자는 모조리 태워 죽이리라! 마화염기(魔火炎氣)!"

천염지존이 극강의 화기(火氣)가 실린 화강(火剛)을 날림과 동시에,

"바다에서도 무적이나, 지상에서는 더욱 빠르지, 어육분시참(魚肉分屍斬)!"

흑혈사제의 분수자가 화우성의 사혈로 빛살같이 내리꽂혔다.

"혼백마저 얼음가루로 만들리라! 빙혈뇌류폭(氷血雷流爆)!"

빙천성의 가공할 빙공(氷功)이 대기마저 얼리며 날아오고, 

"크하핫! 육시를 내리라! 뇌벽천풍(雷壁天風)!"

청동마왕이 두 자루 묵부(墨斧)를 풍자같이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전(前)... 후(後)... 좌(左)... 우(右)... 상(上)... 하(下)...

어느 한곳도 물샐 틈 없이 완벽한 합격술이었다.

"...!"

언뜻 화우성의 눈에 긴장이 스치더니 두 손을   천천히 합장했다. 화우성의 전신에

서 서기가 퍼지

고, 머리 위로 금광이 솟구치더니 점차 금륜의 형상을 띄웠다.

절대절명의 순간,

"천뇌마강(天雷魔剛)!  천강인(天剛印)!"

금붕귀화전이 쩌렁쩌렁 울리는 대성이 터지며, 가공할 천뢰강(天雷剛)과 휘황한 금

수인(金手印)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사방을 휘저었다.

"크____ 아악!"

"크______ 흑!"

"으악!"

순간, 처절한 단말마와 함께 금붕천화각 전체가 완전히 붕괴해 버렸다.

먼지가 모두 가라앉은 장내... 십여 장 밖에  천중오비혈의 지존들이 널브러져 있었

다.

천염지존은 사지가 갈가리 찢겨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청동마왕은 천령개와 단전에서 핏물을 분수같이 뿜어내고   있었다. 거미줄처럼 전

신 피부가 쩍쩍 

갈라져 핏물 속에 쓰러져 있는 유령혈종...

빙천성은 완전히 피곤죽이 되어 있었다.

흑혈사제가 그 중 나았으나 그도 결코 성치가 않았다.  분수자를 쥐고 있던 양팔은 

으스러지고, 복

부는 쭉 찢어졌으며  한쪽 다리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없었다.  그는  그래도 

한 가닥 숨이 붙

어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으으...!"

신음과 함께 흑혈사사제는 신형을 일으키려 하였으나 이미 두 팔이  으스러졌으니 

그러지도 못했

다. 간신히 고개만 들려진 그의 입에서 들릴 듯 말 듯 말소리가 새어나왔다.

"크흑...! 성령사원과 뇌정마찰... 범황삼패천의 전설은... 과연 무섭구료..."

허탈한 음성은 계속되었다.

"천라오겁혈비국... 그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을 그냥 두고... 죽어야 하다니..."

"...!"

"혈왕마가의 혈신... 그도 범황삼패천의 힘은 계산치 못했군..."

이때 흑혈사사제의 말을 들은 화우성이 흠칫했다.

"혈신!"

흑혈사사제가 화우성의 놀란 음성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우리가 천라오겁혈비국에 억눌려 분노를 삭이고 있을 때... 빙천성이 중원

인과 함께 나타

났소. 스스로 혈신이라는..."

"...!"

"그는 우리에게 힘을 주며 말했소.  금붕천밀전에 천라오겁혈비국을 제압할 기물이 

있다고..."

흑혈사사제의 숨결이 점차 가빠졌다.

"범황천종(梵皇天宗)이시여... 부디 변방의 우리 천중오비혈을 구해 주시길...!"

드디어 흑혈사제의 고개가 참회의 탄식과 함께 염으로 꺾였다.

화우성의 눈에서 가공할 살광이 뻗어나왔다.

"혈신! 모두 네놈의 음모였구나! 죽여 주겠다! 혈왕마가와 네놈을...!"

혈왕마가!

무림 개사 이래 암중에서 천하를 주재해온 여덟 가문, 천왕팔가(天王八家)  중에서

도 최강의 마세

인 그들이 이 머나먼 이국까지 마수(魔手)를 뻗을 줄이야...

                                         

금붕천밀전(金鵬天密殿),

금붕국의 천 년 신화가 잠들어 있는 이곳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금붕천밀전

을 둘러싸고 있

는 신비의 절진 때문에...!

환무천살대진(幻霧天殺大陣)!

오직 전설과 이론상으로만 존재해 온  이 공포의 절진에는 무너질 수 없는 철칙이 

있다.

오직 설치한 사람과  그의 맏아들의 혈연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철칙, 만약 이를 

어기고 들어가는 자가 있다면 그는 혈맥(血脈)이 폭발해서 죽어버린다.

설령 가공할  무공 덕분에 살아난다 해도  환상에 미쳐 광인(狂人)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덕분

에 금붕국의 역대 왕족들은 숱한 대란(大亂)에서도 살아날 수 있었다.

헌데, 이곳에 한 인영이 나타나더니 가볍게 질주하는 것이 아닌가?

일다경이 경과하자, 금붕천밀전 문 앞에 괴영이 내려섰다. 

바로... 화우성이었다.

헌데, 그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화우성의 가슴엔 화라와 나나가 안겨 있었다. 

금붕국왕의 직계 혈족들만을 용납하는 환무혈연천살대전! 

당금에 금붕천밀전을 들 수 있는 사람은 금붕천황과 화라, 나나뿐인 것이다.

화우성은 두 공주를 안고 환무혈연의 기세를 막으며 들어 왔는데도 심맥과 전신이  

파열될 듯 가

공할 압력을 느꼈다.

만약... 화우성을 혼자 들어왔다면...? 그가  아무리  가공할 절학을 지니고 있다 해

도  죽음을 면치 

못했으리라...

두 공주가 경탄의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는 화우성의   얼굴은 창백했다. 흥건한 땀

으로 보아 엄청

난 심력을 소비한 듯...

화우성은 화라와 나나를 내려 놓으며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말 가공할 살진이로군... 천중오비혈이 왜   직접 들어오지 못하고 천기예성전의 

절차를  밟으려 

했는지 알 만하군!)

이마의 땀을 닦은 화우성의 두 공주에게 말하며 앞으로 나갔다.

"자, 갑시다!"

화우성과 두 공주는 밀전 안으로 나는 듯 사라졌다.

그그긍!

"이곳이에요."

거대한 철문이 열리며 나나가 풀짝 뛰어들고 두 사람이 뒤를 따랐다. 

순간,

"아...!"

화우성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졌다.

보라! 천 평은 됨직한 대전(大殿)에는 끝없이 거대한 서가(書架)가 늘어서 있는 것

이 아닌가?

책은 수천만 권도 더 될 것 같았다.

"이 많은 책들 중... 어디에서 오행혈비도와 제왕신망(帝王神網)을 찾는단 말인가?"

이때 난처한 기색으로 서가를 둘러보던 화우성의 눈가에 기광이 어렸다.

"팔극(八極), 팔괘(八卦)의 순리대로 서가가 배열되어 있다니.."

(이곳은 천 년 전에 세워진 곳... 중원이  아닌 이 천축에도 팔괘를 아는 사람이 있

었단 말인가?)

화우성이 의문에 잠기자 화라와 나나는 사색을 방해 않으려고 조용히 서 있었다.

(사부님께선 오행혈비도를 찾으라 하셨다. 팔극(八極)... 오행(五行)...)

일순 그의 눈에 번쩍했다.

(그렇다! 오행의 수(水)는 팔괘의 감(坎) 즉, 북(北)이고... 화(火)는   이(離)  즉, 남

쪽, 토(土)는 곤

(坤) 서남(西南)... 금(金)은  곧 강(强)이니 진(震) 곧  뢰(雷)이며 동(東)... 목(木)은 

산(山)에서 주로 

자라니 간(艮), 방향은 동북(東北)...)

슷! 

생각과 동시에 화우성의 신형이 날아가 서가마다 한 권씩을 뽑아왔다.

북쪽 서가에서는 단 하나 표지가 청색인 책, 

남쪽에는 적색의 책...

서남쪽에서는 진흙으로 된 점토판 하나를 뽑고, 

동쪽에서는 금색을... 동북쪽에서는 목경을 집어들었다.

"그건 무슨 책이야...?"

나나가 호기심에 차 물었으니 화우성은 못들은 듯했다.

그는 급히 책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피기 시작했다.

"으음...! 중원의 고대문자인 갑골문이 아닌가?"

화우성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허나 그는 이미 천축어,  라마문자, 파사어, 설형문자, 과두문에 이르기까지 통달하

지 않았던가?

화우성이 글을 읽어 가기에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노부는 북주(北周)의 사람으로 팔극선기옹(八極仙機翁)이라 한다.>

화우성은 흠칫했다.

"북주라면 천 년  중원을 양분간 남북조(南北朝) 중  북조(北朝)의 제국이 아닌가? 

천 년 전의 중원

인이 천축에 왔다니...!"

아아... 팔극선기옹! 그는 중원에서 문과 기관 토목의 시조라 불리우던 사람이 아닌

가? 하늘마저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천혜(天慧)를 지닌 지인(知人)...!

의문의 실종을 했다던 그의 유품이 십만 리 떨어진 이곳에 있다니...!

<노부가 천하를 유람하던 중 천기를 보았으니... 하나는 노부 사후 천 년 동안  천

하를 괴롭힐 천

년대전(千年大戰)이 시작되리라는 것이나 개의치 않았다. 천년대전은 정확히 천 년 

후  태어날 볼

세출의 영웅에 의해 종식될 것이니까...

허나 또 하나의 천기에는 노부에도 전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역천(逆天)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북쪽의 마지막 땅이라 일컫는 대오지(大奧地)인   함랍포탑극하(含拉布塔克河)... 그

곳에 다다른 노

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곳에서는 오 인... 아니, 인간일 수 없는 괴인들 다섯이 회합하고 괴인들  다섯이 

회합하고 있었

으니...

거대한 불덩이에 싸인 화인(火人)...

전신이 투명해 실핏줄마저 훤히 보이는 빙인(氷人)...

하반신은 물고기요, 상반신은 인간과 똑같은 전설의 인어(人魚).

키가 이 장 오 척에 달하는 초거인...

뼈가 없는 듯 마음대로 신형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혈환인(血幻人)...

노부는 전율에 몸을  떨었다. 그들 중 하나만으로도 능히 최강으로  군림할 능력이 

있는데, 허나 합

일된다면?

오오... 그 끔찍함이여...! 

노부는 이에 목숨을 걸고  한 가지 일에 착수했다. 노부 생애 최대의  심혈을 기울

여 만든 한 가지 

절진으로 그들을 가두기로 한 것이다.

팔극금천대살진(八極禁天大殺陣)...

그것은 역천의 진으로 진 안의 모든 생물은 곧 가사상태로 빠져든다.>

"그런 비사가...!"

팔극선기옹이 남긴  글을 읽어내려가는 화우성의 눈에는  경악의 물결이 일렁거렸

다.

<진식은 천 년을 가리라!  허나 그들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괴인들... 

해서 노부는 그

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천하를  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내었

다!

그 옛날, 제석천(帝釋天)이  아수라(阿修羅)를 지옥으로  던질 때 사용했던  천라제

왕신망(天羅帝王

神網)!

바로 그것이었다.

허나, 천년불정(千年佛精)을 얻은 자만이 천라제왕신망을 다스릴  수 있으리니... 노

부가 환무 혈연

천살대진을 펼쳐놓은 것은 천 년  후에야 그런 인물이 나타날 것을 천기로 알았기 

때문이다.

대영웅이여! 부디 본인의  안배를 이용하여 천년대전과 역천괴물들을 다스리길  바

라노라...!

            팔극선기옹(八極仙機翁) 서(書)...>

마지막 목경(木經)에는 팔극금천대살진의 파해식이 수록되어 있었다.

<팔극(八極)은 천원(天元)으로  귀결하리니... 천원을  부수면 제왕(帝王)을  얻으리

라...>

화우성의 침중하던 얼굴이 밝아졌다.

"으음... 무적제왕풍이란 제왕신망을 일컫는 것이로군..."

슷! 

화우성은 천원의 위치에 있는 서가로 신형을 날렸다. 그의  두 손이 합장하듯 모아

지는 순간 금광

이 번쩍이더니 서가가  부숴져 가루가 되었다. 바닥에는 오직 금궤  하나가 남았을 

뿐...!

달칵!

화우성이 금궤를 열자 휘황찬란한 서기가 대전 전체에 퍼졌다.

서기가 뿜어지고 있는 것은  투명한  그물이었다. 그것은, 조그마한 삼백육십 개의  

사리가 벼리를 

대신한 그물이었다.

"과연...!"

화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광지주사와 금잠사로 짰고 삼백육십불정은 극악한 마기라도 능히 제어할 수 있

겠군!"

화우성이 미소를 지으며  제왕신망을 접자 그것은 손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아졌

다.

화우성은 그것을 품 안에 넣으며  금궤를 집어들었다. 금궤  안엔 한  장의 커다란 

양피지가 들어 

있고 그  위에는 불화(佛畵)가 그려져  있었다. 제석천이 그물을  휘두르자 흉악한   

악귀가 꼼짝없이 

그물 속으로 빨려드는...!

이때, 화우성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제왕신망의 제왕망식(帝王網式)...!"

그렇다. 불화는  바로 가공할  천라제왕신망을 사용하는 망식(網式)이었다.  간단한 

동작이나 삼백육

십 변을 일으켜 천지를 에워싸고, 그 빠름은 빛과 같으니...!

화우성이 불화를 집어들며 기쁨에 찬 대성을 터뜨렸다.

"그렇다! 이제 이것을 천망제왕파천무라 부리리라!"

<제왕파천무(帝王破天舞)...>

천년불정(千年佛精)!

그 파천의 힘이 현세(現世)하고...  그 파황지력이 천라제왕신망에 주입되어 펼쳐질 

때... 천하의 만

마(萬魔), 만사(萬邪), 만악(萬惡)은 지옥(地獄)으로 떨어지리라...!

화우성(花雨星)!

과연 그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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