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1
화르르! 후두둑!
거대한 불길이 동악(東嶽) 태산(泰山)의 하늘을 태우고 있었다.
칠흑같은 먹장구름이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이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는 태산의
일각이 충천하
는 화광(火光)으로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넘실거리는 불길의 꽃잎들은 태산의 동쪽 산록에 벌려선 한 채의 웅장한 성채(城
砦)를 사르며 피
어오르고 있었다.
거화(炬火)의 그 강렬한 연소력에 고루거각(高樓巨閣)들이 흡사 종이로 만들어진
모형처럼 살라지
고 있었다.
숱한 장인(匠人)들의 정성이 다 기울여져 조성되었던 화려하고 웅장하던 건물들
을 태운 불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연기의 기둥을 피워올렸다.
먹장구름 속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 연기의 기둥은 흡사 한 마리 거대한 흑룡(黑
龍)이 몸부림치며
승천하는 듯이 보였다.
화마(火魔)의 입김이 넘실거리는 성채의 중앙에는 그러나 아직도 의연히 견뎌내
고 있는 정원(庭
園)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수천 평에 이르는 드넓은 정원은 높직한 담장으로 둘러쌓여 있는 데다가 크고 작
은 연못들이 도
처에 벌려져 있어 화마의 침습을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길은 정원을 둘러싼 담장 너머에서 넘실대며, 마치 규중처자를 넘보는
음적(淫賊)같이
그 흉험한 손길을 호시탐탐 뻗쳐 오고 있었다.
그 열기 때문에 정원의 연못들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장미
(薔薇)들은 축축
늘어져 애처로이 단말마의 몸짓을 보이고 있었다.
"호호호! 당신은 정말 저를 놀라게 하시는군요 능가주(凌家主)님! 환희극락분(歡喜
極樂粉)에 중독
되시고도 여지껏 안색 하나 변하지 않으시다니요!"
간들어진 웃음소리가 시들어 가는 꽃의 바다(花海) 가운데에서 들렸다. 한 여인(女
人)이 흐드러진
장미들을 압도하며 꽃밭 속에 서 있었다.
여인은 실로 아름다웠다. 마치 월궁(月宮)의 항아(姮娥)가 하강한 듯한 화용월태
(花容月態)를 그녀
는 지니고 있었다.
섬세하고 수려한 아미, 영롱한 눈빛에 능금처럼 탐스럽고 붉은 양볼, 주사빛 탐스
러운 입술은 매
혹적인 유혹을 던지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섬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얼굴과는 달리 여인의 체격은 크고도 장대하기 이
를 데 없었다.
칠 척(七尺)이 넘어보이는 훤칠한 키는 어지간한 사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릴 지경이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균형잡힌 늘씬한 자태와 터질 듯 무르익은 몸매는 육
감적인 아름다움
을 지니고 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두 눈 깊숙한 곳에서 요요로운 요기(妖氣)가 스며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점까지도 지금 이 순간은 보기 좋았다. 혼백을 앗아갈 만큼 보기
좋은 것이었다.
"당신같은 분을 이제야 알았다는 사실이 한스러울 따름이에요!"
여인은 짐짓 한숨을 쉬며 더욱 교태로운 자태를 지었다.
"...!"
한껏 요염한 자태를 자랑하는 그 거구의 여인을 한 명의 중년인(中年人)이 꽃밭
사이에 놓인 의
자에 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불혹(不惑)의 나이는 이미 몇 년 전에 지난 듯, 사내의 귀밑에는 하얀 새치 몇 가
닥이 보이고 있
었다.
중년인의 모습은 아주 뛰어나 보였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짙은 눈썹, 강인하게 각이 진 턱의 선은 그야말로 야성적인 분
위기가 물씬 풍
기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팔 척(八尺)을 상회하는 장신의 소유자인데 그의 일신에 걸쳐진 금
포(錦袍)의 가슴
부위에는 한 마리 사자(獅子)의 모습이 수놓여져 있다.
금사(金獅)! 그것은 한 마리 황금(黃金)의 사자였다.
중년인의 안광은 유난히 푸르렀다. 내면의 깊은 빛까지 스며나오는 듯 강렬했다.
그런 그의 전신
에서는 몸에 걸치고 있는 비단 옷에 새겨진 수(繡)의 모습 그대로 흡사 백수의 왕
인 사자같은 위
맹함이 느껴졌다.
"환희극락분(歡喜極樂粉)이라...!"
지금 그 금포의 중년인은 거구의 여인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해약이 없다는, 전설적인 색마 극락서생(極樂書生)의 음약(淫藥) 환희극락분이란
말이지? 중독된
이상 오직 이성(異性)과 교합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중년인의 목소리는 나이답지 않게 맑으면서도 아주 대단한 성량(聲量)을 지니고
있었다.
"호호 역시 해박하시군요 가주님! 환희극락분의 내력까지 알고 계시다니요!"
거구의 여인은 황홀하게 웃었다.
금포중년인은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지독하다고 알려진 한 가지 음약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그의 몸속에는 용암같은 욕정이 들끓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겉보기에는 전혀 그 증상(症狀)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같은
의지력은 실로
천하에 다시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여인이 감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나를 쓰러뜨릴 작정이었다면 천중수(天重水)로 중독시킨 것으로 충분한데... 거기
에 더해 음약까
지 가미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
"물론... 있어요"
여인은 살포시 웃으며 그에게 다가들었다.
"천중수에 중독당한 이상 당신은 내공이 모두 흩어져 손발이 묶인 맹수와도 같은
신세! 이런 기
회가 아니면 어찌 천왕팔가(天王八家) 중의 일가인 금사궁(金獅宮)의 궁주님과
운우지정(雲雨之
情)을 나눌 수가 있겠어요?"
말을 하면서 여인은 분홍빛 설육(舌肉)으로 붉디붉은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은
너무도 고혹하고
도발적이었다.
하지만 중년인은 그런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옆에 피어 있는 한 송이 장미를
잡았다.
활짝 만개한 장미를 들여다 보는 그의 뇌리로 한 여인의 영상이 아련하게 떠오르
고 있었다.
바로 한 달 전에 그의 곁에서 영원히 떠나 버린, 그의 목숨 만큼이나 소중했던 여
인의 모습이...!
그 여인은 지금 그의 앞의 교교한 자태로 유혹을 흘리는 거구의 여인과는 정반
대로 정숙하면서
고아하기 이를 데 없는 품성과 성결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이었다.
(예월(藝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그 여인의 이름은 화예월(花藝月)이라고 했다.
(당신은 몹시 바람이 불어 장미 꽃잎이 비(雨)처럼 날리던 그 밤에 우리의 사랑의
결정체를 남겨
놓고 떠나 버렸소. 우성(雨星)! 나는 우리 아이에게 나의 성이 아닌, 당신의 성씨
를 붙였소. 꽃은
아름답고, 당신은 꽃처럼 아름다웠소. 나는 화우성(花雨星), 그 아이를 보면서 당신
을 생각하려 했
건만... 뜻대로만은 되지 않는 것 같구려...)
중년인은 깊은 탄식을 흘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시 눈앞에 서 있는 거구의
여인을 돌아보
았다.
장미가 가득한 화원 가운데에 서 있는 그녀는 마치 뭇 장미꽃 중에서도 가장 화려
하고 요염한 꽃
송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과 눈매에 비친 요염함과는 달리 수수한 차림이었다. 칠 척을
상회하는 거구
에는 그저 헐렁한 푸대자루를 뒤집어 씌워 놓은 듯한 마의(麻衣)가 하나 걸쳐져
있을 뿐인 것이
다.
"환희극락분에 중독되고도 벌써 삼각을 버티다니... 호호! 정말 대단한 의지력이에
요! 사실, 여자로
서 당신같은 사내에게 일부종사(一夫從事)한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여자는 없을
거예요. 금사천존
(金獅天尊) 능사한(凌獅漢) 가주님!"
여인은 흑단같은 긴 머리카락을 뒤로 젖히며 한 걸음씩 앞으로 다가들었다.
-금사천존(金獅天尊) 능사한(凌獅漢)
이것이 중년인의 이름이었다.
황금의 사자...!
중년인의 기도와 잘 어울리는 별호라고 할 수 있다.
금사천존에게 다가서던 거구의 여인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옆에는 돌을
깍아만든 커다
란 수반(水盤)이 하나 놓여 있었다. 아마도 장미에게 물을 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수반인 듯했다.
거구의 여인은 수반 옆에 놓인 바가지를 잡아 수반에 가득한 물을 퍼올렸다.
"호호! 여긴 정말 덥군요."
바가지를 머리께까지 들어올린 그녀는 이내 물을 자신의 가슴 위로 쏟아부었다.
촤아아...
"아... 시원해라!"
목소리에 끈적끈적한 열기가 흐른다.
물에 젖은 그녀의 자태에는 차라리 눈을 감아야만 했다. 흠씬 젖은 마의를 통해서
그녀의 앞가슴
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젖무덤은 컸다. 아니 크다못해 거대하기까지 했다. 어지간한 사내가 두
손으로 감싸쥔다
해도 그 가슴의 융기 중 하나조차 어쩌지 못할 정도였다.
여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탐스런 유방이 비춰지는 옷자락을 문질렀다.
"어찌된 일이죠? 환희극락분에 중독된 사람은 당신인데 내 몸이 뜨거워지고 있으
니 말이에요."
그녀는 반쯤 옷고름이 풀어져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있었다. 당연히 거대하기 이
를 데 없는 유방
의 절반 정도가 보이고 있는데, 드러나는 피부는 갈색의 싱싱한 탄력과 힘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대체 이 만지면 터질 것만 같은 농밀한 육체를 지닌 요요로운 여인의 정체는 무엇
인가?
세상에 존재하는 여인 중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가장 큰 유방을 지니고 있는 듯한
이 여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사내로 하여금 번뇌(煩惱)를 일어나게 할만큼 끔찍한 욕망의
덩어리였다.
"강호무림에는 천 년의 세월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여덞 개의 가장 위대한 가
문이 존재하죠!
일컬어 천왕팔가(天王八家)!"
여인은 요기가 서린 봉목을 빛내며 자신의 흠뻑 젖은 옷자락을 양손으로 잡았다.
"천년무림을 음(陰)으로 양(陽)으로 좌지우지 해온 그 위대한 천왕팔가 중 제왕천
가(帝王天家)의
화신인 금사궁(金獅宮)의 안주인이 되고픈 야망은 나 번뇌미희(煩惱美姬) 설요미
(雪妖美)가 아니
라도 여자라면 누구나 품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부우욱!
이어 여인은 자신이 걸친 마의를 거칠게 뜯어발기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드러나는 저 엄청난 여인의 알몸이라니...!
놀랍게도 그녀는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헉!)
금사천존은 눈을 부릅뜨며 내심으로 헛바람을 삼켰다.
그의 검은 동공으로 비춰지는 여인의 나신을 보라! 저 엄청난 번뇌미희의 알몸을...
헐렁한 푸대자루같은 마의 속에 저토록이나 환상적인 알몸이 감춰져 있을 줄 누
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물결치듯 출렁이며 드러난 거대한 한 쌍 젖가슴의 융기는 가히 숨이 막힐 지경이
었다.
그러나 결코 징그럽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두 손으로 다 감싼다는 게 불가능에의 도전과도 같을 정도로 육중한 수밀도 두 개
는 건드리면 폭
발할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탱탱한 탄력감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반면, 그녀의 허리는 그야말로 버들가지와도 같이 좁았다.
그렇지만 그 밑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둔부의 곡선은 그야말로 대보름달을 두 배로
증폭시켜 놓은
듯한 탐스러움이 보이고 있었다.
다시 그 밑으로 뻗어내린 다리의 각선미는 황홀하다. 살이 탄력있게 올라있는 허
벅지는 그야말로
침이 넘어갈 지경이었고, 미끈하게 뻗은 종아리의 선은 환성마저 일어나게 할 정
도였다.
번뇌미희의 몸은 모든 것이 컷으나 그만큼 그녀의 키가 크기에 별로 이상하게 보
이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제껏 보지 못한 환상적인 미감으로 사내를 미치게 하기에 충분했
다.
"당신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요!"
그 거대하고도 압도적인 여인의 알몸이 전신을 긴장으로 굳히고 있는 금사천존의
앞으로 천천히
육박해 왔다.
"...!"
금사천존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스스로를 번뇌미희(煩惱美姬) 설요미(雪妖美)라고 밝힌 거녀(巨女)는 그를 장미꽃
사이의 잔디 위
에 부드럽게 밀어 눕혔다.
그리고는 알몸인 채 그의 얼굴 위에 다리를 벌리고 서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미끈한 백옥기둥
같은 허벅지가 벌어진 안쪽으로 그 깊은 부위가 고스란히 금사천존의 시야에 들어
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하아...!"
금사천존의 얼굴 위에 다리를 벌리고 선 그녀는 섬섬옥수를 하체의 중심부로 내려
보내 우거지다
못해 무성하기까지 한 자신의 방초림을 손가락으로 헤집어 보였다.
"...!"
금사천존의 숨이 멎어졌다. 울창한 수림지대가 갈라지며 두 눈 가득히 들어오는
여인의 신비로운
속살, 그곳은 이미 뜨거운 이슬로 흥건히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하아...! 으으응!"
여인은 금사천존의 얼굴 바로 위에서 안타깝게 손을 움직였다. 이슬을 흠씬 머금
은 여체의 꽃잎
이 주인의 손길에 의해서 마구 헤집어지고 안타깝게 쓰다듬어졌다.
상아빛 허벅지가 후들후들 떨리고 달덩이같은 둔부와 미끈한 허리가 절로 야릇한
파문을 일으켰
다.
여인의 붉디붉은 입술 사이로는 갈증에 신음하는 교성이 흘러나오고 연분홍 설육
(舌肉)은 간절한
갈구로 요동쳤다.
바로 얼굴 위에서 벌어지는 그 강렬하고도 민망한 치태에 금사천존도 인내의 한계
를 느끼고 있었
다.
몸 안의 일부가 타는 듯한 고통이 사내를 괴롭혔다.
그러나... 그는 끝내 여인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실로 대단한 인내력이었다.
"나... 나쁜 사람! 날 이렇게 안타깝게 만들다니...!"
마침내 여인 쪽에서 견디지 못하고 금사천존 위로 허물어졌다. 그녀는 허겁지겁
금사천존의 바지
춤을 풀어헤쳤다.
금사천존은 그저 긴 장탄식을 흘릴 뿐 여인의 손길에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불끈!
바지가 풀어헤쳐지며 너무도 거대하고 강인한 사내의 실체가 여인의 면전으로 튀
어올랐다. 지독
한 음약에 중독된 데다가 여인의 치태를 지척에서 본 탓에 금사천존의 하물은 이
미 극한까지 팽
창되어 있었다.
"나빠! 당신은 정말 못되었어! 이런 보물을 숨겨 놓고도 시치미를 떼다니...!"
이미 욕정이 극한대로 이른 여인은 거리낌 없이 금사천존의 실체를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그 위
에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았다. 이미 여인으로서의 자존심이나 수치 따위는 욕
정에 휩싸인 그
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금사천존의 중심부에 걸터앉은 여인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흠씬 젖은 부분
을 한껏 개방했
다. 무성한 수림 속에 숨어 있는 동굴 부분은 이미 뜨거운 홍수로 흥건해져 있었
다.
자신의 미끈덩한 늪지를 더듬어 벌린 여인은 그곳으로 금사천존의 뜨겁게 용틀임
하는 육괴를 쥐
어 이끌었다.
가장 부드럽고 예민한 살점이 벌어진 사이로 금사천존의 불덩이같은 끝부분이 닿
자 여인은 진저
리를 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달덩이같이 허연 둔부를 허공을 찌를 기세로 우뚝 선
금사천존의 실체
위로 거침없이 내리눌러갔다.
"흐윽!"
일순, 번뇌미희는 열락의 신음을 토했다. 몸의 중심부를 통해 거대한 불덩이가 체
내로 뚫고 들어
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 뜨겁고도 강렬한 이물질의 삽입감! 여인은 단번에 사내의 상징을 뿌리까지 자
신의 몸 안으로
받아들였다. 여인의 세포 하나 하나가 자신의 체내를 그득 채운 채 꿈틀거리는 육
괴의 맥동을 감
지하고 있었다.
"하아! 죽...죽어!"
잠시 남성의 실체를 머금은 채 그 충일감을 음미하던 여인은 이내 흐드러진 엉
덩이를 부드럽게
흔들며 율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갈색의 탄력있는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이미 그녀의 몸이 한껏 달아올
라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러나,
(예월! 용서하시오! 하지만 나는 결코 당신을 져버린 것은 아니오.)
자신의 몸 위에서 안타깝게 몸부림치는 거녀를 올려다보면서 금사천존은 긴 탄식
을 토하고 있었
다.
(당신이 홀몸이 아니기에 내색하진 않았지만, 본가(本家)의 손과 발이 어지러워진
것은 이미 이
년 전부터요! 당신을 잃은 우성이를 본가 최강의 전사들인 흑풍기사단(黑風騎士團)
의 호위아래 천
축(天竺)으로 떠나보냈소. 천중수(天重水)에 중독된 나는 이미 암중세력들의 천라
지망(天羅地網)을
벗어날 수 없는 상태라오... 일각의 시간이라도 더 끌어야만 우성이가 안전하기에
이런 치욕을 참
고 있는 것이오... 분명한 말이지만... 내게 사랑은 오직 당신이 유일한 존재요.)
이를 악무는 금사천존은 그러나 자신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하아학!"
"헉...!"
마침내 절정이 찾아왔다. 여인은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금사천존의 넓은 가슴 위
로 허물어졌다.
맞닿은 가슴을 통해 두 남녀는 서로의 가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엇다.
후두둑! 후둑!
아스라히 멀어지려는 의식 속에서도 번뇌미희는 시뻘건 화염이 정원을 에워싼 담
장을 타고 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와와 벽돌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마구 터져나가고 그 틈으로 밀려드는 화염의
혓바닥에 정원
가득 심어진 장미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그라져 가기 시작했다.
(이제...끝낼 때가 되었어.)
후끈한 열기가 지척으로 밀려드는 것을 느끼며 번뇌미희는 아쉬운 표정으로 상체
를 일으켰다. 금
사천존의 가슴에 눌려 있던 거대한 젖가슴이 출렁이며 다시 원래의 모양을 되찾았
다.
끝나지 않는 연회(宴會)는 없었다. 죽이려는 자와 죽어야 할 자가 벌인 뜨거운 육
체의 향연도 끝
났다.
번뇌미희는 복잡한 눈길로 금사천존을 바라보았다.
"하후광(夏厚廣)이란 버러지만도 못한 자식을 보기 전에 당신을 보았다면 내 인생
은 달라졌을 거
예요. 그 자식을 비롯해 내 몸을 안은 뒤 스스로 죽어간 사내는 얼추잡아 백여
명... 하지만 당신
만은 제 손으로 보내주겠어요.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혈통을 계승한 분이시니까
요. 또한 나 번뇌
미희가 마지막으로 느낀 사랑의 감정이니까요."
퍼억!
말과 동시에 그녀의 손길이 금사천존의 가슴을 쑤셨다.
피분수가 번져오르고...!
(우성... 너만은 살아야 한다. 내 아들아!)
아득해지는 정신을 놓치며 금사천존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어쩌면... 앞으로는 두번 다시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것 같군요. 당신은 나를 너무
도 완벽하게 만
족시켜 준 유일한 사내예요."
자신이 흘린 핏물에 물들어 가는 금사천존을 내려다 보면서 번뇌미희의 봉목은 물
기로 뽀얗게 흐
려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