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 (21/23)

재식이 벗어 놓았던 잠옷을 입고

아직까지 발가벗겨진 그녀의 뺨에 가벼운 키스를 해 주고 나올 때 까지 이들은 별 말이 없었다.

잘 자~그럼 다음에~

온 방을 뒤 흔들어 놓을 만큼 높아졌던 괴성이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적막감 마저 감돌더니

여운을 남긴 재식의 잠자리 인사에 여인의 몸이 보이지 않게 꿈틀거린다.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듯한 여인의 아쉬운 눈빛을 뒤로 한 재식은

이제 그 방을 빠져 나와 자신의 방으로 가기 위해 2층 계단을 올랐다.

수많은 사연과 사건들이 있었던 방이지만 그래도 재식에게는 이집에서 가장 편하고 아늑한 방이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예린이 엄마의 말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이 집안에서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도 2층 자신의 방이다.

방문의 손잡이도 다른 방에 비해 따뜻한 기분이 들었고 장식된 모든 것들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흐 으 흠~

방으로 돌아 온 재식은 소파에 몸을 실으면서 버릇처럼 탁자에 놓여져 있는 담배에 손이가다가

문득 침대위에 잠들어 있는 예린이를 보더니 손을 움츠리더니

의미없는 미소를 띄면서 소파에서 일어나 침대 가까이로 다가갔다.

후훗...이 녀석!!

습관이라며 속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자는 예린이의 잠옷이 위로 들쳐져

통통하고 하얀 엉덩이를 다 들어 낸 채 엎드려 자고 있는 예린이를 본 재식은

허리께로 올라간 잠옷을 내려주며 얇고 부드러운 실크 이불을 덮어 준다.

으 으 으 으~ 으 흠~

잠결이지만 예린은 답답한지 금새 덮어 주었던 이불을 걷어 차 버리고 몸을 돌려 버리자

무릎까지 내려 주었던 잠옷이 또다시 허벅지까지 올라 가 버린다.

재식은 잠을 청하려고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웠다.

돌이켜 보니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마치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처음 만난 날부터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

그리고 아빠의 정이 그리워 몸을 던져가며 다가 서려던 예린이와 수린이,

이 방에서 쏟아 부었던 수 많은 땀과 열정들 모두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재식은 몸을 옆으로 돌려서 자고있는 예린이의 고개를 들어 팔베개를 해 주더니

포근히 감싸 안으며 반쯤 들어나 있는 엉덩이를 토닥거려 준다.

으 으 음~ 으 으~ 어어~ 아..아 빠 아~

어휴~ 우리 예린이가 아빠 때문에 깼구나... 이러면 내가 미안한데...

으응~음~ 근데 좀 전에는 어디 갔었어?

예린이가 그 사이 깼었던가 보다.

재식은 움찔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태연하게 굴었다.

으응.... 아 아~ 자..잠이 안와서 바깥에...좀...

거짓말을 하려고 하니 괜히 말이 더듬어 지는 재식,

예린이는 재식의 목을 꼭 끌어 안으며 몸을 밀착 시키더니

아아~ 난 또.... 고모한테 갔는 줄 알았는데....

으흠~ 허 험~ 험~

재식은 예린의 입에서 고모라는 소리가 나오자 괜히 헛기침을 해 버린다.

고모한테나 가 보지 그랬어? 고모가 그렇게 기다리던데...

으 음~ 그..그건... 나..나 중에...아빠가 아..알 아 서 ....흐흠~ 할테니...

예린이는 더 이상 이야기 대신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재식의 입술에 포개어 버린다.

잠자던 예린이의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약간의 입냄새가 풍겼지만

재식에게는 그것 마저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나아~ 잠 옷 을~ 벗었으면 좋겠는데..... 안 되 겠 지?

으응~ 물론 안되지...

히힝~벗고 싶은데...

후훗...녀석...이제는 예린이도 숙녀가 다 됐는데... 몸을 소중하게 간직해야지...

치잇! 그래도 아빠 앞에서는 늘 애긴데...

물론이다. 재식에게 있어서도 예린이는 커가는 여자가 아니라

마냥 애기일 뿐 아니라 점점 소중하게 여겨지는 딸일 뿐이다.

자고있는 예린이의 하얗고 통통한 엉덩이를 보아도 그렇고

이제 막 솜털이 날려고 하는 갈라진 그 곳을 봐도 아무렇지가 않다.

하지만 재식은 그럴수록 예린이의 소중한 몸을 더 지켜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세수만 하여 겨우 눈꼽만 떼버린 재식은 예린이의 손에 이끌려 주방으로 내려오니

다른 날과는 달리 그 곳에는 예린이의 고모가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어젯밤 일로 재식은 짐짓 놀라며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가벼운 목례로 식탁 의자에 앉았다.

저어~ 자..잘 주 무 셨 어 요?~

아..아~ 네...네 에~

뜨겁게 몸을 부딪치며 사랑을 나누었던 두 사람이지만

갑자기 만난 그 자리가 왜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재식은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몇 숟가락만 끄적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계단을 올라오면서 좀더 상냥하고 친절하지 못한 자신의 바보스러운 행동에 자책을 해 보지만

그렇다고 다시 되돌아 갈 수는 없기에 방으로 돌아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지난밤 일을 돌이켜 본다.

딸깍!! 아빠아~ 이거...히힛!!

그게 뭐야?

담배가 필터까지 타 들어 갈 무렵 방문이 열리면서 예린이가 무엇을 들고 들어왔다.

으응~ 이거어~ 고모가...아빠 갖다 주라고 해서...후훗... 역시 고모는 아빠를 좋아 하나봐...히 히 힛!!

걸쭉하게 보이는 녹색의 액체, 녹즙이다.

그것은 어젯밤 방을 찾아가 사랑을 나눈 고마움의 표시 일 것이다.

아빠~ 오늘은 고모랑 같이 이야기라도 해 줘라...응?

후훗..... 녀석...

우리 고모 ... 되게 이쁘잖아... 근데 아빠는 싫어?

아니...좋아..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착하고....

마음씨??? 고모랑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아빠가 어떻게 착한 걸 알아? 으음...이상하네?

예린이는 재식의 무릎에 걸터 앉으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뭔가 알아 낸 듯이 눈이 반짝거린다.

아항~ 그렇지... 히힛...아빠아~ 어젯밤 고모한테 갔었지? 그렇지? 우 히 히~

아..아..아..아 니 이~ 내..내..내가...왜??? 으 흣...

예린이는 발갛게 달아오르는 재식의 눈앞에 얼굴을 바싹 대더니 배시시 웃는다.

봐아~ 맞지...맞지?? 아빠 얼굴이 빨개 졌대요...히 히 히~

허허~ 이 녀석이....그..그래~ 갔었다...갔어...어휴~

재식은 모든 것이 다 들켜 버렸다는 듯이 말을 해 버린다.

그러엄~ 어제 그것도 했어?

재식은 갑자기 커다란 해머로 머리를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겨우 열세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입에서 스스럼 없이 그런 말이 나올수 있을까?

어디를 봐도 악이란 것은 찾아 볼 수도 없으며

아무리 살펴봐도 세상의 찌든 때는 찾아 볼 수 없는 예쁜 아이인데...

그런 천사같은 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니....

으흡....예..예린이 너어~ 앞으로 한번만 그런 소리를 하면 아빠한테 혼나...알았지?

예린은 갑자기 돌변한 재식의 표정에 기가 질린 듯 아무 소리도 못하며 고개만 끄덕인다.

그렇게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제 내가 그런 말 하면 나 때릴꺼야?

그래애~ 때릴꺼야~

세게?

으응~ 아주 쎄게...펑펑 눈물이 나도록...

예린이의 입술이 삐죽거리더니 금새 옆으로 벌어져 버리며

헤헤~ 그래도 난 아빠가 좋아....우 히 히~

하며 재식의 목에 매어 달리는 예린이,

이런 천사처럼 맑고 밝은 어린아이를 누가 싫어하며 누가 미워 하겠는가?

재식은 안겨있던 예린이의 등을 토닥 거려 주었다.

오후가 되자 혼자있던 재식의 방에 예린이와 수린이가 함께 들어왔다.

연노랑 브라으스에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진곤색 주름치마를 받쳐 입은 예린과

하늘색 원피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수린이의 모습은 마치 어느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모습들이다.

아빠아~ 맞지이~ 으응?

난데없이 뭐가 맞아? 허 허 참!!

아니이~ 아까 아빠가 날 때린댔었잖아...그렇지?

아마 예린이는 수린이와 오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아아~ 그거야....예린이가 잘못을 했을때 내가 때린다고 했던거지...

봐아~ 내 말이 맞잖아...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예린이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인정받자 어깨를 으쓱하며 의기양양 해 있다.

치잇!! 것봐... 잘못을 해야 때린다고 하잖아~

그래도 때리는 건 때리는 거잖아...

하 하 하 하~

재식은 아웅다웅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며

때린다는 그 말 한마디가 이 아이들에겐 그렇게도 뉴스거리가 된 것을 재미있게 보고있다.

아빠~ 내일 가는 날이지?

예린이의 얼굴이 심각해 지더니 목소리를 낮게 가라 앉힌다.

으응~ 하지만 또 며칠이 지나면 올꺼니까....

에이 씨~ 안 갔으면 좋겠는데... 아빤 거기가 그렇게도 좋아?

으 흐 흠~ 그..그..그 건~~~

재식의 표정이 몹시 불편해 보인다.

예린이가 가장 곤혹스러운 건 아무래도 성에 관한 이야기로 따질 때이고

그 다음이 상동에 있는 집에 관한 물음인 것이다.

근데~ 거기에 있는 아빠 딸 이름이 승희라고 했지?

으응~ 스..승희!!

이뻐? 나보다 더 이뻐? 아니지? 나보다는 아니지?

그 러 엄~ 예린이 보다야 훨씬 못하지... 우리 예린이가 얼마나 예쁜데....

승희가 딸이라면 예린이도 이제 재식의 딸이다.

딸을 놓고 누가 예쁘다 못 생겼다고 이야기를 하는 건 무척 괴로운 모양이다.

하지만 재식이 자신도 객관적으로 봐서 예린이가 훨씬 더 예뻤지만

그 표현을 더욱 크게 해 줘야 예린이가 더 좋아 할 것 같아서 손을 휘저어 가며 아이의 마음을 안심 시키자

영악스러우리 만치 재치있는 예린이는 그제서야 얼굴이 펴지면서 재식의 눈치를 살핀다.

그럼 됐어~ 휴우~ 할 수 없지 뭐~ 대신 오늘도 나아~ 아빠랑 같이 잘꺼야~ 알았지?

그..그..그 러 엄~ 나두...예린이와 같이 자는 게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하 하 하~

피이~ 아빠 거짓말....후훗...예린이가 얼마나 잠버릇이 고약한데...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수린이가 나서며 피식 웃으며 아니라고 하자

금새 기가 살았던 예린이가 긴장이 되는지 어깨를 움츠리며 재식을 흘깃 쳐다본다.

아..아냐~ 잠버릇은 좀 고양하지만 잘 때 내 목을 끌어 안는게 얼마나 포근하고 따사롭다고...

그렇지~ 아빠~ 나아~ 잠버릇이 나빠도 괜찮지? 히 힛!!

금새 환하게 웃어버리는 예린이,

이런 아이들을 어찌 모른 척 하고 떠나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졸지에 두 가정의 아빠가 되어 버린 재식의 갈등은 너무나도 크게 다가온다.

아빠~ 나두 여기서 자도 되죠?

그러엄~ 오늘은 나두 우리 예린이와 수린이... 두 딸 사이에서 자고 싶은데...하 핫!!

아빠~ 우리 씻고 올께~~ 히 힛!!

이제는 씻어 달라고 보채지도 않는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에도 벗고 자겠노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욕실로 들어가는 예린이와 잠옷을 가지러 가겠다고 방문을 나서는 수린이의 뒷모습을 보며

마치 친아빠나 된 것처럼 재식의 흐뭇한 미소가 방안을 따사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종알대던 아이들이 사라지자 재식은 그동안 참아왔던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허공을 향해 도너츠처럼 동그랗게 톡톡 내 쏘아 보지만 그 연기는 도중에서 그대로 흩어져 버리고 만다.

으휴~ 담배 냄새~

마음이 급했던 예린이가 겨우 담배 한개피가 다 타 들어가기도 전에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나온다.

그리고 잠시 후, 잠옷을 가지러 가는 바람에 좀 늦게 욕실로 들어간 수린이 마저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재식의 곁으로 다가왔다.

하늘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수린이는 언제나처럼 하늘색 잠옷을 입고 있었으며

예린이는 어제밤과 마찬가지로 연노랑의 잠옷을 입고 있다.

재식은 두 아이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아이들의 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니들~ 또 속옷은 안 입었지?

우 히 힛!! 크 흐 흣!!

예린이는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 했으며

수린이는 조금 커서 그런지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배시시 웃어 넘겨 버리자

재식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포기해 버렸고

그 사이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남기며 아이들은 침대로 가 버린다.

서로 아빠 옆자리가 내 자리라고 우겨대던 예린이와 수린이는

재식을 가운데 두는 것으로 서로간에 합의를 보고서야 조용해 졌다.

그리고 누운지 얼마 되지않아

예린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수린이 마저 꿈나라로 빠져 들었다.

쌔근쌔근 잠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 보는 재식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간다.

오늘따라 왜 이리 마음이 불안 할까?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예린이와 수린이가 잠 들고 나면서 부터 재식의 마음이 두근거리며 뭔가에 쫓기는 것만 같다.

예린이가 뒤척이며 한쪽 다리를 재식의 배에 걸쳐 놓자

아니나 다를까 잠옷이 들려 지면서 하얀 엉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는 재식이 예린이의 잠옷을 내려 주면서 이불까지 덮어 주었지만

오늘은 뭔가 불안한 생각에 신경 조차 쓰이질 않는다.

천사의 얼굴을 한 아이들,

상동에 있는 승희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복에 겨운 아이들이지만

오늘따라 불쌍하고 처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재식은 돌아 누우며 배 위에 다리를 걸쳐 놓은 예린이의 가녀린 몸을 살며시 끌어 안으려 한다.

으 으 으 음~ 으 으~

예린이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내며 어김없이 재식의 목을 휘 감는다.

재식은 마음을 편히 가져 보려고 예린이의 하얀 엉덩이를 톡톡 쳐 보지만

손바닥의 보드라운 느낌과는 다르게 가슴은 더욱 두근거렸다.

휴 우 우~ 흐 으 흠~

재식은 긴 한숨을 내 쉬며 안고있던 예린이를 살짝 떼어놓고

자고 있는 수린이의 몸을 넘어서 침대 아래로 내려왔다.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처럼,

시한부 인생의 달력 쳐다보는 마음처럼,

물밀듯이 밀려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재식은

푹신한 소파 위에 몸을 맡긴 채 버릇처럼 담배에 손이간다.

'혹시 상동에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닐까?'

당장 전화라도 넣어보고 싶은 심정이지만

내일 아침만 먹으면 바로 달려 갈 것이기에 그냥 한숨으로 삭혀버리고 만다.

연거퍼 두 개피의 줄담배를 피운 재식은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묻고 눈을 감았다.

한참이 지나고 눈을 떠보니 이미 시계는 두시를 가리켰다.

소파 건너편에 있는 자그마한 냉장고를 열어 냉수가 든 병을 꺼내든 재식은

컵에 따르지도 않은 채 입을대고 벌컥벌컥 서너모금 마시고 난 후에야

깊은잠에 골아 떨어진 아이들이 있는 침대로 갔다.

두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예린이는 반듯하게 자고 있는 반면 수린이는 평소 예린이처럼 엎어져 자고있다.

다만 같은 모습을 하고있는 것이 있다면

두 아이의 잠옷이 모두 허리까지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광경을 본 재식은 지난 날, 자신이 처음 이집에 왔을 때

털도 나지않은 예린이의 보드라운 몸을 만지작 거리던 기억이 새삼 되살아 나면서

수린이의 몸을 가지겠다고 성숙하지도 않은 어린 몸에다가 상처를 준 일 들이 너무나 생생히 떠 오른다.

재식은 아이들이 뒤척이면서 이미 없어져 버린 자신의 자리로 들어가려고

예린이와 수린이 사이에 발을 집어 넣으며 살짜기 아이들을 밀쳐 빠듯한 사이에 몸을 눕혔다.

엄습해 오는 불안감으로 가슴을 졸였던 재식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몸이 몹시 피곤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몇 시나 되었을까?

정신이 몽롱해지고 몸은 마치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딸깍!!

누군가 방문의 손잡이를 돌린다.

고개를 들어 눈을 떠 보고 싶지만 이미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누굴까?

지민이나 지현이? 아니면 수아 일 지도 모른다.

사뿐 사뿐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고른 발소리,그렇다면 수아는 아닐 것이다.

달아오른 몸 때문에 찾아 온 지민이나 지현이라면

지금 내 곁에서 자고있는 예린이와 수린이가 있기 때문에

몇 번 살짜기 흔들어 보다가 깨어나지 않아 버리면 끝내 포기하고 돌아가겠지.

재식은 잠의 마술사에게 이끌려 눈을 떠 볼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은은한 풍겨오는 향수 냄새,

꿈결 같은 느낌 속에서 재식은 향기로운 꽃밭을 거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그것은 틴 들의 가벼운 향기가 아니라 성숙한 여인의 냄새였기에

문득 머리를 스치는 또 하나의 생각,

그렇다면 어젯밤 뜨거운 관계를 가졌던 예린이의 고모?

몽롱했던 재식의 머리는 차가운 얼음물을 끼 얹은 듯 꽹하니 돌아오며 눈이 번쩍 뜨였다.

허 허 헛!! 아..아..아 니....

재식의 눈 앞에 생시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여인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바로 예린이의 엄마였던 것이다.

재식은 상체를 일으키며 제일 먼저 예린이와 수린이의 몸을 살펴 봤다.

그러나 자그마한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아이들의 아랫도리는 벌거벗겨진 그대로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침대에 누울 때 잠옷이라도 내려 줄껄...

괜시리 도둑질 하다가 들킨 사람 마냥 재식은 우물쭈물 어쩔줄을 몰라하며

눈동자만 살짝 움직여 예린이 엄마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나 예린이 엄마는 예의 그 따뜻한 미소가 그대로 얼굴에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주무시는데 깨워서...죄송해요~ 아이들의 잠버릇이 몹시 고약하죠?

아 아...아 니....아~ 예 예 에~ 조..조옴....흐흡!!

차분한 예린이 엄마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재식의 모습이다.

저어~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재식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버석해진 머리를 손갈퀴로 두어번 훑어내리며 소파로 가려하자

예린이 엄마는 아무 말없이 소리없는 발걸음으로 방문을 향해 앞서 걸어가는 것이었기에

소파에 앉으려다가 머슥해진 재식은 아이들이 자고있는 침대를 힐끗 보더니 그 뒤를 따른다.

방문을 나선 재식은 당연히 아랫층으로 가겠거니 했었지만

예린이 엄마는 2층 맨 끝쪽 방으로 향했고 그 방문의 손잡이를 돌린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재식은 한번도 그 방 앞에조차 가 보질 않았던 곳이다.

재식이 그 방문 앞에 가까이 가자 갑자기 방안의 불이 켜 졌다.

들어 오세요~

재식은 여태껏 자신의 방에 만족을 했었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방안의 광경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번쩍 번쩍, 모든 가구들이 고급스러웠으며 어느 부호들의 침실에 버금 갈 만한 엄청난 방이었다.

앉으세요~ 자아~이거....한대...

고풍스럽게 조각된 소파에 자리를 권하는 예린이 엄마가

탁자에 놓여있던 담배 케이스에서 한개피의 시가를 꺼내 재식에게 건네며 라이터에 불을 붙였다.

무슨 말을 하려고? 재식은 조바심과 함께 또 한번 가슴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조금전 그렇게 불안했던 마음은 과연 이것 때문이란 말인가?

후 욱~~ 훅~~

시가에 불을 붙인 재식은 고개를 돌려 긴 한숨과 함께 수 번의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을 때 까지

예린이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조용히 탁자의 한쪽 끝만 내려다 보고 있다.

그리고 예린이 엄마의 얼굴에서는 그 따사로운 미소 조차 사라져 버렸다.

저어~ 사..사 모 님~~

.....................

흐흡.....

답답한 마음에 재식이 먼저 말을 꺼내 보려 했으나 굳게 다물어져 있는 입은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저어~ 선 생 님~

그렇게 예린이 엄마가 입을 연 것은 적막이 흐른지 십분도 더 되었을 때이다.

네에~ 으 흐 흠~

또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두근거리는 재식의 가슴은 터질 지경이다.

으 흐 흠~ 저어~ 서..선 생 님 께 서.... 저의 나..남편이 돼 주시면 안될까요?흐흣...

허헉!! 그..그..그... 허헙...

재식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잘못 들은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이 떨려 말을 하지 못한다.

진작에 말씀 드렸어야 일이 쉬웠겠지만... 제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으 으 으 흠~............흐흡...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을 것 같던 재식의 머릿속에는 그 순간 상동에 있는 가족이 떠 오른다.

보잘것 없고 찢어지게 가난만이 재산인 상동의 가족,

타오르는 육체를 건수하지 못해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리는 승희엄마와

어린 나이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색기로 인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몸을 해 할수 있는 승희가 영상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에 비해 지금 제시하는 예린이 엄마의 이야기는 얼마나 달콤한 초콜릿인가?

언제든 불러 주기만 한다면 달려와 옷을 벗을 수 있는 아름다운 여자들 속에서

승희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의 밝고 해맑은 두 딸, 예린이와 수린이...

재식의 머릿속에는 예린이 자매와 승희가 오버랩 되어 떠오르고

별장같이 화려한 2층집과 초라한 슬레이트 낡은 집이 교차되어 떠 오른다.

그러나 단 한가지 낡은 집에서의 좋은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서로를 아껴주는 따뜻한 가족애 일 것이다.

이 방은 제가 가신 그 분을 잊고 좋은 사람이 생기면 들어 오려고 만들어 놓은 방이죠...

이제 전 그 좋은 분을 만났고 귀여운 딸애들의 아빠를 만난 것 같아서...그만...

흐흡...그..그러나...저..전...아이들이 아빠라고 부르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조..좋은 사람이 못 됩니다...흐으~

조금 전에 확신이 섰어요~ 아이들의 아랫도리가 다 들어난 채 자고 있는 것을 보구서요~

흐흡....그..그..그 건~

아빠로서의 자격이 충분 하다는 거죠...

휴우~ 어 휴~ 저..저..저 어~

재식이 머뭇거리자 잠시 이들의 대화가 끊기더니 잠시 후 예린이 엄마가 입을 열었다.

결정은 언제라도 좋아요~ 오늘 대답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대신...

흐흡...대...대 신???

또 무엇이 있단 말인가? 재식은 눈을 크게 뜨며 예린이 엄마를 쳐다봤다.

그러나 예린이 엄마는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좋은 방향으로 결정을 해 주신다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오늘 제.... 모..모..몸 을 가 져 주 세 요~

허헝~ 허 흐 흐 흣...어..어..어 떻 게???

설마했던 재식은 뒤통수를 해머로 맞은 듯 몸이 경직되어 버린다.

말을 마친 예린이 엄마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 서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 채로 입고있던 긴 드레스의 목끈을 풀어버리자

찰랑거리던 드레스는 힘없이 흘러내렸고 역시 속옷을 입지 않았던 예린이 엄마의 몸은

금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흐흡....제..제 발.....뿌 리 치 지 는....흐흐흣...

환한 상들리에의 불빛을 받은 예린이 엄마의 몸은 백옥과도 같았다.

긴머리에 고급스런 퍼머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녀,

가느다란 목선 아래로 전혀 늘어지지 않은 여인의 젖가슴은

마치 풋풋한 처녀의 유방을 보는 듯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녀의 입술은 파리리 떨리고 있었으며

재식은 살짝 감겨진 두 눈의 길다란 속눈썹이 너무나 인상적이라고 느꼈다.

잘룩한 허리는 잘 가꾸어진 몸매를 여실히 들어냈고

그 아래로 내려오자 소복히 덮어 놓은 듯한 여인의 보짓털이 숨을 막히게 했다.

흐흑....제...제 발... 흐흑....흑!!

재식의 앞에 용기있게 발가벗었던 예린이 엄마는 지금 흐느끼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 하는지는 꼬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지금 이 여인은 결코 성에 대한 애착이나 미련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식은 여인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않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늘게 떨고있는 여인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재식의 눈앞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태껏 많은 시간들이 흘렀지만 예린이 엄마에게는 말 조차 함부로 붙이지 못했었는데

지금 그 여인이 눈 앞에서 발가벗은 채 재식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 재식의 앞에 선 예린 엄마의 바램은 무엇일까?

부족할 것 하나도 없는 이 여인이 무슨 이유로 보잘 것 없는 재식에게 발가벗은 몸으로 애원을 하는 것일까?

빈 말이라도 재식은 좋다고만 한다면 모든 것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 집안에 있는 많은 여자들을 갖게 될 것이며

부(富)가 따르고 안락이 보장 될 것이다.

듣릴 듯 말 듯한 작은 흐느낌과 함께 예린 엄마의 가녀린 어깨가 들썩이고

검은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이슬처럼 반짝였다.

여자의 눈물에 다가가서 어깨를 잡았지만 그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크린처럼 지나간다.

섣불리 결정지었던 지나간 날들이 조금은 후회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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