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 (9/10)

9부

세 식구의 꿈같은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돌아왔다. 딸 선유는 다시 학교로 갔고, 남편 성호와 주연은 쇼핑을 하고 관광지를 찾았다. 참 오랜만에 갖는 둘만의 오붓한 시간. 성호는 마치 신혼 때의 감성으로 되돌아간 듯 로맨틱한 애정표현을 했다. 꽃을 선물하고 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광장에서 키스를 했다. 하지만 주연의 마음은 무거웠다. 밤이 찾아오는 것이 두려웠다. 

대지에 어둠이 깔렸다. 자오는 또다시 주연을 불러냈다. 그녀는 자오의 명에 따라 알몸 위에 아이보리 컬러의 반소매 원피스를 입었다. 가슴 부분이 조금 드러나고 스커트 부분은 무릎 위 20센티로 다소 짧았지만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입어왔던 옷에 비해 수수한 드레스였다. 스커트가 넓게 퍼지는 스타일이었는데 주연이 옷을 입고 한 바퀴 가볍게 돌자 치마가 펄럭이며 그녀의 아름다운 각선미뿐만 아니라 희고 탱탱한 엉덩이까지 슬쩍 드러났다.

자오는 서두르지 않았다. 주연을 맞은 편 침대 위에 앉혀 놓은 채 치마를 걷어 깊고 은밀한 곳을 보여주도록 요구했다. 주연은 살포시 치마를 들었다. 드레스 이외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그녀의 검은 음부가 그림자에 묻혀 보일 듯 보이지 않았다. 농밀한 여체가 드러날 듯 감추어졌다. 남자는 애가 타는 듯 여자를 채근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올려.”

주연은 알고 있었다. 자오가 그 애타는 감정을 스스로 즐긴다는 사실을. 주연은 살짝 들었던 치마를 내려놓았다.

“아!”

짧고 강렬한 남자의 탄식이 허공을 때렸다.

“다시 올려줘, 슈. 조금만 더.”

여자는 다시 치마를 들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올렸다. 하얗고 매끈한 허벅지 끝에 깊은 그녀의 감추어둔 샘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여자는 다시 치마를 내렸다.

“나를 미치게 하는군, 슈. 많이 늘었어. 날 가지고 놀 줄도 안다니.”

주연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리를 엠(M)자형으로 벌린 채 치골 부위의 치마를 가만히 눌렀다. 얇은 드레스는 그녀의 다리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주연은 드레스 치마 위로 자신의 보지를 만졌다. 지난 두 달 동안 그녀는 자신의 몸을 이 남자에게 무수히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매번 이처럼 몸을 드러낼 때마다 여자의 몸은 축축하게 젖었다.

“나도 여자경험이 적은 편은 아닌데...”

주연의 요염한 자태를 바라보던 자오가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날 이렇게까지 미치게 만든 여자는 네가 처음이다.”

주연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치골을 만지지 않는 다른 한 손은 그녀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탐스러운 가슴이 드레스 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얇은 옷감은 그녀의 유두를 숨기지 못했다. 

자오는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으로 기어 주연에게 다가갔다. 그는 애첩의 발에서 하이힐을 벗겼다. 남자는 여자의 발에 입을 맞췄다. 여자는 움찔, 발가락을 오므렸다. 남자의 손은 여자의 발을 지나 발목으로 올라갔다. 남자는 여자의 볼록한 복사뼈를 혀끝으로 간질였다. 파르르, 여자의 발끝이 떨렸다.

“슈, 나의 귀여운 암컷. 오늘은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나 보군. 곧 그 결심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지 알게 해주겠어.”

자오의 손은 곧 여자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종아리를 쓰다듬었다. 치마 위로 치골을 누르던 여자의 손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자의 손은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여자의 다리에 긴장감이 감돌면서 조금씩 경직되어갔다. 남자의 손은 이제 허벅지로 올라왔다. 남자는 애첩의 무릎에 입을 맞추고, 다시 허벅지를 핥았다. 

“아~”

여자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남자의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치마를 들어올렸다. 여자가 손에 힘을 주며 보지가 드러나는 걸 막으려 애썼지만 근육질의 건장한 마피아의 완력을 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자오는 치마 밑에 얼굴을 묻었다. 향수를 뿌린 보지에서 여자의 냄새가 났다.

“이젠 라일라가 없어도 알아서 하는군. 길이 잘 들었어.”

자오는 만족한 표정으로 주연의 허벅지를 들어올렸다. 여자는 침대에 누운 꼴이 되었다. 남자는 혀와 입술로 여자의 보지를 빨기 시작했다. 이미 물이 흥건한 여인의 샘이 아예 홍수가 난 듯 넘쳐흘렀다.

“아, 하, 아, 악”

여자는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문질러 댔다. 주연은 아주 빨리 달아올라 자신의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오늘따라 더 뜨겁군. 건너편에서 저 머저리같은 놈이 보고 있기 때문인가?”

주연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밤도 남편 성호가 길 건너 2층에서 그녀와 자오의 섹스를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저 친구도 불쌍하군. 미국까지 와서 이 멋진 신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하고 가다니.”

자오는 비아냥거리며 주연의 보지를 빨았다. 그녀는 여전히 응답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보지에서 전해지는 쾌감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시종일관 닫혀있던 여자의 말문이 드디어 트였다.

“아, 하, 자오, 자오, 이제 그만해요, 그만, 자오, 아, 하, 학, 그만. 아, 악”

자오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혀끝이 보지를 휘젓고 질 속으로 들어갔다. 

“아, 학, 라오공, 제발, 하, 악, 그냥, 하, 아. 넣어줘요. 제발.”

“넣어줘? 뭘?”

“아잉, 라오고옹.”

말문이 열린 여자의 입에서 교성이 쏟아졌고 말에는 교태가 묻어났다.

“말하지 않으면 계속 할 거야. 뭘 넣어줘?”

“당신의 자지.”

여자는 속삭이듯 말했다. 애교가 넘치는 여자의 말투에 남자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자오는 걸쳤던 가운을 벗고 여자에게 올라탔다. 거대한 육봉이 여자의 옥문을 건드렸다. 옥문은 애액과 침으로 번들거렸다. 남자는 여자의 몸속으로 진입했다.

“아, 학, 라오공, 라오공. 나. 좋아, 나, 좋아요.”

거구의 사내는 여자를 완벽하게 정복해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애첩이 펌프질에 자지러지자 자오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건너편 이층의 남자는 넋을 놓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전 남편이라는 작자가 보는 앞에서 너를 완전히 가도록 만들어주겠어.”

자오는 더욱 힘차게 펌프질을 했다. 주연은 남편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가늘게나마 가지고 있던 윤리의 끈을 놓아버린 심정이었다. 그녀는 스스로 창녀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난 남편 앞에서 아무 남자에게나 보지를 벌려주는 창녀예요. 자오, 당신은 지금 얼나이가 아니라 창녀와 섹스를 하고 있는 거예요.”

자오는 드레스의 가슴 부분을 찢었다. 아름다운 가슴이 드러났다. 자오는 애첩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마구 빨았다. 한동안 여자의 가슴을 탐하던 자오는 주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상기된 여자의 얼굴이 새치름해졌다. 남자는 여자의 입술을 가지고 싶었다. 펌프질을 계속하면서 자오는 자신의 입술로 주연의 입술을 덮었다. 후끈한 여인의 입김이 남자의 얼굴을 간질였다.

“넌 창녀가 아냐, 슈. 이건 분명히 하자고. 넌 네 주인 앞에서 복종하는 나의 얼나이일 뿐이야. 얼나이에겐 복종이 곧 순결이지. 넌 순결한 나의 암컷이야.”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주연은 그 말에 답할 정신이 없었다. 

“아, 하, 아, 악, 아, 하, 하악.”

쾌락의 끝에서 주연은 까무라쳤다. 그동안 자오는 주연과 여러 차례 섹스를 했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흥분하며 정신을 잃은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 건너편의 얼간이도 쓸모는 있군. 덕분에 환상적인 섹스를 하는 걸.”

성호는 아내가 또 회사를 이유로 나가버리자 슬슬 짜증이 났다. 허전하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와인을 한 잔 하다가 문득 지난 금요일 밤에 보았던 이웃집이 떠올랐다. 그는 다시 이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아, 오늘 땡 잡았다.’

성호는 쾌재를 불렀다. 역시 건너편 집에서는 또다시 흐드러진 정사가 벌어질 모양이었다.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요염한 포즈로 남자를 유혹하고 있었고, 곧 그 남자가 여자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성호는 아랫도리가 불룩해짐을 느꼈다.

‘죽이는군. 누군지 얼굴은 모르겠지만 저 여자 몸매 하나는 끝내주는데.’

이웃집 남자가 곧 여자의 원피스를 찢자 그녀의 희고 아름다운 가슴이 드러났다. 성호는 참을 수 없었다. 만일 아내가 옆에 있었다면 아무리 거부해도 덮칠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그는 허리띠를 풀고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한껏 발기한 물건이 팬티를 뚫고 튀어나왔다. 그는 자신의 양물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창피하게 내가 이게 뭔 짓이람.’

성호의 이성적인 판단은 곧 남녀의 본격적인 섹스장면 앞에서 멀리 달아나고 말았다.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르는 남녀가 벌이는 생생한 육체의 향연은 화면으로 보는 포르노와는 확연히 다른 감흥을 주었다. 자신의 자지를 잡은 성호의 손동작이 빨라졌다.

“으~ 앗!”

한동안 이웃집 정사에 흠뻑 빠져있던 성호는 결국 2층 창문가에서 사정을 하고 말았다. 정신이 돌아온 성호는 부끄러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우선 벽에 튄 정액을 닦아내는 게 급선무였다. 

정신을 차린 주연은 자오의 육봉에 두 번이나 더 절정을 느끼고 말았다. 자오를 만난 이후 가장 격렬하게 치른 정사였다. 주연은 역시 자오의 정액을 질 속에 가득 담고 집으로 향했다. 

“어, 와, 왔어?”

주연을 맞이하는 남편 성호의 태도가 어딘지 어색했다. 마치 벽장 속에 숨겨뒀던 꿀단지에 손가락을 넣어 찍어 먹다 들킨 소년처럼. 

“응, 별 일 없었지? 나 좀 씻고 올게.”

주연은 총총 욕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몸 구석구석을 씻었다. 그녀는 자신의 보지를 만졌다. 아름다운 꽃일까. 아니면 더러운 늪일까. 불과 두 달 사이에 수많은 남자들이 탐한 그녀의 은밀한 계곡을 조용히 만졌다. 그녀는 얼마나 더 생리를 핑계로 남편과의 잠자리를 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를 속여 미안하기도 했고, 애초 미국 체류비와 딸아이 유학비를 대주지 않겠다고 선포해 자신을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옷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옆자리에 누운 남편은 웬일인지 다가오지 않았다. 의외라고 여겼지만 주연은 그냥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반면 이웃집 여자의 정사를 훔쳐보면서 자위를 한 성호는 한 번의 사정으로 그만 성욕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아내 몰래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자책감에 더더욱 아내에게 잠자리를 요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밤 중 성호는 목이 말라 잠을 깼다. 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운 성호는 돌아누운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다. 오목 들어간 허리에 비해 둥그렇고 커다란 엉덩이, 슬립에 비친 아내의 팬티 자국 그리고 살며시 드러난 종아리. 문득 지난 밤 엿보았던 이웃 집 남녀의 섹스가 떠올랐다. 먼발치에서 보았지만 그녀의 몸도 예뻤다. 지금 그의 앞에 누워있는 아내처럼. 

‘이 아름다운 여자가 어떻게 지난 1년여 동안 혼자 미국에서 지냈을까? 혹시 다른 남자들이 지분거리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아내의 직장에서 아내를 유혹하는 남자들은 없을까?’

성호의 생각이 아내의 직장에 미쳤다. 아내는 지금 휴가 중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온 남편과 지내기 위해 일주일간의 휴가를 받았노라 말했다. 하지만 성호는 아내의 직장이 궁금했다. 어떠한 곳이며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지. 아침이 되면 아내와 함께 그녀의 직장이라는 그 레스토랑에 가보리라. 성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다시 잠이 들었다.

“뭐, 내가 일하는 곳에 같이 가자고? 왜? 난 휴가기간까지 직장에 나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데.”

“그냥 자기가 일하는 데가 어딘지 궁금해서 그래. 기념사진도 함께 찍고. 자기에게 부담주지 않게 잠깐만 보고 올게. 어때?”

남편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주연은 당황했다. 사실 그녀의 직장은 자오를 맞이하는 교외의 대저택이었고, 그녀의 직업은 자오의 애첩이었다. 미국 최대 마피아 조직으로 성장한 ‘골든 드래곤’의 보스 자오 회장에게 밤마다 몸을 바쳐 그를 즐겁게 하는 것이 그녀가 맡은 일이었다.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둘러댄 것이 레스토랑 지배인이었던 것이다. 주연은 어찌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레스토랑 지배인? 걱정 말라고. 마담 피오나가 연락을 줄 거야. 하하하.”

주연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자오의 입가에는 유쾌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바로 마담 피오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루 동안, 주연은 피오나가 관리하는 커다란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지배인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 향연도 펼쳐지겠지. 자오는 의자 위에서 크게 기지개를 켰다.

그날 저녁, 주연은 마담 피오나가 일러준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녀도 처음 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형 레스토랑이라고 말은 들었지만 6층짜리 건물 전체가 레스토랑인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함께 간 남편 성호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연아, 정말 네가 일하는 데가 여기야?”

“으, 응.”

“이렇게 큰 데라고는 이야기 안 했잖아.”

“그, 그렇지?”

마담 피오나에게 사전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주연을 보고 정중하게 매니저로서 대했다. 물론 주연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완벽한 자오의 준비에 감탄했다. 성호는 직원들의 예우에 자신이 매니저가 된 듯 기분이 우쭐해졌다. 두 부부는 건물 3층에 자리한 특실로 인도됐다. 고풍스러운 중국 전통 인테리어로 꾸며진 방이었는데, 화려한 병풍으로 칸이 나누어져 있었다. 

“사장님이 잠깐 보자고 하십니다.”

남편과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있던 주연을 직원들이 불러냈다. 주연은 자오가 찾고 있음을 직감했다.

“오빠, 혼자서 먹고 있어. 회사에 나온 김에 지배인 노릇을 좀 해야 할 것 같아.”

“그래, 걱정 말고 천천히 일 보고 와.”

성호는 직원들에게 예우를 받으면서 걸어 나가는 아내가 자랑스러웠다. 어찌 보면 사업에 실패해 비틀거리는 자신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현 듯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불안해지기도 했다. 나처럼 못난 놈이 이렇게 잘 나가는 여자를 아내로 둘 수 있을까. 한국으로 돌아가 사업을 개척해야 할 생각에 성호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자오는 주연이 식사를 하던 3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성호와 밥을 먹던 곳 바로 옆칸이었다. 병풍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편과 같은 공간에 있게 된 것이다. 이것 또한 자오의 장난이리라. 언짢아진 주연은 자오의 시선을 외면했다. 테이블에서 홀로 술을 마시던 자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주연을 맞이했다.

“난 이렇게 짜릿한 게 좋아.”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자오는 말했다. 하지만 주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혹여 자신의 목소리가 병풍 너머 앉아 있는 남편의 귀에 들어갈까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너의 옷은 상당히 거슬리는군. 마치 일하러 온 사람 같잖아. 거기 놓여 있는 것들로 갈아입으라구. 우리는 사랑을 나누러 여기에 있는 거니까 말야.”

주연은 주저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젊은 여성이 클럽에서나 입을 법한 핑크색 미니 드레스였다. 가슴 부분은 깊게 패였고 몸에 착 달라붙어 가슴의 굴곡과 유두가 또렷하게 드러났다. 길이는 엉덩이를 채 덮지 못할 정도로 짧아서 똑바로 서 있어도 주연의 엉덩이 아랫부분이 살짝 드러났다. 드레스는 아무런 속옷도 입지 않은 아름다운 여인의 몸매를 더욱 부각시켰다. 

주연은 돌아선 채 허리를 숙여 하이힐을 만졌다. 자연스레 엉덩이가 자오를 향했고 밀려 올라간 드레스 덕분에 엉덩이는 거의 절반 가까이 드러났다. 이제 주연은 자오의 명령이 없이도 그가 원하는 포즈를 알아서 취할 줄 알게 됐다. 허연 둔부 밑에 조그맣게 그녀의 옥문이 드러났다. 

자오는 주연에게 다가가 자신의 하체를 그녀의 엉덩이에 밀착시킨 채 서서히 문질렀다. 남자의 자지가 묵직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아예 여자의 드레스를 허리춤까지 밀어올린 후 양손으로 그녀 맨 엉덩이를 주물렀다. 남자의 손은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보지로 서서히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 하나가 보지에 들어갔다. 여자의 은밀한 곳은 젖어있었다. 남자는 손가락을 깊게 넣어 여자의 지스팟을 자극했다. 여자는 음탕하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남자의 다른 한 손은 여자의 가슴을 부드럽게 감쌌다. 여자는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여자를 번쩍 들어안고는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 채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의 한 손은 치마 밑으로 들어가 여자의 은밀한 곳을 애무했고, 다른 한 손은 어깨를 안은 채 얼굴을 끌어당겼다. 남자의 키스는 거칠었다. 여자는 남자의 주도에 순응했다. 치마 밑에 들어간 남자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여자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남자는 지퍼를 내리고 자지를 꺼냈다.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 그 위에 올라탔다. 이미 길이 들어버린 여자의 보지는 거대한 육봉을 부드럽게 삼켰다.

남자와 여자가 일단 살을 섞자 방안에는 회오리가 불었다. 몸과 몸이 격정적으로 부딪히면서 탁자위의 술병이 굴러 떨어지고 술잔이 깨졌다. 그래도 어떤 직원도 올라오지 않았다. 남자는 탄성을 질렀지만 여자는 신음만 흐느끼듯 내뱉을 뿐 말을 하지 않았다. 

아내를 보낸 후 혼자 식사를 하던 성호는 병풍 건너편이 좀 소란스럽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냥 참고 있었지만 잇달아 깨지는 소리가 나자 싸움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병풍 뒤에 무슨 일이 난 거지? 궁금한 성호는 벨을 눌러 종업원을 불렀다. 

“이 옆에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약간의 소동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손님께서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성호는 가볍게 대화를 끝냈다. 종업원이 물러간 이후에도 소동은 산발적으로 계속됐다. 남자의 욕설 비슷한 짧은 말이 오갔고,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성호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아내의 집에서 들고 온 잡지를 넘겨 보고 있었으나 청각신경은 온통 병풍 너머로 향해 있었다.

“아, 아학.”

병풍 너머에서 가늘게 신음소리가 났다. 언뜻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또 언뜻 탄식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혹시... 성호는 지난밤 훔쳐보았던 이웃집의 정사장면을 떠올렸다. 상상력은 호기심을 키웠다. 궁금증을 견디다 못한 성호가 일어섰다. 그는 살금살금 병풍 쪽으로 다가가 가만히 귀를 댔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치 못한 영어였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해석하기 어려웠지만, 성호는 남자와 ‘슈’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함께 있다는 사실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아, 하, 아하, 학”

낮게 하지만 분명하게 여자의 교성이 들렸다. 행여 옆자리에 들릴까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흥분한 여자의 교성인 것만은 확실했다. 성호는 궁금했다. 병풍 뒤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그는 병풍 가장자리 쪽으로 다가갔다. 가장자리를 조금만 밀면 건너편의 상황을 볼 수 있을 터였다.

똑똑-

그 순간, 종업원이 노크를 했다. 얼굴이 벌개져 있던 성호는 후닥닥 제자리로 돌아왔다. 종원업은 문을 열고 들어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후식은 무엇으로 드릴까요?”

괜히 무안해진 성호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따져 물은 후 차를 주문했다. 이윽고 건너편도 잠잠해졌다.

자오는 주연의 보지에 사정하지 않았다. 그는 주연으로 하여금 자신의 정액을 입으로 삼키게 했다. 쾌락의 절정에 있던 여자는 망설이지 않고 남자의 자지를 물었다. 따뜻하고 비릿한 액체가 왈칵 입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오늘은 한 번만 하지. 대신 이대로 건너편으로 가서 네 전 남편과 섹스를 하도록. 난 여기서 지켜보는 걸로 만족하도록 하겠어.”

자오가 모니터를 켜자 건너편 남편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주연은 기운이 빠졌다. 자오는 어디에나 카메라를 설치해놓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감시당하는 상태인 것이다. 

주연은 옷을 바꿔 입고 화장실에서 매무새를 고친 후 남편에게로 갔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오의 명령은 예상 밖이었다. 사실 방금 전 몰아쳤던 폭풍우의 감흥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그녀는 바로 남편과 섹스를 하고픈 마음이 일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일년 넘게 떨어져 있던 남편과, 그것도 자오가 보는 앞에서, 게다가 침실도 아닌 식당에서 섹스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왔어?”

옆칸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갖은 상상으로 혼자 낯이 달아올랐던 성호는 아내를 보자 무안한 듯 억지웃음을 웃으며 맞이했다.

“응, 왔어. 오래 기다렸지? 미안해.”

“근데 말이야...”

성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술을 달싹였다.

“자기가 없는 동안 이 옆 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어. 마치 남자랑 여자가 뭔가 하는 것 같은.”

주연은 뜨끔했다. 애써 소리가 새어나가는 걸 막으려 했지만 헛수고였던 셈이다. 그녀는 남편이 혹시 눈치를 챈 건지 조심스럽게 살폈다.

“무슨 소리가 났는데?”

모르는 척 남편에게 물었다. 성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가 남자랑 그거 할 때 내는 소리.”

“에이, 식당에서 그럴 리가.”

“정말이야! 아주 분명하게 들렸어. 그리고 얼마나 굉장했는지 뭔가 왕창 깨지는 소리도 났다니까. 자기가 매니저잖아. 한 번 조사해 봐.”

“그랬다면 벌써 종업원이 알아챘겠지. 그냥 함께 식사하던 남녀가 사소하게 다투었다고만 들었는데.”

“그래? 싸우는 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주연이 우기자 성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연은 심호흡을 했다. 자오는 지금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남편을 유혹해 섹스를 해야 한다. 주연은 블라우스 단추를 세 개 끌렀다. 놀란 성호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주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커트를 허벅지까지 걷어 다리를 드러냈다. 자오에게 늘 하던 포즈라 그녀에겐 이미 이러한 행동이 익숙했다. 하지만 성호는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후 한번도 아내가 이처럼 적극적인 유혹을 해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빠, 지금 땡기는구나.”

주연은 샐쭉 눈웃음을 치면서 성호의 다리 위에 앉았다. 남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정말 식당에서 한번 해볼까?”

성호의 눈에 옷을 풀어헤쳐 맨살을 드러낸 아내의 모습은 황홀할 정도로 섹시했다. 그는 아내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여자는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남자의 아랫도리가 단단해졌다. 

“오빠, 그동안 내가 밤에 안지 못하게 해서 서운했지? 그동안 서운했던 것 오늘 다 풀어줄게.”

아내의 도발에 성호는 참지 못하고 아내의 팬티를 내렸다. 그녀는 여유롭게 남편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자오의 커다란 육봉에 길들여진 주연은 남편의 자지가 뭔가 허전하다고 느꼈다. 남자는 열심히 방아질을 했다. 하지만 여자는 쉽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다만 연기를 할 뿐이었다. 아내의 요분질에 성호는 얼마 못 가 절정에 이르고 말았다.

“오빠, 안에 싸면 안 돼. 참아.”

주연은 얼른 남편의 자지를 빼고 입으로 물었다, 남편의 정액이 입안에 가득 찼다. 무척 흥분했던 듯 상당한 양이었다.

“주연아, 나, 너무, 너무, 좋았어. 주연아, 사랑해.”

숨을 몰아쉬며 남편이 말했다. 주연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성호는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놀랐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유혹한 것도, 이렇게 정액을 입으로 받아먹은 것도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연은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부부간의 섹스를 자오에게 낱낱이 보여주었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남편과의 섹스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평생 서로 사랑하겠다며 가약을 맺은 남편. 그와 일년 이개월만에 살과 살을 맞댄 것이 이처럼 허무할 줄이야. 결혼해서 살면서 남편과의 섹스가 딱히 마음에 꽉 차도록 좋았던 것은 드물어도 이처럼 허전한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변하고 있는 건가? 색을 밝히는 여자가 되어가는 건가?’

옷을 매만지느라 거울을 보는 동안 주연은 내내 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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