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 (8/10)

8부

주연은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준비했다. 실로 오랜만에 모인 세 식구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밤이 늦었다. 딸 선유는 아빠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딸을 침대에 고이 뉘여준 성호는 곧바로 몸을 씻겠다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주연은 난감했다. 일년도 넘게 떨어져 있던 남편을 만나 몸을 섞지 않기 위한 마땅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어디에선가 자오가 보낸 감시꾼들이 자기를 엿보고 있으리라는 걸. 곧 남편이 나오면 당연히 잠자리를 요구할 것이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구지?’

모르는 번호였다. 하지만 주연은 자오라는 걸 직감했다.

“여보세요.”

“슈, 오랜만에 전 남편을 만나니 달콤한 기분인가 보군.”

자오의 목소리는 무겁고 까칠했다. 주연은 더럭 겁이 났다. 그녀는 목소리를 죽여 대답했다.

“라오공, 그냥 짐 풀고 이야기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원래 이 시간은 네가 침대 위에서 나에게 보지를 대주는 시간이지. 시간이 되니까 네 생각이 간절해서 말이야.”

주연은 당황했다. 이제라도 곧 남편이 샤워를 마치고 나올 참이다. 자오는 나에게 무얼 어쩌라는 걸까? 뻔히 상황을 알고 있는 그가 갑자기 내 몸을 원한다고 연락을 하는 건 매우 의도적인 행동이다.

“자오, 저에게 일주일 동안 휴가를 주시기로 했잖아요. 왜 이러세요?”

“휴가?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지금 네가 이 자오의 여자가 됐다는 사실을 전 남편이라는 자가 눈치 못 채도록 하겠다고만 했지. 그 약속은 분명히 지키겠어. 하지만 한국에서 누가 왔건 간에 네가 내 얼나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 넌 지금 내 명령을 따라야만 해.”

주연은 소름이 끼쳤다.

“뭘 원하세요, 라오공.”

“지금 당장 집밖으로 나와. 문앞에 검은 차가 한 대 있을 거야. 그걸 타. 지금 당장.”

자오의 목소리는 위압적이었다. 주연은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아직 샤워실에 있는 남편에게 외쳤다.

“오빠, 지금 내가 일하는 레스토랑에 큰 일이 생겼나봐.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남편의 대답은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소리에 묻혔다. 주연은 남편의 말을 확인하지도 않고 무작정 집밖으로 뛰어나갔다. 자오의 말대로 차 한대가 서 있었다. 주연은 재빨리 올라탔다. 차는 주연이 머무는 집 둘레를 한 바퀴 돌더니 바로 주연의 집 바로 맞은 편에서 멈췄다. 멀리 갈 것으로 예상했던 주연은 내심 놀랐다. 남편이 바로 옆집에 있는데 다른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었다.

주연은 집안으로도 인도됐다. 남편과 머무는 집과는 얼마나 가까운지 2층 창문에서 상대편 거실이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오느라고 고생할까봐 일부러 가까운데 장소를 마련했지. 흐흐.”

자오는 편안한 가운을 입은 채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마 가운 안에는 아무 것도 입지 않았으리라.

“라오공, 원하시는 걸 말씀하세요.”

주연은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자오는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슈.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어차피 난 널 빨리 보내줄 생각이 없어. 걱정 따위는 잊어버리고 일단 즐기라고.”

띠리리리~ 띠리리리~

다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집 전화였다. 남편이다.

주연은 곤란한 듯 자오를 쳐다보았다. 자오는 웃으며 전화를 받으라고 고갯짓을 했다.

“여보세요? 아, 오빠. 미안해. 레스토랑에 일이 생겼어. 아마 불이 났나봐. 빨리 해결하고 올게.... 그래, 그래. 오늘은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테니까,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응, 걱정 마. 위험하지 않을 거야... 그래.... 응, 나도 사랑해. 미안해.”

주연이 전화를 끊자 자오는 주연에게 옷 꾸러미를 던졌다.

“지금 네 옷은 전혀 내 취향이 아냐. 우선 이걸로 갈아입어.”

주연은 복종했다. 꽃무늬가 그려진 새하얀 시스루 슬립이었다. 나시처럼 얇은 어깨끈에 길이는 엉덩이를 채 덮지 못하는 미니 슬립이었는데 같은 옷감으로 된 티백팬티까지 함께 였다. 주연은 자오가 보는 앞에서 입고 왔던 옷을 훌훌 벗고 곧바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주저 앉아서 다리를 벌려.”

주연은 시키는대로 했다. 하얗고 반투명한 팬티 속으로 검은 숲이 비쳤다. 주연은 이미 자신이 젖고 있음을 알았다.

안락 의자에 앉아 있던 자오는 자신의 가운을 걷어올렸다. 우람한 자지가 솟아올랐다.

“팬티를 벗고 이리 와서 내 무릎 위에 앉아.”

이번에도 주연은 순종했다. 앙증맞고 섹시한 팬티를 벗어버리고는 자오에게 다가와 그의 품에 안기듯 다리 위에 앉았다. 짧은 슬립이 밀려 올라가고 여자의 맨엉덩이가 남자의 맨살에 닿았다. 자오의 자지는 얼나이의 엉덩이에 깔린 채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자오는 슬립 위로 주연의 가슴을 만졌다. 까칠까칠한 슬립의 질감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체의 질감이 그의 손바닥에 함께 전해졌다. 다른 한 손은 엉덩이를 주물렀다. 두 남녀는 자연스레 입술과 입술이 엉켰다. 

“이 모습을 네 남편이었던 작자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자오가 남편 성호 이야기를 꺼냈다. 주연은 귀에 거슬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오와의 스킨십에 몰두했다. 자오는 주연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일부러 남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반응을 보인다면 그녀는 자오의 수에 말려들게 된다. 마치 그녀에게는 지금 눈 앞의 이 남자밖에 없는 것처럼 주연은 자오에게 몰입했다. 

자오는 이미 한껏 축축해진 주연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헤집다가 여자를 들어 침대에 던졌다. 남자의 자지는 여자의 보지에 어렵지 않게 길을 냈다. 자오는 천천히 허리를 돌렸다. 주연은 평소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슈, 난 오늘 너의 보지 안에 내 정액을 뿌릴 것이다. 집에 갈 때까지 씻지 말도록. 만일 내가 뿌린 정액을 씻지 않은 상태라면 너의 전 남편과 섹스를 해도 좋다.”

변태스럽고 황당한 제안이었다. 주연은 답하지 않았다. 우선 자기 여자의 법적인 남편 앞에서 그녀를 범함으로써 자신의 남성스러움을 드러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이 유치한 마초맨의 욕구를 채워줄 필요가 있었다.

“싸주세요, 라오공. 당신의 정액을 내 안에 가득 뿌려주세요. 내 보지는 당신의 정액만을 원해요. 난 당신의 애첩이니까요.”

다분히 자오를 흥분시키기 위한 연기였지만, 여자의 교성은 남자를 자극했다. 자오는 숨을 몰아쉬며 빠르게 펌프질을 했다.

“넌 내 암컷이야. 나 이외에는 아무도 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어. 그게 누구든 나 자오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주연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아랍 왕족이라는 자가 나를 자기 마누라 삼겠다고 선언하는 건 왜 가만히 놔둔 거죠? 자오, 당신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아요.’

자오는 주연을 엎드리게 했다. 이번에는 뒤로 삽입했다. 주연이 가장 좋아하는 체위이기도 했다. 

“아학, 학, 아, 하, 아, 학, 아, 학”

자오는 늠름한 기세로 주연을 몰아붙였다. 남자의 엄청난 정력에 주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자오의 육봉은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아학, 학, 아, 하, 아, 학, 아, 학”

무아지경으로 섹스를 하는 와중에 주연은 문득 창밖을 바라봤다. 건너편 이층 발코니에서 누군가 자오와 자신의 섹스를 훔쳐보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얼굴을 식별하긴 어려웠지만 자오는 그것이 남편 성호라는 걸 알았다. 주연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는 창문에 커튼을 치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놔둬. 어차피 거기서 본다고 한들 여기 있는 사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아마 여기서 다른 남자에게 보지를 대주면서 흥분하고 있는 여자가 너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거야.”

자오는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아마 의도적으로 이 집에 자리를 잡고 커튼도 치지 않은 채 섹스를 한 것일 게다. 물론 주연도 자오의 말처럼 남편이 자신을 알아보기는 어려우리라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은 계속 남편에게 자신의 섹스 장면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여자의 본능이었다.

“내 욕심같아서는 저기서 훔쳐보고 있는 머저리같은 놈을 잡아다가 이 방에다 묶어두고 내가 너를 가지는 걸 직접 보게 하고 싶다. 내 성격대로 하자면 벌써 그렇게 하고도 남았지. 하지만 네 딸과 너를 생각해서 이쯤 해두는 거야. 그러니 가리려고 하지 말고 저 놈에게 보여주면서 당당히 즐기자구.”

자기 여자의 남편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 자오는 한껏 달아올랐다. 연신 펌프질을 하면서 입으로는 여자의 몸 구석구석을 탐했다. 가슴을 물고 입술을 빨았다. 여자의 귓불과 목덜미를 핥았다. 어깨에 입을 맞췄고 사타구니를 혀로 간질였다. 그러면서 허리는 점점 빨리 왕복을 했다.

이미 한 차례 절정을 맛본 주연도 다시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처음엔 남편이 자기의 섹스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거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 남편이 저기서 나를 보고 있어. 내가 다른 남자에게 보지를 벌려주는 걸 보고 있어. 다른 남자에게 이렇게 따먹히는 걸 지금 남편이 훔쳐보고 있어.’

남편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생각에 주연은 자신이 더욱 음란하게 여겨졌다. 

‘지금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건너편 집에서 자기 마누라와 다른 남자가 열렬히 몸을 뒤섞는 걸 보면서 흥분하고 있을까? 혹시 자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음란한 생각은 음란한 행동을 강화시켰다. 여자의 흥분은 남자의 흥분으로 이어졌고, 다시 흥분한 남자는 여자의 흥분을 돋우웠다. 한동안 온몸이 땀투성이가 될 지경으로 열심히 섹스를 하던 남자와 여자는 짐승처럼 함께 울부짖으며 폭발했다.

자오는 섹스를 마친 후에도 주연을 보내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 차례 더 주연의 몸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정액을 그녀의 몸 속에 뿌렸다. 주연은 자오 이외의 다른 남자에게 몸을 주었을 땐 항상 사후피임약을 먹어 임신을 예방했다. 하지만 자오는 무정자증에 걸린 상태였기 때문에 안심하고 정액을 몸 속에 받았다. 두 번이나 정액을 분출했기 때문에 주연의 보지에서는 정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닦지 말고 가도록. 아까 말한 대로, 그 상태에서라면 네 남편이라는 놈에게 보지를 주어도 상관 없어. 하지만 그 외의 섹스는 절대 안 돼. 내가 ‘절대’라고 하는 말의 의미는 너도 알지? 난 그다지 관대하지 않아.”

주연은 공손히 고개를 조아리고는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입고 왔던 팬티는 금세 보지에서 흘러내린 정액으로 더럽혀졌다. 자오는 방을 나서려는 주연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치마를 들추고 그녀의 보지를 만졌다. 끈적하고 미끌미끌한 정액이 주르륵 흘렀다. 주연은 정액 때문에 걷기 어려웠지만 엉거주춤하게 집을 나섰다. 그런 그녀를 자오는 정문앞에서 으스러지게 안고 키스를 했다. 주연은 건너편 집을 살폈다. 다행히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주연은 총총걸음으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내를 본 성호는 반가움에 와락 포옹했다. 하지만 방금까지 다른 남자에게 안겼다 돌아온 주연으로서는 성호의 포옹이 싫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남편을 밀어냈다. 행여 자신에게서 부정(不貞)의 흔적을 찾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성호는 서운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었다.

“레스토랑은 별 일 없었어? 자긴 다치지 않았어?”

“으, 응... 난 괜찮아. 오빠 왜 안 잤어?”

“내가 자길 두고 어떻게 먼저 자냐?”

남편은 살짝 웃으며 아내의 엉덩이를 더듬었다. 방금 전 창문 너머로 이웃집 여자의 섹스를 훔쳐 본 터라 남편 성호는 욕정이 동했다. 하지만 주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남편은 아내의 이상반응에 당황했다.

“왜 그래?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오빠... 나 사실은 생리기간이야. 모처럼 오빠가 왔는데 몸이 성치 못해서 어떡하지?”

잠깐, 아주 잠깐 성호의 표정이 흐려졌다가 곧 다시 밝아졌다.

“괘,괜찮아. 난 자기랑 우리 선유 얼굴 본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오빠. 나 좀 씻고 올게.”

주연은 서둘러 욕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문을 잠근 채 보지를 씻어냈다. 왠지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미안해, 오빠.

나 더러운 여자야. 내가 여기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면 오빠 못 견딜 거야.

오빠 속이는 거 미안하지만, 그게 오빠 위하는 길인 것 같아. 미안해.’

흐느끼는 여자의 몸 위로 무언가 작은 불빛이 반짝였다. 카메라였다.

주연의 목욕장면은 고스란히 자오의 모니터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목욕하는 것만 봐도 또 꼴리는군. 내일 아침에 또 불러야겠어."

자오는 자신의 검은 자지를 만지작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성호와 주연은 서로 꼭 안고 잠이 들었다. 주연의 몸에 밀착되자 성호는 물건은 곧 발기했는데 주연은 끝내 성호의 손길을 물리쳤다. 그녀는 침실 어딘가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리라 짐작했다. 일단 자오의 눈을 피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 날 아침 주연은 아침 밥을 차려놓고 또 외출을 했다. 이번에도 레스토랑 핑계를 댔지만 역시 자오가 불러낸 탓이었다. 주연은 자오 앞에서 또 노출이 심한 투피스를 입고 스트립 댄스를 추었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 앉은 자오의 자지를 정성껏 빨아주며 온갖 교태를 부렸다. 주연의 질퍽한 늪에서 자오는 자신의 정욕을 충족시켰다. 이번에도 자오는 주연의 보지에 정액을 한껏 쏟았다. 물론 주연은 씻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연이어 애첩의 몸을 탐한 자오는 돌아갔다. 토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토요일에는 얼나이를 찾지 않고 항상 본처에게 갔다. 사실상 주말부부관계였다.

자오의 검은색 리무진이 돌아간 것을 확인한 주연은 조금은 안심했다. 그녀는 남편,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셋은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그 후에는 함께 외식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주연은 옷을 갈아입느라 지갑을 집에 놓고 온 걸 깨달았다. 

“자기야, 나 잠시 집에 다녀올게. 지갑을 놓고 왔어. 잠깐만 둘이서 배드민턴 치고 있어.”

주연은 총총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그녀가 공원을 나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검은 승용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고 남자의 손이 주연의 손목을 덜컥 붙잡았다. 주연은 반항할 새도 없이 차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주연은 소리를 지르려다 자신을 차에 태운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클럽 리오의 지배인이자 주연을 사랑한다고 고백한 미남 청년 핑이었다.

“앗, 핑. 당신이 여기 웬일이에요?”

“일단 장소를 옮길게요. 괜히 자오의 감시원들이 따라붙으면 골치 아프거든요.”

핑은 외딴 곳으로 차를 몰았다. 차가 멈춘 곳은 허름한 창고였다. 

“여긴 마담 피오나의 레스토랑에서 관리하는 창고에요. 내가 관리자죠.”

핑은 주연의 손목을 잡고 창고 내부로 들어왔다. 겉은 허름했지만 내부는 제법 깔끔했다. 창고 한 구석에는 창고관리인이 사용하는 듯한 작은 식탁과 간이침대도 놓여 있었다.

“핑, 도대체 나를 여기에 왜 데리고 온 거예요? 난 빨리 남편과 딸에게 가봐야 한다구요.”

핑은 주연을 거칠게 포옹했다.

“슈, 보고 싶었어요. 난 항상 당신 생각만 했어요. 당신은 어땠나요? 말해줘요.”

주연에게 뜨거운 연정을 퍼붓는 이 잘 생긴 중국청년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주연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말할 수 없어요. 난 자오에게 감시를 당하는 처지예요. 이러면 당신에게도 좋을 게 없어요, 핑. 어서 나를 보내줘요.”

“항상 당신을 만날 기회를 찾고 있었죠. 당신이 자오의 저택에서 나오는 걸 알고는 계속 당신을 따라다녔죠. 어젯밤, 그리고 오늘 아침 당신의 남편을 두고서 자오의 시중을 드는 것도 모두 지켜봤어요. 자오는 본처에게 갔어요. 감시인들도 자오가 사라진 뒤라서 긴장을 풀고 있어요. 지금 밖에는 당신을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나를 만나서 뭘 어쩌려구요?”

“같이 도망가요, 슈. 언제까지 자오의 첩 노릇을 할 생각이예요. 내가 자오의 눈길이 닿지 못하는 곳을 알아놓았어요. 그곳에 가서 우리 함께 살아요.”

주연은 자오의 눈을 응시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주연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말을 따를 수는 없어요. 내가 도망가고 나면 아마 내 남편과 내 딸은 자오의 손에 죽을 거예요. 나도 평생 쫓기는 신세가 될 거고. 그리고 무엇보다 난 아직 당신을 잘 몰라요, 핑. 미안해요.”

핑은 고개를 숙였다. 상처받은 표정이었다. 주연은 의외로 순진해보이는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여자경험이 많을 것 같은데, 왜 나처럼 나이도 더 많고 상황도 복잡한 여자를 찾는 거죠? 핑, 당신에겐 내가 과분해요.”

“지난 번에 말했잖아요. 슈, 난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얻기 위해서라면 난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어요. 난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준비가 돼있어요. 나를 믿어줘요.”

주연은 핑의 눈을 마주보며 웃었다. 누나처럼, 원숙한 웃음이었다. 그녀는 남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 때문에 당신처럼 젊고 매력적인 남자의 인생이 망가지는 건 원치 않아요. 이제 나를 돌려보내 줘요.”

핑의 눈이, 그 순간, 야수처럼 매서워졌다. 클럽 리오에서 자신을 강간할 때 보았던 그 눈빛이었다. 주연은 더럭 겁이 났다. 핑은 간이침대에 주연을 자빠뜨렸다. 그는 주연이 입고 온 트레이닝복 바지를 벗겼다. 주연은 발버둥을 쳤지만 완강한 남자의 힘에는 역부족이었다. 핑은 자신의 아랫도리를 드러낸 채 주연의 가랑이를 벌렸다.

“슈, 정말 이럴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당신을 가지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어요. 미안해요.”

핑은 곧바로 삽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여체는 쉽게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잠시 아프겠지만... 조금만 참아요. 긴장을 풀면 곧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핑은 억지로 자지를 밀어넣었다. 주연은 아랫도리의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남자가 길을 내자 여자는 곧 윤활유를 뿜어 맞이했다.

“사랑해요, 슈. 당신을 이렇게 가져보고 싶었어요. 당신을 영원히 내 여자로 만들고 싶었어요. 당신을 자오로부터 지켜주겠어요. 슈, 난 정말, 당신을, 사랑해요.”

황홀경에 빠진 핑은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지껄였다. 주연도 조금씩 달아올랐다. 

“핑,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당신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는데, 난 왜 지금 당신에게 또 안겨있는 거지?”

회오리가 지나갔다. 핑은 주연의 배위에 사정을 했다. 작은 배려에 주연은 고마움을 느꼈다.

“핑, 이제 시간이 없어요. 너무 오래 지체하면 남편이나 자오의 감시인들이 나를 찾아나설 거예요. 어서 나를 보내줘요.”

“그럴게요, 슈. 꼭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핑은 차를 몰아 주연의 집 근처에 내려줬다. 주연은 주변을 살피며 서둘러 지갑을 가지고 나왔다. 택시를 잡아타고 남편이 기다리는 공원으로 돌아갔다.

“왜 이렇게 늦었어? 걱정했잖아!”

남편의 물음에 주연은 적당히 둘러댔다.

“도중에 아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 미안해.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맛있는 레스토랑으로 안내할게.”

사이좋게 레스토랑을 향하는 세 가족을 바라보던 검은 승용차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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