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혜영의 다리 사이로
짧은 담배 한 개피가 볼품없이 구겨져 재떨이에 담겨지는
시간이 다른 때보다도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필터 가까
이 까지 타 들어가는 동안 길고도 지루하게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지탱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한번도… 오빠를 미워한 적이 없었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 아시죠? 전 그렇게 속이 넓은 여자가 아
니에요. 하지만 드러내놓고 그런 감정을 표시하지는 않았어
요. 내 처지가 그랬으니 그쪽 집안에서 나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것을 납득했을 뿐이에요. 내 자신을 원망하고 받아들
이는 쪽이 훨씬 빠르고 간단했어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빠를 그렇게 다시 만난 것은 정말이지 신의 장난이었
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모습으로 그런 자리에
서 만날 수 있었겠어요."
혜영은 쓰디쓴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가로 저으며
무릎 위에 다소곳이 모아놓은 손을 만지작거렸다.
*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민기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혜영의 얼굴을 재차 바라보
았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확인해도 5년 전에 헤어진 혜
영의 모습이 분명했다.
혜영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옷깃을 여미며 몸을 웅크렸
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민기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소리
없이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민기가 혜
영을 끌어안았다.
"아… 미안해, 혜영아. 정말…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 되뇌는 민기의 말에 혜영은 가슴에
안긴 채로 눈을 감았다.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그녀로
써는 단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순결을 빼앗은 것을 미안하
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
해야만 했던 과거의 일을 미안하다고 하는 것인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라. 차라리 오늘 네가 이곳에 있었
던 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몰라. 그래… 분명해. 정말 다행이
야. 이런… 바보 같은, 너인줄 알았다면 그렇게 무지막지하
게 예의 없이 행동하지 않았을 거야. 아…"
민기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혜영의 귓가에 속삭였다. 와
락 끌어안은 민기의 팔 안에서 혜영의 가슴이 점차 빨라졌
다. 안도감과 반가움이 적절히 교차되어 자신 또한 민기처
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혜영아… 아무에게도 알리지마. 알았지? 내가 전부 알아
서 할게. 그러니까 넌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어. 오빠가 알아
서 할게."
혜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민기는 그녀의
이마에 다소곳이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이마에 잠시 머물
렀던 입술이 그녀의 눈가를 맴돌며 그렁그렁 고여있던 눈물
을 닦아내고 있었다.
"울지마… 이제 안심해도 돼! 바보… 나와 헤어지고 나서
다른 남자에게 가지 않았었구나… 바보… 이 바보…"
민기는 울고 있는 혜영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열었다.
축축한 혀로 그녀의 입술을 핥는 동안 어둠이 내린 교정에
서 그녀와 키스를 나누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아… 혜영아… 이젠 내 여자야. 다시는 너를 놓치지 않
을 거야. 오빠를 믿어… 응?"
"……"
민기는 혜영의 마음을 재차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를 다
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으며,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신이 자신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내린 것이라 생각했다.
혜영의 어깨를 끌어안은 민기의 호흡이 뜨거워졌다. 그는
혜영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새삼 몸이 달아오름을
느끼고 있었다. 5년 전에 헤어진 여자가 자신 하나만을 바
라보며 여태껏 순결을 지켜온 것이 너무도 가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민기는 혜영의 귓불을 입에 물고 혀로 핥으며 뜨겁게 키
스했다. 혜영은 그의 혀가 목선을 따라 움직이자, 난생 처음
남자의 입술 아래 자신의 몸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리는
것만 같았다.
"아… 아아… 오, 오빠아…"
"참아, 혜영아. 아까는 너인지 모르고 함부로 대했지만,
이제 이 오빠가 널 즐겁게 해줄게. 참아… 널 사랑해주고
싶어."
민기의 입술이 혜영의 입술에 포개어졌다. 입술을 비집고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민기의 혀를 혜영이 달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담배 냄새가 언뜻 베어 있는 민기의 혀가 혜영의
가슴에 불을 당기는 것만 같았다.
민기는 혜영을 침대에 살며시 눕히고는 그녀의 턱과 목선
을 따라 입을 맞추었다. 혜영의 몸은 민기의 혀가 움직일
때마다 작고 여린 짐승처럼 떨려왔다. 난생 처음 남자의 입
술이 자신의 몸을 점령하고 있어 그 떨림과 긴장은 숨을 멈
춰야 할만큼 짜릿한 것이었다.
수줍은 혜영이 민기가 자신의 아랫도리로 손을 넣어 무성
한 음모를 쓰다듬자 다리를 오므렸다.
"무서워하지마… 아까처럼 아프지 않을 거야. 마음 편히
가져. 아프지 않아…"
민기는 두려움에 떨며 송아지처럼 커진 눈을 하고 있는
혜영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하고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몸을
움직였다. 그의 눈앞에 탐스럽고도 신비스러운 계곡이 펼쳐
졌고 남자의 손길이 한번도 거치지 않은 그곳은 오랜 비밀
을 간직한 것처럼 은밀하기만 했다.
"아…"
민기가 두 손으로 혜영의 꽃잎을 펼치며 입술을 들이대자
혜영은 부끄러움과 짜릿함에 놀라며 짧게 신음했다. 민기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즐거워하며 혀끝으로 꽃잎 속의 비너스
를 간질였다. 그녀는 몸을 뒤틀며 야릇한 쾌감에 당황하고
있었다.
혜영의 꽃잎 사이에서 단술처럼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확인한 민기는 그녀의 가슴을 한 움큼 입안에 물고 강한 흡
입력으로 빨아 당기며 자신의 아랫도리를 계곡 사이에 정확
하게 맞추었다.
아무런 페팅 없이 그녀의 계곡을 무너뜨렸던 첫 관계 때
와는 달리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의 페니스는 계곡
사이의 동굴로 미끄러지듯 들어갔고, 혜영이 아프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쓰며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 아으으으… 오, 오빠아…"
"혜영아… 헉헉… 헉헉헉… 어, 어때…? 좋으니…? 아프
지 않지? 응…? 헉헉헉…"
거친 숨소리가 혜영의 귓불을 간질였다. 부끄러움에 그와
행여라도 시선이 마주칠세라 눈을 감고 있는 혜영은 마치
구름 위로 떠오르는 것만 같은 현기증을 느꼈다. 자신의 몸
을 짓누르고 있는 민기의 몸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편안했
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