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그곳에 꽃잎을 문지르며…
두 번째 인터뷰를 하기 위한 장소는 캐시가 일하는 룸싸
롱이었다.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쓰기 위
해서는 알아둘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흔쾌히 승
낙했다.
크리스탈 샨데리아, 고가품으로 보이는 실내 응접 세트,
수입품으로 보이는 카펫트 등등, 화려한 실내 장식만으로도
술값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캐시 또한 집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를 정도로 눈에 띄는 화장을
하고 있었다.
머리 꼭대기까지 틀어 올린 머리가 윤곽이 뚜렷하고 갸름
한 그녀의 얼굴과 목선을 그대로 살려 주었고, 귀밑으로 늘
어진 몇 가닥의 머리칼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
었다. 등이 깊게 파인 검정 원피스를 입은 캐시가 요염한
동작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나를 맞아 주었다.
"어머! 왔어요? 후후, 어서 와요. 이런데 처음이죠?"
"네. 이거… 영업시간에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실례는요. 그렇지 않아요. 강 사장님도 오셨어요. 제가
이야기 드렸거든요. 오늘 미연씨 오기로 했다니까 기꺼이
와주시더군요. 자기도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으니
까 톡톡히 한 잔 사겠대요."
생각지 않은 강 사장의 등장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이
야기를 제공하는 화자(話者) 한 사람만을 상대하던 것이 보
통이었는데, 다른 이야기도 아니고 섹스 스토리의 남녀 주
인공을 한 자리에서 만난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때문에,
당장 표정마저 어떻게 지어 보여야 할는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에이, 왜 그래요? 괜찮아요."
망설이며 머뭇거리는 나의 옆으로 새로 들어온 남자 손님
들이 한 무더기 지나갔다. 양복을 말쑥하게 빼 입은 그들은
전혀 쑥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았고, 되려 나를 힐끔거리는
그네들의 눈길은 이곳에서 일하는 여 종업원을 대하는 듯
했다.
"미연씨, 들어가요.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은 미안해요. 난
그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그런 건데…"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긴장해서 그런가봐요.
이런 곳이 처음이라서… 들어가죠."
캐시는, 얼굴까지 붉어지며 대답하는 나를 다행이라는 듯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제일 안쪽에 있는
중간급의 룸이었다. 밖에서는 내부를 전혀 들여다 볼 수 없
도록 되어 있는 밀실의 문이 열리자 나의 가슴은 뛰기 시작
했다.
"자기야! 오래 기다렸지? 이 분이 장 미연씨에요. 소설가!
인사 하세요!"
밀실로 들어선 캐시가 요란스럽게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그녀의 등뒤에 서 있던 내가 앞으로 나섰을 때 바로 그곳에
강 사장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캐시에게 들어
익히 상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나이만큼의 몸
집을 가진 중후한 모습이었다.
"어이쿠! 이거 정말 반갑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등장하
는 소설이라니… 처음에는 무척 놀랐지만 우리 애기가 하는
일이니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어서 앉으십시
오. 제가 너무 말이 많았습니다. 손님을 세워놓고…"
다소, 나이답지 않게 수다스러운 강 사장의 성격은 꽤 호
탕하게 보여졌다. 나는 그의 환대(?)를 받으며 다소곳이 목
례를 하고는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캐시는 당연하다
는 듯 그의 옆자리에 바싹 다가앉아 있었다.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쑥스럽지만 저와 캐시의 이야기를 써
주신다니 술이라도 한잔 대접해야할 것 같아요."
"어머? 자기야! 미연씨는 술 못 드셔. 그냥 맛있는 것 사
드려!"
그들의 모습은 오래된 연인들처럼 다정하고 편해 보였다.
나는 아버지와 딸로 여겨질 나이를 뛰어넘은 그네들의 애정
이 과연 무엇에 연유된 것인지 곰곰 생각해야만 했다. 또한
섹스라는 것이 그런 모든 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갖춰 주는 지도 생각해야만 했다.
*
캐시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술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강
사장은 그런 캐시를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시무룩할 뿐이었
다.
"그러게 내가 애초에 말했잖아. 난 발기가 어렵고 또 일
단 발기 되도 쉽게 꺼진다니까…"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애썼는데 그렇게 쉽게 꺼져버리
다니… 너무 억울햇!"
캐시는 눈물이라도 흐를 것만 같은 심정으로 투덜거렸다.
캐시가 그럴수록 강 사장의 마음은 무거워지고 있었다.
"그럼… 자신 없는 거야? 그래도 네가 다른 여자들보다
잘 해줬어. 나… 솔직히 다른 여자들에게도 부탁해봤지만
그때는 아예 발기조차 되지 않았어. 완전히 병신 취급당하
고 쓸모 없는 노인 대접받았어."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강 사장의 말에 캐시의 마음
한쪽이 시큰해져 왔다. 볼 품 없어진 남자의 비애 같은 것
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자신 없긴 왜 없어! 난 꼭 해내고 말겠어! 정말이야! 자
기를 완전한 남자로 만들고 말 꺼야! 두고 ㅂ!"
이를 악다문 캐시가 비장한 각오로 소리쳤다. 취기 오른
캐시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고, 입술을 깨무는 그녀의 표정
만으로도 강 사장은 위로를 느꼈다. 더구나 강 사장은 캐시
를 마지막 희망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젠 그녀를 의지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캐, 캐시…!"
강 사장은 기쁜 나머지 캐시를 와락 끌어안았다. 작고 여
린 캐시가 자신을 완전한 남자로 만들고 말겠다고 외치는
것이 너무도 사랑스럽고 믿음직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3일 후인 토요일이었
다. 강 사장은 오랜만에 손수 차를 몰고 나와 캐시를 태우
고 한적한 교외를 찾아 드라이브에 나섰다.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그 날 밤을 캐시와 보낼 요량이었다. 물론 토
요일인 주말 영업을 하지 않고 외출한 그녀를 위해 그녀가
일하고 있는 룸싸롱에 만만치 않은 액수를 지불하는 것은
강 사장의 몫이었다. 그러나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자기… 아까부터 하고 싶었어."
룸도어(Room Door)가 잠긴 것을 확인하고 돌아선 강 사
장의 품에 뛰어든 캐시가 달콤한 목소리로 그의 귀에 속삭
였다.
"나도 캐시를 안아 주고 싶었어. 오늘은 잘 될 것 같아."
가슴 가득 희망을 품은 강 사장이 캐시의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캐시의 입술이 불처럼 뜨거운 욕망으로 달궈져 강
사장의 입술을 삼킬 듯이 탐닉하기 시작했다.
"으읍! 읍!"
강 사장의 입술을 삼킨 캐시의 손길이 그의 양복 상의를
벗기고 와이셔츠 단추를 끌렀다. 탄탄하게 불거진 강 사장
의 가슴에 까칠한 체모가 무성했다. 벌어진 옷 사이로 캐시
의 손바닥이 파묻혔다. 그녀의 손길 아래 강 사장의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으으음… 자기이… 오늘 나 사랑해줄꺼지?"
"응응, 오늘은 정말 사랑해줄꺼야. 꼭 그렇게 하고야 말
꺼야! 정말이야! 오늘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진짜로!"
거듭거듭 '오늘은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강 사장의 눈
속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강 사장의 옷을 모두 벗겨낸 캐
시는 그를 침대 위에 쓰러뜨리고는 몸 위에 웅크리고 앉았
다. 아직 발기되지 않은 그였지만 캐시는 그의 아랫도리에
자신의 꽃잎을 문지르고 있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