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이제, 널 가질 거야.
"난, 정말 무서웠어요."
지니는 이미 취해 있었다. 소형 녹음기에서 딸가닥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테이프가 끝까지 돌아간 것이다. 백을 열
어 여분의 테이프를 꺼내어 녹음기에 넣는 순간까지도 지니
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미연씨, 당신도 나처럼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거
라고 했죠? 하지만, 당신이라면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진 않
았을 거예요. 비록 그런 충동은 느꼈다고 하더라도 절대 행
동으로 옮기진 않았을 거예요.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감
정이 앞서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이성이 있기 때
문이라잖아요. 난, 내가 일을 저지르는 순간 이미 사람이 아
니었어요. 질투에 눈이 먼 악마였어요."
"그런데, 왜 오빠의 요구를 들어준거죠?"
"나도 몰라요… 내가 정말 미쳤었던 것 같아요. 오빠가
내가 불을 지르는 것을 보았다고 하자, 너무 무서웠어요. 그
런데 오빠는 나를 원했고, 영미에게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결국 난 원하던 것을 얻게 된 거니까…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된 것 같아요."
"후회해요?"
후회하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지만 그녀는 침착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오래 묵은 죄를 남김없이 고해하는 죄인의 모습으로 비장하
기까지 했다.
"후회하지 않아요…"
*
오빠의 입술이 나의 몸에 닿을 때, 내 몸 곳곳을 돌고 있
는 작은 핏줄마저 떨리고 있는 듯 했다. 오빠의 손길이 가
슴을 스칠 때면 나는 달팽이처럼 움츠러들었고, 나의 그런
예민한 반응을 오빠는 재미있어했다.
"넌 내가 처음이지? 그때 숲에서 나와 함께 있던 일 이후
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부끄러워하
고 있었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이미 들통난 사실이었음에도, 새삼 확인한다는 것은
여전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난,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
다. 오빠가 빙긋이 웃고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
다.
"오늘, 그때 하지 못한 것을 해도 되겠지?"
"어떤 거?"
"내가 네 다리 사이에 키스할 꺼야."
나는 오빠가 영미에게 그렇게 해주는 것을 봤었다. 그런
데 지금 정민 오빠는 영미에게 해주었던 것과 똑같이 나에
게도 해주려는 것이다. 이번에도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오
빠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오빠가 나의 어깨를 짓누르며 뒤로 쓰러뜨렸다. 작은 돌
멩이들이 등 밑에서 쿡쿡 찔려대고 있어 나도 모르게 얼굴
을 찡그렸다.
"왜? 어디 아파?"
"응, 등 밑에서 돌멩이들이…"
오빠는 입고 있던 겉저고리를 벗어 내 등 밑에 받쳐 주었
다. 아까보다는 한결 좋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눈 감아봐."
나는 오빠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나의
얼굴 위로 산들바람이 스쳐 지나갔고, 멀리서 지저귀는 새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의 감각 중에 어느 한가지를
닫으면 나머지 감각이 더욱 살아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어둠 속에서 오빠가 나의 웃옷 단추를 열고 있는 것을 느
낌으로만 짐작했다. 오빠의 손가락이 살며시 가슴을 스쳤고,
단추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드러나는 살결에 오빠의 입술이
닿았다. 정성스러운 오빠의 입맞춤에 작은 땀구멍들까지도
확장되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드러나자 서늘한 느낌이 제일 먼저 찾아 들었다.
바람인지, 달콤한 입술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입
맞춤이 계속 되었다.
오빠는 손톱 끝을 이용하여 유두를 중심으로 천천히 작은
원을 그렸다. 전기 콘센트를 잘못 만졌을 때처럼 짜릿한 전
율이 흘러 머리끝까지 쭈삣쭈삣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특
히 오빠의 입술이 목 언저리를 지나칠 때는 나도 모르게 움
츠러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오빠는 축축하고 따뜻한 자신의
혀로 목을 핥았고, 기절할 만큼 짜릿한 쾌감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 나왔다.
"좋아?"
"으응."
"어떻게 좋은데?"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어. 꼭 깃털로 만든 푹신푹신한 이
불에 누워 있는 것도 같고, 따뜻한 물 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도 같고… 나른해서 잠이 쏟아질 것도 같아."
"이제 더 기분이 좋아질 거야. 넌 그냥 느끼기만 하면
돼."
그렇게 말하며 오빠가 천천히 입고 있던 상의를 모두 벗
었다. 오빠가 자신의 가슴을 내 가슴에 밀착시키자 따스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졌다. 무엇인가 한없이 즐거운 기분이었
다. 살과 살을 맞대는 기분이 이런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
다.
똑같은 그림 두 장을 서로 마주보게 하고 천천히 겹쳐가
며 비교하듯 오빠는 그렇게 나의 몸에 자신의 몸을 맞췄다.
오빠의 가슴에 달린 작고 조그마한 젖꼭지가 너무도 귀여웠
다. 그것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웃어?"
"이거… 너무 작아서 귀여워… 쿡쿡~!"
어쩔 줄 몰라하며 킥킥거리는 나의 입가로 오빠가 자신의
젖꼭지를 디밀었다. 나는 오빠의 그런 행동에 당황했지만,
곧 용기를 내어 혀끝으로 간질여 보았다. 혀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오빠의 젖꼭지를 간질이자, 신기하게도 그것은 뻣뻣
해졌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