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빠가 처음이었어! ⑨
지니는 놀랍다는 눈초리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예상
밖의 대답이라는 표정이었다.
"호오~! 상상 밖인걸요? 미연씨가 상대를 죽일 생각을 하
다니?"
"생각이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런 충동을 느낄 것 같아요. 나 역시도 여
자고, 배신감에 떨었을테니까요."
나는 그녀와의 대화 내용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녀의 이
야기를 쓰는 것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라는 생각
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궁금하군요. 지니씨는 어떻게 하셨나요?"
빙긋 웃는 지니의 얼굴로는 그녀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입을 열기 시작한 지니의 이야기는
나로써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난, 그 두 사람을 죽이기로 마음 먹었어요."
*
영미의 입속에서 빠져나온 정민 오빠의 그곳이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당연히 성미의 꽃잎이었다. 정민 오빠는 자신
이 주장한대로 꽃잎에 꽃대궁을 맞춰 한송이 꽃으로 탄생시
키기 위해 자세를 고쳤다.
"오빠, 빨리해…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어. 숨넘어 갈 것
같아."
영미의 요구에 정민 오빠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꽃잎 속으로 깊숙히 진입한 꽃대궁이 규칙적인 리듬을 탔
고, 두 사람의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이 서로의 몸을
집어 삼킬 듯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마다 나의 마음은 불꽃
같은 질투심으로 타올랐다.
'죽여 버릴꺼야. 나쁜 새끼… 나를 그렇게 빨리 잊을 수가
있어? 죽여 버릴꺼야, 두 년놈을 죽여 버리고 말겠어!'
나는 어둠 속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두 사람을 죽이
기 위해선 흉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야만 했다. 문득 발에
채이는 돌멩이를 집어 들던 나는 상황을 바로 보기 위해 마
음을 가다듬었다.
'돌멩이를 들고 두 사람에게 달려들어봐야 내 혼자 힘으
로는 역부족이야. 차라리 불을 지르는 것이 낫겠어. 하지만
뭘로 불을 지르지?'
두 사람이 섹스에 열중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불
을 지르면 도망치려 할 때는 이미 늦게 될 것이고, 그대로
타죽을 것이 뻔했다.
'집에 갔다 오자! 뛰어가면 오래 걸리지 않을거야. 가서
성냥을 가져오는거야!'
마음 먹기가 무섭게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숨이 차 금방
이라도 심장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단숨에 집까지 달려
온 나는 조심스럽게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어디에도 성냥은 보이지 않았다. 방에서 나온 나
는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는 틀림없이 성냥이 있을 것이
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위해 부뚜막에 늘 성냥을 준비해
놓기 때문이다.
성냥을 찾아낸 나는 옆에 있던 석유통을 들고, 대나무 숲
을 향해 다시 달음박질쳤다. 곧 숲속의 창고에 도착하여 주
변에 흩어져 있는 덤불을 주워 불을 질렀고, 타닥타닥 불꽃
이 창고를 뒤덥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사람들이 몰려 오기
전에 서둘러 돌아왔다. 낡은 나무를 모아 만든 엉성한 창고
는 쉽게 불이 붙었다.
5분, 10분, 20분…
초조함으로 얼룩진 공포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방안
에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 쓴 나에게 밀려온 것은, 잘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아니라 일말의 후회였다.
질투에 눈이 멀어, 가장 친한 친구와 오빠를 불로 태워
죽인 것이라는 생각에 죽고 싶을 만큼 죄책감이 들었고, 내
가 불을 지른 것이 들통 났을 때 받게 될 죄값 때문에 두려
워졌다. 열병을 앓는 사람처럼 온 몸에서 식은 땀까지 흐르
고 있었다.
"불이야!! 불이야!!"
드디어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와 대나무 숲에 불이 났음을
알리기 시작했다. 엄마와 아빠도 잠에서 깨어 놀란 눈으로
밖으로 나왔다. 나는 모르는척 잠에서 금방 깬 표정을 지으
며 마당으로 나갔다.
"이게 뭔 일이야? 이 밤중에 어디서 불이 난거야, 대체?"
"엄마, 사람들이 대나무 숲에 불이 났다고 소리 지르고
있어요…"
엄마, 아빠와 함께 밖으로 나와 불길이 치솟고 있는 대나
무 숲을 바라보았다. 하늘 한쪽에 벌건 불기둥이 뻗쳐 오르
고 있었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