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빠가 처음이었어! ①
한 여름의 태양이 머리 위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방학이다. 더 이상 방학 숙제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온몸을
휘감는 땀을 식히는 방법, 숨이 턱턱 막혀오는 더위를 이기
는 방법은 푸른 파도에 몸을 맡기며 땀을 식히는 것이 최고
였다.
"엄마! 나 바다에 나가서 수영하고 올래."
"이 년이! 너 방학 숙제는 했어?"
"아이, 지금 너무 더워서 숙제 못하겠어. 졸립기만 하단
말야!"
"야, 이년아! 내 년이면 중학생이여~! 중학생이 되려면 공
부도 좀 해야지 허구헌날 놀러만 댕길껴?"
"조금만 놀다가 할께."
"일찍 들어와! 해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돌아 댕기지 말
고!"
엄마의 푸념 섞인 혼잣말이 여전히 귀에 들려왔다. 그러
나 나는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가만히 앉
아서 공부만 하며 방학을 보내기에는 가슴이 답답했다. 유
년기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을 즐
겁게 보내고만 싶었다. 물론 이 찜통 더위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놀러 나간다는 년이 수영복은 왜 끄집어내고 그려?"
바닷물에 뛰어들 요량으로 옷장에 넣어둔 수영복을 끄집
어내는 나를 본 엄마가 고래 힘줄 같은 악을 쓰며 소리쳤
다.
"너무 더워서 수영이라도 하려구 그래."
"뭐야? 내년이면 중학생인데, 중학생이면 처녀여! 다 큰
처녀가 몸땡이 다 내놓구 동네 아이들이랑 놀 참이여?"
"어휴! 엄마는 정말 구시대야! 수영하려면 당연히 수영복
을 입어야지, 그럼 청바지 입고 바닷물에 들어가?"
"저 년이 그래도 꼬박꼬박 말대꾸여!"
"몰랏! 그래도 난 수영복 입고 수영할꺼야."
"내 저 년을 낳은 게 웬수지! 다 자란 딸년 속살 내놓고
동네 망신살 뻗치는 꼴 어떻게 본담. 어이구… 속터져! 속
터져!"
나는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수영복을 옆구리에 낀 채
집을 나섰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 위에는 햇살을 받아 반짝
이는 수면 위로 고기잡이 배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수영을 잘했다. 바닷가에서 자란 탓이리라.
정민 오빠는 그들 중에 유난히 돋보였다. 정민 오빠는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이 동네가 고향은 아니다.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지만 아버지가 하는 사업이 실패하자 이
동네로 이사와서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오빠는 서울에서 공부하다 온 학생이라 그런지 동네의 다
른 아이들보다 성적이 뛰어났다. 훤칠한 키에 짙은 눈썹을
한 오빠의 하얀 피부는 눈이 부셨다. 동네의 다른 아이들은
시골 아이답게 피부도 까맣고 촌티가 흘렀기에 정민 오빠는
유난히 눈에 띄곤 했다.
오빠의 집을 지나칠 때면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
는 아직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인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오빠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면 발등에
못이라도 박아 땅에 고정시켜 놓은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
었다.
"지니야! 어디 가니?"
설레는 가슴을 두 손으로 꼬옥 감싸며 오빠의 집을 살금
살금 지나칠 때였다. 정민 오빠가 나를 부른 것이다.
"어… 오, 오빠 있었네? 나 지금 바다에 가려구! 수영하
게."
"수영?"
"응, 너무 더워서…"
"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갈까?"
"정말?"
"잠깐만 기다려. 나도 갈께."
나와 함께 수영하러 바다로 가겠다는 오빠의 말에 나의
가슴은 더욱 뛰었다. 숨이 막혀왔다. 오빠의 집을 지나치는
나에게 먼저 아는 척 해준 것도 고마운 일인데 수영하러 함
께 가주다니…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바다에는 이미 다른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 중
에는 내 단짝 친구인 영미도 있었다.
"영미야!"
"어? 지니야!! 빨리 와!"
나는 영미에게 망을 봐달라고 부탁한 뒤 갯바위 뒤에 몰
래 숨어 수영복을 갈아입었다. 작년에 산 것인데 조금 꽉
끼이는 듯 했다.
"어휴, 영미야… 수영복이 좀 작은 것 같지 않니?"
"킥킥, 정말 좀 꽉 낀다. 네가 날씬하니까 다행이야. 뚱뚱
하면 볼만하겠다."
"어떡하지? 앞으로 수그리면 젖가슴이 다 보일 것 같아."
"어머, 정말 그렇네?"
"어휴, 다른 수영복 가져 올 껄 잘못했어. 이 수영복이 예
뻐서 가져온건데… 입어보고 가져올 껄 잘못했나봐."
"지니야. 그런데 너… 젖가슴 많이 나왔다."
"꺄악! 기집애! 무슨 소리니? 징그럽게."
"히히히… 뭘 그렇게 놀래? 사실인데 뭐. 넌 모르겠지만
너 정말 젖가슴 봉긋하게 예쁘게 튀어나왔어."
나는 영미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영미의 말은
사실이었다. 봉긋해진 젖가슴뿐만 아니라 엉덩이도 제법 동
그래진 것이 엄마 말처럼 '다 큰 처녀'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킥킥거리고 있는 영미에게 눈을 흘겨 보이고는 정민
이 오빠와 다른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오빠
는 아이들과 물장난을 하며 활짝 웃고 있었다.
"오빠아!!"
내가 오빠를 큰 소리로 부를 때였다. 정민 오빠의 시선이
나를 향하는 듯 하더니 그대로 고정되었다. 오빠의 눈은 우
리 집 외양간의 송아지의 그것처럼 둥그렇게 커진 채 수영
복 입은 내 몸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었다.
순간, 오빠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빠
는 나의 젖가슴에 고정시킨 시선을 떼지 않았다. 오빠가 나
의 젖가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부끄러움으로 가슴이 떨려왔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