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분홍 섬을 스치는 짜릿한 쾌감
- 어우동 -
조심조심… 그의 움직임에는 깨질세라, 다칠세라… 혜영
의 꽃잎을 펼쳐 바라보는 민기의 손길은 다정하고 부드러웠
다. 그는 분홍빛 섬 하나를 발견해내고는 손끝으로 그 연약
한 살결을 지긋이 눌렀다.
"아…!"
민기의 다리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그의 페니스를 입 안
가득 머금고 있던 혜영이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 민기는
손끝으로 누르고 있던 분홍 섬에 천천히 혀끝을 디밀었다.
뾰족하게 세워진 민기의 혀끝이 분홍 섬을 뒤덮으며 파르르
떨렸다.
계곡 사이에서 몰래 숨어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피해있
는 작은 섬 하나가 민기의 입술 아래 비로소 흥분하고 있었
다. 혜영은 감미로운 쾌감에 온 몸의 기운이 빠져버리는 듯
긴 한숨을 토해내었다.
민기는 혜영을 일으켜 침대 가장자리에 앉혔다. 그녀는
앉은 자세로 민기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를 뿐이었다.
무릎을 세워 앉은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미끈한 애액으로
덮인 계곡이 보였다.
"다리 벌려봐…"
혜영은 민기가 말하는 대로 다리를 벌렸다. 새삼스레 쑥
스러웠던 혜영의 얼굴이 붉어졌고, 민기는 만족스럽지 못했
는지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활짝 벌렸다.
민기는 살아 움직이는 꽃 한 송이를 생각했다. 청초한 이
슬을 머금고 나비가 다가오도록 유혹하는 자태를 뽐내는 꽃
잎…. 민기는 꽃잎을 펼쳐 속에 숨어 있는 동굴로 가까이
다가갔다. 꿀처럼 미끈한 액체가 흘러내린 그곳으로 자신의
페니스를 천천히 들이미는 민기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혜영
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아…"
이윽고, 혜영의 몸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민기가 그 따사
로움에 몸을 떨며 숨을 몰아 쉬었다.
"오빠… 천천히… 응?"
뱃속의 아이가 염려스러웠던 혜영이 민기에게 말했다. 민
기는 알았다는 듯 미소지으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아으으…"
몸 속에서 꿈틀거리는 페니스가 전해주는 쾌감에 혜영의
입술이 열리며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민기는 그것에 그
치지 않고 탐스럽게 출렁이는 혜영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짙은 보랏빛으로 변한 혜영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비틀며
가슴을 움켜쥐자 짜릿한 감촉이 느껴졌다.
두 사람의 몸이 후끈 달아오르며 민기의 이마에서 격정의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아아… 오빠! 아아아…"
민기의 몸이 혜영의 몸 위에서 파도치듯 출렁이며 격렬하
게 용트림하기 시작했다. 혜영은 자신의 몸이 자꾸만 공중
으로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민기의 페니스가 꽃잎 속의 분
홍섬을 스치며 짜릿하고도 아찔한 쾌감을 부추겼고, 쾌감은
오르가즘으로 치달았다.
"헉헉~! 혜영아… 사랑해… 헉헉…"
신음에 뒤섞여 튀어나오는 민기의 말이 혜영의 귓가에 들
려왔다. 그 순간, 모든 감각이 정지되어 한 곳으로 몰리는
것만 같았다. 혜영은 민기의 몸을 힘있게 끌어안았다.
"오, 오빠아…"
민기의 몸이 혜영을 감싸 안으며 힘차게 요동쳤다. 목적
지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기차처럼 격한 숨을 토해내던 민
기의 몸이 혜영의 몸으로 풀썩 쓰러지자 혜영은 자신의 아
랫도리가 축축하게 젖고 있는 것을 느꼈다. 민기의 몸 속에
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그 액체들이 비릿한 냄새를 풍기
며 혜영의 계곡을 적시고 있었다.
*
"색시… 병원에서 한 박사님 말씀으로는 쌍둥이라고 하시
던데…"
민기의 어머니는 혜영의 표정을 살피며 말문을 열었다.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시작하려는 사람처럼 그녀의 표정은
조심스러웠다.
"네…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런 말은 해주지 않으셨지만,
분명 쌍둥이라고 하셨어요."
"흐음…"
그녀는 또 다시 말을 아끼며 이천댁이 가져온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이는… 건강하대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쌍둥이일
줄은 몰랐어요. 사모님께서도 놀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
지만… 임신이라는 것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죄송해요. 심려를 끼쳐드려서…"
"그래요. 건강하게 자라야지. 아가씨… 난 그걸 말하려는
것이 아니야."
"……"
"난, 지금까지 집안에 후사가 없는 것이 영 찜찜했어. 나
도 우리 아이를 늦게 봤고, 그러다 보니 걱정도 많았지. 며
느리가 임신을 했다더군. 그래… 길게 괜히 늘어놔바야 귀
찮기만 할 테니 솔직하게 말하겠어. 기분 상하지 말고 듣도
록 하우, 알았지?"
"네…"
"쌍둥이… 우리가 모두 기를 수 없을 것 같아. 아들이건
딸이건 두 아이가 같은 성별이라면 둘 중 하나만 데려가고
싶어. 만약 아들과 딸이라면… 우리 며느리가 낳는 아이와
반대되는 성별로 데려가고 싶다우. 며느리가 아들을 낳으면
딸로 데려가고, 딸을 낳으면 당연히 아들을 데려가야겠지.
하긴… 며느리나, 아가씨나 둘다 아들만 낳거나 딸만 낳는
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혜영은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차라리 두 아이 모두를
기르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뱃속의 아이가 자신들의 할머니
가 하는 말을 듣고 있을 것만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아이
들이 얼마나 가슴 아프겠는가.
"사모님… 차라리 두 아이를 모두 제가 기르겠어요."
"그건 안돼요! 그럴 순 없어!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일이
야. 음…"
"……"
"내가… 말을 안하려고 했는데, 말해야겠군. 우리 민기한
테 들었어. 지난번에 며느리가 이곳에 왔을 때 민기가 먼저
와 있었다고.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며느리가 마음 고생을
하고 있지. 물론… 이미 늦은 말이지만 아가씨에겐 미안하
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지만… 사람의
일이 정말 우스워. 그때 내가 두 사람을 맺어줬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내가 벌을 받고 있는 거지.
그런 것 같아."
민기의 어머니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아하니 그
동안 내색을 하지 않았어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았다.
"그러지 마세요. 제가 부족한 여자인 것 잘 알고 있어요."
"아냐… 어쨌거나 인과응보라고 했어. 그때 내가 아가씨
를 괴롭게 한 탓에 오늘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도 있는 것이야.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
겠어, 응? 아가씨도 어른이니 잘 알 거야.
뱃속의 아이는… 할미인 내가 원해서 생긴 아이니 내가
거둬야지. 하지만 나도 여자라 가만 생각해보니 두 아이를
우리 며느리가 잘 키워줄지 걱정이야. 그렇다고 아가씨에게
모두 맡길 수는 없어. 애초에 계약은 계약이니까.
잘 생각해 볼 필요도 없어요. 아가씨 혼자 힘으로도 두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무리야. 게다가 쌍둥이를 어떻게 혼
자 힘으로 기르겠어. 며느리가 아들을 낳으면 쌍둥이들의
성별에 관계없이 한 아이를 데려갈께요. 딸 아이를 낳으면
아들아이를 데려가고… 아가씨도 딸만 낳는다면… 어쩔 수
없고…"
주방에 앉아 찬거리를 다듬던 이천댁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혜영을 돌아보았다. 안쓰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혜영
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민기 어머니의 말이 틀
리진 않았지만 암담한 생각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죄책감과 후
회가 밀려왔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쌍
둥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건네주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 계획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었다. 혜영은 안타까움에
산달이 가까워져 불룩하게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
다. 마치 아이를 쓰다듬듯.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