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임신한 혜영의 탄력 있는 유방에
- 어우동 -
민기가 혜영과 함께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이
천댁마저 그들과 함께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은
마치 한가족처럼 보였다.
"서방님 좋죠? 아빠가 된다니까?"
"히히…"
"어머? 오빠는 남자가 무슨 웃음이 그래요?"
혜영은 히죽거리며 웃는 민기를 향해 눈을 흘겼다. 이천
댁이 그들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왁자한 소란스
러움 속에서 초인종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세 사람은 일순간 얼굴이 굳어지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
다. 그 중 가장 두려운 표정을 보인 것은 단연코 혜영이었
다. 민기는 이천댁을 향해 눈짓을 하며 방문객이 누구인지
확인하도록 했다.
"누구세요…?"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천댁은 현관문에 붙어 있는 렌
즈로 문밖의 방문객을 확인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민기
와 혜영을 돌아보았다.
"서, 서방님…"
"왜요?"
민기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며 대답했다.
"사, 사모님이…"
"누구? 어머님이?"
"아뇨… 저기, 작은 사모님이…"
민기의 아내였다. 자신의 아내가 왔다는 말에 민기의 얼
굴에 당혹스러운 빛이 흘렀다. 그런 민기를 바라보는 혜영
도 당황하고 있었다. 이천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현관문을
열었다. 민기의 아내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거실로 들어섰
다. 그녀는 민기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멈춰
서고는 인형처럼 굳어졌다.
"다, 당신… 여긴 왜…"
"응, 그저 지나다 잠시 들렀어. 미안해…"
미안해, 라는 민기의 말이 혜영의 가슴에 날카로운 송곳
처럼 박히는 것만 같았다. 혜영은 죄인처럼 고개를 조아리
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지나다 들르다뇨? 무슨 뜻이죠? 여기서 집은 반대방향이
에요. 이쪽에 무슨 볼 일이 있었다는 거죠?"
"그건… "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니까 대답이 궁해지죠. 우습군요.
날 바보로 보는 건가요? 당신… 왜 이러는 거죠? 아이를
못 나았다고 어머님께 병신 취급받는 것도 감수하고는 대리
모 구하는 것까지도 이해했어요. 꾹 참았다구요. 그런데…
당신 뭐죠? 이게 무슨 일이냐구요!"
민기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벗어 놓았던 겉저고리를 들었
다.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갑시다. 집으로 가서 이야기합시다."
매몰차게 말하며 돌아서는 민기를 그의 아내가 노려보았
다. 그가 밖으로 나갔어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
는 민기를 따라 나가지 않았으며 오히려 혜영 앞에 앉았다.
"앉아요."
"네…"
"이제 말해보세요. 대체 두 사람 관계가 어떻게 발전한
거죠? 대리모가 아닌, 연인이 된 건가요?"
그녀의 직설적인 질문에 혜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
다. 뭐라고 대답할 용기가 없었다. 혜영이 대답을 못한 채
머뭇거리자 그녀는 이천댁을 쏘아보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천댁은 알겠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아이고, 사모님… 오해예요. 별 일 아닌걸 지금 오해하고
계신거라구요. 서방님은 절대 그런 분이 아니세요."
이천댁이 혜영을 향해 슬쩍 눈짓을 했다. 자신의 말에 동
조해달라는 표현이었다.
"네… 정말… 정말 아니에요. 오해하신 거예요."
민기의 아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안으로 들어올 때처럼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그녀를 바라
보며 혜영은 자신을 비교하고 있었다. 혜영은 자신 또한 민
기의 아내로써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마
냥 초라해지는 자신을 떠올렸다.
"이야기 들었어요. 쌍둥이라구요.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
는 알 수 없다죠? 아이는… 제가 잘 기를께요. 뱃속에 있는
동안은 혜영씨 몫이겠지만,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
부터는 제 몫인 것을 기억해주세요."
"……"
말을 마친 그녀는 현관에 놓여진 신발을 신고는 문을 열
었다. 머쓱한 표정의 이천댁이 따라나서 배웅하려 했지만
그녀는 손을 저어 마다했다.
"아… 한가지 빼먹은 게 있네요. 혜영씨, 저도 임신했어
요. 축하해주실꺼죠? 같은 여자 입장이니… 그 동안 제 어
려움을 잘 알고 계셨을 테고… 그럼, 이만 실례할께요."
그녀가 사라진 집안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천댁이
놀라움으로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혜영의 어깨를 토닥
였다. 그제야 혜영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
렸다.
*
"진정해…"
민기는 오열을 터뜨리는 혜영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러나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혜영의 눈물은 쉽사리 그쳐지지
않았다.
"미안해요… 오빠."
"네가 미안할 것이 뭐 있어. 이게 모두 내 탓이지. 정말
미안하다. 혜영아."
어색한 침묵과 혜영의 눈물이 뒤섞인 분위기는 좀처럼 바
뀌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민기의 방문은 그다지 기쁜
것이 아니었다. 언제 또 다시 들킬 줄 모르는 조심스러움에
민기의 방문은 불안하기만 했다.
"집사람도… 임신했어. 어머님은 한편으로는 기뻐하시지
만 한편으로는 또 당황하고 계시지. 아내가 임신하지 못해
서 혜영을 끌어들인 건데 뒤늦게 임신하게 되니까 당신이
벌려 놓은 일을 후회하고 계신 것 같아."
"……"
"나도 모르겠어. 이젠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뱃속의 두 아이…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민기는 혜영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혜영이 그
의 목을 끌어안으며 고개를 파묻었고, 민기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안아 줘요, 오빠. 마지막이라도 좋아요. 안아 주세요."
혜영이 그의 목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듯 그녀는 민기에게 매달리
고 싶었다. 민기는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다.
"미안해… 혜영아, 정말 미안하다… 정말 미…"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민기의 미안하다는 말이 혜영이 삼
켜버렸다. 그녀의 입술이 포개어지며 따스한 혀가 민기의
입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미친 듯이 매달리며 입술을 포개
어오는 혜영의 적극적인 행동에 민기의 몸이 달아오르고 있
었다.
"아…"
"오빠… 자고 가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나랑 잠시만이
라도 함께 있어줘요. 날 안아 줘요. 나… 무서워요. 오빠가
잠시라도 내 옆에서 있어줘요. 제발요."
쫓기는 사슴의 눈망울처럼 눈물이 그렁한 채 애원하는 혜
영을 바라보는 민기의 마음은 아프기만 했다. 그는 혜영의
얼굴을 감싸 쥐고는 그녀의 눈에, 뺨에, 입술에 부드럽게 키
스했다. 입술이 맞닿자 두 사람의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
었다.
민기는 혜영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토하며 두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임신한 탓에 전보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그녀의 풍성한 가슴이 물컹이며 만져졌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