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혜영의 음탕한 요구
- 어우동 -
이천댁은 혜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혜영
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의 동정을 사고 싶었다. 그녀에게
그간의 모든 일들과 민기와 헤어질 수밖에 없던 지난 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혜영의 눈에 왈칵 눈물이 솟았다.
"아줌마… 부탁해요. 제발요…"
혜영의 눈물 앞에서 이천댁은 고개를 떨구었다. 마음속으
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듯 했다.
"아가씨… 힘든 일을 겪었다는 것은 잘 알지만, 나도 주
인집에 메인 몸이라우. 행여라도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난 쫓
겨날텐데…"
"아줌마, 아줌마… 제발, 언젠가 알려지게 되더라도 아줌
마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께요. 그냥 모른 척 해주시면
돼요. 저도 오빠와 만나게 되었다고 해서 다른 욕심을 부리
거나 하진 않아요. 제발 부탁드려요. 지금 당장 오빠와 헤어
진다면… 아아… 아줌마… 조금만 여유를 주세요. 어차피
아이를 낳고나면 전 오빠와 헤어져야 해요. 오빠는 말없이
오빠만을 따르라고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이를 낳을 때까지 만이라도 이
대로 지내게 해주세요.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는 거 누구보
다도 제가 더 잘 알아요. 어차피 이 길로 들어선 것, 후회하
지 않아요. 오빠도 다른 여자의 아이를 갖는 것보다는 제가
낳은 아이가 나을 거예요."
애원하는 혜영 앞에서 이천댁이 한숨을 내쉬었다. 혜영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일로 자신까지
돌이킬 수 없는 회오리에 휘말리게 될 것이 불안하고 염려
스러웠다. 무거운 침묵 끝에 이천댁이 말문을 열었다.
"아가씨… 난… 아무 것도 모르는거유. 난 봐도 못본거고,
들어도 못들은거유."
혜영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이천댁이 자신을
이해하여 준 것이 너무도 고마웠다.
"고마워요. 아줌마,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을께요."
이천댁의 손을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혜영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은혜는 무슨… 혼자 몸으로 살아가는 것도 고생인데, 그
런 일까지 겪다니… 사모님이 워낙 깐깐한 성격이야. 집안
이나 자기 일 밖에는 모르는 분이지. 돈이… 사람을 변하게
한 거야… 돈이. 전에는 그런 분이 아니셨어."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구요?"
"응…. 사모님도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모진 분이 아니었
지. 내가 사모님 집에서 일하게 된 것이 거의 그 무렵이었
어. 사장님께서, 아니 이젠 회장님이지. 막 사업이 불처럼
일어나실 무렵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사모님은 어질고 좋은
분이었어.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알고… 내가
파출부로 일할 때였는데 힘들게 일하는 날이면 먹을 것도
챙겨주고 그런 분이었어. 김치며 고기며… 바리바리 싸주면
서 아이들 먹이라고 그러는 좋은 분이었거든.
그러다… 어느 날 부터인가 그런 음식들이 돈으로 바뀌더
군. 김치가 돈으로 바뀌어서 아이들 과자 값이 되더니… 사
모님도 정이 메말라갔지. 집안에서 사장님 뒷바라지하시던
분이 돈 많은 여자들과 어울려 골프 치러 필드에 나가게 되
고… 후후. 아가씨는 모를게유. 나쁜 말로 개구리가 올챙잇
적 생각 못한다고, 사모님도 상류 사회를 살다보니 오래 전
일들은 잊은 게지. 언제 그런 일들이 있었냐는 듯, 그렇게
살아가는 중산층이 있냐는 듯…"
"그랬군요. 전… 그분에 대해서 나쁜 기억만 있어서 몰랐
어요. 굉장히 차갑고 매몰찬 분이시래서 저 같은 고아는 만
날 필요도 없다고…"
"나도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어. 서방님께 호통치며 만나
볼 필요도 없으니 당장 헤어지라시고는 지금의 며느님과 결
혼을 추진하셨거든. 그때 만약 아가씨가 사모님을 만났더라
면 오늘 이런 일도 있을 수 없었을 거야. 그렇지? 거참…
사람의 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그래요… 힘내요. 사
람이 죽으란 법도 없으니 말야."
이천댁과 혜영은 그제야 서로의 마음을 풀며 환하게 웃었
다. 마음이 홀가분해지며 안도한 것은 혜영 뿐만 아니었다.
민기는 퇴근 후 혜영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고, 그 또한 이
천댁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천댁이 모든 사실을 알았기에 두 사람의 행동이 훨씬
편했다. 일부러 이천댁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었고 조
심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오빠… 미안해. 나 때문에."
"미안하긴 뭐가 미안하고, 또 뭐가 너 때문이니? 쓸데없
는 생각하지마. 이건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 신경 쓰지마."
민기는 혜영을 끌어안아 그녀의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편안한 행복이었다. 마치 두 사람은 신혼
의 단꿈에 젖어든 새내기 부부 같았고, 그 꿈이 깨어질 것
이라는 조심스러움 따위는 감히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어
쩌면 모른 척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사랑해…"
민기의 사랑한다는 말이 달콤한 솜사탕이 되어 혜영의 마
음속으로 흘러 내렸다. 그의 입술이 혜영의 입술에 포개어
지자 두 사람은 스르르 눈을 감았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자유로워진 두 사람은 편
안한 마음으로 서로의 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민기의 손
이 혜영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단추를 끌렀고 혜영은 그런
그의 손길을 돕기 위해 가슴을 폈다.
우윳빛 하얀 젖가슴이 분홍빛 레이스의 브래지어 틈새로
드러나자 민기의 입술이 아무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그의
손길은 그녀의 몸에 에워싸인 옷들을 모두 벗겨내며 드러나
는 살결마다 입술 자국을 남겼다.
"으으… 오빠, 간지러워… 후후"
혜영이 간지러움과 짜릿한 쾌감에 몸을 떨며 웃음을 터뜨
렸다.
민기의 손길이 그녀의 아랫도리로 밀려들어가자 혜영의
웃음소리는 신음소리로 뒤바뀌었다. 민기의 숨결도 뜨거워
지고 있었다. 그는 혜영을 침대에 눕히고는 자신 또한 알몸
이 되기 위해 옷을 벗었다. 옷을 벗는 내내 혜영을 바라보
는 뜨거운 눈길은 멈춰지지 않았다.
민기의 입술이 혜영의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위쪽으로 향
했다. 축축하고 따뜻한 그의 혀가 미끄러지듯 혜영의 계곡
쪽으로 움직였다. 혜영은 대담한 몸짓으로 다리를 활짝 벌
렸다. 민기의 얼굴 앞에서 그녀는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이다.
"어떻게 해줄까?"
"키스해 줘… 여기에."
"그렇게 해주면 좋아?"
혜영이 자신의 계곡을 가리키며 애무해줄 것을 요구하자
민기가 장난스레 되물었다. 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음
에 얼굴을 붉혔다.
민기는 혜영의 계곡을 두 손으로 활짝 벌렸다. 검고 윤택
한 혜영의 음모가 무성했고, 흥분으로 흘러내린 액체가 계
곡 사이에서 샘을 이루고 있었다. 민기는 손가락으로 숲을
헤치며 조그맣게 떨고 있는 비너스를 찾아 내었다.
분홍빛 그 작은 섬이 민기의 눈에 드러나자 그는 혀끝으
로 그것을 간질였다.
"아아… 오, 오빠아…"
"좋아?"
"응, 좋아… 너무 좋아요…"
혜영이 쾌감으로 몸을 비틀며 말했고, 그녀의 말이 사실
이라는 것을 말해주려는 듯 비너스 밑에 자리잡은 동굴에서
맑고 투명한 액체들이 흘러 내렸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