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수중수음(水中手淫)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 속을 바다 삼아 고요함과 적막 속
에서 심장 박동만을 음악으로 들으며 한 인간으로 성장해
간다. 그것은 더 이상 바랄 수도, 얻을 수도 없는 극도의 편
안함이었다.
미세한 신경 세포 하나까지 열리며 오르가즘의 황홀경에
도달한 캐시는, 따뜻한 물 속에서 그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르가즘의 잔잔한 여운이 몸과 마음을 또 다른 차
원의 세계로 이끄는 것만 같았다. 신은 인간에게 섹스의 아
름다움과 오르가즘의 짜릿함을 선물로 주었다. 그것은 짐승
은 누릴 수 없는, 인간만의 특권이었다.
약속 장소에는 강 사장이 먼저 도착하여 캐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지 않은 수중수음(水中手淫)으로 늦어진 캐시는
멋쩍은 표정으로 강 사장에게 다가갔다.
미안… 후후. 좀 늦었죠?
할 수 없지. 여자는 남자를 기다리게 하는 습관으로 길
들여졌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괜찮아. 20분밖에
안 늦었어. 그래도 이렇게 나왔잖아.
캐시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듯
강 사장은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예정대로 백화점을 찾았
다. 강 사장은 그녀를 보석 상점으로 이끌었고, 때아닌 보석
선물에 놀란 캐시는 그저 눈만 휘둥그레질 뿐이었다.
예쁜 팔찌를 하나 사주려고 그러는데… 어때?
어머머! 고마워요! 자기 정말 멋있어! 선물도 할 줄 알
고! 그런데 왜 하필 팔찌예요?
옛날에는 팔찌에 노예의 의미가 있었잖아. 뭐… 남의 나
라 이야기지만. 캐시를 내 노예로 삼는다는 듯이 아니라, 내
여자라는 의미로 해주고 싶었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것을
해도 괜찮아.
아잉~! 아니에요! 자기가 사주는 거면 뭐든 받을께요. 후
후후…
캐시는 18K 금팔찌에 블루 사파이어와 큐빅이 현란한 빛
을 내뿜는 것을 골랐다. 그러나 강 사장은 그런 모조 다이
아몬드보다는 진짜 다이아몬드를 원하고 있었다. 캐시는 강
사장이 팔찌에 박혀 있는 큐빅을 다이아몬드로 모두 바꿔달
라는 주문을 하는 것에 놀라 말을 잇지 못하고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자, 자기! 다, 다이아몬드? 그, 그건 너무…
비싸다고? 괜찮아! 기왕 하는 거면 다이아몬드로 하지,
뭐하러 큐빅으로 해? 신경 쓰지마! 어제 일도 미안하고…
작지만 보답하고 싶었어.
캐시는 거액을 지불하는 강 사장의 팔에 몸을 밀착시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주문표와 영수증을 받은 강 사장은
의류 매장으로 캐시를 이끌었다.
이거, 사모님께 너무 잘 어울립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꼭 오십시오. 흠 없이 깔끔하게 세공해서 가져다 놓겠습니
다!
돈이 최고야. 사람이 금방 저렇게 달라지잖아. 후후…
허리를 굽혀 깎듯이 인사하는 점원을 바라보며 강 사장이
속삭였다.
이제 옷을 골라. 팔찌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
강 사장은 의류 매장에서도 일류 디자이너들이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판매원 아가씨는 첫눈에 돈이 많은
고객임을 알아보았는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을
환대하고 있었다.
이 검정색 원피스가 좋겠어요. 사모님께서 정말 아름다
우시네요. 군살 없이 몸매가 너무 좋으세요. 관리를 잘 하시
나봐요. 입어 보시겠어요?
점원의 말에 캐시는 옷을 갈아입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
다. 방안의 전신 거울에 모습을 비춰본 캐시는 옷이 자신에
게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캐시… 아직 멀었어? 다 입었으면 나와 봐!
문 밖에서 강 사장이 지루함을 담아 말했다. 순간, 캐시는
장난 끼가 발동했다.
자기, 잠깐 들어와 봐! 좀 도와줘야겠어요!
내가? 그냥 점원 아가씨 들여보낼까?
아니, 그냥 자기가 좀 와줘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좁은 공간으로 들어선 강 사장은
넋을 빼앗긴 듯 뜨악한 표정으로 캐시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정말 예쁘다. 너한테 너무…
강 사장은 말을 끝내 잇지 못했다. 캐시가 그의 목을 끌
어안고 입맞춤을 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의 몸에 캐시의 몸
이 밀착되어 봉긋한 젖가슴이 닿았다.
이, 이러면 안돼! 여긴…
쉿~! 밖에서 들어요! 그냥 조용히 있어요! 후후…
캐시의 눈이 반짝이며 뇌살적인 광채가 흘렀다. 욕망이
흐르는 눈빛이었다. 캐시는 강 사장의 목에 한쪽 팔을 두른
뒤 다른 한 손을 사타구니로 가져갔다.
어, 어멋! 자 기이!
이상한 일이었다. 강 사장의 그것이 단 한번의 키스만으
로 잔뜩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뜻밖의 상황에 놀란 것은 강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이럴 리가 없는데?
캐시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30분 이상 오럴을 해줘야
만 발기되던 강 사장의 페니스가 어떻게 단 한번의 키스로
잔뜩 부풀어오를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가요.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두 번의
섹스로 발기불능이 고쳐진 것은 아닐텐데?
그게 어디 섹스를 한 건가? 하다가 실패했잖아.
강 사장도 자신의 페니스가 발기된 이유를 모르는 것 같
았다. 우스운 일이었다. 남자는 누구나 성욕을 느끼면 페니
스가 발기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건만, 정작 강 사장은 자
신의 몸에 나타난 반응에 대해 원인을 모르고 있었으니 말
이다.
아아… 난… 알 것 같아요. 자기가 왜 쉽게 발기됐는지.
훗, 생각보다 쉽게 자기의 병을 고칠 수 있겠어요.
캐시는 마음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에 강한
확신을 갖게된 캐시는 강 사장의 손을 잡고 부리나케 밖으
로 나왔다.
영문을 모른 채 서둘러 옷값을 지불하는 강 사장은 판매
원 아가씨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는 부
끄러운 나머지 뒤로 돌아섰다. 강 사장의 입술에는 캐시와
의 키스로 번진 립스틱이 묻어 있었고, 불룩해진 아랫도리
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던 것이다.
가요!
어딜?
어디긴요? 당연히 호텔이죠! 빨리 가요! 이제 알았어요!
자기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 해결 법이 무엇인지 이제 알겠
어요! 오늘은 우리 성공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빨리 가요!
주차장에 세워진 강 사장의 승용차에 올라타며 캐시가 말
했다. 강 사장은 끝내 원인을 모르는 듯 했고, 다만 캐시의
말에 감격할 뿐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삼십여분 후, 인근
에 위치한 호텔 방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