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그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PC통신을 하는 사용자
들 중의 상당수가 신체의 일부가 부자유스러운 장애인이라
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하필 컴섹을 나누게
된 여자 파트너가 반신불수의 장애자라는 것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역시 놀라시는군요. 미안해요. 그럼…"
"아니! 잠깐, 엠마!"
"네?"
다급하게 부르는 준석의 목소리에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던
엠마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그녀는 반말과 존댓말이
오락가락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존댓말을 쓰려는 것이 분명했다.
"엠마… 그것이 지금 나와 엠마의 사이에 무슨 걸림돌이
되는거지?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 서로
를 원하는 마음에 전화통화를 하게 된 것뿐이야. 말해봐…
엠마. 지금 날 원하지 않아? 좀 전까지 뜨겁게 달아오르던
여자는 엠마가 아니었나?"
준석은 흐느낌을 들었다. 그녀가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인
지 도무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는 있
을 것만 같았다.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낯선 여자의 흐
느낌… 그녀의 애절한 서글픔이 준석의 가슴속으로 밀려들
어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엠마… 키스하고 싶어… 울고 있는 네 입술에 키스를 하
고 싶어…"
엠마의 젖은 눈가에 준석이 입을 맞추었다. 울고 있는 그
녀를 가슴에 안고 있는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작고 초
라한 모습이 되어 흐느끼는 그 울음을 달래주고 싶었던 것
이다.
"고마워요. 비록 전화지만… 당신 마음이 느껴져요. 왠지
당신은 좋은 사람 같아요."
"내 마음을 느낀다면, 이제 그만 울어. 그만 울고 눈을 감
아봐… 그리고 머릿속으로 상상해. 내가 지금 나의 팔베개
를 하고 안겨 있는 것을…"
준석과 엠마는 가느다란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서로의
목소리만으로 이미 한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
지였다.
"널 안아 주고 싶어… 이리 가까이 와. 내 입술을 느껴
봐. 네 몸을 부드럽게 만져주는 내 손길을 눈감고 느껴 봐."
"민영이에요… 이 민영."
"아… 민영아. 네 가슴을 만져보고 싶어…"
민영의 가슴이 부풀어오르며 호흡이 빨라졌다. 눈을 감고
상상 속에 빠져드는 지금, 이미 그녀는 준석의 품안에서 알
몸이 되어 있었다.
"오빠라고 부를래요."
"응… 키스해 줘. 입술을 조금만 벌려봐. 깨물어주고 싶
어. 두 손으로 너의 가슴을 움켜쥐고 네 젖꼭지를 만지작거
리면서 너에게 깊이 키스할거야… 아아…"
"으으음…"
일시적으로 잠들어 버렸던 욕망이 다시금 불타오르기 시
작했다. 민영은 자신의 손을 셔츠 속으로 넣어 빳빳하게 곤
두선 유두를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
의 손길이 아닌, 준석의 입술이 전하는 느낌이었다.
"오빠… 오빠의 가슴을 내 입술로 애무해주고 싶어…"
민영의 달콤한 목소리에 준석의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자신의 몸 위를 달리는 그녀의 입술과 혀의 느낌이 전신에
퍼져있는 혈관의 피를 아랫도리로 집중시키는 것만 같았다.
"헉~! 헉~! 민영아… 아아… "
"천천히… 오빠의 배꼽을 지나… 검게 우거진 숲을 또 다
시 지나서… 오빠의 그곳에 키스하고… 두 손으로 감싸 쥐
면서 내 입 속으로 넣을께요… 깊이… 그리고 혀로 귀두 끝
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을께요… 아아…"
따뜻한 민영의 혀가 준석의 단단해진 심벌을 휘감아 삼키
는 상상 속에서 그의 손은 자신의 성기를 손에 쥐고 아래위
로 왕복운동을 하고 있었다.
민영도 마찬가지였다. 흡사 준석의 손길처럼 느껴지는 자
신의 손으로 다리를 활짝 벌려 그 사이에 숨어 있는 붉고
촉촉한 음문(陰門) 사이에 작고 도톰한 돌기를 찾아내었다.
중지 손가락이 그녀의 질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샘물처럼
고여있는 애액 속에 파묻혔고, 그녀의 엄지 손가락은 클리
토리스를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민영아, 오빠가 네 다리 사이로 들어가서 키스하며 혀로
애무해줄게. 괜찮겠어?"
"으응… 오빠. 해줘… 나, 오빠가 해주는거 받아보고 싶
어… 제발… 아아… 오래 참지 못할 거야. 오빠랑 함께 하
고 싶어…"
"손가락으로 너의 아름다운 그곳을 벌렸어. 눈을 감고 느
껴봐. 내 손가락이 너의 그곳에 들어가고 있어. 질 깊은 곳
까지 밀어 넣을 거야. 내 혀끝은 너의 작고 민감한 그곳을
빠르게 핥고 있어. 마치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면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느껴져?"
"응응! 아아… 오, 오빠… 모, 못 참겠어… 아아…"
"아아… 그래! 그럼 우리 지금 먼저 하자! 내가 너의 몸
위로 올라가서, 네 몸 깊이 나의 것을 밀어 넣어 한 몸이
되는 거야. 이제 내가 네 몸 안에서 빠르게 움직일 꺼야. 네
엉덩이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좀 더 깊숙이 밀어 넣기 위해
허리를 한껏 돌리면서… 아아…"
두 사람은 더 이상 전화선을 타고 속삭이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서로의 몸을 힘있게 끌어안고 있는 민영이와 그
녀의 몸 위에 엎어져 피스톤 운동에 열을 올리는 준석이일
뿐이었다.
"아아악… 오빠… 아아…"
"헉헉~! 좋아… 아아… 더 세게… 더 세게… 더 빠르
게…"
민영이의 신음소리가 비명에 가까워져 허공을 울릴 때 준
석의 아랫도리에서 손을 축축하게 적시고도 남을 비릿한 액
체가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질척한 준석의 정액이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그의 허벅지와 방바닥으로 흘러내린 것이다.
"아… 오빠. 기분이 너무 좋았어… 행복해…"
오르가즘의 나른한 여운이 꿈처럼 느껴지는 가운데 거칠
게 숨을 내뱉으며 민영이 말했다. 격한 정사를 나눈 두 사
람은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황홀한 오르가즘의 노예가 되
어 서로의 숨소리만 듣고 있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