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푸른 모니터 앞에서 알몸으로
준석, 대화명 '밤의 늑대'는 부풀기 시작한 자신의 아랫도
리를 손바닥으로 지긋이 눌렀다. 모니터 속의 여인 메사리
나가 띄우는 자극적인 스크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메사리나> 저 지금 젖어 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밤의늑대> 나도 흥분하고 있습니다.
메사리나> 커졌나요?
밤의늑대> 커지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아요.
메사리나> 편하게 말 놓으세요. 우리 그러는 것이 서로
편할 것 같아요.
밤의늑대> 좋아. 리나라고 하겠어.
메사리나> 네.
밤의늑대> '응'이라고 해야지.
메사리나> 응
밤의늑대> 아아, 지금 리나는 무슨 옷을 입고 있지?
메사리나> 몸이 뜨거워져서 옷을 벗었어. 넌?
밤의늑대> 나도 바지를 벗었어. 내 것이 너무 커져서 바
지를 뚫고 나올 것만 같거든. 너무 커져서 아파.
메사리나> 아아~~! 만지고 싶어.
밤의늑대> 만져 줘. 나도 네 것을 만져보고 싶어.
메사리나> 바지를 벗어! 팬티도 벗어 버려!
밤의늑대> 리나… 너도 벗어야해. 그리고 내가 만져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너의 그곳을 만져…
준석은 메사리나에게 옷을 벗으라고 스크롤을 띄운 후 자
신의 팬티를 벗었다.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보았다. 단단
하게 발기된 그것은 불덩이처럼 뜨끈한 욕망을 가득 담고
있었다.
메사리나의 여체를 그려보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모니
터의 푸른빛을 받아 아름다울 그녀의 유방이 떠올랐다. 생
각만 해도 아랫도리가 후끈해지는 일이었다. 그녀의 축축하
게 젖은 음문(陰門)이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메사리나의 음문(陰門)을 열어 자신의 입술을 가져가고
싶었다. 그곳에 은둔하고 있을 클리토리스를 혀로 간질이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푸른 모니터 가득 펼쳐지는 스크롤
을 응시했다.
밤의늑대> 얼마나 젖었어?
메사리나> 미치겠어. 너무 젖어서 내 손이 다 축축해졌
어.
밤의늑대> 아아, 핥아주고 싶어! 손가락을 질 속으로 깊
이 넣어 봐.
메사리나> 으응… 넣었어. 나도 네 것을 내 입 속에 넣고
혀로 애무해주고 싶어!
밤의늑대> 그래… 몇 개나 넣었어? 그리고 네 가슴은
커?
메사리나> 두 개… 내 유방은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아. 너의 손길을 원하고 있어. 만져주고 키스해주길 원해.
밤의늑대> 나도 그러고 싶어. 네 젖꼭지를 깨물어 주고
싶어.
메사리나> 제발! 깨물어 줘!! 세게! 거칠게!
밤의늑대> 나, 더 이상 못참겠어. 전화로 해도 될까?
메사리나> 좋아! 전화 번호를 말해 줘!
밤의늑대> 485-493X
접속을 끊기가 무섭게 전화 벨이 울렸다. 여자였다. 분명
좀 전에 통신에서 헤어진 메사리나일 것이다.
"리나?"
"응. 나야."
"아아… 나 지금 무척 흥분되어 있어! 너 지금도 만지고
있니?"
"응. 만지고 있어. 축축해… 내 몸이 얼마나 뜨거워졌나
몰라."
수화기 저쪽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준석을 더욱 흥분시켰다. 밤에 늦는 낮은 허스키
보이스는 섹시하다. 그런 면에서 메사리나의 목소리는 준석
의 흥분을 부채질했다. 후끈하게 데워진 아랫도리가 금방이
라도 뜨끈한 액체를 분수처럼 뿜어낼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손가락으로 네 것을
만져 봐. 그리고 그 손이 내 손이라고 생각해. 이제 너의 입
술에 키스를 할 꺼야. 네 입술이 반쯤 열려 있어. 난 키스하
며 네 입 속으로 혀를 넣을 꺼야."
"아… 지금 만지고 있어."
"너에게 키스하고, 너의 귀를 혀로 핥아 줄 테야. 작고 통
통한 너의 귓불을 깨물어 주고, 너의 귓속에 나의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겠어…"
"아, 느껴져. 너의 뜨거운 입술과 혀가 나의 몸을 핥고 있
어… 너무 좋아…"
"이제 내 입술이 네 몸 구석구석을 핥으며 지나가고 있
어. 너의 다리 사이에 머리를 넣고 너의 그 곳에 키스할거
야. 혀로 간지럽혀 주겠어. 너의 클리토리스를 입술로 살짝
깨물어 줄 꺼야… 아아…"
"나도 네 것을 만져줄게. 입 속에 넣고 사탕을 먹듯이 핥
아 줄게. 두 손으로 잡고서 네 것을 내 입 속에 깊이 깊이
넣을 꺼야."
"헉헉헉… 리나… 느껴져… 아아… 정말, 지금 하고 싶어!
너의 몸 속에 내 것을 채우고 싶어… 아아…"
"나 침대에 누웠어!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알몸으로 너를
기다리고 있어! 들어와… 내 몸 속 깊은 곳으로… 깊이…
아주 깊이… 끝까지 넣어 줘…"
수화기를 붙잡고 있는 손끝이 흥분과 쾌감으로 떨려왔다.
아랫도리를 움켜 쥔 손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메사리나의 음성 또한 금방이라
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커져갔다.
"리나! 너와 함께 오르가즘을 느낄 거야! 할 것 같으면
말해 줘!"
"아아아… 아… 아으으… 곧 할 것 같아! 못 참겠어!"
격정에 겨워하는 메사리나의 신음소리가 준석의 신음과
뒤섞여 어둠을 뒤흔들었다. 늑대처럼 포효하는 준석의 몸에
서 뜨거운 액체가 뿜어져 나왔고, 그것을 쥐고 있던 준석의
손이 온통 비릿한 액체로 뒤범벅이 되었다.
*
준석은 플라스틱 박스를 열어 몇 개의 디스켓을 꺼내어
나에게 건네 주었다. 그것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인
터뷰와 관련된 자료인 것은 틀림없었다.
"이것은 내가 PC통신에서 컴섹을 한 내용을 캡춰해서 저
장 해놓은 것이오. 아마 원고를 쓰는데 도움이 될 거요."
"알겠습니다."
"컴섹의 경험은 없는 것 같소만…"
"네. 없습니다. 그런 섹스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
고 있었어요."
"아쉽군요.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나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치는 것을 확인한 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분명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테스트한 것이었다.
"별로 좋아하질 않아요."
"섹스를 말하는 겁니까? 아니면 컴섹을 말하는 겁니까?"
"어느 쪽이건 지금은 관심 없습니다. 순결론자는 아니지
만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
"내가 아가씨를 난처하게 만들 질문을 했다면 용서하시
오. 난 그저 아가씨와 나와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지
그것을 가늠해본 것이오."
"……"
"어떻소? 내 이야기가? 지니의 스토리에 비하면 좀 더 자
극적이지 않소?"
"글쎄요…"
"눈치 볼 필요 없소. 난 솔직한 것을 원하니까, 아가씨가
하고싶어 하는 말을 하도록 해요."
내 생각을 털어놓았을 때 그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차
마 '당신은 변태입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는
나의 고객이었으니까. 적당히 둘러대야 한다.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의견을 물어오는 대부분의 화자(話者)들이 바라는
마음은 대개 비슷하다.
그들은 듣는 사람으로부터 이해 받길 바라며 또한 인정받
길 바란다. 지금 김준석이라는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듣
고 있는 나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대답을 듣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곤란하고 난처한 질문이다.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내가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당신 이야기 참
재미있어요!', 또는 '컴섹은 정말 흥미롭군요!'라고 한다거나
'나도 언젠가는 경험해보고 싶어요!' 따위의 말을 했다가는
분명 속마음을 들켜버릴테니 말이다.
"전 그저 이야기를 듣고 글로써 쓰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쓰는 글이니, 우리가 아무리 우리 이야기
를 들려준다고 해도 글쓰는 사람의 주관이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남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글쓰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다르게
비춰진다고 말이오. 마치, 밤하늘의 보름달이 바라보는 사람
의 감정에 따라 슬픈 달도 되고 활짝 웃는 달도 되듯 말이
오."
반짝이는 그의 눈빛은 끊임없이 나의 대답을 요구하고 있
었다. 그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다. 내가 그의 컴섹을 변태
적인 섹스라고 생각하는 이상, 글 속에는 퇴폐적인 분위기
가 풍길 것이고, 컴섹을 하는 당사자인 김준석이라는 인물
은 변태 성욕자로 그려질 것이 뻔한 일이다.
"제 의견을 꼭… 말씀드려야 된다면…"
"더듬지 말고 말하시오. 난 괜찮으니까! 곱지 않은 시선으
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소! 후후…"
"당신은… 비정상적인 성문화를 즐기고 계신 것 같아요."
입술을 깨물며 참고 있던 말을 조금은 부드럽게 표현하여
털어놓았다. 예상대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의 의견을
털어놓게 만든 것은 순전히 그의 책임이었고 강요였다. 적
당한 거짓말로 둘러대는 것에 재주가 없는 나는 나름대로
부드러운 표현을 쓰려 노력은 했지만 그의 기분을 결국 망
치고야 만 것이다.
"후후… 이 인터뷰가 끝날 때쯤이면 당신의 생각이 달라
져 있음을 알게 될 것이오. 180도로 뒤바뀔 테니 두고 보시
오. 나는 나를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오. 이 컴섹이나 폰섹이
라는 것이 당신 말대로 성문화의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고, 지금처럼 비정상적인 문화라는 말은 하지 않게
될 거요."
낮게 흐느끼는 듯한 그의 웃음소리가 소름이 끼치도록 징
그러웠다. 내가 내뱉은 말에 긴장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던
나는 그제야 그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쌍꺼풀이 있
는 커다란 눈과 훤칠한 이마가 시원스러운 얼굴이었다.
굳이 컴퓨터 통신으로 상대를 구하지 않아도 여자를 유혹
하기 충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끝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마지막으로 내뱉은 그의 말이
더욱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가 무슨 속셈을 갖고 있는지 두
려웠다.
♣ 계속 ♣
첫 경험에 관한 일곱 가지 보고서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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