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오빠와 하나가 되다.
간밤의 폭음과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이야기를 한 탓
에 정신이 아득할 만큼 피로했다. 날이 밝아서야 소파에서
잠이든 지니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집으로 돌아왔고, 밀린
잠을 자느라 그날의 약속은 자연스레 다음 날로 미뤄졌다.
지니가 살고 있는 홍대입구의 연립으로 찾아가는 두 번째
인터뷰 방문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서먹하거나 어색함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지니라는 여자의 인간적인 고뇌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빠져 나오는 계단 입구에 꽃을 파는 대학생
들이 있었다. 생각 없이 지나치던 나는 후리지아의 향기에
이끌려 몇 발짝 지나친 길을 되돌아갔고, 꽃의 노랑색에 지
니를 떠올리고는 기어이 한 묶음 사고야 말았다.
현관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도착할 시간임을
알고 있는 지니의 배려일 것이다. 나는 나지막이 지니를 부
르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화장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고 있던 꽃
을 화병에 담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주방으로 향하기 위해 지나친 지니의 방에서
낮은 웃음소리, 이를테면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흠
칫, 놀라 귀를 기울이자 그것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되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은밀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아휴… 정말 너무 웃긴다, 키득키득~!"
"하지만 예쁘게 나왔는데? 영화 배우해도 되겠어."
"무슨 소리야…? 지금 놀리는 거지?"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은 왜일까? 영문을 알
수 없는 나의 행동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나
는 안심하고 지니의 방을 노크했다.
"지니씨, 저 왔어요. 장 미연이에요!"
"어머! 이런, 내 정신 좀 봐! 들어와요! 괜찮아요!"
방안으로 들어오라는 지니의 말에 문을 열었다. 방안에는
누군지 모를 젊은 남자와 지니가 침대에 기대어 VTR을 주
시하고 있었다. 웃옷을 벗고 있는 그 남자의 탄탄한 근육에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는 나
를 보며 지니가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지니 또한 얇은 란제
리 차림이었다.
"야! 임마! 숙녀 앞에서 제발 옷 좀 입어라! 넌 어떻게 부
끄러움을 모르니? 내 앞에선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미연씨
앞에서는 부끄러워해야지!"
"어어어?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핫핫핫~!"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사내가 벗어 놓았던 티셔츠를 입었
다. 지니는 가까이 다가오라며 침대 옆에 놓여진 의자를 가
리켰다. 그러는 중에도 그들의 시선은 VTR에 고정되어 있
었다. 나는 무심코 그네들이 보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어머!"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들이 보고 있던 것은 가정용 캠코더로 촬영한 자신들의 정
사 장면이었다. 분명 어젯밤의 뜨거웠던 침실을 스스로 촬
영한 것이리라.
"호호호호… 뭘 그렇게 놀라요? 괜찮아요. 앉아요. 요즘
이런 것 찍는 부부들 많아요. 우린 부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 삼아 찍어 봤어요."
곤혹스러워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미
안하다는 말과 함께 방을 빠져 나왔다. VTR의 장면이 아직
도 눈앞에 생생했다. 더구나 그 화면 속의 주인공인 남자와
여자가 눈앞에 있었기에 민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자, 이제 시작할까요?"
여전히 란제리 차림으로 거실로 나온 지니가 들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속살이 비치는 검정색 란제리
가 숨이 막힐 만큼 자극적이었다. 탄력 있어 보이는 그녀의
가슴이 반쯤 드러나며 시선을 끌었다.
*
난생 처음 여관에서 밤을 보낸 나는 정민 오빠의 그것을
누구에게 빼앗기기라도 하는 양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입 속
에 가득 넣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입 속에 머금은 그것
을 미끈한 타액과 함께 혀로 자극하며 음미하는 나의 마음
속에서는 곧, 내 몸 깊은 곳으로 밀고 들어올 오빠의 것이
었기에 더욱 자극적이었다.
"더는 못 참겠어!"
나의 입 속에 가득 차있던 그것을 빼내며 오빠가 몸을 일
으켰다. 오빠는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나의 어
깨를 쓰러뜨리며 바닥에 나를 눕혔다. 뜨겁게 달궈진 오빠
의 몸이 내 몸 위로 쓰러지며 하나로 포개어졌다. 오빠는
두 손으로 곱게 나의 얼굴을 감쌌고 다정하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이제… 우린 하나가 되는 거야. 내가 지금 널 가질 꺼야.
처음이라 조금은 아프겠지만, 그것은 잠깐이야. 알았지?"
나는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될 이 순간이 지독하게 공포스러웠지만 잠깐의
아픔이라는 오빠의 말을 믿으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지만 오빠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
었다. 오빠의 손이 흥분으로 단단해진 그것을 잡고서 꽃잎
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방향을 잡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어 있는 나의 은밀한 그곳에 오빠의 그것이 닿
자 야릇한 쾌감에 몸이 떨려왔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 자, 지금이야!"
툭- 몸 안의 무엇인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
다. 묵직한 무엇인가 내 몸 속 깊이 밀려들어오면서 잠겨있
던 빗장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이를 악물었다. 몸 안쪽으로
퍼지는 그 고통에 눈물이 흐를 지경이었다.
"됐어! 조금만 참아… 이제, 괜찮을 거야… 아아… 넌 정
말 굉장해! 지금까지 이렇게 축축하게 젖어 버리는 여자는
처음이야… 아아…"
오빠의 말은 사실이었다. 괜찮다는 오빠의 말처럼 빗장이
힘없이 부서지며 느껴졌던 고통은 더 이상 계속되지 않았
다. 아랫도리가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굉
장한 흥분과 쾌감을 가져왔다. 미끈한 액체가 샘처럼 솟아
났고, 오빠가 몸을 움직여 펌프처럼 그것을 퍼내고 있는 것
만 같았다.
내 몸 위에서 움직이는 오빠의 모습이 침대 옆에 붙어 있
는 거울에 그대로 비춰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머릿
속에는 어릴 적에 보았던 시골의 풍경이 떠올랐다. 지하 깊
은 곳에 감춰진 수맥을 찾아 파이프를 깊이 박아 넣던 풍경
이었다. 오빠가 힘을 줄 때마다 내 몸 속으로 깊이 밀려들
어오는 그 모습이 마치 수맥을 찾아가는 파이프 같았다.
"느낌이 어때?"
"이상해… 내 몸 속에 뭔가 가득 차 있다는 게 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고 흥분돼…"
오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 얼굴에는 한 여자
를 만족시키는 남자들의 우월감과 자신감이 만들어낸 미소
가 번지고 있었다.
오빠의 동작은 너무도 미묘해서 한번 움직일 때마다 소스
라치게 놀랄 정도의 자극을 가져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지 놀랍기만 했다. 오빠는 단순히 피스톤처럼 움직이는 것
이 아니라, 좌우로 몸을 움직이기도 하고, 몸을 한쪽으로 일
으켜 세워 꽃잎의 한쪽을 유난스럽게 자극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어때?"
오빠는 동작을 바꿀 때마다 나의 느낌을 물어왔다. 그러
나 뭐라고 딱히 꼬집을 표현이 없을 정도로 그 느낌은 강렬
했고 결국 나는 '좋아'라는 말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오
빠는 내가 어떻게 대답하건 열심이었다. 얼굴이 온통 땀에
젖어있는데도 오빠의 눈은 강렬하게 빛을 뿜고 있었다.
"아아… 오빠, 이게 더 좋아! 이 느낌이 정말 좋은 것 같
아!"
오빠가 미친 듯이 자신의 그것으로 내 몸 속에 커다란 원
을 그릴 때였다. 마치, 커다란 막대가 내 몸 속을 휘젓는 느
낌이었다. 그 막대가 스쳐 지나가는 곳마다 짜릿한 전기가
일어나 몸 속 사방에 불을 켜는 듯 했다.
"지니… 넌, 내 꺼야! 너는 이제 내 꺼야… 아아…"
비명처럼 오빠의 외마디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움직임
이 빨라지는 듯 하더니, 나의 몸 위로 풀썩 쓰러졌다. 오빠
의 어깨가 물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온통 젖어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 알았다.
지금 오빠가 내 몸 속에 약 200,000,000에서 400,000,000개
의 정자를 내뿜는 사정이라는 것을 했다는 것을. 그리고 내
몸 속에 최초로 남자의 액체가 흘러 들어온 것임을. 오빠가
나에게서 몸을 빼내자, 뜨끈한 그 액체는 비릿한 향기를 퍼
뜨리며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리 사이에서 흘러나
오는 그 액체 탓에 나의 아랫도리와 침대 시트가 대책 없이
젖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 보았다. 미끈하고 축축한 그
것은 걸쭉한 젤리처럼 시트 위로 쏟아져 있었고, 코로 가져
와 냄새를 맡았을 때 느끼할 정도의 비릿한 냄새를 풍겼다.
- 계 속 -
첫 경험에 관한 일곱 가지 보고서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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