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이제, 널 가질 거야.
귓불에서 오빠의 뜨거운 입김이 느껴졌다. 온몸이 화라락
타오를 것만 같았다. 이제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오빠의 입술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쭈삣쭈삣 섰
고 숨이 막혀왔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왔다. 눈을 떠 오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오빠의 손이 자연스레 내 등을 어루만졌고, 그
품안에 안겨 있는 나는 비에 젖은 병아리처럼 오들오들 떨
었다.
몸 이곳저곳에 돋아난 터럭이 일어서는 것만 같은 짜릿함
에 소름이 돋았다. 오빠의 입술은 귓불을 지나 천천히 목선
으로 이동했고 깃털처럼 부드러웠다. 축축한 오빠의 혀가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의 전율이
흘렀다.
『 아아… 오빠… 너무 좋아… 오빠… 』
그 순간, 영미가 떠올랐다. 창고 안에서 정민 오빠의 품에
안겨 쾌감으로 떨리던 영미의 목소리가 바람소리에 섞여 있
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오빠를 밀쳐내며 눈을 떴다. 어디선
가 영미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몸 구석구석을 감돌
던 짜릿한 흥분대신 지독한 공포가 밀려왔다.
"왜 그러는거야?"
"무무… 무서…워…"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하군! 또 엄마한테 혼날까봐 무
섭다는 거니? 넌 언제 어른이 될래?"
"이렇게 하는 게 어른이 되는 거야?"
"점점 바보 같은 소리만 하는군. 내가 그렇게 말했냐? 적
어도 어른이라면 자기가 자기 행동을 결정할 수 있어야하는
거야. 물론 스스로 책임도 져야 하겠지만. 그런데 넌 지금까
지도 엄마나 아빠에 의존하고 있잖아. 넌 내일모레면 성인
식을 치를 나이야. 주민등록증도 나왔잖아! 그게 어른이지
어린이니?"
"그래… 오빠 말이 맞아. 난 아직도 부모님의 그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어. 하지만 난 무서워. 내가 과연 오빠와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판단이 서질 않아."
"나쁠 것 없어. 영미를 생각해봐! 영미는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일은 스스로 결정했어. 너도 그럴 수 있어. 그 애는
대범하고 적극적이었단 말야. 그렇다고 그 애가 나쁜 길로
들어서서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범죄자가 된 것도 아니잖아.
어른들이 나쁘다고 평가 절하한 것들 중에 대부분은 이유
불분명한 것들이 많아. 난 그렇게 생각해. 어른들은 오직 공
부해야한다는 이유로 우리들의 그 많은 호기심을 억눌렀어.
그것도 모자라서 '섹스는 추한 것이다'라고 세뇌교육 시켰
어. 너도 결국 그것 때문에 지금 거부하는 것 아냐? 너도
섹스를 추하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잖아. 하지
만 내가 장담해. 네가 나를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기다려
온 이면에는 함부로 단정짓지 못할 분명한 '끼'가 있어! 틀
림없어! 언젠가는 네가 나처럼 즐기기 위한 섹스를 지향할
날이 올 꺼야!"
산을 쩌렁쩌렁 울리는 정민 오빠의 말들이 나의 가슴에도
작고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꽂혔다. 오빠의 말들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 마음이 이
미 오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기 때
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가 이 두려움을 어찌
할 수 있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이었다.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오빠를 받아들이고 작은 솜털마저
일어서는 듯한 이 짜릿한 흥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라는
욕망과 정민 오빠가 말한 것처럼 '섹스는 추한 것이다', '결
혼해서 남편과만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양분
화 되어 서로 치고 받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오빠아…"
어느 틈에 한쪽의 승리에 다다르자 나는 나지막이 오빠를
불렀다. 오빠는 나의 곁에서 떨어져 앉아 애꿎은 담배만 피
워대며 채워지지 못한 자신의 욕구를 가라앉히는 중이었다.
"나… 나 말야, 오빠가…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할께."
오빠의 얼굴이 일순간 환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것
처럼 밝아졌다.
"진작 그럴 것이지! 바보같으니라구, 그래 잘 결정했어!
네가 옳은 결정을 한 거야. 네 인생이니까, 너도 네 호기심
을 충족시키면서 즐겁게 살 필요가 있어. 그렇다고 네가 잘
못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은 아냐. 네 자신을 충분히 컨트
롤하면 되는 거야! 섹스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것을 늘 염
두 하면 돼! 인간은 섹스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니
까. 그게 내 지론이야. '단 한번의 섹스라도 즐겁게 하자!'
난 이 말을 믿어!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기왕 하는 일 열
심히 하자!', '짧은 인생 열심히 살자!'라고 하면서 섹스에
관한 한 굉장히 적대적이야. 사실 속마음은 안그러면서… "
오빠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길 바라는 나는 나도 모르게
빙긋이 웃어 보였다. 난생 처음 나를 위해 내린 스스로의
결정이 조금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지니야… 이리 와. 오빠를 안아 봐…"
미적미적 옷고름을 깨무는 갑순이처럼 어색한 몸짓으로
오빠의 품에 안겼다. 오빠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어딘
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졌다. 비록 내 스스로 내린 결정이
었지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민 오빠와 함께라는 사실에
두려움이 덜해졌던 것이다.
"지니야… 이제, 넌 내 꺼야. 이 오빠가 널 가질 꺼야…"
물끄러미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난생 처음 누군가의 입에
서 '넌 내 꺼야'라는 말을 들은 나는 물밀 듯이 밀려오는 희
열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보송보송하고 폭신한 솜털 속에
누워 있는 기분이었다.
"오빠, 하지만… 오늘은 그냥… 그… 있잖아. 뭐냐면…"
밍기적거리며 부끄러움에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던 정민 오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하려는지 알아. 오빠가 말해볼까? 너, 삽입은 안
된다는 거지?"
"으응… 나, 그것은 여기서 하기 싫어…"
"그래, 그건 나중에 하자. 서울에서 오빠가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 줄께. 됐지? 오늘은 오빠가 너와 좀더 가까워지
기 위해서 페팅만 해줄게. 그게 뭔지는 알지?"
페팅.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나는 또 한번 수줍
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는 오빠의 말이 계속 메아리
치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의 공명 현상
처럼 끊임없이 메아리치는 그 말. 넌 내 꺼야. 넌 내 꺼야…
그리고… 지긋이 눈을 감은 오빠의 얼굴이 그와는 대조적
으로 팽팽히 긴장하며 떨고 있는 나의 얼굴에 포개어졌다.
가슴속이 울렁거릴 것만 같은 그 느낌. 그것이 바로 나의
첫키스였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