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50 축복 (50/53)

00050  축복  =========================================================================

                                                      

지금 정연이가 네 아이디로 쓰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러면 댓글이나 글 같은 걸 못 남길 거 아니야? 그러니까 직접 가입을 할 수 있게 해야지.

 내가 말했다.

 그래요. 그건 또 그러네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정은이가 말했다.

 정은이는 말한 걸 지키는 아이였다. 불과 하루가 지나고 정연이가 그 사이트에 가입했다고 말을 한 것이다.

 역시 대단해! 능력자구만!

 나는 정은이를 칭찬하며 말했다.

 이 정도로 능력자라고 말하기는 애매하죠.

 정은이가 말했다.

 뭐? 그러면 뭐가 더 있는거야?

 내가 물었다.

 언니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접수했습니다! 이제 언니가 거기에서 어떤 글을 썼는지, 어디에 댓글을 남겼는지 하나하나 다 알수 있다는 거죠.

 정은이가 말했다.

 우와! 진짜 대단하구만.

 내가 말했다. 미처 생각을 못했지만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만약에 정연이가 거기에 가입해서 글을 쓰고 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글을 남겼는지 알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 아닌가?

 이제 언니가 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감상하세요.

 정은이가 말했다. 정연이가 어떻게 변할지는 몰랐으나 이 사이트 안에서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로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건 확실했다.

 나는 정연이를 감시했다. 정연이는 생각보다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그런 활동은 아니었다. 정연이가 활동하는 건 유머쪽이었다. 댓글도 꽤나 건전한 댓글이었다. 그래도 빠르게 적응을 하고는 있었다. 그건 말투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말투가 빠르게 여기에 젖어들었다.

 언니!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언니라고 했다. 왜 언니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여기는 여자밖에 없으니까 오빠나 형이라는 호칭 같은 건 쓸 수 없겠지. 여자끼리 나눌 수 있는 호칭은 언니밖에 없어서 그러는 걸까? 여자인데 어린 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없지 않나?

 그러다... 변하는... 글을 봤다. 처음으로 성적인 부분에 관련된 댓글이었다. 그거는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그런 글이었지.

 언니들! 남자친구가 조루인데 어떻게 해야돼?

 이런 제목의 글이었다. 남자친구가 조루라고 하는데 내 기분이 왜 좋냐고? 봐봐라. 남자친구가 조루란다. 나는 정연이의 남자친구가 아니다. 나는 정연이의 남편이다. 그러니까 정연이가 쓴 글이 아니라 정연이가 댓글을 남긴 글이라는 거지. 거기에 달린 댓글들은 정말 가관이었다.

 헐... 성격도 중요하지만 잠자리도 중요한데...

 그런 남자 버리고 새 남자 만나!

 원래 그랬던 거야? 아니면 지금만 심리적으로 그러는 거야?

 버리기 아까우면 그냥 원나잇으로 해소해! 그것만 빼고는 잘 맞는 거 아니야?

 이런 글들... 이런 글들 사이에서 정연이가 쓴 글은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차라리 조루였으면 좋겠다. 너무 강한 것도 안 좋아.

 정연이의 댓글이었다. 이 글은 자랑이었다. 누가봐도 자랑이다. 안 좋다고 했지만 자랑이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게 있다. 자랑이 아닌 척 자랑을 하는 것.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가슴이 너무 작아서 고민인 여자 옆에서 가슴 큰 여자가 너무 커서 허리가 아프다고 자기도 작았으면 좋겠다고 말 하는 것. 그런 것처럼 살짝 감춰서 자랑을 하는 거지. 그리고 그 아래로 댓글이 달려있었다.

 언니야네 남친은 얼마나 쎈데?

 자랑하고 있네!

 자랑하고 있네!22222

 부러움의 글이었다. 남자가 성적으로 센 건 남자의 자랑만이 아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먹고, 적당한 시기가 오면 여자들도 그걸 자랑한다. 정연이가 그걸 하고 있다. 마음에 든다. 자랑의 대상이 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래도 될까? 나는 지금 정은이와 작전을 짜고 있지만 정연이와의 섹스를 끊은게 아니었다. 나와 정연이 사이에 섹스는 전혀 줄지 않았다. 그건 내 문제도 있었다. 정은이와의 관계가 있기는 있었지만 나는 정연이를 포기하고, 정은이와 만날 생각이 없었다. 둘을 한꺼번에 만날 생각이 있었던 거지. 그리고 정은이도 그걸 인정해줬다. 다만 정연이는 그걸 알지도 못 했지.

 그러니까 섹스를 할때도 약간은 한쪽에 치우칠 수 밖에 없었다. 나와 정은이가 섹스를 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하려면 충분히 할 수야 있지만 그래도 아주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거다. 정연이와 같이 살고 있으니까. 갑자기 내가 밤에 정은이와 섹스를 시작할 수는 없지. 그러니까 섹스는 정연이와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정은이도 뭐라고 안 하고.

 안에 싸도 돼?

 나는 정연이에게 물었다.

 응... 당연하지...

 정연이가 말했다.

 으... 좋아... 너무 쫄깃쫄깃해.

 내가 말했다.

 정말? 정말 쫄깃쫄깃해?

 정연이가 물었다.

 당연하지. 너무 맛있어. 맛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따먹었겠어?

 내가 말했다.

 너무 좋아... 이렇게 박히는 거 너무 좋아.

 정연이가 말했다.

 쌀 것 같아...

 내가 말했다.

 싸줘... 안에 싸줘... 가득 채워줘...

 정연이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정연이의 안에 사정을 했다. 매일매일... 매일도 아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관계를 가져서 늘 나오는 정액양은 많지 않은 편이다. 안에다 사정을 해서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알 수 있다.

 아... 좋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정연이의 옆으로 누웠다.

 역시...

 정연이가 말했다.

 역시? 역시 뭐?

 내가 물었다.

 역시 우리 남편이 이쪽으로는 진짜 대단한 것 같아.

 정연이가 말했다.

 왜? 다른 사람이랑 비교해봤어?

 나는 정연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에이, 꼭 비교해봐야 그걸 아나?

 정연이가 말했다.

 그래도 비교대상이 있어야 잘하는지 못 하는지 알지.

 내가 말했다.

 저... 내가 사실 인터넷에서 봤거든. 자기 남자친구가 조루라는 글 말이야. 그랬더니 댓글로 사람들이 헤어지라고 많이 그러더라. 섹스도 성격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그걸 보면서 느꼈지. 아... 난 진짜 축복받은 거구나! 하고 말이야.

 정연이가 말했다. 이미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