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5 변하는 아내 =========================================================================
지금 나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다. 정연이에게 최대한 숨기려고 하고 신경을 쓰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이 들고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그냥 평범한 가정집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냥 밥을 먹다가도 너 저번에 그건 무슨 일이었냐? 물어볼 수도 있는 일이지. 그런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런 작은 부분까지 모두 신경을 써야한다. 왜냐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니까. 작은 부분까지 모두 신경을 쓰지 못 한다면 더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이었다. 정연이는 나를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내 예상이 맞는다면 말이다. 만약에 내가 정연이를 조심하고 있고, 어느 정도 신경쓰고 있다고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나와 정은이에게 함께 물어보는 일은 없겠지. 내가 철저히 준비를 했다면 말을 맞췄을 거라 생각을 했을테니까. 그러니까 지금 정연이는 의심을 하고 있지 않다거나, 의심을 하더라도 내가 그렇게 철두철미한 성격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정연이는 이런 얕은 함정을 파고 있을때 정은이는 더 큰 함정을 파고 있었다. 이게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으나 이 셋의 관계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은 매우 약했다. 어쩌면 가장 큰 힘을 가지고 휘두를 수도 있었겠지만 나 스스로 그러기를 포기했다. 나는 나쁜 사람이 되기를 싫어하고 그저 주변에서 좋게 좋게 하기를 바라고 있었고, 내가 당사자이면서도 나는 주변인처럼 굴었었다.
오빠. 이번에는 야동을 보는 것보다 더 센 이야기를 했어요.
정은이가 말했다. 야동을 보는 것, 그거야 사실 별일은 아니었다. 그때 정은이와 정연이가 본 야동이 다른 야동과는 다른 느낌의 것들이기는 했으나 자매가 같이 야동을 봤다고 타락은 분명 아니었다.
응? 그럼 무슨 얘기를 했는데?
내가 물었다.
저번에 그 야동에 대한 이야기요.
정은이가 물었다. 그 야동은 확실히 이야기할 거리가 많이 있었다.
뭐라고 얘기했는데?
내가 말했다.
사실... 그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언니였어요.
정은이가 말했다.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은이가 먼저 시작을 한 것도 아니고 정연이가 먼저 말을 했다고?
응? 그래? 뭐라고 말을 했는데?
내가 물었다.
그때 그 동영상이 기억나냐고 하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기억이 난다고 했죠. 그랬더니 거기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정은이가 말했다.
그랬구나... 정연이 입장에서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었겠지.
내가 말했다.
그런 거 같더라고요. 물어보는게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저런게 자연스러운 일일까? 그러더라고요.
정은이가 말했다.
그거 미국 맞아?
내가 물었다.
사실 저도 영어 잘 못해서 몰라요. 근데 영어하고... 포르노 나오고 하면... 그냥 미국이라고 생각했겠죠.
정은이가 말했다.
하긴... 그건 별로 중요한 얘기가 아니지. 계속 얘기해봐.
내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죠. 글쎄... 잘 모르겠다고. 그런데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니까 저렇게 하는 거 아닐까 얘기했거든요. 오빠도 그 동영상 봐서 알잖아요. 몇십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지인 같은 사람들도 있었죠. 그리고 그게 시리즈물인데 대학교 친구들끼리 불러서 같이 그러기도 하고, 결혼하기 전의 예비신부도 있고, 심지어 그냥 이사간다고 이별선물로 그런걸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면 아주 비정상적인 건 아닌거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설명해줬죠.
정은이가 말했다.
그렇지. 나도 그 동영상을 봤는데 분명히 일반인이었어. 약간 피하는 사람도 있고 그랬으니까.
내가 말했다.
그랬더니 조금 흥미를 가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언니는 사랑과 전혀 별개의 섹스를 잘 생각하지 못한거죠. 언니의 첫경험 상대가 오빠죠?
정은이가 물었다.
응.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지.
내가 말했다.
언니도 예전에는 안 그랬지만 요즘은 그런거 좀 신경쓰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섹스 이런거요...
정은이가 말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세계의 섹스에 대해서 잘 모르지.
내가 말했다.
거기에 궁금한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저런 세계가 있구나... 신기하다... 지금은 이 정도겠죠.
정은이가 말했다.
지금이 그 정도다... 지금은 그 정도다... 그러면 그 다음도 있다는 거야?
내가 물었다.
그 다음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지금이 이 정도면 다음은 그 정도를 넘겠죠.
정은이가 말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다는 거지?
내가 물었다.
정연이언니는 지금... 자기가 옳은 건지에 대해서 헷갈리고 있어요.
정은이가 말했다. 나는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정연이를 변화시켰다. 정연이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도 오랄이 뭔지도 몰랐다. 그건 아주 아주 변태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그냥 한다. 지금 정연이에게 나한테 해주는 오랄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아주 자연스러운 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다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정연이가 이번에도 그런 변화를 보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연이는 변할 수 있다. 지금의 자기가 아주 작은 우물 안에 있었던 것이었고, 실제로는 다른 세계가 있고, 그게 정상적인 범주라고 생각이 든다면 변할 것이다. 섹스란 그냥 쾌감의 일부고, 아무하고나해도 상관이 없는 거라고 생각이 든다면 변할 수 있다.
물론 나는 그게 그렇게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연이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나는 확신을 내릴 수도 있다. 정연이는 분명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번에 그렇게 오랄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이번에 바뀜으로 인해서 나를 잃거나 할 수 있다면 절대로 바뀌지 않을 그런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