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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7 아내가 돌아왔다 (27/53)

00027  아내가 돌아왔다  =========================================================================

아... 아으... 좋아! 너무 좋아! 미칠 것 같아!

 정연이가 말했다. 그러니까 정연이가 말해버렸다. 소리를 낸 것이다. 처음에는 조용한 목소리였으나 너무도 순식간에 커다란 소리를 낸 것이다. 하지만 그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정연이는 이미 거의 절정에 다다른 상태였고, 나 역시도 거의 절정에 다다른 상태였다. 차라리 지금이라면 오히려 더 빠르게 절정으로 가서 저 신음을 없애는 게 나을 것이다. 나는 더욱 거세게 허리를 움직여댔다. 물론 점점 더 커다랗게 신음이 튀어나왔다.

 나는 그렇게 정연이의 안에 사정을 했다. 그제서야 정연이는 조금 진정이 된 듯 신음소리를 줄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소리를 정은이가 들었을 거다. 나로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 정은이는 나와 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소리를 들어야했다. 물론 그 전에도 가끔씩 이런 소리를 들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의 우리 사이는 전과는 달랐으니까.

 어... 오늘 너무 좋았어...

 정연이가 말했다. 나는 그런 정연이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좋았어? 그런 것 같더라...

 내가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그 정도였다.

 오늘은... 이상하게 더 흥분이 되더라... 자기 왜 이렇게 잘해?

 정연이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내 팔을 어루만졌다. 잘한다고 하는데 뭐라고 하나?

 그래? 좋았어? 자기도 오늘 잘 하더라고. 허리가 아주 살아움직이던데?

 내가 말했다. 정연이도 만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어주었다.

 그렇게 한바탕 관계를 가진 다음에 우리는 식사를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우리는 나와 정연이 단 둘이 아니다. 그러니까 정은이. 처제까지 함께 식사를 했다.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 역시 특별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묘한 기운이 흘렀다. 나는 어젯밤에 정은이와 관계를 맺었다. 제대로 된 관계는 아니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한거라고는 그저 넣은 것 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로 나와 정은이와의 관계는 단순한 처제와 형부의 사이를 넘어섰다.

 그리고 오늘은 정연이와 관계를 가졌다.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우리는 관계를 가졌고, 바로 옆에서 정은이가 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우리는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정은이는 기분이 조금은 상해있는 상태였다. 그럴 수 밖에 없을 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뭐라고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정연이가 정은이에게 물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눈치가 빠르다. 나 역시 정은이의 기분이 안 좋은 걸 알았는데 정연이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응? 일은 무슨 일... 그냥 밥맛이 조금 없네...

 정은이가 말했다. 기분이 안 좋더라도 티를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 뭐 가끔씩 밥맛이 안 좋을 수도 있지...

 내가 말했다.

 그런가? 아무 이유도 없이 밥맛이 안 좋고? 뭐 다른 거 먹었어?

 정연이가 정은이에게 물었다.

 아니... 그냥... 잠을 좀 설쳐서 그런가?

 정은이가 말했다.

 잠을 설쳤어? 지금이 몇신데... 졸려?

 정연이가 말했다.

 응... 조금 졸린 것 같네...

 정은이가 말했다.

 에유... 그럼 조금만 먹고 들어가서 자던지 해.

 정연이가 말했다. 정은이는 이미 그렇게 말을 했기 때문에 정연이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식탁에서도 정은이는 금방 사라졌다. 나는 그런 정은이의 뒷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정은이가 밥맛이 없네... 남자친구랑 싸우기라도 했나?

 정연이가 말했다. 정연이의 말은 정은이가 듣기에 충분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남자친구랑 싸우기도 하는 거잖아. 뭐... 안 싸웠을 수도 있는 거고...

 내가 말했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그렇게 잘 안 될 것 같으면 헤어지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정연이가 말했다.

 에이, 싸웠는지 안 싸웠는지도 모르잖아.

 내가 말했다.

 아니, 싸웠거나 안 싸웠거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만약에 힘들다면 말이야. 지금 힘들고, 만약에 앞으로도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러면 헤어지는 게 맞지. 그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

 정연이가 말했다. 지금의 우리 상황과 딱 맞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와 정은이는 지금 힘들다. 그리고 앞으로도 힘들 예정이다.

 그런가...

 내가 말했다.

 응. 그렇다니까. 사람을 만난다는게 좋으려고 만나는 거잖아. 물론 사람을 만날 때 어떻게 계속 한결같이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냐만... 그래도 한결같이 안 좋은 일만 있을 걸 알면서 만나는 건 아니지...

 정연이가 말했다.

 그래... 그렇지... 근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꼭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아니니까...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그걸 알려줘야 한다니까...

 정연이가 말했다.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나는 더 고민이 많아졌다. 정은이를 어떻게 해야한다... 차라리 관계를 가지지 말걸 그랬다. 그랬다면 그냥 어떻게 밀어낼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나는 처제의 처녀성을 깼다. 그건 큰 일이다. 그건 영원히 가는 일이다. 남자가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하지만, 첫사랑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없다. 당신의 첫번째 상대를 생각해봐라. 생각이 안 나나? 차라리 첫사랑은 애매하다. 누가 첫사랑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돌이켜보면 그게 첫사랑이었군... 할 수도 있는일이고 첫사랑이라고 생각했다가도 에이, 그건 사랑이 아니지...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첫관계는 보다 명확하다. 그런데 내가... 내가... 처제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래... 당신 말이 맞다.

 내가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여기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기 싫었다. 그리고 나는 정연이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저 말이 맞다... 그건 분명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내가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까의 내 말처럼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혹시나 무슨 문제 있으면 오빠가 한번 알아봐요. 쟤는 나보다 오빠랑 더 친한 것 같아.

 정연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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