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늙어 가면 세월도 빨리 간다 했는가...
하루가 천리 같은 세월이 이젠 하루가 여삼추인 것 같다.
오늘은 비가내리고 있었다.
메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움츠려 겨울 동면 잠을 자던 삼라만상을 긴 잠에서 깨어나 생기발랄하게 기동을 하라고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도시번화가의 빌딩 숲에도 그리고 산이고 들이고 바다에서 그리운 봄을 가만가만 속삭이며 부르듯이 비가내리고 있다.
가 늘은 봄비의 줄기 줄기가 대지의 흙을 어루만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를 어루만진다.
얼마나 기다렸던 비인가,
삭풍이 몰아치고 흰 눈이 휘날렸던 지난날의 설한풍이 그렇게도 지루했던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지각을 덮어쓰고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고대했으며 앙상한 나뭇가지 또한 두터 운 껍질을 추위막이로 떨며 단비 내리기를 얼마나 기다렸는가.............
그런 비가 내리고 있다.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고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낼 봄비가 내린다.
봄비는 새벽부터 내리더니 지금 어두운 밤인데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차돌 이는 거실 창문을 통하여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듯 차돌이도 늙어가고 있었다.
[여보, 이제 가도 될 시간이야.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선영이가 차돌이 곁으로 다가오며 조용조용히 말을 건넨다.
어디를 가자는 것일까.
이 늦은 시간에 무슨 볼일이 있단 말인가.
선영 이는 옷을 정갈하게 입고 있었고 연한 화장으로 얼굴을 다듬은 듯 청초하게 보일만큼 수수해있었다.
[그래, 누나 가야지.........]
차돌 이는 서글픈 미소를 누나에게 보내주며 발걸음을 옮겨 안방으로 향한다.
그의 뒤를 따르는 선영이었고 주위엔 한 결 같이 어두운 얼굴을 한 차돌이의 내자들이 그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른 말도 없었다.
잠시 후 차돌이가 방안에서 나온다.
좀체 입지 않던 양복으로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양복이 이상했다.
검은 양복에 넥타이마저 검다.
그렇다, 차돌 이는 지금 문상을 가기위해 집을 나서려 하는 것이다.
누구의 문상인데 이렇게 늦은 시간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시간을 택한단 말인가......
차돌 이는 주위의 내자들에게 갖다 오마고 낮게 소리하고는 밖으로 나온다.
그런 차돌 이를 대동하고 나서는 사람은 선영이었다.
차돌이가 밖에 나가자 젊은 청년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고는 앞에 대기시켜놓은 차의 뒷문을 열며 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차돌 이와 선영이가 타자 재빠른 동작으로 문을 닫으며 운전석으로 오더니 이미 시동이 걸려있는 차를 몰고는 집을 빠져 나간다.
집을 나서고 차가 한참이나 어디론 가를 달렸을까 차돌이의 울적하고 메마른 음성이 자그맣게 흘러나온다.
[참, 세상 빠르고 인생무상이야.........
장모님도 작년에 가고 도 희마저 가더니 이젠 친구마저 가는구나........
언젠가는 나도 가야할 곳이지만 인생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닌 서글픔에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처럼 삭막하게 그리고 처량하게 세상을 한탄한다.
[어쩌겠니..그리고 보니 우리도 참 많이 늙었다.
소영이도...제니도 그리고 장남인 석이도 짝을 맞이했으니..........
이젠 살아보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맞아들이러 살고 있는 것 일게야.....]
선영이도 문뜩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내 나이가 내일모래면 육십이다.
수많은 인고의 세월을 참아내고 그 속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왔지만 이젠 지는 해고 몸은 볼품없이 찌그러지고 있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없을 수가 없었다.
운명의 신이 항상 젊은 모습으로 남겨둘 리가 있겠는가, 사람의 운명은 결코 영원하라고 미소 짓지 않는다.
누구나 가는 인생의 말로를 무엇으로 막으리....
[그런가봐, 누나.....난 천년만년 살줄 알았는데........
세상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대로 놓아두지를 않으니.........]
차돌 이는 차창 밖을 본다.
아직도 봄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마치 자기의 서글픈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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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하얀 건물로 들어서고 그리고 넓은 주차장에 멈춘다.
예의 청년이 내려 차문을 열고 두 사람은 천천히 차에서 나온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목적지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XX대학병원 장례 식장이었다.
차돌 이는 장례식장 건물에 들어서고 곧바로 화환 속에 덮인 빈소로 향한다.
장례식장주위엔 세상의 유명 인사들의 화환이 끝이 없이 늘려있었고 건물 안에도 조화와 기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고인이 워낙 유명한 분이셨고 존경받는 분이라 누구나 할 것 없이 가는 길을 환하게 그리고 기쁘게 가시도록 수많은 꽃을 보내온 것이었다.
식장 안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별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차돌이가 이 시간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지만.......차돌 이는 장대찬의 지위가 있는 빈소 앞에서 선영 이와 함께 향을 뿌리고 그리고 한동안 머리를 숙여 묵례를 올리다가 큰절을 한다.
장 대찬, 그 사람은 기독교를 믿었지만 차돌 이는 자기가 믿고 있는 신앙이 불교인지라 자기식대로 빈소에 큰절을 한 것이다.
두 번을 절하고 고인의 처자식과 다시 맞절을 한다.
상주들 역시 기독교인이라 절을 하지 않는데 차돌 이에게는 같은 모습으로 절을 하며 문상객을 맞는다.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형수.............
진정 날 두고 이렇게 급작하게 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평소 잘 모시지 못한 내 죄가 큰지라 어찌 용서를 빌어야할지..............]
차돌이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그 음성에 진한 슬픔과 괴로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언니, 정말 무어라 위로를 드려야할지..............]
선영 이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그만 두 눈에 눈물을 담고는 쏟아내고 만다.
[무슨 말씀을..그분의 운명이 여기까지인지라..어찌 아주버님 탓이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너무나 감사해요.
그분도 아마 기뻐하실 거 에요............흑...흑...........]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노 할머니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더니 종내에는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아마 진한 슬픔이 인내를 부셔버리고 종내 참으며 눈물을 속으로 감춘 것이 끝내 몸 밖으로 토출하고 만 것이다.
[형수, 진정하세요.
이제 이놈이 친구를 대신해서 형수를 모실 테니 그만 슬픔을 거두세요.]
차돌 이는 장대찬의 처인 노부인을 달랜다.
그리고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초로의 신사를 향한다.
[어디로 모시려고 하는가.....]
차돌 이는 대찬의 장지를 묻는다.
[아버님께서는 평소 화장하기를 유언하셨는데.....그렇게 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나라에서 국가 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의결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장지는
국립공원에 묻힐 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화장해서 당신이 태어나고 자라던 곳에 뿌려 달라 했지만 그 유언을 받들지
못하게 되어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부님..........]
대찬의 아들이 얼마나 울었는지 목이 쉰 소리로 겨우 말을 한다.
부친을 잃은 아들이 아닌가.
어찌 슬프지 않겠으며 눈물이 마르겠는가,
생전에 부족함이 없이 모셨겠지만 그래도 돌아가시면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에 상처받고 괴로워지는 게 자식인 것을...
[그럴 거야. 아버님은 국가 최고수반을 지냈던 분이야......
친구는 죽어도 이 나라의 보물이니 어찌 국가에서 신경 쓰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도록 하게........]
차돌 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혹시 다른 사람이 문상 와서 자기들이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그 자리를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차돌 이는 노부인이 안내하는 밀실로 들어간다.
지금 노부인이 차돌 이를 대하는 정도를 보면 얼마나 대찬이가 차돌 이를 좋아했으며 차돌이 또 한 믿음과 의리로 친구를 대했기에 그걸 아는 대찬의 처가 누구보다도 차돌 이를 아끼고 극진히 대하는 것이다.
밀실에 앉아 있으니 노부인이 직접 녹차를 가지고 와서 두 사람에게 내민다.
[미안해요, 아주버님......
세상의 이목을 두려워하시는 아주버님이라 공개석상에서 예를 다하지 못했어요.
용서하세요.
그리고 진정 두 분이 여길 찾아주어 무엇보다 위로가 돼요............]
노부인이 고개를 숙이고 정성을 다하지 못한 자기를 사과한다.
나이가 한참이나 많은 친구의 처다.
이미 90이 넘은 걸로 알고 있다.
친구보다 2살이 많다고 했으니 91살인 셈이다.
그런 할머니가 다되어버린 친구의 처가 자식뻘인 차돌 이를 아주버님이라 높이 부르는 것을 보면 평소 대찬이가 차돌 이를 어떻게 대했으며 집안의 사람들에게도 깍듯이 모시도록 엄명을 내렸는지 알 것도 같다.
그리고 그렇게 부르고 대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하고 대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익숙해있는 말과 행동이었다.
그랬다 대찬이가 살아있을 때에는 한번은 대찬의 집에서 한번은 차돌이 집에서 부부 동반하여 즐겁게 놀았고 심지어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을 세운적도 많았으니 어찌 그 정이 남다르겠는가.
물론 차돌이의 내자로는 선영이가 나섰고 차돌 이는 선영 이와의 관계를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놀라고 어이없어하던 대찬의 처도 차츰 둘을 만나고 둘은 혈육이지만 그보다 더한 사랑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을 보고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리고 선영 이와도 차돌 이와 대찬 이처럼 친구로 지내기로 했던 것이다.
실로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근 30년을 넘게 해왔으니 정분이 남다르지 않겠는가.....노부인은 차돌이 내외를 보며 감사했고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자기를 보고는 슬픔에 잠겨 그만 눈물을 또다시 흘리고 만다.
[형수, 인생무상이라 했어요.
형수도 그리고 우리도, 이제 얼마 안 있음 모두 가야해......
너무 슬픔에 젖어 몸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어선 안 돼요.....
그건 그 친구도 바라는 일이 아닐 테고.........그리고 일어나서 빈소에 가 봐요.
그 친구는 세상이 남긴 사람이야.
상주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두는 실례를 해선 안 돼요.
난 친구가 출상하는 날 장지에서 먼발치에서나마 지켜볼게요...
그것밖에 할 수없는 절 용서하시오, 형수.....]
차돌 이는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도 전면에 나설 수 없는 것이 무척이나 애통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이 사람과 자기가 친구라고는 가족 말고는 세상 몇 사람뿐이고 그 사람들도 함구하고 있는 사실인데 이 나라의 유명 인사들이 참석하는 그런 자리에 낯선 사람이 낄 수 있다는 게 주목을 받는 일이고 차돌 이는 그런 걸 싫어했고 또한 그렇게 함으로 세상 사람들의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알아요, 전 아주버님의 마음을 아는걸요......
지금 아주버님 마음속으로는 우리 이상으로 슬퍼하고 있다는 걸........]
노부인은 처연하게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차돌 이를 위로한다.
노부인은 차돌이의 행동만 봐도 고인에게 최선을 다한다는걸 안다.
세상의 이목이 두려워 어쩔 수 없지만 이 시간이 지나 자유로워지면 누구보다 자기들을 찾아 위로하고 남은 인생을 즐겁게 같이 해줄 사람이란 것을.....
[이해해주니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이젠 빈소로 가보세요.
문상객이 이 시간에도 오는걸 보았어요.
너무 오래 비워두면 남들이 수근 거려요.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우린 조금 앉아 있다가 말없이 그냥 갈 테니.....]
차돌 이는 노부인을 쫒아낸다.
쫒아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상객을 맞으라는 이야기다.
국민이 모두 슬퍼하고 있는 초상인데 행여 소홀함이 없이 하라는 배려에서였다.
[아주버님, 그럴게요......그리고 선영아, 나중에 보자......오늘 고마워.]
노부인도 그걸 아는지 두말없이 일어난다.
그리고 차돌 이와 선영 이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언니, 며칠 안으로 우리 가족 모두랑 갈게.....
언니가 알고 싶어 했잖아. 몇 명인지......그날 한번 세어봐.......그리고 힘내, 언니......]
선영 이는 다른 날 찾아뵙겠다고 노부인에게 인사한다.
친구처럼 대해도 그녀는 상주고 평생을 같이한 부군을 잃은 자리다.
항상 농담하고 웃기를 좋아하는 언니이지만 오늘은 그렇게 대하기도 어렵다.
그냥 짓눌린 것 같은 억압과 숙연함이 만연한 이런 분위기에서 빨리 헤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이곳은 장례 식장이었고 하나같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사람을 대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곳 역시 사람이 살면서 겪는 자리가 아닌가,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선영이의 밝고 맑은 농담 같은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선영이의 성격 때문이리라.......
[차돌아, 참 인생 허무하다.
너도 나도 저리 될 날이 머지않았겠지...]
선영 이는 노부인이 나가고 둘 만 있는 자리에서 차돌 이에게 자신의 심경을 피력한다.
너무나 허무했다.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리면 뭘 하나... 이 세상 떠나면 한줌 흙으로 변하는 게 사람인데...
인간이 기계가 아닌 법이다.
그러나 그런 기계도 아무리 기름 치고 닦고 조여도 세월가면 마모되고 쓸모없이 변하는데 하물며 사람이야....지치게 마련이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내쳐지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그러게, 누나.
인생 참 빨리도 간다.]
차돌이도 같은 심정이었다.
달리 다른 말도 생각나지 않았고 말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사람들은 아직 오지도 않은 날들을 무척이나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했다.
예를 들어 사람들 누구나 비오는 날 벼락을 무서워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런 벼락에 맞아죽는 사람이 과연 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실제로 1년 동안에 벼락에 맞아죽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만큼 확률이 낮은 일에도 두려워하는 것이 사람이다.
물론 그런 드문 경우가 나에게 오지마라는 법은 없지만 작은 확률에 매달려 너무 겁을 먹고 무서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누나도 이제 세상을 등지는 게 무서운 모양이다.
허긴 지금껏 살아오며 여자로서 당당하게 살지도 못한 인생이 아닌가,
모든 게 자기로 인해 빚어진 짓궂은 비극이지만......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의 허무함에 진저리를 치는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는 그저 녹차 잔을 만지작거리며 짙은 슬픔에 잠긴다.
[우리도 나중 이렇게 되겠지.
분명히 말하지만 난 네가 죽으면 그날 나도 세상에 없는 날이 될 거야.
살아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고 있다 해도 그건 너만큼 의미가 없을 테니...
이건 평생을 지녀온 나와의 약속이고 아무도 깨트릴 수없는 진실이야.
그래서인지 몰라도 난 이런 엄숙하고 슬픈 분위기는 어쩐지 싫어.
재미있게 즐겁게 살아도 모자라는 세월인데.......
하늘은 그렇게만 살도록 두지를 않는가봐......]
선영 이는 혼자 뇌까리듯이 중얼거린다.
슬프고 통곡하리만큼 슬픈데도 마음대로 할 수없는 갑갑한 오늘 여기 분위기가 싫었다.
묵직하고 억압된 이곳의 분위기가 질식하리만큼 답답하고 싫은 것이다.
언젠가는 자기도 이런 경우를........ 아니 이미 여러 번 겪었지만 한 결 같이 괴롭고 슬펐다.
그냥 이러지 말았으면 이렇게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배웅해줄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하면서도 쏟아지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제가면 두 번 다시는 못 보는 얼굴인데 허무감이, 그리고 배신감 같은 것이 나도 저렇게 가면 정다운 사람을 볼 수 없으리라,
그런 아픔도 눈물을 솟구치게 하는데 일조를 한 것도 사실이었다.
선영 이는 옛날에 맹세한바 있었다.
차돌이가 죽으면 따라죽으리라고.
가는 사람 혼자가게 하지 않으리라고
남아서 긴긴날 보고픔에 괴로워하지 않겠노라고...
많은 밤 혼자 그리워서 눈물짓지 않으리라고.......
선영이의 눈엔 또 다시 찰랑찰랑 눈물이 배여 넘쳐흐르고 있었다.
[누나, 잘 생각 해....
허긴 나도, 누나 가면 바로 뒤따라 갈 것인데....에이. 재미없다...그만 가자...........]
차돌이가 일어선다.
그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도 그와 함께한 지난날을 생각하고 그리워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선영이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일어나 옷차림을 정돈하곤 차돌 이를 따라 밖으로 나간다.
아직도 내리는 보슬비를 맞으며 사람들을 지나 차돌이가 차에 오른다.
그리고 차가 출발하려할 때 누군가가 뛰어와 차돌 이에게 인사를 한다.
차돌이가 창문을 내리고 인사하는 사람을 본다.
[대부님, 미쳐 마중인사를 드리지 못할 뻔 했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대찬의 아들 상호였다.
문상객을 접대하다가 차돌이가 나가는 것을 보고 뛰어나온 것이었다.
아들은 평소 선친이 그토록 좋아하고 존경하던 친구분이였고 자식에게도 나이와는 상관없이 대부라 칭하게 하지 않았는가.
아버님을 통하여 대부가 이 나라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사람임을 듣고 알고 있었다.
그런 분이 오셨는지라 문상객을 맞으면서도 혹시나 하여 신경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부가 말없이 가는 것을 보고 그는 뛰어나와 작별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힘을 내시게......오늘 지나 내 한번 찾아가기로 했는데 괜찮겠지.]
차돌 이는 그에게 위로를 전하고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세상이 모르는 둘의 관계였고 자기나 그가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아 할 말을 자제한 것을
다른 기회를 만들어 마음껏 토설하고 싶었다.
마음에 쌓인 슬픔을 참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를 말입니까, 항상 대부님에겐 대문이 활짝 열려있는 곳입니다.
언제든 오셔서 어머님과 이야기도 하시고 우리들의 응석도 받아 주셔야죠.]
상호는 정색한다.
비록 나이는 비슷할지 몰라도 그는 아버님의 둘도 없는 친구임을 알고 있다.
그 역시 차돌 이를 존경했기에 그가 이토록 정중하게 자기를 대하자 몸 둘 바를 몰랐다.
[고맙네...그렇게 하지, 그럼..........]
차돌 이는 그렇게 말하고 창문을 올린다.
[안녕히 가십시오.]
상호는 차돌 이를 향하여 극진히 인사를 한다.
그리고 떠나는 차돌 이를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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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병원을 벗어나고 번화가를 한참이나 달려 호젓한 시 외곽 길로 들어선다.
[이보게, 어디 막걸리 파는 곳이 없겠나, 너무 늦은 시간이라 좀 그렇지..........]
차돌이가 운전기사를 향해 막걸리 파는 곳이 없겠느냐고 묻는다.
[있습니다, 요즘은 시간도 없습니다.
대장님이 잡수시고 가시려는지 아님........]
기사는 지금 시간에도 그런 곳이 있다고 말한다.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고 잡수실 데가 있으니 먹고 갈 건지 아니면 가지고 갈 건지 묻는 것이다.
[허허허, 그런가.
사가지고 가세나...어때, 조금 많이 구입할 수 있겠지.]
[그럼요, 대장님 염려놓으십시오.
가는 길에 그런 곳이 여러 곳 있습니다.]
기사는 의기양양했다.
마치 모처럼 대장을 위하여 뭔가 하나한 것처럼 큰소리로 밝게 대답한다.
그러면서도 차는 보슬비를 뚫고 빠르게 앞을 향해 달린다.
차돌 이는 막걸리를 제법 많이 마셨는데도 취기가 오르지 않는다.
지난 세월을 추억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어떤 추억은 그를 한동안 고뇌에 빠뜨리기도 하며 어떤 것은 그의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게도 한다.
너무도 많은 추억들이 그의 뇌리에서 회전하며 더듬거리게도 하고 울부짖게도 하며 떠오르게 하여 그 추억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늦은 가을 단풍잎이 빨갛게 물드는 것은 마지막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끝맺으려는 자연의 뜻이다.
하루를 마감하는 노을도 그러하고....
나도 그렇게 얼마 후면 한 줌의 재가 되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리니...
그는 얼굴을 뒤로 젖이며 눈을 감는다.
그의 이런 내버려진 얼굴에 주는 고통스런 표정과 환한 모습을 재어보고 세워보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늦은 시간에 술을 먹는 일이 좀체 없었던 차돌이가 말없이 멀건 막걸리를 사발에 부어 마시는 것을 그의 여자들은 지켜보아야 했다.
모두는 한 결 같이 우려의 눈빛을 차돌 이에게 보내고 있었다.
친구의 죽음이 아마 차돌 이를 슬프게 하여 그 슬픔을 억제하기 위해서라 여기고 술을 먹는 모습이 안타까운 것이다.
지금 나이가 몇인데.....저러다가 몸이라도 상한다면.....뭐라 한마디 했으면. 누구라도 저이를 그만 마시라고 해 주었으면.그런 마음들이었지만 아무도 나서는 이는 없었다.
차돌 이는 그런 주위의 눈빛을 읽었다.
[알았소, 허허. 그만 마시리다...............]
차돌이가 마지막 잔에 반쯤 남은 술을 훌쩍 마시고는 입가를 훔치며 하는 말이다.
자기로 인해 여러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았다.
지금의 내가 있음은 지금 나의 곁을 지켜주는 여자들이 있었고 그런 고마운 눈빛이 그를 더 이상 그곳에 안주하지 못하게 했다.
[진작 그랬어야했어. 오빠.........]
선주였다.
그래도 제일 나이가 어려서인지 감정을 나타내는 속도도 빠르다.
[동생, 아직도 오빠야.......
넌 참 몹쓸 아이다, 한 번 더 오빠라 그러면 정말 용서 안한다.
이거 원, 아이들 보기가 민망해서........]
선영이가 소리를 높여 선주를 호되게 야단친다.
나이가 몇인데, 남편을 오빠라 하는 것이 커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민망하기도 했다.
몇 번이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가끔씩 튀어나오는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려는 말이다.
[어마....형님..또 실수를.........
정말이지,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게요, 용서해 주세요.......]
선주는 바로 선영 이에게 머리를 숙이고 용서를 빈다.
이집에서 선영 이는 차돌 이와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제일 큰 형님이시다.
어찌 저분의 명을 어기고도 여기서 견딜 수가 있단 말인가.....
선주는 안절부절 못한다
[허허허. 그만합시다. 누나도 오늘은 용서해주시구려......
호칭이 무어 그리 중요하다고..........죽으면 모두가 잊혀 지는데........
난 들어가야겠소, 어째 잠이나 오려나..........]
차돌이가 일어서며 선영 이에게 오늘은 그냥 묵과하라고 타이른다.
자기의 허무하고 허전한 마음을 보이며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한 것이다.
...................................
차돌이가 아방궁 침대에 누워있다.
천장을 보며 눈을 말똥거리며 무얼 생각하는지 입가를 히죽거리며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기주위로 허연 살덩이가 여럿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본다.
하나같이 풍만하고 넉넉한 몸짓이다.
차돌 이는 그 살덩이의 주인을 살펴보더니 몇 개의 살덩이가 빠진 것을 알아챈다...
[어, 누나도, 그리고 일화, 지란, 순덕이도 없네............]
[호호호...형님과 아우는 오늘 자기들끼리 있고 싶다했어요.
당신이 보고 싶다면 불러올게요.]
미지였다.
그녀도 많이 늙었다.
긴 머리는 어디로 가고 없고 짧은 파마머리로 변신을 하고 있었다.
어디 머리뿐인가. 날씬한 곡선을 자랑하던 몸매는 어느 듯 살이 찌고 펑퍼짐하게 변하지 않았는가.
허나 아직도 변한 게 없는 것이 있었으니 다리사이 숲만은 더욱 길고 진하며 울창하게 우거진 것과 광대한 범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미지만이 아니었다.
제일 어린 선주도 그랬고 무랑이, 양양, 현영이, 윤지, 수경이도 그리고 수경이 동생 희경이도, 그 옛날 최고의 몸매를 자랑하던 한별이도 모두가 중년이 되었고 얼마 후면 노년으로 접어들 나이로 왔으니 어찌 예전 그대로이기를 바랄 수 있으며 그렇게 간직할 수가 있으리.. 세월의 무상함을 여기서 또 한 번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모두가 잃는 것은 아니다.
정숙하고 고결한 품위를 얻었으며 무엇보다 과감하고 진한 섹스를 과감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받아주고 심지어는 스스로가 격렬한 섹스를 원하며 자청하기도 했으니 잃는 것이 있으면 생기는 것도 있는 것이 또한 인간인 것이니 세상사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아침이오면 저녁이오고 밤이 지나면 새벽은 오는 것이 세상살이가 아니던가.....
차돌 이는 누구에게 행한 것도 아닌 모두를 향해 두 팔을 벌린다.
작은 팔 안에 모두를 안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모두를 포용하겠다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여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차돌 이에게 안기기도 하고 옆에 누워 신체를 건드려 장난치기도 한다.
다시 그 옛날 진한 사랑을 연출하려는 시작을 알리는 동작들이었다.
아마 자신의 울적한 심사를 이렇게라도 달래줄 심산임을 알았다.
차돌 이는 한 여성의 몸을 타고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희경이, 당신도 나 때문에 한 많은 삶을 사는구려.
진정 미안하오.]
차돌 이는 아직도 날씬하고 갸름한 동년배의 우아한 여성을 위에서 누르며 머릿결을 다듬어주며 깊고 깊은 여인의 눈과 마주하고 있었다.
[뭘요, 당신을 만난 것이 내 일생일대의 행복이에요.
세상이 원하는 것을 못했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의 모든 것.
그리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요.]
희경은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차돌 이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로 대답해준다.
면사포를 쓰지 않은 것이 무슨 대수냐, 그런 걸 쓰고 세상이 바라는 그런 결혼을 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 다라고 말해준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당신의 사랑을 받는 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말한다.
희경이가 누구인가.
대XX그룹의 막내딸이자 도 희의 딸이 아닌가. 수경의 동생이며 성호제약의 부사장이 아닌가........
이상하게 만났고 어찌하여 차돌 이를 눈에 두게 되었고 어쩜 아버지의 반 강요에 의해 몸까지 바쳤지만 지금 그 모든 것이 자기의 행복으로 이어준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엔 무서운 세상이 야속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모진 세상 배반감에 죽을 결심도 하였으나. 참고 견디다보니 그것이 죽도록 사랑하는 마음의 계기가 된 것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섹스는 견디기 힘든 모멸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없이 행하게 되었고 나중엔 중독이 되어 자기도 모르게 어머니의 깊은 속살에 장난감을 넣기도 하고 손까지 침범하는 변태 같은 행위로 천고의 없는 죄를 짓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는가. 죄인 줄 알면서도 한사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 몸부림치며 잊고자 더욱더 발광하듯 행해온 자신의 더러운 모멸과 범죄를 저지르게 한 그 얼굴이 눈앞에 있으나 희경은 온통 사랑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를 위해 한 것이 너무나 잘한 짓이라고 생각마저 들고 있으니 차돌이의 매력은 나이가 들어도 식지를 않는 모양이다.
지금도 언니가 자기의 손을 잡고 있으며 자기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는가..
이 밤 제일먼저 선택받았다는 것이 얼마나 희경을 황홀로 모는지 몰랐다.
그저 그의 품안에서 노리개가 되어도 떨어지고 싶지가 않다.
[당신은 바보요........]
차돌 이는 희경의 귓전에 낮게 속삭여주고는 아직도 앵두 같은 희경의 붉은 입술에 입술을 얹힌다.
나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 여인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데.......
희경은 두 손으로 그런 그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안는다.
절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행동이다.
이것이 시발점인가, 주위의 여러 손들이 자기 몸을 찾아 더듬고 온다.
그 손들은 부러운 듯 자기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자기를 점점 황홀경으로 몰고 있다.
희경은 차돌이 다리 옆으로 내려뜨린 두 다리가 더욱 벌어지며 높이 튕겨 올라감을 느낀다.
두 다리는 차돌이의 허리를 지나고 머리를 지나 자기 얼굴 옆으로까지 치켜 올라온다.
엉덩이가 하늘로 붕 뜨는 느낌이 든다.
희경은 그런 자세로 차돌 이와 키스를 하면서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
많이도 해온 자세다.
그리고 오늘은 언니들이 나를 괴롭히고 싶은 모양이다.
수치스런 자세임에도 그녀를 희롱하며 괴롭히는 손길들이 그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것이 언니들의 시기와 질투가 아님을 알기에 그녀는 다가올 고통을 맞을 채비를 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미 흥건하게 젖은 다리사이 골짜기에 여러 개의 손이 오고 손가락이 골을 타고 움직인다.
동굴에서 흘러나온 찐득한 액이 자기의 국화꽃 항문에 가득 칠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어 묵직한 살덩이가 그곳을 노크하고 조금씩 밀려들어온다.
희경은 항상 이럴 때에는 비명을 지른다.
너무나 당연한 아픈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고통은 길지 않았지만 참을 수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입은 차돌 이에 의해 점령되어있고 온몸의 사지는 여러 손들에 의해 구속되어있다.
이것은 나만 당하는 고통이 아니고 나에게만 행해지는 아픔이 아니었다.
이 아픔 뒤에 찾아올 무한한 쾌락과 환희를 위해 모두가 참는 고통인 것이다.
조금씩 항문으로 밀려들어오는 커다란 살덩이가 모든 포위망을 단숨에 제치고 창자까지 침범해온다.
희경 이는 세차게 도리질을 하고는 차돌이의 입술에서 멀어진다.
[엄마야. 언니. 너무 아파..............아................]
그러나 살덩이는 이미 깊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꾸물대고 있었다.
사지를 억압하던 손들이 느슨해진다.
그러나 희경은 올린 발을 내리지도 못하고 자기 손으로 두발을 잡고 만다.
내리고 오 무 릴 수록 고통은 더하였고 힘인 배가된다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였던 것이다.
차돌이가 상체를 세운다.
그가 상체를 세운다는 것은 움직이겠다는 신호이고 그것은 다른 여자들에게 자기와 그녀의 남은 성감대와 삽입할 모든 것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희경은 고통 속에서 미소를 떠올린다.
아. 오늘 나는 또다시 정처 없는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게 되는구나.........
그것이 슬프지도 않았고 기다려온 일이기에 힘들어 잡은 자세에 그리고 찡그린 얼굴이 점점 밝게 펴지는 것이다.
이분이 원하는 그 무슨 변태행위든 그것은 어떤 여자라도 피해갈수 없는 밤의 행사이다.
숨어서 하기보다는 세상에 드러내놓고 하기 원하는 이분의 섹스행태인 것이다.
그것이 더러운 변태놀음이라도 지금은 너무나 기대대고 흥분되며 기다려진다.
오늘은 무얼 가지고 어떻게 나를 위해모두가 할 것인가.......그리고 이분이 끝나기 전에 나는 이성을 잃고 먼 나라에 가있을 것이다.
이분이 사정하는 그 순간에 어쩌면 나는 깨어나서 다른 누군가가 나의 지금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희경은 온몸에서 차올라오는 쾌락과 황홀을 느낀다.
[아. 마구 다뤄줘요...내 몸이 부서지도록 다뤄주세요.
언니들, 제발 부탁해요. 여보, 어서 당신도 날 짓이겨주세요.]
부르짖음이 끝나기도 전에 항문에 박혀있던 살덩이가 점점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정작 들어가 있어야 할 동굴엔 지금 부드러운 손이 있어 간질이고 있었다.
그 빈곳에 잠시 후 무언가가 채워지고 나면 난 얼마 견디지 못하고 먼 곳으로 갈 것이다.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묵직하고 움직이는 이물질이 그곳에 온 것 같더니 천천히 빈 구멍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얇은 살막사이로 엄청난 두 개의 물건이 움직이고 있다.
아프고 고통도 있지만 쾌락은 더했다.
그녀는 서서히 미칠 것 같은 황홀감에 빠져든다.
[아....너무 좋아........아 학....더 세게...더....더...]
희경은 부르짖는다.
평상시 행동으로는 상상도 못할 행위와 소리가 희경의 입에서 토해 나오며 더한 갈구를 부르짖고 있었다.
모두는 희경의 외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준다.
부드러운 진동이 클리토리스를 건드리며 마구 떨어대고 있다.
그리고 한 개의 막대기와 한 개의 살덩이가 끊임없이 자기의 보지와 항문을 왕래하고 있다.
희경은 마구 고개를 젓는다.
[아악,,,,,,,,,아 항,,,,,,,,,,가요.............아......]
희경은 까 무라 치고 있었다.
이젠 더는 견딜 수 없어 몸부림을 친다.
그러나 그녀에게 달라붙은 그들의 움직임은 용서가 없었다.
희경 이는 자신이 정신을 잃어야 이 모든 것이 사라짐을 안다.
그러나 아직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커다란 물결 속에 밀려온 쾌락과 환희를 맘껏 소유하고 싶었다.
그녀는 결국 그것을 원대로 소유하고 가슴에 가둔다.
그리고 너무나 벅찬 감동으로 서서히 정신을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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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차돌 이는 거의 광적이었다.
[크크..다음엔 누굴 죽여 볼까?]
친구의 죽음이 차돌이의 마음한구석을 자극했던 것인지 그는 오늘따라 집착이 강했다.
그는 희경 이에게서 떨어지고 다음 목표물을 찾아서 눈을 굴린다.
무엇을 생각해서인가 그는 수경 이를 다음 목표로 정했다.
자매를 농락하여 자기의 마음속에 담긴 고충을 잊으려고 하는가. 두 눈은 시퍼래 있고
살기마저 감돈다.
차돌 이는 바로 눕는다.
그리고 수경 이를 잡아 자기의 몸에 올린다.
그것도 자기를 향하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보게 하며 자기위로 태운다.
수경인 얼굴을 붉힌다.
그 동작은 자기도 알고 있다.
사랑하는 님 이 뭔가 괴롭거나 기쁘면 돌파구를 찾는 것이 이상한 행위였고 정상적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몸은 이미 차돌 이에게 길이 들어 있는 몸이다.
조금도 망설이거나 부끄러워할 것이 없었다.
수경인 엉덩이를 치켜들고 동생이 당한 것처럼 국화꽃 입구에 뜨거운 살 뭉치를 대고 주위를 둘러보며 도움을 요청하듯 살며시 웃는다.
수경의 기대는 그대로 이루어진다.
모두가 수경의 눈을 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덤벼든다.
수경인 힘을 쓸 것도 없었다.
다가오는 고통과 환희만 느끼면 될 것이다.
이윽고 뜨거운 살 뭉치가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위의 도움으로 아프게 파고든다.
[아...아.......아파..........]
수경인 입을 크게 벌린다.
그러나 아픔도 잠깐이다.
뜨거운 살덩이는 어느새 창자를 헤집듯이 깊이 파고들어와 꿈틀거린다.
또다시 광란은 시작된다.
수경인 조금 전 동생이 당한 것과 같이 항문으로 그리고 가랑이 사이 보지로 또 다른 물질을 느끼면서 점점 취해간다....
[미쳐. 너무 좋아...아..더.....조금 더 빨리......]
동생과 별반 틀리 지 않는 호소가 찡그린 입술사이로 터져 나온다.
수경인 지금 자기가 무어라 신음하고 지껄이는지 모른다.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느끼는 대로 허우적대고 뱉을 뿐이다.
고통은 순간이고 쾌락은 영원했다.
물밀듯이 오는 광란의 파도를 막을 길이 없었다.
자기 몸을 덮치고 부두에 산재한 모든 것을 쓸어가도 마냥 기쁘기만 하다.
이 파도와 해일이 영원하길 기도한다.
그리고 서서히 침몰하는 것이다.
두 눈에 흰자위를 잔뜩 드리우고 수경이도 하얀 배를 뒤집으며 사지를 동강내어 버린 채 망아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그 밤.....
무수한 국화꽃이 사나운 들짐승에게 짓밟히고 꺾어져 버렸다.
모두가 고통보다 쾌락에 몸부림치며 하나같이 기쁘게 죽어버린 것이다.
차돌 이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차돌 이는 고함을 치며 상대를 찾았고 그 밤 그의 여자들은 다시금 절륜한 차돌이의 정력 앞에 고개 숙이고 말았다.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며 기쁨으로 치달리는 난폭자에게 박수를 치며 항복하고 말았다.
차돌 이는 새벽녘에야 그 모든 결정체를 누나에게 쏟으며 그 역시 망각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고 만 것이다.
실로 감당할 수없는 밤 이였고 상상할 수없는 질긴 남자의 절륜한 정력을 보인 날이며 쾌감으로 얼룩진 환락의 밤 이였다.
친구의 죽음으로 받은 상처의 보상이었으며 괴로움을 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상처를 치유하는 차돌이의 독특한 처방을 보인 날이며 그것으로 모두가 극락을 찾은 어쩌면 행복한 날이었으며 뜨거운 날이기도 했던 밤이다.
그리고 모두는 밝은 태양이 온 누리를 비출 때 일어나야했고 서로의 얼굴은 신뢰와 믿음 그리고 사랑으로 모두를 감싸주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랑이주는 마력이었고 신비한 힘이었다.
그런 점에서 차돌 이는 그들의 신앙 이였고 신이였다......
바람이 멈춘 뒤에 꽃이 떨어지는 것을 본다.
노래하는 새 때문에 산이 고요한 것을 안다.
사람은 고요함속에서 무엇인가가 일어나기 전에는 고요함을 느끼지 못한다 했다.
그 안에서 무엇인가가 일어날 때 사람은 고요함을 발견한다 했다.
차돌 이는 먼 산을 보고 있었다.
무얼 생각하는 것일까....
무얼 느꼈기에 저토록 심오한 말을 뇌까리고 있는 것일까....
차돌 이는 지금자기가 겪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그렇게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허전하고 허무함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젊어 모르던 일을 나이 들어 깨우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차돌 이는 알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자기의 잘못이고 인간이 해야 할 행동이 아니란 것을.
누구에게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자기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해바라기의 긴 목을 꺾을 수도 없었다.
혼자 괴로워하고 참아야했으며 그들에게 항상 자신감 있는 행동을 해야 했고 그렇게 사는 자기의 위선적인 행동을 믿고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와 준 모든 이에게 실망을 줄 수는 없었다.
진정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일본 속담이 생각난다.
달을 위해서 구름이 있고 꽃을 위해서 바람이 있다.
상부상조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받기만 했지 그들에게 무얼 주었는가.
늙고 시들고 병들면 한줌도 안 되는 고달픈 인생을 추억으로 삼고 흐느끼고 괴로워할 일인데 무엇이 아쉬워 그토록 목 메이며 천륜을 어기면서까지 살아야했단 말인가.
나 때문에 상대방이 받을 고통은 왜 헤아리지 못했던가......
이젠 어쩌란 말인가.
사랑이란 허울아래 그 사랑을 위하여 한평생 살아온 게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그런 고통을 준 것 같은 조물주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젊어서 몰랐던 괴로움이 나이가 들고 세상을 잊을 즈음 이런 생각이 왜 나의 뇌리에 떠올라 나를 괴롭히는 것인가.
왜 나에게 사랑을 하게 만들고 그 사랑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말 못할 괴로움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다.
그걸 잊으려 아무리 발광해도 순간은 잊혀 져도 다시금 떠오르는 얄미운 생각에 차돌 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픈 마음을 혼자 추슬러야 했다.
그걸 숨기기 위해 더욱 처절한 밤의 행락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차돌 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복이 자기를 괴롭혔다는 생각에 요즘 들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지나친 밤의 섹스에 몸을 탕진하고 결과는 창백한 피부와 쏙 들어간 눈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차돌 이를 한 결 같이 지켜주는 무엇이 있었다.
누나의 사랑도 모두의 사랑도 아닌 또 다른 사랑이었다.
바로 금수인 사신의 자식인 백왕과 홍 왕 이었다.
사신이 자기를 위하여 시신마저 남기지 않는 절대적인 사랑을 베풀었고 백왕과 홍 왕은 자기의 명을 받아 여러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면서도 자기를 보호하고 지켜주고 있었다.
지금 차돌이의 오른손에는 하얗고 붉은 두 마리의 아주 작은 뱀이 또 아리를 틀듯이 팔목을 감고 있었다.
그들도 차돌이의 마음을 아는지 연신 긴 혀를 빼가며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
차돌 이는 하루하루가 말라갔다.
말라가는 와중에도 밤의 행위는 더욱 적극적이고 변태로 이어졌으며 긴긴밤 만족하는 일이 없는지 더욱 광폭하고 문란해졌다.
식사는 멀리하고 술을 원했으며 누구의 잔소리도 적으로 느낄 만큼 냉정하게 대꾸했으며 오로지 자기가 원하는 바대로 시키는 대로 하기를 원하는 난폭자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쩌다 잠이 들라치면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엄마를 부르며 산란한 몸짓을 수도 없이 하는 이상자로 변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것은 마음이 죽은 것이다.
중국의 노자가 한 말이다.
세상을 다 얻는다고 해도 자기를 잃으면 아무른 소용이 없다는 그런 뜻이 아닌가.....
차돌 이는 잃고 있었다.
모든 것에 자신도 희망도 없이 보였다.
누나를 보기 두려웠고 자식들 대하기 역시 두려워 피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제 성장하여 결혼을 한 자식도 또 얼마 후면 가정을 꾸릴 자식들이 수두룩하지 않는가.
그 아이들에게 내가 할 말이 무엇이며 해줄 말이 무엇인가.
내가 과연 그 아이에게 남길 말은 있는가......
모든 것이 회의적이다.
누가 자기를 보는 시선은 징그러운 뱀을 대하듯 한다고 여겨진 것이다.
사람들 만나길 기피하였고, 혼자 있기를 원하였고, 하루도 거르지 않다시피 한 선의 수련을 중단한지도 한참이나 되었다.
지금 차돌 이는 널따란 바위위에 앉아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흰머리는 언제부터인가 머리를 덮은 지 오래였다.
퀭하니 들어간 눈과 눈 꼬리에 주름이 그득하다.
흐 리 멍 텅한 눈동자는 물길과 함께 떠다나는 작은 나무 잎사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는 수심에 가득 찬 여러 개의 눈동자들이 하나같이 가득 근심을 얼굴에 담고 그런 차돌 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미 할머니가 되어버린 일화와 지란이 그리고 순덕이.....
세 사람보다 덜하지만 그런 모습을 닮아가는 많은 여인들이 산속 골짜기 물 흐르는 작은 계곡에서 한 남자를 응시하며 슬픔에 잠겨있었다.
일부는 격정을 견디다 못해 눈물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차돌 이는 아무것도 모르는지 오직 물위에 떠다니는 잎사귀에 두 눈의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차돌아, 제발 차돌아..........]
슬프도록 시린 선영이의 힘없는 목소리가 주위의 정적을 깬다.
[아........누나, 봐....저 잎사귀 너무 외로워 보이지 않아.....
저렇게 떠다니다 결국 어느 구석에 쳐 박혀 섞고 말겠지. 그지 누나........]
차돌 이는 음성이 들리는 곳 선영 이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어주고는 다시 좀 전에 두던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는 나뭇잎사귀의 외로움이 자기로 비유하고 있는 듯 했다.
사는 것이 힘들고 만사가 귀찮았다.
언젠가 죽을 몸이고 그 세월이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다.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아웅 바둥 살아왔는지.....모든 것에 지쳤다.
[차돌아....제발.....우리가 어떻게 해야. 네가 밝아지겠니.....
가르쳐 다오. 우린 뭐든 할 테니.........
네가 이러면 우린 어쩌란 말이야....이 바보야........흑흑...]
선영이의 음성은 급기야 떨리고 빨라지고 만다.
그리고 그만 차돌 이에게 달려가 안기고 만다.
선영 이는 어찌하던 지금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차돌 이를 치유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어찌 선영 이에게만 국한되겠는가,
모두의 기둥이고 우상이며 낭군이 아닌가.
차돌이가 없는 삶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여자들이다.
모두는 깊은 우수에 젖어 자기 자신을 회복하지 못하는 차돌이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차돌이의 병은 아무도 고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자신만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일어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었다.
선영 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약한 차돌이의 모습에서 너무나 힘들고 깊은 시름에 젖어있음을 알고 있었다.
사람은 모두가 나약한 동물이다.
너무나도 쉽게 절망하고 좌절하고, 작은 실패에도 기운을 잃고 포기해 버리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지만 차돌 이는 틀리길 바랐다.
차돌 이는 진정 우리의 마음을 모르고 있을까,
도전과 용기, 패기, 그리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그의 언어들이 우리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허무와 좌절, 그리고 슬픈 괴로움과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는 것을......
지금처럼 패배감에 젖어있으면 자기나 우리 모두 이 험난한 세상을, 인생을 어찌 살아 나갈 수가 있단 말인가,
다른 누구보다 더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아닌가.
희망과 패기 그리고 정열로 불타야 할 우리들이 아닌가.
한 가지 일에도 모든 정열을 쏟아 넣던 그.
모든 험난한 고초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려는 잡초의 생명력을 가진 그.
거친 파도와 폭풍우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바닷가 바위 같은 늠름한 모습이었던 그가 아니었던가,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살아가자고 다짐하고 맹세하며 서로의 마음과 눈빛을 주고받지 않았는가.
그의 모든 것이 우리들의 가슴을 고동치게 하고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지를 않았는가.
그런 그가 왜 이렇게 변했단 말인가,
무엇이 그를 이토록 나약한 인간으로 돌려놓았단 말인가.
차돌아...제발 일어나다오. 용기를 가지고 너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우리를 보살펴다오.
차돌아. 힘을 내. 제발......
선영 이는 속으로 한없이 한 없이 빌고 또 빌었다.
[누나, 배고프다 집에 가자........]
선영이의 깊은 사색을 깨는 차돌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른 기운도 없고 목소리가 메말라있어도 정감이 깃든 소리다.
그제 서야 선영 이는 정신을 수습하곤 차돌 이를 향해 베 시시 웃어준다.
[그래, 그러자...집으로 가자꾸나....]
선영 이는 그 옛날 누나로 돌아갔다.
다정다감하고 오로지 차돌이만 생각하고 염려하는 어릴 때 누나로 돌아갔다.
차돌이도 그런 누나에게 방긋 웃어주며 앉았던 바위에서 일어난다.
일어나던 차돌이가 몸을 기우뚱하더니 스르르 무너지듯 쓰러진다.
차돌이가 지금껏 심 적을 짓누르는 고통에 기절한 것이다.
[아 앗. 차돌아. 여보..여보................]
차돌이가 힘없이 옆으로 정신을 잃으며 쓰러지고 선영이의 다급한 목소리ㅏ가 울려 퍼지자 주위의 모든 여자들이 앞 다투어 차돌 이를 부르며 달려든다.
이미 정신이 혼미하여 쓰러진 차돌이의 몸은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축 늘어져있다.
여자들은 각기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차돌 이를 부축하는 등 소란을 피운다.
그 와중에 무랑이가 차돌 이를 덥석 업고는 내달린다.
그리고 무랑이의 힘을 덜어주고 동작을 빨리 유도하기위해 주위의 여자들은 차돌이의 엉덩이를 받치는 등 하여 급한 걸음으로 산을 내려온다.
얼마나 그렇게 치달려 왔는지 모른다.
무랑의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주렁주렁 맺혀있고 그 땀방울은 떨어져 그의 앞섶을 적시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차돌 이를 업을 기운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오직 기를 수련하고 단련한 무랑이었기에 그나마 차돌 이를 이렇게까지 옮길 수가 있었다.
무랑의 발걸음이 늦어지고 그의 입에서 단내가 나며 그 역시도 지쳐 쓰러지려하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죽을힘을 다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대장님......대장님.........]
구원의 목소리였다.
세상에 이처럼 반갑고 희망에 찬 소리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희망의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의 주인공들이 그들 앞으로 달려왔다.
달려온 네 명의 청년들이 무랑 이에게서 차돌 이를 넘겨받아 들쳐 업고는 손살 같이 산 아래로 치달린다.
그리고 그 뒤를 죽을힘을 다해 따라가는 일련의 여자들의 행렬이 있었고 다만 그 자리에서 풀 석 주저앉아 가쁜 호흡을 몰아쉬는 무랑이 혼자만 움직이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아무도 무랑 이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무랑은 산 모서리로 돌아가는 일행이 모두 사라지자 뒤로 훌러덩 누워 버린다.
그리고 커다란 두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린다.
[오빠..............여보.......제발 기운차려..........]
무랑이 역시 오로지 차돌이 생각뿐이었다.
그의 인생이 자기의 인생이라고 살아온 무랑이었으니 말은 하지 않아도 무너지는 가슴을 억지로 부여잡고 있었던 것이다.
무랑이 슬퍼하고 있는데 그의 손을 잡아주는 또 다른 부드러운 손이 있었다.
[힘들었지, 이제 가자..너만 그런 게 아냐. 우리 모두 참고 있어..........]
양양이었다.
양양도 차돌 이를 따라가다 무랑을 생각한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어디에도 무랑은 없었다.
그렇다.
무랑은 차돌 이를 업고 오며 모든 기운을 소진한 체 쓰러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맞았다.
급히 발길을 돌려 오던 길로 올라가니 무랑이가 뒤로 넘어지듯 드러눕지 않는가.
얼마나 피곤하고 고되었으면 아무도 할 수없는 일을 하지 않았던가.
그의 얼굴에서 비 오듯 떨어지는 땀도 보았고 움직이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그의 찡그린 얼굴도 보았다.
그런 그를 두고 내려왔다니....내 마음에 사랑이 차돌 이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우리 모든 자매 같은 그의 여자에게도 품고 있었다고 자부했는데 그를 잊고 내려오다니.... 양양은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래서 모든 미안한마음을 그를 잡는 손에 싣고 전달한 것이다.
[그래요, 언니.......그이는 괜찮겠지요.]
그녀는 오직 차돌이의 안위뿐이었다.
[그분은 세상에서 제일 힘센 사람이야.
그까짓 아픔도 툴툴 털고 일어나실 거야.........
우린 보지 않았어, 그분의 생명은 염라대왕도 어쩌지 못하는 것을,,,,,,,,]
양양은 무랑 이를 위로하며 용기를 준다.
[맞아요, 언니 그이는 예전처럼 우리에게 올 거 에요. 그래요, 난 확신해요....
하지만 언니 자꾸만 슬퍼요...나도 모르게.......
그이가 힘들어하는 것이 너무나 슬퍼요...흑..흑........]
무랑은 양양의 품에 무너지듯 쓰러지며 흐느끼고 만다.
그의 마음은 오직 차돌 이에게 있었고 그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참을 수가 없어 그 속마음을 토하며 한없이 흐느끼며 운다.
차돌이가 실의에 젖어 심한 고독에 빠져있는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웠고 그것을 보면서도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다는 게 마음을 찢어놓았던 것이다.
무랑이도 차돌이의 여자들도 가족들도, 아니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고독이 얼마나 무서운가 알 것이다.
긴 시간 동안 혼자만의 어둠속에서 마음을 달래고 삭이다보면 그리고 무기력한 자신을 돌아보면..한없이 괴로워지고 나약해지게 만드는 것이 고독이 아닌가.
차라리 공포에 괴로워한다면 모두가 함께 슬기롭게 견뎌낼 수 있으련만........고독이란 것은 오로지 혼자만이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무랑 이는 고독이 차돌 이를 덮친 것에 괴로워하며 두려운 것이다.
[나도 그래. 동생..........흑.......]
선영이도 기어이 소리를 내어 울고 만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 두 여자는 서로 부등 켜 안고 그렇게 한참을 울고서야 일어났다.
.
.
차돌이가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지금 그의 얼굴은 너무나 평화스럽고 온화했으며 미소까지 머금고 있어 자상해 보이고도 있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난 후였다.
차돌이가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의사가 왔고 의사는 차돌 이를 진단하고는 별일이 아니라며 쉬게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심적으로 오는 피로감에 잠시 정신을 잃은 것이라 했다.
의사가 돌아가고 모두는 안도의 숨을 쉰다.
무엇이 차돌 이를 저토록 허무를 안겨주고 가슴을 짓누르는 중압을 가지게 했을까..
사실 차돌 이는 근래 몇 년 사이에 너무나 소중한 것을 잃었다.
자기를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던 도 희도 윤지의 어머니 양여사도.....그리고 마음을 나누던 친구 대찬이도 멀리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는 슬픔을 나타낼 수 없었다.
자기를 지켜보며 사는 많은 여자들에게 오직 희망이 자기의 웃음이고 포옹인데 그런 마음을
토출할 수가 없었다.
가슴속에 간직하고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면 그것들을 가슴속에 끄집어내어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괴로워했으며 그들의 외로운 길에 동반자가 되어주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를 짓누르는 것은 또 있었다.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 주름살이 가득한 피부. 나이가 들어 운신조차 편하지 않는 육신,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아직도 자기주위에서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여자들을 보았다.
세월의 무상함을 따지기 이전에 면목이 없었다.
저렇게 늙었는데.....저렇게 힘들어하며 오직 내가 좋아 나의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나에게 봉사해가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지금도 저런 힘든 몸으로 내가 무얼 원하건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불속이라도 마다않을 그런 용기를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과연 나는 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언젠가는....언젠가는 이가 아니다.
이제 조금 후가 맞을 것이다.
조금 후엔 저들도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곳으로 가버린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 역시도 가겠지만 나를 위하여 나와 같이 죽기를 바라면서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릴 것이다. 그런데 나는 살아서 지독한 호강 속에 먼저 간 사람들을 잊고 재미난 삶을 살다니........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지고 그리워지고 보고파지고 진정사랑해주고 싶다.
차돌 이는 지난날 그 사람들과 같이했던 향수를 못 잊어 했고 그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심한 죄책감으로 다가와 이젠 남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수척해지고 말라가고 피폐해졌다.
그런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괴로웠다.
마치 자신이 이 땅위에 버려진 먼지처럼 아니면 망망대해에 버려진 조각배 같았다.
모든 것에서 자기는 버려졌고 혼자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향해 수없이 마음을 띄워 보냈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심한우울증으로 온 것이다. 마음깊이 외로운 고독이 깊이 숨어 든 것이다.
고독이란 놈은 자기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고통과 두려움을 가슴가득 안겨주었다.
무서워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느꼈다.
급기야 그는 정신쇠약으로 졸도까지 가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차돌이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은 이집에 아무도 없었다.
거칠고 고집 세고 강해보였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집의 여자들은 모르는 이가 없다.
아집이 강해 자기가 하고자하는 일은 해보아야 속이 시원한, 강한 성격으로 이상하게 보인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것마저 사랑하는 것이 되어버린 이집의 여자들이었다.
낮의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도 좋아했으며 밤의 지독한 변태로 이루어지는 정사도 이젠 숙달되었고 좋아한다.
모든 것이 차돌 이와 함께라면 죽어도 후회 없을 정도로 좋아진 몸들이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부처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더라도 꽃은 사랑해도 잡초는 좋아하지 않는다 했다.
그것이 진정한 인간성이라 했다.
아름다움에 더욱 강한 집착력을 가지는 것이 인간이고 본성이라 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집착이고 그것은 미움도 따른다.
그래서 사랑에는 미움도 같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미움에도 받아들이는 헌신적인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랑과 미움은 하나이고 같은 마음 인 것이다.
사랑에만 집착해서도 안 되고 미움을 멀리해서도 안 되는 것이 사랑이다.
그 미움을 받아들여야한다.
억지로 무얼 사랑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
사랑하는 이의 미움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자만이 영원한 사랑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이집의 모든 여자는 이미 승리자가 되어있었다.
눈빛이 그걸 말해주고 쓰다듬는 손길이 그걸 전해주고 부드럽게 속삭이는 말이 그걸 알려주고 있었다.
사랑이 가미된 진정한 행복은 무수한 고통과 고난 속에서 피어오른다 했다.
아직도 그들에게 주어질 고난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차돌 이는 좋아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바람대로 차돌 이는 빠르게 몸을 회복했고 건강을 되찾아갔다.
[이보게 상허, 자네가 와서 너무 기쁘이..........
난 사실 너무 적절했다네.]
[무슨 말씀을.....전 사숙님께 폐만 끼치고 있는걸요.]
상허였다.
대찬 이를 모시고 있는 상허가 지금 차돌 이와 있었다.
차돌이가 거처하고 있는 집 뒷산 계곡 옆 숲속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상허도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 없었는지 머리는 거의가 하얗고 수염 역시도 거의 하얗게 물들어있었다.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계곡 옆 바위에 앉아 차돌 이를 보며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은 마치 신선이 내려온 듯 고상하기 그지없었다.
[허허. 무슨 소리 진정 내가 고마우이........
난 사실 적적했다네.
누구나가 겪는 일을 나 혼자 짊어진 듯 인고의 고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였어.
자네가 와주었기에 이나마 견딜 수 있었다네.....
자네에게 감사하네...]
차돌 이는 미소 띤 얼굴로 상허를 바라보며 감사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얼마 전의 일을 생각했다.
어느 날 차돌이가 실의에 젖어있을 때 상허가 찾아왔다.
그는 무턱대고 자기에게 거처할 땅덩어리 하나만 달라고 했다.
어디 갈 데도 없고 남은 인생 수련이나 하며 사숙님과 말상대나 하며 살아야겠다며 억지 비슷하게 거처할 곳을 요구했다.
차돌 이는 상허가 거처할 집을 마련했고 살기를 권했다.
그러나 상허는 차돌이가 마련한 집에서는 한사코 살기를 거부하고 차돌 이를 모시고 산으로 올라가 물 흐르는 계곡 옆 조그만 공터를 자기에게 달라고 했다.
차돌 이는 알 것 같았다.
상허역시 세상살이에 환멸을 느끼고 남은 인생을 조용하고 편안하게 수양이나 하려는 심정을 .......
차돌 이는 두말 않고 허락했다,
그리고 상허는 그곳에 직접 움막을 지었다.
나무와 천막을 이용하여 겨우 비바람을 막을 정도로 허술한 움막이었지만 그는 그 집을 짓고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집인 냥 너무나 좋아했고 그날부터 상허는 그곳에 거처하면서 명상에 잠기는 등 세상살이에 관여 않고 수양에만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살았던 것이다.
차돌 이는 그런 상허와 같이 있기를 좋아했고 그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부터는 실의에 젖은 차돌이가 원기를 회복하며 좋아졌던 것이다.
차돌이의 병은 마음의 병이었고 그 마음을 풀고 원래대로 돌려놓은 사람이 상허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차돌 이는 상허와 마주보는 바위위에 앉아 상허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허허.......사숙님, 오늘은 곡차를 가져오지 않으셨습니까.]
상허의 넉넉하고 너그러운 표정에서 장난기가 흐른다.
예전의 날카롭고 근접할 수 없는 위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아니겠나, 벌써 준비되어있다네........
같이 하겠나...허허허........]
차돌이도 마주 웃어준다.
[그럼요, 설마 사숙님께서 저 몰래 혼자 드시려고 하지는 않으시겠죠.
전 사숙님이 곡차 가져오기만 기다리는 걸요......하하하.....]
치기어린 말과 웃음 띠운 모습이 능글맞기까지 한다.
그만큼 상허는 차돌 이가 상전이지만 마음 편히 대하고 있다.
[이런..........하하하.........
그러고도 자네가 수양한다니. 세상 사람들이 알면 미친놈이라 손가락질 할 걸세....]
차돌이 역시 웃음과 농으로 맞장구를 친다.
따지고 보면 그는 나보다도 연장자다.
늙어가면서 지위가 무엇이냐며 연장자로 모시려 해도 극구 만류하며 신분은 세상 살며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으며 어른을 모시는 도리나 다름없다하며 하대할 것을 원했으며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예전대로 대했으나 행동과 말투만큼은 세상 살은 만큼 능글능글 했는지 편하게 대하기로 했다.
[하하하...그러라고 하십시오.
뭐 어때요. 내 마음이 곧으면 울퉁불퉁한 길도 편하고 바로 걷는 법 아닙니까...
심이란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마음 아닙니까..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쁘고 모두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입니다.
곡차 먹는다고 중이 아닙니까...
공이라 했습니다.
모든 것을 비운다면 속에 들어가는 것도 공이 아닙니까.
전 수양이 깊은 스님은 아니지만 곡차를 마시면서도 곡차라 생각하지 않고 세상의 업을
먹는다 생각합니다.
나도 사람이니 업을 피할 수 없기에 차라리 부딪치며 살아야한다고 생각해서요....
이런, 사숙님 앞에 제가 건방을 떠는군요..
사숙님, 곡차 어디 있습니까. 이거 원 출출해서.........하하하....]
상허는 나름대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인생사 모두가 마음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리라...
집착한다고 이루어지고 포기한다고 할 일을 안 하라는 법도 없는 것이 세상이고 이것이 내일이라 그저 순순히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굳이 틀에 묶여 살 필요가 없다.
내 마음이 바르면 무엇이 두려우리..그저 흘러가는 세상에 몸을 맡기는 것만이.....
그는 바위에서 일어난다.
[하하하. 역시 자네는....가세. 저기 밑에 조그만 폭포 밑에 담가놓았다네,
시원하니 맛이 그만 일게야..
어서 가시게나.]
차돌이 역시 일어난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날린다.
그의 몸놀림은 빠름 그 자체였다.
그의 움직임만 보면 그 누가 나이 60을 바라보는 노인이라 누가 하겠는가.
독수리가 먹이를 챌 때의 빠름인가,
차돌이의 몸은 허공을 날더니 자기가 지적한 곳으로 정확히 날아 내린다.
두어 번 채임 질 만에 근 10여 미터를 순식간에 움직인 것이다.
[하하하..전 아직 사숙님을 따라가자면 100년이 지나도 따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과연 대단하십니다.]
상허는 차돌이의 몸놀림을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그도 역시 발 돋음을 하더니 몸을 날린다.
서너 번 채임 질로 차돌이 곁에 나란히 선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웃는다.
[허허허....하하하...........]
맑은 물속에서 꺼낸 곡차[막걸리]는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었다.
미리 준비한 것 같은 작은 찬합 속에 든 김치랑 먹는 곡차는 두 사람을 더욱 친밀하게 엮어주는 교량이었고 살아갈 희망을 주는 촉매제였다.
그렇게 곡차를 마시며 지난 인생살이 등 푸념으로 일관된 세상살이의 이야기를 나누고는 헤어졌던 것이다.
차돌 이는 큰 볼일이 없으면 산으로 상허를 찾았고 같이 명상에 잠기든지 아님 곡차를 마시며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상허가 옴으로 차돌이가 회복하였고 그가 있음으로 차돌이가 웃음을 되찾았으며 그가 산속에 있는 것만으로 차돌 이에겐 커다란 힘이 되었던 것이다.
실로 상허는 시기적절한때에 차돌 이와 조우했고 모든 것에 허무를 느끼며 좌절감에 스스로를 죽이는 차돌 이를 단번에 치유하고 원래대로 돌려놓은 것이다.
모든 차돌이의 식구들은 그런 상허가 은인이며 구원자였다.
.
.
차돌이가 집에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밝아있었고 화색이 돌았으며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그를 반기는 여자들에게 밝은 웃음을 보여준다.
[호호호.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여요.]
윤지가 역시 밝게 웃으며 차돌이가 벗은 신발을 가지런히 하며 말한다.
[그래요, 모두가 당신들 덕분 아니겠소.
정말이지, 내 인생에 당신들이 없었다면 나는 어찌되어있을까 그걸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오.
사랑해요, 민 석이 엄마.......]
차돌 이는 윤지를 보며 살포시 안아준다.
자기에게 살아 갈 희망과 용기를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이다.
잘못된 생각으로 말미암아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한 것에 대한 용서였다.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와 같다고 했다.
생각이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잘못된 생각이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했다.
이제 생각을 바꾸리라.
사람의 마음가짐은 인간의 육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 않는가.
이젠 즐거운 생각만 가지리라.
그렇게 산다면 교수대에 끌려가면서도 주위의 경치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혹한과 굶주림 속에서도 유쾌하고 노래 부를 수 있으리라.
그는 말과 얼굴은 윤지를 보며 하고 있었지만 모두에게 하는 소리였다.
[호호호..그러니 얼마나 좋아..이젠 속 썩이지 마라. 주인아...........]
선영이었다.
그 역시 두 사람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집은 차돌이가 웃으면 모두가 즐겁고 편안한집인가..
차돌이 한사람이 웃고 울고 에 모든 것이 변하는 그런 가정이었다.
여느 집인들 그러지 않겠는가.
남편이 밝아있으면 온 식구들 역시 밝아지는 게 가정이 아닌가....
[누나, 사랑해..........그리고 미안해.......]
차돌 이는 윤지의 품을 벗어나며 누나를 보며 미소를 지어둔다.
[알아....멍 충이. 주인, 나도 사랑해..........]
선영 이는 차돌 이에게 곱게 눈을 흘긴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여자들을 향해 조용하지만 거슬리지 못할 위엄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모두 밑에 식당으로 가서 준비해........
모처럼 모든 식구들이 같이 식사하는 자리야..........
참, 여보. 상허 조카 분은 안 오신데........]
선영 이는 바빴다.
동생들을 보다가도 차돌 이를 보며 지시하기도 하고 묻기도 한다.
[올 거야..누가 만든 식사자린데.........허허허.....]
차돌이가 말을 남기며 안방으로 향한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다.
모두는 다시 법석을 떤다.
선영 이는 모두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차돌 이를 따라 안방으로 향한다.
옷을 갈아입는 것에 시중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차돌이가 옷을 벗어 선영 이에게 준다.
선영 이는 그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건다.
차돌 이는 바지를 벗으려다 말고 누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왜 그래, 내게 뭐가 묻었어.]
선영 이는 차돌이가 자기를 뚫어져라 주시하자 민망한지 자기 옷을 만지며 이곳저곳을 본다.
차돌 이는 그런 누나에게 다가가 가슴에 품는다.
이렇게 사랑스런 누나가 내 옆에서 평생을 살아가는데.....
나는 진정 이 세상 누구보다 복을 받은 놈이다.
어느 누가 있어 이처럼 많은 여자를 거느리고 살았는가.
서로 질시하지 않고 양보하며 다정하게 서로를 아끼며 오직 나 하나만을 사랑하며 사는 여자들을 거느리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는가.
잠시 순간 그 모든 것을 망각하며 살았던 자기가 미안해진다.
이제 그냥 물 흘러가듯 살자.
막을 수도 없고 거슬러 올라갈 수도 없는 일이다.
흘러가는 대로 지금껏 살아온 대로 그렇게 편안하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살자,
이 땅의 산과 들, 그리고 이웃들, 하다못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하나라도 모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던가.....
이 모두가 소중하듯 길가의 나무도, 산도, 개울도, 하늘도, 나에게나 모두에게 소중한 법이다.
그림을 그릴 땐, 잘 그리겠다는 생각보다 이 그림이 소중하다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했다.
그래야 훌륭한 작품이 된다고.....
난 나의 여자들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진정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라고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야 할 것이다.
비록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절대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소중하게 대하리라...
그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누나를 더욱 힘주어 안는다.
[누나, 세상이 천만번 바뀌어도 우리 죽을 때까지 소중하게 아끼며 사랑하고 살자. ]
차돌 이는 떨리는 음성으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리고는 살며시 누나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바보야.....난, 네밖에 몰라......살아서도 죽어서도.......
세상이 욕하고 침을 뱉 아도 난, 오직 네밖에 몰라............]
추억과 사념과 온 영혼이 어우러진 달콤한 음성으로 선영 이는 차돌 이를 올려본다.
그들은 다시 힘주어 켜 안았고 말들은 입맞춤으로 변하여 온몸으로 소곤대는 것이다.
서로를 갈구하면서 끌어당기고 그들의 입은 서로 마주 붙은 채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온몸의 사랑의 밀어들이 그리고 자기들의 생명들이 입술로 향했고 그들은 말이 없지만 무언으로 속삭이고 있었다.
모든 엇나간 추억들이 이 순간 악의 숨결로 이루어진 사랑이란 허울을 쓰고 욕정 앞에서 모든 것은 희미하게 지워져버렸다.
그렇다.
그들은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추억에 연연했고 그래서 그들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으며 자신들의 과거를 자극시켜 그 불을 강화하고자 한 것인지 모른다.
그들은 진정 그러한 마음도 숨어있었다.
자기들의 사랑이 한낱 습관적이 되지 않도록 그들은 끊임없이 과거를 조각내어 조금씩 들추어내어 그 조각들을 불쏘시개로 하여 타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꼭 켜 안고 길고긴 키스를 계속한다.
그들이 하는 키스는 정사를 이어가기위한 오묘하고 거창한 전희였고 이것을 시발점으로 무섭게 서로를 갈구하며 미친 듯이 부르짖으며 타올랐던 것이다.
그들은 어둠속에 갇혀있는 듯 했다.
그들은 그들이 바라는 어둠속으로 들어가려한다.
항상 추구하고 기원하던 암흑 속으로 그들은 한 발짝 씩 옮기고 있었다.
[언제나 누나를 내마음속에 두고 살 거야., 죽어서도.........]
차돌이가 입술을 떼며 말한다.
[나도 그럴게. 아니 나는 벌써 내가 내속에 깊게 뿌리가 내렸는걸........]
선영이도 그의 품에 안긴 체 고개를 들고 미소 지으며 말해준다.
그들의 입이 다시 합쳐진다.
그러나 이번 키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선영이가 힘차게 차돌 이를 밀었다.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나야........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나가, 어서....이 변태주인아........호호.........]
선영이가 차돌이의 욕정을 중지시킨다.
얄밉게 웃으며 지금 둘이 불붙지 못하는 현실을 일깨워준다.
차돌 이는 머리를 글 적 거린다.
[하하. 그렇지, 난 누나만 보면 이상해져. 하하하..]
차돌이도 민망한지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그리고 차돌 이는 바지를 벗어 내리고 간편한 복장으로 바꿔 입는다.
둘은 정답게 손을 잡고 방을 나오고 현관을 벗어나서 모두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향한다.
..........................................
차돌이가 웃으며 식사를 하고 있다.
구수한 된장냄새가 식당에 자욱하다.
그 된장냄새 만큼이나 차돌이의 표정도 구수했다.
차돌 이는 예전의 차돌이가 아니었다.
지금의 차돌 이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얼굴 가득 웃음이 깃들어 있었다.
밥을 먹을 때도, 대화를 할 때도, 심지어는 호흡을 내쉴 때도, 그의 얼굴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변해도 많이 변했다.
이런 말이 있다.
과거의 사람은 패배를 바라보고 미래의 사람은 희망과 승리를 바라본다고........
어제의 사람은 과거에 연연해 한숨을 쉬는 경우가 많다.
허지만 내일의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 속에서 일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듯이......
차돌 이는 상허와 대화를 나누고부터 뭔가를 찾은 것이다.
몸은 현재에 있으면서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라고........
비록 과거가 아무리 아름답고 소중했어도 과거는 과거일 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흘러간 세월을 두고 자꾸 반추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라 생각했다.
찬란하고 화려한 그런 과거가 있었다 해도 그것은 지나간 일 깡그리 잊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에 충실하기로 했다.
현재에 충실하지 않고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은 씨도 뿌리지 않는 밭에 싹이 나길 기다리는 것과 어디가 틀리겠는가.
오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고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잡았던 것이다.
[하하하..호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다.
[대장, 제가 한잔 부을까요,]
머리가 하얗게 세고 몸이 불편한 노인이 술병을 들고 차돌 이를 보고 있다.
그런 그 노인의 손이 하나뿐인 외팔이였다.
세상의 온갖 풍상에 찌들고 세파에 시달렸는지 표면에 보이는 얼굴과 손은 온통 주름이었다.
얼굴엔 검은 버섯이 송송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며 몸은 가만히 있어도 흔들거리고 있었다.
[허허. 형, 몸도 불편한데 그냥 계시지 않고............]
차돌 이는 술잔을 내민다.
외팔이노인은 그가 내민 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는 물끄러미 쳐다본다.
[대장, 고마워. 진정 사람답게 살다 가게해주어서........]
그의 말에 생기가 없다.
[무슨 말이야, 형.
아직도 형이 할 일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약한 소리 하고 있어.
잔말 말고 내일이라도 회사 나가봐.........형이 없으면 회사가 잘도 돌아가겠다.]
차돌 이는 상길을 나무란다.
모든 것을 다 살은 듯 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러나 마음한편으로 찡하게 슬픔이 몰려온다.
이형도 2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지고 다행히 목숨은 무사했지만 수족이 흔들리고 몸을 예전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고달픈 노인이 된 것이다.
물론 할머니가 되어버린 형수가 옆에 있어 조금은 안도하지만 이형도 얼마 전의 나처럼 모든 것이 허무와 좌절로 그 어두운 곳으로 가버릴까 두렵기도 하다.
그는 모든 것을 속으로 감추면서 이만한 일로 편 하려 한다고 상길을 나무라는 것이다.
[허허허. 대장. 나 이제 쉴 라우.........
대장 덕에 정말 내 인생 보람되게 살았어. 진정이오.
그리고 회사는 민 철이, 아니 이젠 조 사장이지........그 아이가 너무 잘하고 있어.]
상길은 벌써 현직에서 물러나 병고와 싸우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별로 외롭지는 않았다.
집에 드나드는 많은 식구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기를 보아주고 있었고 조카들도 항상 자기를 대부처럼 여기고 문안을 잊지 않았고 자기의 예전동료들도 모두 노인이 되어 모두가 만나면 나무그늘이나 한적한곳에서 옛날이야기를 벗 삼아 세월을 보내고 있었으니 외로움과는 거리가 있는 생활이었다.
그러나 마음한구석에 자리한 정열을 이젠 쏟을 수도 그럴 기운도 모두 소비한 지금 아니던가.
아련한 향수 속에 늙어버린 자신이 보이고 허무함을 느낀 것이다.
[좋아, 쉬는 건 얼마든지 쉬라 구.
허지만 내 명령 없이 나두고 먼저 가는 우를 절대 해서는 안 돼.....
알았어. 형,]
차돌 이는 상길이가 주는 술을 마시고 일어나 상길 이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눈을 부라리고 큰소리친다.
아무도 겁을 내지 않을 그런 모습을 하고서........
[그래, 대장. 절대 난 대장보다 먼저 안 죽어.....허허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상길의 웃음은 더없이 허허롭다.
오래지 않아 헤어져야함을 알기에 섭섭하게 여기고 하는 말이다.
[그래야지, 형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모두에게 한마디 하겠소.
난 이곳에 뭔가를 하나 지으려고 합니다.
난 언제나 모두와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가 아닌지............
그러나 절대 강요는 아니고 각자가 나중 선택하시오.
내일 당장 민 철 이를 불러 일을 시작할 것이오.
그 일이란 이곳 양지바르고 조용하고 제일 수려한 자리를 찾아 납골당을 지을까하오.
난 일찍 가신 부모님도 그리고 먼저 간 식구들을 그곳에 모실까하오.
언젠가 나도 가면 그곳에 가서도 못다 한 이승에서의 정을 맘껏 누리고 싶어요.]
차돌이가 또 분위기를 울적하게 이끈다.
현재에 충실하며 살고자했지만 가끔씩 떠오르는 과거의 연을 전부 지울 수는 없었던가 보다.
멀지않은 훗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잠시 숙연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모둔들 그러지 않겠는가...
지나간 추억이 떠오르고 먼저 간 식구들이 왜 아니 보고 싶겠는가...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모두의 눈이 충 열 되고 눈가가 촉촉이 젖어진다.
일부는 그 물기를 방울로 만들어 떨어뜨리고 있다.
[하하하......역시 사숙님은 세상에서 보기 힘든 욕심쟁이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이런 좋은 생각을 발표했는데 어째 모두가 우울해진단 말인가요.
헤어진다는 것이 아니고 같이 있자는 말인데.........하하하........]
상허가 큰소리를 치며 조용한 분위기를 헤치는 호령이다.
이젠 모두가 늙어있고 갈 날이 살날보다 적지 않는가.....
그때를 생각한 것이다.
조금 편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라는 뜻이다.
[허허허..상허 말이 맞아,
모두들 우울해라고 한 말이 아닌데.........
그렇다면 그 계획을 취소해야겠어. 모두가 싫은 눈치니......
허허허. 어디 술이 있을 텐데........]
차돌 이는 후회했다.
그냥 조용히 일을 처리해도 될 일을 괜히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였구나 했다.
그냥 상길이 형의 모습에서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모두의 얼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그만 마음속의 품었던 계획을 말하고 만 것이다.
차돌 이는 괜한 이야기를 했구나, 후회하며 갑자기 변한 분위기가 자기가 저지른 일이라 여기고 민망하고 쑥스러움에 자기 옆에 있는 술이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듯 찾아 헤매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이런 바보, 이젠 눈까지 어 두어지셨나. 그것도 못 찾고.....
어디 제가 한잔 부어 올릴게요.]
한별이었다.
얼마 전에 일화와 지란이로 부터 장학회의 일을 맡아하고 있다.
한별도 가는 세월을 먹었지만 여전히 눈부신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하. 당신이요, 그래 주시오.
그리고 요즘 고생 많을 텐데 일은 할 만하던가,
당신일도 힘들고 고달플 텐데.........]
차돌이가 빙그레 웃으며 잔을 내민다.
그리고 두 가지 일을 하는 한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고생이라니요,
전 기쁘기만 한걸요. 그리고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그 일을 맡겨줘서.......
그래서 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일만 하려고해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하던 일의 일정도 없앴고 지금은 거의 정리되었어요.
그러니 아무 염려마세요. 또 저 혼자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황 이사장님이 옆에서 도와주고 있으니 별로 할 것도 없어요. 호호호......]
한별 이는 크게 웃는다.
마냥 차돌이가 좋아서 감사해서 웃는 소리치곤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그만 울적한 마음을 접고 밝아지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한별이가 차돌 이에게 감사하며 술을 부어주고 자리에 앉으니 모두는 밝아지고 있었다.
입가에 다시 미소가 감돌고 차츰 말을 나누는 속삭임도하고 크지는 않지만 소리 내어 웃기도 한다.
그리고 점점 소리는 높아지고 웃음소리도 커지더니 종내에는 그만 시끌벅적하게 변해버리고 만다.
화기애애한 자리가 된 것이다.
모두는 웃고 떠들면서 긴 시간 식사를 하였던 것이다.
.
.
환하게 밝혀진 거실.
벌거벗은 여자들이 아무렇게나 퍼질러 있다.
엎드려있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하며 또는 서로를 만지는 장난을 하기도 한다.
무어라 속삭이기도 했으며 손짓을 하고는 까르르 웃기도 한다.
그들이 보고 있는 곳은 욕실이었다.
응당 가려져 있어야할 욕실은 아무른 칸막이도 없었다.
전혀 무방비로 노출된 욕실은 거실과 구분하는 약간 높은 턱만 있을 뿐 아무른 장애물도 없었다.
그 욕실은 무척 넓었다.
욕실엔 한사람의 남자와 네 명의 여자가 있었고 그러고도 공간이 많이 남아돌 정도로 넓었다.
두세 명이 들어가도 될 정도로 커다란 욕조 안에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욕실에 누워 뜨거운 물에 온몸을 잠 구어 놓고 있다.
그런데 남자의 머리가 기대고 있는 것은 욕조의 턱이 아니고 부드러운 살덩이였다.
머리위에 커다란 젖가슴을 두고 그 여자의 배를 벼 개 삼아 누워있었다.
잔잔해야 할 욕조의 물은 심하게 요동쳤고 욕조 밖으로 넘쳐흐르기도 한다.
욕조를 파도치게 하는 것이 있었다.
길게 뻗은 남자의 허벅지에 앉아 엉덩이를 움직이고 있는 아름다운 중년여성이 있었다.
그 여자가 움직일 때마다 물은 파도를 일으켜 출렁거렸고 해일을 만들어 욕조 밖으로 덮치는 것이다.
여성의 고개는 뒤로 제켜져있었다.
눈은 반쯤 감으며 입으로는 연신 이상한 비음을 지르고 있었으며 표정으로 보아 얼마 있지 않으면 앞으로나 뒤로 넘어져 쓰러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여자는 움직임에 쉼이 없었고 어쩌면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같았다.
그 아름다운 중년여성의 젖가슴은 누워있는 남자의 두 손에 얼마나 세게 잡혀있는지 찌그러지고 손가락사이로 살집이 삐져나올 정도로 세차게 잡고 있는데도 고통보다는 환희를 느끼는 듯 가끔 자기의 손을 내려 자기의 젖가슴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겹쳐 잡고는 힘주어 짓누르기도 한다.
남자의 몸이 가만히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남자는 여자가 내려올 때 가끔 마주 엉덩이를 쳐올려주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여자는 까 무라 치는 비명을 지르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주위의 많은 이목이 자기를 보고 있음에도 추호의 부끄러움이나 행동의 거리낌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여자는 섹스를 만끽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던 두 명의 여자가 그들에게 다가온다.
그들은 누군가의 눈짓을 받은 것이다.
바로 남자의 벼 개 역할을 하고 있던 여자의 눈짓을.........그 여자 역시 눈은 풀어지고 게슴츠레하였다.
무언가 심한 역경이 그 여자를 거쳐 갔음이 분명했다.
축 늘어지고 기운 없어 보였지만 남자를 배려하려는 노력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 여자는 선영이었고 욕실에서 선채로 남자에게 요리되어 불편함속에서도 최고의 쾌락을 맛보았고 지쳐 늘어진 몸을 욕조 속에 담구고 자기에게 쾌락의 산물을 준 남자의 벼 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차돌 이였다.
차돌 이는 누나를 절정에 이르게 해주고 아직도 풀지 못한 뜨거운 욕정을 지금 여자에게 맡기듯이 하며 즐기고 있었다.
남자의 허벅지위에 올라타고 있는 여자는 한별이었다.
한별이가 곧 절정에 다다를 것 같아 선영 이는 샤워하는 여자를 불렀고 그 여자들은 한별 이를 부축하는 듯이 하면서 보다 빠르고 심한 쾌락을 주고자 애무를 하는 것이다.
행위를 도와주러온 여자들은 오 연수와 최 진희였다,
그 여자들은 알고 있었다.
한별이가 곧 갈 것이고 그러면 자기차례라는 걸,, 그걸 알기에 그들은 애무에 정성을 드렸고 과감해지고 있었다.
어느새 진희는 한별이의 뒤에 앉아 허리를 잡고 동작을 도와주고 있었다.
연수의 손은 물속으로 사라졌고 어디를 건드리고 희롱하는지 한별이의 인상은 더욱 구겨지고 망가지고 있었다.
[아..아아악......그만. 그만..나죽어........제발 그만.........아 아 항........]
한별 이는 한없이 늘어지고 있었다.
온몸은 기운을 잃고 늘어지는데 몸은 누군가에게 잡혀 계속 움직여지고 있었다.
이미 오를 곳은 다 올랐는데 그것도 모자라 자꾸 어딘가로 부터 시작한 쾌락이 자신을 죽이고 있었다.
감당할 수 없다고 빌어도 소용없었다.
실로 싫지는 않으면서도 이미 가득 찬 육신에 더 이상 받아들일 공간이 없어 파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정하는 것이다.
늘어진 몸이 경직되고 온몸은 떨리다 못해 새파래진다.
결국은 시체처럼 뻣뻣해지더니 정신을 잃고 만다.
그제 서야 한별 이에게 붙어있는 살덩이들이 물러나고 만다.
축 늘어진 한별 이는 그만 차돌 이에게 안기듯 무너지고 만다.
차돌 이는 그러한 한별 이를 안고는 등을 쓸어준다.
[후후후.....난 아직 인데...........]
차돌 이는 혼자말로 중얼거리더니 마치 먹이를 찾아 번뜩이는 매가 되어 앞에 있는 여자들을 쳐다본다.
여자들은 무서워 피하기는커녕 날 잡아 잡수시오, 하듯 환하게 웃으며 차돌이의 먹이가 되려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다.
차돌 이는 또 다른 먹이를 향해 한별 이를 밀치고 일어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도 않아 두 마리의 가련한 새는 거친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아래 산산이 찢기고 파헤쳐져서 갈기갈기 널 부러지고 만다.
거친 짐승도 완연한 포만감으로 지쳐 헐떡이고 있었다.
잠시 후
차돌 이는 욕실 바닥에 처참하게 널 부러져 있는 두 마리의 새를 쳐다보고 욕조를 본다.
욕조 속에 있어야할 두 여인은 언제 사라졌는지 없다.
차돌 이는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샤워를 틀고 그 꼭지 꼭대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맞는다.
물줄기가 바닥에 튕겨 늘어진 두 여자를 덮쳐도 여자는 움직일 기미도 없다.
한참을 머리로부터 물줄기를 맞던 차돌이가 또 다른 곳을 본다.
모든 것이 보여 지고 있다.
거실에 있는 여인들, 그들은 홀랑 벗은 몸들을 내보이고 있었다.
내 소유만이 아닌 모두의 소유인 거실에. 그들은 아무른 죄의식이나 부끄러움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굴곡심한 살덩이를 마치 자랑하듯 보여주고 있다.
거실 한쪽에 있는 장식장이 보인다.
거실에 있는 가구라고는 장식장뿐인 그것이 있기에 여기도 사람 사는 곳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다시 거실을 본다.
천장의 거울에 비친 침대위의 여인들의 반영이 보이고 저쪽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창문 밖은 실내와는 달리 캄캄하기만 하다.
차돌 이는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그리고 그는 침대로와 그 침대에 걸터앉는다.
침대에 있는 여인들은 이미 잠들은 여인도 있었고 움직임에 감응한 여인이 눈을 살포시 뜨며 밝은 웃음을 지어주고는 다시 눈을 감기도 한다.
모든 여인들은 평화로워보였고 그러면서도 육신은 마구 엉클어졌으며 자기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린 듯 벌거벗은 육신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 모습을 보며 살짝 떤다.
그리고 잠시 미래에 대한 생각에 억눌려 버린다.
우린 모두가 이곳을 소유하고 있다.
나는 항상 이곳에 있을 것이고 저들도 그럴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곳에서 아무른 부끄러움이나 죄책감 없이 자유롭게 행동하고 그 어떤 행위도 거부하지 않고 행할 것이다.
우린 모두가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를 볼 것이고, 서로의 말을 들을 것이고, 서로의 일거일동을 빠짐없이 목격하며 지낼 것이다.
모두가 평화롭게 서로를 의지하며 감사하며 주어진 나머지 삶을 영위하며 살 것이다.
저 머나먼 곳으로 떠나기까지 모두는 하나가 되어있을 것이며 그것이 보람이며 행복이라 생각하고 살아갈 것이다.
차돌 이는 빙그레 웃으며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그리고 이내 여인들처럼 눈을 감고는 고른 숨소리를 보이며 망각의 세계로 들어가고 만다.
그리고 얕게 코를 골며 한없는 나락으로 깊이 잠겨든다.
[드르렁.........드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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