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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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 이는 넓고 아늑한 알렌이 선물하고 간 승용차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운전석엔 정장을 하고 한껏 멋을 낸 제비가 앉아 운전을 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지금 상록수 회장이 산하 모든 조직을 불러놓고 오늘 인수인계를 자기에게 한다는 것을 통지받고 언젠가 갔던 아지트로 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

차돌 이는 차를 타고 가면서 오늘 일을 짐작한다.

오늘일이 쉽지 많은 않을 것이라는 걸.............그러나 이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에 어떻게 순순히 모두가 따라오게 하고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차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차돌 이는 생각을 접는다.

그리고 제비가 번개같이 다가와 문을 열어주자 밖으로 나온다.

그는 주위에 검은 정장을 입은 우람한 청년들이 하나같이 허리를 구십 도로 숙이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눈동자를 하늘로 향한다.

하늘엔 금방이라도 비를 내릴 듯이 어두침침하게 먹구름이 끼어있다.

차돌 이는 그런 구름을 보면서 이제 곧 빗방울이 떨어지겠군.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정면을 보며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차돌이가 현관에 들어서고 예전에 왔던 그 방 앞에 서자 역시 허리를 구십 도로 숙이고 있던 놈 중 하나가 안을 향해 큰소리로 외친다.

[신임 회장님이 도착하였습니다.]

그러자 방안에서 약간의 부산을 떠는 소리가 들리고 소리를 친 놈이 두 손으로 공손히 문을 열어 차돌 리가 들어갈 수 있게 길을 열어준다.

차돌이가 방안에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가 약간은 경악에, 그리고 어떤 자는 당연한 듯 제각각의 표정을 하고는 신임 회장이 들어서자 고개를 숙인다.

[회장님을 맞습니다.]

실로 짜 맞춘 듯이 하나로 들리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다.

차돌 이는 그 말을 들은 척도 않고 저 멀리 칸막이 안에 실루엣처럼 보이는 그림자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칸막이 앞에 마련된 자리에 앉는다.

차돌이가 앉자 모두가 자리에 앉는다.

차돌 이는 앉아서 천천히 좌중을 한번 둘러보더니 눈을 감는다.

잠시 침묵이 흘렀을까?..........칸막이 뒤에서 굵직하고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다.

오늘 이후로 상록수는 새로운 사람이 다스린다.

본인은 이 시간이후 모든 것에서부터 일절 상록수 일에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디 서로 상잔하지 말고 지금처럼 해주길 바란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위해 아니 상록수를 위해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준 여러분에게

진정 감사를 드린다.

부디 여러분의 앞날에 건투가 있기를..........]

그 말을 끝으로 칸막이 안에 정적이 흐른다.

물론 방에도 예외는 아니지만.........그런 시간도 잠시 칸막이 안에서 부시 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이 나가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리고 한동안 정적이 계속된다.

모두가 답답하게 여겨질 즈음 차돌이가 눈을 뜨고 좌중을 향해 입을 연다.

[나 또한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하겠다.

난 사왕이라는 사람이다.

전임도 그러했지만 나또한 길게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다만 신임으로 몇 가지 당부할말을 하고자한다.

먼저 회장이 바뀌었다고 다른 것이 바뀐 것은 없다.

물론 사람이 바뀌었으니 뭔가 달라져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전임이 하는 대로 나도

따를 것이다.

또한 여기에 몇 몇 사람은 오늘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르지 않아도 좋다. 즉, 상록수를 탈퇴해도 좋다는 이야기다.

허나 어디에서 누구에게든 상록수를 입에 담지마라. 그것은 나도 포함된다.

만약 이것을 어기든지 나와 상반하면서 우리의 규칙을 무시하고 행하는 자가 있다면

후후.......그 결과는 끔직 할 것이다.

즉 탈퇴해도 좋고 상록수의 지시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 지금까지 해온 규칙과 원칙을 따라주길 바란다.

물론 따로 지시가 내려지겠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몇 가지 상황을 어기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조직을 탐하거나 유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조직이라면 오히려 나는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그걸 어길 시에는 목숨까지도 어쩌면 모든 피붙이 까지도 내어놓아야

할 것이다.

난 공적인 일엔 공도 징계도 철두철미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또 하나 누구든지 이 자리가 탐이 나는 자는 도전하라.

나를 이기면 모든 권한을 두 말 않고 물려줄 것이다.

허나 내게 졌을 경우 댓 가는 비쌀 것이니 부디 현명하게 생각하고 처신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제부터 상록수의 모든 지시는 중앙파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일상시의 내 권한대행을 중앙파가 대신할 것이니 모두가 따라주길 바란다.

이제 잡다한 상황은 중앙 파 보스가 여러분에게 알려줄 것이다.

부디 전임이 했을 때처럼 모두가 한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이상이다]

말을 마친 차돌이가 일어선다.

이런 자릴 원한 것도 아니고 그런 자리에서 오래 있기도 싫었다.

어차피 맡을 수밖에 없는 자리라면 뭔가 자기의 신념을 확고하게 밝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자리가 사실은 조금 부담이 되었기에 망설임 없이 일어난 것이다.

차돌이가 일어나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 역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차돌이가 그들의 중앙을 걸어 나가며 한 사람 한사람과 악수를 나눈다.

그리고 모든 사람과 악수를 교환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각 조직의 보스들은 나가는 차돌이의 등을 보며 깊숙이 허리를 굽히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차돌이가 밖으로 나와 정원에 다 달았을 때 귀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차돌이가 나가고 각 조직의 보스는 지금의 사태에 어떻게 처신해야하는지 아니면 이참에 자기 목소리를 높일 참인지 한동안 웅성대더니 그 와중에 한소리 일갈에 조용해진다.

그 일갈을 내뿜은 자가 누구인지 차돌 이는 알고 빙그레 미소 짓는다.

항상 들었던 음성이 아닌가,

자기를 위해 목숨마저도 내어 놓으려했던 다정한 목소린데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곰 형의 일갈이었다.

곰 의 일갈에 좌중이 조용해지는 것을 보고 차돌 이는 다시 발길을 옮겨 제비가 기다리는 차에 올라타고는 그 자리를 벗어나고 만다.

사실 차돌 이는 조금 불안했다.

여러 사람이 목소리를 올리고 대항이라도 하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를 제압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면 불신이 생기고 반발심이 생겨 이탈하는 조직도 생겨날 것이다.

또한 잘못되어 그 자리가 난장판이 된다면 조직 안에서도 만약을 대비한 비상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자신할일도 아니지 않는가.

세상에 상록수가 드러나면 친구인 대찬의 진로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 된다.

조금의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빌었다.

다만 이 자리를 벗어나서 불순한 세력이나 도전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건 상록수를 내세우지 않아도 처리할 수 있어 이 자리에서만은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고 그래서 차돌 이는 말도 짧게 했고 빨리 물러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웅성거리며 저마다의 궁금증과 진로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와중에 곰의 일갈이 좌중을 압도하는 것을 느끼고는 안도의 미소를 하며 조용히 그 자리를 물러난 것이다.

[역시, 형이야...후후..대단해.............]

차돌이가 싱글거리며 혼자 말을 하며 웃자 제비가 궁금한 듯 묻는다.

[대장님, 뭐가 그렇게 즐거우십니까.

전 긴장되어 바지에 오줌이라도 쌀 것 같았습니다.]

제비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은 함박웃음이었다.

제비도 지하조직세계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다.

전부는 몰라도 자기가 형으로 불리 우는 사람이 오늘 모인사람이라면 거의일 것이다.

그런데 제비는 그들에게 인사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들의 인사를 간접적이나마 받을 처지로 돌아선 것이다.

물론 잘못되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제비는 모두가 허리를 깊이 숙일 때 당당히 허리를 들고 서 있을 수 있는 몸이 된 것이다.

어찌 조직세계에서의 남자로서 뿌듯하지 않겠는가.

아까부터 들어가 있던 어깨 힘이 아직도 들어있는지 가끔 추스르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그렇게 된 제비로서는 오늘 더없는 영광과 흐뭇함을 그리고 대장의 차를 몰지만 세상 누구라도 함부로 할 수없는 귀하신 몸이 된 것에 춤이라도 지금 추고 싶었다.

그걸 참고 있으려니 어찌 갑갑하지 않겠냐만 그런 모습을 자기가 모시는 자기에게 그런 광영을 가져다준 대장 앞에서 행할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 아닌가.

마음속으로 춤추고 있는데 차돌이가 혼자 중얼거리며 웃자 갑갑한 심중을 토해내듯이 환하게 웃으며 차돌이가 이상한 듯 백미러로 쳐다보며 묻는 것이다.

[후후후...........]

차돌 이는 웃을 뿐이다.

그러나 제비는 궁금한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영문을 몰라 한다.

그때 차창을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내리는 것이다.

맑은 하늘이 삽시간에 먹구름이 끼이고 급작스레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차창을 때린다.

작은 비로부터 서서히 내리는 비가 아니고 처음부터 굵은 줄기를 이루며 때리는 소낙비다.

주위는 삽시간에 암흑으로 변한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돌풍이 공간 속을 길고 맹렬하게 휩쓸어댄다.

저 멀리서부터 으르렁거리는 천둥소리가 하늘을 뒤흔든다.

[웬, 비가..갑자기...........]

차돌 이는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낙비를 보며 잠시 중얼거리더니 쿳 숀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는다.

졸음이 몰려오는 것이었다.

근래 너무나 많은 일로 바쁜 나날을 보냈고 오늘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 심신이 편안해진데다 비까지 내리고 안도와 차안의 포근함으로 그만 졸음이 왔고 그 졸음에 몸을 맡긴 것이다.

세상살이가 무엇인가,

힘이 드는가, 아니면 편안하고 좋은가...

사람의 일생이 별것인가,

모든 것은 공에서 시작하는 법.

하나의 전체적인 강이나 하나의 전체적인 마음이 공이라 했다.

이러한 이해에 도달할 때 인간은 삶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에는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미혹만 가득하다했다.

때때로 우리는 아름다움을 과소평가한다.

우리의 작은 마음이 실재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한다.

모든 것을 말하기는 쉬워도 감정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것을 비워 마음을 공으로 만들어 욕심 없이 자연과 하나 되어야 한다.

이건 누구나 아는 말이다.

아무나 아는 그것을 행동하는 이 과연 얼마일까.

집착을 버리고 마음이 광명정대해야 세상을 포용할 수 있다.

과연 나는 욕심을 버리고 살았는가,

세상 누구보다 더 많은 걸 가지기위해 지금껏 살아왔지 않는가.

지금 내가 해야 할일은 무엇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답함도 한 순간이고 차돌 이는 고개를 뒤로 크게 젖히고 만다.

잠들은 것이다.

.....................

그 시간 제비는 야트막한 산허리를 돌고 있었다.

조금 전부터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는 25톤 덤프트럭 때문에 짜증을 내고 있었다.

경적을 울려 위협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자기가 모시는 대장이 모처럼 노곤하게 잠을 청하고 있는지라 그러지도 못하고 트럭의 뒤만 따라가며 인상만 그리고 있었다.

[어...저차가 왜 저러지......어어. 저런 호로 새끼 보았나...........]

제비가 당황한 목소리로 구시렁거린다.

제비는 트럭을 추월하려다 상대편에서 오는 역시 같은 25톤 트럭이 이렇게 비가오고 천둥이 치는 날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맹렬하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당황해서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제비는 더 이상 놀랄 수가 없었다.

그 트럭이 자기 쪽으로 핸들을 꺾더니 그대로 자기 차의 옆구리를 맹렬하게 쳐 박고는 그대로 두 차 모두 야트막한 언덕을 굴러 떨어지고 만 것이다.

차돌 이는 잠결에 무슨 소리인가를 들었다.

컴컴한 공간 속에서 희미한 소리가 미 끌어지듯 들렸다.

먼데서 폭풍이 부서지는 소리도 아니다.

가까이서 소곤대는 소리도 아니고 발자국 소리는 더욱 아니다.

그것이 헛소리가 아닌데도.... 나를 차안의 쿳 숀에서 끌어낸 본능이 착오를 일으킨 것은 더욱 아닌데....

차돌 이는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 알기위해 귀를 열고 눈을 열었지만 어둠을 뚫고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이미 두 눈과 귀는 감겨있었고 아무리 애를 써도 열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짙은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지푸라기가 되어 있는 듯 했다.

그렇게 차돌 이는 정신을 잃어갔다.

.

........................................

저 멀리 아름다리 구름 속에서 한줄기 빛이 새어나오고 그 빛은 멍하니 누워있는 차돌이 곁으로 다가온다.

그 빛을 등지고 어렴프시 사람의 형태처럼 빛 무리가 뭉쳐지더니 그것은 곧 사람으로 변화한다.

서로 손을 마주잡고 서 있는 중년부부였다.

그들은 차돌 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차돌 이는 뭔가가 다가옴을 감지하고 그 감지되는 곳으로 얼굴을 돌리다가 벌떡 일어난다.

[엄마. 아빠...........]

나타난 사람은 언제나 꿈속에서 보이던 정다운 사람이었다.

그들은 웃고 있었고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전처럼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그런 부부의 눈동자엔 애처로움이 그득하다.

차돌 이는 그 중년부부를 향하여 달려간다.

[엄마..아빠....]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지만 그 거리는 여전히 떨어져있다.

차돌 이는 다시 달린다.

그런데 그렇게 깨끗하게 정돈된 길에 느닷없이 나무토막이 나타나서 차돌이의 발을 걸고 만다.

차돌 이는 그만 쓰러졌고 재빨리 일어나는 그의 입가엔 얕은 피가 흐른다.

차돌 이는 입가에 흘린 피를 소매 자락으로 훔치며 다시 부모님께로 달려가려 한다.

그런데 아무리 발을 움직이려 해도 발을 옮길 수가 없었다.

차돌 이는 떨어지지 않는 자기 발을 본다.

무엇인가가 있었다.

하얀 뱀, 그것도 엄청나게 큰 하얀 뱀이 자기의 다리를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발을 칭칭 동여감고 있었다.

크기는 달라져있었지만 그 하얀 뱀은 틀림없이 사신이었다.

사신이 자기 발을 칭칭 감고 꼼작도 못하게 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의아했다.

30cm도 안 되는 사신이 언제 이렇게 커졌단 말인가........

그리고 왜 자기가 그리워하는 부모님을 만나려하는데 이놈이 방해를 한다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돌 이는 불연 듯 화가 치밀었다.

이놈이 내발을 걸어 넘기거나 감고 있지 않았으면 벌써 그리운 부모님 품에 안겨 있을 텐데...그토록 보고 싶던 부모님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나에게 발을 감아 방해를 하다니....차돌 이는 치솟는 화를 그대로 얼굴에 담고 사신을 매섭게 노려본다.

사신은 길다 란 몸을 자기 발을 감고 흉측한 얼굴을 차돌이 눈앞으로 디디 밀며 인상을 그리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절대 못 간다는 표정이었다.

[이놈, 사신. 네놈이 내 앞길을 막다니........

진정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더냐....]

차돌이가 포악한 인상을 그리며 호통 친다.

그러나 그렇게 순종하던 사신의 모습은 간데없고 도리어 자기 몸을 그 길 다란 몸뚱이로 더욱 칭칭 옭아매려 들지 않는가....

차돌 이는 분하고 쾌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두 손이 억압되어 사신을 제압할 수도 없었다.

차돌이의 눈에서 시퍼런 광채를 뿜어내더니 허연 이빨로 사신의 목 줄기를 여지없이 물어뜯는다.

사신이 고통스러운 듯 몸을 꿈틀된다.

하지만 사신은 자기의 목에서 하얀 피를 품어내면서도 옥죄이고 있는 차돌이의 몸을 풀지 않는다.

아니, 더욱 결사적으로 몸을 감으려 들지 않는가.

차돌이도 지지 않는다.

사신의 목에서 피가 마를 때까지 그 피를 사정없이 빨아먹는다.

사신이 점점 기운이 다하는 것을 느낀 차돌 이는 사신을 물고 있는 입가에 징그러운 미소를 담는다.

눈에는 아직 네놈이 나를 거역하고도 살기를 바랐냐는 포악한 광채가 줄기줄기 흘러내고 입가엔 온통 사신의 붉은 피로 떡칠을 만들고 있었다.

차돌 이는 기운이 다한 사신을 있는 힘을 다해 자기 몸에서 뿌리치며 떨쳐낸다.

그리고 앞을 보며 사랑하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부모님을 향하여 달려가려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앞에 있던 부모님은 언제 저토록 멀리 갔는지 구름가운데 빛이 흘러내리는 상단부에 가 있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안 돼.]그러면서 목청껏 부모님을 부르며 달려간다.

[아빠..엄마. 가지마. 나랑 같이 가............]

차돌이가 빛이 타고내리는 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 빛은 이미 구름 속으로 사라졌고 그리운 부모님도 연기처럼 사라지고 난 뒤였다.

차돌 이는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한다.

[엉 엉엉..........엄마, 아빠............]

이미 사라진 부모님을 찾으려는 것인가, 아니면 자기 눈에 보이지 않아 더듬는 것인지 두 손을 마구 허공에 내 저어며 애타게 부모님을 찾으며 통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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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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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큰언니.........이이의 손가락이 움직였어. 어서. 빨리 와봐.........]

분명, 이 목소리는 지란의 목소리였다.

지란의 목소리를 들은 한 여자가 급히 달려와 차돌이의 손을 잡아보고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지란의 목소리에 도 희와 일화가 달려오고 부쩍 늙어버린 것 같은 윤지의 어머니 양여사도 뛰어온다.

그런데 그들의 차림새가 이상했다.

늙고 젊음도 없이 모두가 벌거벗은 몸 뚱 아리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예전 곰의 처 지금은 차돌이의 여자가 되어버린 순덕이가 아직 채 마르지 않는 손을 앞치마로 닦으며 뛰어 온다.

그리고 모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돌 이를 본다.

그러나 차돌 이는 쥐 죽은 듯이 누워있을 뿐이다.

얼굴은 야위어질 때로 야위었고 튀어나온 광대뼈가 불쌍하게 보일만큼 처절했다.

그의 표정은 무덤덤했고 눈은 한곳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를 않는다.

제일먼저 달려온 선영이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조용히 차돌 이를 향해 입을 연다.

[흑흑흑...제발, 정신 차려..........왜 일어나지 못하는 거니.........

빨리 일어나 나를 안아줘야 할 것 아닌가, 이 바보야......

이 천하에 몹쓸 새끼야, 누나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네놈 혼자 이렇게 있으면

난 어쩌란 말이야. 흑 흑....엉 엉엉..........]

말을 끝내는 것과 같이해 선영 이는 통곡을 하고 만다.

그의 울음에 모두는 석연한 빛이 되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누구는 말없이 눈물을 떨어뜨리고 만다.

조용한 방안이 갑자기 울음바다로 변했다.

오직 한사람, 양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차마 울지 못하고 있던 양 여사는 도무지 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먼저 자리를 피하고 만다.

이때 갑자기 울먹이던 일화는 지란에게 다그친다.

[동생, 정말 확실히 본거야. 혹시 잘못 본 것은 아니겠지........]

[아냐, 언니 정말이야, 네 눈으로 이이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어.

정말이야, 믿어줘....]

지란은 답답했다.

차돌이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고 기쁜 마음으로 모두를 불렀는데 지금 차돌 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 수족도 꼼작 못하고 있었다.

자기가 마치 미친 여자로 보인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정말 이이를 사랑해서 착각을 일으킨 것인가.

분명 내가 이이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봤는데 지금은 죽은 사람처럼 미동도 없지 않는가.

모두에게 미안하다.

내가 순간에 헛것을 보고 모두를 놀라게 하다니..

[그래.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너도 지쳤는가보다. 헛것이 보이게...........

허긴 일 년도 넘었지. 이이가 이러고 있는 게.......

그래도 살아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데.........]

일화는 지란이 한 행동을 이해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차돌 이를 돌본 게 하루 이틀인가,

일 년도 넘는 세월을 이러고 살았고 모두는 정성으로 보살폈지 않았는가.

얼마나 움직이길 바랐고 전처럼 활기찬 모습을 보고 싶었으면 그렇게 보였을까 도리어 그렇게 본 지란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것이다.

[그래, 맞아 언니. 동생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

동생의 마음이 곧 우리마음 아니겠어.

빨리 일어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어디 우리뿐이겠어..

자, 이이는 네가 돌볼 테니 모두는 자기할일을 하자고..

지란이 동생은 좀 쉬어야겠어.

누구보다 이이에게 열성이다 보니.....그런 것 일거야.............

민우엄마는 큰형님을 모시고 가고..,,,,,,,,,자..움직여..........

이런다고 이이가 빨리 일어나는 건 아니니.........더 이상 부산떨지 말고....]

도 희가 주변정리를 한다.

그리고 흘러내린 이불을 차돌이 목까지 덮어주고 앙상하게 메마른 차돌이의 손을 꼭 잡는다.

[아..........정말인데, 나는 정말 보았는데.....]

지란은 아직도 아까의 상황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게 조금은 야속한 모양이다.

분명 보았는데 과연 내가 정말 움직이는 걸 보았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지란의 어깨는 더욱 쳐진다.

모두는 물러간다.

시끄럽게 달려올 때와는 달리 물러갈 때에는 하나같이 쳐진 어깨에 슬픈 표정이다.

.

...................................

그렇다.

지금 이곳은 차돌이 집이다.

주위환경은 전에 살던 집과는 확연히 틀린, 실로 아방궁 같은 집안이었다.

넓은 거실 한가운데 둥그렇고 엄청나게 큰 침대위에 차돌이 혼자 덜렁 누워 있었다.

이집은 새로이 지은 차돌이의 궁궐이었다.

차돌이가 쓰러지고 그를 본 것은 열흘이 넘었고 그들은 넋 나간 듯한, 차돌 이를 보았다.

차돌이가 병원에 실려 오고 머리를 너무 다쳐 정신을 잃고 있어 수술이 불가능했고 죽기를 기다리며 중환자실에서 있었다.

행여나 정신이 든다면 수술이라도 해볼 수도 있으련만 죽은 듯이 꼼작 않고 가늘게 숨만 쉬고 있는 차돌 이였다.

그리고 간호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난 뒤, 차돌이의 머리맡에 하얀 뱀가죽이 있었고 얼마 후 차돌이가 헛소리를 하며 정신이 들자 곧장 수술에 들어갔고 그러나 너무나 심한 부상에 차돌 이는 예전의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만 붙어 겨우 목숨만 지탱하는 그리고 꼼작 달 삭도 못하는 식물인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의사들은 천운이라 했다.

분명 백이면 백사람, 모두 이것의 반 정도만 상처를 입어도 즉사를 면치 못하는 데 차돌 이는 어떤 기이한 힘에 의해 목숨을 지탱했고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하나의 기적이라 했다.

병원에서 근 3달을 있었다.

허나 차도가 없는 차돌 이를 병원에 두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차돌 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차돌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궁전 같은 집을 최우선으로 완공했고 두어 달 전에 이집으로 이사 온 것이다.

물론 그동안 찢어지고 부서진 육신덩어리는 몇 번의 수술과 치료로 거의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지만 정신만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긴 차돌이만의 궁전이었고 여자들은 예전의 규칙대로 차돌이의 궁전에서는 본인을 제외한 그 누구라도 몸에 실 한 오라기 걸치지 못함을 견지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모두는 차돌이가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지금도 그 룰을 지키며 살아왔던 것이다.

물론 양여사도 이방에 오길 처음에는 무척 꺼려했다.

그러나 장모가 죽어가는 사위가 보고 싶지 않겠는가. 부끄러움을 무릎 쓰고 다른 여자와 마찬가지로 나신으로 들어와 손으로 몸을 가리며 사위의 얼굴을 보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한두 번 하다 보니 옷을 벗고 이방에 오는 게 하나도 꺼 럼 직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차돌이가 정신을 잃고 있어 자기가 나신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지만.........

그렇게 그들은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고서야 조용해졌다.

.

....................

.

선영인 자기 방으로 내려와 이불을 덮어쓰고 하염없이 울었다.

이 세상에 피붙이라곤 둘뿐인데 자기를 태워서라도 살리고 싶은 동생이고 남편인데 나에게 그의 핏줄을 남겨주고 저렇게 멍청하게 세상을 잊고 사는 동생이 너무도 얄미웠고 불쌍하였다.

차라리 이러지 않았다면.......천륜을 어기면서까지 동생을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다면...이런 고통을 받지 않았을 텐데........

동생이 받고 있는 고통이 자기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언젠가 동생이 자기 곁에서 한말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날도 그들은 함께 있었다.

진한 사랑을 나누고 온몸이 후줄근한 땀에 배여 있고 사지를 늘어뜨리고 아직도 쾌락의 잔재에 몸을 떨고 있는 나에게 너는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이런 말을 했지.

[누나, 절대로 마음변하면 안 돼..... 만일 변한다면 난 누나를 다시 못 볼 것 같아.

아니, 볼 수도 없겠지만.........]

어쩌면 끔찍스런 말이기도 하지만 그 말은 나의 폐부를 뚫고 들어와 제 가슴속에 둥지를 틀고 앉아버리고 말았지 않았는가.

영원히 잊어버리지 못할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젠 내가 두려워진다.

내가 널 어찌 잊을 수가 있으며 널 버릴 수가 있겠는가.

그토록 너의 갈망과 나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세상의 모든 것도 무시한 우리인데 네가 이제 날 버리려하지 않는가.

[그럴 수는 없어. 절대 널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게 하진 않아.

네가 죽으면 나도 이 세상에 없어. 영원히 함께 할 거야.....]

외마디 절규를 입 밖에 내어보지만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시간에 패배를 당한 듯이 느끼고 그리고 굴복 감을 느끼고. 또 모든 것이 지나가고 그러다 인간은 끝장에 이르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것이 얼마나 맞는 말인가, 문뜩 그런 절망에 가까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절대 포기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분명 동생이 언제인가 툴툴 털고 자기 앞에서 환하게 웃을 날이 반드시 올 거라는 믿음을 한시도 지워보지 않았다.

선영인 그렇게 길고 긴 밤을 뜬눈으로 보낸다.

다음날.

선영인 자리에서 일어나서 창을 본다.

소박한 아침햇살이 온 누리에 퍼져나가는 것을 본다.

늦게 잠시 졸았나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여명이 펼쳐지는 걸 본다.

차츰차츰 폐허로부터 꽃피듯 피어나 솟아오르는 찬란한 아침의 모습을............

간단히 세수를 하고 주방으로가 모두가 모여 있는 식탁에 가서 앉는다.

누군가가 차려놓았을 음식에 모두는 식사를 한다.

말없이 그리고 힘없는 동작으로 모두는 늘 그러하게 식사를 한다.

어설픈 아침식사가 끝나고 선영인 자기를 끌어당기는 그 지점, 차돌이가 누워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멍하니 초점 없는 눈으로 마냥 한곳만 주시하고 있는 그 얼굴, 그리고 입술에 자기입술을 맞춘다.

[여보, 사랑해...영원히...........]

아무른 응답이나 움직임도 없다.

그러나 선영인 그 입술에서 선뜻 입술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 발걸음을 뒤로하여 걷는다.

걸음을 옮기는 그녀는 곧 쓰러질듯 하였다.

뇌우를 맞은 듯이 휘청거렸고 움직이는 걸음마다 천근바위를 매달아놓은 듯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시선은 차돌 이에게 주고 걸음은 뒤로 걸으며 마치 차돌 이와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 사람처럼 멍하니 한곳만 주시하는 차돌 이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꼼작 않는 동생의 얼굴은 여전히 파리해 보였고 두 손은 힘없이 늘어져있다.

선영 이는 그 모습에 다시 절망적인 두근거림 같은 것이 온몸을 휘감아드는 것 같다.

마음속의 그 무엇이 끝없는 피안으로 도망가려고 무익한 몸부림을 쳐대고 있는 것 같이 심한 어지러움을 가져온다.

선영 이는 머릿속을 마구 헤치며 돌아다니는 잡념을 씻어내려고 고개를 급히 저어 불길한 생각을 지운다.

그래. 오늘 아니면 내일 언젠가는 네가 전처럼 나에게 올 것이다.

반드시 너는 네게 올 것이고 난 그날이 언제일지라도 기다릴 것이다.

선영인 갑자기 자기는 오직 기다림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지금까지도 기다렸는데..............비가오고 눈이 오고 세월이 바뀌어도 기다렸는데...........

선영인 걸음을 멈추고 다시 차돌 이를 본다.

두 눈에 한줄기 눈물이 타고 흐르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렇게 마치 마비된 사람처럼 그 자리에 서서 차돌 이를 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자기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다하고 있다.

이젠 차돌이 스스로 일어나지 않으면 되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발걸음을 뒤로 물리고 선영인 벽에 등을 붙이고 달라붙듯이 기댄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는다.

마음속의 공간엔 이미 한쪽으로는 캄캄해있었다.

모든 것이 엉클어지고 온통 어둠으로 가득차고 미지의 것으로 가득 찼지만 선영인 그것을 가능성으로 항상 변모시키며 살았다.

지금도 그러했다.

벌거벗은 나신이 파르르하게 떨어가며 목 아래 달린 육중한 젖가슴살덩이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동작 때마다 출렁거리며 흔들려도 두 다리 사이에 우거진 어마어마한 밀림의 숲들이 하늘하늘 흔들며 누구를 유혹하는 몸짓을 하고 있는데도 이것을 소유하고 공유할 사람은 마냥 죽은 듯이 누워있다.

그 사람을 위해 선영인 진정으로 기도하고 그리고 눈을 뜨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선영이의 동작이 부르르 떨며 번개같이 고개를 돌린다.

방금 보았다.

어제 지란이가 놀라 부르짖던 그 현상을 선영인 보았다.

설마 했고 거짓말로 치부했던 그 현상을 두 눈으로 분명히 보았다.

선영인 그대로 급히 뛰어 방금 움직이던 차돌이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자기를 유혹한 손가락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맞았어, 분명 움직였어.

지란이 동생 말이 거짓이 아니었어.

그래, 이젠 됐어. 넌 이제 일어나는 거야. 이렇게 조금씩 일어나는 거야. 엉엉엉..........]

선영인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서 마구 소리를 내며 눈물을 터뜨린다.

또다시 집안은 요란법석을 떤다.

선영의 때 아닌 울음소리에 놀란 식구들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게 아닌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한달음에 달려와 선영 이를 잡으며 왜 그런지 몰라 마냥 쳐다본다.

선영인 한동안 그렇게 울고는 모두를 향해 환하게 웃는다.

[동생들......나도 봤어.

어제 지란이 동생이 보았다는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분명히 보았어.

이젠 동생은 회생하고 있는 거야........흑.....흑............

그렇지, 이럴 시간이 아냐..........

내가 의사에게 연락할 테니 동생들은 이이를 아래채로 빨리 옮겨

빨리 준비해........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연락하고............흑흑.........]

선영이 부산을 떤다.

죽은 듯이 있던 동생의 움직임을 보았으니 오죽하랴..

너무나 기쁘고 반가워 자기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허둥대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벌거벗고 사는 이곳을 남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는지 차돌 이를 아래채로 옮기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그렇죠, 언니...봐요. 내가 어제 분명히 보았다 했잖아요......]

지란이 어제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 질책하고 있다.

하지만 지란의 목소리에도 반가움이 더해서 그가 모두를 원망하는 말투에도 다른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이 야호. 되었어......그리고 모두 진정해요...........

언니, 언니, 이젠 됐어...

호호호.....자, 빨리들 움직이자. 언니는 어서 선생님을 부르세요.....]

어리둥절해 있다가 기쁘기는 일화도 매한가지다.

정말이라면 이제 우리가 기원하던 일이 진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커다란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화는 가슴을 펴고 두 팔이 긴장되어있는 차돌이의 손을 꼭 쥐고 주무르며 새로운 희망으로 부르르 떨며 기쁨을 웃음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목 줄기는 파도처럼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울고 있는 것이다.

[언제인가 나에겐 공포가...공포만이......이젠......]

언제인가부터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공포라는 존재가 지금 한없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희망의 빛이 솟아난다.

그대를 햇빛처럼 내 운명처럼 살아왔고 그렇게 살기를 바랐는데........

이제 막막했던 어둠이 밝은 햇살에 밀려나고 차츰 환해지는 마음에 소리 없이 눈동자에 그늘을 지우고 이슬 같은 눈물방울을 만들고는 그 방울을 대지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

갑자기 거실엔 벌거벗은 한 떼의 여자들이 울고 웃는 모습으로 시끌벅적해진다.

무덤 같은 젖가슴들이 춤을 추며 덜렁거려도 마냥 좋은지........

그리고 두 다리 사이 무성하게 우거진 까만 숲들이 춤을 추며 나부껴도 부끄럽지도 않은지 부산하게 움직인다.

.

.

차돌이가 아래채에 옮겨지고 널따란 방에 그리고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 눕혀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차돌이의 집에 자동차소리가 끊이지 않고 집안으로 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일부는 차돌이의 상태를 보고 돌아가기도 한다.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 전에 없던 화사하고 뛰어나게 예쁜 여자가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기주가 처녀를 가진 한별이었다.

한별 이는 그 옛날 기주와 관계가 있은 후 기주를 졸라 차돌 이와 만날 날을 잡았다.

그러나 차돌이가 졸지에 교통사고를 당하였고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식물인간이 된 것을 한참 후에 알았다.

그래서 기주와 함께 병문안을 왔는데 그곳에서 지란을 보았고 그는 엄청 놀라고 말았다.

대선배이고 어머니 같은 지란이 차돌 이를 수발하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

지란의 행동은 정인을 보살피는 가련한 여인 바로 그것이었다.

한별은 많은 것을 한순간에 생각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있어 무엇으로 하여금 그처럼 도도하고 당당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고 모든 여배우들의 권익을 위하여 솔선수범하여 나서던 지란이었고 같은 여자들에게는 어머니요 무서운 사감 같은 존재였다.

그의 한마디에 지금도 어느 누구라도 따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자상하던 지란이 한낱 목숨만 붙어있는 남자 그것도 자식 같은 남자의 곁에서 수발을 하고 있다니.....

그것도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하는 것 같지 않는가......

지란도 한별 이를 보았다.

잠시 눈빛이 흔들리는 가 했는데 담담하게 돌아갔고 건성 적으로 문안 온 것을 반겨줬다.

[왔어,] 그 한마디에 한별이도 흔들리고 말았다.

선배며 어머니 같은 지란의 눈가에 어두운 물줄기가 맺히는 것을 보았고 그 눈물은 꼼작 않고 누워있는 사람을 위하여 흘린다는 걸 깨달았기에 한별도 순간 지란의 눈빛에 동화되어 같은 슬픔에 잠기는 알 수없는 감정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한별은 국내굴지의 대기업 사모님 두 분이 이곳에 있는 것도 보았다.

기주의 처 도 희나 일화를 보고서도 역시 지란과 같은 눈빛을 그려내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속이 막히는 것 같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어디에도 말할 수가 없었고 혼자 속 앓 이를 해야 했다.

만일 입을 잘못 놀려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본인이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되 물려 덤벼든다면 한별이로서는 지금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그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는 전쟁이 되고 또한 처참하게 쓰러진다는 것을 알기에 함구하고 답답한 가슴만 쓸어내렸던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한별 이는 지란에게 자주 안부하고 문안하며 더욱더 친목을 도모하였고 이젠 한 달에 한두 번은 아무도 모르게 차돌이집에 병문안 오는 특별한 자격 같은 것도 얻게 되었다.

어 쨌던, 이것은 한별이의 일이었고 지금 차돌이의 증세를 가지고 모든 사람들은 의사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분명 환자가 그런 증세를 보였다면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사실 저렇게 되어버린 환자치고 제 정신으로 그리고 사지를 움직였다면........

실로 기적 같은 일입니다.

저 정도의 환자가 원래대로 아닌 정신만 차리는 것도 극히 드문 일인데 비록 극히

작은 신체 일부가 움직였다는 것은 아주 좋은 현상이지만 지금은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조금 더 환자를 두고 보아야 어느 정도 판별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보호자분들은

환자를 세심하게 살펴보시고 조금이라도 다른 움직임이 있다면 즉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의사의 말은 지극히 지당했다.

손가락하나가 살짝 움직였다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어찌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차돌 이를 간호하던 모든 사람들은 의사의 입에서 좋아진다는 말 한마디에 엄청난 기운이 솟는 것을 느낀다.

모두가 피곤하고 힘없는 모습이었지만 의사에게 답례하는 모습은 환히 웃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허허허.....제가 뭐 한일이 있습니까.....

모두가 환자의 의지가 평시에 워낙 강해서 생겨난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 나의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하여 저도 관심이

갑니다.

허허......그럼....]

의사 선생은 자기도 놀라고 있다는 아주 사무적인 말을 끝으로 집에서 떠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의사가 들어갔고 의사는 보호자와 같이 차돌이의 증세를 듣고 차돌이의 온몸을 세밀히 살펴보고는 차돌이가 누워있는 방을 빠져나온다.

이번의 의사는 한의사였다.

모든 식구는 의사를 따라 우루 루 몰려나와 또 다시 의사가 뭐라 하는지 귀를 기울인다.

[솔직히 난 많은 세월을 한의학에 몸담았고 수많은 사람을 진맥하고 치료했지만 이분

환자에게만은 아무른 처방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이분 환자에겐 나도 모르는 기이한 힘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기운이 무언지 저도 장담하지 못하지만 어쩌면 그 기운이 이분 환자를 살렸고

소생시키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이 드네요.

또한 이분의 신체 일부가 움직였다는 것은 이분의 신경이 아주 극소수지만 생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말이 됩니다.

지금 이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처방은 없습니다.

이분 환자 몸속에 알 수없는 기운을 격발하여 이분의 몸속에서 강렬한 활동을 한다면

분명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으련만.......]

한의사는 자기의 소견을 피력한다.

그리고 말끝을 맺지 못하고 주위를 휘둘러본다.

항상 이분 환자를 보러올 때마다 느끼지만 이 환자의 곁에 아름다운 여성들이 즐비하게 있어 모두가 걱정하고 마치 모두가 정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도무지 있을 수 있는 일인가하고 올 때마다 궁금했다.

지금도 매한가지다.

하기 힘들고 심한 말을 누구에게 해도 좋을지 주위를 둘러본 것이다.

선영인 한의사의 의도를 눈치 챘다.

그래서 한의사를 보며 뚜렷하고 분명하게 말한다.

[꺼려하실 것 없어요.

마음 놓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기탄없이 말해주세요.]

[허허. 이것 참.......]

의사는 헛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좌중을 다시 쳐다보고는 말문을 연다.

[그럼, 개의치 않고 내 소견을 말하리다.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기란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생동안 모르고 사는 분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걸 알고 그 기를

활용해보고자 심산절곡이나 동굴 같은 곳에서 수련하는 사람도 있지요.

즉 불교의 고승이 동굴 속에서 벽을 보고 좌정하며 무아지경에 빠져들려는

수련 같은 것입니다

불승에게는 그걸 면벽이라 하지요.

그렇듯 사람의 몸에서 기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도 많이 봅니다.

소위 차력사나 무도인도 한 맥이지요.

심지어 우리가 말하는 무당이나. 점을 치는 사람도 모두가 어쩌면 하나의 기를

운용 한다 보면 될 겁니다.

인체의 모든 기는 단전에서 시작되지요.

단전이란 배꼽아래 위치하며 소위 기를 운용하는 사람은 모든 내공이 시작되고 만

들어지고 모여 있는 곳이라 하지요.

내가 보기엔 이분도 기를 운용하는 공부를 한 것 같아요.

이분의 단전에 커다란 응어리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 같은 사람은 짐작해 내지요.

그리고 이분 몸속에서 흘러 다니고 있는 알 수없는 기는 뿔뿔이 흩어져 제멋대로

움직이지만 이분이 가지고 있는 기보다는 수백 배가 강함을 자신합니다.

만약 그 기를 한곳으로 모을 수 있고 그 기를 그곳에서 격발시킬 수 있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한 엄청난 효과가 오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가 알기엔 그런 운용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조금의 도움은 줄 수 있지만........

사실, 난 이분의 증세를 뭐라 짚어 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아까 저분이 말 한대로 내가 하는 말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기탄없이 말하지요.

사람의 인체에 제일 빨리 기와 혈이 도달하는 곳은 뇌이고 그다음으로 전달되는

곳이 사지입니다.

그러나 사지는 지금 이분에게 기와 혈을 전달할 수 없도록 꽉 막혀있다 보면 됩니다.

허나 사지 말고도 그런 기와 혈을 아주 급속히 빨리 전달할 수 있는 곳이 남자에게

한군데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이해하신다면 그곳이 어디인지를 알 것입니다.

그곳이야 말로 남자에게 기와 혈을 빨리 전달할 수 있는 곳이고 알 수없는 기를

유도할 수 있는 곳이라 여겨집니다.

만약 그기를 그곳으로 모을 수 있고 그곳의 신경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 다음은

그 기와 혈을 다른 곳으로 전달하는데 아주 수월하리라 봅니다.

기란 한번 뭉쳐지면 좀체 흐트러지지 않고 뭉쳐 다니며 그렇게 뭉쳐진 힘이 이분의

어느 곳을 격발한다면 분명 지금보다 다른 확연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나의 소견입니다.

물론 그런 효과가 쉽게 오지도 않을 것이며 아무른 보람도 없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란 것은 인체에서 가지 못하는 곳도 없고 그 무엇으로도 거슬릴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한번 시행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기에 무례한말을

드리는 것입니다.

진정 이러한 말밖에 할 수없는 내가 의사라는 게 죄송합니다.

부디 잘 생각하시어 행동하시고 나의 무례한 말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잠깐.......

이글에서 기의 내용이 일반상식이 아닌 작가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라는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부디 곡해마시고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주시고 모자란 작가의 공부에 질책하거나 돌질마시고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한의사는 그 말을 하고 더 이상 앉아 있지 못했다.

모두가 예사로운 여자도 아니고 일부는 자기도 아는 유명 연예인이다.

내가 아무리 유명한 의사라 해도 그런 여자를 이렇게 가까이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집에서는 그런 여자들이 환자의 수발을 하고 있다.

도무지 이 젊은이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굴지의 회장이 모처럼 부탁하는 환자라 잠시 보고자했는데 세상의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창출하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이 환자를 돌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전혀 모를 이상한 기운이 젊은이의 몸에서 감지되는 것을 보고 깜작 놀랐다.

나도 이정도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수련을 하였지만 지금 누워있는 환자도 지금은 식물인간이 되어있지만 어쩌면 자기보다 위에 있는 기술을 간직했으리라는 느낌을 떨 출 수가 없었다.

그는 남자의 내력이 궁금했고 이 알 수없는 힘의 근원이 궁금했고 그리고 내가 환자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자괴감에 이 환자가 과연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여 차돌 이를 떠나지 못하고 가끔 들려 살펴본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나같이 천사처럼 예쁜 여자들 앞에 약간 상스럽게 들릴지 모르는 소리를 하였으니 얼굴이 따갑고 민망해 급히 작별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난 것이다.

.

........................

그리고 그 후부터 여자들의 병간은 달라졌다.

이전에는 마냥 쳐다보고 손이나 잡아주고 얼굴을 닦아주는 정도였지만 이젠 달라졌고 그 방법 또한 민망할 정도로 대담했고 결사적이었다.

모두는 한의사가 한 말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이왕 저렇게 두느니 그런 방법이라도 최선을 다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그들은 지치고 힘들면 교대해가며 남부끄러운 치료를 망설임 없이 시행했다.

물론 처음부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그로부터 한 달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차돌이의 상징을 애무하였고 여전히 성과는 없었고 차츰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처음 가끔 움직이던 손가락이 요즘 자주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 손으로만 애무하던 것이 차츰 대담해졌고 이젠 손과 입을 사용하여 차돌이가 신체 한곳에 피를 통하게 하기위해 결사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한마음이었고 그의 여자였지만 다른 사람이 보고 있노라면 부끄러운 행위이지만 그들은 차돌이가 환자가 되어 누워있음으로 하나같은 마음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선영 이는 차돌 이를 깨우기 위해 낮 시간의 회사업무에 지칠 만도 하지만 늦은 시간 차돌이의 발치에 엎드려 정성스레 차돌이의 축 늘어진 상징을 입에 물고 혀와 입술을 동원하여 열성으로 애무, 아니 치료를 하고 있었다.

남자의 상징을 물고 애무를 하건만 선영이의 어디에도 욕구를 원하는 표정은 없었다.

다만 처절하도록 사랑의 눈빛만 그득한 채 마치 자기신체의 일부 인 냥 보물처럼 정성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입에 담아보지만 예전의 굵고 강직한 입안이 터져나갈 것 같은 충격은 없다.

축 늘어지고 기운 없는 살덩이가 입안에서 자기의 혀 놀림대로 이리저리 굴러다닐 뿐이다.

한동안 코를 간질이는 음모의 감촉과 입안의 부드러운 살덩이의 감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선영이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지고 물고 있던 차돌이의 상징을 밷 아 내고는 그 상징을 바라보며 비명 같은 외침을 지른다.

[아니...........이게 꿈인가........이럴 수가.. 분명히 움직였어.

난 느낄 수 있었어. 분명 움직였어.]

선영이의 외침에 다른 한편에서 쉬고 있던 윤지와 순덕이, 그리고 무랑 이와 양 양이 깜작 놀라며 고개를 치켜들고 선영 이를 바라본다.

[언니,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윤지가 궁금한지 아직 피곤한 눈동자를 보이며 호들갑을 떠는 선영이가 이상한지 쳐다보며 하는 말이다.

평소의 그녀가 아니었다.

언제나 침착했고 쉽게 흥분하거나 큰소리를 치지 않는데 갑자기 흥분해서 고함을 치는 게 이상했다.

[그래, 동생 이이의 이것이 움직였어.

분명 내 입안에서 움직이는 감각을 느꼈어..........흑...흑..........]

선영 이는 동생의 상징이 움직였다는 사실하나만이라도 감격한 모양이다.

끝내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얼마나 오랜 시간 그가 움직이길 바랐는가.........

동생의 상징이 입안에서 살짝 움직이는 느낌만으로도 마치 동생이 살아 돌아온 기분이었다.

식물인간이 되어있던 그의 몸 중 또 하나의 일부가 꿈틀댄 것이다.

선영 이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감격의 물결에 휩싸인 것이다.

[정말이야, 언니.......비켜봐, 언니 나도 알아봐야겠어.]

무랑이 번개같이 다가와 선영 이를 밀쳐내고 누가 빼앗아가기라도 하는지 재빨리 차돌이의 상징을 입에 물고 조금 전 선영이가 행하는 행동을 재현한다.

서열이 필요 없었다.

언니가 느꼈다면 분명한 사실이라는 확신아래 다른 여자들보다 먼저 차돌 이를 덮쳐 언니가 느꼈다던 그것을 느껴 보고 싶었다.

그만큼 그녀도 차돌 이를 목숨처럼 사랑했기에..........

[흑....흑....흑....]

선영 이는 차돌이의 옆에 앉아 마냥 눈물만 흘린다.

그리고 무랑이 하고 있는 애무 아닌 애무를 기쁜 듯이 바라본다.

선영 이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차돌이의 상징이 움직였다는 사실이.........

그 순간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가........

그러나 지금 무랑의 애무를 받고 있는 동생을 보고는 선영 이는 기쁨도 있지만 마음한편으로는 비수로 가슴을 후벼 파는 듯 아픔이 밀려온다.

동생이 죽음으로부터 일어나기 위해 우리보다 더욱 처절한 싸움을 내면에서 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했다.

차돌 이는 싸우고 있었다.

근 이년이라는 세월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죽음과도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 남모르는 곳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다.

아무도 이런 차돌이의 외롭고 고독한 싸움을 짐작할 수 있었을까........차돌 이는 홀로 자기 자신과 피 터지는 고독한 전쟁을 지금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도무지 승산 없는 싸움을 시작했고 그토록 패배만 맛보다가 아주 극소수지만 조금씩 승리하기 시작했고 영토를 넓혀가고 있었다.

이기기 위해 얼마나 고통을 감수했던가.

조그마한 승리가 그에겐 큰 힘이 되었고 정복한 땅에서는 자기를 환호하는 그것도 아주 열렬히 환호하는 자들을 보았기에 그는 다시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승리는 승리로 이어지고 세력은 자꾸 커져만 갔다.

이것이 희열이던가.

차돌 이는 용기백배하며 다시금 새로운 전쟁터에 몸을 던지고 악전고투하며 싸우는 중이었다.

선영 이는 차돌이가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그동안 손가락만 까닥거리던 것 말고는 없었는데 지금 분명히 그것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지금 무랑이 입을 떼고 역시 놀란 눈을 하고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그걸 증명하지 않는가.

얼마나 피나는 고난을 겪고 있었을까.

동생도 이러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의 실패와 절망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 고통과 번민 그리고 좌절감은 어떠했으랴..............

그가 겪었을 고통들이 한꺼번에 내 가슴속으로 수천 개의 화살로 변모하여 날아와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어찌 눈물이 나지 않으리........

마냥 차돌이의 옆에서 눈물짓는 것이다.

차돌이의 몸에는 또 다른 여자 양양도 선영 이가 느꼈던 그것을 확인하고자 차돌이의 다리사이 털 밭 속의 거인을 입에 물고 고개를 흔들고 있다.

무랑이 다기와 눈물을 흘리며 선영 이에게 안긴다.

[흑..흑...언니, 이젠 됐어요. 그인 일어날 거 에요....흑...흑...

그러나 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요. 흑......흑........]

무랑이 목소리도 낮추지 않고 감정 그대로의 목소리로 부르짖으며 선영이의 품에서 울고 만다.

무랑은 안타까웠다.

언니가 저런 행동을 했다면 그건 허언이 아니다.

분명히 살아 움직이는 감각을 느꼈기에 저런 모습을 보인 것인데 그인 움직임이 없었다.

자기도 그걸 느끼고 싶었는데 아무른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으니 그 섭섭한 마음에 그만 눈물을 터트린 것이다.

[그래....그래.....네 말이 맞아.

동생은 일어 날거야, 암, 일어나고말고....흑...흑..흑..]

선영이도 무랑 이를 안아주며 운다.

두 벌거벗은 여자들이 안고 우는 모습이 추하지도 않고 성스럽게 보이는 이유가 뭘까.......

선영 이는 무랑 이를 안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차돌 이를 본다.

그리고 속으로 차돌 이에게 격려의 응원을 보낸다.

싸워서 이겨 하루속히 우리들에게 돌아오라고........

그리고 그날 그곳에 있던 여자들은 밤이 새도록 결사적으로 차돌 이를 애무했고 아주 미비하지만 차돌이가 움직이는 감각을 느꼈고 기쁨과 희망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밤을 보냈다.

그 조그만 움직임은 며칠사이에 다른 여자들도 확실히 알게 되었고 모든 여자들이 차돌이의 상징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들은 힘이 솟았다.

그리고 용기백배했다.

꺼져가는 불길이 다시 타오르는 것 같은 희망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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