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 이는 종민 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 뒤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실로 더럽고 나쁜 년 놈들이라 종민 이가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고 그 뒤의 이야기가 알고 싶었다.
[그래, 형. 그 뒤는.....]
[대장님 그게 어제일이라............]
[그래, 그 여자를 정말 그렇게 처리했어.]
[아닙니다. 실은.....]
종민 이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년이 저녁에 한참을 기다리도록 만들어놓고 성의가 부족하다며 돌려보냈으며
대신 오늘은 아침부터 같은 장소에서 무조건 기다리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유는 차돌이의 지시를 받기위해서인 것이다.
차돌 이는 잠시 생각에 들어간다.
그리고 마음을 잡았는지 종 민을 쳐다보며 엄중하게 지시한다.
[형, 이일은 형이 맡아서 처리해봐.
단 년의 자식들은 섬이나 지방으로 보내고 년에게서 재산이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사회에 그것도 그년에 의해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해봐.
그 여자의 처리도 형이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좋아.
형이 하는 일이 내일이라 여기고 신중을 기해 되도록 년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공포심을 가지도록 하는 게 좋아.......
형이 해주겠지.]
[예, 대장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런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 염려 마십시오.
그년의 재산은 어렵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보겠습니다.]
종 민이 환하게 웃으며 기분 좋게 대답한다.
종민 이는 자기마음대로 일을 처리했기에 약간의 꾸중은 각오했는데 도리어 자기를 믿고 자기에게 모든 걸 일임해주는 차돌이의 심사가 너무나 고마웠다.
조직의 세계에 조금이라도 위에분의 지시라면 먼저 묻고 행하는 것이 도리이기에 노심초사하며 어찌할 바 몰랐다가 시원하게 뻥 뚤 리는 느낌이 오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손가.
[알았어, 형이 모두 끝내고 내게 알려줘.....
그리고 이만 나가봐....나도 할 일이 있어.]
차돌이가 종민 이를 물러가라고 한다.
종민 이는 급히 일어나서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난다.
차돌 이는 생각에 잠긴다.
사람에게 재물이란 욕심이 어찌 없을 수가 있겠는가.
복수를 하기위해 날치의 주변인물을 조사하게 되었고 그 여자의 행위가 너무나 악랄했고 모두가 날치라는 조직을 등에 업고 축제와 권세를 행하는 것 같아 벌주기 위해 계략을 썼으나 그 여자는 벌써 구렁텅이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자기의 나쁜 행위는 감추고 번듯이 바른 양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핑계로 악착같이 갈취하는 심보가 재앙을 부른 것이다.
그 여자나 자기나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고 악당이건만....
그 여자의 욕심이 결국 화를 부른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어디를 가야 멋지고 좋은 여행은 아닐 진데........... 완행열차를 타도 얼마든지 좋은 곳을 볼 수 있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법이거늘...
없으면 없는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그렇게 적당하게 맞추어 살아가도 충분히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는 법인데.....욕심이 과하면 탈이 난다 했지 않은가........
허긴 그 여자는 욕심도 욕심이지만 나의 복수에 피치 못하게 당하는 꼴이지 않는가.
나쁜 사람이 어디 그 여자뿐이겠는가.
가짜로 검사나 박사를 자처하는 사람도 있고 면허도 없이 불법으로 행하는 돌팔이 의사도 있지 않는가.
심지어는 엄연히 마누라를 두고도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파렴치한 놈도 많은 이 세상에 유독 그 여자가 차돌이의 칼날에 찔리고 베어야하는 운명을 맞았으니 돌멩이하나가 군중 속에 떨어져도 모두 맞지 않고 한사람에게만 맞는 법이 아닌가, 그 여자가 그러했던 것이다.
차돌이도 느끼는 게 있었다.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뭔가 라도 조금은 버리며 살아봐야겠다고.....
그러한 버림이 손해가 아닌 나중에 엄청난 재산으로 몰려올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머리카락도 짐이 되어 버린다는 어느 스님이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여운이 되어 퍼진다.
차돌 이는 점점 우울해진다.
그때
홀로 쇼 파에 앉아 우울해져 있자 양양이 석이를 안고 온다.
[자기, 나갈 거지.]
양양이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낮게 속삭인다.
[응...석이 이리 줘 봐.]
차돌 이는 생각을 접는다.
그리고 차돌 이는 그렇다고 말하면서 석이를 안아들고 어른다.
석이는 아빠인지 알았는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곧, 중국가야 하는데....자기도 가야한다 말이야.........]
양양이 그런 차돌 이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아마 사전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간 것이 틀림없다.
[아, 그렇지.
내가 신부를 모시러가야지, 하하하.............]
차돌 이는 석이를 어르다가 양양을 보며 빙그레 웃어준다.
그렇다 차돌 이는 양양과 결혼을 하기위해 중국으로 가는 것이다.
일단 중국에 가서 결혼을 하고 그곳에서 결혼했다는 모든 서류를 가지고와서 한국에 정식으로 차돌이의 처로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었다.
그것은 양양을 한국에 묶어두기 위한 하나의 계책이었다.
사실 차돌 이는 누구와도 결혼할 처지가 못 되었지만 자기의 여자들이 의논하고 결정한일을 따르기로 했다 먼저 양양과 결혼하여 양양이 한국에 영구히 있을 기간을 채우고는 이혼하여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또 이혼하고 그렇게 하여 모든 이와 결혼하는 방법을 택했다.
결혼하여 이혼한 여자가 전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고 있어도 만나는 것이 흠이 되지 않아 그 점을 노리고 여러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불편을 감수하는 방법이 이것일거라며 택했고 차돌 이는 호적에 많은 여자들이 자기의 처로 등재되었다가 이혼하는 그런 수모를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차돌 이는 석이를 안고 일어나 양양의 옆에 앉더니 다짜고짜 양양의 입을 맞추며 키스를 한다.
양양도 기다렸다는 듯 차돌이의 목에 손을 걸고는 뜨겁게 호응한다.
실로 한달 전이라면 꿈에도 꿀 수없는 양양의 대담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양양은 주변 환경에 너무 빨리 익숙해졌고 그렇게 변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벗어날까 두려워 적극적으로 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이집에서는 도리어 편한 행동이었고 수줍어 몸을 빼거나하면 온종일 놀림당하거나 밤에 차돌 이와 섹스를 가질 때에는 더한 체위로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에 도리어 적극적으로 대하는 게 편했기 때문이다.
[호호호..삼촌 커피 다 식겠어.
너무 키스를 오래한다.
봐, 무랑이 아가씨입이 한발이나 나왔어. 호호호............]
곰의 처가 두 사람의 행위를 멈추게 한다.
허긴 허구 헌 날 그런 것만 봐온 곰의 처는 이미 예사가 되어있었다.
어쩌다가 별채로 청소하러갈 때마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벗고 들어가려니 쑥스러운 것도 옛날이 되어버렸고 어느 샌가 나도 이렇게 같이 살아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였으니...
차돌이가 순진한 모든 사람들을 물들이고 있었다.
[하하하....내가 너무 야했나..............형수가 이해해줘.........]
차돌 이는 차를 받아들고 석이를 곰의 처에게 넘겨준다.
[호호호. 언제 삼촌이 야하지 않은 날이 있었어. 호호...........]
곰의 처는 그런 차돌 이에게 다시 핀잔을 준다.
[어...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하하하........
그리고, 무랑아 지금 외출해야하니 준비해........]
차돌 이는 민망하지도 않은 듯 했다.
허긴 언제나 하는 행동이고 모두가 여자들만 있다 보니 표현도 과감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버릇이 되어버렸으니 그 정도는 약과로 치부하고 있었다.
다만 곰의 처라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
.
차가 극동빌라에 도착했다.
차돌 이는 시계를 본다. 11시 40분을 가 르 키고 있다.
차돌 이는 앉은 채로 무랑 이에게 말한다.
[넌 여기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거야.
지금 내가 만날 사람은 네게 있는 걸 원치 않으니 말이야.]
차돌이가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걸 무랑 이에게 주지시킨다.
차돌 이는 여자혼자 차에서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게 조금 미안했다.
그러나 사정이 그러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실은 무랑 이를 집에 두고 오려다가 무랑이가 떼를 쓸 것이 분명하고 귀찮아 데리고 나왔지만 집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는 처지였다.
[알았어, 걱정 마. 오빠........호호호....]
무랑이 순순히 말을 듣는다.
무랑 이는 차돌이가 누나 집에 들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선영 이에게 귀 띰을 들었기 때문이다.
선영이가 무랑 이에게 조금이라도 고집을 부려 차돌 이를 불쾌하게 만들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들었고 무엇보다 이런 자리까지 자기를 데리고 온다는 것은 자기를 믿는다는 것이 아닌가...같이 살아도 말 못하는 비밀은 있기 마련 아닌가.
무랑 이는 그가 이렇게 숨김없이 자기를 대한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던 것이다.
좌우간 차돌 이는 무랑이가 뭔가 알고 있는 듯 환하게 웃으며 주먹까지 쥐어 보이며 파이팅을 외치는 듯하자 민망해진다.
급히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숨기고는 건물입구로 걸음을 빨리한다.
.
.
301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차돌이가 거실로 발길을 옮기자 주방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50대의 중년이 몸에 앞치마를 두르고 그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으며 환하게 웃으며 바삐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닦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다짜고짜 차돌이의 목에 손을 돌리며 켜 안긴다.
[호호호.........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도 희였다.
도 희 의 풍만한 젖가슴이 자기의 가슴을 짓눌려온다.
그리고 머리에서 나는 샴푸냄새와 또 다른 향수냄새가 말초신경을 자극하려는 듯 차돌이의 코로 한없이 흡입된다.
[허허허......이런 너무 급하신 것 아닌지..........]
차돌 이는 도 희를 살짝 밀치며 곱게 단장한 얼굴을 바라보며 웃어준다.
[호호......그런가, 하지만 여긴 우리 둘뿐인데 뭘........
내가 이상해도 이해할거지. 그렇지, 호호호,,,,,,,,]
도 희는 곱게 눈을 흘기며 애교를 떤다.
그리고 젊은 사람한테 너무 철없이 행동한 것 같아 민망해서인지 얼굴을 붉힌다.
[물론, 그나저나 냄새가 좋은데 ....어쩌지.
오늘 시간이 많지 않은데............나 급히 만날 사람이 있어요.
두어 시간밖에 시간 없는데. 밥만 먹고 가지 뭐.......]
차돌이가 걸음을 옮겨 주방식탁에 앉으며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려준다.
차돌이의 말투는 은연중 반말이 주가 되어있었다.
그런데도 도 희는 생각이 없는 건지 개의치 않는 건지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받아드린다.
[안 돼........그럴 수는 없어.]
도 희가 손을 허리위에 걸치고 그럴 수 없다고 앙칼지게 말한다.
차돌 이는 도 희를 본다.
무척이나 자손심이 상해버린 것 같다.
그러나 차돌 이는 도 희의 그런 표정을 무시한다.
도리어 자기가 얼굴을 경색시키며 차갑게 대꾸한다.
[후후후.......나에게 명령하다니......
난 누나 외에는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아.
그런데 나에게 이러니저러니 라니....이건 내 취향이 아니라 그만 가야겠군.]
차돌이가 일어선다.
그리고 빠르게 현관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순간 도 희는 멈칫한다.
아무리 자기가 구애를 하는 처지이고 하지만 차돌이도 자기에게 약점이 있는지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그게 아니었다.
나중일은 나중이고 지금 기분 나빠 같이 있지 못하겠다는 빠른 결단을 내리고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돌발적인 행동으로 도 희를 당황케 하는 것이다.
도 희의 눈에는 금방 눈물이 돋는다.
그러나 이대로 보내줄 수는 없다.
차돌이가 문고리에 손을 잡으려할 때 번개같이 달려가 그에게 안기며 사정한다.
[바보야, 그게 아닌데.........왜 날 울리려고 그래.
네가 하자는 데로 할 테니 그만 화 풀어.....흑............]
도 희는 그만 눈물을 떨어뜨리고 만다.
이까짓 젊은이라면 흔 하디 흔 한데 왜 내가 차돌 이에게 목매는지 자기 자신도 의아했다.
그렇지만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떠오르는 얼굴이 차돌 이였고 그의 몽상을 잡고 허전한 아랫도리에 손을 넣어 자위까지 할 정도로 그에게 미쳐가지 않았던가.
아무른 특징이나 남달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가까이 그의 재취를 맡으면 그만 그의 품속에서 죽어도 좋을 만큼 놓치기 싫어지는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그와 시간을 만들기 위해 어려운 자리를 만들었다.
어디 호텔이나 그런 숙박업소에 들릴 수가 있겠는가.
여기만한 밀회장소가 어디 있으며 지금 차돌 이를 놓친다면 언제 그의 품에 기대어 잠을 잘 수가 있단 말인가.
나중에 어쩌면 딸애가 차돌 이와 잠자리를 할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를 보면 끓어오르는 육체의 흥분을 녹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갈구하고 바라는 마음뿐이다.
도 희는 차돌 이를 놓칠세라 온몸으로 켜 안고 흐느낄 뿐이다.
자기 자신도 한심스러울 정도로 차돌 이에게 약한 여자로 변해있었다.
차돌 이는 한동안 그런 자세로 도 희를 놓아주더니 조용히 다시 밀치고는 거실로 돌아선다.
[난 내 여자에게는 거칠어.
그리고 불필요하게 힘을 쓰게 하는 여자도 싫고.
당신은 똑똑하니 내 말뜻을 알거야.
또 하나 난 우는 여자는 질색이야, 웃는 여자가 좋아.........]
차돌 이는 등 뒤의 도 희가 듣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할 말만 하고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도 희는 다시 멍청해진다.
그가 뭐라 위로의 말은 없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이야기하고 안방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무심하기도 해서 성이 날 법도 한데 언제 자기가 남자에게 그런 수모를 당해본적이 있었나, 그것도 엄청난 매력으로 자기의 가슴을 내려치지 않는가.
도 희는 차돌이가 안방으로 들어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차돌이가 했던 말을 생각하고는 다시 얼굴을 붉히더니 갑자기 용기가 솟아나는지 천천히 옷을 벗어 내려간다.
부라 자와 팬티만 남기고 모두 벗은 그녀는 자기 몸을 보고는 부끄러운지 손을 십자로 하여 감춘다.
그리고 천천히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간다.
침대에 차돌이가 누워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알몸으로 누워 들어오는 도 희를 보더니 인상을 그린다.
도 희는 차돌이가 인상을 그리자 두 말 않고 부라 자와 팬티를 내리고 번개같이 달려와 차돌 이에게 안겨버린다.
[흥.....자기 몰라. 잉...... 날 너무 부끄럽게 만들어............]
도 희가 차돌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낮게 속삭인다.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어.
난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고 다른 동작은 이걸 위한 수식에 필요한 것이 아닌가.
차라리 이게 솔직하고 서로를 아는데 명쾌하다고 봐........
육신은 거짓말 안 해.........
그리고 지금 무엇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고............]
차돌 이는 그 말을 하고는 도 희를 바로 눕히며 도 희의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붙인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감미롭게 키스를 한다.
그녀는 드디어 원하는 바를 찾았는지 그의 혀를 반갑게 맞이하며 환영한다.
메마른 가슴에 단비라도 내리는지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었다.
[아. 당신 멋져...........]
그녀는 달콤한 입맞춤이 끝나자마자 그를 향해 찬사를 올린다.
차돌 이는 그녀를 바로 보며 말한다.
[당신도 멋져, 나이답지 않게........내 마음이 설레..........]
차돌 이는 말을 하면서 그녀의 몸을 더듬는다.
매끄러운 피부가 손바닥을 간 지른다.
[아............아...]
도 희는 그의 짙은 털가슴을 가슴으로 품으며 손을 그의 등 뒤로 돌리며 젖은 신음을 뱉는다.
그는 몸에 불덩이를 달고 다니는 듯 했다.
그의 손길과 입술 그리고 혀가 거치는 곳에서는 쾌락의 불꽃을 터뜨리고 있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알 수없는 희열의 덩어리가 끊임없이 치밀어 오른다.
남자와의 행위는 수없이 많았지만 그건 일방적인 행위였고 지금 차돌이가 하는 애무는 마치 자기가 보석이라도 되는 듯 소중하게 쓸어주고 감싸주는 듯, 하지 않는가.
언제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몸속에 불덩이 같은 정열을 감추고 이 나이까지 살아왔는데 지금 그것이 모두 터지려하지 않는가.........
[아......너무너무 좋아.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아..아..........]
가슴 끝 유두에 그의 숨결이 느껴지더니 유두가 조이는 듯 함몰되고 만다.
쾌감이 밀려온다.
그동안 참고 살며 억눌러왔던 욕망이 전신세포를 전부 태울 듯이 급격히 살아나고 마치 몸이 가려움에 떨듯 비틀거리고 있다.
미끈하고 까칠한 그의 혀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움푹 파인 우물에 송곳처럼 쑤셔대기도 하더니 어느 샌가 자기의 울창한 털이 무성한 그곳에 뜨거운 바람이 일고 있다.
그의 동작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닌데도 다리는 절로 벌어진다.
축축하게 젖고 미끈한 애 액이 흐르고 있는 창피한 그곳을 감추어야 함에도 다리는 도리어 더욱 넓게 벌어져 마치 그를 맞이하려는 동작을 취해주고 있다.
[아...................아 흑.........]
축축한 그곳 갈라진 계곡에 처음으로 남자의 입술이 닿았다.
마치 가둬놓았던 봇물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은 욕망이 전신을 돌더니 사내의 입술이 닿아있는 그곳으로 마구 분출되는듯하다.
마치 오줌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그의 얼굴에 뿌려댈 것 같아 다리를 모아 차돌이의 머리를 감싸 안기도 한다.
더러운 곳이라 여겼기에 아직 남편의 입도 한번 그곳에 머무르게 하지 않은 음습한곳에 차돌이의 입은 자기의 분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구 휘젓도록 두고는 그곳에서 오는 전율에 마구 몸을 떨어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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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희는 까 무라 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정신이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멍하니 사라지는가 하면 다시 전율에 신음을 뱉으며 그의 머리를 죽어라 쥐어뜯기도 한다.
[아.... 아 흑. 아...... 몰라. 아............ 미치겠어........아...여보...사랑해...]
그의 혀가 물레방아처럼 돌기도 하고 무서운 압력으로 민감한 돌출을 빨아드리고 있자 그녀는 드디어 형용할 수 없는 커다란 쾌감에 진저리를 치며 한껏 소리를 올리며 울부짖는다.
[아...........나죽어.........아....죽어버리고 싶어...........아.. 사랑해.........
아.....당신 날 버리지 마.......당신을 위해서라면...아.....죽어도 좋아.....]
그녀는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자기를 덮치고 있는 이 사내가 진정 자기를 위한 왕자님이라는 것 말고는 다른 무엇도 생각나지 않는다.
진정 그가 내가 바라던 남자이고 주인이며 남편이었다.
사랑하는 그가 가져다주는 쾌감은 너무나 부드러운 가운데에서 온몸이 저리도록 밀려오지 않는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그러고도 더한 사모의 정이 온몸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갈구하듯 부르짖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가져다주는 진정 천상의 쾌락에 사지를 부들부들 떨어대며 온몸을 조이기도 하고 풀어헤치기도 한다.
그의 혀가 있는 그곳에는 욕망의 찌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주변을 온통 한강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녀를 잠식하고 그녀를 불 지르고 있는 미끈한 살덩이는 여전히 그곳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그녀를 정신 못 차리게 한다.
순간 자기의 깊은 동굴로 길 다란 작대기 같은 손가락이 들어오더니 혀와 합류하며 앞뒤로 움직인다.
파래처럼 늘어져만 가던 그녀의 몸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파닥거리더니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다.
[하 악. 하 악.......나 미쳐......또. 또..........
여보, 나 죽어 모르겠어. 아...............엄마야..........엉엉........]
그녀는 도무지 정신을 가눌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밀려오고 자기에게 몸이 터져나갈 것 같은 쾌감을 주고는 사라지더니 다시 불은 점화되고 전보다 더한 쾌감이 밀려들자 종내는 울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는 멈출 줄을 몰랐다.
마치 자기에게 한줌의 불씨도 남기지 않고 모두 태워버리고서야 물러날 것 같다.
도 희는 자기에게 이처럼 그치질 않는 정열과 타오르는 쾌감이 이렇게 많이 남겨있고 숨어있는 줄 진정 몰랐다.
벌써 애무만으로 몇 번의 절정을 느꼈는데 다시금 그 느낌으로 다가가지 않는가.
느낌이 다가갈수록 그리고 강렬해질수록 그의 실체에 대한 갈구도 강해진다.
[하 악..... 나, 가요..그만 그만해요. 나죽어요........아 학...........]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의 머리를 위로 잡아끈다.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치 봇물이 터져버린 듯 또다시 사지를 비틀어버릴 전율이 밀려오지 않는가.
자기의 보지 속에서 홍수 같은 액들을 둑 터진 저수지에서 The 지는 물처럼 토해내고 사지는 간질병환자가 경련을 일으키듯 떨어댄다.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차돌 이를 끌어올려 그의 머릿결을 죽어라고 붙잡고는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은 쾌락에 온몸을 내맡기고 있다.
차돌 이는 그녀가 수축하며 느끼도록 부드럽게 터치하며 그녀와 얼굴을 마주한다.
그녀의 머리는 산발이 되어 풀어헤쳐진 체 어지럽게 널려있고 입가엔 황홀한 미소가 가득 물려있다.
그러나 두 눈은 감아 자기를 보지 못하고 있다.
차돌 이는 그녀가 어느 정도 느낌이 진정하는걸 보고 상체를 세우더니 불같은 방망이를 젖은 그녀의 다리사이 동굴 입구에 대더니 천천히 입을 주어 밀어본다.
커다란 물건이 그녀의 동굴 속으로 진입하는 동작이 거침없이 진행이 된다.
그러나 그의 실체가 반이나 그의 동굴에 잠겼을까 그녀의 입은 있는 데로 벌어지고 눈은 번쩍 뜨여진다.
[아악. 이게..........너무 커요. 아....아파.........]
차돌 이는 상관 않고 방망이를 전부 진입시키고서 그녀의 얼굴을 잡고 빙그레 웃어준다.
[많이 좋아하더군.......그런데 커서 싫어........
난 당신의 여기가 커서 싫은데.............]
차돌이가 그녀를 놀리려는 듯 음흉하게 말한다.
[싫어요, 그런 말..........그러나 당신을 위해 작게 만들어줄게요.
그러면 이것을 받을 수나 있을 런지.........아...너무나 커요. 무서워요.....]
그러나 그녀는 이제 그와 완전히 일체가 되었다는 느낌에 전신을 들뜨게 만든다.
[후후후. 처녀도 받아드린 물건이라고.............]
차돌이가 그녀의 속에서 움직인다.
그녀는 인상을 그리며 고통을 감내하더니 서서히 고통보다는 야릇한 비음으로 바꿔가기 시작한다.
[아. 이상해요, 이젠 안 아파요. 그리고 너무 좋아요........
아까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커다란 것이 다가오고 있어요. 아.........
아. 이젠 당신을 놓치지 않을 거 에요. 당신만 사랑할게요...............아..여보..]
그녀의 입에서 자식 같은 사람에게 부부를 호칭하는 소리가 나오고 만다.
몸에서 이는 커다란 쾌락이 그 무엇도 정상으로 돌려버리는 마력이 있다 했는가....
그녀는 지금 차돌이의 종이 되길 바라는 걸음을 스스로 내딛고 있는 것이다.
그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그녀도 빠르게 다가오는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난 가요.더는 참을 수가 없어. 아아.............
그.......그만........ 아 흐흑.........]
그녀는 다시 황홀한 쾌감의 바다에 온몸을 빠뜨리고 말았다.
아래쪽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 전신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밀려드는 파도에 그녀는 그의 머리채를 잡고 숨이 넘어갈듯 몸부림쳤다.
감당키 어려운 쾌감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고 다시금 큰 물결로 밀려드는 그런 느낌으로 반복되었다.
거친 파도에 온몸이 그렇게 떠다녀도 마냥 즐겁기만 하고 세상에 자기를 죽일 것은 아무것도 없을 만큼 무한한 행복감에 온몸에 기운을 놓아버린다.
차돌이도 그녀가 절정을 부르짖으며 그의 실체를 옭 조여 오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뜨거운 용암을 분출하고야 만다.
그녀는 밀려드는 파도와 불같은 용암을 한꺼번에 맞이하여 마치 넋을 잃은 듯 움직임이 조용해졌고 그런 그녀의 몸 위에 땀에 젖은 차돌이의 몸이 포개져 엎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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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이 누운 남자의 상체에 가느다란 하얀 손이 남자의 가슴 털을 헤치며 앙증맞은 젖꼭지를 간질이고 있다.
여자는 한손으로 그렇게 장난을 하면서도 마치 남자의 품에서 떨어질까 봐 꼭 안긴 체 애교 섞인 소리로 남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젠 날 어떻게 할 거지........
난 자기 없으면 살아가지도 못할 것 같아. 진심이야..........]
나이답지 않는 코맹맹이 소리로 차돌 이를 어르고 있는 도 희다.
[후후후........당신이 어떻게 하느냐 야.
난 룰을 중시하고 내겐 당신만한 여자가 있지만 서열을 중시해서 나와 잘 땐
자기 딸에겐 언니라고 말하도록 하지..
물론 당신도 그러한 꼴을 당하기 싫음 지금부터 나를 잊어.
그리고, 난 여자를 밝히지만 당신처럼 도도하게 군다면 밥맛이야.
내 여자는 내게 철두철미하게 종을 자처하는 여자만 대접받아.
그렇게 대해도 지금까지 아무도 날 떠난 여자가 없어 기이하지만...후후후....]
차돌 이는 도 희가 자기를 벗어나라고 간접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속마음은 넌 이제 내 수중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지만 정인군자인체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알 까닭이 없는 도 희다.
[싫어. 절대 당신을 떠날 수는 없어.
당신이 날 버리면 난 이제 죽을 수밖에 없어.
나도 내가 왜이런지 모르지만 그냥 당신이 내 옆에 없다면 아무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난 아무래도 좋으니 당신 곁에 있도록 해줘. 으응. 여보..........]
도 희는 매달린다.
이제 그가 아니면 누가 이처럼 황홀한 느낌을 줄 수가 있는가.
늦게 가져다준 쾌락이며 이 남자는 내가 그걸 떠나서도 사랑하고픈 남자가 아닌가.
이제 이 남자가 없는 세상이라면 무슨 낙으로 살아갈 수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이 남자를 벗어나서는 살아갈 용기나 희망도 없어진다.
나중에 나에게 어떠한 무서운 결과가 닥쳐오더라도 이남자의 사랑을 얻고 그의 곁에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무엇을 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도 희는 진정으로 차돌 이에게 매달리며 무엇을 시켜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해 보인다.
[후후후....여보라..........허긴 당신 말고도 모녀가 나보고 여보라 하고 있으니......
당신도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한데도 그러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색을 밝히는 것도 어느 정도지, 나한테 반했다는 건 더욱 어불 성실이고.....
하여간 나중에 엄청난 고초를 당하기전에 이정도로 물러나시지........
나중에 딸의 사타구니를 빠는 그런 수모를 당하기 싫으면..
또 하나 난 여자를 마음대로 할뿐이지 내 곁에 있고 말고는 모두 누나의 결정으로
지어지거든..
종이라도 될 각오가 있다면 그리고 누나가 허락하면 생각해보지... ]
차돌 이는 거듭 상스러운 소리로 도 희를 포기시키려든다.
그럴수록 도 희가 매달린다는 계산을 두고..........
차돌 이는 그렇게 도 희를 엮어나가고 있었다.
[모르겠어, 지금이라면 그것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일을 당한다면 사람으로서 못하겠지, 그럼 난 어째...........
당신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지금 이 냄새 이 재취하나에도 미쳐버리고
싶은 심정인데..............정망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그처럼 힘 든다는 것인가...........]
도 희는 울먹거린다.
도 희는 알고 있지 않는가.
자기의 남편이 큰딸을 차돌 이에게 안겨주고 딸에게서 나온 자식을 자기 성으로 달라하는걸 그것뿐이랴 막내도 차돌 이는 모르고 있겠지만 지금 차돌이가 만드는 회사에 근무토록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을 안다.
남자인 남편도 이상하게 차돌 이에게 빠져있다.
큰딸도 말은 안하지만 차돌 이를 은근히 마음에 두는 것 같더니 요즘은 간간이 남편에게 차돌이의 근황을 묻는 것이 보통 예사롭지 않은 심정이란 걸 느낄 수 있는데 자기마저 이런다면 필연코 차돌이가 말한 그런 엄청난 사태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만일 그런 일을 당한다면 나는 그리고 딸은 서로에게 어떻게 얼굴을 쳐다본단 말인가.
문득 차돌이가 말한 모녀가 지금 차돌 이를 모신다는 말이 떠오른다.
[여보, 자기야......당신 곁에 있다는 모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
싸우지도 않고........]
도 희는 궁금했다.
모녀가 한 남자에게 몸을 바치고 그것도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혼숙하고도 둘의 사이가 어떠한지 정말 궁금하였다.
[후후후.....사실 그런 일이 있기 전보다 더욱 친하고 잘 지내.
딸은 엄마를 존경하고 엄마는 딸을 더욱 사랑하지.......
물론 나와 잠자리 때는 서로 아웅, 바 둥 이지만...........흐흐흐........]
사실이 그러한 것이 아닌가.......
차돌 이는 지난 일을 회상하듯 머리를 하늘로 향하며 징그럽게 웃으며 솔직하게 자기가 느낀 바를 그대로 전해준다.
차돌이의 말에 도 희는 긴 가민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때 차돌이가 도 희의 손을 밀치고 몸까지 떠밀더니 후다닥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난 씻어야겠어.]
도 희도 풀린 다리에 힘을 주어 그가 들어간 욕실로 향해 들어간다.
그리고 정성드레 차돌이의 몸을 씻어준다.
몸을 씻어주면서 아직도 호기를 부리는 거대한 실물에 몇 번이나 감탄하고 놀라기도 하지만 끝까지 차돌이의 몸을 씻어준다.
실로 도 희로서는 난생처음 남자의 몸을 씻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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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이가 현관을 나서려할 때 마중하는 도 희는 완전 알몸이었다.
차돌 이는 도 희에게 옷을 입지 말라는 한마디만 했고 도 희는 차돌이의 말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나중에 누나에게 연락해 저녁 여기서 먹자고........그때도 당신은 지금처럼 있어야 돼..
이건 시험이야. 누나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란 뜻이야...
그리고 나중에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하는 말인데 다음에 딸을 보게 해 줘.
여기서.........그땐 당신도 옆에 있어줘야겠지만.....
후후후......난 오래 못 참아, 당신 딸도 당신처럼 큰지 봐야겠어. 후후후........]
차돌 이는 지금 차린 음식으로 누나를 모셔 함께하자고 한다.
물론 그런 연락은 도 희가 하라는 말이고.
그리고 벗고 있는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으면 집으로 갈 것이고 그렇게라도 해서 자기 곁에 있고 싶으면...그런 모습으로 자기를 맞이하는 도 희가 감히 누나에게 찍소리도 못할 것이란 계산아래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한껏 음탕하고 추잡한 소리로 다음에는 딸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밝혀주고 도 희의 보지동굴이 크다는 것을 은연중 비쳐 그녀에게 창피를 주려는 의도였다.
[어머머. 싫어 미워. 자기..........]
도 희가 차돌 이를 때릴 듯이 덤빈다.
그러나 차돌 이는 이미 현관문을 벗어난 뒤였다.
도 희는 멍청하게 서 있다가 알 수없는 미소를 흘리며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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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이가 빌라를 나가 차에 타려는데 검은 양복을 입은 말끔한 신사가 차돌이의 앞을 가로막는다.
[실례합니다. 혹시 손 차돌이라는 분이 아니십니까.........]
검은 양복을 입은 신사가 정중하게 묻는다.
외모를 보나 행동거지를 보아도 조직에 관련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
차돌 이는 생판 모르는 낯선 신사가 길을 막고 자기를 아는 듯하자 의아해서 되묻는다.
[이걸 전해드리고 확답을 받으려고 여기서 기다렸습니다.]
젊은 신사가 봉투하나를 내민다.
[허허. 내가 여기 오는 줄 어찌 알고......절 미행했습니까........]
차돌 이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어디를 다녀도 내세운 적이 없는데 이 사람들이 자기가 오는 곳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우린 오늘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들어가실 때 보았지만 그건 실례인 것 같아 나오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우린 미행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분이 여기서 기다리면 댁이 나타날지 모른다했고 나타나면 이걸 전해드리고
확약을 받아오라했습니다.]
젊은 신사는 자신들의 행동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그래요. 이것 참.........그래 그분이 도대체 누구인데.........]
차돌 이는 알다가도 모를 일련의 사태에 어리벙벙하여 고개를 저으며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본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젊은 신사는 더 이상 말을 않겠다는 표정이다.
뭔가 확실히 훈련이 된 무술인 같다.
차돌이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쪽지 내용을 살펴본다.
조그마한 메모에 많지 않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걸 읽는 차돌이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진다.
차돌 이는 내용을 읽고 젊은 신사를 쳐다보며 냉정하게 말한다.
[가서 전하시오. 확실히 간다고...그리고 그때 보겠다고.........]
젊은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오던 길로 돌아선다.
[잠깐, 한 가지 더 전하시오.
난 누가 나모르게 날 캐는 걸 무지하게 싫은 사람이라 전하시오.
다시 이따위 짓을 한다면 결단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전하시오. 후후후........]
차돌 이는 가는 젊은이를 세워 다시 한 번 경고성의 말을 전하라 시킨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젊은이는 예상외로 다소곳하고 차분했다.
절제된 행동이 보통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차돌 이는 차에 올라타고는 그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누군가를 부른다.
[사신.......................]
그러자 조금 있으니 뭔가 비릿한 향기가 나는 듯하자 차돌 이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저 사람들을 따라가라.
그리고 저 사람들이 어디로 가며 누군가에게 말을 전하는지 알아두고 오너라.......]
마치 혼자서 중얼거리는 소리 같다.
그러나 무랑 이는 차돌이의 행동을 알 수가 있다.
무랑이도 젊은 신사가 나타날 때부터 잔뜩 긴장해있었다.
지금까지 싸워오던 놈들과는 차원이 틀린 무술을 익힌 사람들로 보았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행동하려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아무 일도 없이 끝나고 차돌이가 차에 타자 자기도 운전석에 앉아 긴장했던 마음을 다스리고 있던 중 차돌이가 사신을 찾으며 그 사람들의 행적을 알아내려하자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며 싱그러운 미소를 흘리는 중이다.
무랑인 사신의 위력을 안다.
사신이 누군가를 처치하려면 그건 손바닥뒤집기보다 쉬운 일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무랑인 그런 사신이 차돌이의 명을 받고 있는 것에 얼마나 경악했는가.
차돌이가 함구해라는 지시만 없었어도 그녀는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답답한 가슴을 참고 있는 것이다.
허긴 무랑이 그런 말을 하여도 아무도 믿어줄 사람도 없겠지만........
차돌 이는 무랑 이에게 차를 출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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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차돌 이는 무랑 이를 대동하고 거리를 걷는다.
한참을 기웃거리며 어디를 찾고 있는 듯, 하더니 차돌이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그리고 걸음을 빨리하여 걷는 것이다.
차돌이가 들어간 곳은 골목안의 허름한 선술집이었다.
무랑 이는 차돌이가 왜 이런 곳을 찾아가는지 궁금했지만 묵묵히 그의 뒤만 따르고 있다.
차돌이가 들어가자 아주 젊은 학생이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번개같이 달려와 차돌이의 손을 잡는다.
[형, 어서와.....무지 보고 싶었어. 하하하........]
홍 식이었다.
차돌 이는 홍 식의 연락을 받았고 오늘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이었다.
차돌이도 그를 보자 기쁜지 만면에 웃음을 가득 그리며 홍 식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그래, 잘 지냈어. 공부는 잘되고........]
[그럼, 내가 한눈 팔 겨를이 있나,
내 돈 갖고 하는 공부도 아니고 날 위해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분을 생각해서라도
뭔가를 이루어야하지 않겠어.
사실 오늘 처음으로 여기 온 것이야...........]
홍 식은 진정 열심히 공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래야 할 이유도, 그리고 자기가 이루어야할 뭔가도,
그렇게 말하는 그 눈이 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암......그래야지.]
차돌 이는 고마웠다.
은혜를 알고 그것에 보답할 줄 아는 젊은이가 아닌가....
차돌 이는 거듭 홍 식에게 그래야한다며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아줌마를 불러 막걸리를 시킨다.
아줌마도 차돌 이를 알아보는지 연신 반가움을 표하고는 잽싸게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가져온다.
일행이 자리에 앉자 홍 식은 차돌이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무랑을 보며 궁금한 듯 묻는다.
[형, 저 아가씨는 누구냐...........]
홍 식이는 무뚝뚝 해보이지만 너무나 차분하고 차돌 이에게 다소곳한 예쁜 아가씨를 보자 얼굴에 가득 호감을 담고서 웃으면서 물어본다.
[아.....이 아가씨.....알고 싶은 모양이지.......네 형수라 보면 맞는 말 일거다.. 후후후......]
차돌 이는 무랑을 자기 마누라라고 소개시킨다.
그 소리에 무랑의 얼굴이 장미꽃처럼 붉어진다.
무랑인 차돌이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마누라라고 소개시키자 한편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부끄러운지 그만 얼굴을 붉히고 마는 것이다.
[어라. 그럼 형이 벌써 결혼했다는 말이야..........]
홍 식은 차돌이의 잔에 술을 붓다말고 어이가 없는지 멍청하게 쳐다본다.
어디를 보아도 차돌이가 결혼한 남자로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후후후....난 마누라가 많아,
지금 이 아가씨는 막내라고만 알고 있으면 돼...........]
차돌 이는 그런 홍 식이를 대하기가 민망했다.
괜히 무랑 이를 형수라 소개시켰다고 후회가 들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고 이왕 알려준 일 더욱 소상하게 자기가 무랑이 말고도 또 있음을 말해준다.
[아니. 그럼 또 있다는 말이야..........]
홍 식은 놀라고 있었다.
지금시대에 누가 있어 하나도 아닌 여러 명의 여자를 마누라로 삼고 데리고 있다하니 기절하도록 놀란 것이다.
[후후후. 난 그런 놈이야.........
왜 이런 망나니를 형으로 모신 것에 후회라도 하는 것이야.]
차돌 이는 홍 식이가 너무 놀라워하자 계면쩍어 부끄럽기까지 했다.
사실이 그러했고 그 일을 솔직하게 말해준 것이지만 어린 홍 식이 너무도 놀라워하자 민망하였고 요즘 세상에 돌 맞아 죽을 짓이라는 걸 잘 아는 차돌이라 씁쓸하게 웃으며 모난 말로 홍 식이를 추궁하듯 말하는 것이다.
[아니 형. 잠시 놀랐을 뿐이야.
난 그런 것에는 무관한 사람이야.
어지러운 세상에 한사람이라도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필요하듯이 뭔가 꼭 틀에 맞아야
옳다고는 생각 안 해....
형이 여자가 많다는 것은 그 여자들이 형을 떠날 수가 없어 그럴 것인데 세상에
어느 여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버리고 떠날 생각을 한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닐 것이야.
사랑도 자기 판단이지만 난 형이 여자를 울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기에 마음에
두지 않아
다만 놀랐을 뿐이지.........]
홍 식은 차돌 이를 믿는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차돌 이는 그저 고마웠다.
장난삼아 자신의 실정을 농담 삼아 밝혔는데 의외로 순순히 인정해주니 진정 고마웠다.
[그래, 고마워...........
자. 그런 이야기는 여기서 맞지 않아.
모처럼 이고 별로 시간도 많지 않은데 술이나 한잔하자고.........]
차돌이가 분위기를 바꾼다.
그러자 홍 식이도 그런 딱딱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흐릴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 순순히 동의한다.
[그러자, 형......
사실 아까 말은 그렇게 해도 나도 요즘 이렇게 해서 꼭 공부를 해야하나하고 마음이
심란해..........
형은 날 이해못할거야.........]
홍 식이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울적해한다.
워낙 가난한 집안에 아무른 도움도 받을 곳이 없다가 독지가의 힘으로 공부는 하게 되었지만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홍 식아........
사람이란 고뇌할 것이 없다면 영혼이 잠들어 있는 거나 같다했다.
만약 사람이 고뇌라는 무서운 놈과 싸워보지 않고 산다면 아마 그 사람은 한줄기
바람에도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봐, 너도 알지.
영롱한 진주가 아름답다는 것을.........
그런데 이 아름다운 진주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하는지
알잖아.
진주가 만들어지기까지에는 조개가 자기 속의 진주 패라는 조직 속에 모래를
품어야해...
이 작은 모래알갱이가 부드러운 살 속에 박혀있으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니.
진주는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 부지런히 분비물을 품어내고 그 분비물과 함께 섞인
모래알이 결국은 진주가 되지 않던가.
결국 진주란 고통을 견디고 난 뒤의 결정체란 말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살다보면 고뇌와 고통 속에 상처를 입기 마련이야.
그렇지만 이 상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절치부심 노력한다면 아주 소중한 결실이
맺어지지 않겠어.
그것이 사람에게 쌓인 고통의 상처만큼 영롱한 빛도 더한 결실을 주리라 봐.....
우리는 이것을 잊어버리면 안 돼..........
넌 똑똑하고 사려가 깊으니 형의 말을 알아들을 거야........
그리고 난 왜 이렇게 사는 거냐 하고 묻지는 마라.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르고 고통을 감수하는 것도 기쁨을 느끼는 것도 틀리는
법이니까.
넌 네게 소중한 무엇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걸 얻어내도록 했으면 해.........]
차돌 이는 긴말로 홍 식을 다독거린다.
그는 홍 식이가 정말 친동생같이 사랑스러웠고 하는 행동이 어른스러워 자기말도 지금 자기가 느끼는 이상으로 이해하리라 믿었다.
그래서 서슴없이 자기가 품고 있던 견해를 말한 것이다.
[형.....................]
홍 식은 눈을 반짝이며 차돌 이를 본다.
그의 표정은 진실을 담고 있었고 한마디 한마디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보내는 지지와 격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자기를 보는 눈빛은 연민과 동정이 아닌 진실과 파이팅을 보내고 있었다.
홍 식이는 스승의 훈시를 듣는 제자처럼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지고 뭔가 마음가짐을 달리한 표정이 역력하다.
[자식.........난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야......
자....자........술이나 들어......]
차돌 이는 홍 식이 자기를 빤히 바라보며 진정 감사하는 마음을 눈빛에 담아 보내고 있자 쑥스럽기만 했다.
괜히 부처 앞에 요령 흔든 게 아닌가 싶었다.
[형. 진정, 고마워........
형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어.]
홍 식은 진정으로 고마웠다.
어느 누가 진정 자기를 위하여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었던가,
진정으로 마음으로 가득한 진실을 담고서 자기를 보아 주었던가.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는다.
차 돌이는 그런 홍 식을 본다.
객지에 홀로 오직 책과 싸움만 하다보면 인생에 회의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차돌 이는 그런 홍 식을 보며 앞으로도 가끔 만나 이렇게 술이나 한잔하면서 묵은 회포나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은 그렇게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술잔을 교환하며 한동안 즐겁게 담소하며 시간을 보낸다.
막걸 리가 두 번이 더 들어오고 그리고 그것을 다 마신 둘은 배가 부른지 배를 손바닥으로 쳐가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시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홍 식과 헤어진다.
.
......................................
,
저녁
선영이의 집에 차 돌이와 누나 그리고 도 희가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다.
도 희는 모두와 헤어지기까지 한마디 말도 못하고 얼굴이 화색이 된 채 쑥스러워 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돌이가 벌거벗고 있으라는 요구에 반발하려고 옷을 입었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두가 올 시간 즈음에 옷을 모두 벗고 있었다.
먼저 선영이가 와서 그 모습을 보더니 싱긋 미소를 지어주며 자기의 나긋나긋한 잠옷을 내어주었고 도 희는 마치 물속에 빠졌다가 지푸라기라도 잡은 양 너무나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그 옷을 걸치게 되었다.
물론 망사로 된 잠옷이라 입으나마나 했지만 그래도 몸에 천이라는 조각이 걸쳐있다는 것에 도 희는 그나마 안도하는 것이다.
차돌이가 들어와서 그 차림을 보고 대충 짐작하였고 음흉한 미소로 답해주었다.
그러나 한사람은 예외였다.
무랑 이였다.
무랑 이는 까 무라 치듯 또 한 번 놀랐다.
언니 집에 웬 예쁘고 멋진 중년여자가 차돌 이를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들어오고 나운 굴곡을 유감없이 드러나는 그런 입으나 마나한 옷을 걸친 너무나 아름답고 품위 있어 보이는 여자가 창녀가 입기에도 쑥스러울 그런 옷을 남자가 들어옴에도 태연히 있을 수 있다니 처음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내 무랑인 짐작했다.
자기도 지금 바지 안에는 팬티라는 조각이 없는 맨살이 아닌가........
그건 자기의 바람이 아닌 차돌이의 취향에 맞추기 위함인데...
그렇다면 저 여자도 필시 그럼이리라....
마음속에서 약간의 질투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리고 낮에 자기를 두고 혼자 간 것이 어쩌면 이 여자를 품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귀품이 절절 흐르는 세련된 여자가 차돌이 앞에 벌거숭이나 다름없이 하고 있으니 차돌이의 능력에 새삼 감탄할 뿐이었다.
도 희는 민망하고 부끄러워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생전 처음 보는 젊은 아가씨가 차돌 이와 같이 들어와 자기의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추한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음 들어가고 싶었다.
그것뿐이랴....
그것도 모자라 차돌 이는 자기를 그의 곁으로 앉게 하더니 모두가 보는 것을 알면서도 망사 같은 잠옷을 펼치고 젖가슴이랑 사타구니를 떡 주무르듯 하지 않는가.
너무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워 손을 쳐가며 뿌리쳤지만 차돌이의 부릅뜬 눈을 보고서는 그런 반항도 포기하고 말았다.
이미 몸은 차돌 이에게 길들여 있었고 이미 추한 꼴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줬는데 이제 숨길 것도 없지 않는가...
그의 손길에 그냥 몸을 맡기기로 했다.
그런 차돌이의 짓궂은 손놀림에 도 희는 점점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얼굴에 홍조를 띄워간다.
어서 그의 품안에서 아롱거리고 싶어진다.
한편으론 자기 자신도 모르게 이상하게 순종하게 되는 육신이 저주스럽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영이나 처자가 자기와 그의 행동을 전부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양 미소만 보내고 있어 한결 마음이 수월하였지만 언제 그러한 창녀 같은 행위로 남자 옆에서 아양을 떨어본 적이 있었던가,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가 만지며 장난치는 와중에 자기 몸이 들뜨고 뭔가 흥분되어 몸이 꼬이고 자꾸 더 심하게 자극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일어나기도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건 아닌데 하고 생각하지만 마치 장난치듯 가지고노는 차돌이의 손이 무슨 마력이라도 있는지 지나가는 곳마다 작은 불꽃이 터지니 자기도 모르게 얄궂은 비음을 지르고만 것이다.
그러자 모두는 깔깔거리며 식탁에 밥상을 치워줄까요 하고 놀리는 바람에 얼마나 당황하고 민망했는지. 도 희는 그렇게 차돌이의 마수에 옭아들고 말았다.
차돌 이는 도 희를 희롱하며 맛있게 저녁식사를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만나자는 이야기도 없이 선영 이와 뭔가 잠시 속닥거리더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당연하듯 무랑이도 그의 곁을 급히 따라간다.
그런 그를 야속히 쳐다보는 도희의 표정은 우스울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
.,,,,,,,,,,,,,,,,,,,,,,,,,,,,,,,,,,,,,,,,,,,,,,
[형, 상록수 회장이라는 사람을 알아.
그 사람이 나를 초대했어.]
차돌 이는 지금 거실에서 곰과 외팔이 그리고 종민 이를 불러놓고 아까 젊은 신사들이 주고 간 쪽지를 모두에게 보여주며 상황을 의논하고 있었다.
[흐음....이건 내 생각이지만 대장을 제거하려는 것이 분명해.
그 사람이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누굴 부르는 사람이 아니고........
또한 그곳은 가끔 각 지역의 우두머리들이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모이는 곳으로 알고 있어......
그러니 우리도 일전을 준비하는 게 옳다고 봐..........]
곰은 심각해 있었다.
곰의 생각엔 이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 여겼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니 차라리 모두 각오를 하고 일전을 준비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맞아, 형님.......어차피 언젠가 한번은 치러야 할 싸움입니다.
전 차라리 잘 되었다고 봅니다.
이렇게 숨어사느니 차라리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사나이답게 싸워보고 싶습니다.]
외팔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전의를 보인다.
차돌 이는 그런 형들을 보며 얼굴을 굳힌 체 다시 조용하게 말한다.
[내가 괜히 조용히 사는 형들을 다시 번거롭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해 죽겠어.
하지만 또 형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나 혼자서 이일을 처리하면 형들이 서운할 것
같아 말은 꺼냈지만 난 형들은 이일에 상관 않았으면 해....
이일은 내 일이고 내가 치러야할 전쟁이니..........]
차돌 이는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이일에 형제 같은 형들을 내세우기가 미안했다.
지난 사연들을 안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모든 고리를 끊고 조용하게 사려는 형들을 자기가 만든 일로 해서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으로 모는 것 같아 얼굴을 들 수도 없었다.
[무슨 소리야........대장.......
대장이 그러지 않았어. 우린 가족이라고...........
가족이 어려울 때 지켜보기만 한다면 그건 가족이 아냐.......
그러니 그런 소리는 절대 하지 마시게.....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짐작했어.
차라리 잘 된 것 같아.......나도 이렇게 살긴 싫었으니까..........
우리가 절대적인 약세이지만 꼭 진다는 보장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 않는가...]
곰은 차돌 이에게 덤벼들듯이 말한다.
자기들을 빼놓고 일을 처리하겠다는 차돌이의 말이 모두를 섭섭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상황이 자기들에게 불리하지만 힘을 합쳐 대항하자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지난 빚을 이렇게라도 해야 사나이로서 체면이 설 것도 같았고 그리고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속의 진정한 동생의 일인데 자기는 불구경하듯 있는 다면 그건 형제의 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 형 말이 맞아.........
그리고 형의 말을 들어보면 그곳엔 아마 각 계파의 우두머리들만 온다는 이야긴데...
우리도 많은 사람이 갈 필요는 없고...형들만 준비해서 가는 게 좋겠어.
밑에 동생들에게는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차돌 이는 형들이 고마웠다.
혹시 커다란 변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인데도 몸을 사리지 않고 자기를 도우겠다는 의지를 보자 전신에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으며 언젠가 형들도 부딪쳐야할 일이라면 지금 맞부딪쳐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
차돌 이는 형들을 모두 보내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제 이십 중반인데........나는 과연 세상을 바로 살았는가하고...........
그리고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과연 정당하고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회의가 인다.
누구나 다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데 과연 내가 가는 이 길이 진정 나와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세상에 욕 들어먹지 않는 길인지.....
어쩌면 잘못 불어오는 바람에 방향을 잃고 마냥 떠다니듯 헤 메고 사는 것이 아닌지.......
아무것에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차돌 이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그냥 모든 것을 잊고 바보처럼 현실에 안주하고 살아볼까도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미 발은 깊은 진흙 속에 빠져있었다.
지금까지 자기가 행한 모든 일들에 대해 한 점 후회도 없이 살아오지 않았는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주관에 따라 모든 일을 해 왔으며 그것이 옳든 그르던 별 탈 없이 지내오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접는다면 이제까지 행해온 모든 일이 아무른 보람도 없을 것이고 스스로 무너지는 초라한 결과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산을 쳐다보기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산 정상에 오를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있는 다면 보람찬 미래는 보장될 수도 없다,
그리고 산을 오른다 해도 단숨에 산 정상에 오를 수가 없듯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무수히 땀을 흘려가며 노력해야 오를 수 있지 않는가..
먼 훗날 미래에 이루고 싶은 이상이 있는데 여기서 좌절하여 그 이상을 가슴에 품고만 살수는 없다.
불굴의 도전과 노력으로 그 이상을 향해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
이젠 부딪쳐야 한다.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은 오직 내 발걸음뿐이거늘..........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난 내 길만 충실히 가면 된다.
누가 무엇이라 해도 난 후회 없는 길을 걸어오지 않았는가...........]
차돌 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별채로 향한다.
양양과 무랑 그리고 윤지가 심각하게 무얼 생각하고 있는 차돌 이를 보며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있다가 차돌이가 별채로 향하자 모두는 조용히 그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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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이가 별채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자 벌거벗은 세 미녀가 방긋 미소를 지은 체 서 있다.
그리고는 차돌이의 수족을 잡더니 침대로 이끈다.
차돌이도 조금 전의 상황을 잊었는지 환하게 웃어주며 세 미녀의 시중을 받으며 침대로 이끌려가더니 침대위에 몸을 벌렁 눕혀버린다.
그리고 세 미녀의 나신을 쳐다본다.
세 미녀는 조금도 부끄러움도 없이 벌거벗은 몸으로 당당하게 서서는 야릇한 포즈를 취해가며 차돌이의 눈을 어지럽게 만든다.
[어.......양양과 무랑이가 전과는 틀리네........후후후........]
차돌 이는 양양과 무랑이가 다리사이 삼각주의 거웃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는 이상해서 하는 말이다.
[호호호,,,,,,당신 취향에 맞춰야 한 대요. 언니가...........
그래서 밀었어요.....아마 며칠 후면 엄청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 에요. 호호호....]
그랬다.
양양과 무랑 이는 내일 그곳에 털 심는 공사를 하기위해 깍은 것이다.
그리고 개인 진열장에 차돌이의 여자라면 모두 진열해 놓은 것과 똑같이 장식했고 그러므로 확실히 난 당신 여자 이다.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그래, 역시 당신들 모두는 하나같이 내게 사랑스러운 여자들이야.....
날 위해 부끄러움도 감수하고 그렇게 하다니.............고마워. 하하하..............]
차돌 이는 크게 웃는다.
진정 자기를 위하여 무얼 하나라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기를 기쁘게 그리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자들이 아닌가......
그녀들의 벌거벗은 육신과 마음을 담은 눈 속에는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복종을 나타내고 있었다.
여인들은 오직 나를 위하여 어떠하면 나의 내부에 들어앉기 위해 관심을 끈다.
왜? .....모르겠다.
그녀들에게 있어 나란 존재가 어떤 것 이길래...얼마나 나란 존재가 소중했기에 수치도 감수하며 저런단 말인가....
순간순간 내보인 나란 존재가 갖고 있는 가치 때문인가.. 내가 보인 자존심 때문인가. 나도 모르게 흘린 나란 존재의 실재 때문인가,
머리끝으로 치밀어 오르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여체들 앞에 모든 게 사라진다.
이건 복이다. 진정 나는 엄청난 복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온 것이다.
[하하........오늘 그대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고통을 보상으로 선물 하지............]
차돌 이는 호탕하게 웃으며 세 미녀를 향해 손을 벌린다.
마음으론 다정하고 정겨운 소리로 대하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그의 입에서는 음흉하고 음탕한 소리로 대신한다.
[어머........그럼 오늘............어쩌나. 그럼 우린 죽는데............
오빠...꼭 그렇게 해야겠어..........안 하면 안 돼............]
양양과 무랑이가 사색이 된다.
그러나 윤지는 약간 인상을 찡그릴 뿐 별로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양양과 무랑 이는 거의 울상을 지으며 사정한다.
그것은 차돌이가 오늘 행하려하는 섹스가 무얼 하고자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보아온 행위가 한 두 번 이었나.
그를 상대하는 여인들의 찡그린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기에....
그의 행위는 어찌 보면 변태수준을 월 씬 넘는 엄청나게 야하고 고통을 동반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 무지한 고통을 동반한 행위를 자기들이 치러야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어.
너의 두 사람만 아직 이야........다른 사람은 모두 경험했는데..너희만 빼 놓을 수 없지.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할 때 너무 좋은 느낌이 와.......
못하겠다면 안 말리겠으니 안채에 가서 자.............]
차돌 이는 능글거린다.
그리고 강요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상대해주지 않으려면 따로 자라는 말로 으름장을 놓는다.
[피 이. 우리가 못가는 줄 빤히 알면서..........오빠 정말 미워...
그렇지만 오빠......제발 부드럽게 살살 해줘야해. 알았지.............]
양양이 눈을 흘기며 차돌 이를 얄미운 듯 바라보며 대꾸한다.
차마 차돌이의 요구를 못하겠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그런 경험을 했던 것이고 언젠가는 자기도 당할 고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차돌 이와의 잠자리는 난잡하도록 변태로 물들어있었고 그보다 더한 일도 예사로 행하고 보고 있었는데 어찌 자기라고 피해갈수가 있겠는가, 이왕 당할 거라면 순순히 그리고 차돌이가 부드럽게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흐흐흐...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어야지.]
차돌 이는 음침하게 웃으며 계속 둘을 겁준다.
........................................
침대의 쿠션이 요란하게 출렁거리고 찐득찐득한 땀 냄새가 퍼진다.
누가 누구의 몸을 애무하는지도 모르게 네 사람은 한곳에 어울려 성감대라고 느껴지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손이나 입이 붙어있다.
네 사람이 흘러내는 비음이 점점 소리를 더하고 있다.
[아....아음..........아....아 학..........]
[아.... 언니, 나 미쳐......어쩜 좋아.....아 학........]
그 신음을 시작으로 해서 음산한 광란의 밤은 시작되었다.
모든 부끄러움과 수치를 팽개치고 벌거벗은 나신을 학대해가며 마치 사형수가 집행을 거부하며 발광하듯 그들은 온몸이 제물이 되고 먹이가 되어 서로를 찢듯이 자신을 제공하였고 쾌락을 만끽하였다.
서로 꼭 끌어안고 있는 벌거숭이 사람들이 마치 얽혀진 나무처럼 떨었다.
욕정에 미친 듯이 모든 계율과 다른 모든 것을 저 너머에 버리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쾌락의 절정을 찾으며 그리고 맞으며 그들의 동작은 너무도 광적이고 격렬했다.
어느 누군가가 옆에서 보았다면 마치 그들은 원수가 되어 서로를 죽이지 않고는 도저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또한 신이라도 그들을 막을 수가 없어 보였을 것이다.
결국은 토막토막 끊어지고 노래하는 것 같은 부르짖음 같은 신음 그런 노래를 수없이 흘려내고 얼굴들은 마치 평온한 세상에 혼자 둥둥 떠다니는 최고의 쾌감에 이르고야 만다.
그 밤 차돌 이는 끝내 소리 내어 부르짖기도 하였다.
[신이시여, 부디 이 쾌락을 영원하게 하소서.]
가엾은 절규,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최종의 정상. 그곳에서 차돌 이는 신을 모독하는 것 같은 기도 같은 추악한 외침을 지르기도 하였다.
끝없이 펼쳐지는 육체의 결합과 율동적인 애무는 그치질 않았고 결국은 각기 쓰러지고 분리되어 벙긋이 벌린 팔이 어디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쳐버렸다.
그날 그들은 그렇게 무섭게 타올랐다가 종내는 죽어버리고 말았다.
뜨거운 용광로보다 더 아니 불타는 태양보다 더한 열정으로 혼신을 기울여 마지막 한줌의 기운마저 소진한 체 그들은 죽어버렸다.
마지막 외치는 커다란 단발마의 여운도 아직 채 가라앉아있지도 않은데 그들은 죽어버렸다.
높고 낮은 가슴들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가 내려앉고 입에서는 아직도 아련한 여운이 담긴 비음과 가쁜 숨소리, 그들은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거나 다름없이 사지를 늘어뜨리고 눈은 감고 있거나 뜨고 있어도 멍하니 초 점 없는 눈동자로 천장 한곳만 바라볼 뿐이다.
그들은 발치에 떨어져있는 침대보를 끌어당겨 땀에 절고 온갖 애 액들로 범벅이 된 알몸을 가릴 기운도 자그마하게 누가 가져다달라는 소리마저 지를 기운도 없었다.
그들은 육체만이 죽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은 정신마저도 악마에게 빼앗긴 듯 죽어있었다.
[만족했어요, 당신..
우리도 최고에요. 조금 고통스러웠지만.........]
누군가의 힘없고 그러나 더없이 다정한 소리로 묻는다.
[정말이야, 맹세코 아주 그만이야.]
거친 남자의 목소리에도 힘이 빠져있었다.
차돌 이는 모처럼 최고의 순간을 보았고 진정으로 지쳐버렸다.
그만큼 그는 오직 섹스에 환장한 사람이 되어 미친 듯이 광분하였고 그 여파는 쉽사리 오지 않는 피로감까지도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그 만족감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이젠 벌써 추억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에게 주어졌던 황홀함은 어느새 빠져 달아난 것이며 그는 그 환상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시작임을 알기에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창조자와 같은 아니 망상가가 아니면 감히 시도할 수없는 심한 변태의 놀이를 태연하게 범하고는 남보다 앞질러 상상을 실천으로 옮겨 행하고는 아주 그만이야 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여인들은 한순간 우울해지며 얼굴에 비애의 썰물이 뒤따라 나타나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나 여자들의 비애를 보지 못한 차돌 이는 그냥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아주 느긋하고 평안하게 누워있었다.
야차같이 달려들던 아까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정직하고 선량한 한 젊은 청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그 밤을 죽은 체 보내고야 말았다.
.
.
창백한 아침.
어스름한 빛 한줄기가 창을 타고 밤새 학대받은 얼굴들을 감싸고 있다.
아직은 차갑게 느껴지는 태양이 방을 무미건조하게 또는 불안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때.
아주 낮고 기운 없는 그리고 수줍어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침묵을 깨뜨린다.
[언니, 나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어쩜 좋아........]
양양이었다.
밤새 시달린 고충을 말해주듯 얼굴은 푸석하였고 눈은 하루 밤사이 퀭하니 들어가 있었다.
그들은 눈을 뜨고 그리고 자기 주위를 보고서야 차돌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이른 새벽에 나갔으면 달리 운동이나 새벽 산책을 나갔을 테지만 그들은 사랑하는 남자가 나갔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일어나서 돌아오는 님 을 정답게 맞아주려 하였지만 전신이 욱신거리고 그리고 사지에 아무른 힘도 주어지지 않을 만큼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자 걱정되고 불안하여 전전긍긍하던 중에 양양이 먼저 말을 토해 낸 것이다.
[그래, 오늘 하루 종일 누워있어도 기운 차리기 힘들 거야..........
나도 처음에 그랬고 그때 현영이 언니 아니었으면 아마 무척 고달팠을 거야....
이젠 내가 도와줄게....
아무 생각 말고 평안하게 마음을 가져.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기운을 차릴 수 있더라고..........]
윤지가 힘들게 자리에 일어나며 그리고 천천히 침대를 벗어나며 둘에게 다정하게 해주는 말이다.
[언니. 고마워...........고마워........]
양양과 무랑이가 똑같이 고맙다는 말을 윤지에게 해주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생각같이 일어나려해도 엉덩이에서 오는 엄청난 고통이 도무지 움직일 수 있는 기운을 주지 않는다.
차돌이가 미워 죽을 것만 같다.
어쩜 그 사람은 이렇게 고통을 주는 것을 좋아하고 남이 힘 드는 것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지 쾌심한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은 사나이로서 별로 부족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밤만 되면 폭군이고 변태가 되는 그가 이상해 보인다.
그리고 점점 물들어가는 자신들을 생각하고는 어이가 없는지 피식 쓴웃음으로 생각을 지우며 둘은 또다시 머나먼 여행을 떠나고야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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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계곡
조그맣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등 뒤로 하고 차돌 이는 팬티만 입은 체 바위위에서 묵상에 빠져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이 수시로 변하는걸 보면 심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차돌 이는 오늘따라 잡념에 시달리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지우고 고요한 명상에 잠기려 해도 쉽게 그것을 이룰 수가 없었다.
원초적인 잡념이 생각을 접기 힘들어서이다.
차돌 이는 잡념을 물리치기보다는 그만 그 잡념에 빠져들고 말았다.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사는가?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생각을 가져본 일이 있을법한 일을.......
차돌 이는 마음으로 외친다.
나는 차돌이다. 나는 죽기 싫어하는 욕망 때문에 산다.
그걸 증명하려고 지난밤에도 또한 그전에도 견고하고 강한 그런 나의 꿈을 건설하려는 욕구가 나를 재촉하듯 유혹했고 마치 살아있는 모습을 만천하에 보여주기라도 할참으로 그렇게 광분하고 미치지 않았던가.
나는 나의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무엇이라도 절대 놓치지 않으려 했다.
꿈이 있어야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런 과정이 내가 살아있다는 그리고 언제나 그렇지만 그것이 죽지 않으려는 욕망 때문이 아닌가.
헤아릴 수없이 많은 욕망이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그 모든 욕망도 죽음으로 소멸되지 않는가.....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누구든 피해갈수 없는 천리이고 진리인 것이다.
그러나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것과 같이 버려져 사는 삶 과 하고자 하는 일을 마음대로 하고 사는 삶 은 틀린 법이다.
인간이 가진 모든 힘과 정력과 명석한 두뇌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간에 자기 자신을 흥분시키고 발전시키는데 있다.
또한 인간은 참신한 인상과 감각에도 흥분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것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법이다.
그걸 가지려고 국가 간에도 분쟁과 전쟁을 하기도 하고 개인으로는 폭력과 기만으로 그걸 소유하려드는 법이다.
물론 깨끗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그걸 얻으려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남이 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 비열하고 도덕적인 관념을 팽개치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가...
그것이 일반화 되어있는 세상사회이며 일부 험악한 종말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무서워 그걸 두려워하는 사람은 실지로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말로는 깨끗하고 청렴결백하다 내세우는 사람이라도 지금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한줌 남을 등에 업지 않고 정말 부끄러움 없이 장담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 않는가.
나또한 어둠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걸 후회하고 뉘우쳐 조금이라도 사회에 보람되는 일이라도 해보자고 여러 가지 해오지 않았던가.
그 모든 것도 나의 조그만 잘못에 비하면 한줌도 안 되는 짓거리로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일도 남이 알아주기보다는 내 자신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 행한 행동이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행하지 않았나.
또한 오늘 어쩌면 나에게 슬픈 날이 될지도 모를 날이다.
나 자신은 지킬 수 있다 장담하지만 그것은 내 마음이요. 상대방도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덤비면 모르는 일이다.
사는 것이 지나간 일은 후회하고 자랑스러워 하지만 미래에 대한 것은 꿈으로 점철되어 있을 뿐 아무것도 확신을 주지 않은 법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끊어 지지 않는다.
남이 충고하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보니 혼자 생각하고 혼자 정의를 내리는 그런 반복적인 생각으로 새벽의 차돌 이를 매우 심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차돌 이는 속이 답답하고 터질 것만 같아 갑자기 고래고함을 질러댄다.
[우 아악. 으으으 악..................악..................]
한동안 소리를 지르자 답답한 속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다.
차돌 이는 다시 계곡물을 얼굴에 덮어쓰더니 수건으로 닦을 생각도 없이 바위위로 올라가 정좌를 하고 눈을 감는다.
한참 뒤 정말 평안하고 부처 같은 모습으로 차돌 이는 변신하고 있었다.
.
.
저녁
붉은 황혼이 산머리에 수를 놓은 그런 시각이었다.
별로 사람이 왕래가 없는 좁은 도로를 지나니 커다란 산장인 것으로 보이는 집이 나타난다.
그 집을 향해 달려가는 차가있었다.
차에는 차돌 이와 곰, 그리고 외팔이와 종 민이가 타고 있었다.
차돌 이는 아프고 피곤한 몸에도 뭔가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나가는 자기를 보고 온통 걱정으로 싸인 무랑 이를 달래고는 그리고 다른 여자들에게도 웃어가며 별다른 일이 아니고 형들과 바람이나 쐬고 오겠다는 말로 집을 나온 것이다.
차가 그 산장 같은 집 앞으로 가까이가자 검은 승용차가 이십 여대 있었고 저마다의 차안에는 건장한 장년들이 타고 있으며 갑자기 나타나는 차를 보며 차창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들을 무시하고 그 산장 정문 앞에 차를 세우고는 천천히 내린다.
그러자 산장 정문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던 여러 명 중에 건장하고 눈매가 날카로운 장정하나가 차돌이 앞에 오다가 같이 내리는 곰을 보더니 흠칫 놀라며 먼저 고개를 숙이고 묵례를 한 다음 차돌이 앞에서 정중하게 말한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장정이 말하자 차돌 이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보여준다.
그리고 앞장서서 가는 장정의 뒤를 따라 정문을 들어선다.
일행이 정문을 들어서자 개들이 요란하게 짖는다.
차돌이가 둘러보니 대 여섯 마리의 사나운 맹견들이 자기들을 보며 울부짖고 있다.
넓은 정원 한 귀퉁이 널따란 곳에 개들이 철장을 부수고 나와 자기들을 물어뜯기라도 할 기세로 짖어대는 것이다.
차돌 이는 얼굴에 살기를 나타낸다.
그러나 기세만 드러낼 뿐 행동은 취하지 않고 말없이 장정의 뒤를 따라간다.
장정은 본 건물 현관입구에 와서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서서 여전히 정중하지만 깔보는 듯 한기세로 차돌 이에게 말을 한다.
[여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는 곳입니다.
혼자 들어가시죠.]
놈이 그렇게 말하자 차돌이 뒤를 묵묵히 따르는 곰의 음성이 귀청을 때린다.
[번개, 많이 컸구나. 네놈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곰이 차돌이의 앞으로 나서며 놈을 박살내듯이 다가간다.
그러자 외팔이와 종 민이도 인상을 그리며 앞으로 나선다.
[형, 참아. 여긴 그들의 집이고 우린손님이니 그들을 따를 수밖에.
모두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해.....
그리고 사신,....
저기 사람 말고 깽깽 짖어대는 짐승들이 싫어 지구 만.
내가 안에 들어가서 말을 하면 저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도록 해라.]
차돌 이는 형들을 만류한다.
그리고 기다리도록 지시를 하곤 형들이 사신이라며 뭐라 중얼거리자 이상한 듯 보는 것을 보고도 혼자만이 아는 호위에게 하듯 명령을 내린다.
[대장, 나는 그렇게 못해........
너희들은 여기서 경계를 풀지 말도록.............]
곰이 앞장서서 번개라는 놈을 밀쳐내고 현관을 밀고 들어가 차돌 이에게 들어오라고 문을 열고 기다린다.
그러자 번개라는 놈은 얼굴에 난색을 그리지만 감히 손속을 펼치지 못하고 안 절 부절 못하며 어쩔 줄을 모른다.
차돌 이는 곰을 보더니 피식 웃어보이고는 곰이 열고 있는 문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도 검정 양복을 입은 장정들이 있었다.
놈들은 앉아 있다가 곰이 들어오고 차돌이가 얼굴을 보이자 얼굴에 긴장감을 갖추고 모두 일어나 경계태세를 갖춘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지만 반 이상은 곰을 알아보고 가볍게 묵례를 올리는 모습도 보인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들은 말은 못하고 있었지만 사라진 걸로 알고 있는 곰이 차돌 이와 같이 나타나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자 난색을 표하면서도 형으로서의 예의를 잊지 않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런 모습을 보고 한때 곰 형도 대단한 파워를 누리고 살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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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이가 방문 앞으로 가자 다시 한 놈이 두 사람을 막는다.
[형님, 용서하십시오. 저분만이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그는 곰에게 정중히 여기서 대기하라는 말로 타이르듯 부탁하며 눈치를 본다.
앞에 있는 곰도 무섭지만 안에 계신 사람의 명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뭐라. 이 새끼가..........퍽. 으윽............]
곰의 사나운 말이 터지는 가 했더니 뭔가 북 터지는 소리 비슷하게 울리고 그리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 와 함께 뒤로 나뒹구는 소리가 들린다.
곰은 놈에게 바로 사타구니 낭 심을 발로차서 넘어뜨리고는 방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가 공손하게 차돌이가 들어오길 기다린다.
차돌이가 들어가자 양쪽으로 줄지어 앉아있는 건장하거나 날카로운 또 점잖은 사람으로 보이는 이십 여명의 남자들이 앉아 있다가 차돌 이와 함께 나타난 곰을 보고 엄청 놀라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들을 천천히 주시하듯 둘러보고는 정면을 본다.
정면 한가운데 방석이 하나있었다.
아마 차돌 이에게 권하는 자리로 보인다.
차돌 이는 성큼성큼 걸어가 방석위에 양반다리로 앉는다.
곰은 차돌이가 앉자 그의 뒤에 조용히 앉는다.
차돌이가 좌정을 하고 비리한 미소와 함께 눈을 감아버린다.
주인이 나타나도록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정면에 있는 창호지로 바른 문 뒤로 부터 위엄이 가득한 음성이 나오지 않는가.
[허허...정말 반가운 분을 함께 모셔 왔 구 만.........
예전 중앙 파를 호령하던 분과 같이 오다니........정말 대단하오이다.]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목소리만 들리자 차돌 이는 눈을 뜨고는 앞을 차갑게 노려보고는 한마디 대꾸도 없이 다시 눈을 감아 버린다.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다시 문 뒤에서 같은 음성이 나온다.
[가마모도와 서로 죽일 원수 사이는 아닌 걸로 알고 있소.
그런데 전쟁을 선포하다니...얼마나 거대하기에 우릴 너무 무시하는 가 했더니 보통분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겠소.
하여 우리가 양보할 테니 이쯤에서 모든 걸 접는 것이 어떻겠소.
그게 젊은이 신상에도 도움이 될 거야.....]
안에서 뜻밖의 휴전 선언이 아닌가.
나지막하면서도 어쩐지 거절하기 힘든 위엄도 곁들어 있다.
듣고 있던 차돌이도 예상 밖의 말에 짐짓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그곳에 모인 상록수 회원들이었다.
오늘 상록수를 건드린 한 놈을 제거하기위해 모인 걸로 아는데 놈이 곰과같이 나타났다고 해서 저렇게 쉽게 포기할 분이 아닌데 너무나 쉽게 많이 양보하는 말을 듣고는 모두가 멍청해진 것 같았다.
차돌 이는 그런 사람들을 외면하고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앞을 보더니 천천히 말을 꺼낸다.
[후후후...이런 조무래기들을 모아놓고 나에게 겁줄 생각이라면 당신은 큰 오산을 했소.
물론 당신 곁에 호흡을 죽이고 있는 사람은 틀리겠지만..............
그리고 더 이상 얼굴을 숨기고 있는 당신과는 상대가 아니될듯하여 일어나겠소.
난 자존심이 강해 얼굴이나 감추고 위엄깨나 부리는 작자와는 이제껏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어서..........크크크.....제기랄......]
차돌 이는 얼굴 가득 분노를 그리며 천천히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문 뒤를 향하여 차갑게 말을 잇는다.
[오늘 당신들은 날 죽여야 할 것이오.
당신이 어떻게 생겼고 무슨 짓을 하는가는 모르지만 내가 당신을 죽이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이미 당신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소.
그러나 당신의 음성에 크게 사기가 느껴지지 않고 청정해서 조금은 안도가 되오.
그래서 지금 내가 이정도로 참는 것이고 내말이 거짓이라고 여긴다면 당장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시오.
그리고 만에 하나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아마 당신도 또 여기 있는 망나니 같은 자들도 다시는 이런 호강을 누리지는 못할 것이오.
모두다 나와 같이 지옥에 동행할 것이오.
그리고 분명히 말해주리다.
난 가마모도 같은 놈들이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죽도록 싫은 사람이니 그 놈을
감싸겠다면 당신과 전쟁을 할 수밖에...
허면 여기는 좁고 당신도 불편할 것 같아 밖에서 기다리겠소.]
차돌 이는 냉정하리만큼 담담했다.
적의 소굴에 들어온 사람이라곤 눈 꼽 만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제집인 냥 당당했다.
그가 말을 하는 중간에 밖에서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차돌 이는 말을 끝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간다.
그러자 곰은 눈알을 번뜩이며 주위를 경계하며 차돌 이를 호위하여 같이 밖으로 나온다.
주위의 보스들은 모두 얼굴에 분함을 나타내고 차돌 이를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지만 건방지게 나가는 차돌 이를 재제하라는 문 뒤의 보스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울분을 삼키는 표정을 역력하게 나타내지만 나가는 차돌 이를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차돌이가 나가자 일제히 문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울분을 토해낸다.
[회장님, 어서 저놈을 죽이라는 명을 내려 주십시오.
이런 소리를 듣고도 어찌 참을 수가 있습니까.....]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그들의 소리가 방안을 쩡쩡 울린다.
그러나 문 뒤의 회장은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아무른 대답이 없다.
차돌이가 현관을 나와 마당한가운데 서서 다시 주위를 살펴본다.
개들을 가둬놓은 철장 안에는 이미 피투성이로 변한 개들이 칠공으로 피를 흘리며 죽어 나자빠져 있었다.
차돌 이는 싱긋 웃더니 자기들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놈들을 쳐다보고는 아무른 표정도 나타내지 않고 머리를 들어 저녁하늘을 바라본다.
곰과 외팔이, 그리고 종 민은 차돌 이를 둘러싸고는 살기어린 눈빛을 토하며 전신을 긴장시키며 온갖 촉각을 놈들에게 기울여 만반의 태세를 갖추며 놈들이 쳐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지났다.
현관이 열리며 조직의 보스들이 우루 루 집단으로 몰려나와 차돌이 앞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차돌 이는 여전히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놈들 중에 한 놈이 한발 앞으로 나오더니 차돌 이를 향해 차갑게 명을 전달한다.
[오늘 당신을 곱게 보내주라는 회장님의 명령만 없었어도 당신은 여기서 걸어 나갈 수가 없었을 것이오.
회장님이 다시 날을 잡아 이야기하고 싶다 했소.
그러니 당신들은 돌아가도 좋소...........]
놈은 말을 하면서도 그냥 보내주기가 서러운 모양이다.
말을 하는 표정에 분을 삼키는 기색이 역력하게 나타나있다.
차돌 이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 말하는 놈과 그 뒤에 험악한 인상을 그리고 있는 놈들을 보더니 말없이 허리를 굽혀 정원에 널려놓은 손바닥 만 하고 주먹 두께만한 차돌을 주워들고 바라보더니 맹렬한 기합과 함께 수도로 내리친다.
[이랴 압.............]
돌이 순식간에 쩍하고 두 동강이로 변한다.
차돌 이는 그걸 자기에게 다가와 말하는 놈에게 주며 차갑게 말한다.
[후후후....과연 그럴까..........
이것을 당신들 회장에게 전해....
이제 중앙 파는 예전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만약 내일부터 중앙파의 지역에 가마모도와 날치라는 놈이나 그놈들에게 충성을
바치는 놈들이 있다면 전쟁이라 여기고 이 차돌처럼 뭉개버리겠다고....
그리고 그들을 감싸주는 집단이 있다는 소리나 내 귀에 그런 것이 들렸다는 소리만
있어도 저 개들처럼 소리 소문 없이 죽여 버리겠다고....
다시는 날 시험하지 말라고 해....
그리고 네놈들은 더구나....크크크...죽기 싫으면 나서지 말라고.......
만약 어떤 놈이라도 내말에 불만을 느끼고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새로운 중앙 파에
조금만 흠집을 내어봐...
그 집단은 다시는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도록 만들어줄 테니.....후후후......]
차돌 이는 말을 마치고 돌아 선다.
무시무시한 엄포를 마음껏 토해내고는 마치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도리어 더욱 대담하게
놈들을 겁주는 말을 토해놓는다.
그리고 다시 말을 하며 걸음을 옮긴다.
[자, 가자 형, 아마 오늘은 싸움 같은 것은 없을 것 같으니.............]
차돌이가 걸음을 옮기고 나머지 일행도 걸음을 옮겨 천천히 차에 타고 사라질 때까지 그들은 멍청해져있었다.
그들은 차돌이가 보여준 무예가 이미 한계를 넘어선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놀랐고 무엇인가가 사나운 개를 칠공으로 피를 흘리며 죽게 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아마 차돌이가 내려친 수도로 자기들의 몸 어딘가에 맞았다면 실로 부러지거나 다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으며 그 모든 것들이 그들을 한순간에 겁을 집어먹도록 만들었고 가면서 뱉은 싸늘한 소리는 더욱 몸을 움 추려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수도로 내려친 돌조각은 마치 예리한 칼로 잘라낸 듯 매끄럽기만 하다.
멍청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들은 차돌을 들고 다시 현관으로 들어간다.
.
.
[대장, 아까 사신이라 하던데 무슨 말이야.........]
곰이 아까부터 궁금해 하던 것을 묻는다.
분명 혼자 중얼거렸고 자기와 같이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나와 보니 까닭 모르게 개들은 차돌이의 말대로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죽어있지 않는가.
그 순간에는 긴장하여 놀라움을 표시할 수도 없었지만 지금도 그 일이 어찌하여 일어나게 되었는지 궁금하였다.
그만큼 차돌 이는 아직 자기도 모르는 신비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후후후. 형 내겐 남들이 알지 못하는 커다란 힘이 있어.
그놈은 오직 사악한 짓을 좋아하는 놈이라 남에게 소개시킬 수도 없어.
그 정도로만 알고 있어.
그나저나 내가 진행하라는 일은 잘되고 있는지 모르겠네....]
차돌 이는 대충 사신의 정체가 있다는 사실만 알려줄 뿐 더 이상 말하려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다른 질문으로 이야기를 바꾼다.
[으응....대장 건설회사도 합의했고 지금 설계만 나오면 착수할 수 있어.
그리고 내일이라도 터 잡이 작업이라도 하려고 하는데.....]
곰은 지금까지 진행해온 성과를 말한다.
그리고 내일 당장 터 잡이 공사를 시작하려한다는 보고도 아울러 한다.
[그래.....그럼 형들 모두도 내일 저녁에 전부 집으로 모여......
가족 전부를 모아놓고 내 사업구상을 발표하려고 하니......]
차돌 이는 내일 다시 모이라는 명을 내린다.
지금 차돌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가는지 모두는 두말 않고 대답한다.
[알았어.]
.
.
.
달도 없는 어두운 정원 텅 빈 것 같은 공간에 희미한 두 그림자가 있다.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지만 이 두 사람의 윤곽을 확실하게 나타내어주지는 못하는 듯 어두운 실루엣 같은 그림자만 보이고 있다.
자세히 보면 얼굴이 어렴풋이 보인다.
대리석같이 매끈한 얼굴을 가진 남녀다.
집안의 불은 켜져 있지만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는 빛이 흘러들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고 마치 지금 두 사람의 심장소리를 듣기위해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
남자의 얼굴은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위에 있었다.
여인은 그런 남자를 바라보고만 있다.
그들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보고 있었고 위에 있는 남자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연다.
[누나.........사랑해.]
여인은 그런 남자를 보며 미소를 지어준다.
해변에서 찢기고 누더기처럼 변하여 거슬려 올라오는 파도 같은 미소를........
말없는 숱한 파도 속에 잠겨 입을 다물고 모든 순교자들의 성스러운 그런 표정 속에 그녀는 사람들의 애원을 받는 듯 순결한 미소를 별처럼 영롱한 눈으로 함께 반짝이며 웃어주고 있다.
그녀는 그 남자에게는 무한한 성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것도 그녀를 보호해주진 않지만 그녀는 미소 짓고 있는 것이다.
남자를 사랑하고 그 남자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며 그녀는 쌀쌀한 새벽, 찌는 정오, 그리고 몽상적인 저녁을 사랑하듯 한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예전엔 어둡고 경사진 도로 바닥에서 떨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하고 가슴 아픈 사연으로 속 알이 하며 애를 태웠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밝은 내일을 향해 삶을 시작한 것이다.
그곳에 있을 낙원을 찾아 자연의 꽃 속에서 아름답게 뛰어놀 것이며 노래와 속삭임으로 영원을 만들 것이다.
그녀는 남자를 안아준다. 자기를 그런 미래로 이끌어줄 남자를 꼭 껴안으며 샛별 같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본다.
무한한 존경과 사랑이 충만한 눈빛으로............
그리고 그녀는 남자얼굴을 당겨 그 남자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춘다.
그리고 잠시 후 어두웠던 정원의 가로등에 밝은 불빛이 들어온다.
뒤이어 왁자지껄하며 여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손 에 손에 음식과 먹 거리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나오고 있었다.
[호호호.......너무나 보기 좋던데요.
난 질투가나서 죽는 줄 알았어요.]
평소 농담을 잘하지 않는 윤지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놀린다.
[그래 나도 그랬어, 아니 동생들도 그러했을걸. 호호호........]
현영이가 맞장구를 친다.
[후후후. 그래...어서들 와.
모처럼 늦은 저녁에 정원에서 만찬이라.......너무 운치가 있지 않아........]
차돌 이는 모든 여인들에게 능청스럽게 웃어주며 반가이 맞는다.
여인들은 들고 온 먹 거리를 중앙에 놓고는 모두가 먹 거리를 중심으로 하여 빙 둘러 앉는다.
차돌 이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쟁반위의 닭백숙을 보고는 손을 가져가 한 점 집더니 소금을 발라 입에 넣는다.
오물오물 씹어 목안으로 삼키고는 말없이 웃고 있는 곰 처를 바라보며 웃어준다.
[형수, 요즘 너무 고생한다. 갑자기 식구도 많이 늘어서...........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하지]
차돌 이는 곰의 처를 오래도록 바라보지 못하고 얼굴을 다시 고기 쪽으로 돌리며 민망한 듯이 숙여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집안일 거의를 곰의 처가 맡아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를 보고 있으니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호호호. 삼촌, 괜찮아.
나야 외롭게 자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을수록 힘이 나고 좋은걸.........
삼촌은 그런 걱정 하지 말고 다른 것에나 신경 쓰........호호호.........]
곰의 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밝게 웃어준다.
차돌 이는 그런 곰의 처가 너무나 편안했다.
그녀는 항상 그랬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사람을 포근하게 해주는 그런 것이 있었다.
그는 다시 그녀를 쳐다본다.
[그런데 형은.......
지금 자지 않으면 여기로 오라고 그러지.......]
[호호호..싫대........
아마 자기들끼리 한잔 하는 모양이야..
괜히 여기 와서 분위기 깨뜨리기 싫다고 하면서 나도 쫒아내던걸......호호호........]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빛낸다.
무언가 갈구하는 눈빛이 스며있다.
차돌 이는 그런 그녀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다시 말을 받는다.
[후후후.......형들끼리 한잔한다고 형수를 쫒아낸다 이 말이지..........
그럼, 형수 이리와 내 옆에 앉아.
고생하시는 형수에게 오늘 내가 시중을 들어줄 테니..............후후.......]
차돌 이는 그렇게 말하며 엉덩이를 움직여 곰의 처가 앉을 자리를 마련한다.
얼굴엔 장난 끼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어머머......정말. 호호호...그럼 나도 삼촌 옆에 앉아볼까........
아마 질투할 사람이 많을걸..호호호.........]
그러면서 그녀는 조금도 주저앉고 차돌이가 비워둔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빙긋이 웃는다.
[어머...언니 절대 질투 안 해.......
질투했다가 쫒 겨 나게...난..그렇게 되긴 싫어........호호...
그리고 그렇게 앉아있으니 너무나 다정해 보인다.
큰 오라버니가 보면 질투할까 무섭다. 호호호.............]
현영이가 대표로 그녀의 말을 받는다.
그리고 모두는 그의 뜻에 동조한다는 뜻으로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호호호.....정말 그럴까,.......]
곰의 처는 암울하게 알듯 모를 것 같은 말로 어물거린다.
얼굴에 여러 가지 표현이 서로 얽히고 변화하여 나타나더니 금 새 금방 표정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한순간에 가진 듯 했다.
그렇게 늦은 밤에 정답게 담소하며 재미있게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다.
모든 것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
언제까지나 그곳에 있을 것 같은 그들도 어느새 음식도 거의 사라지고 말수도 적어진다.
차돌 이는 이때 엄중하게 말을 꺼내놓는다.
[누나........내일 저녁에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두를 모이게 해........
지은이 누나도........내일 내가 발표할 것이 있어.
중요한일이고 내가 지금껏 추진했고 또 그것을 할 마땅한 사람에게 할 일을
주고자함이야........
또한 석이 외할머니도 왔으면 좋겠지만 이런 분위기라...........]
차돌이가 엄중하게 말을 꺼내자 좌중은 갑자기 긴장하고 압도되어 있다가 모두에게 마땅한 일자리를 주고자 한다는 말에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은 양양이었다.
집에서 빈둥거릴 때마다 다른 사람보기에 무엇했는데 이제 뭔가 자기도 할 일이 있다는 말에 제일 먼저 반가움을 표시한다.
[어머머. 정말이에요.. 그럼 나도 뭔가 할 수 있겠네요. 호호호.......]
그녀는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 쪼르르 차돌 이에게 달려오더니 그의 볼에 키스를 해준다.
언제 양양이 이런 모습을 이런 조숙하지 못한 행동을 해본 적이 있었나 싶다.
양양은 이곳에 와서 자기도 모르게 이들과 동화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겨졌고 그러고 보니 자기도 모르게 대담한 행동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어쨌거나 차돌 이는 그런 양양의 행동이 기분 좋았다.
[내일이면 알게 돼........
형수 내일도 거나하게 차려야 할 테니 준비하시고 당신들 모두 형수를 도와주도록......
그리고 밤이 너무 늦은 것 같으니 이쯤에서 일어나자.]
차돌이가 먼저 일어난다.
그리고 성큼성큼 안채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뒷모습이 여간 듬직하지 않다.
그녀들은 모두 그 남자를 존경하며 사랑한다.
현실적인 그 무엇도 현재로선 망가뜨릴 수 없는 깊은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이 사랑은 그 무엇도 바라지 않는 숭고한 것이었다.
사실 그가 밝은 가면을 쓰고 어둠 속에서 솟아나왔을 땐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신비스런 마력에 이끌리다시피 사랑하였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지금은 오직 숭고하고 애절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위대함이 넘쳐 보인다.
나의 예전 유치한 환상과 상상들이 한없이 부끄러울 정도로 그에 대한 믿음과 신념으로 넘친다.
이 늦은 밤에도 그는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모두 앗아가 버린 것이다.
모두는 그가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다가 그가 현관으로 들어가자 부리나케 음식들을 챙기기 시작했고 그리고 번개처럼 그를 뒤따라 안채로 사라진다.
물론 곰의 처도 다른 여자들과 같이 호흡을 맞출 수밖에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