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 (38/50)

북한산

야트막한 능선을 이루고 있는 산자락의 넓은 임야다.

싱그러운 나무들이 저마다의 기상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있다.

작은 계곡엔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산새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 아래 자락에서 좌우를 살펴보며 올라오는 두 사람이 있었다.

차돌 이와 곰 이였다.

두 사람은 무엇인가 이야기하며 웃기도 하고 상당히 즐거운 표정이었다.

넓고 경사졌지만 평탄하게 느껴질 임야를 올라온 두 사람은 이제 가파르고 급격히 경사로 이루어진 곳까지 와서는 걸음을 멈춘다.

[형, 도대체 이곳 땅이 몇 평이야.]

차돌 이는 기주가 넘겨준 땅이 너무 넓은 것에 놀라 곰에게 물어본다.

자기가 생각한 정도를 너무나 벗어난 어마한 넓이였다.

[대장,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곳까지야, 십만 평이 조금 넘어.......]

곰은 손을 움직여 땅의 범위를 대충 알려주고는 여기 경계까지의 평수를 알려주고 있다

[십 만평이라.......그분에게 큰 은혜를 입었군.

좌우간 너무 좋아, 경치도 공기도...

그래 형....저 정도에 누나와 내가 머물 집을 짓는 게 어때...........]

차돌 이는 뒤에 큰 나무와 숲이 우거져있고 그 아래 작은 나무와 평탄한 임야를 보며 말한다.

첫눈에 확 떠일 정도로 전망도 좋고 뒤의 산야의 경치도 그저 그만이었다.

[나도 그곳이 좋겠다고 생각했어,

대장도 그 곳이 좋다하니 서둘러 공사를 해야겠어.]

곰도 차돌 이에게 그곳을 천거하려한 모양 이었다.

그런데 차돌이가 와서 보고는 그곳이 좋겠다고 말하자 즉시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말한다.

곰은 차돌이가 하루속히 그 집에서 나왔으면 하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그래, 형. 그리고 아까 내가 말한 대로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짓도록 해........

누나가 기거할 집은 최대로 화려하고 멋지게 말이야.

난 누나에게 그런 집에 살게 하겠다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을 빼먹은

적이 없어.]

차돌 이는 화려하고 멋진 집을 지어야하는 이유를 곰에게 말해주고 자기의 소원을 이루게 된 것에 기뻐하고 있다.

[그럴 참이야, 대장이 살 집이야.

최대로 멋지게 호화롭게 진시왕의 아방궁이 부럽지 않게 짓도록 해보겠어.

그리고 다른 건물은 사실 짓기는 한 다만은 우리가 너무 염치없는 것이

아닌가하여..........]

곰이 선뜻 대답을 못한다.

차돌이가 이 건물뿐 아니라 또 다른 건물을 지으라고 했고 그 용도를 알기에 체면이 서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차돌이의 마음씀씀이가 깊기에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형, 형이나 우린 모두 가족이야....

난 그렇게 생각하고 살 것이고 그런 가족들이 같이 모여 살자는데 이유가 있을 수

없어.

무조건 내가 하라는 데 로 해...

난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전까진 절대 가족을 버리는 그런 일은 없어.]

차돌 이는 잘라 말한다.

가족 간에 무슨 체면 따위가 필요 하느냐 그런 말이다.

무조건 시키는 데 로 하라는 강경한 지시이기도 하고........차돌 이는 흐뭇했다.

이렇게 경치 좋고 맑은 곳에서 자기가 가족이라 생각하는 모든 사람과 같이 살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마음을 환하게 그리고 기쁘게 하는 것이다.

이젠 모두가 외롭고 쓸쓸할 때 한쪽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생을 살아가면서 우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접하지만 진정으로 아픈 마음을 이야기하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젠 그런 사람들끼리 같은 곳에서 오순도순 모여살수 있다는 생각이....그리고 이젠 혼자가 아닌 혈육과 같은 식구들이 자기 곁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진정 뿌듯했고 또 그러한 사람들과 지척에서 보며 살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먼 고생 끝에 오는 기쁨,

마치 오랜 병고에서 벗어난 환자의 평화스런 숨결처럼 가슴이 활짝 펴지는 감흥을 차돌 이는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바라고 고대했던가,

이런 삶을 살고자 지나온 세월이 아니던가,

지난날의 힘든 고생이 오늘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곳에서 돌아오는 내내 차돌 이는 흐뭇한 미소를 끊질 못했다.

물론 곰의 입가에도 감격의 미소가 넘치고 있었다.

그 역시 차돌이의 명을 거절하거나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사람이란 상대의 청을 너무 거절하거나 선뜻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사는데 걸림돌이 치워지듯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자 생각했다.

겸손이 지나치면 비굴하게 보이는 법.

자신을 비하하며 처지를 한탄할 이유도 없었다.

그가 우리를 형제라 생각하듯 우리 또한 그가 형제이기에...........

..........................................

집에 돌아온 차돌 이는 무랑이의 상태를 살펴보고 별로 걱정할 정도의 상처가 아님을 알고는 외출할 것을 지시하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무랑 이를 대동하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차를 타고 어디론 가를 달리는 동안 차돌 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눈을 감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지나온 세월을 돌이키고 있었다.

얼마 살아오지도 않은 세월에 참으로 많은 곡절 속에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세월 속에 자랑거리도 후회할일도 많았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어찌 곡절이 없을 수가 있는가...........

현재의 상황도 그렇다.

좋은 일에 마가 낀다고..................

그냥 조용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덮어버리고 살고도 싶었다.

사람의 인생이란 게 그렇지 않는 가..........

하늘이 흐리다 맑고 맑다가도 흐리는 법.............

이 모든 것은 하늘의 이치가 아닌가.........

맑은 하늘이 햇살을 내리고 흐린 하늘은 비를 내려 대지의 모든 생물을 살게 하지

않는가..........

하지만 하늘이 찌푸리면 새들은 근심을 하는 법.

그것은 이후의 일이 걱정되어서가 아닐까...

태풍이 올지 폭우가 쏟아질지를 몰라서일 것이다.

사람의 인생도 이와 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청명하게 맑으면 생기를 가지고 밝은 마음이 된다.

반면에 마음이 어둡고 불안하고 그렇게 흐리게 찌푸려지면 자신도 모르게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온다.

걷잡을 수가 없는 지경까지 갈수가 있는 법이다.

분노하고 증오하는 것, 등등이 마음이 불어내는 폭풍이며 태풍인 것이다.

하늘에 태풍이 불면 산천초목이 상처를 입고 폭우가 쏟아지면 물고기도 냇가로 나와 풀포기를 물어야 산다했다.

마음이 분노와 증오에 매달리면 태풍보다 더 앙칼지고 폭우보다 더 무자비해진다.

그렇게 해서 남는 게 무엇인가.

황폐하고 부폐 한 모습뿐이 아니겠는가,

복수는 복수를 낳는 법..........

이러한 위기로부터 자기 마음을 구하려면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찌푸린 하늘처럼 우울하지 말고 암담하고 캄캄할수록 마음속에 촛불을 켜야 한다.

그리고 살아있음을 기뻐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한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 자제하고 감내하며 인내로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니겠는가...........

그의 머릿속에는 모든 것이 정립되어 있었다.

지금의 행복이 다른 조그만 무엇에 상처받기가 싫었다.

.

........................................

30층도 넘어 보일 것 같은 어마어마한 높이의 건물지하실에 차를 주차하고 차돌 이는 28층 회장실을 찾는다.

회장실 층에 내리자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가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방문객을 맞는다.

[ 여긴 회장실입니다. 어디서 오셨는지요.]

[전 손 차돌이라 합니다.

이미 회장님과 선약이 있는데........]

차돌이도 웃으며 아가씨를 바라보며 자기를 밝힌다.

[아,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몇 번인가 회장님이 손님이 오셨는가 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 회장님 비서실 김 서향이라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회장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아가씨는 다시 한 번 차돌 이에게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는 바로 인터폰을 들고 누군가와 말을 나누더니 곧장 일어나서 차돌 이를 안내한다.

[자,,절 따라오십시오.

회장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가씨를 따라 차돌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안에서 근무하고 있던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일어나 인사를 한다.

그리고 40정도 되어 보이는 말쑥한 신사가 차돌 이를 맞는다.

[전 비서실장 문 태우라 합니다.

회장님께서 조용히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차돌 이는 자기에게 일행이 있음을 알고 비서가 말하는 이유를 알았다.

차돌 이는 무랑 이에게 여기서 기다리라는 짤막한 말을 남기고 비서실 안에서 이어진 문을 밀고 들어간다.

차돌이가 들어서자 환하게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곧장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

[하하하....어서 오시게.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네.]

김 기주였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그리며 반갑게 차돌 이를 맞이한다.

[그간 안녕하신지요,]

차돌이도 정중히 허리를 굽힌다.

[자...자....이리와 앉으시게.]

기주가 차돌이의 손을 잡고 반가움을 표시하곤 넓은 응접실 한가운데 놓인 쇼 파로 이끈다.

차돌이가 쇼 파에 앉으려니 쇼 파에는 누군가 한사람이 앉아있었다.

머리가 벗겨지고 대략 60정도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보기에도 근엄하고 학자풍이 몸에 배인 사람이었다.

기주는 차돌 이를 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차돌 이와 마주앉은 학자풍의 노신사를 소개시킨다.

[내가 오늘 자네를 보자 한 것은 이분 박사님을 소개하기 위함이라네.

이분은 미국에서 쭉 활동하신분이라네 그렇지만 고명은 널리 알려진 분이라네.

자네 사업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 여겼기에 내가 특별히 초청하였다네.]

기주가 노신사를 소개하면서 이분이 어떠한 분이라는 걸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는 것을 듣는다.

마치 어려운 사람을 모셔온 것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듯이....

차돌 이는 기주의 선처가 너무나 돌발적이라 잠시 당황했지만 그 배려가 너무나 커 얼굴 가득 기쁨을 나타낸다.

그리고 만면에 반갑고 영광이라는 표정을 담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감사인사를 올린다.

그리고 노신사에게 허리를 굽히며 자기소개를 한다.

[손 차돌이라 합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를 바랍니다.]

[무슨 말씀을.....이분 박 회장님에게 댁의 칭찬을 너무 들어 긴가, 민가 했는데 과연

범상하지 않는 젊은이라 여겨집니다.

제 이름은 남궁 덕이라 하오.]

박사도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고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는 마주잡은 손을 두어 번 흔들고는 놓아준다.

두 사람이 악수를 끝내고 자리에 앉자 기주가 차돌 이를 오게 한 이유를 말한다.

[자네가 바쁜 걸음을 이리로 옮기게 한 목적을 먼저 말해주겠네....

먼저 이분은 자네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꼭 필요한 분이네.

어차피 자네는 사람을 구해야할 것이고 자네보다는 내가 보다 손쉽게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여기기에 건방지게 나섰네.

기분이 언 잖 아도 내 사심 없는 행동이니 이해하시게.

난 자네가 하는 사업에서 돈을 벌려는 욕심 따윈 없네.

어차피 사람은 죽어 빈손으로 갈 것인데 돈도 벌을 만큼 벌어보았고 지금도 그

방면에선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네.

조금 건방진 것 같지만 어렵게 모은 재산을 어떻게 사회에 보람 있게 골고루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이었네. 그런데 그 와중에 자네의 계획을 들었고

그 아름다운 마음에 내가 동참하고자 나선 것이라 생각해주게.

그리고 자네는 지금 연구만 하고 있었으니 그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공장 설비랑

인력은 어떻게 얼마나 동원해야 하는가는 아직 미지수일 것이네.

그래서 난 자네에게 공장설비와 연구에 필요한 인적을 동원하고자 한 것이고 자넨

내 뜻을 받아줄 것이라 여겼기에 허락 없이 일을 진행했다네.

기분이 나쁘다면 용서하시게.]

그랬다,

기주는 차돌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앞당겨 이루어주고자 애를 쓰는 것이다.

기주가 자기를 도울 것이란 생각을 아니 가져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던 차돌 이는 도리어 기주의 빠른 행보에 혹 다른 마음이 있나 궁금증이 든다.

[아니, 회장님 그렇게 신경을 쓰 주시다니..저로서는 대만족이지만.....

필경 다른 사유도 있을법한데 ..제 말이 틀렸습니까.]

차돌 이는 속에 궁금증을 솔직히 털어놓고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아무리 나의 뜻에 동참하여 하는 행동이라기엔 너무나 지나친 면이 있었다.

분명 다른 속셈이 있지 않고는 이렇게 발 벗고 나설 이유가 없는 일이다.

필경 이유가 있을 그 무엇이 알고 싶었다.

[하하하.....자네를 속이지 못하겠네.

난 자네와 며칠 전 집에서 한 이야기를 확실히 해주길 바라며 또한 우리 집에 망나니를

자네회사에 취직시켜 어떻게 일하는 게 보람된 일인가를 가르치고도 싶어서라네.

아니, 내 가족을 자네회사에 취직시키고자 술수라 여겨도 좋네. 하하하.....

어째, 이정도 이유라면 모자라나...하하하....]

기주는 어떻게 하던 차돌 이와 엮어지고 싶었다.

자기가 알아본 차돌 이는 경쟁그룹에서도 흑자를 보고 있는 대외이사직을 맡고 있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놀랐던가.

도대체 젊은 차돌이의 능력이 어디이기에 상대그룹에서도 신주단지 하듯 하고 있으니...

그런데 요즈음 상대그룹과 무슨 일인가로 묘하게 틀어져 소원한 사이란 걸 알았다.

차돌이도 그 그룹에 적을 둘 사람도 아니었고 자기 그룹에 있게 하고 싶어도 올 아이가 아니었기에 이번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어 보다 돈 톡 한 정을 맺고 싶었다.

또 한 내가 갖지 못하는 것은 남도 가지지 못하게 하려는 묘한 경쟁심리가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야 모두가 좋은 조건입니다.

그러나 분명 후회 하실 겁니다.

난 욕심이 너무 많아..달다고 여겨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으니....

아마 회장님은 그 점을 염두에 두셔야할 것입니다.]

차돌 이는 기주가 자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자기의 직계가족을 자기근처에 두려하는 것이 염려되어 하는 말이다.

즉 차돌 이는 자기가 여자를 유혹하지 않는데도 자기에게 호감을 가지는 여자들은 점점 자기에게 빠지고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았고 또한 자기는 변태인데 누가 좋으면 그 옆의 것까지 갖고 싶어지는 이상한 욕구에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원하였고 상대는 피치 못하였던 아니던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쌀 한 섬을 가진 사람은 그 쌀을 나눠먹기 쉽지만 아흔아홉 석을 가진 사람은 한 섬을 더 보태면 백 섬이라는 욕심 때문에 쉽게 나누어 먹는데 인색한 법이다.

자기 주위에 여자가 많고 또 접근하는 여자를 마다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런 심리가 깔려 있었으리라

해서 지금도 일화와 미지가 그러하듯 자기 앞에서는 모녀가 아닌 자매로 불러지길 원하는 이상한 도착증세가 있지 않는가..

아무리 거부하려해도 그러면 그럴수록 그렇게 하고픈 마음이 더욱 강하게 일어나는 반대욕구에 스스로도 그 짓을 행하고 놀라지 않았던가.

자기는 점점 그런 재미에 익숙해져갔고 더욱 새롭고 변화된 욕구를 원하고 시도하는 재미에 일반적인 관계로는 정액만 사출할 뿐이지 쾌락은 가져다주지 못하는 상태까지 와버린 몸이 아닌가.

혹 이런 일이 계기로 하여 앞으로 엄청난 일이 엮어질 것 같은 생각에 사전에 기주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기주는 그럴 테면 해보라는 식의 배짱 있는 태도로 일관하지 않는가.

차돌 이는 속으로 부아도 올랐다.

꼭 그렇게 만들고 싶은 음흉한 생각마저 일었다

그래서 웃으면서 기주에게 말한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면 그의 말대로 따르겠다는 의사였다.

[하하하....전에도 말했네.....

사나이는 욕심이 없으면 진정한 사나이가 아니라고....

설령 내가 후회할일이 생겨도 자네 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니 그 점은 염두에

두지 마시게.

사실 나도 자네 못잖게 욕심이 많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사탕까지

먼저 빼앗아 먹고 있으니........]

기주는 자기의 욕심도 대단함을 스스로 밝힌다.

나도 그러하니 설령 내가 후회할일이 생겨도 마음에 두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말이다.

차돌이의 속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는 기주가 진정 차돌이가 생각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도 태연할 수 있을 런지..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호기롭게 말한다.

[하하하...그렇다면 좋습니다.

사실 전 공장설립에 어찌해야하나 하고 매우 난감한 곤경에 처해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나서 주셨습니다.

회장님의 도움을 고맙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이왕 도와주신 김에 끝까지 도와주길 간청 드립니다.]

차돌 이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제 끝까지 손을 떼지 말고 도와달라며 떼를 쓴다.

[하하하.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났네.

난 자네가 손을 떼라 해도 물밑으로 도와주리라 했는데 자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나 고맙네, 내 그렇게 하겠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바는 이루었고 이제 자네가 연구했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연구를 이분 박사님과 의논하시게.

그러면 박사님이 모든 공장시설을 지시할 것이고 그에 따른 모든 물자를 내가 즉시

제공하도록 하겠네.

그래서 우리 세계에서 제일 멋진 제품을 한번 만들어 보세나. 하.......하 하...]

기주가 호탕하게 웃는다.

자기의 뜻이 관철되어 기뻤고 무엇보다 차돌 이와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하하하.............................허허허..........]

모두가 기분 좋은 웃음으로 일이 순조롭게 성사됨을 축하한다.

그리고 세 사람은 다시 한참을 이야기를 나눈다.

박사는 차돌이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 편이었다.

그리고 남궁박사는 차돌이가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까지 가서 인체와 기의 연구까지 했다는 지난 이야기에 호감과 놀라움을 표시했고 확실히 다른 젊은이와 다름을 알았다.

또 그가 연구한 결과가 예상외의 진척에 깜짝 놀랐다.

그 정도 연구가 이루어졌다면 약간의 기술적인 문제만 정돈하면 제품이 만들어질 정도로 가히 놀랄만한 연구 성과에 눈이 휘둥그레지기까지 했다.

박사인 자기도 감히 그러한 생각을 못했고 그러한 도전을 하기 어려운데 이 젊은이는 풀 한포기 그런 쓸데없는 잡초까지 인체에 이로운 물질이 있음을 알고 그걸 사람에게 응용하여 건강한 삶을 살길 바라지 않는가.

그의 지난 연구에 남궁박사는 온통 경악에 쌓인다.

옆에서 그렇게 놀라 있는 박사를 지켜보던 기주도 차돌이의 성과가 어떠하단 것을 박사의 표정으로 보고 짐작하며 역시하는 흐뭇한 표정을 내내 지우지 않았다.

그렇게 자기가 연구한 성과를 박사에게 이야기해준 차돌 이는 그 모든 것을 기록한 문서는 나중에 공장이 설립되고 연구실이 만들어지면 제공하겠다고 했고 박사는 차돌이의 연구과제가 무엇인지 알고는 내일부터 당장 공장설립과 더불어 연구실부터 먼저 짓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연구원을 구해 하루빨리 차돌이의 연구 과제의 결과를 이루어 보고 싶다는 노골적인 언사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차돌이의 걱정중 하나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나와 그래도 뭔가 하나는 해야겠다고 스스로 맹세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자신을 세상에 알리는 게 아니고 그저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린 나날이었던가.

아무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그간의 노력이 하나도 헛되지

않았다.

세상에 일가친지 하나 없는 오로지 누나와 둘이라는 서러움,

바깥 것들에 흘려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얼마나 인고했는가...............

자신을 잃지 않으려 항상 마음을 깨워두었고 혹시라도 그 마음을 도둑맞을까 한순간도 마음을 비워두지 않았다.

그 마음이 모든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고 오늘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차돌 이는 뿌듯했다.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속으로 마구 사자후를 터트리고 있었다.

.

.........................................

유리구슬이 엄청 달린 상드리제불빛아래 양주를 놓고 마시는 두 사람이 있다.

기주와 차돌이다.

기주는 이야기가 끝나고 헤어지려는 차돌 이를 놓아주지 않았다.

남궁박사를 보내고 기주가 차돌 이를 끌다시피 하여 온 곳은 XX호텔 양식 룸이었다.

두 사람은 계속 싱거운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다.

차돌 이는 기주의 잔에 술을 부어주며 분명 기주가 조용히 자기와 이런 곳에 있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고 기주가 입을 열지 앉자 슬며시 물어본다.

[회장님, 솔직히 털어놓으시죠,

제게 분명 다른 할 말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만........]

[허허허...분명 자네에게 꼭 청할 것이 있는데...허허..이거 원 민망해서....]

기주가 여간 쑥스러워 하지 않는다.

아마 말하기가 무척 힘든 것을 꺼내려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하하하...회장님, 딸까지 선뜻 나에게 줄 정도로 호기롭던 분이 왜 이러십니까,

제게 숨길 것이라면 여기로 오지도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탁 터놓고 말씀해보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을 테니, 어서 털어보십시오. 하하...]

이젠 차돌이도 궁금했다.

도대체 기주가 이렇게 뜸을 들인다면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허허.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것인데 숨기지 않겠네.

실은 자네가 옛날에 개발했다는 그 약을 조금 썼으면 해서이네.]

기주가 어렵게 말문을 꺼낸다.

말을 하고도 민망한지 연거푸 양주를 홀짝거린다.

[아.....그 약...... 그런데 회장님이 그런 약을 원하시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아까 말씀엔 남의 입에 들어가는 사탕까지 빼앗아 먹는다고 들었는데....]

차돌 이는 기주가 그런 약을 찾는다면 필시 여자를 갖기 위한 것임을 알았다.

도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기주가 손에 넣지 못해 약까지 동원하려는 것인지 아무것도 모른 척 얼굴에 의혹을 가득 담고 물어본다.

[후후. 이왕 말까지 나왔는데 더 이상 자네를 숨기면 뭐하겠나,

내 솔직히 털어놓지.

정말 꼭 가지고 싶은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도와주겠나.........]

기주가 당당하게 차돌 이를 주시한다.

이젠 입 밖에 나온 말이고 계속 민망한 표정을 짓자니 체면도 서지 않고 차라리 당당하게 나서고 싶은 것이다.

차돌 이는 기주가 지금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절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돌 이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회장님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그 약은 사람의 체질에 맞게 써야 합니다.

그래야 여자를 영원히 회장님의 것이 될 수 있게도 하고 약이 과하면 몸을 상하게 하고 도리어 자기 몸을 상하게 한 복수심도 일어나게 만들죠.]

차돌 이는 짧은 순간에 묘한 계책이 떠올랐다.

이래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쩜 이일이 기주의 약점을 잡아둘 수 있는 일이라 여겼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뭔가가 되리라 여겼다.

물론 자기가 계획하지 않아도 도 희와 수경 이는 이미 자기손 안에 든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혹 불가피하게 벌여질지도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고 싶은 생각이 불연 듯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주가 원하는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여 알고 싶었다.

그 약의 성분은 자기가 잘 알고 있다.

물론 한 알을 먹으나 두 알을 먹으나 효력은 매한가지다.

다만 그 약을 먹고 난 뒤에는 약을 만든 나의 체향을 맡으면 나의 명을 좀체 그슬 리지 못한다는 것을 여러 번 실험을 통해서 알았고 어쩌면 그 여자도 제압하여 둘 필요가 있다 여기기에 얕은수를 쓴 것이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역시 기주는 말려든다.

기주가 저렇게 안달할 정도의 여자라면 분명 유명한 여자이거나 이름깨나 알려진 여자임이 분명한 것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저를 회장님이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소개시키고 잠시만 동석하시게 하면 됩니다.

물론 서로 인사할 때 악수하는 건 기본이므로 그때 그 여자의 체질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래야 양을 조절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회장님이 알아 두어야할 것은 상대여자는 앞으로 회장님뿐 아니라 제게도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 그 자리를 벗어나겠고 앞으로도 그 여자를 찾지 않겠지만 제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그 여자는 언제든 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건 안 밝혀도 되지만 회장님에게까지 속일 수 없다 여기기에 솔직히

말해드리는 것입니다.

그만큼 그 약은 강렬한 자극도 있지만 약을 만든 나의 체향을 맡으면 마치 나를 자기

주인인 것처럼 느끼게 되니까요.

물론 회장님이 그걸 싫어하신다면 제가 해독해드릴 것이고 그러면 처음상태로

돌아간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래도 좋으시다면 그 여자 말고도 회장님이 원하시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언제든

몇 번이고 도와 드리겠습니다.

차돌 이는 약의 성분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고 그래도 응하겠다면 이번만이 아니고 앞으로도 원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자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지는 기주였다.

[뭣이 정말인가. 앞으로도 도와주겠다는 것이............

그리고 그런 건 신경 안 쓰네.......

난 내가 갖고 싶은 걸 갖는 게 목적이지 독점하고픈 마음은 없네....

자네가 그 여자를 욕심내어도 난 절대 상관 않겠네....

자넨 알지 않는가.......

난 지금 어떤 말도 행동도 보여줄 수가 없어.

그렇지만 분명한 건 남녀 간의 섹스엔 무척이나 대범한 편이야.

언젠가 자네에게 내 모든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네.........]

기주가 기쁜 표정을 얼굴 가득 띠우고 차돌 이를 쳐다본다.

그리고 자기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을 갖지 않으며 더군다나 차돌이라면 자기의 여자까지 가져도 좋다는 뜻으로 말한다.

언제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기회가 오겠는가.

나도 사람이고 남자이다.

남들처럼 행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사회적인 위상이 모든 것에 철책을 치고 있었다.

이제 그런 구속을 단 한사람이지만 풀 수 있었고 자기의 공상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동지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기분이 좋아 하늘을 날 것 같았다.

남에게 말 못할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았고 그러므로 그와 야릇한 행위마저 공유할 수 있다는 꿈같은 상황에 미칠 것만 같았다.

악수를 할 때는 먼저 손을 내밀어라했다.

상대방보다 먼저 내밀고 잡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고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기주는 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만큼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네, 그럼 알겠습니다.

언제든 회장님이 준비 되는대로 연락주시면 만사 제쳐놓고 뛰어 오겠습니다.

회장님이 저를 이만큼 도와주셨고 더군다나 딸까지 주시려하는데. 제가 어찌 회장님께 그만한 부탁을 나쁜 일이라 하여 돕지 않을 수 있습니까...

전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차돌 이는 명만 내리라는 말로 기주를 편안하게 그리고 기쁘게 만든다.

물론 차돌이의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 줄은 모르지만 호탕하게 주저 없이 말하는 차돌 이를 보고 기주는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하하하,,,,정말 고맙네......고마워........

하하하....그렇다면 수일 내로 내가 연락할 테니 어떤가. 시간 만들어야 하네. 하하.....]

기주는 급했다.

기주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빠른 시일 안에 시간을 만들 테니 준비하라고 이른다.

얼마나 마음에 들은 여자이기에 기주가 안달하는지 차돌이도 궁금해진다.

기주정도에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없는 여자이고 약까지 사용해야 할 정도면 보통여자는 아닐 것이라 짐작만 갈뿐이다.

허나 차돌 이는 영리했다.

태풍이 불어 풍랑이 심하면 바다에 배를 띄우지 않는 법이다.

태풍이 끝나기를 기다려 배를 띄우는 게 바다를 길들이는 방법이다.

수레를 뒤집어엎는 사나운 말을 길들여 순한 말이 되게 하려면 오랜 시간에 걸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에 어쩌면 그는 거친 바다도 될 수 있고 사나운 야생마처럼 될 수 있다.

인생은 사나운 것이며 쓸모없는 것은 환영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배척하고 내동댕이쳐 버린다.

태풍을 잠재우려면 내가 태풍처럼 되지 말아야하고 사나운 야생마를 길들이려면 내가 먼저 순한 말이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나를 길들이듯 부지런히 그를 보듬어야한다.

그가 스스로 나를 숭배하고 존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차돌이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퍼진다.

[언제든 약속장소만 알려주십시오.

주저 없이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절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 주셔야 약을 먹일 수 있다는 걸 아셔야합니다.]

차돌이도 주저 없이 기주의 뜻에 따라주겠다고 밝히며 주의할 점도 미리 알려준다.

[알았네, 알았어..하하...수일 내로 연락을 하겠네....

흐흐...고 어린것, 이제 내입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어.. 흐흐흐.........]

기주는 연신 싱글 벙 글이다.

차돌 이는 기주가 좋아 싱글거리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아직 나이가 어린 처자임을 알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운다.

그렇게 두 사람만의 어두운 밀약이 만들어지고 있는 밤은 천천히 익어만 간다.

.

....................................

.

차돌이의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저 멀리 대문이 보이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고 정차해있다.

어두운 차안에 검은 그림자가 실루엣처럼 움직인다.

둘은 켜 안고 한참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여자는 얼굴이 홍시가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고 남자는 의기양양해서 여자를 쳐다보며 징그러운 미소를 흘리고 있다.

[무랑이, 제법인데...........나, 너무 놀랐어...후후후...........]

차돌이가 만면에 웃음을 달고 두 눈을 크게 뜬 체 무랑을 본다.

[.......................................]

무랑인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후후후. 잘 배웠어. 진짜 내 혀가 빨려 뽑히는 줄 알았어.............후후.......]

차돌이가 놀리는 듯 음흉하게 말한다.

무랑의 키스솜씨를 칭찬하는지 놀리는지 하여간 어눌한 목소리로 능글거리고 있다.

분명 남자랑 입을 맞대는 것이 처음일 것인데 너무나 능숙하고 정열적이라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

여전히 무랑 이는 아무른 말도 못하고 있다.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 점점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기습적으로 당한 키스에 자기도 모르게 언니들에게 배운 키스를 답습했을 뿐인데 그는 그것을 화두로 계속 놀리자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오늘. 무랑이 처녀 떨어지는 걸 모든 사람에게 구경시켜야겠어.

그래도 괜찮겠어............후후.............]

차돌 이는 무랑이가 부끄러워 더욱 몸을 사리자 재미가 나는 듯 더욱 놀려댄다.

[으........안 돼........ 오빠....싫어..................]

그제 서야 무랑인 고개를 숙인 체 조그맣지만 급하게 답변한다.

지금 처음해본 키스에도 부끄러워 몸 둘 곳을 모르겠는데,.... 그리고 아직 남자를 모르는 몸이고 그것도 어찌 자기의 정사를 구경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언니들이랑 동등한 입장에 서고 싶은 마음에.......... 또 그의 마음에 영원히 자리 잡히게 하고 싶은 마음에 잘라 거절하지도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직은 남이 하는걸 보아도 쑥스러웠고 이제 자기가 그런 일을 오늘 당한다고 생각하니 진즉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처녀의 반항인지 많은 사람 앞에 벌거벗고 가랑이를 벌리며 남자를 맞이하기가 썩 내키지가 않는 모양이다.

[그래, 그럼, 넌 오빠랑은 안 되겠어. 오빠가 포기할게.........]

차돌이가 큰 인심쓰는척하며 자세를 바로하며 근엄하게 말한다.

실은 무랑 이를 약 올리려 하는 소리지만 무랑이의 반응도 보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론 그런 처녀를 상실하는 모습을 모든 사람 앞에 보여주며 하고 싶은 이상한 욕구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냐. 오빠. 치 이.........내 마음 알면서.......난 오빠만 있으면 돼.........

오빠만 내 옆에 있는 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치이............그렇지만 오빠 미워........]

무랑 이는 차돌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받아 항변한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리고 언니들이 하는걸 보아왔지만 모두의 앞에서 옷을 벗기도 부끄러웠는데 이제 차돌 이와 몸을 섞어 진정한 님 의 여자로 태어나고 싶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왜 그렇게 이는지 모를 일이다.

모두가 사랑하고 좋아하며 하는 일인데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뛰고 두근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이렇게 되고 싶었는가.

막상 그 순간이 왔는데 무엇이 나를 움츠리게 만들고 떨리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왕 닥칠 일이고 그렇다면 오빠를 위해 정말 사랑스런 모습으로 웃으며 맞아드리고 싶은데 자꾸만 얼굴이 붉어지고 쑥스러운 몸짓이 왜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인지.........

무랑인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차돌 이를 올려다보며 생긋이 미소 짓는다.

[오빠...........나. 오빠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게..........

아니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니......내가 두려워해도 절대 오빠는 멈추면 안 돼.......

제일 큰언니처럼 날 그렇게 해주길 바라지만 둘째언니처럼 날 아무렇게나 해도 난 정말 행복할거야.....

오빠, 내 맘 알지............]

무랑인 모든 걸 포기한다.

오직 차돌 이를 자기 옆에 붙들어 놓는 방법은 차돌 이를 기쁘게 해 주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용기로 자기로서는 무척 긴말로 차돌 이에게 사랑을 전한다.

무랑인 부끄러움조차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허긴 사랑이 가슴에 넘치는데 진실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사랑의 감정을 가슴 넘치도록 품고 있는데 그 무엇 하나 정인과 같이하는 것이라면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무랑인 마음속으로 그 어떤 어려움도 기쁨으로 받아들일 것이니 이 사람과 영원히 사랑하며 살게 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빌고 빈다.

[후후후. 녀석, 아무려면......

그러나 오늘 무척 고통스러울 거야.

넌 내게 보석 같은 존재이고 사실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갖고 싶었던 여자이기도 해....

넌 많이, 예쁘지도 않지만 오로지 나만을 위하는 여자 아닌가.........

난 내게 나 아니면 안 되게 만들고 말거야.............정말이야.............

넌 며칠 일어나지도 못하게 아주 혼 줄을 내고 싶어 미치겠단 말이야....

네게 그러면 안 되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하고 싶어.]

차돌 이는 마치 무랑 이를 산산이 부수고 싶다며 겁을 준다.

이렇게 순진한 아가씨를 산산이 부수면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이며 그러고도 날 좋아하는지...

아니 이 순간 그는 정말 처절하게 밟아주어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런 무랑이가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글거리는 눈빛이 그걸 사실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오빠. 해....마음대로 해..........

설마 오빠가 날 죽이지는 않을 것 아냐..........

날 오빠밖에 모르는 여자로 만들어줘. 정말이야...제발 그렇게 만들어줘.....]

무랑이기 갑자기 용감해진 것일까.

차돌 이를 직시하며 당돌하게 그렇게 해달라고 말한다.

차돌 이는 그런 무랑이가 진실로 사랑스러워 다시 품안에 안고 세차게 켜 안아 준다.

[그래. 꼭 그렇게 할 거야. 암 그렇게 하고말고...........무랑아.

자. 이제 집으로 가자, 우리가 여기 차 세워 놓고 있는 줄 모두가 알거야............]

차돌 이는 무랑이의 이마에 살짝 입술을 대어주고는 안고 있던 몸을 풀어준다.

무랑인 그런 차돌 이를 보며 해맑은 웃음으로 답해주고는 시동을 걸고 집으로 차를 몬다.

앞으로 다가올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차돌이가 집 현관에 들어서니 제일먼저 나와 반겨주는 사람이 선영이었다.

얼굴 가득 화사한 웃음을 띠우며 지아비를 맞이하는 것이다.

[어서 와. 주인, 호호호.............]

[어....누나, 내가 많이 늦었지.....]

차돌이가 늦장을 부리고 늦게 들어온 것을 사과한다.

그리고 차돌 이는 거실로 발걸음을 옮기려다 쇼 파에 일어나서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몸집이 약간 푸짐한 여자를 본다.

그 여자를 보는 순간 차돌이의 입이 크게 벌어지고 큰소리로 그 여자를 부르며 바삐 달려간다.

[누나,... 지은이 누나 맞지...........하하하.......

이게 진정 얼마만인가. 누나, 정말 예전 그대로다.. 하하하........]

차돌이가 그녀를 안으려다 말고 멈칫하더니 황급히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는 너무나 반가움에 덥석 켜 안으려다 그녀가 자기여자가 아니란 걸 깨닫고 손만 잡은 것이다.

그런 그의 얼굴엔 온통 화사한 미소와 반가움에 가득 차 있었다.

아니 그러겠는가,

벌써 10년도 넘었고 보고 싶은 마음에 수차 찾아보아도 못 찾았던 그녀가 자기 눈앞에 있으니 그 어찌 감회가 깊지 않으리.....

[그래, 너도 많이 변했구나,

만나서 정말 반가워........]

지은이도 차돌이의 손을 마주잡고 얼굴가득 미소를 띠운다.

미소와 함께 그녀의 두 눈엔 맑은 이슬이 고이고 있다.

그녀 역시 보고 싶은 마음은 똑 같았기에....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수 짙은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선영 이와 이집에 들어오고부터 불편했고 민망했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이집안에 있어 누군가하고 슬며시 선영 이에게 물어보니 전부 차돌이의 여자라는 것이 아닌가.

예전 가난하고 힘든 차돌이가 너무나 많이 좋아진 것을 보고 자기신세가 너무 초라하고 처량해졌기 때문이다.

그것뿐이랴. 집에 있는 여자 말고도 차돌 이에게 목매다는 여자가 또 있다고 하니 어릴 때 자기마음속에 품었던 연정은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바래 진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다.

[자, 누나 앉자. 앉아서 지난 이야기나 들어보자.

참, 그리고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그렇게 불행을 당했다니 찾아보지도 못해 정말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누나, 미안해. 용서해...]

차돌 이는 지은이의 손을 잡은 체 쇼 파에 앉히고는 지은이 곁에 바싹 붙어 앉아 그녀의 불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괜찮아, 우리 부모님도 이해하실거야.....

넌 정말 잘된 것 같아 너무 보기가 좋다.]

지은이는 차돌 이를 이해했고 또 그가 부러웠다.

자기 역시 남들보다 열심히 뛰어가며 일했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냉담했다.

부모형제가 없으니 누구하나 보증이나 직장을 알선해 줄 사람도 없었다.

반듯한 직장엔 애초 꿈에도 꾸지 못하고 지금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지만 아는 사람이 없는지라 누구 소개받을 사람도 없었고 혼자 힘으로 이곳저곳 발품을 팔아보지만 건수하나 올리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다.

그런데 차돌 이는 이렇게 반듯한 집에 많은 여자들과 호의호식하면서 지내는 것 같아 자기의 신세가 더욱 초라해져서 울고만 싶어진다.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이정도이지는 않을 것이지만...... 어 쨌던 지은이는 자기 눈에 엄청 호화롭게 생활하는 차돌이가 부러웠다.

갑자기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진다.

자기의 신세가 너무 초라하기에.............

차돌 이는 지은이의 그런 마음을 눈치 챘다.

그녀를 잡고 있는 손이 갑자기 떨리더니 자꾸 내치려하지 않는가.

그리고 애써 자기의 시선을 외면하는 것을 보고 지은이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누나........긴말 않겠어,

꼭 누나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누나가 무조건 도와주리라 믿어.

그래 줄 거지.]

차돌 이는 별안간 딴소리를 한다.

그랬다.

차돌 이는 그녀의 얼굴에서 깊은 절망을 보았다.

그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환경 때문이란 걸 눈치 챘다.

그래서 그녀를 지금 이대로 보낸다면 지은이 누나의 성격으로 보아 다시는 자기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아채고 먼저 다짜고짜 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난, 아무능력이 없어.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처지가 못돼...........]

지은이는 작은 소리로 거절한다.

초라한 자신이 차돌 이에게 기대기도 싫었고 배운바가 짧아 일을 해도 차돌이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말한 것이다.

[아냐, 누나라야 해........

그 일은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직책이니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해.

누난 내 친누나나 다름없으니 그 일에 적격이야.

난 누나를 찾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을 맡기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어.

도와주겠지........

또 그 일을 맡아줘야 하며 이젠 누나를 내 시선밖에 둘 수가 없어.

안 보았으면 몰라도 이젠 보았으니 절대로 누나혼자 살게 만들 순 없어.

그래야 내가 어릴 때 누나한테 받은 은혜를 보답할거 아냐...]

차돌 이는 강경했다.

차돌 이는 그녀를 잡아두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일부터 지으려는 공장의 모든 경리업무를 지은이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마침 오늘 기주와 만나 공장을 지을 계획을 수립했고 당장 시작하겠다는 말을 듣고 인선에 대한구상을 머릿속에 그린바가 있었다.

지은이 누나가 잘되어 있었다면 몰라도 지금 접해보니 무척 어려운 상황인 것을 보고 누나에게 그 일을 맡겨 보다 넉넉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는 것이다.

[차돌아, 넌 참 좋은 사람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말만이라도 감사해........]

지은이는 눈물이 핑 돈다.

삭막한 세상에 이렇게 자기를 반겨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삶은 공평하지도 그렇지만 불공평하지도 않다는 것을 느낀다.

자기에게도 자기를 염려하고 걱정하며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눈물 나도록 만든다.

잊고 있었던 눈물이 두 눈을 통해서 터져 나온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이야기가 현실이 된듯하다.

이젠 아무도 없다하고 살았는데 해가가고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이 나를 힘들게 외로움으로 몰았는데 이제 내게도 기대고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여겨지니 그동안 참았던 외로움과 설움이 눈물이 되어 하염없이 쏟아진다.

나에게서 떠나버린 파랑새를 찾아 낮이고 밤이고 꿈결에도 어디 가보지 않은 곳이 있던가.

그러나 아무 곳에도 없던 파랑새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젠 포기하고 말았던 파랑새가 자기 스스로 찾아와 반가운 노래로 지저귀지 않는가..

내손에 잡힐 듯이 다가와 아무리 손을 저어도 포르르 날아가지도 않을 새가되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몰랐다.

어릴 때 소풍가면 보물찾기 하던 생각이 난다.

그 보물이 어디 멀리 그리고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던가.

언제나 자그맣고 평범한 바위 밑이나 나무구멍 같은 곳 우리가 찾기 좋은 곳에 숨겨있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그것도 찾지 못하고 지나쳐버릴 때가 얼마나 많았나.

지금이 꼭 그러하다고 생각이 든다.

진정 이처럼 가까운 곳에 보물이 숨겨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세상을 원망하고 한탄하며 살아온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스스로 찾아와 자기에게 커다란 행복을 안겨주는 차돌 이와 언니가 너무나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넙죽 받아들이기엔 그 행복이 너무나 부담이 된다.

그의 생각을 깨는 작은 소리가 옆에서 들린다.

[그래...그렇게 해........

차돌이가 꼭 너에게 맡길 일이 있다 그러잖아.

그래서 우리 이젠 헤어지지 말고 친형제처럼 지내자꾸나.

너도 알다시피 우리남매도 너무나 외로운 처지 아니니.............

그러니 차돌이 말대로 해라. 응, 지은아..........]

선영이가 옆에서 거들고 나선다.

선영이도 차돌이가 무슨 생각을 가진 것인지 짐작이 갔다.

보기에 따라서는 얄밉고 괘심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릴 때 주고받은 아름다운 마음이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하는 동생이기에 이해를 했다.

허긴 여자 하나 더 있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

[언니........흑...흑...흑.......]

지은이는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 겹쳐 눈물을 마구 뿌리고 만다.

머리를 무릎사이로 박고 한참을 그렇게 운다.

...............................

다시 시간이 흐르고 쇼 파엔 모든 식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있다.

선영이가 미리 소개를 시켰고 무랑 이와 인사를 나누고는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차돌 이는 기어코 지은이의 승낙을 받아내고 지금 사는 집이 월세 방인 것을 듣고는 일단 누나의 빌라에 입주시키기로 했고 지은이는 회사와 집 등의 모든 정리를 마치는 데로 그곳으로 이사하기로 결정을 본 것이다.

[누나, 애인 있어.]

차돌이가 갑자기 지은이에게 남자가 있는지를 묻는다.

얼굴엔 능글맞은 장난 끼가 가득하다.

[왜........궁금해...........]

지은이는 차돌이가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하자 잠시 당황하더니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얼굴을 숙인다.

부끄러웠다.

[응.......남자가 있으면.. 그리고 누나가 좋다면 그분도 데려오려고..........]

차돌 이는 계속 징글맞게 웃으며 묻는다.

[솔직히 말해줘........

그래, 가끔 만나는 남자는 있어. 너무 외로워서 만나기는 하지만.....]

지은이는 만나는 남자가 있음을 실토한다.

그러나 밝히는 목소리에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남자를 밝히기에는 그 남자가 너무도 볼품없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역시...그래 그분은 어떤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야.]

차돌 이는 지은이누나의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아니, 건달이야........무위도식하는.........나 참 못됐지.]

지은이는 말꼬리를 내린다.

자기가 생각해도 한심했기 때문이다.

혼자 지내는 게 너무 외로워 남자를 사귀었지만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건달이며 백수였다.

그러나 다른 건달들처럼 때리거나 난폭하지 않아 만나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헤어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누나, 안 돼..그런 사람은.......

내가 좋은 사람 찾아서 소개할 테니 당장 그런 사람 이젠 절대로 만나지 마라.

알았어, 누나.........]

차돌 이는 큰소리로 그녀에게 그런 남자와 헤어지라고 부르짖는다.

얼굴 가득 화난 기색이 역력하다.

세상에 남자가 없어 건달을 만나다니...

기가 막혔다.

착하고 여린 그녀가 얼마나 세상 살아가는 게 힘들었으면 그런 남자와 친구로 지내야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젠 작은 힘이지만 그녀를 위해 그런 것까지도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 내 마음에 꼭 드는 남자를 네가 소개시켜준다면.........]

지은이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반문한다.

차돌이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자기가 알고 있는 남자가 너무 무능했기 때문이다.

괜히 남자가 있다 말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운 마음으로 낮게 대답한다.

[알았어, 내가 틀림없이 누나의 마음에 드는 남자를 안겨줄 테니 ..

그 남자와 결별 하는 거다. 알았어, 누나.........]

[알았어.]

지은이가 작은 소리로 승낙한다.

그러면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자 그 모습이 철없는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꾸중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 같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호호호.........호호호..........하하하...........]

.....................................................................

밝은 불빛아래 차돌이가 벌거벗은 체 한 여자를 배아래 깔고 엎드려있다.

그랬었다.

차돌 이는 밤이 깊어지고 지은이가 집에 갈 뜻을 밝히자 한사코 자고가기를 권했으나 자기도 집에서 할 일이 있고 그리고 며칠 후에는 항시 볼 수 있으니 오늘은 집에 가야한다며 일어서는 지은이를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어 그녀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제비에게 지은이를 집까지 바래다주라는 지시를 내리고 별채로 들어와 무랑 이를 먼저 안은 것이다.

그리고 무랑 이를 한동안 애무했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자기의 불방망이를 어렵게 무랑이의 보지 깊숙이 삽입을 하였지만 무랑이가 처절하게 부르짖는 고통의 하소연에 그 충격을 완 와 시켜보려는 일환으로 삽입한 채로 한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엎드려있던 그가 살며시 상체를 든다.

그러자 차돌이의 아래 깔려있던 하얀 피부의 무랑이가 나타난다.

잔뜩 찡그린 얼굴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녀는 찡그린 얼굴로 눈을 뜨고는 자기를 누르고 있는 남자를 보며 기운 없는 미소를 잠깐 보여주고는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눈자위엔 맑은 이슬이 잔뜩 서려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그녀의 눈가로 한 방울의 눈물이 타고 내린다.

악다문 입술을 열고 나지막한 소리가 그녀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온다.

[오빠.....이젠 날 버리지 않을 거지........]

무랑이 고통을 참으며 울먹이며 하는 말이다.

[그래. 바보야........]

차돌인 무랑이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는다.

[오빠. 꿈은 아니지, 나도 해 낸 거지.........

이제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 수 있는 거지..............]

무랑인 믿기지가 않는 모양이다.

그와 이렇게 되고 싶은 갈망이 얼마였는데........

그토록 무섭고 거대한 살 뭉치에 속으로 얼마나 겁이 났는데 진정 자기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한 몸으로 엮어 있다는 게.....이렇게 됨으로 이제 그의 곁에 영원히 있을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진 것 같으니.....순결을 잃으면서도 너무나 기쁜 것이다.

다만 마음한구석 텅 빈 것 같은 알 수없는 설음이 몰려와 눈물을 흘리고는 있지만 지금 자기에게 주어지는 이 엄청난 고통이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그래 영원히 널 곁에 둘게..........]

차돌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다시 주루 루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준다.

무엇이 그녀에게 내가 그토록 소중했더란 말인가.

신성해야할 순결이 이렇게 타인이 보고 있는 가운데 잃으면서도 자기에게 집착하고 매달리는 그녀가 안타깝고 애처로워진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마음은 그것보다 컸다.

모든 걸 자기를 위해서 헌신하려는 각오를 진실로 보여준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차돌 이는 보았다.

악다문 입술사이로 간간이 비치는 밝은 미소를.....그는 차츰 감동의 격정이 욕망으로 변해간다.

[아.....아 학........]

무랑이 신음을 내지른다.

차돌이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녀의 몸은 나무 등걸처럼 굳어있었다.

두 손엔 한껏 움켜쥔 침대보가 잡혀있었고 벌려지고 꺾어져 그리고 하늘로 세워진 다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가냘픈 발목위에 섬세하고 통통히 살 오른 장탄지가 그렇게 떨고 있었다.

발가락은 구부러지고 꺾어 져 한껏 힘을 머금은 체 차돌이의 움직임에 흔들리고 있다.

마치 깊은 나락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오지 못하고 발버둥 치다가 지쳐 이제 괴물의 먹이로 잠식되기 전의 겁먹은 동작이 자연스레 연출되고 있었다.

그녀의 잔뜩 힘주어 감겨있는 눈은 괴로움을 감추려했고 연하고 부드러운 보지속살을 누비고 다니는 망아지의 발굽에 그녀의 모든 솜털은 곤두서고 살결은 떨고 있으며 뻣뻣하게 힘 주인 동작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아..학....]

아무리 입을 막고 참으려 해도 새어나오고 마는 고통의 신음이다.

내 깊은 속살을 헤집으며 마치 장난치듯 기어 다니는 거대한 살 몽둥이에 그녀는 꼬챙이에 꽂힌 생선처럼 마구 이리저리 뒤집혀지고 나뒹굴고 마는 것이다.

그 고통을 참기위해 필사적으로 아무것이나 의지하려두 다리는 허공에 떠있으면서도 그 힘을 풀지 않고 있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고개를 움직이는 동작에 따라 마구 흩날리는 것이다.

그러나 불길은 여전히 맹렬하다.

마치 나의 영혼과 생각을 미워하여 모든 것을 잊게 하려 함인지 강도는 높아지고 나의 몸속에 흐르는 피를 모두 뽑아버릴 듯이 생채기를 내고 있다.

무랑 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견디는 일뿐이라 생각했다.

현란한 발길질. 성난 망아지같이 마구 뛰어다니는 이 발길질이 어서 멈추기를 바랄뿐이다.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옥타브를 올려가고 보지속살을 짓밟고 다니는 무뢰한도 성질을 더한다.

[헉..헉.....]

[철떡....철떡.....]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급속히 빨라진다.

그녀는 그 고통 속에서도 문득 부드러운 숨결과 함께 유두가 조이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알 수없는 짜릿한 전율이 한줄기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하체에서 주는 엄청난 고통과는 다른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 그것이 고통 때문에 잊고 있었던 본능적 욕망으로 변해 세포하나하나에 점화되고 약하나마 짜릿한 전율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녀는 그것이 궁금했다.

뜨여질 것 같지 않은 눈이 천천히 뜨여지고 자기의 포도열매를 담고 있는 주인공을 본다.

부드러운 눈길을 자기에게 보내며 작은 입속에 포도열매를 담고 그 입속의 혀로 부드럽게 감아쥐고 쓸어가며 애무하고 있는 여자가 눈웃음을 보내온다.

[아. 언니.........]

양양이었다.

양양은 무랑이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그 모습에 차돌이가 마음껏 움직이지를 못하자 옆에서 지켜보다가 슬며시 무랑이의 젖꼭지를 입에 담아 자기가 좋았던 느낌그대로를 생각하며 무랑 이에게 연출했던 것이다.

[아....아 학........]

또 다른 가슴에 또 하나의 작은 입이 다가왔고 그 입도 양양처럼 자기를 기분 좋도록 괴롭힌다.

선영이도 가세한 것이다.

[아....................악..악....]

무랑의 입에서 두 개의 신음이 연거푸 쏟아진다.

아픈 고통의 신음과 야릇한 비음이 섞인 신음이다.

차돌 이는 무랑의 질속이 갑자기 축축해지고 움직이기가 차츰 원할 해지는 걸 느낀다.

너무나 좁은 동굴에서 움직이려니 마치 살갗이 벗겨지는 아픈 고통을 최후의 목적 때문에 가까스로 참고 움직였는데 갑자기 미끄러운 물기가 스미더니 자기의 살 몽둥이를 적시자 한츰 부드러운 조임 속에서 움직일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속력은 가일층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차돌 이는 최대한 급히 사정하려 애쓴다.

무랑이 고통을 너무나 처절하도록 참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사실 자기도 처녀를 가지는 감격과 무섭도록 옭아매는 속살동작에 견딜 재간도 없었다.

다행히 너무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어 자제가 되었지만 동작이 빨라지자 사정이 급격히 다가오는 것이다.

[아.....무랑아......이젠 못 견디겠다.........아..........]

차돌 이는 무랑의 속살에 뜨거운 정액을 분사하고 만다.

쇠를 녹일 것 같은 뜨거운 정액을 무랑의 보지 속 깊숙이 마구 뿌려대는 것이다.

무랑이도 처절한 뜨거움에 하늘로 솟아있던 다리로 차돌이의 허리를 감고 죽어라고 매달린다.

무랑을 애무하던 두 여인은 애무하던 목표를 잃어버리고 두 사람의 극치를 구경한다.

차돌 이는 몸을 떨어가며 한동안 사출을 하고는 뒤로 벌렁 무랑 이를 벗어나고 만다.

무랑이도 사지를 모두 침대에 늘어뜨리고 널 부러지고 만다.

그런 무랑이의 눈에 다시 길게 눈물이 흐르고 있다.

얼굴엔 모든 것을 감내했다는 자부심과 이직도 몸속에서 전해지는 고통의 표현을 함께 달고서....

하루가 흘렀다.

선영이가 아침에 출근하려다가 차돌 이를 부르더니 입을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내 사랑, 호호호.......

오늘 점심때 내 집으로 가봐..............호호호........]

선영이가 입을 귀에서 떼며 호들갑스럽게 웃는다.

[아니 왜. 누나..........]

차돌 이는 누나가 아침부터 이상한 말을 하자 의아해서 반문한다.

[호호호. 누가 네게 점심해주려나 봐,]

[어,,라... 누나는 여기 있는데 누가 빈집에서 내게 밥을 해준단 말인가,

누난 괜히 할 말이 없으니 날 놀리려고 하지, 헤헤헤....]

차돌 이는 누나가 자기에게 장난을 거는 걸로 오인했다.

그래서 마주 철없는 웃음을 보이며 맞장구를 쳐준다.

[아냐. 주인.......알잖아........

사모님과 테이트하기로 약속했잖아.

사모님이 주인을 오늘 만나 재. 호호호.........

주인은 좋겠다.....호호....좌우간 확실히 안아줘.......

난 조금은 알아. 사모님은 보기와 같이 몸에 불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어. 호호호...]

선영이가 비로소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차돌이도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잠시 누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싱거운 웃음으로 답하고 만다.

[헤헤...누나 그거라면 날 따라올 사람 없어.

아마 오늘 이후 사모님도 내 종을 자처하고 말걸.......헤헤헤....]

차돌 이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한다.

마치 그럴 수밖에 없다는 투로 확신에 찬 음성이다.

[그러면 더욱 좋고...호호호. 나, 간다.........

나중에 자세히 알려줘........호호호.........]

선영 이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현관을 밀고 나간다.

아마 선영 이는 그런 차돌이가 밉지도 않는 모양이다.

누구나 여자라면 질투가 날 일인데도 선영인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다.

과연 선영 이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길 래 저러한지 모를 일이다.

차돌이도 그런 누나에게 멋쩍은 웃음으로 보답한다.

.

.

거실에 차돌 이는 종민 이를 마주 대하고 있다.

아침에 차돌 이는 곰과 외팔이 그리고 종 민을 불렀고 지금까지의 여러 가지 진행상황을 들었다.

그리고 다른 지시와 더불어 진행속도를 올리라는 명을 내리고 곰과 외팔이를 보내고 종민 이와 둘이 앉은 것이다.

차돌 이는 종민 이에게 알 것이 있었다.

[형, 저번에 내가 지시한일은 어떻게 되었어.]

차돌이가 종 민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묻는다.

그러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대장님, 사실 대장님께 먼저 보고 드리고 일을 행하려했으나 요즘 대장님을 만날

기회가 없어 임의대로 어느 정도 일을 진척시켰습니다.

제 맘대로 일을 처리한 것에 대한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종민 이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만다.

[무슨 소리야, 형.......

형이 하는 일이 곧 내일이야.....

난 형을 믿으며 형이 어떻게 일을 처리한다 해도 그건 내 뜻이나 다름없어.

난 괜찮으니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알려줘........]

차돌 이는 종민 이를 안심시키고 일을 진척을 묻는다.

[저........그게.....]

종민 이가 입을 연다.

그의 말을 따르자면 종민 이가 날치의 정부라는 고리업자의 여자에게 차돌이가 지시한 일을 행하기 위해 그 여자의 일 거수 일 투족을 주시하고 있던 중 보다 확실한 것을 알기위해 년이 집을 비우는 사이 그 집에 숨어들었다.

그런데 년의 집에서 실로 생각지도 못한 귀중한 물건을 발견하고 그것과 다른 여러 가지를 훔쳐내었고 곧 이어 아직 전과도 없고 가난하며 우직한 부하를 물색해서 한 가지 물건만 빼고 자수를 시켰다.

부하는 자수동기를 하도 배가고파 그만 그 집의 담을 넘었고 주방에서 밥을 훔쳐 먹고 나니 견물생심으로 욕심이 생겨 다른 물건을 도둑질하였으나 양심에 가책을 느껴 용서를 빌기 위해 자수한다는 그렇게 하도록 시켰다.

한편

집에서 돌아온 년은 도둑이 들은 것을 알았고 급히 두 놈의 자식을 찾아 잃어버린 물건이 또 없는지 확인하다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아들놈의 방에서 놈들이 아끼고 혹시 누가 볼세라 꼭꼭 숨겨놓은 테이프가 없어진 것이다.

년 놈은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테이프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실로 목숨처럼 귀하게 해야 할 물건이었고 그 물건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년 놈들은 낯짝을 들고 살아갈 재간이 없는 년 놈들에게는 목숨처럼 귀한 물건이었다.

허탈에 빠져 울고 있는데 파출소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도둑이 물건을 가지고 와 자수했다는 것이다.

년 놈들은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급히 파출소에 가서 잃어버린 물건을 확인했다.

그런데 다른 것은 모두 있는데 유독 테이프만 없는 것이다.

얼굴에 불안에 잠기자 그들을 쳐다보고 있던 순경이 묻는다.

[뭐, 빠진 것이라도 있습니까,]

순경이 묻자 그들은 순식간에 얼굴을 바꾼다.

[아닙니다. 모두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물건을 찾게 되어 다행입니다.

듣자하니 도둑이 착한듯하니 이 일은 없던 일로 하고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다보면 본의 아니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게 사람이고 또

이렇게 물건을 모두 찾았으니........그리고 보아하니 아직 젊었고 착한듯하니 괜찮다면

저희가 저 사람의 사정을 듣고 조금 도움이라도 주고 싶습니다.

요즘 세상에 훔친 물건이 양심에 걸려 자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앞길이 구만리 같은 사람을 이런 실수로 길을 막게 해서야....부디 선처를 바랍니다.]

년 놈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해달라고 조른다.

순경은 의아했다.

아무리 자수한 도둑이라도 자기 집의 물건을 털었으니 쾌심한 생각이 들어야 옳은 일인데 도리어 도둑을 용서해달라고 졸라대니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딱히 저렇게 사정하니 넘길 수도 없고 해서 상관에게 보고하고 처리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년 놈들의 생각은 이러했다.

어디 년 놈들이 도둑을 용서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년 놈들은 도둑이 목숨처럼 귀한 테이프를 내놓지 않은 것을 알고 그 테이프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테이프가 없다하면 순경은 그 테이프에 대한 출처를 물을 것이고 그 물건을 찾았다 해도 그 물건이 진실인지 확인할 것이다.

그러면 그 테이프에 든 내용을 본다면 년 놈들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니 어찌 말을 할 수 있으랴.

다만 도둑을 구슬리고 달래 조용히 물건을 찾기 위해 선심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해서 도둑은 훈방 처리되었고 년 놈들은 조용한 갈비 집으로 도둑을 데려가 음식을 시켜주며 도둑을 달래며 물건의 행방을 물어본다.

[저........사실 테이프가 빠졌던데. 그걸 어디 버렸나요.]

드디어 궁금한 내용을 물어본다.

그러나 도둑은 씨 익 웃고 고기와 술만 먹을 뿐 말이 없다.

파출소에 있을 땐 다소곳하고 얌전한 젊은이였는데 지금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지하세계의 폼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년 놈들은 불안했다.

도둑이 보통 놈이 아니란 걸 알았다.

[저.............]

년이 말을 꺼내려하자 도둑이 말을 막는다.

[씹할 년........주둥이 닥쳐...

어디서 씹을 할 데가 없어 두 놈의 자식과 하는 년이.

그것도 그룹으로 더러운 년, 포르노 배우도 그 정도까지는 안 해.........

지금 음식 먹는데 그런 더러운 걸 꺼내고 있어..개 같은 것들...]

도둑이 호통을 치며 욕설까지 섞어가며 나무란다.

년 놈들은 도둑이 테이프를 보았다는 것을 알고 사색이 되어 풀썩 사지에 힘을 놓아버린다.

여자는 흐느끼고 만다.

아들놈들도 힘없이 무너지더니 도둑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하기 시작한다.

[제발 음성을 낮춰주십시오.

우리가 죽을죄를 지었다는 것을 압니다.

다시는 그러한 일을 저지르지 않겠으니 부디 그 물건을 돌려주십시오.

그 물건을 돌려주신다면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흑...흑...]

놈들도 울고 만다.

아무리 천하에 망나니라 하지만 어디 어미와 그 짓 한 것을 비디오에 담았으니 그것도 실로 눈을 떠 고는 볼 수 없으리만치 적나라하게 찍은 것을.......그것만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둘러댈 수도 있지만 확실한 증거로 테이프에 담겨있으니.....

그것들은 놈들이 처음에는 어미를 협박하기 위해 찍었고 나중에는 그만 그 어미도 동참해서 실로 과감하고 음탕한 짓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그런 모습을 웃어가며 찍은 것이었으니 실로 이것이 자기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놈들은 어미와 관계를 가질 때마다 그것을 떨어놓고 더욱 농도가 진한 구사를 했으며 그 모든 것을 낱낱이 비디오에 찍어두었고 그것들을 몽땅 도둑이 훔쳐갔으며 그것들로 인해 도둑에게 죽어라고 매달리며 사정하는 것이다.

[후후후.......이미 그것들은 복사에 들어갔을걸........

아마 테이프가 복사해서 나온다면 네놈들에게 제일 먼저 팔겠다고 형님이 그러더군.

그때 네놈들이 사서 다시 보관하면 될 거야.......

아마 저년의 포즈가 너무 좋아 많이 팔릴 거야..후후후.....

자세랑 행위 또 얼굴 표정 모두 죽이니까.......

더군다나 제법 반반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후후후............

자..이제 고기도 많이 먹었고 일어나볼까............]

도둑이 빈정거리며 년 놈들을 놀리더니 일어나려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년 놈들이 도둑의 다리를 잡는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흑...흑....]

년 놈들은 필사적이었다.

지금 이 도둑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 인생에 끝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살려달라고........으음. 난 그럴 재간이 없지만. 내가 형님께 사정하면 혹 들어 줄지는

모르지........

그런데 지금 몹시 꼴린단 말이야........

나뿐만 아니라 우리식구들도 저년이 하는걸 보고 저년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거든.....

우리도 하고 싶어도 너무 기이해서 감히 여자들에게 행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기술들이

있는데 지금 저년을 상대로 해서 하고 싶어 기다리고 있다 이 말씀이야........

어때, 네년이 가서 우리들의 좆 물을 받아준다면 내가 형님께 말씀을 드려보지..........

후후후....]

년 놈들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도둑이 그런 요구를 해올 줄은........그러나 놈들에게는 다른 방법도 없었고 거절할 명분이나 처지도 아니었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노랗게 질려있을 뿐이다.

년은 생각했다.

얼마 전이라면 자기의 정부에게 부탁이라도 해서 어떻게 해 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어디서 맞았는지 반병신이 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식은땀을 흘리며 죽을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누굴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고 이빨을 앙다물며 복수만 외칠 뿐 아무른 힘도 되어주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그 모습에 실망하여 만나기를 꺼려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원래 색을 좋아하고 밝히다보니 맺어져서는 안 될 근친을 행하고 말았고 자식과의 관계가 더욱 노골적이고 행위가 심해질수록 쾌감도 커지자 나중에 자발적으로 원하기도 했었다.

허나 아무리 섹스를 좋아한다고 해도 자식과의 적나라한 행위가 세상에 알려지도록 내버려둘 수가 없지 않는가.

그걸 아는 사람들이 어찌 자기를 사람으로 취급하겠는가.

돈과 섹스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나름대로 이미지 관리는 해왔는데 이제 그것이 알려진다면..년은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도둑의 마음을 돌려 테이프를 찾고 싶었고 찾아서 불태워버리고 싶었다.

년이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데 자식들이 말을 걸어온다.

[엄마, 저분의 뜻에 따라줘........

우리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저분의 뜻에 거슬리면 우리는 끝장이란 말이야...

그러니 저분의 뜻에 따라줘. 응 엄마............]

자식들이 자기에게 매달린다.

년은 또 한 번 하늘이 무너짐을 느낀다.

아무리 금수 같은 어미이지만 그래도 자기들을 낳아준 어미이건만 어찌 이놈들이 나를 팔아 자기들이 살길을 찾아야한다는 말을 이렇게도 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그 방법밖에 없어도 한번이라도 더 도둑에게 매달려 엄마는 안 된다고 해주길 바랐는데 한 번의 사정도 없이 엄마를 매춘부보다 더한 행태를 해야 하는 악의 소굴로 들어가길 바라다니...눈물이 쏟아지고 허탈해질 뿐이다.

마음속으로 그래하고 모진 마음을 먹는다.

년은 아직까지 자식에게 무엇 하나 넘겨준 것이 없었다.

건물도 있었고 돈도 많이 있다는 것을 자식들은 알고 있었고 놈들은 언젠가 그 모든 것이 자기 것이라 믿고 있었으며 하물며 어미와 자기들 간의 정사장면을 담긴 테이프도 있었으니 나중에 어미가 말을 안 들으면 자기들의 얼굴에는 거미줄을 치게 하고 그 테이프를 시중에 풀겠다는 협박까지 해온 놈들이 아닌가.

이제 놈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이제까지 빈둥거리며 호의호식하도록 물질을 아끼지 않고 주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도 내덕인데 두고 보자는 마음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 마음은 혼자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당금에 처한 이일을 먼저 해결하고 나서이다.

[네놈들이.........그래도 네놈들을 믿었건만............

그래 에 미가 나서주마. 천하에 나쁜 놈들.....]

년은 자식을 보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원망에 가까운 저주스런 말을 퍼붓는다.

[엄마, 왜 그래...엄마는 그러한 것을 좋아하잖아........

우리도 살아야 하잖아.....그렇게 해. 엄마........]

놈들은 전혀 어미를 팔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도둑은 그러한 모자간의 행태가 진저리가 났다.

[씹할 년 놈들.....아예. 까놓고 지랄하는군,

네년이 테이프를 찾고 싶다면 혼자 XX지하철 북문입구에서 6시부터 기다려.

시간이 얼마가 걸려도 그 자리에 벗어나지 말도록.........만약 우리가 나타나서 네년이 보이지 않으면 아마 내일이면 복사본이 네놈 집으로 갈 거야.. 후후후...

그리고 올 때에는 속에 아무것도 입지 말고 치마하나에 상의하나만 걸치고 올 것을

명한다. 알았나.........흐흐흐.....]

도둑의 요구는 요사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더운 날이라 그렇게 입어도 무관하지만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것은 다른 흑심을 내포한다는걸 의미한다.

그걸 알아도 년 놈들은 달리 막을 방도가 없었다.

[예, 꼭 그렇게 하도록 엄마를 설득하겠습니다.]

어미가 대답하기 전에 자식 놈들이 먼저 대답한다.

[이런 개새끼들.......내가 네놈들에게 물었나, 퍽.......]

도둑은 더러운 놈들이 하는 짓거리에 드디어 분노가 폭발했다 사정없이 발로 놈의 면상을

걷어 차버리고 만다.

[쿠 당 탕......으윽,,,,,,,,,,]

놈은 두어 바퀴를 구르고 한쪽 벽면에 가서야 멈추고 만다.

금 새 입가로 핏물이 타 내린다.

그러나 놈은 고통을 감내하고 신음도 지르지 못한다.

지금 도둑의 성질을 건드려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기 어미를 바라볼 뿐이다.

[갈게요.........흑...흑.........]

년은 무너지고 만다.

그 소리를 힘들게 하고는 그만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흐흐흐.....그럼 이야기가 끝났지.......

이젠 가야겠는데.......돈이 좀 있나...차비가 없네. 흐흐흐.........]

도둑은 싱글거린다.

년 놈들이 어떻게 나온다는걸 짐작하고 있다는 표정이다.

그러자 여자가 급히 백을 연고는 지갑을 꺼낸다.

[돈이 많이 있으면 더욱 좋지.

한 푼이라도 남기지 말고 모두 줘....네놈들의 호주머니도 ...

씹 할 놈들...네놈들 살려주려고 일부러 자수했는데 이렇게 성의가 늦어서야...]

도둑은 다시 날카롭게 년 놈들을 주지시킨다.

그러자 년 놈들은 앞 다투어 호주머니를 뒤져 카드를 제외한 모든 돈을 도둑에게 쥐어준다.

그러자 도둑은 그 돈을 세어보지도 않고 호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년에게 말을 건다.

[씹 년, 이것밖에 안 가져 다니다니...어디 껌 값도 안 되겠네.

나중에 올 때도 성의가 이렇다면........후후.. 두고 보겠어.]

도둑은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빠져나간다.

방에 남긴 모자는 서로를 쳐다보더니 서로 원망어린 눈빛을 교환하고는 그 자리에 무너져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흑..흑..흑....엉 엉엉.....]

천하에 망나니도 세상이 무서운 줄 아는 모양이다.

나쁜 짓하며 거들먹거릴 땐 이런 일이 닥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전신이 오싹하도록 겁도 나고 불안하기만 했다.

그 어미 역시 한가지였으니........

모질게 냉정하게 남의 사정을 들어주지도 않고 오직 약한 자에겐 사정없는 인정으로 이득을 취해왔는데 이제 자기가 죽어라고 사정할일이 생겼으니 더군다나 누구에게도 말할 수없는 이런 상황이 연출되리라곤....그저 눈물만이 흐를 뿐이다.

남이 알아서는 안 될 천륜을 어기는 짓을 무엇이 좋다고 한 것도 모자라 그 행위를 적나라하게 찍은 흔적마저 남겨놓았으니 그것이 빌미가 되어 이제껏 남이 모르는 비밀스런 즐거움이 들통 나고 세상에 얼굴 들고 살아갈 수도 없게 되었으니 모자의 심정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아니겠는가............

.................................

종민 이의 이야기는 그곳까지 이야기하고 숨을 고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