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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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오빠......]

윤지도 이젠 망설이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 엉덩이를 맹렬하게 내려앉힌다.

[퍽...퍽...퍼 버 벅.....]

차돌 이는 윤지의 좁은 속살이 자기의 자지를 말미잘처럼 붙어 쥐어짜고 문어 흡 반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달라붙어 맹공격을 해오는 것을 보고 점점 다가오는 정점에 윤지의 풍만한 젖가슴을 무서운 힘으로 움켜잡고 손가락이 부드러운 살집에 꽂아 넣기라도 할 셈인지 동그랗고 보기 좋은 모형을 엉망으로 쭈그러뜨리며 마구잡이로 흔들어댄다.

[아...조금만 더....아..윤지야...빨리....]

차돌이가 다급하게 조른다.

아마 참기 힘든 지경에 다 달았고 마지막 고비만 남아있어 그 정상에 올라 깃발을 꽂을수 있게 더욱 힘을 내어 지기를 밀어주길 바라는 모양이다.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 딱딱한 나무처럼 경직시키고 있다.

눈은 어디를 보는지도 모르게 마구 돌아다니고 입으로 거친 호흡을 쉴 새 없이 품어내고 있었다.

[어...오빠...나도 이상해........

오래 만에 오빠랑 해서인지 너무 좋아.. 아....오빠...나.......갈 것 같아..아...]

윤지도 느낌이 오고 있었다.

찌푸렸던 인상은 봄바람에 날려간 듯 없어지고 그 얼굴에 황홀한 표정이서린 천치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엉덩이를 최대한으로 속도를 올려 내리찍는다.

[아...오빠....아....나 미쳐..............]

윤지가 먼저 급박한 소리를 지른다.

[으으 흑....윤지야......]

차돌이 역시 절정에 와 있었다.

윤지의 목소리에 맞춰 몸속의 모든 에너지를 자지를 통해 그녀의 보지 속에 사출해 버린다.

윤지 역시 사지를 부들거리며 경련을 일으킨다.

두 사람은 그렇게 일체가 되었다.

차돌 이는 윤지의 보지 속살이 마구 수축하며 떨어대는 그 얄미운 속살 말미잘에게 엄청난 화력을 아직도 내쏟고 있었다.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화력을 받은 윤지의 다리가 떨어대고 그녀역시 감당 못하는 쾌락에 보지속살을 조여 대며 총구를 식히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한 화력을 발사하도록 하는 건지. 뜨거운 총구를 연한속살로 감아대며 놓아주지를 않는다.

그러나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잠시 후 그녀는 부드러운 머리칼로 차돌이의 얼굴을 덮다시피 하며 무너지고 만다.

그렇지만 둘은 여전히 마지막 여운에 몸을 떨고 있다.

축 늘어져있던 두 육신이 간간이 살아 움직이는 생선이 되어 파닥거리다가 다시 축 늘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천천히 잠잠해진다.

[휴........윤지야. 정말 멋있었어,...넌 어때.....]

차돌 이는 숨을 고르며 그녀가 자기를 위해 힘 써준 걸 고마워한다.

그리고 윤지의 기분을 슬며시 물어본다.

[아........오빠, 나도 좋았어, 너무 좋았어.

아직도 오빠 땜에 뻑뻑하지만 아프다는 느낌이 없어.

너무도 기분이 좋아...오빠..사랑해...그리고 내 속에 아직 있는 그것도.....호호....]

윤지도 황홀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황홀하고 행복한 표정이 얼굴에 흠씬 묻어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로 모든 것을 대신한다.

[후후후...윤지, 너도 이젠 완전히 날 닮아 가는가 봐....

그런 소리도 할 줄 아는 것 보면, 후후후....]

차돌 이는 점점 대담해져가는 윤지에게 놀란다.

그래서 그런 윤지를 슬며시 놀려준다.

[그럼, 오빠 종인데..주인을 닮아야지 누굴 닮 어. 호호호.....

오빠....그만 뺄까.....닦아야지. 내가 깨끗이 해 줄게.........오빠, 그만 빼자.]

윤지는 자기 속에 들어있는 자지가 부담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차돌 이에게 보내는 사랑을 알게 함인지 애교어린 소리와 표정으로 차돌 이를 구슬린다.

힘을 잃고 쓰러진 불덩이가 아직도 보지를 메우고 있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불덩이를 조금 더 속에 넣어 품고 있으면 다시 살아나는걸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더 이상 그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가 싫어하는 일이라면 추호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가 원하면 몸이 산산조각 나더라도 기쁘게 받아주어야만 했다.

어떠하든 이 고비를 순조롭게 그리고 그가 기분나빠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라, 그리고 다른 것으로 닦는 건 싫어.]

[알았어, 오빠. 오빤 항상 그렇게 해야 좋아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 있어.

호호호...좌우간 오늘, 나 혼자 오빠 차지하니 너무 좋다. 호호호....]

윤지는 하체를 천천히 세워 자기 속살에 기운 잃고 잠들어있는 자지를 세상 밖으로 빼낸다.

자지와 함께 속살로부터 축축하게 흐르는 물기를 감지하지만 몸을 돌려 자기 속에서 나온 호랑이를 본다.

하얀 이물을 온 몸에 칠을 하고 나온 그놈은 예전의 무서운 호랑이가 아니었다.

겁 많고 힘없는 병신이 되어 가랑이 사이로 숨기라도 할 것처럼 비참한 몰골로 하여있다.

윤지는 부드러운 손으로 호랑이를 잡고 혀로 머리를 어루만져준다.

그리고는 몸뚱이도 원숭이가 애정과 충성의 표시로 털 속의 이를 잡아주듯이 윤지는 혀로 차돌이의 자지를 혀와 입술을 사용하여 깨끗하게 해주는 것이다.

차돌이는 마냥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이제 죽어버린 그 모든 쾌락의 잔재를 치우며 헐떡거리고 있는 윤지를 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침묵 속으로 잠긴다.

이제 어둠속에서 그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불태웠고 그리고 그 속에 가라앉아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육체와 영혼은 서로의 몸집위에 황홀한 빛을 내고 있음이 틀림없으리라.

..................................

다음날

차돌 이는 곰을 불러 응접실에서 한참이나 뭔가를 지시하고 집을 나선다.

곰은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는 모양이다.

무엇이 저렇게 차돌 이를 바쁘게 하는지 요즘은 불안하기만 하다.

제비에게 몇 번이고 어르고 겁을 주어 보았지만 한사코 입을 다물고 열지 않는다.

무언가 차돌이의 지시를 받았지만 감히 자기의 말을 어기는 것이 쾌심하기도 했지만 자기도 차돌이 앞에 서면 이상하게 주눅이 드는데 제비인들 별 수 있으리...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통 말을 하지 않는 차돌이가 야속하기만 하다.

어차피 3일 후면 모든 윤곽을 알 수 있으리 참기로 하고 차돌이의 지시를 받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다.

한때는 내가 누구에게 지시를 했지 들어본 적도 없는 이 몸이 순순히 차돌이의 지시를 마땅한 듯이 받아들이는 제 자신이 우습기도 한 모양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와 대립한다면 필경 승산 없는 싸움이 뻔하고 또 그는 감히 남이 갖지 못한 지와 덕을 갖추었는데...그래서 자기가 의지하는 것이 아닌가.

그저 차돌이가 시키는 데 로 하자 그렇게 마음먹었다.

시간이 11시정도 되었는가.

여름 뜨거운 햇살이 어제 그렇게 비가 내리던 것이 거짓말처럼 화창하다 못해 뜨겁기만 하다.

중구의 한 주차장에 차를 세운 차돌 이는 제비에게 말한다.

[여기서 기다려.

무랑 이와 갔다 올 데가 있어.]

[예, 대장님.]

아무것도 모르는 제비는 그저 힘찬 대답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차돌 이는 무랑을 쳐다본다.

두고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저께도 함께 있었으니 데려가기로 했다.

차돌 이는 길을 걸으며 무랑의 허리에 손을 걸친다.

[무랑아, 오늘은 많이 힘들 것 같아.

웬만하면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차돌 이는 무랑이가 걱정이 되는가보다.

그저 자기만 따라오는 무랑이가 혹시 변이라도 당할까 걱정이 되어 있길 종용한다.

[싫어. 오빠가 저승길을 가자고해도 무랑은 따라가...

날 버리지만 않으면 무랑은 좋아. 지금 내가 얼마나 기분 좋은데...]

무랑 이는 한마디로 거절해버린다.

무랑은 차돌이가 같이 가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분명 큰 드잡이 질이 있는 줄 짐작하지만 자기 자신은 충분히 지키고도 남으리라 자신했고 무엇보다 그저 차돌 이와 같이 있으면 편하고 좋았던 것이다.

[그래, 알았어.

그런데 오빠가 밉지 않아, 누나랑 그런 사인데....]

무랑은 누나와 자기의 부도덕한 관계를 보았으니 알고 있다.

그것이 세상에 알려져서도 행해서도 안 되는 일이고 그걸 아는 무랑이 자기를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기고 그렇게 물어본 것이다.

[난 그런 거 몰라...무랑인 언니가 부러워, 오빠가 나도 그래줬으면 정말 좋겠어.

그럼 언니랑 정말 친해질 수 있는데.....]

무랑은 속마음을 드러내고 만다.

차돌 이는 말을 하고 부끄러운지 땅을 보고 걷고 있는 무랑을 보며 웃지를 않는다.

도리어 심각해진다.

점점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무랑이가 조금은 두려웠고 안타까웠다.

내가 그토록 무랑이 에게 소중한 존재로 되어 있었던가,

마음이 편치 않는다.

순간적으로 거대한 불안에 사로잡힌다.

마치 낭떠러지 위에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듯 불안해진다.

지금도 적잖은 여자들이 내 옆에 있는데........이 아이마저....

[휴우]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추스린다.

그리고는 험한 인상을 그리며 무랑일 쏘아본다.

[오빤 여자한테 절대적인 강요를 원하는 나쁜 사람인데....

아마 밤마다 널 괴롭히고 죽이려들지 모르는데 그래도 좋아.]

[오빠라면.....난 무엇이든 참을 수 있고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어.]

무랑은 지체하지 않고 용감하게 대답한다.

그 정도로 겁먹을 내가 아니다 라는 표정이 얼굴 만면에 그려져 있다.

나에겐 당신만이 나의 전부라는 결연한뜻이다.

당신을 위한일이라면 죽어도 좋을 만큼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며 표정이었다.

[하하하...녀석. 알았어. 누나에게 이야기해보고 결정지으마.

난 누나에게 속한 몸이라 이젠 여자만은 내 마음대로 못해...후후후....]

차돌 이는 그런 무랑 이를 어느 틈엔가 마음에 두고 있은 것도 사실이었다.

자기에게 맹목적인 여자를 그 누가 싫어하겠는가....

갑자기 차돌 이는 오직 자기만을 바라보고 사려는 그런 무랑이가 한없이 예뻐 보였다.

[좋아, 그럼 되었어.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호호호......]

무랑이 좋아라하고 길길이 날뛴다.

아마 누나랑 무슨 언질이 있은 모양이다.

차돌 이는 그런 무랑을 보며 싱긋이 웃고 만다.

그리고 저 탄탄한 살덩이에도 부드러운 멋이 있을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래, 너마져 욕심낸다고 누나가 욕을 할지라도 누나에게 맡겨보리라 마음먹는다.

내가 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나에겐 많은 여자들로 둘러싸여 있어 너에게만은 아픈 고통을 주지 않으려했지만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누나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누나는 네가 아니라 어떤 여자를 데려와도 그래라 승낙할 것이 분명하고 어디까지나 형식이지만 그래도 누나의 승낙아래 취하고 싶은 것이다.

더군다나 넌 나의 몸을 네 자신의 몸이나 다름없이 생각하지 않는가.

넌 다른 사람에겐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푸르고 샘이 깊은 우물처럼 맑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비웃고 외면해도 나는 너를 위해 어둠을 헤치고 달려가는 기차가 되어줄게....네가 나를 포근한 안식처로 생각하고 따르겠다니 죽을 때까지 너를 위해 포근한 자리로 만들어 널 기쁘게 최선을 다해볼게.....

차돌이의 마음도 한결 밝아진다.

.

..................

피치 싸 롱이다.

싸 롱 앞에 선 차돌 이는 무랑을 한번 쳐다보고는 발길을 옮겨 문을 힘차게 밀고 들어간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차돌이가 들어가자.

안쪽에서 험상궂은 장정하나가 나오더니 다짜고짜 욕부터 한다.

[씹 같은 새끼...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안 그래도 지금 분위기가 썰렁해서 죽을 지경인데....]

[후후후...그래, 아마 나 때문일 거다.

날치란 놈 어디 있어. 분명 오늘은 날 마중하리라 여기는데....]

차돌 이는 그 원인이 자기였음을 밝히고 날치의 행적을 묻는다.

이젠 차돌이도 제법 여유가 있었다.

[그럼 네놈이...이거 좆만 한 새끼가...

좋아. 네놈 때문에 내가 이 고생하며 기다리고 있었어...

개새끼 어디서 저런 좆만 한 새끼가....

그래, 이 새끼야....형님이 계신 곳으로 안내할 테니 따라올 용기나 있을라나 모르겠네.

좆만 하고 씹 같은 새끼야....흐흐흐.....]

놈은 히죽거리며 온갖 상소리를 하며 차돌이의 성질을 건드린다.

아마 이렇게 해야 차돌 이를 목적지에 데려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기껏해야 젊은 새끼이고 달랑 계집하나만 데리고 왔으니 우리 패거리가 있다고 하던지 음습한 곳으로 가면 도망치지나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모양이다.

[좌우간 개 같은 놈들이란 주둥아리 지껄이는 것과 행동은 개나 같다니까...

안내해. 설사 지옥이라도 마다않을 테니....]

차돌 이는 놈의 생각을 읽고 가소로웠지만 내색은 않는다.

억양 없는 목소리로 날치란 놈에게 안내하라고 차갑게 말한다.

[알았어, 개새끼야. 날 따라와, 그러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으니...흐흐흐.....]

놈은 어깨를 건들거리며 앞장서서 걷는다.

자기의 작전이 성공했다고 여겼는지 아니면 다른 음흉한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몰라도 히죽히죽 웃음을 흘려가며 한편으론 차돌이의 기를 죽이려는 것인지 모든 폼을 동원하며 한껏 멋을 부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차돌 이는 뒤 따라가면서 무랑 이를 쳐다보며 웃는다.

무랑은 긴장해 있었다.

허긴 사부님에게 무술을 배운 것은 알지만 언제 실전에 사용해 본적이 있었나.

조금 두려운 것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웃어보이자 용기백배하는지 금방 미소로 답한다.

놈은 상가 신축공사 지하실로 안내하더니 뒤를 돌아본다.

놈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징그러운 미소를 보인다.

[여기다.

네놈을 죽여 버릴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겁이 난다면 지금이라도 형님한테 기어가서

잘못했다고 빌어라.

그럼 아마 목숨은 건질 수 있을 테니....알았어. 새끼야. 흐흐흐...]

놈은 사람들의 왕래도 없고 으슥한 곳이라 차돌이가 지레 겁을 먹을 것이라 여기고 기고만장해 더욱 의기양양한소리로 차돌 이를 욱 박 지른다.

[그러냐. 날치란 놈이 안에 있다 이 말이지, 흐흐흐............]

차돌 이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밀고 들어간다.

무랑이 차돌이 옆에 바싹 붙어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두 사람이 들어가고 놈도 이내 들어오더니 철문을 굳게 잠겨버린다.

아마 차돌이가 도망을 치지 못하게 문을 봉쇄한 모양이다.

그건 차돌이도 바라고 있던 마음이라 마음속으로 크게 웃고 있었다.

지하실이라 약간 어두침침했다.

자기를 데리고 온 놈이 재빨리 앞으로 나가더니 큰소리로 외친다.

[형님, 놈이 왔습니다.]

그러자 천장에서 밝은 전등불이 켜지며 사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이삼십 명 쯤 되어 보이는 장정들이 우루 루 몰려나온다.

차돌 이는 계속 걸어가 지하실 한가운데 선다.

그리고 떼 지어 나오는 놈들을 보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세 놈을 주시한다.

세 놈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나와서는 차돌 이를 보고는 비웃음을 짓는다.

[야, 날치, 저런 어린애새끼 때문에 우릴 불렀나,

이거 원 쪽팔려서......]

한손에 재 크 나이프를 가지고 장난치듯 빙빙 돌리기도 하며 재주를 부리고 있는 비쩍 마른 놈이 옆에 있는 덩치 좋은 놈을 보며 궁 시렁 거린다.

[그라 여... 이 봐 날치...자네도 이젠 다 되 었 는 기라....]

또 다른 한 놈이 비썩 마른 놈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중앙에 있는 놈을 보고 비웃는다.

저런 꼬마한 놈 때문에 자기들까지 왔다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차돌이가 강해도 여기 있는 놈들이면 족할 텐데 그것도 모자라 자기들까지 불렀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야...난들 저런 애 새낀 줄 알았나....

하여간 저 새끼가 날 모욕했으니 반쯤 죽여 놓아야 되지 않겠어.

그리고 저년...흐흐흐...제법 반반하게 생기지 않았나.

어때....흐흐흐....오늘 저년으로 회식이나 하면 되지 않겠나...]

날치란 놈이 동료들을 보며 미안한 듯 말한다.

놈은 차돌이가 어린것에... 그리고 어디에도 주먹 쓰는 냄새가 나지 않으니 저런 아이새끼하나가 무서워 동료에게 도움을 청한 자신이 한스럽고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라고 차돌이가 반반한 계집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고 음흉한 미소를 그리며 놈이 계집을 데리고 왔으니 계집으로 하여금 돌림 빵으로 시름이나 풀자는 소리로 동료들을 다독인다.

[그건 그래....저년 제법 물이 올랐어, 흐흐흐........맛도 좋을 것 같아....]

놈은 마치 차돌 이를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무랑 이를 벗겨놓고 어떻게 요리할까하며 징그럽게 웃어대며 눈알을 무랑이의 전신을 살피고 있다.

[네놈이 날치겠다. 후후후.....

내가 온 이유는 네놈은 알 것이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후후후....]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차돌 이는 이제 날치란 놈을 알아챘다.

한발을 앞으로 내치며 날치란 놈을 쳐다보며 날카롭게 묻는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을 봤나, 야들아,,, 저 새끼를 박살내버려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그리고 먼저 저놈을 눕히는 놈에게 계집을 안겨줄 테니, 흐흐흐.....]

차돌이가 자기를 향해 오는 것을 본 날치란 놈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예, 형님....]

부하들이 날치에게 크게 대답하더니 삽시간에 두 사람을 에워싼다.

차돌 이는 그런 놈들을 쳐다보며 무랑을 쳐다본다.

[무랑아, 몸조심하고 손속을 조금도 주저하지마라....

난 무엇보다 저놈부터 잡아야겠으니...]

차돌 이는 날치란 놈을 쳐다보며 눈에 살기를 떠올리며 무심하게 무랑 이에게 말한다.

[오빠....염려 마....]

무랑은 방긋 웃는다.

얼굴엔 한줌의 겁도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무랑의 자신 있는 대답을 들은 차돌 이는 걸음을 빨리하여 날치란 자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이내 부하들에게 막히고 놈들의 기합소리와 더불어 몽둥이가 날라든다.

[이 새끼가 어딜 겁 대가리 없이. 한번 죽어봐라 개새끼야......으럅......]

놈들의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차돌이도 순간 당황하였다.

처음으로 당해본 여러 명과의 넓은 곳에서 접전은 처음이었다.

정식으로 무술인과의 대결도 아닌 질서도 없고 마구잡이로 덤비는 놈들의 공격에 한순간 허둥대기도 했다.

그러나 십 합도 가기 전에 차돌 이는 여유를 갖는다.

그리고 놈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무랑을 쳐다본다.

무랑도 처음에는 무자비한 공격에 당황했는지 몸에 여러 차례 가격을 당했고 그러다보니 옷이 찢어지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방어뿐이 아니라 간간이 공격을 하며 놈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차돌 이는 안심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자기가 공격으로 나서다가 무랑을 잊어 그 틈에 무랑이가 다칠까봐 마음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무랑이 제 한 몸은 지키겠다고 여겨지니 용기백배해진다.

그리고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공중을 치솟는다.

[으 랴 압.....]

양발을 엇 갈레로 하여 순식간에 두 놈의 머리와 턱을 강타하여 놈들을 바닥에 몇 바퀴나 구르게 하며 정신을 잃게 한다.

[으윽....쿵...과당 탕......]

차돌 이는 놈들을 넘어 뒤로 돌면서 다시 발을 걸어 한 놈을 쓰러뜨리더니 쓰러진 놈의 명치를 주먹으로 박아버린다.

그와 동시에 몽둥이로 내리치는 놈의 공격을 피하며 다시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발을 날려 옆구리를 강타해버린다.

[퍽......으 으윽....]

놈은 한쪽으로 쓰러지며 일어나지 못하고 움 추리며 고통의 신음을 흘려 댄다.

그러자 놈들은 한 발 뒤로 물러나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모두 조심해..놈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야....

야 압...모두 덤비자...받아라.......으라 차.....합....]

놈들은 다시 무더기로 차돌 이와 무랑을 향해 저돌적으로 공격해 들어온다.

차돌 이는 번개같이 몸을 돌리고 일어난다.

그리고 공격해 오는 놈들의 공세를 피하며 한 놈의 복부를 주먹으로 강타하여 쓰러뜨리고는 재빨리 날치 앞으로 다가선다.

눈앞에 날치와 형님이란 작자 세 명이 놀란 눈을 하고 있다가 차돌이가 부하들을 제켜놓고 자기들을 향해 벼락같이 다가오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과 발을 휘두르며 덮친다.

[이런 개자식이....

야.... 이 새끼를 죽여 버리자.]

날치와 놈들은 악다구니를 써가며 맹렬하게 손과 발을 그리고 마른 놈은 칼을 휘두르며 차돌 이를 에워싸고 무차별로 공격한다.

차돌 이는 사방에서 짓쳐드는 공격을 피하며 놈들 중 한 놈에게 발길을 날린다.

놈들은 그 발길을 쉽게 피하며 다시 달려든다.

차돌 이는 역시 조무래기와는 수준이 다름을 느꼈다.

손과 발을 놀리는 품새나 파워가,,그리고 무엇보다 거슬리는 건 칼을 쓰는 놈이다.

재빠르고 순 간 순간 칼 쓰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다.

확실히 조금이라도 무예를 배운 놈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차돌 이는 놈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날치란 놈을 향해 다가가며 주먹을 날린다.

날치란 놈도 어수룩하지는 않았다.

날아드는 차돌이의 주먹을 피하며 큼지막한 주먹을 차돌이 얼굴을 향해 반격한다.

차돌 이는 아찔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주먹을 보고 내가 이놈들을 너무 경시했구나 생각하며 날치의 주먹을 피하고는 다시 반격의 자세를 잡으려는데 옆구리에 시원한 느낌이 들며 빨간 피가 뿜어져 나온다.

칼을 쓰는 놈에게 옆구리를 베인 것이다.

차돌 이는 순간 당황했다.

내가 칼을 맞다니....피를 본 그의 얼굴이 무섭게 변한다.

얼굴이 점점 야수처럼 변해지더니 눈에는 무섭도록 시퍼런 살기가 줄기줄기 새어나온다.

[흐흐흐....제법이군, ]

차돌 이는 옆구리에서 피가 배여 나오는 것을 닦을 생각도 없이 놈들을 향해 웃는다.

[저 새끼가 다쳤어,

사정 볼 필요 없어. 죽어라.....이야,,합]

마른 놈이 자기의 칼에 차돌이가 피를 흘리자 마치 승리가 눈앞에 있는 듯 기고만장하며 동료들을 독려하더니 그대로 돌진해 온다.

그러자 날치란 놈과 다른 한 놈도 차돌 이를 다시 에워싸더니 손과 발로 차돌 이를 공격한다.

차돌 이는 날치란 놈을 공격하는척하다가 순간 몸을 비틀어 자기에게 칼질을 가한 놈의 인중에 가차 없이 주먹을 날리고는 손바닥으로 양쪽 어깨를 쳐버린다.

그리곤 그 여세를 몰아 무릎을 접어 엉거주춤해 있던 또 한 놈의 복부를 무릎으로 강타하고는 역시 손바닥으로 양 어깨를 내리치며 멱살을 잡아 놈을 세우고는 눈앞에서 놈의 입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퍽....으윽....우당탕탕......]

주먹이 상대의 몸에 작렬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놈이 한쪽 구석으로 쳐 박히는 소리가 들린다.

[으윽,,,,,,,퉷....]

두 놈이 삽시간에 제압되어 버린다.

마른 놈은 한방에 구석으로 나가떨어지며 벽에 세워놓은 목재를 넘어뜨리고 정신을 잃어버리고 다른 놈은 침 가래를 뱉더니 부러진 이빨과 입안이 터져 벌건 피를 바닥에 뿌려 놓고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버린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날치란 놈은 뒷걸음질을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차돌이의 공세가 너무나 번개 같았고 그 타격도 어마어마하여 삽시간에 겁을 집어먹고 주위의 도움을 받고자 살펴보았으나 여자랑 싸우고 있는 놈도 하나씩 쓰러지고 있고 자기에게 다가올 동료가 없다는 것을 보고는 뒷걸음질을 치는 것이다.

[가까이 오지 마....]

차돌 이는 그런 놈을 보며 냉혹하게 웃는다.

[후후후....이제 지옥이 보이나, 네놈은 여기서 끝이야....도망갈 생각은 마라. 흐흐흐....

네놈뿐 아니라 중앙파와 그 위 상전까지도 모조리 엎어버리고 말 나야...흐흐흐....]

차돌이의 눈에 핏발이 곤두서고 인상은 험악하게 변해 흡사 야차를 연상시킨다.

그런 표정으로 놈에게 다가가니 놈이 뒷걸음을 치며 잔뜩 겁을 집어먹는다.

[가까이 오지 마....제발....내가 잘못했다. 제발...살려줘.]

놈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어댄다.

그러면서 뒷걸음을 계속치며 도망갈 길을 찾는지 눈알을 사방으로 굴려대고 있다..

그러나 이내 날치는 벽에 등이 닿음을 느끼고는 무릎을 꿇으며 두 손으로 차돌이의 접근을 막는 시늉을 하며 사정한다.

자기와 대적해도 조금도 물러나지 않을 동료가 그것도 둘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정신을 잃어버리니 기절초풍할 지경이었고 차돌이의 무섭고 어마어마한 괴력에 전의를 상실한 것이다.

차돌 이는 놈에게 천천히 다가가 이미 싸울 의지를 잃고 있는 날치란 놈의 명치를 발로 강타한다.

[퍽...으윽.... 우당탕....]

그러나 고통은 무지무지한데 기절할 정도의 타격은 아닌 모양이다.

몸을 두어 바퀴 구르고서야 다시 신음을 흘리며 차돌 이를 쳐다보며 살려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차돌 이는 기의 조정으로 힘을 줄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놈을 그냥 두지 않았다.

다시 허벅지로 발로 강타하며 왼손으로 놈을 잡아 일으키더니 턱을 날려버린다.

[퍽...과당 탕...으윽....]

날치는 다시 신음을 내지르며 구르고 만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입으로부터 뇌리에 전달되고 입안이 시원해지며 피가 고이는 것을 느끼며 고인피를 바닥에 뱉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는다.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며 아픈 고통도 나 몰라라 하고 차돌 이에게 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형님 제발....]

날치란 놈은 나이도 체면도 잊었다.

오직 지금 차돌이의 기세가 죽일 것 같아 살고 싶은 욕망에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차돌 이는 말없이 놈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놈을 일으킨다.

온몸을 부르르 떨며 전의를 상실한 놈의 몰골은 온통 비굴함과 살려달라는 애처로움으로 덮여 있었다.

[네 같은 놈이 감히.....그래 살려주마....

네놈같이 힘도 없으면서 약자를 갈취하고 그것이 대단한 자랑이라고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섞어빠진 깡패새끼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기로 한 몸이야.

네놈을 죽여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중단할 수 없으니 목숨만은 살려주마.

그러나. 네놈의 눈은 세상을 볼 자격이 없으니 회수하고 네놈의 자지는 불쌍한

여자들만 만드니 없앨 것이고 네놈의 손은 힘없는 자들에게 무기가 될 것이니 모조리

회수하고 살려주마.

아마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흐흐흐.....]

차돌 이는 손바닥으로 뒷머리를 치고는 다시 양쪽 어깨를 손바닥으로 강타한다.

그리고 단전아래에 손가락으로 강하게 찔러놓고는 잡았던 놈을 풀어준다.

그리고 놈의 품속을 뒤져 전화기를 찾아내 손에 들고는 주위를 바라본다.

주위는 이미 싸움이 끝나 있었다.

여기저기 놈들이 쓰러져 정신을 잃고 있거나 신음 을 토하고 있다.

그나마 제자리에 서 있는 놈들도 겨우 지탱하고 있는 듯 보인다.

놈들은 형님이란 자가 제압되고 정신을 잃자 사기가 꺾이고 그리고 무랑이란 여자의 솜씨가 워낙 귀몰 하여 당하고만 있던 참에 스스로 팔을 내리고 항복의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무랑이도 곳곳이 찢어지고 아래복부에 칼을 맞은 듯이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무랑이로서도 악전고투였을 것이다.

그렇게 한순간의 싸움은 차돌이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것이다.

차돌 이는 주위를 둘러보고 날치 란 놈을 향해 말한다.

[네놈은 평생 날 저주해라.

네놈은 일주일 안에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네놈과 저 두 놈은 앞으로 주먹에 힘을 싣지 마라...

그러면 고통만 올 것이고 힘을 쓰면 쓸수록 그 고통은 길어지고 많아질 것이다.

남은 인생을 착하게 사는 데는 별탈이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놈의 휴대폰을 내가 가지고 간다.

너희들도 똑똑히 들어라.

네놈들의 형이란 자가 가마모도라고 알고 있다.

일주일 안으로 내가 만나잔다고 전해라. 네놈의 휴대폰으로.....흐흐흐....

그놈에게도 네놈과 같은 형벌을 안겨줘야 조금은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

무서워서 숨어있을 수 있으면 얼마든지 숨어라 그래, 그럼 놈은 이정도가 아니라 아예

병신으로 만들어 거리에 내몰아 버릴 테니....흐흐흐....

분명히 일주일간만 기다리겠어.

그 이후의 일은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건이 터지고 말 것이니....후후후.....

자..... 무랑아, 가자......]

차돌이가 문을 향해서 걸어가자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 놈들은 기다시피하며 길을 비워준다.

무랑이도 손을 아랫배에 대고 차돌이의 뒤를 따른다.

아마 접전 중에 맞은 아랫배의 통증이 오는 모양이다.

....................................

두 사람은 그런 모습으로 말도 않은 채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주차장으로 오자 제비는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가 차돌 이와 무랑이가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고 옷차림이 엉망이 되어 있는 몰골을 보고는 놀라며 황급히 차문을 열고 두 사람을 태운다.

그리고 급하게 주차장을 벗어난다.

[대장님, 무슨 일이 있은 모양인데..왜 절 내버려두고 가십니까,

저도 저 한 몸은 지킬 자신이 있는 놈입니다.

그렇게 상처를 입을 정도라면 저도 데려갔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제비는 자기를 빼놓고 간 것이 무척이나 섭섭했다.

허긴 자기가 모시는 상전이 상처를 입고 오는 접전을 벌였는데 할 일없이 차만 지키고 있었으니 말이나 될법한 일이며 그걸 모른 척 지켜보고 있은 꼴이 되어버렸으니 나중에 형님이 이일을 추궁하면 몹시 곤란한 지경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하하하....별거 아니라고 여겨 널 그냥 두고 갔다.

만일 너까지 다친다면 차는 누가 몰겠어..

하하하...그래서 그냥 간 거야....다음엔 데리고 가마.]

차돌 이는 궁색한 변명으로 제비를 다독거린다.

허긴 자기가 제비입장이 되어도 그러할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주먹을 쓰는 세계에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

차돌 이는 다음엔 그러지 않겠다고 다독인 것이다.

[대장님, 분명 약속하셨습니다.]

그제 서야 제비가 조금 기분이 밝아지는지 희미하게 웃음을 짓는다.

[그래, 그렇게 하지......]

차돌 이는 제비에게 확답을 준다.

..

..............................................

차는 계속 달린다.

옆에 타고 가던 무랑이 얕은 신음을 흘린다.

차돌 이는 무랑이가 부상을 입은 것을 생각하고는 흠칫 놀란다.

자기의 무관심이 무랑 이를 잊고 있었으니 더군다나 상처를 입었는데...

차돌 이는 무랑에게 몸을 돌리며 다짜고짜 무랑의 손을 치우더니 옷을 찢어버린다.

그리고 상처를 본다.

날카로운 무기에 제법 긴 상처가 있었고 그곳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깊지 않은 상처로 보여 마음이 놓였지만 제비에게 급히 병원으로 차를 돌리도록 지시한다.

병원에 도착하여 차돌 이는 무랑을 부축하여 병원으로 들어가고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병원에서 나온다.

아마 응급치료를 받고 나오는 것 일게다.

그리고는 차를 집으로 몰게 한다.

차가 달리는 내내 무랑은 간간이 신음을 토해냈고 그런 무랑 이를 차돌 이는 꼭 켜 안아 주고 있었다.

무랑은 자기를 걱정하며 안아주고 있는 차돌 이를 실눈을 뜨고 바라보더니 무슨 감흥에 젖었는지 실 같은 눈물을 뺨으로 흘러내리고 만다.

차돌 이는 울고 있는 무랑을 보며 싱긋이 웃어준다.

[왜 우느냐,]

[....................................]

무랑은 아무 말이 없다.

다만 소리 없이 눈물만 흘러내릴 뿐이다.

차돌 이는 무랑이가 고통 때문에 울 아이가 아닌지라 궁금해진다.

[아파서 우느냐, 아님 왜 우는 것이냐.]

[꿈만 같아서......]

뜬구름 같은 무랑이의 대답이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얼마나 바라고 바랐던 정인의 따뜻한 말인가,

그의 따뜻한 시선과 눈빛만으로도 무랑인 사랑의 행위를 열렬히 하고 난 뒤의 커다란

쾌감을 느끼듯 온몸이 오그라들듯 오는 쾌감과 행복에 젖었다.

이 순간이 눈물이 나도록 행복했다. 이런 순간을 위해 그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견뎌왔던가 새삼스럽기도 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행복하다고 크게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삼킨다.

이제 잠시라도 그와 떨어져서는 살수 없을 것 같다.

그랬다.

사람이란 누구나 주고자하는 마음보다 받고자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렇지 않으면 불만과 원망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주고자하는 마음이 받고자하는 마음보다 강하면 상대방을 원망할 리가 없다.

있다면 더 주지 못한데서 오는 안타까움만 있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무랑인 그 안타까움이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것이다, 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었고 그래서 더욱 행복했다.

[뭐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차돌 이는 더욱 멍청해진다.

[이렇게 오빠한테 안겨 있는 것이..........]

무랑 이는 겨우 그 말을 입으로 하여 놓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차돌이 품속에 묻어버린다.

[뭐........................]

차돌 이는 어이가 없었지만 무랑이 농담하는 성격이 아님을 알고 다시 뚫어져라 무랑일 본다.

무랑은 고개를 숙여 차돌이의 시선을 피하지만 얼굴은 더욱 차돌이의 품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다.

차돌 이는 생각한다.

아......이 아이가 너무 외로웠구나.

허긴 어릴 때부터 쭉 혼자서 살아온 아이가 자기와 만났고 자기한테 정을 느끼고 그래서 누구도 아닌 자기한테만 의지하고 기대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차돌 이는 무랑 이를 힘주어 안아준다.

[그래, 이젠 내가 보살펴줄게....

아무 곳도 보내지 않을 테니 그냥 이렇게 오빠랑 살자꾸나.]

차돌이의 소리를 들은 무랑은 그만 소리 내어 흐느끼고 만다.

아마 기쁨의 눈물이리라....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안기고 싶은 사람이었던가.

세속에 나와 남녀관계의 정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까이 갈 수없는 사랑을 그녀는 하고 있었고 그것이 한없이 멀게만 느꼈는데 그녀에게 그 사랑이라는 귀한 존재가 자기 품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느꼈기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만 것이다.

그녀는 거칠고 험한 물살을 헤쳐 가며 참고 견뎠기에 조각배 같은 사랑의 선실에 한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이렇게 작은 조각배로 거친 바다를 항해하려면 한눈을 팔아서도 안 되며 또 쉴 새 없이 노를 젓지 않으면 결코 원하는 곳으로 가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친 물살에 휩쓸려 뒤집혀지거나 침몰한다는 걸 안다.

찾아온 이 기회를 그녀는 죽자 사자 붙잡으리라 맹세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를 위해 무엇이든 몸을 사리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차돌이가 집에 도착하여 무랑을 방에� 안정을 취하게 하고 마침 들어온 곰과 종민 에게 자기가 시킨 일의 상황을 보고 받는다.

곰은 차돌 이와 무랑이 부상 입은 것을 보고는 몇 번이고 그 이유를 알고자 물었지만 별거 아니라며 말을 막는 차돌이가 야속했지만 어차피 차돌이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알아낼 수가 없어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차돌 이는 한동안 곰과 종민 에게 앞으로의 할 일을 다시 지시하고는 제비와 함께 집을 나선다.

차돌 이는 집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옆구리의 상처가 제법 깊은 것을 보고 대충 붕대를 감고 병원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아깐 무랑이 걱정되어 자기가 다친 것을 잊고 있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상처가 깊어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병원 앞에 차가 서자 차돌 이는 제비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하고 혼자 병원으로 들어선다.

제비는 한동안 머뭇거렸지만 명을 어길 수 없어 그냥 사라지고 한참 후에 병원에서 차돌이가 나온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본다.

[누나가 그곳에 갔으면 아직 도착 전이겠네.....]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차돌 이는 거리를 걷는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지라 서로 어깨를 부딪치기도 하고 몸을 틀어 길을 비켜가면서 목적지도 없이 하염없이 거리를 걷는 것이다.

얼마 만에 혼자서 이렇게 자유롭게 길을 걸어보았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얼마나 내 삶이 바쁘고 여유가 없었는지 이렇게 혼자 거리조차도 걸어보지 못했던가.

이 세상에 오직 누나와 자기 둘만의 혈연으로 버려진 몸이지만 이런 여유도 없이 살아왔던가.

누가 있어 나를 도와줄 수 있으리...수수께끼 같은 삶을 오직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압박감속에서 살아온 지난날이 후회도 된다.

과연 내가 지금껏 살아온 삶은 정당하고 바르게 살아온 것인가.

뭘 위해 그렇게, 바 둥 거리며 살아왔는가.

빈손으로 왔다가 옷 한 벌은 건졌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삶 자체를 달관하며 살아서는 안 되지만 난 과연 무얼 이루었나.

나의 꿈이 얼마나 성취되었는가.

비기오나 눈보라가 몰아치나 태양이 녹아내릴 때라도 푸르른 빛을 영원히 잃지 않고 모든 피곤하고 찌든 사람들의 널따란 나무그늘을 만들어 주는 한그루 나무가 되고 싶었지 않았는가.

대자연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나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며 좀 더 충실한 열매를 맺어 모든 베고픈 이에게 나눠줄 수 있는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가 되고 싶지 않았던가,

과연 내가 너무 공상적이고 감상적인 꿈에 젖어 너무 소홀하게 세상을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차돌 이는 자신을 둘러본다.

그리고 내가 가진 꿈이 너무 허무맹랑한 꿈이 아닌지 돌이켜본다.

차돌 이는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 생명의 불꽃이 오늘 꺼지지 않는 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으리라고....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우고 일 년의 계획은 정초에 세운다 하지 않았는가....

보다 빨리 소망을 이루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계획과 실천만이 자기의 소망을 이루어 주리라 생각한다.

비록 사자를 잡으려다 생쥐를 잡더라도 미래의 큰 소망을 위해 온 정열을 기우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어깨를 밀치듯 세게 부딪히며 한 젊은 학생이 앞을 향하여 달려간다.

그 학생의 30미터 앞으로 역시 학생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젊은 두 놈이 맹렬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차돌 이는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생각하며 다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하고 젊은 사람이 달려간 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구수한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차돌 이는 문득 허기를 느낀다.

코로 스며드는 음식냄새가 허기를 재촉했는지 차돌 이는 배를 한손으로 쓰다듬어 보더니 음식집이 즐비한 골목길로 들어서서 어느 집이 나를 이렇게 냄새로 유혹하는가 하고 냄새를 쫒아 걸어간다.

무언가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갑갑한 신음이 들리며 사람을 치는 소리와 작지만 욕설로 누군가를 위협하는 상소리가 들린다.

음식점과 음식점 사이로 나있는 골목 안에서 들리는 소리다.

차돌이의 발길은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걸어간다.

골목을 돌자 막다를 길이 나타나고 아까 자기의 어깨를 치고 간 학생이 두 놈에게 질펀하게 맞고 있었다.

그러나 한사코 한 놈의 다리를 잡고 매를 맞으면서도 붙들고 있었다..

[이런 개 새끼가.....야, 이 새끼야 손 놓지 못해.....퍽...퍽....]

발을 잡혀있는 놈이 남은 발로 젊은 학생을 구타하고 옆에 있는 다른 놈도 간간이 발길을 날리며 놈을 떼어 놓으려 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만 시끄러운 일에 끼어들기 싫어서 돌아 나오려는데 학생의 한마디가 발을 잡는다..

[죽어도 못나....나쁜 놈들....네놈들은 어미도 없나...

그런 불쌍한 사람의 돈을 훔치게.....]

젊은 학생은 맞으면서도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하며 죽어라고 놈의 바지를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허어...이런 씹할 놈이....뭣이 이런 끈질긴 놈이 있나.

야, 이개새끼야 더 맞아야 그 손을 놓겠어.]

놈은 학생의 끈질긴 집념에 혀를 두르면서 필사적으로 학생의 손을 떨 구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그리고 마구 짓밟아 댄다.

[그래....아줌마의 돈을 돌려주기 전에는 죽어도 놓지 않을 테니 죽이든 돈을 내놓던지

맘대로 해라...이 새끼들아......]

젊은 학생은 결사적이었다.

무지막지한 구타에도 잡은 다리를 죽어라고 놓지 않고 매를 맞고 있다.

[이런 좆만 한 새끼가..퍽....퍽....]

점점 구타가 심해진다.

놈들은 학생이 계속 버티고 손을 놓지 앉자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욕설과 더불어 무차별로 마구 때리고 있다.

그러나 학생도 끈질겼다.

무차별로 맞아 신음을 흘리고 입이 터져 피를 흘리면서도 다리를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차돌 이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이봐..이젠 그만하지....]

차돌 이는 그 현장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조용히 타이른다.

[어라...저 새낀 또 어디서 나타났어.

씹 헐....길이 막히다보니 별 개 같은 새끼들이 다 건드리고 그러네....

야. 좆만 한 새끼야....볼일 없으면 빨리 꺼져...

맞아 뒈지기 싫으면....]

놈은 인상을 있는 데로 그리며 으르렁 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학생 같은 놈에게 발목을 잡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있는데 또 다시 난데없이 다른 놈이 나타나 건방지게 간섭하고 있으니 기름에 불붙인 듯 화가 폭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나타난 놈과 드잡이 질을 할 수가 없었는지 재빨리 사라지는 게 내 신상에 좋으니 욕설과 인상으로 차돌 이를 겁주며 물러나게 한다.

[이제 그만하라 했다.]

차돌이가 다시 싸늘하게 한마디말로 다구 치며 놈들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다른 한 놈이 다짜고짜 차돌 이에게 오더니 멱살을 잡으려든다.

[이런 씹만 한 새끼가...우리가 누구라고....으윽.....]

놈은 차돌이의 멱살을 잡고 겁을 주려다가 갑자기 팔이 비틀어지는 아픔에 신음을 지르며 인상을 구긴다.

차돌 이는 팔을 비틀며 나머지 손으로 놈의 복부를 강타하며 밀쳐버린다.

[쿵......으윽.....]

놈은 길바닥에 구르더니 한쪽 구석에 쳐 박혀 아픈 배를 움츠리며 고통의 신음을 연신 쏟아낸다.

발목을 잡힌 놈의 얼굴색이 변한다.

차돌이의 말투와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잘못 건드린 것 같아 순식간에 겁을 집어 먹고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빈다.

[아이고 형님, 사람을 잘못 보았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용서라.....그래, 무슨 일로 학생을 때리고 있나.]

차돌 이는 왜 학생을 때리는지 묻는다.

이미 대충 감은 잡았지만 본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는지 듣고 싶었다.

[저...그게......]

놈이 말을 못하고 더듬거린다.

그러자 다리를 잡고 있는 학생이 큰소리로 말한다.

[이놈들이 불쌍한 아줌마의 돈을 들치기했어요.

형씨, 제발 그 아줌마 돈을 찾아주시오. 이놈들이....분명합니다.]

차돌 이는 순간 인상이 험악해진다.

들치기라니....이런 놈이 사회를 좀먹는 더러운 놈들이 아닌가,

차돌 이는 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러자 놈은 사색이 되더니 급히 호주머니를 뒤져 돈뭉치를 꺼내놓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 순간 학생이 번개같이 놈이 꺼낸 돈을 거머쥐고 품에 안고는 차돌이 뒤에 선다.

차돌 이는 놈을 응징하러 다가가다가 내가 왜 이런 일에 끼어들어 시끄러운 일을 자초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이런 놈을 파출소에 잡아주면 이름도 밝혀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자연히 자기의 시간이 조금은 구속받으리라 생각하고는 천천히 그리고 작게 그리고 싸늘하게 놈들에게 이른다.

[다신 이런 짓 하지마라.

오늘 내 눈에 보인 걸 천행이라 여기고 다시는 남의 돈을 거저먹으려 하지마라.

내말 알아듣겠나.]

차돌 이는 좋은 말로 타이른다.

[그럼요. 다시는 이런 나쁜 짓 안할 테니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놈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차돌이가 더 이상 자기들을 문제 삼지 않을 것 같으니 더욱 애처로운 모습을 보이며 이 자리를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다하며 용서를 빈다.

[네놈들 말을 믿어보겠다.

그럼 빨리 꺼져. 다신 그런 짓 않도록 하고...]

차돌 이는 그들을 용서하고 사라지라고 명령한다.

[예, 예....형님 명심하겠습니다]

놈은 있는 데로 머리를 수그리며 행여 차돌이 마음이 변할세라 재빨리 동료에게 다가가더니 놈을 부축하고는 급하게 사라지고 만다.

[왜 놈들을 잡아 파출소로 연행하지 않고 그냥 보내줍니까, 형씨.....]

학생이 차돌이의 행동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입가에는 피가 아직도 흘러내리고 있었고 옷은 엉망이고 푸른 멍이 눈 주위에 물들어 있다.

차돌 이는 학생을 보며 싱긋 웃어준다.

[나도 모르겠소, 그냥 시끄러운 일에 휘말려들기 싫어서.

그리고 돈을 찾았으니 괜찮지 않소.

그나저나 그 몸으로 어디 걷기나 하겠소.

자, 내가 부축해드릴 테니 갑시다.]

차돌 이는 학생의 옆구리로 한 팔을 넣어 비틀거리는 학생을 부축하여 골목을 나온다.

냄새도 허기도 순간 모두 잊은 듯 넘어지려는 학생을 부축하여 길을 간다.

[학생인가 본데...겁 없이 그런 나쁜 놈들한테 달려들다니...정말 용기가 대단 하외다.]

차돌 이는 아까 학생이 보여주었던 끈질긴 근성에 탄복하며 하는 말이다.

사실 그렇게 맞으면서 그런 집념을 보여준다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행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기에 학생을 칭찬하는 것이다.

[이보시오, 형씨....난 용기로 나선 것이 아니라오.

그러나 우리사회가 너무 메말라가는 이때 우연히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았고 나도

그렇게 실천하며 살려고 한 것 뿐이오.

마땅히 우리 모두는 이러해야 하는 게 아니오.]

학생은 겸손했고 옳은 일을 하는데 모두가 앞장서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로 대답을 대신한다.

뭔가가 학생을 이 사회를 바로 보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그는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꺼려하고 나서지 않는 사람들을 욕하고 있었다.

[하하하....맞소, 참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 같소. 당신은....]

차돌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힘든 세상에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몸을 아끼지 않고 행하는 그의 용기가 너무 좋았다.

[아니오, 나도 한때는 저놈들처럼 저렇게 막 대놓고 살까도 한 사람이오.

아무것도 할 수없는 이놈의 세상이 싫어 저렇게라도 해서 울분을 풀고자 한 적도

있었다오.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지만....

정말 이놈의 세상인심이 모두 메말라있는 건 아니란 걸 말입니다....]

학생은 뭔가 사연이 있은 듯 피를 흘리며 아픈 신음을 간간이 흘리면서도 그 말을 하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차돌이도 학생이 그렇게 된 사연이 듣고 싶었지만 자기와는 무관한 일이라 그냥 같이 웃어줄 뿐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얼마나 걸었을까....

[저 집 아줌마요.

아마 이 돈을 돌려주면 너무나 기뻐할 것이오. 모두 형씨 덕이지만.....

그리고 어디 시간이 남아 있으면 내가 감사의 막걸리 한잔 정도 대접하고 싶은데....]

학생은 차돌 이와 더 이야기가 하고 싶은 모양이다.

어딘지 모르게 범상해 보이고 눈빛이 정의로움에 차있는 듯 보이자 호감을 느끼고 술이라도 한잔 했으면 하고 청하는 것이다

차돌이도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이 학생이 궁금하기도 하여 망설이지 않는다.

[하하하...좋소이다.

막걸리라니....너무 좋소이다. 하하하.....]

둘은 돈을 잃어버렸다는 아줌마 집으로 들어간다.

집이 아니고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식당 안에는 50정도로 보이는 아줌마가 너덜 한 의자에 힘없이 앉아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하고 있었다.

[그 돈이 무슨 돈인데....아들놈 대학등록금인데...흐흑.....

그 나쁜 놈들이....흐흑....]

아줌마는 울다가 가게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는 벌떡 일어난다.

[학생, 놈들을 잡았어...아니 이 피는....아....이일을 어째.....]

아줌마는 또다시 기운을 잃는다.

학생이 피를 흘리고 얼굴은 멍이 들어있으며 옷은 찢어지고 구겨져 엉망이 되어있으니 돈을 찾기는커녕 몰매만 맞고 돌아온 걸로 여긴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나서주지 않는 일에 나서서 봉변만 당한 것 같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줌마는 학생의 몸을 부축한다.

[아줌마, 이 형이 찾아줬어요. 맞는 가 세어보세요.]

학생은 품속에서 돈을 꺼내 환히 웃으며 아줌마에게 드린다.

[뭐 뭣이 돈을 찾았다고 이런 고마울 데가......

아이고, 정말 고맙구려...이젠 아들놈 등록금 걱정은 잊었어..

아....어찌 이렇게 고마울 수가.....젊은이 너무 고마워........]

아줌마는 돈을 빼앗듯이 받아 품안에 안고는 기쁨의 소리를 질러댄다.

그리고 차돌 이와 학생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가며 어떻게 감사해야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다.

한동안 두 사람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고 있던 아줌마는 아직도 두 사람을 가게 안에 세워놓은걸 알고는 자기의 행동이 부끄러운지 두 사람에게 자리에 앉게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정중하게 감사의 말을 한다.

[정말 고맙네. 학생이 이렇게 다쳐가면서 돈을 찾아주었는데 은혜도 모르고 돈만

찾았다고 좋아했으니 정말 미안해....

가만있자. 어디 약을 찾아봐야겠어.....잠깐만 기다려요......]

아줌마는 그때서야 학생이 피를 머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약을 찾으려고 부산을 떤다.

[아닙니다. 어디 약을 바른다고 이 멍이 없어집니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게 멍입니다.

차라리 그러지 마시고 헤헤헤....술이라도 한잔 주십시오.]

학생은 그런 아줌마를 만류한다.

이까짓 상처 대수로운 것이 아니니 염려 말라고 하며 그리고 어느 정도 기운을 차렸는지 제법 호기를 부리며 온몸을 흔들어 보여주고는 아줌마에게 술이나 한잔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내 어찌 술을 마다하겠어.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에게....

잠깐만 앉아있어, 내 금방 안주 만들어 올릴게......]

아줌마도 생기를 찾는다.

조금 전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고 우리 동네 마음 좋은 아줌마로 돌아와 한껏 웃어가며 호들갑을 피운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간다.

차돌 이와 학생은 허름한 탁자를 가운데로 하고 마주보고는 그런 아줌마의 행동에 싱긋 웃고 만다.

[지금 어느 학교 몇 학년입니까.]

차돌 이는 학생의 신분을 물어본다.

요즈음 세상에 보기 드문 용기 있는 학생이라 대체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알고 싶었다.

[예, 지금 XX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며 2학년입니다.]

학생은 대수롭지 않게 학교를 밝히며 웃는다.

[호오...그래요. XX대학이라....정말 대단합니다.

역시 그런 공부를 하기에 그런 정의감이 분출 되는가 봅니다.]

차돌 이는 놀랐다.

XX대학교라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로 치는 학교이고 그곳에서도 법학을 공부한다면 수재임이 분명하다.

공부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인데 불의를 보고 뛰어들 줄도 알며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나와 대작까지 하고 있으니 차돌 이는 다시 한 번 학생을 쳐다본다.

[하하...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부입니다.

전 중도에서 포기하고 실의에 빠져있었는데 메마른 이 사회에도 이름 모를 훌륭한 분은

계시더이다.

그 분을 생각하면 나 지금 이 아줌마에게 보인 노력은 아주 하잘것없고 또한 날

진정 사람답게 만들어주시려는 그 분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정의롭게 살아가려

합니다만 어째 그게 내 마음대로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지만 형도 대단하신 분이더이다.

외람되지만 의형으로 모시고 싶은데...........무리한 부탁이겠지요..후후.......]

학생은 자기의 견해를 피력한다.

아무리 거칠고 메마른 인정밖에 없는 사회지만 전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며 그런 분을 위해서라도 뭔가 사회의 모법이 되고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더불어 처음 만났지만 차돌 이가 마음에 드니 의형으로 모셨으면 하는 것이다.

[하하하...이런 영광이.........

난 이 세상에 누나한분만 있는 외로운 사람이올시다.

그래도 괜찮다면....]

차돌 이는 그러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외롭게 살아온 터라 동생이 생기면 얼마나 좋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선뜻 받아들이기가 민망했던 것이다.

일류대학을 나온 수재를...나 같은 망나니가 형으로서 도리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르다 말입니까,

세상은 어차피 혼자입니다.

일가친지 모두 울은 될 수 있어도 나 자신을 개척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오로지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다 봅니다.

물론 주위가 있으면 수월하겠지요.

그러나 있으나마나하는 사람보다 형같이 인간미 풍기는 사람이 난 더 좋습니다.

거절하지 않는다보고 이 순간부터 형으로 받들겠습니다.]

학생은 일어나 깊이 허리를 숙인다.

차돌 이는 학생의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절제되고 허투루 하는 것이 없고 모두 진정으로 하는 말임을 보고 감격한다.

[그러자, 하하...나도 이제 동생이 하나 생겼어.

그런데 아우. 분명히 하나 말해둘 것이 있어.

난 세상이 원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무엇을 하건 어떤 잘못을 지르건 형을 이해할 수 있겠어.

물론 벌을 봐 달라는 것은 아니야.

그저 내입장이 되어 날 이해하고 포용해 달라는 말일세.......]

차돌 이는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알려져선 안 되는 일이 정의감으로 뭉친 동생이 알면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한 말이다.

[물론입니다.

난 형이라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사람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모신 형인데 형은 어디까지나 내 형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형에게 있다면 죄는 미워하되 영원히 형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존경하고 이해하겠습니다.]

맺고 끊는 점이 확실한 청년이었다.

조금도 수축되지 않고 자기의 마음을 밝히는 학생을 보는 차돌 이는 흐뭇한 마음마저 인다.

차돌 이는 학생의 용기와 생각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아우를 환영한다.

[고맙네...하하하...]

[이런 내가 형한테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니....

전 양 홍 식이라 합니다.]

학생은 다시 일어나 차돌 이에게 허리를 굽히며 자기소개를 하고 멋쩍게 손을 내민다.

[하하...난 손 차돌이라 하네...정말 기쁘이......]

차돌이도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으며 자기를 밝혀주며 내밀은 손에 자기 손을 보탠다..

[하하....형은 이름도 참 고상합니다.]

홍 식이는 너무 성격이 호탕하였다.

조금도 마음에 두는 것이 없이 솔직 담백하였다.

무서운 것도 두려운 것도 없듯이 얼굴에 피멍이 들어있어도 순간의 기쁨에 모든 것을 잊은 채 현재를 즐기는 것이다.

낙천적인 그런 성격이 차돌 이는 무엇보다 보기 좋았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이다.

그때 아줌마가 냄비에 지글지글 끓는 찌개를 가져다 탁자위에 올려놓고 막걸리를 가져온다.

그리고 홍 식의 옆에 앉으며 그의 얼굴을 보며 미안하고 안쓰럽게 쳐다본다.

그리고는 사발에 가득 막걸리를 부으며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정말 젊은 사람들 덕에 살 았 구만.

세상에 젊은이 같은 사람만 있으면 오죽 좋아........]

선술집 아줌마는 두 사람이 정답게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노는 것이 너무 부러운 모양이다.

[하하하. 아줌마 세상에 그런 사람 많아요.

저도 시골에서 자랐고 공부가 좋아 열심히 공부했지만 부모님이 워낙 처지가 어려워

모든 걸 포기하고 자책으로 세월을 보낸 적이 있었어요.

그러나 하늘은 결코 무심치만은 않았어요.

제게 빛을 주더라고요.

이름을 밝히지 않는 독지가가 저 말고도 10여명이나 되는 어려워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손길을 내밀고 갈 길을 열어주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내가 여기 있을 수 있었고 그분을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인

거 에요.

다행히 형이 나서서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지만 이 형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줌마에게

아무른 도움도 주지 못했을 겁니다.

아드님더러 공부 열심히 하라 그러세요.

전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가끔 이렇게 술 한 잔 하지 않고서는 갑갑한 성격이라 나와서

우연히 아줌마 일을 목도하게 되었지만....

좌우간 세상은 어둡지 만은 않다는 걸 아셔야 해요.

형, 내말이 틀려.]

홍 식은 절대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조그만 공이라도 차돌 이에게 돌리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런 홍 식의 마음 씀씀이가 대견하고 흐뭇했다.

이런 공치사를 원한 건 아니지만 근래 젊은 아이답지 않은 마음 넓은 행동이 아닌가.

차돌 이는 홍 식을 보며 싱긋이 웃고 만다.

[자네가 그렇다면 맞지 않겠어...허허허.......]

차돌 이는 홍 식의 편견이 너무 밝고 아름다웠다.

젊은 사람이 논리정연하고 사회정의를 아는 것이 여간 대견하지 않았다.

[호호호.......하여간 고마워,

오늘 많이 먹고 가게......정말 세상은 어둡지 만은 않는 것임을 오늘 알았으니....

호호호....자 마시게, 그리고 젊은 사람 틈에 끼어 나도 한잔 하면 안 될까........]

아줌마는 두 사람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하고 자기도 한잔 달라고 청한다.

이렇게 착하고 정의가 넘치는 젊은이들 틈에 끼어 같이 어울려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세요, 아줌마..........]

홍 식은 사발가득 담긴 막걸리를 기세 좋게 단번에 마시고는 그 사발을 아줌마에게 권하고 잔 가득 막걸리를 부어준다.

한참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신다.

취기가 슬슬 오르고 있다.

얼굴에 장난기와 넉넉함으로 가득한 홍 식이 심각하게 얼굴을 변화시키더니 차돌 이를 본다.

[형, 형도 가끔 밤하늘을 볼 때는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보게 되지....

그럴 땐 어릴 적 생각 날거야.

저별은 내별하고 말하던 시절 말이야.

그 수많은 별들 중에 정녕 내 별이 있다면 정말 그 하나의 내 별은 넓은 우주에서

진정 보잘것없는 존재일거야.

그러나 난 달리도 생각해....

모든 별이 이름이 있듯이 내별도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작으나마 우주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빛을 내고 있듯이 난 누가 알아주지 않고 불러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만족하고 반짝 반짝 빛을 낼 수 있는 별, 그런 별이 되고 싶어.]

홍 식의 다부지고 순박한 미래였다.

홍 식의 말대로라면 무척 고단했던 시절을 지금도 부모와 자기도 그러한 모양인데도 꿈 하나만은 너무나 아름답고 순박하였다.

차돌 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잔에 있는 막걸리를 쭉 들이키고는 홍 식의 말을 받는다.

[그래. 넌 그렇게 될 거야.

난 믿어, 자넨 마음을 열어놓고 있으니 분명 그렇게 될 거야...

그러나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야.

우리가 살아있기에 흔들리기도 하고 기뻐서 잠 못 이룰 때도 있어.

또 자네가 바라는 것이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은 욕망도

우리가 살아있기에 가져보는 꿈이지.

살아있는 동안 꿈을 향해 해야 할 일을 한시라도 멈춰서는 안 돼지.

지금 자네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책에서 감동을 느끼듯 모두는 목적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야 한다고 봐.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또 수레바퀴처럼 같은 동작을 되풀이 하더라도 그건 의미가

있을 거야.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건 생각의 사치야.

그런 생각에 귀중한 시간을 소비할 시간이 없다는 게 인간의 짧은 삶이야.

주위의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동화할 줄 아는 사람.

바다와 같이 낮은 곳에 있어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

도태되지 않으려고 자신을 개발하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현실을 이기고 미래의 꿈에 당도할 수 있을 거야.

난 어차피 다른 목적으로 사는 사람이니 자네와 같은 밝은 미래를 설계하진 못하지만

자네의 푸른 꿈에 길잡이 노릇은 마다않을게.

꼭 소망을 이룰 거야. 자네는........]

차돌이도 가슴속에 지니고 있던 생각을 내뱉고 만다.

뭔가 홍 식에게 유익한 한마디쯤은 해주고 싶었는데 아무나 아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것 같아 민망해 슬그머니 웃음으로 마무리를 짓고 만다.

그리고 홍 식의 꿈을 이루는데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도 해 준다.

[형,..............]

홍 식도 놀라고 있다.

그저 평범하고 조금 거칠지만 의리가 있어 보이는 그런 사람으로 보았고 어딘지 모르게 호감을 느꼈고 그래서 형으로 받들기로 했는데 머릿속에 상황을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분명히 그리고 미래를 제시할 줄 아는 지식이 들어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하나하나가 소홀히 할 수 없는 말들이다.

홍 식은 감격했다.

우연히 만나 형제의 고리를 엮었지만 이렇게 사람의 도리를 알고 있는 사람과 의를 맺게 된 것이 하늘이 자기에게 주신 커다란 선물처럼 오늘의 만남이 너무나 기뻤다.

그래서 다음말도 잊지 못하고 형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대신하고 만다.

.

이렇게 또 하나의 인연의 고리는 맺어졌던 것이다.

차돌 이는 헤어지기 싫은 발걸음을 억지로 하며 홍 식의 전화번호를 적고 자기 전화번호를 일러준다.

그리고 이날을 기념하여 한 달에 한번 이날만큼은 이집에 만나 막걸리라도 한잔하기로 서로 굳게 약속하고 헤어지기로 한다.

차돌 이는 날이 어둑해진 것을 보고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깨닫는다.

급히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아탄다.

누나 집으로 달리는 택시 안에서 차돌 이는 오늘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는 걸 실감한다..

.

.

[딩동, 딩동.......]

차돌이가 누나집의 현관 인터폰에 달린 벨을 누르자. 집안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문이 열린다.

항상 보아도 보고 싶은 얼굴이 눈앞에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자기를 보고 있다.

[아...누나......]

차돌 이는 와락 누나를 품안으로 끌어당겨 안으며 다짜고짜 입을 맞춘다.

선영이가 엄청난 저항을 하며 자기를 제지한다.

차돌 이는 누나의 행동이 의아했으나 막무가내로 누나를 풀어주지 않고 입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이상한 인기척이 또 다시 들린다.

차돌 이는 곁눈으로 살며시 살펴보자 도 희가 엄청나게 놀란 눈을 하고는 입을 가리고 멍청히 쳐다보고 있었다.

차돌 이는 순간 아...이래서 누나가 날 제지했구나, 얼른 누나를 놓아주고 도 희에게 멋쩍게 인사를 한다.

[오셨습니까.......]

차돌 이는 처음 당황했지만 이왕 들킨 것 당당히 맞서기로 했다.

[그래....그런데 너희들이 이런 사이였어.......어찌 이런 일이........]

도 희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지 말을 더듬거리고 있다.

화사하게 뒤로 올린 머리 탓인지 이마는 넓어 시원함을 보여주고 맑고 큰 눈은 온통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한손은 아직도 벌린 입을 가리고 있고 몸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아니 놀라시는 게 당연할겁니다.

그런데 이제 어찌 하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아님 이야기를 들으시겠습니까...........

지금 가신다면 소문이 나도 원망 않고 누나랑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거나...

한 많은 세상을 저버릴 것이고 이야기를 듣고도 소문이 난다면 사모님의 식구들

한사람도 이 세상에 살려놓지 않을 것입니다.

어찌 하시든 결정은 바로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럼........누나 들어가자............]

차돌 이는 도 희를 바라보며 추호도 변명 않고 사실대로 말하고 또 무슨 선택을 하던 도 희의 몫으로 남겨두고 누나의 손을 잡아끌어 방으로 들어간다.

선영이도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결국 알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도 너무나 빨리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는 안 될 현장을 들켜버리니 눈앞이 캄캄하고 온통 절망에 빠져버린다.

차돌이가 끌고 자기를 방에 데려와 침대에 앉혀도 아무것도 보이는 것도 없고 들리는 것도 없고 눈앞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몽유병 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눈에는 자기도 모르게 이슬이 줄기줄기 흘러내리고 전신의 맥이 빠져버린 체 축 늘어져 하염없이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차돌 이는 자기의 경솔한 행동이 누나를 실의에 빠트리게 한 것을 알고 후회하고 자책했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버스는 지나간 뒤가 된 일이 되어 버렸으니 그저 막연할 뿐이다.

차돌 이는 살며시 누나를 안아준다.

[누나. 미안해........내 잘못이야.......]

선영 이는 차돌이의 품안에서 눈물만 흘리다가 차츰 이성이 돌아오는지 안타깝게 자책하는 차돌 이를 위로해준다.

그러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아냐.......여보, 나도 사랑해........당신을 죽도록 사랑해........

우리 저승에서는 남매로 만나지 말고 남이 되어 떳떳이 만나자꾸나.

그리고 그곳에서 당당하게 사랑하자꾸나.........]

선영 이는 모든 걸 포기하고 있었다.

숨겨야 할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더 이상 얼굴을 들고 살아나갈 자신도 없었고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꼭 동생에게 불러보고 싶던 말이나 해봐야겠다고 용기를 내어 하는 소리다.

[누나. 왜 그런 말을 하니...그리고 여보라니.............]

차돌 이는 또 흠칫하고 만다.

누나가 여보라고 부른다.

그런 말은 부부간이 되어야 부르는 소리이다. 아무리 살을 섞고 부부랑 같은 행위를 저질러도 숨길 수 없는 게 누나라는 사실인데 누나가 자기를 여보라고 부르지 않는가,

차돌 이는 누나를 쳐다본다.

[그래, 네게 그렇게 한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어,

언니가 내 꿈을 빨리 이루어준 꼴이 되어버렸구나.

차돌아. 내주인..........난 후회 안 해........

네가 있기에 내가 살아있었고 그리고 살고 싶었어.

지금 당장 죽어도 난 여한이 없어............사랑해..........]

선영이도 이젠 많이 진정이 된 모양이다.

차돌 이를 마주 바라보는 시선은 온통 사랑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이미 모든 걸 포기했고 그럴 바엔 속마음이라도 밝히고 싶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차돌 이는 누나에게 감격하고 말았다.

누나를 다시 품안에 억세게 켜 안고 만다.

[그래. 누나. 나도 누나를 사랑해.

세상 무엇보다 누구보다 누나를 사랑해...........아니 당신을 사랑해............

나도 누나처럼 지금 죽어도 후회 안 해.............누나.........]

둘은 몸이 으스러져라 포옹하고는 풀지 않는다.

지금 이순간은 천하의 무엇이라도 둘을 갈라놓을 수 없을 만큼 조금의 빈틈도 없이 억세게 켜 안고 놓지 않는다..

두 사람은 현실 앞에 너무나 나약했다.

모든 걸 너무나도 쉽게 절망하고 좌절해버렸다.

이제 살아야할 기운을 잃고 모든 걸 포기해 버린 두 사람의 모습은 실로 애처롭고 처량했다.

도전과 용기, 패기, 그리고 가슴 뜨겁게 하는 모든 언어들이 가슴속에서 밀물처럼 빠져나가버렸고 그저 논 가운데 서 있는 허수아비처럼 멍청해버렸다.

그토록 애절한 사랑을 기도했고 힘들게 이루었던 사랑인데.......

그 사랑을 위해 모든 정열을 쏟아 넣었고 거친 파도와 세찬 폭풍우에도 굴하지 않는 바닷가바위처럼 굳건하게 지켜나가리라 했던 사랑이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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