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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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이가 백화점 주차장으로 가자 선영 이와 무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돌이가 들어서자 두 여자는 황급히 차돌이 차로 다가온다.

재빨리 운전석에서 나와 문을 열어주는 제비를 보고 누구인가 의아해하지만 차에서 나오는 차돌 이를 보자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선영 이는 그런 미소를 머금은 체 차돌 이를 보고 눈을 흘긴다.

[늦었어, 이미 약속한 일인데 이럼 어떻게.....

지금 바로가도 이상 없겠지.]

선영이가 시계를 보며 조금 안달을 한다.

차돌 이는 그런 누나의 성격을 안다.

자기도 별반 다름없지만 누구랑 약속하면 반드시 그 시간을 분명히 지키려고 하는 성격임을........

자기가 조금 늦게 나타났으니 얼마나 그 성격에 안달이 났겠는가.

그러나 동생이기 이전에 제 남편이요, 주인인 차돌 이에게 어찌 화를 낼 수 있으리....화를 속으로 삭이고 빨리 가자고 조른다.

[그래, 누나 미안해.....어서가자.]

차돌 이는 누나에게 늦은 것을 사과하고 제비를 바라보며 명령한다.

[자네는 우리 뒤를 따르게.....]

[예,]

차돌이가 누나의 차로 가서 뒷좌석에 앉는다.

선영 이와 무랑 이는 어딘가 좋아 보이지 않는 차돌이의 모습에서 불안을 느끼고 재빠른 걸음으로 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이어 차가 움직이고 삽시간에 차는 백화점을 빠져나와 어디론 가로 달린다.

[신랑, 안 좋은 일 있어. 그리고 저기 기사 분은 누구야......]

선영 이는 동생의 마음이 울적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울적한 동생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자 하기 힘든 신랑이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 기분을 전환시키려 한다.

[응. 오늘부터 내차를 몰 기사야.]

차돌이가 근성으로 말한다.

뭔가 가슴속의 불안한 감정이 밖으로 표출되어 시무룩해 보인다.

그러자 이내 무랑이 큰소리로 외친다.

[안 돼....내가 할 거야.]

무랑이 울상이다.

자기를 차돌 이와 떼어놓으려고 한다고 느낀 모양이다.

금방이라도 밖의 날씨처럼 억수같이 눈물을 쏟을 기세이다.

차돌 이는 빙긋이 웃어준다.

[녀석, 걱정 마....한시도 널 떼어놓지 않으마.

내 옆이 아니면 누나 옆에서....그럼 되었지...후후후......]

차돌 이는 그런 무랑이가 귀여웠다.

그래서 부드러운 말로 절대 로 널 떼어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준다.

[휴우....그렇다면 몰라도, 난 얼마나 놀랐다고.....]

무랑이 안도의 한숨을 쉬자 선영이도 그런 무랑을 보고 뭐가 우스운지 깔깔거리며 웃는다.

[정말 무랑이가 나보다 내 신랑을 더 사랑하는 모양이지...호호호....]

무랑은 아무 말도 못하고 양 볼만 붉게 물들이고 애 궂은 손가락만 만지고 있다.

누가 무랑이의 마음을 짐작하리......

사실 무랑 이는 진즉부터 차돌 이를 죽도록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자기보다 예쁜 아가씨들이 즐비했다.

감히 나 같은 여자는 비교도 안될 만큼 예쁘고 똑똑한 여자들이 그에게 목매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조금치도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다.

괜히 그런 말을 꺼냈다가 나이도 어린 게 벌써부터 라며 핀잔을 듣는 게 뻔했고 속으로 참고 삭히고 있었다.

언젠가는 꼭 나의 마음을 보여주고 말리라, 그런 다짐 속에 하루하루를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앓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언니가 내 마음을 안다는 듯이 꼬집으며 약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 언니가 밉기보다는 그런 말을 함으로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여주었다는 게 기뻤다.

무랑인 부끄러웠다.

속마음을 들킨 어린 아가씨의 마음이니 오죽하랴......

[이집이야.]

잠시 후 차는 대궐 같은 집 앞에 도착하고 선영이가 차돌 이를 본다.

[우와...멋지네....

누나, 염려 마, 나도 곧 이보다 좋은 집을 지어 누나랑 살 테니.. 정말이야....]

차돌 이는 감탄했다.

너무나 으리으리하고 호화스런 집을 보자 언젠가 자기도 꼭 이런 집에 살고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누나에게 보여준다.

[그래, 고맙다. 꼭 그렇게 해 줘야 해....]

선영 이는 차돌이의 능력을 알고 있다.

외제차와 집, 그 정도는 모두 여자로 인해 받은 것일 테지만 실질적인 현재 재산도 알고 보면 엄청나다는 것을 그러나 선영이도 어릴 적 쪼들리던 생각이 났는지 그런 어마어마한 집에서 진정 살고 싶었다.

[1년만 기다려.

이보다 더 멋진 집을 지어 누나에게 선물할 테니....]

차돌 이는 다짐한다.

빨리 이보다 좋은 집을 지어 누나와 살고 말겠다고 집에 가면 곰을 독촉해서라도 빨리 땅을 구해 집부터 지어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한다.

[자, 그런데 무랑 이와 저 기사 분은 어떻게 할까,

시간이 조금 걸릴 텐데....]

선영 이는 남은 두 사람이 염려되는 모양이다.

짧은 시간도 아니고 어쩌면 길어질 수도 있는 시간이라 남은 두 사람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차돌이의 말은 간단명료했다.

[여기서 기다려. 네가 갈 곳이 아니라서.......알았지, 무랑,]

[치 이... 나도 가면 안 돼.....]

무랑이 떼를 쓴다.

물론 자기가 그곳에 갈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나 해서 떼를 써본 것이다.

그러자 차돌이가 불같이 화를 낸다.

[하, 무랑이 너... 갑자기 말이 많아지고 예사로 내말을 거역하려든다.....

정말 이러면 쫒아 버린다.]

[알았어, 오빠, 기다릴게.]

무랑이 기가 죽는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풀이 죽은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후후후.....]

차돌이가 내리자 제비가 다가와 명을 기다린다.

차돌 이는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대문 앞으로 간다.

선영이도 언제 손에 들었는지 커다란 바구니에 과일상자를 담은 선물을 들고 옆에 선다.

불과 수초사이에 내린 비로 둘은 옷이 흠 벅 젖어버린다.

그만큼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어느 집 대문 앞에 서 있다.

두 사람은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대문 앞� 서서 서로를 쳐다보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누나, 우리 꼴이 이래가지고 가도 되는 거야. 하하하.....]

잠깐 거리, 짧은 시간에 억수같은 비에 흠씬 젖어버리고 만 두 사람이다.

옷은 비에 젖어 몸에 달라붙고 머리는 엉망이 되어있으니 손님의 자세로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웃으며 누나에게 묻는 것이다.

[호호호....정말 그렇다, 얘...호호호....허지만 어쩌겠니...불과 수초사이에 이러니...

허나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그냥 들어가자.

정말 비가와도 너무 많이 온다...호호호,,,,,,]

선영 이는 불가항력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하긴 그 말이 맞다.

일부러 이렇게 온 것도 아니고 짧은 거리에 수초사이에 이렇게 젖어버렸고 지금도 바람에 의해 빗방울이 몸을 때리고 옷을 적시고 있지 않는가,

또한 내가 이런 차림으로 사람을 못 만날 이유도 없다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용기가 생긴다.

차돌 이는 그러자고 누나에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선영이가 급히 초인종을 누르고 뭐라 말을 하니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린다.

둘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대문을 지나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니 온갖 나무의 정원수들이 각기 모양을 내고 심어져있고 이름 모를 꽃들은 억수같은 비에 두들겨 맞아 허리를 굽힌 체 빌고 있는 모습으로 축 늘어져있다.

현관에 다다르니 안에서 부산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나온다.

제일먼저 나온 사람은 도 희였다.

[어머나, 이를 어째... 비를 홀딱 맞았잖아...어서 들어 와.....]

도 희는 선영이의 손에 들린 바구니를 빼앗아들고 다른 손으로 선영 이를 밀다시피 하며 현관 안으로 밀어 넣는다.

차돌이도 누나를 따라 현관 안으로 들어선다.

귀 밑 머리가 희끗하고 넉넉해 보이는 기주가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반기기 위해 현관 앞에 서 있다가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는 만면에 웃음을 띠운다.

[호오.....자네가....벌써 청년이 아닌가......

정말 멋지게 컸어.....어서 오시게 반갑네....]

기주가 손을 내밀어 물기에 젖 은 차돌이의 손을 잡으며 그 잡은 손을 흔들며 재회를 반긴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제 누나를 보살펴 주신 은혜 너무 감사드립니다.]

차돌이도 기주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반가움을 미소로 대신한다.

[무슨 말을....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모두 자네 누나가 탁월한 덕분이네.

덕택에 난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도리어 내가 감사해야지.

그런데 비 때문에 꼴이 엉망이구만,....일단 어서 들어오시게. 하하하.....]

기주는 도리어 차돌 이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자기도 그리고 누나도 모두 자기에게 도움을 주었으니 감사는 자기가 해야 옳다는 말로 차돌 이를 반긴다.

그리고 생쥐 같은 몰골로 들어온 두 사람을 보며 호탕한 웃음도 멈추지 않는다.

[예, 가까운 거리였는데 너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라 피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런 몰골로 뵙게 되어 너무 송구스럽습니다.]

차돌 이는 자기의 몰골을 스스로 살펴보며 미안함을 금치 못한다.

국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대 그룹의 회장인데 만나는 차림새가 하늘의 심술인지는 몰라도 비에 젖어 말이 아니었다.

이런 모습으로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게 결례임을 아는지라 정말 송구하고 미안했다.

[하하하....그게 어디 자네 죄인가,

이런 날씨도 생각안고 시간을 강요한 내가 잘못이지.

더군다나 미리 마중도 못했으니....내가 미안하이...하하하.....]

기주는 두 사람을 안심시킨다.

이런 일로 체면을 가리면 서로가 곤란한 자리가 됨을 알기에 서둘러 아무렇지도 않다며 두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려한다.

차돌이가 거실로 들어서자 일하는 아줌마가 수건을 갖다 준다.

차돌이가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닦는데 누나는 도 희의 손에 이끌려 어느 방으로 들어간다.

차돌이가 머리를 손질하고 젖 은 옷을 수건으로 대충 정리하고는 옆에서 멀뚱히 보고 있는 아줌마에게 수건을 주고 기주의 손에 잡혀 하나의 홀처럼 된 곳으로 들어간다,

식탁이 있었다.

테이블위엔 여러 가지 음식물이 모양 좋게 하여 테이블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기주는 차돌 이를 앉게 하고 자기도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차돌 이에게 묻는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왜 한 번도 연락도 없었으며 누나를 찾을 생각도

안했는가, 등 질문이 이어진다.]

차돌 이는 그 모든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일만 간추려 말씀드린다.

[지나간 모든 일을 어찌 짧은 시간에 모두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으며 지금 제약회사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차돌 이는 자기가 지금 계획하고 있는 구상을 털어놓는다.

어차피 사업을 하게 되면 알 일이니 숨기면 뭘 하나 해서였다.

[뭐라, 제약회사....흠......

그래, 자네가 그런 걸 하겠다면 뭔가 구상이 서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기주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차돌 이를 쳐다본다.

[예, 제 나름대로 연구하고 실험한 것에 결과를 보았습니다.

조금 엉뚱한 제품이 되었지만...그래서 이일은 나 혼자로는 힘 든다는 것을 깨달았고

전문가와 같이 연구해서 내가 원하는 제품을 꼭 만들어 보고 싶어서입니다.]

차돌 이는 숨기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신설회사를 설립하면 신제품을 개발하여도 숨기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차돌 이는 뭔가 자신이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 배우고 깨달은 지식을 총동원하여 지하실에서 연구한 것을 제품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욕망으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가.

그리하여 만든 제품이 다른 제약회사에는 절대로 만들지 못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만들은 제품이 너무나 엉뚱했고 어쩌면 이것을 토대로 우수한 인재들과 머리를 맞대고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분명 훌륭한 제품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했고 그걸 실현해보고 싶었다.

그는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며 인재를 구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이 자기보다 몇 수 위인 기주에게 고언이나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숨기지 않고 밝히며 기주의 행동을 살핀다.

[무슨 제품이기에...그리고 엉뚱한 것이라...내게 조금만 알려주면 안 되겠나..]

기주는 궁금증이 이는 모양이다.

[예, 그러시다면.....사실 나이 들어 고생하시는 이세상의 많은 노인들을 보고 그분들의 삶을 보다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면서 일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기위하여 노인의 기를

되살려 조금이라도 젊은 날의 사람처럼 활기를 갖게 하기 위해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그런 제품입니다.

그런데 혼자서 연구하다보니 이상한 제품이 만들어 지더군요.

너무나 강렬한 순환으로 그만 말초신경을 자극하게 되었는지 엄청난 흥분제가

만들어져서....이걸 순화시키는 연구를 하면 분명 좋은 약이 개발되리라 여기고 한번

시도해 보고자 하는 겁니다.]

차돌 이는 자기 혼자서 이룩한 모든 성과를 숨기지 않고 말씀드린다.

진정 비밀로 해야 할 사항임에도 하나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다.

내가 이렇게 밝힌 이유를 대그룹의 회장이 모를 리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호오....그런 약이..

그럼 만들어진 그 약은 다른 휴우 증은 없고,,,,,]

기주는 흥분제라는 말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가 한가지다.

특히 사내라면 정력에 관한 일이면 만사를 제쳐놓기가 일수 아닌가.

기주역시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어느 듯 나이가 몇인가,

마누라에게 가본지가 까마득했다.

어쩌다 젊고 예쁜 아가씨에게 혹해 비밀리에 정사를 가지지만 그게 어디 자신의 힘으로 한 것인가.

약의 힘을 빌 어 겨우겨우 행위를 치루지 않았는가.

그런데 차돌이가 그런 약을 개발했다니 내색은 안하지만 눈이 번쩍 뜨였다.

[다행히 동물에게도 제 자신에게도 써보았지만 전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강력하여 견디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전 이 제품은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제 목적과는 틀려서입니다..]

차돌 이는 그걸 감지하지 못하고 누나를 보살펴준 기주인지라 지금까지 얻은 성과를 다시금 솔직하게 말해준다.

차돌 이는 부작용 같은 것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그런 약은 사회에 통용될 물건이 아니라 개발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흐흠......그래....그렇다면....공장은 구했으며. 자금은....]

기주는 한참을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다시 다른 문제를 묻는다.

[공장도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며 자금은 힘들지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갑자기 다른 곳에 돈이 들 일이 있어, 아마 공장계획은 땅만 구입하고 중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이라면...]

기주는 젊은 차돌이가 또 다른 계획이 있자 궁금해진다.

[예, 누나와 내가 살 집을 구하려고 합니다.

전 누나에게 최고로 넓고 멋진 집을 지어 살게 하고 싶으니까요.]

정말이었다.

지금 집도 근사하지만 누나에겐 그보다 더한 궁궐 같은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회사를 설립하는 건 지체해도 되지만 누나에게 호화스런 집을 지어주어 편안하게 해주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회사를 설립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누나랑 같이 있을 집이 소중했고 누나에게 진정 그런 집을 지어 살게 해주는 게 소망이었다.

[그래...그렇다면 잘되었네.....

내가 나중에 은퇴하면 살 요량으로 땅을 사논 것이 있으니 자네에게 양도하겠네...

북한산 자락인데 너무나 멋진 곳이야.

자네도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것이야.....하하하....]

기주는 선뜻 자기가 마련한 땅이 있음을 알리고 양도할 뜻을 밝힌다.

마치 차돌이가 그러할 줄로 알고 있은 듯이 곧바로 자기 땅을 주겠다고 한다.

[아닙니다, 그렇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리고 은퇴하시면 계실 곳을 내가...도무지 말도 안 됩니다.]

차돌 이는 사양한다.

기주가 한마디로 선뜻 땅을 주겠다는 의도도 이상했지만 냉큼 그 땅을 주십시오, 하고 받기도 무엇했다.

또한 그 땅은 기주가 늙어서 살 곳인데 그걸 얻는다는 게 부담스럽고 민망해서였다.

그러나 기주는 간청하다시피 차돌 이에게 땅을 주고 싶어 한다.

문득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무슨 이유에서..... 옛날의 그일 때문인가.

아님 다른 꿍꿍이속이 있어 내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인가.

도무지 기주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알다 가도 모를 일에 차돌 이는 고개를 저으며 호의를 사절한다.

[무슨 소린가, 내가 내일 당장 양도할 테니 그렇게 해...

난 자네에게 갚을 빚이 많은 사람이야...하하하....

그렇게 해주게....그리고 나중에 내 청이나 하나 들어주게.....하하하....]

기주는 마치 맡아둔 물건을 주인에게 주듯이 망설임 없이 양도한다.

그 땅을 주는 게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빚을 갚는 것이니 조건 없이 받아도 되는 것이고 나중에 자기의 부탁이나 하나 들어달라며 크게 웃는다.

[그러시다면 사양 않겠습니다.

난 그 일이 지금 제일 다급하고 중요한 일이라 염치없이 받겠습니다.

그러나 계산은 분명히 하셔야합니다.]

차돌이도 더는 사양하지 않는다.

기주가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기에게는 지금 확실히 이사할 땅이 필요했고 나머지일은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설마 기주가 자기를 나쁘게 만들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는 사양 않고 조건을 수락하겠다는 표현과 함께 호의를 받아드린 것이다.

사실 차돌 이는 지금 살고 있는 그 집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 때문이다.

덕만 이와 불편한 관계를 그 집에 있으면 계속 유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렸고 그 모든 것을 잊기 위해서라도 그 집에서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론 하루라도 빨리 누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였다

이 기회에 정말 호화롭고 멋진 집을 지어 누나랑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러세....역시 자네야. 조금도 지지 않으려하니....어쩜 누나나 똑 같을까...하하하...

그리고 공장도 내가 알아봐주겠네,

그리고 자네의 공장에 우리 회사에서 투자를 하면 안 되겠나.

그럼 자네가 우려하는 모든 문제는 모두 풀리는 것이 되고 나도 비전 있는 회사에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고...하하하............

사실 난 옛날에 자네를 보고 뭔가 사고를 쳐도 크게 칠 사람으로 짐작했어.

지금 다시 보니 역시야....

나도 자네사업에 동참하게 해줘야겠어...하하하.....]

기주는 호탕하게 웃는다.

역시 오누이는 하나같이 고집이 있고 확실했다.

어릴 적 당돌한 아이를 보고도 느꼈지만 작기의 예감이 맞아 떨어지자 너무 기뻤다.

이런 아이가 하는 사업일하면 적극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도와준다면 절대 받을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합작하자는 말로 그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또 그렇게 함으로 선영 이와 나쁜 관계도 무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겼고 또 다른 이유는 그때 주기로 한 돈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기분 좋게 내어놓고 싶었다.

[그렇지만 회장님, 나와 같이 사업을 하여 흑자를 봐도 이문은 주지 않을 텐데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차돌 이는 사양하고 싶었다.

허나 이왕 도움을 받으려면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의 사업에 동참하면 이문 없는 사업에 투자함을 인식시킨다.

[아니....흑자라면서 이문을 주지 않겠다니.....이런 욕심쟁이를 보았나,,하하하...

역시 대단해......암 사내라면 욕심이 많아야지.

좋아. 말아먹든 삶아먹던 자네 맘대로 하게...으하하하.......]

기주는 어이가 없었다.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이문을 얻기 위함인데 사업이 성공하고 흑자를 보아도 이문을 주지 않겠다는 차돌이의 말이 자기를 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밝게 바꾸고 대갈일성을 터뜨리며 웃는다.

마음에 든다는 행동이었다.

[전 그 사업이 성공하면 모든 이문은 우리나라에서 재능이 있어도 아깝게 썩어가는

새싹들에게 영양분을 주는데 사용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회장님뿐 아니라 저도 개인적으로 이문을 챙기지는 않을 겁니다.]

차돌이도 웃는다.

기주의 호기가 마음에 들었고 그리고 자기 또한 이문으로 배를 채울 생각이 전혀 없으며 사회에 모두 환원하는 방식으로 뭔가 보람 있는 일에 쓸 생각임도 밝힌다.

[썩어가는 새싹에게 영양분이라..그게 무슨 뜻이지.]

기주는 차돌이가 말하는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차돌 이는 다시 기주에게 자기의 희망과 꿈을 밝혀준다.

[회장님이 현재 그룹에서 추구하고 있는 인제양성입니다.

머리 좋은 인재들이 돈 없어 공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런 인재들을 위해 보답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숨어서 도움을 주는데 쓰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게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이 나라에서 사업하는 모두에게 이문이 가는 일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차돌 이는 자기의 계획을 밝히며 쑥스러워한다.

[하하하.......역시......좋아...좋아...멋져...역시 자네야.

동의하네..그 사업에 나도 확실히 동참시켜주게....멋져 정말...하하하.....]

기주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차돌 이를 칭찬한다.

기주가 웃고 있을 때 향수냄새를 풍기며 도 희와 누나가 들어온다.

선영 이는 도 희가 입었을 법한 옷을 입고 나왔다.

그 옷이 너무 화려하고 예뻐 기주와 차돌 이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를 보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다.

그러한 두 사람의 모습을 깨는 건 도 희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기에 그렇게 웃고 그러세요.]

[아.....이 사람의 사업이야기.....자자....두 분 천사님 자리에 앉으시고....

아줌마...가서 애들도 오라 하세요.

이 사람에게 우리 애를 소개시키고 식사도 같이하게....하하하.....]

기주는 두 여자를 앉게 하고 아줌마더러 애들을 불러오라 시킨다.

잠시 후 젊고 예쁜 아가씨와 세련된 여자한분이 내려와 기주에게 머리를 숙이더니 자리에 앉는다.

[내 딸일세.

저 애가 큰아이일세....시집 간지 1년도 되기 전에 미국에서 남편을 잃고 지금 혼자지...

그리고 저놈은 우리 집 골치 덩이 막내야.

지금 그룹산하에 일하고 있네만 어서 시집이나 갔으면 좋겠어.

둘째는 시집갔으니 여기 없고....하하하....

자...인사들 하시게나.

손 실장은 우리 아이들을 아니 그만두고......]

기주는 자기 딸들을 차돌 이에게 소개시킨다.

[아빤 항상 나만 구박이야...내가 뭘 잘못한다고 치 이....

이봐요,,,,,,전 희경이라 해요.]

막내가 입을 삐쭉거리며 기주에게 항변하더니 차돌 이를 볼 때는 환하게 웃는다.

생기발랄하고 명랑한 아가씨였다.

만면에 하나도 구김살이 없이 정말 귀엽게 자랐음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전 수경입니다.]

큰딸도 일어나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정숙하고 멋진 아주머니였다.

아직도 처녀 같은 몸매를 유지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범접치 못할 위풍도 갖추고 있었다.

차돌이도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리며 정중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손 차돌이라 합니다.]

차돌 이는 성명 삼자만 밝히고 자리에 앉는다.

그러자 두 딸들은 차돌이의 인사가 이상한지 한참을 쳐다본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남자들은 자기들과 인사를 나눌 때면 이름을 밝히고 난 뒤에든가 앞에 잘 부탁한다니 처음이니 하면서 덧말을 붙이고 하는데 차돌 이는 이름만 밝히고는 자기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빠를 쳐다보며 당당하게 머리도 조아리지 않고 동등한 자세로 행동하니 어안도 없었지만 그 호기에 마음속의 잔잔한 바다에 엄청난 물결이 일어 자꾸 차돌 이를 응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술이 오가고 대화가 이어진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음식상을 먹고 마시며 여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잘도 재잘거리며 각각의 음색으로 가지각색의 말이 쏟아진다.

자식들 공부시켜 성취시키고 남은여생을 어찌해서 편안하게 지내볼까라는 생각.

성실한 남편을 만나 이제까지 아무 걱정 없이 잘 살았다는 말...

또는 여자의 운명은 남자에게 있다며 저마다의 생각을 유감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소리는 거의 여자들의 말이 대부분이었고 간간이 기주의 한마디소리, 한 번씩 내 뱉는 차돌이의 대담하고 당돌한 모두를 안중에 없는 듯 당당하기만 한 말.

차돌이의 언행은 같이 자리하고 있는 두 딸은 놀라 기절하게 함에도 남았다.

아빠를 저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지금 눈앞에 나이도 서른이 안 된 젊고 비에 젖어 꼬락서니도 변변치 못 한 남자가 기도 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고 있으니 처음 본 광경에 얼마나 놀라겠는가.

도 희는 연신 차돌 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대로 멋있다는 표정이 눈에 표정에 어려 있다.

양주잔이 차돌 이에게 집중되다시피 한다.

기주는 차돌이의 잔에 술을 부어주면서 이런 분위기를 처음 집에서 맛봤다.

그래.....재력가고 실업자면 어떠하리. 모두가 같이 늙어가고 죽어가는 판에 이런 자리에서까지 내가 어른이고 남편이며 부모면 무엇 하나.

내가 지금 그런 냄새를 풍기면 더 이상 이 자리를 계속할 수도 없을 것이고 멸시 당할 것도 같았다.

언제 이런 분위기가 집안에 있었는가.

이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고 행복함인데...일에 시달리고 항상 무엇에 매달려 마음대로 움 신을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그래, 이 모습이야.

진정 이런 광경이 내가 원하던 진정한 가족의 모습인데...

잠깐이나마 이런 분위기가 있게 해준 차돌이가 고마워진다.

.

......................................

음식과 술이 파하고 차돌 이는 거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비는 줄기를 더해가며 내리고 있다.

굵어지는 빗줄기가 지붕을 두드리고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 땅을 때리는 소리가 더욱 커져간다.

정원에 심겨져있는 노송가지가 요동을 하고 화단의 꽃가지들이 빗줄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자그마한 연못 수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수륜을 그리며 퍼져가는 속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창 뜰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튀어 내 얼굴에 부딪히는 듯 느껴진다.

짜릿한 차가움이 마치 봄의 훈기처럼 가슴을 적신다.

굽이 많은 세파에 한없이 부대끼며 허우적거리며 살아온 허허로운 몰골에도 그런 감상이 깃들 줄이야.....

깡마른 도심, 메마른 세정. 인정은 고갈되고 인간이 상실되어가는 이런 삭막한 세상에 그래도 어김없이 철따라 오는 이놈의 비는 내리고 있다.

이놈의 비처럼 메마른 사람들의 심성에도 후줄근히 적셔 인간 세상이 지금 나의 기분처럼 훈훈한 인정으로 단장되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후후후...우스워진다.

시간이 많이 흘렀나보다.

주위는 더욱 캄캄해진다.

문득 오늘 내 허허로운 심정에 이놈의 비가 스며들듯이 젊음을 불사르는 뜨거운 열정으로 마음껏 거리를 쏘다니고 싶어진다.

기주가 슬며시 옆으로 다가오더니 차돌 이와 어깨를 같이하고 선다.

그리고 슬며시 묻는다.

[이보게....자네의 소망이 뭔가.]

[예, 회장님...사실 예전엔 누나를 평생 호의호식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지금은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차돌 이는 갑자기 옆에서 기주가 말을 걸어오자 순간 당황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자기가 품었던 마음을 밝혀준다.

[그게 뭔가....]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누나는 내게 그러더군요.

이 세상에 일가친지 없이 단둘뿐인 세상이 싫었나 봅니다.

제게 자식을 적어도 50명은 보아야한다고 말하더군요.

후후..그래서 약속해 버렸답니다.

누나에게 거짓이 되더라도 누나의 명을 거절할 수도 없었고....]

차돌 이는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소망을 지껄여 놓는다.

그렇게 하려면 여자를 적어도 수십 명은 두어야하는데 누나가 그걸 바란다고 하는 이야기다.

선영이의 내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지금 차돌이가 자기 옆의 여자를 버리지도 못하고 또한 여자들도 차돌이 곁에 영원히 있고 싶어 하는 말을 듣고 차돌 이를 편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러하는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런 누나의 배려가 너무나 기분이 좋아 지나가는 말로 그러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누나는 진정으로 받아들였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절대 자기와 잠자리를 할 생각을 말라며 엄포를 놓는 것이다.

그건 그에게 죽기보다 어려운 일이였다.

그는 농담으로 들었던 말이 누나의 표정에서 진심임을 알았고 뱉은 말을 주워 넣을 수도 없고 해서 그러겠다고 그만 약속을 한 것이다..

차돌 이는 실로 현실성이 없는 소원을 기주에게 말하며 민망해 한다. 

기주가 호탕하게 웃는다.

얼굴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러나 웃고 난 기주의 표정에는 자기의 소망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빛이 역력했다.

[하하하....자네 남매는 독특한 취향의 소원을 가지고 있네그려.

그렇다면 내가 조금 도와주지. 아니 부탁이라고 해야겠지.

저기 우리 큰애에게 자네 자식을 낳게 해서 엄마 성으로 주지 않겠나.

난 아들이 없어 나를 마지막으로 대가 끊긴다는 게 억울해서 말이야..허허허.....]

밑도 끝도 없는 기주의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농담 삼아 들릴 그 말엔 진심이 묻어있었다.

[아니....그게 무슨 말씀인지.....]

차돌 이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지고 만다.

대 그룹의 회장 딸이 한번 이혼으로 아무 남자와 살게 하진 않는다.

따져도 엄청 따지는 게 우리 사회의 통념인데 마치 돈 받고 몸 파는 여자를 소개하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말 그대로일세... 자네가 내 큰애를 안아줬으면 하네....

저앤 내성적이라 말은 안하지만 어쩌면 날 충분히 이해할걸세...

난 저애의 몸에서 난놈을 후계자로 삼고 싶어,

그것이 자네 같은 남자라면 더욱 욕심이 생기니...하하하....]

기주는 차돌 이를 빤히 보며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이.......이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회장님 농담도 지나칩니다.]

차돌 이는 어이가 없어 이젠 말까지 더듬거린다.

[아니네, 난 사고방식을 바꾸기로 했네.

두 아이를 정략적으로 시집보낸 것이 무척 마음에 걸렸어.

여자의 행복이란 돈도 명예도 아닌 자기를 사랑해줄 수 있는 남자가 제일인데....

난 그러지 못했네.

지금이라면 딸애들이 거지랑 살겠다고 해도 들어줄 참이네.

난 이렇게 생각이 들었네.

여자의 사랑이 어디 정신만으로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건가.

난 다르게 보네.

여자란 정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성적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정신적인 노예는 없어도 성적으로 노예가 되어 일평생 남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를 종종 봐왔어.

그런 여자가 정말 바보일까.

난 아니라고 보네.

여자에겐 그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일거야.

아무도 채워주지 못하는 성적인 쾌락이야말로 여자를 지배하는 으뜸이기 때문이라고

보네.

난 자네가 그러하리라 느껴지네.

자네의 몸에서 풍기는 야수와 같은 냄새에 세상의 여자들은 자네를 보고 쾌락을

알거나 느끼려하는 여자는 모두 덤벼들 것이라고....

그래서 딸애에게 진정한 쾌락도 가지게 해주는 남자를 얻게 해주려는 것일세.

내 생각이 도덕적으로 비뚤어져 보여도 내 마음은 진실이라네....]

기주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을 들먹여 차돌 이를 납득하려든다.

그리고 여자가 혼자 늙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임도 말해준다.

여자란 사내가 주는 기쁨이 이 세상에 제일인데 자기 큰애가 젊은 나이에 혼자되고 또한 자기의 집안이 이러하니 아무나 덤비지도 않고 어쩌다 욕심내는 놈은 자기의 배경이나 재력을 탐하는 놈들뿐이다 보니 진실로 사내다운 호기를 가진 남자에게 딸을 안겨주고 그 딸에게서 나온 자식을 자기 성으로 입적시켜 후계자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

차돌 이는 표정의 변화도 없이 창밖만 보며 말을 않는다.

차돌이의 속내가 어떠한지 모르는 기주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자네가 싫으면 거절해도 되네.

하지만 자네가 지을 집터에 우리 큰애집도 한 채 지어주게.

그곳은 상당히 넓어 수십 채를 지어도 남아도니 문제는 없을 것이고....

그렇게라도 해서 자네근방에 있다 보면 뭔가 되지 않을까 해서이네..하하하...]

기주는 아예 수경 이를 이참에 차돌 이에게 떠넘기고 싶은 모양이다.

차돌 이는 기주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게 기주의 말이 맞는다 치더라도 너무나 성급한 결정이고 빠른 행동 이였기에 뭐가 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무얼 바라는 게 있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어 나에게 환심이나 아니면 딸을 이용하여 나를 구속이라도 할 셈인가....

모든 것이 기주 마음대로 되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처음 어른이 되어 만나 다짜고짜 딸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자식을 남겨달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장님, 왜 하필 나입니까.

회장님 말씀대로 되어도 내겐 숨어있는 여자로 밖에 될 수 없을 텐데..]

차돌 이는 기주의 딸을 안아주겠다는 것도 안 된다는 것도 아닌 왜 자기냐고 물어본다.

들어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아까도 말했잖아.

자넨 야수를 닮았다고..........

자네는 확실하게 여자를 지배하며 살 것 같고 그런 자가 여자에게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

자넨 그럴 능력이 있다고 난 감히 장담하네.

그리고 숨어 있던지 밖으로 나오든지 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야.

여자가 숨어있는 여자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러할 것이고 그게 싫으면 자네 곁에서

물러나지 않겠는가.]

기주는 분명했다.

여자는 무엇보다 남자에게서 느끼는 행복이 최고임을........

스스로 똑똑한 것보다 남자에게 순종하고 그리고 야수 같은 남자에게 얻는 만족은 생애

최고일 것이라 믿는다며 그런 걸 딸이 느끼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실로 딸 앞에서는 할 수없는 이야기이기에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이미 한번 시집간 여자이고 이젠 그러한 남자를 만나 살기 바란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회장님 말이 설령 맞다 고 해도 왜 내가 젊은 아이를 두고 유부녀를 택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차돌 이는 수경이가 유부녀인데 젊은 아가씨를 두고 쓸데없이 화근을 초래할 여자를 품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라도 기주의 생각을 돌리거나 접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주는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다.

[유부녀가 아니라 이혼녀야.

그리고 진정한 남자란 여자를 따지지 않는 법이야

자기가 좋고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노소를 가릴 필요가 어디 있으며 귀천을 따질

이유가 뭐있겠어.

모든 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남자란 백 처도 마다않는 용기도 있어야해...

난 누군가가 능력이 되어 실제로 우리 애들 다 가져도 상관 않을 참이네.

여자의 마음을 잡을 능력이 있다면 여자가 진정 그 남자를 위하겠다면 내가 말려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건데 피곤하게 얼굴 붉힐 이유가 무엇 있겠어.

차라리 인정하고 편한 사이로 지내는 게 좋다는 것이 내 지론일세....

그러나 여자도 사람이고 남자 못지않은 사고를 지니고 있어.

내생각과 일치하지 않다는 말이지.

자매가 한 남자를 사랑하는 게 쉽지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이 말이야.

만약 그런 일이 진정 내게 생긴다면 그리고 아이들이 진정 그를 따르겠다면 난 말릴

생각이 없네...하하하...]

기주는 자기 뜻과 주관을 말한다.

그리고 자기의 주관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않아 그런 일이 일어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말한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하는 모든 일반적인 행위는 교리나 관습에 따라서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공허한 현상에 불과하며 다만 정신의 경향이 있을 뿐이다.

이 영향으로 말미암아 어떤 행위를 하게 되며 그리하여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이런 정신적인 경향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존속하는 것이 상례이다.

과연 이러한 경향이 인간의 삶을 사는데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 있는가.

개개인의 성격이나 관념이 다르고 감정 또한 틀린다.

내가 부모라고 이것이 옳고 저것이 나쁘다고 결정지을 수는 없다.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 그에게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모자식 간에도 이해관계가 틀리지만 다만 남보다 의견을 따르고 존중해줄 뿐이다.

사람은 늙으면 뭔가가 느껴지고 관대해지는 법이다.

왜일까, 그만큼 여러 각각의 사람을 경험하고 모든 사물이나 행위를 보다 이해하기 때문이다.

기주는 이제 집안의 자존심도 그 무엇도 딸애의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다만 좋은 기회를 딸이 놓치지 않았으면 했고 혼자 사는 딸에게 진정한 남자를 안을 기회를 주고자 했다.

어찌 보면 이것 또한 기주의 욕심일수도 있지만 세상과 딸을 보는 마음이 후해지고 너그러워진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은 개인이 결정할일이고 자기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겠다는 말이다.

[그 지론이,,,,,,나중에 회장님을 후회 하시게 만들 겁니다.]

[하하하.....어려울 걸세.

만약 그런 일이 벌어져도 절대로 후회하거나 그 원흉이 자네라면 난 자네를 절대

욕하거나 원망하지 않겠네....]

기주는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누구보다 딸아이들의 자손 심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일은 그냥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재미로 엮어 낸 이야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후후후......]

차돌 이는 말없이 웃음만 흘리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은 않고 창밖으로 떨어지는 억수같은 비만 쳐다볼 뿐이다.

.

.........................................

.

[자....잠깐 이리 와서 앉지. 내가 전해줄 것이 있으니.....]

기주는 소파로 차돌 이를 불러 앉게 한다.

[자네 것일세.

언젠가 자네를 만나면 주리라 여기고 확실히 모아둔걸세.

이젠 자네가 관리하도록 하세.]

기주는 차돌이가 앉자 테이블위에 놓여있는 커다란 봉투를 내민다.

[이게 무엇입니까,]

차돌 이는 기주가 갑자기 봉투를 내밀자 의아해서 쳐다본다.

[주식이라네.

자네가 나에게 투자한 돈의 주식이라네.]

[투자한 주식이라니....난 그런 게 없는데...왜 내게 이걸 주십니까,]

차돌 이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갑자기 자기에게 웬 주식이 있고 그걸 내 것이라 하며 주는 줄 몰랐다.

[허허허....잊었나, 자넨 나에게 투자하지 않았나.

사실 그날 자네가 아니었다면 아마 난 큰 낭 폐를 보았을 것이네.

자네 덕에 모든 걸 원만히 처리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엄청난 이익을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어.

난 약속은 천금이라 여기고 지키는 사람이라네.....

받으시게...]

기주는 옛날 자기가 찾아준 것에 대한 보답을 잊지 않고 있었다.

500억이 넘는 금액이 자기 몫이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기주와 헤어질 때 그 돈을 기주에게 투자하는 식으로 하라며 사절하고 나왔는데 기주가 그 말을 잊지 않고 진정으로 자기에게 주기위해 투자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실로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차돌 이는 감격했다.

[아.................................................]

[자 받게.........난 이것 때문에 귀찮아 죽을 뻔했네. 하하하........]

기주가 농을 섞으며 다시 차돌이가 받을 것을 재촉한다.

차돌 이는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진정 너무나 감사한 처사에 감격했습니다.

오늘 이러한 일이 내게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않았는데.......

하늘이 나를 도와주나 봅니다.

이걸 냉큼 받았다고 세상 사람들이 날 욕할지 몰라도 전 염치없이 받겠습니다.

그리고 난 지금 이걸 모두 돈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차돌 이는 감격에 겨워 고마움을 표시하고 염치없이 받겠다고 선언한다.

아직도 그것을 잊지 않고 자기의 몫이라며 배려하고 챙겨주는 기주처럼 더없이 고마운 사람에게 덥석 받겠다고 말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지 몰라도 기주의 눈빛이 진정 받기를 원하고 있음을 읽었기에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식을 팔아 돈으로 바꾼다면 회사에 혹 불이익이 있지 않는가하고 묻는 것이다..

[자네 것이네. 얼마든지 마음대로 하게.]

기주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다만 웃으며 네 것이니 어떻게 처리해도 상관 않겠다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주식 거래는 문외한입니다.

회장님이 이 주식을 돈으로 바꿔주실 수는 없는지...

회장님의 말씀대로라면 이건 상당한 금액임이 분명한데 전 지금 무엇보다 돈이

필요한지라. 물론 회장님의 땅값과 공장을 구입할 돈은 빼고 말입니다.]

[하하하....자네가 그러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모든 것은 손 실장 편으로 자네에게 전달하도록 하지...그럼 되었는가,]

기주는 웃으면서 차돌이의 요구를 무조건 승낙해 버린다.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기주는 그것이 차돌이의 것이라 예전에 결정하고 언젠가 주기로 한 것을 주었고 차돌이가 처분을 자기에게 맡기자 그게 편하고 자기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조건이니 두 말 않고 받아 드린 것이다.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내일이라도 사람을 시켜 땅을 보여주었으면 하는데.....]

차돌 이는 자기의 꿈이 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게 마냥 기분 좋았다.

그래서 체면 불구하고 조급한 마음을 그대로 보이고 만다.

[그러하겠네, 내일 상무에게 일러놓겠네, 그러니 사람을 보내도록 하게나....

나도 내 딸이 살 곳이니 망설이지 않겠네. 허허허....]

기주도 기분 좋게 승낙한다.

차돌 이는 계속된 행운이 마치 꿈만 같아진다.

기주를 바라보며 감사의 표정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 보인다.

날아갈듯 한 저녁만찬의 시간은 멈추지를 않았고 모두는 이별을 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모든 사람과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또다시 빗길을 걸으며 집밖에 세워둔 차에 오르고서야 긴장했던 마음을 푼다.

[왜 여기 탔어.]

선영 이는 차돌이가 자기 차에 타지 고 재차에 타는 것이 이상해 묻는다.

[응....누나랑 있고 싶어서....]

차돌 이는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선영이도 그런 동생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다.

[뭐....호호호...이럴 땐 어릴 때랑 하나도 변한 게 없어....호호호...그래 그러자.]

차가 달린다.

차돌 이는 누나의 손을 잡고 싱글 벙 글이다,

선영 이는 그런 차돌이가 마냥 좋은지 차돌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살며시 눈을 감는다.

선영 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땅위에서 살고 있다.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삶이 있고 살아가는 길이 있다.

그 삶과 길이 오래갈 수는 없지 않는가,

모두는 언젠가 빠르고 늦는 차이지만 사라져야 할 운명인 것이다.

살아 있을 동안의 행, 불행을 겉으로 아니면 짐작으로 말할 순 없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이 점칠 일이다.

내 인생이 어둡고 절망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현재의 도덕관념으로 나를 보아서일 테고 내가 행복하다 여기는 사람은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할 사랑이 아니냐며 할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다.

난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음이니 조금도 후회하거나 절망하지 않으리다.

영원히 그늘 속에서 필 운명이지만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고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추호도 주저치 않으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리고 마음껏 사랑하리라고...

죽음이 나를 갈라놓지 않는 이상 굴욕과 멸시를 당해도 내 마음을 굽히지 않으리라고....

사랑하는 님 의 품에서 죽고 싶을 뿐이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어진다.

.

.

.

[안 돼. 집으로 가.

오늘은 혼자 있고 싶고 나 자신도 정리하고 싶은 게 있어.

내가 자꾸 떼를 부리면 난 너무 힘들어져.

누난 욕 듣고 싶지 않아.

모두가 널 사랑하고 있어.

넌 그들을 골고루 안아줄 필요도 있고 그래야 누나가 나중에 편해 줘.

그러니 오늘은 집으로가...가서 기다리고 있는 식구들에게 사랑해 줘.]

선영이가 떼를 쓰며 자기랑 오늘도 같이 자겠다는 차돌 이를 무섭게 다구치고 있다.

그녀도 생각이 있었다.

해서는 안 될 엄청난 근친을 저지르고 있는 자기가 그의 여자로 있으려면 현재 동생의 곁에 있는 여자에게도 관대해야 했다.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모르지 않는가, 앙심을 품고 차돌 이와 자기가 피가 같은 오누이지간인데 부부의 연을 맺고 살고 있다고 까발리기라도 하면..아찔했다.

그러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질게 뻔했다.

자기도 자기지만 사랑하는 동생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그녀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기로 했다.

동생의 여자에게도 똑같이 시간을 주어야 나중에 편해진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지금 선영이의 고민은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고민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로서는 그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누나......누나....같이 있자..]

차돌 이는 울상을 지으며 다시 누나에게 매달린다.

역시 돌아오는 건 매몰찬 거절이다

[그래도..............]

선영이가 화를 낸다.

차돌 이는 더 이상 떼를 쓸 수 없었다.

[피이......같이 있어주면 어때서.........그럼, 내일은 누나랑 있는 거다.

참, 누나.....내일 시간나면 지은이 누나 한번 찾아봐.

지금 어찌하고 사는지 궁금해...우릴 엄청 도와줬는데..]

차돌 이는 힘없이 돌아서다가 급히 몸을 돌리며 누나에게 사람 찾는 일을 부탁한다.

아까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깜박 잊어버리고 있다가 방금 생각이 떠올랐으며 다행히 누나가 내일 할 일이 없는듯해서 부탁하는 것이다.

[어머머...이 아이가.......

갑자기 지은이는 ... 아는 여자는 모두 다 건드리려고 하네. 호호호...

허긴 나도 많이 궁금하다. 알았어...

그 일은 내가 알아볼 테니 넌 어서 집으로 가...........]

선영이도 그럴 마음이 있었지만 가슴에 온통 차돌이만 묻고 있어 그럴 마음을 먹지 못하고 있다가 차돌이가 들먹이자 그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밉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네가 또 다른 여자가 생각나서 그러는 것이냐며 동생을 놀리는 것이다.

[아냐 누나, 누나는 괜히....그럼 갈게, 무랑아 뒷 차로 가자.]

차돌 이는 결단하면 행동도 빨랐다.

이왕 누나랑 같이 있을 수 없다면 빨리 포기하고 집으로 가려는 것이다.

급히 누나 차에서 나와 빗속을 달리며 자기 차에 탄다.

이어 무랑이도 들어오고 차는 빌라를 벗어난다.

선영 이는 차돌이가 사라지자 차에서 내리더니 빌라 현관으로 치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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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캄캄하고 아직도 거센 빗줄기는 조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안엔 원 히 불이 밝혀져 대낮처럼 밝다.

그 방안의 넓은 침대위엔 벌거벗은 차돌이가 누워있고 몸을 옆으로 하고 한손으로 털 속에 숨은 젖꼭지를 찾아내 간 지르고 있는 윤지가 있었다.

[오빠, 사랑해.....

정말이야, 오빠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난 오빠만 영원히 사랑할거야...]

윤지는 작은 소리로 차돌 이에게 한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다.

[그래, 석이엄마. 미안해.

당신이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줘버렸기 때문에 널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야.

석이 엄마에게 너무 미안해.

그리고 모든 여자들에게도.]

차돌이도 그런 윤지에게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어 보이고 만다.

더는 이 여자들을 괴롭히며 살고 싶지 않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자기의 심정을 밝힌 것이다.

[어머... 오빠가 웬일이야. 오빠....오빠. 정말 오빠 맞아..........

흑......오빠 마음 알아.....그래도 이정도로 말해주리라곤 진정 꿈에도 생각 못했어.]

윤지는 서러움 인지 감격인지 까닭모를 눈물이 쏟아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던 말 이였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무심하게 받아줄 것이라 여겼는데 정말 부드럽고 사랑스런 목소리로 대해주니 꿈만 같았다.

정말 오랜 시간 인내하고 참았던 보람이었다.

그 얼마나 혼자 힘들었는가,

이제 그렇게 참고 참았던 인내라는 고독이 껍질을 벗는 것 같았다.

외롭고 적막한 시간을 참고 견뎌낸 보람이 온 것 같았다.

누군가가 그랬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고통을 감내하며 사는 말 못할 고독이 있다고....

이제 외로움이 끝나는 것 같았다.

윤지는 온몸에 퍼지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다.

마치 하늘을 가로지르는 철새들이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듯이 그는 마음속에 숨기며 살았던 고통이 환한 빛으로 변화되는 것 같았다.

비온 뒤의 땅이 굳는 것처럼 지금 그녀의 가슴엔 온통 감격의 물결로 일렁이고 있었다.

그래서 바보처럼 흐르는 눈물을 주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바보....아기 엄마가 되어서도....울다니.....허긴 내가 좀 무심하게 대했나,]

차돌 이는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미안함을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주었는데 그 말에 눈물을 흘리는 윤지를 보자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의 무엇이 이 여자들을 구속하게 했고 발목을 붙잡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였는지 몰라도 애초 사랑할 수 없는 여자를 내 욕심과 성욕의 재물로 삼았던 것이 너무나 죄스러워졌다.

무엇하나 뒤질게 없는 여자들을 내 옆에 두고도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해준 게 없었으니 그러고도 묵묵히 자기를 위해서 그 수치스런 고초를 받아가며 같이 있어준 게 더없이 고맙고 한편으론 가슴 저리게 미안해진다.

나의 작은 말 한마디에 감격하고 우는 여자인데 이렇게 순진하고 착한여자를 그렇게 모질게 대했고 나로 인해 부모의 버림마저 받아가면서도 언젠가 자기를 바라보며 따뜻한 사랑의 말 한마디를 받아내고자 견디며 살아온 여자인데 왜 내가 모질게 대했을까 왜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을까 후회가 막심해진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뿐 다른 여자들에 의해 누나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윤지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자, 내 위에 올라와....모처럼 둘뿐인데 멋지게 한번 해봐,]

차돌 이는 윤지를 감격시켜놓고는 그걸 무색하게 만드는 노골적인 언사로 윤지를 힘들게 만든다.

사실 조금은 멋쩍었다.

말이 나오다보니 속마음을 노출시킨 것인데 그 말이 윤지를 감격하게 만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참 바보처럼 굴었구나, 진즉 따스한 말 한마디정도는 해주었으면...

그는 괜한 말로 그녀를 울게 한 것이 도리어 쑥스러웠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이 민망하기도 해서 본래버릇을 나타내어 그녀의 눈물을 멈추게 하고 싶었고 저렇게 감동해있는 여자는 어떤 식으로 날 기쁘게 해주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얄미운 생각을 하며 그걸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치 이...오빠는 이렇게 사람을 울려놓고는....]

윤지는 차돌이가 금 새 백팔십도로 분위기를 바꾸자 심통이나 삐죽거린다.

그러자 차돌이의 눈이 커진다.

[어라...말 안 들을 거야.]

[알았어, 오빠가 원하는 대로 할게. 무엇이든.....]

윤지는 차돌이가 거짓 허세를 부린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될 순서인데 더 이상 망설여 차돌이의 기분을 흩트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기분을 맞춰주기로 한 것이다.

윤지는 차돌이의 위로 올라오며 차돌이의 입술에 작고 앵두 같은 입술로 막아버린다.

혀와 혀가 서로의 입안으로 쉴 새 없이 왕래한다.

그리고 윤지는 기나긴 키스를 끝내고 아래로 내려간다.

혀로 목덜미를 간질이는 가 했더니 어느 순간 부드러운 털로 무장된 가슴팍에 다다라있다.

젖가슴에도 부드러운 털이 간 지르고 있어 야릇한 기분이 들어온다.

혀는 털 밭을 누비며 아래로, 아래로 점점 내려오더니 한순간 딱 멈춰서고 만다.

털 밭에 굵은 힘줄을 나타내며 으르렁거리며 누워있는 커다란 호랑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괴력을 보이고 있는 그 놈을 보고 있으니 오금이 저려온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제 저놈과 싸워야한다.

그리해서 저놈을 온순하게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이미 호랑이 굴속에 들어온 몸이라 물러날 곳도 없다.

아니 나 스스로 저놈의 호랑이와 싸우고 싶어 들어온 것이 아닌가.

저놈을 내 품안에 넣기 위해 며칠 밤을 혼자서 모진 싸움까지 벌이며 이날을 기다려왔는데

무섭다고 두렵다고 물러날 수도 없다.

윤지는 호랑이의 대가리에 혀를 맞춰본다.

호랑이는 접촉을 감지해서인지 더욱 발광하며 무서운 기세로 팽창한다.

성큼 호랑이 대가리를 입으로 품는다.

입이 찢어질듯이 엄청난 압박이 입 전체로 퍼진다.

눈물이 나오고 구토가 나려하고 호흡마저 답답해진다.

그러나 이 고통에 물러나면 호랑이를 잠재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윤지는 혀와 입술을 교묘히 하여 호랑이의 대가리와 몸뚱이를 입속으로 안아 부드럽게 왕래하며 쓸어준다.

[으...으 헉....]

호랑이의 낮은 표 효 소리가 머리위에서 새어 나온다.

윤지는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쉬지 않는다.

삼단 같은 머리가 호랑이를 싸고 있는 산맥을 덮듯이 늘어지고 흐트러져 있지만 움직임은 점점 빨라진다.

[으... 당신 것도 줘...]

차돌이가 윤지의 허리를 손으로 치며 엉덩이를 올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윤지는 말없이 그의 명에 따라 엉덩이를 돌려 상체를 덮더니 가랑이를 벌려 중심부의 슾 지대와 털 밭을 차돌이의 눈앞에 활짝 펼쳐 공개한다.

차돌 이는 무섭게 윤지의 허리를 잡아 끌어당기더니 그 음한 슾 지대를 입술에 대고 혀로 깊은 동굴을 간 지르고 찔러댄다.

양쪽 볼 가득히 윤지의 부드럽고 긴 털이 간질이고 어느 샌가 손은 털 속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혀로 찢어지고 축축해진 계곡을 맨 위에서 제일 아래쪽까지 쉴 새 없이 왕래한다.

[아....아...오빠.... 난 더 이상 못 참겠어.

뭔가가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어. 오빠가 해.]

윤지가 기어이 상체를 들고 먼저 항복하고 만다.

양쪽 허벅지는 어느새 엄청난 힘이 들어가 그의 머리를 조이듯이 압박하고 깊은 동굴 속에서는 연신 냄새나는 애 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냐, 네가 해...오늘은 윤지가 하는걸 보고 싶어.]

차돌이도 윤지의 늪지대에서 입을 떼고 부드럽게 말한다.

입술 주위가 애 액으로 칠을 해 빛을 내고 있었다.

[에이...오빠가 해 줘.]

윤지가 몸을 돌려 상체를 바로 하여 풍만한 젖가슴으로 차돌이의 가슴을 압박하듯이 안기며 낮게 칭얼거린다.

[아냐, 오늘은 네가 넣어봐, 난 윤지가 하는걸 보고 싶다고 그랬어.]

차돌 이는 윤지가 주도하는 걸 원한다.

착한 윤지가 과연 얼마나 음탕해지는지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피 이.... 알았어, 그럼 흉보면 안 돼....]

윤지는 상체를 들고 일어난다.

그리고 두 무릎을 세워 가랑이를 벌리고 앉아 무시무시한 차돌이의 자지를 잡아 동굴로 인도한다.

차돌 이는 벼 개를 당겨 머리 뒤에 놓고 그 벼 개 위에 까락 지를 낀 손을 하고는 윤지가 하는 행동을 쳐다본다.

윤지는 차돌이가 지금 자기가 하는 행동 더구나 자기 속으로 넣으려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자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미 낯을 가리기에는 많은 세월과 경험이 있었으니 얄미운 미소만 보이고는 하는 행동을 계속한다.

[으....으...아파.....]

굵디굵은 자지가 한 치 한 치 윤지의 보지속살을 물고 침식해 들어간다.

어느 순간 자지는 윤지와 자기의 털 속에 숨은 채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윤지의 몸이 힘없이 차돌이의 가슴팍에 엎어진다.

[오빠, 너무 아파, 이젠 괜찮을 때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오빠를 받을 땐 아파....

나 조금만 쉬고 오빠를 기쁘게 해주면 안 돼....

아..아..오빠, 움직이지 마....]

윤지는 하소연한다.

아기까지 낳고 물론 예쁜이 라는 수술도 받았지만 작지도 않은 경험이 있었는데 아직도 아래가 뻐근하고 아픈 것이다.

그리고 조금 호흡을 가다듬고 하기위해 잠자코 있는데 차돌이의 자지가 보지 속에서 꿈틀거리자 놀라 급히 사정하는 것이다.

[바보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되니.

저놈이 네 속에 있어 좋다고 날뛰는데....

쉬지 말고 해봐. 어차피 길 들여야 할 것 아니야.

앞으로 이것보다 두 배는 키워서 하려하는데 벌써 이러면 실망인데...]

차돌 이는 죽을 맛이었다.

속히 윤지가 움직여주면 좋겠는데 행동은 아니 하자 답답해서 재촉한다.

[어머...뭐라고요....지금보다 두 배나 더 크게 한다고....

에이...오빠는 농담도..아.......그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건가요...아...]

윤지는 차돌 이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면서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인다.

그리고는 차돌이의 말이 얼토당토 안 되는 소리라고 웃으며 핀잔하고 또 속으로 전달되는 아픔과 함께 알 수없는 야릇한 기분에 몸을 떨기도 한다.

[치 걱...치 걱....퍽...퍽....]

물기에 뭔가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 살과 살이 부딪치며 울리는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차돌이가 가쁜 호흡을 질러가며 윤지에게 속삭인다.

[아...윤지야. 너무 좋아........그리고 내일 학교가지......]

차돌 이는 윤지의 움직임에 뭔가 치솟아 오르는 열기를 감당하지 못한다.

윤지의 엉덩이 움직임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으면서 자지를 조여 주며 마찰하고 있으니 진정 기분이 좋았다.

[아...........그래요, 오빠...학교는 왜...]

윤지는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중에 그가 엉뚱한 말을 하자 의아한 듯 움직임을 멈추고 쳐다본다.

섹스 중에 나눌 대화가 아니었기에 궁금한 것이다.

[아. 괜히..........석이 엄마, 빨리 움직여봐, 빨리 해야 네가 수월할 것 아냐.

아까 넣을 때처럼 자세를 해서 최대한 빨리 움직여...어서...아....]

그랬다.

차돌 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윤지가 내일 일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빨리 만족하고 자려했다.

차돌 이는 윤지의 움직임을 느끼며 그녀의 얼굴 위에 누나의 얼굴을 떠올린다.

갑자기 몸속의 피가 두 배는 빨리 도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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