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윤지
그는 지금 학교교정 나무그늘아래 나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가 책을 덮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더니 그 자세로 눈을 감는다,
한동안 그렇게 하고 있던 윤지의 눈에서 맑은 이슬이 흘러나온다.
윤지는 지금 엄마를 생각하고 있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위고 어머니 혼자 막일을 해가며 자기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신 고집 센 분이셨는데 내가 그런 당신에게 너무나 불효를 저지르고 산 셈이니 그런 당신을 생각하노라니 슬퍼지는 것이다.
지금쯤 무얼 하실까,
전처럼 식당 허드렛일을 하고 계실까 아님 모든 것을 접고 그냥 죽으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고 울고만 계시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내가 그 사람을 만나 수치스런 봉변을 당하면서도 못 잊어 했을까....
그 사람을 보고 있을 땐 몰랐는데 그이가 중국에 또는 지금 보지 않고 있으면 죽도록 보고 싶어지는 것은 왜일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모두 그이의 여자들은 한 결 같이 내 마음 같을까...
그이에게서 무슨 마력이라도 있는 걸까.....
갑자기 더욱 그이가 보고 싶어진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어제는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여자들은 모두가 일단 집으로의 귀가가 우선이었지만 자기는 지금 차돌 이와 같은 집에서 생활하니 더더욱 걱정이 된다.
아침에도 그렇다.
석이만 보고는 그냥 나가버린다.
다정한 말이나 미소는 주지 않더라도 그냥 가는 법은 없었는데 그이가 그냥 나가버린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번 일요일에 모두 다 모이라고 하지 않는가.
필시 우리가 감당 못 할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설마 석이까지 있는 나를 멀리 쫒아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길이 없다.
석이가 생각나자 윤지는 브래지어가 터질듯 부풀어 오른 젖가슴을 살며시 감싸 안아본다.
브래지어 속엔 젖 물이 배여 나와 축축하기만 한데 지금 이 젖을 물려줄 아이는 집에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다.
허긴 윤지가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까지 현영이의 도움과 배려가 절대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이를 안고 엄마에게 갔을 때 엄마의 놀란 모습, 그리고 넋을 잃고 천장만 바라보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까지 낳을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떤 남자이기에 그런 무모한 짓을 벌였는가 하고 물으며 자기의 어깨를 때리며 울던 엄마였다.
윤지가 아직 그 남자는 아이를 낳은 것도 모르고 또 자기가 그의 본처가 될 수 없다는 솔직한 소리를 들려주자 그 자리에서 기절까지 하신 엄마였다.
정신을 차리고 울며 이젠 다시는 나를 보지 않겠다며 문밖으로 쫒아내시면서 다시는 이집에 발걸음을 하지마라며 대성통곡을 하시며 울던 엄마였다.
당신이 한없이 보고 싶어진다.
정말 엄마에게 잘하고 싶었고 날 이렇게 키워준 엄마를 위하여 무슨 일을 하여서라도 꼭 엄마에게 효도하며 말년을 편히 보내드리게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해 왔는데 그렇게는 못해드리더라도 이런 불효를 저지르고 엄마에게조차 갈 수없는 서글픈 신세로 전락한 것 같으니 어찌 슬프지 않고 눈물이 나오지 않겠는가,
[엄마. 흑....흑......용서해줘...제발....흑..흑....보고 싶어....]
윤지는 두 무릎사이에 얼굴을 박고 울어버린다.
울면서도 윤지의 생각은 끝이 없다.
나의 삶이 모두 즐거움으로 채워질 수는 없지만 한 순간 한순간 그 즐거움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고 성의 있게 살아왔는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보인다.
허무감이 온몸으로 파고든다.
인간이 인생의 허무를 느낀다 싶으면 어느새 위기의 바람이 불었다는 것인데........
지금 윤지가 생각하는 바람은 억수같은 비를 동반한 마파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어서 빨리 이 거센 바람이 지나가고 평온을 찾고 싶다.
그리하여 들판에 불어 풀잎을 눕히는 산들바람처럼 또는 달빛 속에 찾아드는 소슬바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바람들이 삶을 한층 낭만적으로 만들고 또한 풍요롭게 하며 내가 지닌 생에 기쁨을
주는 것이라 믿는다.
인생에 아무른 바람이 없다면 그건 삶에도 사랑에도 그 무엇에도의미가 없지 않는가.
조용한 것은 모든 것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 같아 사람이 사는데 너무 삭막하고 재미도 없을 것이니 지금처럼 뜨거운 여름날에 뙤약볕에 졸고 있는 정자나무보다는 버드나무를 살 짜기 흔드는 실바람이 되어 자기에게 다가왔으면 하고 바람뿐이다.
침체된 삶보다는 적당한 바람으로 일렁이는 그런 삶, 그런 인생을 살고 싶었던 윤지인데 지금 윤지가 느끼는 바람은 폭풍우라 여기고 한없이 슬퍼 마냥 우는 것이다.
[엄마.....흑...흑.........석아..........흑.....]
그렇게 한참을 울고는 고개를 들고 가방을 열어 흘러내린 눈물 자국을 간단한 화장으로 지우고는 벤치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나머지 강의는 포기하고 교문을 향하여 걷는다.
집으로 가고 싶어진 것이다.
석이도 그리고 사랑하는 님 의 일이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어 더 이상 공부하려해도 머리에 들어올 것 같지 않고 해서 집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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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차돌 이는 백화점 내에 귀금속 방에 있었다.
커다란 다이아가 박힌 반지를 보고 가격보다는 그 화려함이 마음에 들었는지 반지를 손에 들고 연신 싱글 벙 글이다
차돌 이는 그 반지를 사기로 했다.
그리고 예쁘게 포장을 해서 안주머니에 넣고 무랑 이를 데리고 여자 옷 점으로 데려가 무랑이 입을 여러 옷들을 산다.
무랑이 싫은 듯 사양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눈빛에 더더욱 많이 구입한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화장품, 그리고 악세 사리 점들, 곳곳을 둘러 다니며 귀걸이 외에도 여자가 필요한 물품을 한없이 사고 있었다.
그리고 식품점에 들러 채소랑 고기등도 푸짐하게 산다.
지금 이 순간만은 더없이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차돌이다,
양손에 듬뿍 물건을 들고 차에까지 와서 그 물건들을 모두 싣고는 그리고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서로는 얼굴을 마주하더니 밝은 웃음을 짓는다.
[무랑아, 좋아.]
무랑이 그렇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차돌이의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어린다.
[나랑 말할 때에는 고개로 대답을 대신 말라고 경고했는데..벌써 잊었어.]
차돌 이는 얼굴을 경색시키며 냉정하게 말한다.
[잘못했어요.]
무랑은 차돌이가 얼굴을 굳히며 냉정하게 말하자 고개를 숙이고 힘겹게 말한다.
그 모습을 본 차돌 이는 소리 내어 웃고 만다.
[하하하. 그래 그렇게 말을 하니 얼마나 좋아.
이 나라에선 고개로 대답을 하면 건방지다고 욕 들어. 너도 이젠 이 나라 사람이야.
그러니 사람의 말은 꼭 대답을 하도록 해.....
그리고 보니 우리 무랑이도 이제 19살이니 서서히 남자를 사귈 때가 되었군.
어디 돌아다니며 좋은 남자있으면 사귀도록 해.
아니 언니들보고 멋진 남자 소개시키라고 해야겠어. 하하하....]
차돌 이는 무랑을 쳐다보며 크게 웃는다.
항상 같이 있어 크게 느끼지를 못했는데 요즘 들어 무랑이가 눈부시게 예뻐지고 있었다.
보기에도 탐스럽게 젖가슴은 옷을 차고 나올 듯이 팽창해 있었고 엉덩이 또한 푸짐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엉덩이가 실룩거릴 땐 요염하기조차 했으니.. 무랑이도 처녀가 다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예쁘게 단장까지 하고 있으니 어찌 가슴이 설 레이지 않으리...
차돌이도 무랑 이를 보고 있자면 자지가 용트림하려 한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내가 저 아이에게 까지 나쁜 짓을 할 수는 없다.
굳게 마음먹고 무랑 이를 한시라도 빨리 떼는 방법은 남자를 소개시켜 남자를 알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요즈음엔 무랑이의 눈길이 자기를 보고 있을 땐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그다.
그 눈빛이 무얼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저 아이가 나에게 동경을 갖기 전에 물리치고자 하는 것이다.
[싫어, 난 오빠만 있으면 돼. 다른 남자는 싫어........]
무랑 이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목소리를 올린다.
두 번 다시 그런 말을 하지마라는 표정이다.
[어라. 이 녀석은 또 왜 이러나, 오빤 여자가 한둘이 아냐. 아주 많아.
너한테까지 신경 쓰 줄 시간이 없어, 이 녀석아. 하하....]
차돌 이는 조그마한 무랑이가 혹시 자기에게 정말 마음을 주면 어쩌나했다.
너 아니라도 여자가 많으니 혹시라도 딴마음 먹지마라는 경고였다.
[그래도 안 해. 죽을 때까지 오빠 옆에서 살 거야........]
무랑인 차돌이가 계속 골려대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의 눈엔 온통 그의 그림자로 가득한데 다른 남자를 알게 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말을 할 수가 없어 혼자 짝사랑으로 그치더라도 그의 곁을 떠나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하는 그가 너무나 미웠다.
[요런 맹랑한 아가씨 보았나,
오빤 늑대야 그것도 지독하게 나쁜 늑대라고...그런데도 있겠다고.
허허. 나 참, 그러다 내가 널 잡아먹으면 어쩌려고. 하하하....]
차돌 이는 험악한 인상을 그리며 무랑을 겁준다.
[그래도 오빠가 좋아. 다른 사람 한 테는 죽어도 안가.]
무랑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비록 차돌 이를 쳐다보지 않지만 마음속에 이미 맹세를 한 것처럼 초지일관이다.
정말 그가 나를 잡아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니들처럼 잘 때도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얼마나 부러웠는가.
비록 눈으로는 보지 못했지만 환희에 싸여 지르는 비음을 얼마나 많이 듣고 살고 있는가.
내 입에서도 그런 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 비음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차돌 이였기에...
[정말 안 가는지 볼까, 자꾸 딴마음 먹으면 지금 널 홀라당 벗겨 잡아먹어버린다.]
차돌 이는 다시 무랑의 어깨를 잡으며 옷이라도 뜯을 시늉을 한다.
[그래도 안가. 오빠가 날 잡아먹기 전에 내가 줄 거야........]
무랑도 절대 지지 않는다.
오히려 바라던 바이니 마음대로 해보라는 식이다.
용감하게 차돌 이를 응시하며 가슴을 내밀며 당돌하게 대꾸하며 오히려 차돌이를 당황하게 한다.
[하하하. 말자. 이거 원 말이 되어야지.
그만, 운전이나 해라. 허허.....참......]
차돌 이는 더 이상 말하기가 싫었다.
막무가내인 무랑이가 그러는 것을 보고 한편으론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타국에서 데려와 자기가 첩살이 시킨다는 게 어색했고 사부님을 생각해서라도 무랑 이를 좋은 남자 찾아서 시집 보내주려 했는데 이렇게 막 고집을 피우고 있으니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말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한편
선영 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선영 이는 기주의 집무실 쇼 파에 그와 단 둘이 앉아있었다.
중앙에 앉은 기주는 만면에 미소를 띠우고 선영이가 온 것을 반기고 있었다.
[그래, 아프면 연락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손실장이 그 정도도 모른다고는 생각지 않았는데..많이 실망이야. 허허허....]
기주는 선영이가 아무 연락도 없이 종적을 감추고 결근했다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러나 선영이의 얼굴이 무척이나 수척해 있었고 병색이 완연해보이자 걱정이 되기도 했다.
몸이 아파 결근하면 연락이라도 취해줄 것이지 아무른 언질도 없이 회사를 비운 것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선영 이는 바른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자의 자손 심 때문에 납치당하고 강간까지 당했다고 어찌 말을 할 수가 있는가.
아무리 회사비밀을 지키기 위해 몸까지 버려가며 입을 다문결과가 강간까지 이어져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차돌 이에게 구출되어 병원신세까지 졌다고 어떻게 기주에게 고할 수가 있는가..
그저 죄송하다는 말로 입을 다문다.
[허허, 엎드려 절 받기군, 그래 이제 편찮은 데는 없고.
아냐....내가 보기엔 지금도 기운이 없어 보이고 많이 불편한 것 같은데........
그래, 이제 동생도 만났으니 한 일주일 쉬면서 몸조리하도록 해.........
그간 정신없이 뛰었으니 좀 쉬어도 돼. 허허허.....]
기주는 선영이가 들어올 때도 그렇고 지금 앉아있는 모습에서도 어딘가 기운이 없어 보이고 피로가 쌓인 듯 불편해보이기에 하는 소리다.
선영 이는 사실 피로하고 지금 움직이기도 싫은 상태이다.
약속을 하였기에 억지로 회사에 나왔다만 지남 밤 밤새도록 차돌 이와 한 몸인 채 뒹굴고 엎어지고 세워지며 아랫도리를 찔 리우고 그로인하여 무수한 쾌락에 얼마나 광분하여 몸부림쳤던가.
섹스로 인한 피로가 기주 에게 회사일로서 쌓인 피로로 오인되어 특별휴가까지 받으니 죄스럽고 송구스러워서 사양하려든다.
[회장님, 괜찮습니다.]
[허허허....고집은,
하물며 오랫동안 떨어져있던 동생까지 만났다니..... 어디 일할 분위기나 되겠어.
잔말 말고 일주일 쉬도록 해.
그리고 내일저녁에 우리 집에서 동생하고 식사나 하자고 그래.
전해 줄 것도 있고 어떻게 자랐는지 정말 궁금해서 말이야.
참 당찬 아이였는데 내 생각대로 컸는지 그 이상인지 내가 보아야겠어.
허긴 집사람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니 오죽 하겠냐 만은 그래도 내가 안볼 수는
없지 않는가. 허허허......]
기주는 선영 이에게 특별휴가를 준다.
허긴 몸도 불편해보였고 어떻게 만났는지는 몰라도 동생을 만났으니 선영 이에게 선심을 베푸는 것이다.
그리고 차돌 이를 집으로 초대하여 그간 변한 모습이 보고 싶었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염치없이 일주일 쉬겠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다른 지시가 없다면 밀린 서류정리를 해야겠습니다.]
선영이가 일어나자 기주도 더 이상 잡아둘 명분이 없다.
사실 이러한 핑계로나마 선영 이를 볼 수 있는 게 무척이나 기분 좋은 일이라 더 잡아두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회사이고 지난일은 불문에 부치고 평시처럼 행동하기로 약속한터라 다시 차돌 이를 핑계 삼아 집으로 초대하여 보고자 한 것이다.
[허허허.........그렇게 하게. 그리고 분명히 내일 데리고 와야 해........
허허. 그래. 차돌이라 했어. 정말 차돌처럼 당돌한 꼬마였는데......허허허....]
선영 이는 허리를 숙여 절을 하고는 회장 집무실을 나온다.
자기 사무실에 앉아 서류정리를 대충 끝내놓고 시계를 본다.
퇴근시간이 한 시간 가량이나 남았다.
선영 이는 더 이상 딱딱한 의자에 몸을 싣기에는 지난밤의 피로에 억눌려 더 이상 몸을 추스르기가 힘들어지자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긴다.
그리고 의자에서 발을 떼려는 찰나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XX그룹 기획실 손 선영입니다.]
선영인 수화기를 들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상대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그가 누구인지를 알고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을 잇지 못한다.
한동안 그렇게 듣기만 하던 선영이가 조용히 말한다.
[알았어요, 만나드리죠..........
그러나 내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좋진 않을 텐 데요.
난 죽을 때까지 그 일을 잊지 못하고.. 상처로 남아있어야 하니........]
선영이가 표독스럽게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 존칭을 쓸 이유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마주 대하기도 싫은 얼굴이고 목소리였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무엇이든 손 실장님이 원하는 것을 들어드릴 테니 제발 용서를 바랍니다.]
덕만 이였고 그의 목소리였다.
아마 덕만은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루빨리 이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고픈 모양이다.
그렇지 않을 수 있는가.
자기혼자 살겠다고 재계들 서로가 지키는 룰을 어기면서까지... 그것뿐인가 비겁하게 여자까지 납치하고 강간해가며 비밀을 알려고 했다는 소문이 터진다면... 삽시간에 그룹의 존망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은 불을 보듯 원하지 않는가.
그 일이 알려진다면 누가 자기그룹의 정당성을 인정해 줄 것이며 자기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과연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일겠는가, 천파만파로 퍼져 수습하기 힘들기 전에 스스로 백기를 들고 용서를 비는 것이 최선책이라 생각했다.
덕만은 지금 체면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호호호,,그래요, 댁이 절 옛날로 돌려줄 수 있나요.
이미 지나간 버스가 되어버린걸... 호호호,,,,,,]
선영 이는 앙칼지고도 요사하게 웃으며 빈정거린다.
[제발.........선처를..........]
[하여간 언제인가 만나야 할 사람이니 조금 일찍 만난다고 다르지는 않겠지요.
나가죠. 부회장님..호호호............]
사실 선영 이는 만나기 싫었다.
그 인간의 얼굴을 보면 구역질이 나올 것도 같았다.
그러나 차돌이가 덕만의 처와 딸을 마음대로 종같이 부리며 갖은 행위를 마다않는 사이라는 걸 들었다.
놈의 처가 음탕해서가 아니고 차돌 이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러다보니 짓궂고 음탕한 요구에 스스럼없이 응하다보니 점점 같이 즐기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기회에 놈의 덜미를 잡아 나중에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이 사건에 사전에 방책을 만들어 확실하게 올가미에 걸어 꼼작 못하도록 만들어 주고 싶었다.
자기 자신보다 먼저 동생을 생각하고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잠시 순간에 그러한 생각을 해낸 선영 이는 보기 싫은 인간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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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옥상 라운지 별실............
호화찬란하고 으리으리한 장식들이 방안을 황홀하도록 꾸며놓고 있었다.
선영이 예약된 자리로 들어서니 덕만이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는 금연 쩍은 미소를 지으며 선영 이를 맞는다.
[어서 오십시오, 정말 계속 결례를 드립니다.]
덕만이 만면에 죄송함을 그러내고 선영 이를 맞는다.
[호호호........염치도 좋으시네요,
왜요, 제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인가요.
아님, 다시 그런 욕심이 생긴 건가요. 호호호..........]
선영이 냉소어린 웃음으로 고개도 숙이지 않고 빳빳한 자세로 가서 맞은편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는다.
덕만 이는 다시 머리를 숙이며 정중한 자세로 절을 한다.
[정말 면 목 없습니다.
진정 사과드리고 싶어 찾아 뵈 오려 한 겁니다.]
덕만 이는 거듭 사과를 하며 선영이의 분위기를 살핀다.
지금은 자기가 약자이다.
그녀의 기분을 망치게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기에 자존심상하는 말도 참고 넘긴다.
[호호호. 그래요, 대 XX그룹의 상속자이시고 부회장님께서 사과를 하시다니.....
그러나 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수치스럽고 이가 갈려요.
사과라니 어디 내가 그럴 자격이나 있나요.
헌데도 이렇게 나온 건 동생이랑 그동안 원만한 사이라는 걸 들었기에 나오긴
했습니다만..... 조금도 더 있기가 싫으니 용건이 있으면 말해보시죠.
원하는 것이 뭔가요.]
선영 이는 쌀쌀했다.
입에서 냉기가 묻어나오는 것을 느끼게 할 만큼 차갑게 덕만 이를 대한다.
그리고 분명히 한다.
추호도 나오고 싶지 않는 자리지만 동생과의 인연이 있기에 걸음을 한 것을 분명히 밝혀주고는 나온 용건을 묻는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진정 사과드리고 싶고 댓 가를 원하시면 응당 치루고 용서를 빌려 실장님을
청했습니다.
지난 일들을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만은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번 용서를 바랍니다.]
빌고 또 비는 덕만 이다.
무슨 요구를 해도 들을 테니 제발 용서해주길 바랐다.
그 길만이 살 길 같았다.
지금 차돌이의 존재가 자기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막상 차돌 이와 틀어진다면 미국과의 합작이 무산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 일이 그룹을 무너뜨리지는 않겠지만 자기의 입지는 아마 설자리도 없을 것이고 후계자의 자리는 물 건너 간 것과 다름없었다.
어떤 짓을 하더라도 용서를 받고 차돌 이와 원만해지길 바랐다.
[용서라고 했습니까,
물론 부회장님에게는 이일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요.
돈이나 권력으로 얼마든지 예쁘고 멋진 여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이니........
허나 난 틀릴 겁니다.
지금은 정리가 안 돼 참고 있지만 조만간에 비리를 밝혀 이 사회에 재력이나 권력을
가진 자의 행태를 낱낱이 고발하여 힘없고 불쌍한 서민들을 위하여 나의 수치스러움을
감수하고 바로잡고야 말겠다는 것이 나의 심정입니다.
다행히 부회장님이 부르시니 내 마음을 먼저 알려준다, 그런 마음으로 나왔으니 그걸
부회장님은 능력이 있으시니 한번 멋지게 무마시켜보시죠.
난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 난 할 말 다 했고 더 이상 들을 이야기도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으니 이만
실례하겠어요.]
아직도 선영 이는 냉소적이다.
한마디 한마디에 얼음이 풀풀 날릴 듯이 찬바람이 이는듯하다.
선영 이는 일어선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홀을 빠져나온다.
의자가 움직이는 시끄러운 소리와 급한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 덕만이 선영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실장님, 진정 죽을죄를 지었소이다.
무엇이든 실장님이 원하시면 모두 응해드릴 테니 제발 한번만 선처를 베풀어주시오.]
덕만이 지금까지 한 번도 누구 앞에 꿇리지 않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선영 이에게 빌고 만다.
지금 덕만 이에게는 선영이도 선영이지만 차돌이가 무차별적인 복수를 행하고 있다는 것을 전화로 듣고는 엄청 불안하고 놀랐던 것이다.
차돌이 혼자서 많은 놈을 때려눕히고 병신을 만들고 있다며 놈을 죽여 버리겠다며 자기가 청부한 조직의 중간보스에게 통보를 받은바 있었다.
그러지 마라고 강경하게 말했지만 놈은 엄청난 타격에 이성을 잃어 차돌 이와 마찬가지로 죽이려고 벼르고 있는 실정이니 이러다가 잘못 와전되어 그 일이 누설된다면 지금의 수고도 소용이 없어진다.
그러나 재계의 거두로서 잘못한일을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단 사과하고 용서를 받아야 나중에 수습하는 일이 수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울먹이며 사정하는 것이다.
[어머머. 부회장님. 지금 나한테 무릎 꿇으신 거 에요.
별일이네 묶어놓고 온갖 짓을 할 때는 언제고. 우스운 일이네. 호호호.......... ]
선영 이는 여전히 냉담했고 말투는 비비꼬고 있었다.
[제발, 실장님. 차돌 이와 저와의 관계를 보아서라도 제발...........]
덕만 이는 진정 잘못을 빌고 있었다.
차돌 이와 옛날에 좋았던 점을 기억하고 그러한 사이가 이일로 엉망으로 변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만 어찌하던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절실했던 것이다.
선영 이는 그런 덕만 이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차분하지만 냉정하고도 어려운 일을 행하겠느냐고 묻는다.
[부회장님, 동생을 들먹이지 마세요.
차돌이나 나는 모든 것을 잃은 기분입니다.
이 세상에 오직 둘뿐인데 내가 그런 꼴을 당했으니........그렇게 잘못을 용서받으시려면 부회장님이 가진 소중한 것을 제게 주세요.
그럼 당신을 용서하지요.
그것만이 나의 자손 심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니깐 요.
그것이 뭔지는 짐작하시겠지요.
나도 같은 걸로 보상받기 전에는 이 한을 삭히고 싶지 않으니........
허긴 세상이 알아서는 안 될 소리이고 막무가내 같은 억지일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돈이나 무엇보다 똑같은 걸로 보상받고 싶어요.
물론 내가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할 수 있어야하고 내가 시키는 그 무엇도 해야 할
것이에요.
그런다는 약속으로 서류까지 만들어주신다면 이제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덮을 용의가
있어요.
만약 그럴 마음이 있다면 제게 다시 전화주세요.
난 내일까지만 기다리고 연락 없으면 내일 오후에 기자들을 불러 이 모든 사실을 낱낱이
세상에 공개하겠어요.
난 당신을 용서할 수 없고 꼭 당신의 파멸을 보고 싶으니까요. 호호호........
그럼..]
냉정하다.
선영 이는 도무지 성사되지도 않을 어려운 주문을 하고는 한 장의 명함을 덕만의 눈앞에 던지고는 홀을 나가버린다.
덕만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세상에 어찌 이럴 수가....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모든 일은 자기가 저지른 일이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지금 선영이가 바라는 것은 도무지 상상도 못한 요구이다.
나에게 저 여자와 같이 소중한 것이라면 ....지금 저 여자가 원하는 것은 나의 처나 딸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럴 마음도 없지만 그럴 마음이 있다 해도 처나 딸이 과연 들어나 주겠는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한 번의 잘못된 생각과 실수가 너무나 파장이 커다.
망연자실한 덕만 이는 그 자리에서 일어날 기운도 없는지 그만 퍼질러 앉아버리고 만다.
뒷수습보다. 당면한 일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전신에 기운이 빠진 것이다.
그러던 덕만의 얼굴에 섬광 같은 날카로운 빛이 흘러나오는 가 했더니 다시 고개를 젓고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덕만 이는 순간 사람을 시켜 선영 이와 차돌 이를 없애버릴 생각을 했다.
그러나 차돌이의 무예와 지금 상상도 못하게 난폭하게 복수를 감행하고 있는 차돌이의 기세를 보노라면 그 일이 성사가 된다면 몰라도 잘못되면 그나마도 살길을 포기한 꼴이 될 것 같아 갈피를 잡지 못한다.
눈앞에 떨어진 선영이의 명함을 호주머니에 갈무리하고 덕만 이도 일어선다..
선영 이는 덕만 이와 헤어지고 차를 몰고 집으로 오다가 SK대리점에 들린다.
그리고 잠시 후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나오더니 다시 차를 몰고 어디론가 떠난다.
선영이가 도착한곳은 집이였다.
집에 들어서니 음식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리고 자기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차돌이가 급하게 뛰어나온다.
[누나, 지금 오는 거야.. 헤헤헤.......
빨리 옷 갈아입고 씻어. 내가 저녁준비 해놓았어. 헤헤헤...]
차돌이가 해맑게 웃으며 선영 이를 맞는다.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입에서 흘러내는 웃음소리는 옛날 어린아이 때 웃던 버릇대로 웃고 있다.
[어머.......네가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그러지마. 남자는 부엌에 들어오면 작아져..
그런데 저 아가씨는.........]
선영이가 차돌 이를 보고 웃으면서 핀잔하다가 차돌이 뒤에 물끄러미 서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예쁜 처자를 가 르 키며 묻는다.
[아.......... 이 아이는 내가 중국에 있을 때 사부님께서 맡기신 아이야......
말했잖아, 우리랑 같이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외롭고 불쌍한 아이라는 걸.......]
차돌 이는 무랑 이를 바라보며 의아해하는 누나에게 무랑이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그러나 누나의 집에 여자를 들인 것이 여간 미안스럽지 않았다.
[아.... 이 아가씨냐..........
그런데 여긴 어떻게............]
선영 이는 차돌이가 무랑 이를 대동하고 자기 집에 온 것이 불안했다.
어찌되었건 동생과의 근친이 세상에 알려줘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그런 상황을 무랑이가 여기 와서 자기들과의 대화나 행동에서 눈치 채는 것이 싫었다.
[헤헤헤. 이 아이가 글쎄 나의 십 보장이 되려나 봐.
조금도 떨어져 있지를 않으려고 하니.........
그렇지만 누나, 이 아이는 과묵하고 오직 나의 말만 듣는 아이야.
내가 시키지 않으면 지금의 일도 봉사고 귀머거리고 벙어리라 아무것도 보고 듣고
말하지도 모르는 아이라고.
그렇지 무랑아.
그리고 인사드려라.
내 누나이니 오빠처럼 따르고 공경해야 한다.
오빠가 이 세상에서 내 목숨보다 더 제일로 사랑하는 사람이야.
만일 누나에게서 싫은 소리가 나온다면 그땐 정말 각오해야 할 것이야.]
차돌 이는 누나를 이해시키고 무랑 이에게 다짐을 주며 누나에게 인사시킨다.
[예,.........저. 무랑이라고 합니다.
언니, 많이 보살펴주세요.]
무랑 이는 차돌이가 엄숙하게 이야기하자 겁을 먹었다.
그리고 최대한 공손한 표정과 몸짓으로 선영 이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선영이도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거실로 올라서며 무랑의 인사를 받고 또 차돌이의 설명을 들은 터라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반긴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동생이 여기를 데리고 올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는 말인데........
뭐라 반박할 수도 없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반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잘 왔어요.
우리 사이좋게 잘 지내봐요. 호호호..........]
선영이도 더 이상 불편한 모습을 보일수가 없었다.
무랑 이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준다.
[어 어어..무랑이가 그런 말을 다하다니. 히야....우스운 일이네, 헤헤헤....]
차돌 이는 무랑이가 누나에게 아첨 비슷한 어조와 태도로 인사를 하자 한 번도 그런 것을 본적이 없는 터라 살짝 놀려댄다.
무랑은 얼굴이 빨개져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선영 이는 둘의 그런 표정을 보고 무랑이가 차돌 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자기랑 비슷한 것을 발견하곤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차돌 이를 나무란다.
[어머. 넌. 아가씨에게 그렇게 무안을 주면 어떻게.....
무랑 아가씨가 어찌할 바를 모르잖아. 호호호...........]
[어머머. 난 몰라.]
결국 무랑이가 주방으로 도망가고서야 말이 끝난다.
평소 농담하기를 절제하던 차돌이가 누나에게 응석을 부리다시피 언행을 하지 않나,
예전에 보지 못했던 차돌이가 새삼스러워 보였다.
그것뿐인가 입은 벌어질 데로 벌어지고 웃음이 그의 얼굴에서 사라지지를 않지 않는가.
농은 농대로 행동은 짓궂기만 하다.
별일이 다 있다 싶었다.
....................................
선영이 안방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차돌이가 들어와서는 옷을 갈아입느라 엉거주춤한 누나를 안고 입술에 키스한다.
선영이도 설마 차돌이가 입술을 덮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런 차돌 이를 옷을 입다말고 목을 안고는 응해준다.
갈아입으려는 작은 바지가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알면서도 차돌이가 물러날 때까지 키스를 받아준다.
차돌이가 입을 떼자 선영 이는 눈을 흘긴다.
[넌 그런 생각뿐이 없는 아이 같아....
이제까지 어떻게 살았을까............호호...]
선영 이는 동생의 갑작스런 도발행위를 꼬집는다.
그러나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헤헤헤.......누나만 보면 미치겠는데. 지금도 그래....하고 싶어 죽겠어. ]
차돌이가 징그럽게 웃으며 보챈다.
[안 돼. 누나 지금 억지로 움직이는 거야.....
너 자꾸 누날 힘들게 하면 진짜 도망 가버린다...........]
선영 이는 정말 차돌이가 자기를 어제처럼 덤빌까 무서워 넌더리를 친다.
아직도 어제의 여운이 다리사이에 남아있는데 정말 오늘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동생의 약점을 잡고 피하려한다.
[그건 안 돼. 내가 참으면 돼지. 왜 겁주고 그래...헤헤헤...
누나, 지금 이 바지 입으려고 했어,]
차돌 이는 누나에게 잘못했다고 빌다가 누나의 발치에 떨어진 바지를 본다.
그제 서야 선영이도 조금 부끄러운지 하얀 천으로 된 팬티를 손바닥으로 펴서 사타구니를 가린다.
[으응........]
[안 돼, 누나, 나랑 집에 있을 때에는 속에 아무것도 입지 마.........
지금 하얀 팬티도 벗어버리고 저기 걸린 잠옷만으로 날 반겨줘...........]
차돌 이는 누나에게 속에 아무것도 입지 말 것을 명령한다.
본래 차돌 이는 여자를 안을 때 거추장스런 옷 벗기기를 싫어했다.
자기가 하고 싶을 땐 언제나 수월히 다가가 안을 수 있도록 모든 여자들이 그러하고 있었고 그 버릇을 누나에게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머, 정말........못 말릴 주인이네.
밖에 아가씨도 있는데 나보고 속이 훤히 다 보이는 저런 옷을 입고 생활하라고..
싫어. 못해...........]
선영 이는 기겁을 한다.
동생한테만 보여줘도 부끄러운데 밖에 모르는 아가씨가 있는데도 그러한 것을 요구하는 차돌이가 미웠다.
그건 천인공로 할 근친불륜을 남에게 알리는 것과 진배없었으니 결사적으로 거절한다.
[누나, 무랑인 아까 말 한대로야.
나랑 아무른 관계도 없지만 그 아이바람에 내가 하고 싶은 걸 안하긴 싫어.......
그리고 그래야 누나를 볼 수 있을 것 아냐...
한시도 누나를 보지 않으면 난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미칠 듯 쾌락이 오는데 그걸 못하면 난 지금 누날 벌거벗길 수밖에 없어.
그리고 강제로 안을 거야, 누나, 선택해. 헤헤헤..............]
차돌이가 능글거리며 누나를 쳐다본다.
무랑인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어차피 자기주위에 있는 여자들이 알 일이고 그걸로 미안해하거나 부끄럽게 생각 말고 내 여자로서 당당하길 바랐다.
선영 이는 어이가 없었다.
비록 이 아이가 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지만 너무나 빠른 진행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왕 동생의 여자가 되고 그를 위해 살기로 하지 않았는가.
선영 이는 다시 차돌 이에게 눈을 흘긴다.
[참, 나쁜 나의 주인이네.......
모르겠어. 일단 나가. 어서.....]
선영 이는 대책이 서지 않는 차돌 이를 방에서 추방한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동생이 우격다짐하다시피 요구하는 행위가 실로 민망스럽고 받아들이기가 곤란했다.
더군다나 밖엔 처음 보는 아가씨도 있는데.......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나의 주인이고 그를 따르기로 맹세했음에......
거부하기도 이미 늦었다.
몸도 마음도 모두 동생에게 가버렸는데. 이까짓 허물로 그를 실망시킬 수가......
선영의 얼굴은 이미 붉은 꽃단장으로 물들고 만다.
[알았어, 누나. 사랑해..............헤헤헤.]
차돌이도 누나의 마음을 읽었다.
자기말대로 할 것을 확신한 듯 두 말 않고 물러난다.
.
...................................
별 맛도 없이 만들은 김치찌개를 두 여자와 한 남자는 진실로 맛있게 먹었다.
배부른 짐승이 하고 싶은 게 잠뿐이 더 있겠는가.
차돌 이는 소파에 앉아 누나를 보채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누나의 야한 잠옷 속에 하얀 살과 육체의 굴곡이 눈앞에 보이고 가끔 움직일 때마다 다리사이의 검은 음영이 스쳐 지나가면 미치도록 안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미 자지는 천정부지로 솟아 바지를 뚫고 나올 듯이 요동치고 그걸 자제하기가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이미 모두는 커피를 마신 뒤였고 또한 무랑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며 선영 이는 그러한 무랑 이를 동정하며 친동생처럼 여기며 살겠다고 하며 무랑의 손을 꼭 잡고 있으며 차돌이의 보챔을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이다.
무랑이도 기분이 좋았다.
어여쁘고 또한 모시는 분의 누나가 자기를 친 혈육으로 대해주겠다고 하니 먼 나라, 그리고 일가친지 하나 없는 무랑 이는 감격의 눈물방울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허지만 무랑은 차돌 이와 누나의 관계가 부부간에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사실이 그러하다는 누나의 말을 듣고는 진정 놀랐고 한참 후엔 이해하기로 하였다.
어차피 주인이 하는 일이고 또한 이왕 떨어질 수없는 사이라면 차라리 세상모르게 그렇게 사는 것이 더 행복하리라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누나, 자자. 응..........
달리 할 일도 없잖아.]
차돌이가 누나를 보챈다.
선영이도 그때서야 차돌 이를 보고 다시 무랑을 본다.
[무랑아, 주인이 안달이 났나봐........
그래보았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말이야. 호호호.........]
선영이도 이제 무랑이가 알 것은 다 알게 되었고 더 이상 감추느니 솔직히 인정하고 둘 사이의 진정한 모습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아 버린다.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했다.
[호호호............]
무랑도 웃고 만다.
어찌 지금 말하고 있는 남녀관계를 모르겠는가.
얼굴이 달아오르지만 선영이가 하는 행동이 꼭 자기남편에게 하듯이 하며 놀리자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누나, 안 들어가면 지금 벗긴다.
무랑이 보는데서 내가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헤헤헤...그러니 들어가자.]
차돌이가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며 계속 엄포를 놓는다.
[싫어, 못해.....정말 오늘은 안 돼.........
지금도 아래가 벅적지근하고 아픈데도 참고 있어.
제발 보채지마...누난 네 꺼야..언제든지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그렇지만 누나를 힘들게 하면서 한다면 정말 미워할 거야....]
선영 이는 진정 오늘은 안 된다고 못을 박는다.
[씨....난 어쩌라고. 누나만 보면 환장하겠는데...........]
차돌 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사타구니에 손을 가져가 힘껏 누르며 삐죽거린다.
[넌 정말..........알았어, 내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줄 테니 조금만 참아........
무랑이가 잘 침실부터 봐주고......정말 못 말리는 주인이야...호호....]
선영 이는 더 이상 차돌이가 애타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나보다.
그의 요구를 들어주진 못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만족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헤헤헤. 진즉 그래야지. 어서 갔다 와..............헤헤헤....]
차돌 이는 입이 찢어질듯이 벌어진다.
누나의 방법을 눈치 챈 것이었다.
오늘 누나의 입에 흠뻑 정액을 먹게 하고야 말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누나와 무랑 이를 떠밀다시피 밀어낸다.
[언니, 나 언니랑 있으면 안 돼........]
무랑이 억지로 떠밀려 나가며 선영 이에게 같이 있고 싶음을 알린다.
선영 이는 그런 무랑을 달랜다.
[무랑아, 이건 사랑하는 남녀가 행하는 일인데 네가 있으면 어떻게.......
나도 그렇지만 넌 도저히 볼 수도 없는 짓이야.
다음에 너도 사랑하는 남자만나면 언니를 이해할거야.......]
무랑이가 자기에게 정을 느낀 것을 선영 이는 알았다.
얼마나 외로운 아이였으면.......조금 애처로운 생각도 들었으나 둘의 음탕한 행위를 아무것도 모르는 무랑 이에게 보일수도 없었고 다만 무랑 이를 이해시키려 할 뿐이다.
[피.....나도 오빠를 사랑해...다른 남자는 싫어.
언니야 그러지 말고 나도 있게 해줘.
만약 언니가 힘들면 무엇이든 내가 도울게....응 언니 그렇게 해줘....]
무랑이 떨어지길 싫어한다.
보다 못한 차돌이가 큰소리로 호령한다.
[무랑이 너 빨리 가지 못해.........왜 그렇게 말이 많아.....남 급해죽겠는데.......]
무랑이 실쭉거리며 힘든 걸음을 옮긴다.
그러한 무랑이의 손을 잡고 선영 이는 차돌 이를 흘겨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방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한참 후에 선영이가 나온다.
[너, 무랑이 한 테 너무 겁주지 마........
외로운 아이고 오직 너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아이더라고.........]
[헤헤헤. 누나 알아. 허지만 누나하고만 있고 싶은데 어째.........
어서 들어가자, 헤헤헤..........]
차돌 이는 누나의 손을 나 꿔 채더니 급히 방안으로 끌고 가다시피 들어간다..
.
..........................................
욕실의 문이 열리며 젖은 머리칼을 채 말리지도 않은 누나가 나온다.
누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차돌 이는 호흡이 막히고 입안에 침이 마름을 느낀다.
누나의 알몸에 굵은 실선을 그리고 있는 브래지어와 팬티라인을 드러내고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이 당당하게 자기 앞에 걸어와서 선다.
차돌이의 눈알은 사방으로 움직이고 어디에 고정시킬지 몰라 허둥댄다.
누나는 그런 차돌 이를 보며 미소지어주더니 가만히 허리를 굽혀 차돌이의 입술에 입을 맞추더니 차돌이의 배 위로 올라가서 터질듯 한 젖가슴으로 아랫배를 훑는다.
차돌 이는 부르르 진저리를 친다.
여자의 열린 입술이 옆구리와 배를 타고 사타구니로 온다.
그리고 부드러운 손에 의해 용트림하던 자지가 감싸이는 가 했는데 그 귀두 끝으로 부드러운 혀가 스미고 아늑한 입속으로 굵은 방망이가 함몰되는 걸 느낀다.
차돌 이는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만다.
[아........누나....너무 좋아.........미치겠어.]
선영이가 켁 켁 거리며 차돌이 옆에 앉아 기침을 한다.
[넌 짐승이야.......이게 사람이 달고 다닐 물건이니..]
.............................
누나는 차돌이의 옆에 앉아 다리사이의 우뚝 선 자지를 빠르게 훑어 내리며 자위를 해주고 있다.
선영이의 한손에 채 감아쥐지도 못할 커다란 방망이 같은 자지를 선영 이는 신기한 듯 보면서 차돌 이에게 기쁨을 주기위해 자위를 해주고 있다.
[정말 커도 너무 커다, 이것이 내게 들어왔으니. 나도 대단한가보다..호호호.....]
선영 이는 거듭 놀라고 있었다.
마치 자기의 손목 두께보다 굵고 휘어진 물건을 자기가 받아들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누나, 말하지 마. 미치겠어, 누나...빨리.............]
차돌 이는 누나의 고운 손길이 자지를 감아쥐고 쓸어내리며 빠르게 움직이자 미칠 것 같은 흥분에 휩싸여있다.
차돌 이는 누나의 엉덩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는다.
누나는 차돌이의 의도를 아는지 살며시 엉덩이를 들어준다.
차돌이의 손에 까칠하고 부드러운 털이 만져진다.
그리고 물기가 찐득한 계곡에 손을 사용하여 희롱하기 시작한다.
[아파. 제발 넣지는 마...지금 퉁퉁 부어있다 말이야.......]
선영이가 하소연한다.
차돌이의 손가락이 계곡을 누비다가 자기의 보지 속으로 침입하려하자 그만 아픈 고통에 신음을 지르며 호소하는 것이다.
차돌 이는 그런 누나의 소망을 들어준다.
대신 손바닥 가득히 우거진 털을 감아쥐고 뽑을 듯이 하면서 장난친다.
선영 이는 동생의 장난이 너무 짓궂고 아프지만 참고는 더욱 빠르게 손을 움직인다.
그러더니 고개를 숙여 손바닥 밖으로 빠져나와있는 귀두 끝을 혀로 간질이며 운동에 박차를 가한다.
[아....누나. 한다. 누나...얼굴 치워..아......빨리.......]
그러나 이미 늦었다.
힘차게 뿜어내는 정액들이 누나의 얼굴에 그리고 입속으로 강타한다.
선영 이는 고개를 돌리려다 무슨 생각인지 그 힘찬 분출을 얼굴에 입속에 고스란히 맞아준다.,
[아....아.... 누나.........누나.........사랑해.........]
차돌이가 천천히 수축을 멈추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불덩이 같은 자지는 기운을 잃고 숲속에 축 늘어져버린다.
허연 정액이 가슴팍의 털에 사타구니 털에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선영 이는 정액으로 떡칠로 변한 얼굴을 들고 차돌 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웃어준다.
그 모습이 너무 야하고 음탕해 차돌 이는 다시 불같은 정열이 솟구친다.
[아. 누나........고마워...누나가 제일이야. 헤헤헤......]
차돌이가 기운 없는 소리로 누나를 보고 웃는다.
선영 이는 아무소리 않고 얼굴에 묻은 정액 덩어리를 손가락으로 쓸어 살짝 입에 넣어본다.
[어. 누나. 하지 마. 더러워..........]
차돌 이는 기겁을 한다.
아까마음과는 달리 누나가 너무 음탕한 짓을 하자 그게 자기 탓으로 여겼다.
내가 얼마나 보채고 저런 걸 원했으면....그렇지만 그 힘든 걸 자기를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해주는 누나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도 없었다.
[호호...난 네게만은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어...
사랑하는 주인의 몸에서 나온 것이야. 왜 더러워............]
선영 이는 차돌 이를 보며 활짝 웃고는 꿀꺽 소리를 내며 정액을 삼켜 버린다.
차돌 이는 그런 누나를 보며 격정에 받친 듯 상체를 일으켜 누나를 안는다.
커다란 가슴살이 자기의 가슴에 압박당하고 그 느낌이 뇌리로 전해온다.
선영 이는 그런 차돌 이를 살며시 밀어낸다.
[이젠 됐지....나 씻고 올게.............]
선영 이는 재빨리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차돌이도 잠시 그대로 있더니 일어나 누나가 들어간 욕실로 따라 들어간다.
그리고 욕실 속에서 앙탈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소리 내어 웃는 소리도 들린다.
............................
[누나, 사랑해........]
차돌 이는 누나의 젖가슴에 얼굴을 쳐 박고 있으면서 다정하게 속삭인다.
[나도 그래....이젠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야.......]
선영이도 그런 차돌 이를 떨어질세라 켜 안고 있다.
[아.....누나.......
누나. 누난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있다했지.]
[이 애가 또 무슨 짓을 하려고.......그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뜬금없이 말하는 차돌 이를 보는 선영 이는 그 눈빛에 농이 아닌 진실을 발견하고 숙연하게 자기의 진심도 밝혀준다.
[고마워 누나.................받아, 자그마한 선물이야.......
누나와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는 우리잖아.......
누나의 남편으로, 누나가 내 아내라는 정표로 마련했어. 받아줘........]
선영이가 받아보니 빛나는 다이아가 박힌 예쁜 반지였다.
눈물이 핑 돈다.
비록 동생이지만 남자였고 이젠 내 남자가 나에게 청혼을 증표로 한 아름다운 반지를 진정으로 주지 않는가.
동생이 한말..
진실로 가슴속에서 우러나와 나의 가슴에 별점으로 파고들지 않는가.
이젠 힘들고 괴로워도 참고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이 한가지로 일생을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남들에게도 또한 자신에게도 감춘다했다.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그것을 반성하는 사람이 진실한 사람이 아니던가.
사랑도 한가지다.
누가 무엇을 하건 진실한 사랑 앞에서는 한줌 거짓이 없어야 한다.
차돌 이는 그걸 보이려했고 선영이가 바라본 그의 모든 행동은 너무나 진실임을 알았기에 감격하고 흥분하여 눈물이 맺히는 것이다.
어찌 세상을 살면서 한줌 티끌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삶을 사는 게 우리 인생이기에 사람은 종종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과실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저지른 죄가 하늘을 찌를 듯 커도 그건 세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이 잘못 아무리 용서해달라고 빌어도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우리를 용서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극복해야하고 우리는 서로를 용서하고 살아야한다.
서글픈 사랑이지만 우리의 사랑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 사랑을 지금 또 한 번 확실하다는 걸 깨달은 선영이다.
소리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입에서는 작고 흐느끼며 감격에 찬 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차돌아, 나의 주인님......당신만을 위해 살겠어.
세상이 저주하고 손가락질해도 이젠 주인님을 놓칠 수가 없어. 사랑해....]
....................................
다음날.....
차돌이가 간단히 아침을 먹고 무랑 이를 선영 이에게 남겨두고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는 차돌 이에게 선영 이는 뭔가를 내민다.
[이거, 받아..........작은 선물이야...]
선영이가 내미는 것은 휴대폰이었다.
차돌 이는 귀찮고 달리 전화 받을 일도 없고 해서 가지지 않은 물건이다
누나가 내미는 손에 들린 자그만 휴대폰을 전하는 누나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아무 소리 없이 누나가 내미는 휴대폰을 받는다.
[이젠 조금은 안심이 놓인다.
한시도 곁에서 떨어뜨려 놓지 마......그러면 누나 불안해..알았지....]
[누나, 고마워......언제나 이놈은 나와 있을 거야.......헤헤헤....]
차돌 이는 선영 이에게 환하게 웃어주고는 무랑을 향해 누나를 잘 보살펴드리라는 당부하고는 집을 나와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한다.
차가 집에 도착하니 집 앞에 웬 검은 승용차가 세대나 정차해있었다.
차돌 이는 의아했지만 무시하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고 발걸음을 뗀다.
그러자 차가오는걸 보고 기다리고 있던 곰이 나와 차돌 이를 영접해 같이 걸으며 자그마한 소리로 아뢴다.
[대장, 부탁하던 사람이 왔는데 만나보겠어.]
[그래요, 형, 진정 믿을만한 사람이야........]
차돌 이는 자기가 부탁한 사람이 왔다는 것을 알고는 진정 믿어도 뒤탈이 없는 사람인가를 물어본다.
[그건 내가 보증한다,]
곰은 확신에 찬 소리로 차돌이의 염려를 막아버린다.
[알았어, 형....한 시간 후에 안채로 모시고 와.........]
[알았어,]
차돌이가 현관을 들어서자 윤지와 현영이 그리고 곰의 처가 맞는다.
아마 아침을 먹고 설거지 중이었는지 윤지는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으며 웃고 있다.
[오빠, 이제와.............]
현영이가 먼저 나서고 그리고 모두가 차돌 이를 향해 반가운 말을 던진다.
[식사는 필요 없고 석이나 데려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밖에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젓는다.
요즘 차돌 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그일 말고도 무슨 좋지 않는 일이 있는 게 아닌가하고 걱정이 되는 얼굴이다.
허긴 차돌이가 요즘처럼 이렇게 길게 심각한 표정을 지운적은 없었다.
윤지가 방으로 들어가 석이를 안고 온다.
석이는 아직도 잠결인지 하얀 보속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현영 이와 윤지가 석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석이를 차돌 이에게 준다.
[오빠. 정말 괜찮아. 우린 불안해........]
윤지가 겁먹은 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한다.
차돌 이는 석이를 안고 자고 있는 석이를 바라본다.
[곧 알아질 거야.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
그리고 더 이상 알려하지 말고 내가 말 할 때까지 기다려.
일요일 모두가 모이면 말할 테니.....그 안에 할 일이 있어.]
그 말을 하면서 석이를 한참이나 보더니 다시 윤지에게 건넨다.
그리고 일어나더니 옷을 벗는다.
갑자기 두 여자의 발길이 빨라진다.
윤지는 아기를 데리고 나가고 현영 이는 차돌이의 옷을 챙기며 부산을 떤다.
옷을 갈아입은 차돌이가 두 여자를 좌우에 두고 그 여자들의 부드러운 손길을 어깨를 맛 사지 당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침묵에 빠져있다.
[잠시 혼자 있고 싶어.]
차돌 이는 두 여자의 안마를 한동안 받고 있다가 손을 뻗어 여자들의 손길을 물리친다.
현영 이와 윤지는 불안해하면서도 거역하지 못하고 서로를 마주보더니 조용히 물러난다.
차돌 이는 다시 뭔가를 생각한다.
세상이 각박하다는 걸 피부로 절실히 느낀다.
어제까지 그렇게 좋던 사이가 하루아침에 남보다 못한 원수가 되는 세상이다.
도대체 난 뭘 잘했기에........
남의 허물은 눈에 보여도 자기의 허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고 삶이기에...........이건 서로가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음이 아니던가.
서로 이렇게 높은 벽을 쌓아두고 있는데 어찌 진실을 알고 진면목을 알 수 있으리
조그마한 창문이 이럴 때 필요한 법이거늘.......그러나 이젠 늦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연못에 한바탕 강풍이 몰아친다면 어떻게 되는가...
연못에 비친 영상은 구겨지고 만다.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나는 잘하고 있는가..........
나 자신도 잘하고 있지 않으면서 남에게 잘하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모르겠다. 허나 이미 빼든 칼이다.
내가 죽어도 용서하지를 못할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예전의 누나로 돌려주고 싶다.
아마 내가 누나를 위한 사랑이 부족해서 하늘이 내린 벌인가. 아님 시기심인가...
천벌을 받을 짓을 한다고 천벌을 주시려 함인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문득 어디론가 정처 없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그저 무의미하고 살벌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벗어나 황폐함으로 가득 찬 황무지뿐일지라도 그저 그런 곳에서 살고 싶어진다.
이곳을 떠나 실종된 어부처럼 고립된 무인도에서 해와 별을 벗 삼아 홀로 있고 싶어진다.
[똑.........똑.........똑........]
노크소리가 생각을 깬다.
뒤이어 윤지가 자기의 불안전한 표정이 슬퍼지는지 어둡고 도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한다.
[큰 형부가 손님을 모시고 와서 기다리는데..........]
윤지가 곰이 손님과 같이 거실에서 기다린다는 전갈을 가져온다.
[아하. 알았어. 곧 나간다고 그래..........]
차돌 이는 무덤덤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알았어요,]
윤지가 나가고 차돌 이는 옷차림을 정갈하게 한다.
그리고는 방을 나간다.
[아니..저 아이는...........]
놀라 눈을 크게 뜨고 하는 30대의 건장하고 떡 바라진 몸매를 한 검은 정장을 입은 신사가 눈을 크게 뜨고 손가락으로 차돌 이를 가르치며 어처구니없어한다.
차돌이도 그 사람을 보고는 놀란 눈빛을 하고 만다.
무엇보다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곰과 외팔이다.
두 사람은 이미 서로가 알고 있다는 표정을 보고 어리벙벙했다.
그러나 곰은 그 남자가 차돌 이를 보며 감히 아이라 부르며 하대를 하고 있자 불연 노기 띤 소리로 젊은 신사를 꾸짖는다.
[종 만아, 이 새끼야....내가 모시는 분이야..........
내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지. 어디 건방지게. 눈깔을 똑바로 하고 있어..............]
곰은 자기가 데리고 온 사람이 차돌 이를 보며 아이라 부르며 아는 척하자 불같이 노하며 음성을 높인다.
종만 이가 차돌 이를 아는 듯하자 궁금하기도 했지만 감히 자기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차돌 이를 보고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고 눈길을 마주하니 분기가 치밀어 올랐고 그 노기는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있었다.
[아... 형님, 정말 죄송합니다.
아는 아이인지라.............]
종 만이라는 사람은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인지 기가 찬 것인지는 몰라도 계속 차돌 이를 아이라 부르며 아는 체를 하곤 잘못을 빈다.
[이 새끼가 그래도 죽으려고 환장했나..............]
곰이 화가 더욱 복받친다.
그렇게 주의를 주었는데도 도무지 씨알이 먹히지 않자 금방이라도 때려죽일 것 같이 분노를 나타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아...아......... 형, 그만둬. 나랑은 안면이 있는 형이야. 하하.........
그래, 그동안 안녕하셨소이까.]
차돌이가 급히 나서서 곰을 말린다.
괜히 자기 때문에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이 어색했다.
그리고 종 민에게 악수를 청한다.
[아하하하.....자네도 잘 지냈는가. 여긴 어쩐 일이지.....하하.]
종 민도 반가운 웃음을 지우며 마주 차돌이의 손을 잡는다.
그 순간 종 민의 턱에 강한 둔탁 음이 들리고 종 민은 나자빠진다.
[퍽.........콰 당 탕..............으윽.........]
곰이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린 것이다.
그렇게 주의를 주었건만 도무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자기 말에 더 이상 성질을 참을 수가 없었다.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불편한 자세에서 아무렇게나 날린 주먹치고는 무지하게 강한 타격이라 차돌이도 조금은 놀란다.
그러나 모른 체하고 가만히 있는 다.
곰은 일어나서 쓰러져있는 종 민에게 다가가 발로 종 민의 목을 밟으며 낮게 소리친다.
[개새끼......그렇게 주의를 줬건만........
아예 날 무시 하겠다는 거 군. 내가 널 믿었다니....
씹할 놈 꺼져. 빨리 이 개새끼야....내 눈에 다시는 보이지 않도록 해..
그땐 정말 죽여 버릴 테니까..]
눈에서 살기가 쏟고 금방이라도 죽여 버릴 듯, 한 기세다.
너무나 화가 나는지 눈에서는 광기가 가득 찼고 입에서는 단내가 날 정도로 씩씩거린다.
감히 자기 말을 무시하다니.. 정말 차돌이만 옆에 없으면 당장 때려죽여버리고 싶었다.
이런 놈을 내가 대장에게 천거하다니...차돌이보기 미안해진다.
[컥.....컥....
형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우를 범했으니 그대로 발을 눌려 죽여주십시오.]
종 민은 진정 놀랐다.
형이 이렇게 화가 나서 자기를 때리는 정도가 아니라 죽이려들다니 조금 전 형의 말을 생각하니 자기의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세계는 상전의 말이 곧 법이 아닌가.
그런데 내가 하늘같은 큰형님의 말을 몇 번이나 무시하는 불경을 저질렀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오래전에 보았던 사이라도 형님이 충고를 하면 뭔가 깨달아야 하는데 너무 반갑고 어이없는 장소에서 만나다보니 깜박 형의 말을 흘려들었던 것이다.
종 민은 평소 존경하는 형의 엄청난 분노를 보고 너무나 잘못한 점이 많다는 걸 뉘우치며 죽기를 자청한다.
[형, 그만 참아, 절 찾아준 손님이야. 그 정도로 했으면 좋겠어.]
차돌이가 보다 못해 두 사람을 중재하고 나선다.
지금 곰의 표정을 보니 진정 극도로 화가 나있는 모습이라 일단은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곰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거리며 계속 발을 눌리고 있다.
[아냐, 대장.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은...........]
[형. 그만두래도.................]
차돌이도 인상을 그린다.
낮지만 냉정하게 내 앞에서 드잡이 질을 말라고 경고한다..
이런 식으로 강경하게 나가지 않으면 곰이 화를 풀 것 같지가 않아서였다.
어찌 곰뿐이겠는가.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외팔이는 어떠한가.
눈이 있는 데로 찢어지고 인상을 얼마나 심하고 그리고 있는지 마치 흉신악살을 보고 있는 듯 했다.
형도 있고 내가 있어 참고 있지만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이대로 두면 필시 좋지 않은 일이 터질 것 같아 차돌 이는 서둘러 진압에 나섰다.
[에이. 내가 이런 새끼를 동생이라고..........넌 나중에 보지.....썅.......]
곰은 그제 서야 종 민의 목에서 발을 뗀다.
종 민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곰에게 절을 하며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
그러나 곰은 들은 체 만체한다.
차돌 이는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모두를 자리에 앉게 한다.
그리고 서로의 화해를 종용하며 이제 모든 걸 지난일이라 여기라며 억지로 악수를 시키는 등 매듭을 풀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
.........................................
[황 종민 이라 합니다.]
종민 이가 정식으로 차돌 이에게 예를 다하며 허리를 깊이 굽힌다.
조금 전에 대하던 행동과는 180도 다른 행동이다.
[반갑습니다.
진정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 아직도 그곳에서 운동을 하십니까,]
차돌이도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으로 마주 인사하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아.....예,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종민 이가 아직도 얼떨떨해가며 멋 적은 소리로 뒷머리를 글 적 인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외팔이가 재빨리 나선다.
[아니. 대장, 정말 이 새끼를 잘 아십니까..........]
외팔이는 두 사람이 안면이 있는 정도이거니 했는데 종 민이가 뭘 하는지도 알자 정말 툭 터놓고 지내는 그런 사이가 아닌지 궁금했다.
[하하하. 형, 우연히 이 형을 본적이 있어.]
차돌이가 싱긋이 웃는다.
서로 안면정도 있을 뿐이며 그 외는 알지를 못한다는 걸 몸짓으로 알려준다.
[그런데, 어찌 이형님들을 알고 있는지 저도 정말 궁금합니다.]
종민 이도 궁금한 건 매 일반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두 분 형님은 세상 누구도 자기위에 둘 사람이 아니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한분이며 어느 누구에게도 존칭을 거부할 정도로 대단한 분이셨는데 지금 젊은 사람에게 그토록 공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어리둥절했다.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었고 도대체 무슨 끈이 있어 천하의 형님들을 마치 수하 거느리듯 하며 있다니 그 영문이 알고 싶었다.
[하하하...그건 나중에 저 형들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고 제가 지금 어디 나가야하니.
거두절미하고 부탁하리다.
지금 난 이놈의 세상에 주먹이나 쓰는 깡패들 모두를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요.
해서 상록수 산하에 중앙 파라고 알고 계십니까........]
차돌 이는 모든 서식을 절미하고 바로 용건을 말한다.
[옛.........예...... 중앙파라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더니 눈을 크게 뜨고 놀라고 만다.
서로를 마주보며 얼떨떨한 모습을 보이더니 곰이 묻는다.
[대장, 정말 중앙파와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
사실 중앙파라면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아......]
[그래요, 형.......그렇다면 조직의 보스가 누구며 날치라는 놈을 알겠네.......]
차돌이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곰 형이나 외팔이 모두가 세상에서 험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지만 국내에서 손가락을 꼽을 막강한 조직인 중앙 파를 알고 있다 하지 않는가..그것도 아주 잘 안다니...
차돌 이는 자기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에 놀란 것이다.
[알아. 보스는 가마모도라고 부르는 지 상호야.
놈은 비열하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놈이기도 하고..
그리고 젊을 때 유도를 한 놈이지.
지금도 아마 그놈에게 잡혀 쉽게 빠져나올 놈은 없을 거야.......아주 대단한 놈이지.
날치라는 놈은 중간 보스이고........그런데 무슨 일이야...........]
곰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차돌이가 분개하며 그것도 중앙 파를 들먹이는지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중앙파의 조직상부에 대한 인맥을 알려준다.
[후후. 그런 일이 있어,
놈이 시시하다면 내가 서운할 뻔했지..
그 정도는 되어야 내가 철저히 짓밟아 줄 것 아니야.
아무튼 종민 이 형.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가 시키는 일을 군 말없이 해줄 수 있냐고........]
차돌이가 이빨을 갈다시피 하며 원한을 토출하더니 종 민을 쳐다본다.
눈에서는 살기가 번뜩인다.
웃고 있는 척 하지만 아니었다. 얼굴엔 온통 분노로 덮여있었다.
종민 이도 그런 차돌 이를 쳐다보며 엄숙하게 맹세한다.
[대장님이 아니라도 난 이 형님들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릴 수 있습니다.
난 형님들이 여기서 이렇게 편안히 있는 줄도 모르고 절치부심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으니.....
더군다나 중앙 파를 도륙 내는 일이라면......내가 부탁할 참입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내 목숨을 조금치도 아끼지 않으리다.]
종 민은 형들이 차돌 이를 대장이라 부르자 자기도 그렇게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도 중앙파와 깊은 원한이 있음을 알리고 최선을 다하여 돕겠다는 뜻을 밝힌다.
종 민의 말을 들은 차돌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그럼, 중앙파의 보스라는 놈과 날치라는 놈의 주변사항을 빠짐없이 알아, 내게 알려줘...
놈의 집안, 가족 등 심지어 애인이나 그와 관계되는 모든 인적사항을 중심으로 말이야..
시간은 빨라야해. 할 수 있겠소.]
차돌 이는 모종의 작업을 위하여 속에 있는 계획을 실행한다.
확실히 짓밟기 위해 사전 작업이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무턱대고 들어가고도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시끄러운 잡음이 일어날 이며
그는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아도 자기의 원한을 확실히 갚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생각했고 그것이 조용하면서도 철저하게 단죄할 수 있기에 사전에 그들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거야 문제없습니다, 이미 알만큼은 알고 있고 그놈들 주위만 알면 됩니다.
놈들에 대해서는 아무 염려 마십시오..........
그리고 더 이상 존칭은 말아주십시오, 듣기가 여간 거북하지 않습니다.]
종민 이는 선뜻 대답한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 이다.
종민 이는 그런 문제라면 염려 말라고 하며 차돌이가 존칭을 쓰니 영 마음이 불편했다.
형들도 그를 대장이라 부르며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극도의 존경으로 대하는데 그분들의 수하인 내가 그의 존칭을 받을 수가 없었다.
종 민은 거듭 말투를 바꿔 줄 것을 청한다.
[그래도 좋다면 그러 하리다.
그리고, 놈들의 처치문제는 걱정 마시오. 모두 내손으로 처리할 테니.....흐흐흐.....
놈들 모두를 이 세상을 볼 수도 없고 남자로서 가치도 없게 만들어버리고 말테니....
하여간 내가 부탁하는 거나 알아주시오.......
놈들과 관계되는 놈이라면 무엇 하나 빠뜨리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주시오.
후후후....그놈들과 연관 된 자가 어린아이라도 내게 무사하지 못할 거야.....
완전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어버릴 테니...흐흐흐.......]
차돌이가 눈에 광채를 떠올리며 냉소와 지으며 처절하게 소리친다.
무슨 원한이기에 이토록 살벌한 복수를 감행하려하는지 옆에 듣고 있던 사람들은 오금이 저려올 정도로 그는 지금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그만큼 차돌 이는 분노로 살을 떨고 있었으며 눈에는 무서운 살기가 연신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때 곰이 무거운 어조로 조용하게 말한다.
[대장, 무슨 일인지는 묻지 않겠어.
나중에 자연히 알아지리라 믿기 때문이지.
허지만 중앙파의 가마모도나 부하들도 엄청난 인원과 상당한 실력들을 가지고 있어.
혼자서는 감당키 어려울 거야..
우리도 나서겠어.]
곰은 차돌이의 살기 돋친 눈빛과 싸늘한 언행에서 커다란 원한이 있음을 감지하고 그런 어마어마한 조직과 대항하기위해서는 혼자 힘으로 무리라는 걸 알리며 돕겠다고 나선다.
[흐흐흐...형. 그까짓 조무래기들 나 혼자라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음까지 안길 수 있는 놈이 나야........
아무 걱정하지 마. 모조리 쓸어버릴 테니.......흐흐흐....]
차돌이가 살기를 흘리며 냉랭하게 말하자 곰은 다시 숨이 막힘을 느낀다.
차돌이의 무술실력을 알고 있으니 단독으로 상대한다면 어느 누구도 차돌 이를 이길 수 없으리라 믿고 있는 곰이다.
허지만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만 있는 게 아니다.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화살이 겁난 법이다.
아무리 차돌이가 실력이 월등하고 그들을 제압할 수 있어도 불시에 덮쳐오는 화살을 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불상사를 미연에 막고 싶었고 이번 기회에 자기도 세상에 다시 발을 들여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오래 잠수했고 그래서 그만 모든 걸 잊으며 살기로 하였는데 차돌이가 분노하며 칼을 갈고 나서자 예전의 원한이 샘솟듯이 솟아올랐고 혈기를 감출수가 없었다.
그도 하산을 결심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잠수를 그만두고 놈들과 맞부딪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진정 차돌이가 염려되었다.
놈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차돌 이를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도대체 얼마나 큰 원한이 있기에 차돌이가 살기를 내뿜으며 모조리 제거하려는지 저렇게 한을 씹고 있는가하고 곰은 두려움에 가득차면서도 차돌 이를 계속 진정시키려든다.
[대장......대장..........
사실은 나도 이제껏 말 안했지만 한때는 중앙 파에 있었어.
대장이 모두 제거하겠다고 하니 이젠 말을 안 할 수가 없이 되었어.
그리고 그런 곳에 있다고 다 나쁜 놈들은 아니야........
어쩔 수없이 불모로 명을 받는 아이들이 상당히 있어. 그러니 우리도 나설게....
대장이 힘이 없어 도우려는 게 아니고 난 그런 놈을 살리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부디 손속에 사정을 두어..............]
곰은 조금씩 자기의 숨겨온 비밀을 털어가며 차돌 이에게 인정을 베풀라고 호소하고 그리고, 이 일에 자기들도 끼어달라고 재삼 부탁한다.
차돌이의 실력이라면 분명 모두를 제압하리라 의심은 않지만 등으로 날아드는 비수까지 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 같이 행동해 주기를 간청한다.
[흐흐흐. 형,.난 형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
외팔이형의 주먹 쓰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보고 주먹세계에 있었다는 걸.......
알았어, 나중에 가마모도를 쓸어버릴 땐 형이 도와주고 지금은 그냥 있어. 흐흐흐......
조그만 집단하나를 무너뜨리는데 모두가 갈 이유가 없어.
난 상록수 자체를 깔아뭉개 버리려고 하는데 말이야...흐흐흐...
그리고 종 민이 형한테 애들이 제법 있던데 입단속 시키고 지금 즉시 내가 말한 것을
알아봐 줘.
활동비는 신경 쓰지 말고...............흐흐흐..........개새끼들..]
차돌이가 곰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 한다
그러나 나중에 그의 힘을 빌릴 것을 약속한다..
분노에 차있어 사리판단이 되지 않는지 안하던 욕까지 해가며 이를 갈고 있는 차돌이다.
[대장,.......우리가 남이요.......우리도 돕게 해주시오.......]
외팔이도 소리를 높이며 나선다.
그냥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앉아있기에는 뭔가가 아쉬웠다.
형도 잠수를 풀고 하산한다면 자기도 형과 같이 움직이는 게 도리였다.
아니 도리라기보다 외팔이는 항시 시간이 있으면 곰을 붙들고 복수를 감행해야한다며 구슬리기도 하며 그를 세상에 가가게 온갖 수단을 마다않았는데 지금 형이 스스로 잠수를 풀며 세상에 나갈 뜻을 밝히지 않는가.
너무 기분이 좋아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차돌이의 표정을 보는 순간 찬물을 맞은 듯이 수그러들고 만다.
분노로 몸을 떨고 있는 그의 모습은 가히 번 접키 어려운 그 무엇에 싸여 있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분노하게 만들었는지...궁금하기도 했다.
또 대장이 자그마하다는 집단이 사실 조직계에선 손가락 안에 드는 집단인데 너무나 작게 보고 있는 듯도 하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분노하고 있으니 대장의 일이 자기들의 일이라며 자기들도 데리고 가 달라고 사정한 것이다.
[알았어. 그런데 형들도 중앙 파에 쌓인 게 있는 모양이네. 형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나중에 정말 형들을 데리고 갈게.
지금은 내가 부탁하는 것에 전력을 기우려 빠른 시간 안에 알아줘.......
나머진 형들끼리 의논하고 이만 나가봐......
나도 준비할게 있어,]
차돌 이는 또다시 거절한다.
그리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모두 물러가기를 원했다
일행들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자리를 나온다.
모두의 얼굴에는 심각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리고 지금 달리 겁을 먹고 어쩌지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방에서 차돌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윤지와 현영 이는 엄청 놀라고 만다.
차돌이가 조직과 싸움을 벌이려고 하질 않는가.
저 사람이 조직세계와 무슨 원한이 있었는지 몰라도 저 정도로 마음을 먹었다면 물러나지도 않을 것이고 그러다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하고 발을 구르며 어쩌지를 못해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보다도 더한 사람이 있다.
곰의 처는 아예 사색이 되어버렸다.
중앙파라는 소리와 그 집단을 쓸어버리겠다는 말에 전신을 떨어가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벌벌 떠는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어 곰의 처를 저렇게 괴롭게 하는 것인지.........
차돌 이는 여자들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현관에서 구두를 신고는 걱정이 되어 쳐다보는 여자들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이 일이 끝나면 윤지엄마를 찾아봐야겠어.
아이는 누구보다 할머니 품에서 커야 하는데....윤지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그러니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당신들 하는 일이나 신경 쓰도록 해......
그리고 나오지 마라, 밖에 사내들이 우글거리니 보여 좋을 게 없어.]
그리고 인사도 받지 않고 밖으로 나온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장정들 10여명이 마당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차돌이가 나오니 모두는 허리를 구십 도로 굽히며 인사를 한다.
[대장님, 처음 뵙습니다.]
차돌 이는 얼떨결에 장정들의 극진한 인사에 어리벙벙하다가 웃음으로 맞이한다.
[하하하....왜 처음이요. 몇 번 보았을 텐데........]
그 말에 장정들이 고개를 들고 차돌 이를 살핀다.
[앗, 전에 산에서 보았던 꼬맹이....아니 대장이 아닌가.........
어째 이런 일이. 설마 저 아이가 우리가 모실 대장은 아니겠지.]
장정들은 예전에 산에 운동하러갈 때 걸 리 적 거리던 아이였음을 기억하고 그렇게 말한다.
설마 이 아이기 우리의 상전이 아니리라 반신반의하면서 놀라고 있다.
[왜, 아니겠어, 이놈의 새끼야.........
이제 이분이 우리들의 제일 위로 모실 대장님이시다.
조금이라도 불경 한다면 그 자리에서 손목을 끊어버릴 테니 실수 없도록 해라
알았어....]
언제 나타났는가, 종민 이가 나서서 아이들을 후려잡는다.
혹시나 만만하게 보고 어리석은 짓이나 하지 않을까 해서 사전에 겁을 주어 좋지 못 할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옛, 형님.]
장정들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형님의 명이라 힘차게 대답한다.
형님이 저 정도이면 분명 무언가가 있으리라 생각도 들었다.
다시 종 민이 목소리가 쩌렁하게 울린다.
[그리고 민우, 네놈은 오늘부터 대장님차를 몬다.
우리 중에 그래도 네놈이 제일 반반하고 솜씨도 좋으니...........
대장님을 모시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내말 알겠지.
그리고 알아도 모르고 보아도 못 본 것임을 잊지 말도록.........]
종민 이가 장정 중 한 놈을 지적한다.
또한 모두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고 말해준다.
절대 실수하는 우를 범해 나에게 죽어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말이다.
[형님, 영광입니다. 죽음으로 대장님께 충성을 보이겠습니다.]
종 민이 지적한 장정이 한발 앞으로 나서며 크게 허리를 굽힌다.
이런 영광이 어디 쉬운 일인가,
여긴 조직 세계다.
아무리 힘이 없어도 상전을 곁에서 모시면 그 누구도 깔보는 법이 없고 조심하는 법이다.
그런 자리에 자기가 지적되고 모실 수 있는 영광을 얻었으니 기분이 날아갈듯 했다.
[좋아.]
그리고는 종민 이 차돌 이를 보며 다시 말을 잇는다.
[대장님, 아직 얼굴이 팔리지 않은 아이이고 의리를 아는 놈입니다.
가까이 두고 많이 좀 가르쳐주십시오.]
[허허,
안 그래도 거리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여간 곤란하지 않았는데 형이 그런 배려를
하다니 정말 고마워.......]
차돌 이는 사양하지 않는다.
첫째로 종민 이가 보이는 사내 같은 충성심이 좋아서였고 두 번째는 운전을 할 놈이 얼굴도 반반하고 배운 것도 있어 보이고 뭔가 사내다운 기질이 보였기에 사양 않고 청을 받아 드린 것이다.
차돌이가 차로가자 민우가 재빨리 문을 열어 차돌 이를 맞는다.
차돌 이는 그런 민우에게 웃어보이고는 뒷좌석에 엉덩이를 내린다.
민우가 재빨리 차를 돌아 운전석으로 가더니 시동을 걸고 차를 밖으로 내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