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 (28/50)

차돌이의 콧속으로 향기로운 냄새가 들어온다.

차돌 이는 눈을 슬며시 뜨고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초점을 맞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일화가 침대에 앉아 자기를 보며 방긋이 웃고 있다.

환하고 밝은 웃음에 차돌 이는 자기도 모르게 웃는 얼굴을 손으로 안아 입을 맞춘다.

잠시 동안 그 입술을 탐하던 차돌이가 입술을 떼며 웃어 보인다.

[당신 너무 멋져,

당신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사실 믿기지가 않아. 너무 멋있어..]

일화가 자기여자로 있어주어 고맙다는 말이다.

차돌 이는 그런 말이나마 해서 일화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머, 정말이에요, 여보. 내가 멋있다는 게....처음으로 듣는 말이라....호호호...,]

일화는 조금 놀랐다.

차돌이가 자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말까지 자기에게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럼, 사실 당신을 처음 보는 날부터 그랬어.

언젠가는 당신을 내 품속에 가두고 말겠다고......]

차돌 이는 일화가 사랑스러운지 넓은 이마에 다시 입술을 갖다 댄다.

[아.....고마워요, 여보.]

일화는 차돌이가 자기를 욕심냈다는 말이 곧 자기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표현이 아닌가.

기분이 좋아 진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차돌이의 품속에 얼굴을 묻는다.

[후후후. 당신한테 미안한 것이 많아.....

당신도 말은 안 하지만 내가 왜 여자를 난폭하게 대하냐고 생각할거야.....

사실 나도 잘 몰라....여자와 자면 이상하게 그렇게 하고 싶어져.....

그리고 당신은 엄마 같고 누나 같고 어떨 땐 애인 같고 또 어린아이 같아 너무 편했어.

그래서 당신한테 내가 하고 싶은 걸 칭얼대는지도 몰라.

,후후후...바꿔 말하면 당신이 그만큼 멋지다는 거야.

난 일가친지 하나 없고 가난하고 외롭게 자란 몸이라 어쩌면 당신같이 멋있고 교양

있는 여자를 보면 마구 짓밟고 해서 만족을 얻으려 하는 것이 맞을 거야.

그 버릇은 고쳐지지도 않을뿐더러 당신만 보면 내 마음속에서 더욱 그러 하고픈

충동이 일어나는 데 그걸 하고난 후에 사실 당신에게 미안했어..

그런 내 마음을 당신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아님 그렇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잘 따라주었고......... 후후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나에겐 많은 여자들이 있고 모든 여자들에게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이미 시작하고 있지만...그래서 말인데 당신이 우선이어야 동생들이 하지 않겠어.

분명히 말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당신과 잘 때는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당신은 이해하고 따라줄 것이라 믿어.

당신 그렇게 해 줄 거지....]

차돌이의 마음을 일화에게 처음으로 밝힌다.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는 충동이 자기 자신도 제어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 것이 너무 변태인 추잡하고 지저분하며 가히 사람이 행할 섹스로는 부적격한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하려하고 그것을 원하며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기자신도 모르게 행하고 싶고 또 그걸 행하고 말아야 습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그걸 일화가 앞서서 이해하길 바라는 것이다.

일화는 차돌이가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감격하고 고마운 모양이다.

[아. 당신 고마워요, 이제라도 당신의 마음을 알려주어....

당신을 따를 것이에요, 당신이 원하면 시궁창에 몸을 던지는 일이라도 절대 원망치

않고 따를 테니 당신이 원하는바대로 하세요.

그리고 얼마든지 명하세요.

힘들고 아픈 고난이 와도 당신이 원한다면 불사도 마다않을게요.]

일화는 다시 한 번 차돌 이를 위해 한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를 보여준다.

차돌이가 자기를 경멸해도 할 것인데 자기에게 향하는 마음이 수치를 주기위해서가 아니고 사랑하는 마음도 섞여있다는 말이 아닌가.

일화는 그렇게 듣고 느꼈다.

차돌이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가 지금 충 열 된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며 진솔하게 말하는 모습은 없던 일이었다.

일화는 지금 감격하고 있었고 이 남자를 위해 정말 지금 죽어도 망설이지 않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그런 생각을 가지는 일화의 얼굴은 행복으로 그득하였다.

영혼이 솟아오르고 빛을 발하는 것 같은 행복이 얼굴에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점점 온 몸은 환희에 몸을 떨어간다.

차돌이의 진솔한 한마디가 일화에게 축복을 내리듯 많은 감동을 안겨줬다.

삭막하고 불안한 세상사,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나인데....

언제나 불안하고 외로운 삶이었는데....

가슴한가운데 아름다운 유성이 반짝거리며 환한 불꽃이 인다.

그 불꽃을 안겨다준 남자의 가슴에 내가 심어져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깨달았다.

이것은 축복이다. 영원히 간직해야할......

이제 님 을 위한일이라면 그 어떠한 것이건 주저치 않으리라 맹세를 한다.

님 의 행동이 그러하다면 내가 무얼 망설이고 주저하리......

님 의 버릇이 그러하다면 님 을 위해 그 버릇에 동승하여 얼마든지 나서겠다는 말이다.

[고마워. 사실 지금도 당신을 괴롭히고 싶어 죽겠는걸..후후후....]

차돌 이는 다시 고맙다는 말을 음침한 말로 바꾸어 장난하듯 말한다.

마음속은 일화에 대해 고마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런 말을 좋은 말로 하기가 민망해서였다.

[그러세요, 얼마든지 모든 걸 감수하기로 맹세한 당신의 여자에요.

이 몸은 당신 것이니 얼마든지 마음대로 하셔도 돼요. 아.....사랑해요.]

중년의 일화가 자식 같은 젊은 차돌 이에게 안겨 황홀한 표정을 나타내며 목마른 사슴이 물을 갈구하듯 사랑을 부르짖는다.

[하하하. 알았어. 내가 너무 고마워........]

차돌 이는 다시 일화의 입에 입을 맞춰준다.

일화도 적극적으로 차돌이의 입술을 맞아들인다.

다시 기나긴 키스로 두 사람을 엮어놓은 것이다.

마치 아교에 붙은 것처럼 서로의 입술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차돌 이는 일화를 밀어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사실 일화에게 정신이 팔려 등 뒤에 누가 와 있는 것도 몰랐다.

슬며시 나타난 불청객의 입에서 예쁜 목소리가 간드러지게 터져 나온다.

[어머, 오빠...오빠가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오늘 처음 봤어....

그냥 보고 있으려니 질투가 다 나네, 호호호.....]

[어... 미지가...... 언제 왔었어..,]

차돌 이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며 환히 웃는다.

그녀 역시 일화와 마찬가지로 발가벗은 몸으로 차돌 이를 보며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팔등신의 멋진 몸매가 몸에 지푸라기하나 없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서서 웃고 있었다.

미지는 차돌이가 엄마와 이야기하는 것에 끼어들 수가 없어 지켜보다가 이야기가 끝난 것을 알고 참견한 것 같다.

차돌 이는 미지를 와락 당겨 안고는 앵두 같은 입술에 키스를 한다.

한참을 미지의 입술을 탐하던 그가 입술을 물리며 다시 일화를 본다.

[참, 석이는....석이와 같이 갔다며......]

아기가 생각난 것이다.

아까 현영이가 한말이 사실이라면 아기가 있어야했고 아직 윤지가 오지 않았으므로 칭얼거리는 소리나 우는소리가 있을 법도 한데 너무 조용했고 두 사람 모두 아기를 신경 쓰는 표정이 아니라 불연 듯 아기가 궁금해진다.

[응.....걱정 마세요, 밖에 유모에게 맡기고 왔어요,]

일화가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유모라니......]

차돌 이는 그녀가 유모라 하자 누굴 보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당신이 형수라 부르는 사람,

자기가 아기를 돌보겠다며 유모를 자청했어요,

사실 그녀도 우리랑 한식구나 다름없어 그렇게 하기로 했고....당신은 어때요........]

일화는 석이의 유모가 곰의 처라고 밝혀준다.

[아....형수라면 좋지, 충분히 유모의 자격이 있지....

그나저나 저녁은 먹었어,]

차돌 이는 대 찬성이었다.

곰의 처라면 누구보다 자기가 하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걸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주는 형수가 아닌가.

차돌이가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차돌 이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모녀에게 또 묻는다.

[우린 먹었어요. 당신은 ..........

[괜찮아, 나는 별 생각 없어, 그나저나 집에 언제 들어가야 해...]

다시 차돌 이는 두 사람의 귀가시간을 묻는다.

덕만이 있기에 모녀의 활동반경이 좁을 걸 알고 모녀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아...집에....실은 조금 늦어도 미지랑 들어가야 해요....

미지랑 같이 여기들린다고 민수아빠에게 이야기하고 왔거든.......]

일화가 늦게라도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미안한 듯 소리를 죽인다.

집에 들어가야 하면서도 여기 왔으니 차돌이가 서운해 하거나 기분나빠할까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는 차돌 이를 만날 수가 없는 실정이니 일화로서도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언제부터인가, 아니 오래전부터가 맞을 것이다.

난 열매[덕만]보다 잎[차돌]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부도덕한 여자기 되기로 작정한 것이...

잎을 보기 전에는 난 열매가 너무나도 탐스럽고 소중해서 항상 가까이하며 그게 행복인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보잘것없이 여겼던 나무의 잎이 이토록 저리도록 슬픔도 기쁨도 가져다주는 소중한 존재임을 갈수록 뼈저리게 느끼며 산다.

언제 떨어질지도 모를 위태함속에서도 나를 쳐다보는 그의 사악하고 어떨 땐 포근한 눈빛에 녹아들고 말았다.

잎이 떨어지면 책갈피에 곱게 넣어 간직하듯이 영원히 그녀의 가슴속에 넣어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고 싶었다.

그런 내가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있다.

열매를 버릴 수도 버리지도 못하고 있고 잎 또한 버릴 수가 없다.

두 가지를 가진 것이 이처럼 힘들고 괴로울 수가 없다.

달콤한 맛과 향기를 가져다주는 열매를 보듬기보다 발자취에 묻어 겨울 언 땅에 산산이 부서지고 망가질 잎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픈데 세상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

미안하고 죄스러워진다.

남편의 앞에서도 아직까지 나신으로 움직여본 적도 없는 그녀가 차돌이 앞에서는 아무언질이 없어도 스스로 나신이 되어 그의 사랑을 기다리는 파랑새가 되고도 행복했다.

혼자만이 아닌 몸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와 함께 벌거벗어도 또 그이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지금 민망하거나 추하지 않다 생각할 정도로 모든 것이 그를 위해 존재하건만 이 남자를 밤새 편안하게 모시지 못하고 허울의 굴레 때문에 상처를 준 것이다.

그 역시 그걸 알기에 우리를 보내 주려하는 것이고. 우리모녀는 언제 자유롭게 그와 며칠 밤을 지세우도 아무른 간섭이나 마음의 짐이 없는 그런 날이 올까.

미안함과 괴로움에 한숨이 섞여 나온다.

[알았어, 그렇게 해..아니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암...

후후후. 그렇지만 당신들을 그냥 보내기는 싫고....

난 잠시 석이를 보고 와야겠어.

그렇지. 오늘 저 기구들도 시험해보고 싶어. 그러니 필요한 것들 준비해놓고 기다려.

그리고 내가 들어올 때 두 사람이 흥분되어 있으면 내가 굉장히 좋아할 텐데 말이야.....

후후.... 무슨 뜻인지 알지....흐흐흐...]

의외로 차돌 이는 당연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물론 마음의 빚이 그 역시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기부인과 딸이 외간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면..........그것도 천인공로하게도 모녀가 한 남자에게 몸을 주고 마음을 주며 변태행위까지 감당하며 사랑하고 있다면... 보통사람도 견디기 힘들 일인데 덕만 인 아마 처참한 고통 속에 속이 터져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런 차돌이의 말뜻을 왜 두 사람이 모르겠는 가,

그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는 미안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다시 끔직한 상상을 하질 않는가.

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음침한 미소를 흘려가며 또다시 감당하기 힘든 주문을 쉽게 그리고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광폭한 빛을 보이며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모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볼을 붉게 물들이더니 살 짜기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런 모녀를 보고는 차돌이가 소리를 내며 벗은 몸에 가운을 걸치더니 밖으로 나간다.

거실엔 석이가 유모차에 타고 있었고 현영 이와 곰의 처가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곰의 처는 모르겠지만 현영 이는 이날까지 주방에 저렇게 오래 들어가 있은 적이 없을 텐데 용케도 참아가며 일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런 현영이가 대견해 보였고 흐뭇하였다.

저런 여자를....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을 미모와 몸매를 지닌 여자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명 모두가 자기를 위하여 자기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온갖 수난을 받아가며 스스로 고난을 감수하고 있으니 한편으론 남자로서의 긍지가 살아나는듯하여 뿌듯한 마음도 솔직히 일어나고 있었다.

차돌 이는 조용히 유모차를 당겨 자기 곁에 두고 아기를 바라본다.

아기는 아빠가 바라보자 좋은 것인지 해바라기 같은 맑은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

방긋 방긋 웃으며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아기의 모습을 보자 차돌이의 얼굴에도 평화로 그득한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그 웃음을 아기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기의 고사리 손을 잡아본다.

한줌도 안 되는 조그만 손이 손안에 들어오자 차돌 이는 이놈이 나의 분신이라 실감이 난다.

이런 날이 있으리라고는 여겼지만 자기도 모르게 불쑥 찾아와버린 어처구니없는 행운인지 불행인지도 모를 사건이 너무 빨리 온 것 같아 처음엔 당황하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고 갈수록 짙어지는 것이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아기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가 갑갑한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현영 이와 곰의 처가 말없이 자기와 아기의 평화스런 행동을 웃으며 지켜보는 것이 아닌가.

쑥스러운 마음이 불연 듯 일어났다.

차돌 이는 멋쩍게 아기를 놓아두고 밖으로 나간다.

거친 호흡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마당 옆에 곰과 외팔이가 만들은 체력장에서 외팔이가 몸을 움직여가며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른손엔 각목을 쥐고 그것을 칼 인양 움직여대고 있었다.

왼손엔 의족을 넣어 전처럼 볼 상 사납지는 않아 보이지만 어쩐지 동작이 불편해 보인다.

대신 발놀림은 무지하게 빨라 발동작을 할 때마다 바람소리가 일어나고 있었다.

뛰고 차고 그리고 마당에 세워놓은 샌드백과 나무 등걸을 때리기도 차기도 한다.

차돌 이는 그 자리에 서서 그 모습들을 유심히 본다.

외팔이가 한동안 몸을 움직이다가 차돌 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동작을 멈추더니 차돌 이에게 다가오더니 가쁜 숨을 몰아쉰다.

[헉, 헉,,,,대장. 대장이 보기엔 아직도 많이 서투르지요.]

[후후후. 형은 내가 뭘 안다고........]

차돌 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투로 넌더리를 친다.

[허허...대장. 나도 눈은 있소, 본대로 지적해주쇼.]

[..................................]

차돌 이는 말없이 외팔이를 쳐다본다.

외팔이의 눈엔 진정으로 도움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를 섬광을 비치고 있었다.

차돌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연다.

[형, 정말 알고 싶어.

내가 생각하기엔 형의 눈빛을 보면 나하고 한번 대결했으면 하는 소리 같은데....]

[그래요, 대장, 그 말도 틀리다고는 않겠소.

그리고 정말 한번 붙어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오.]

외팔이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곰 형이 자랑하는 대장의 진실한 실력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아직도 젊은 나이인데 실력이 있어도 나를 함부로 다룰 실력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내 눈으로 보고 직접 상대해서 대장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형, 좋아. 난 아직까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어. 어디 형의 실력이 얼마인지 보자.]

차돌 이는 앞서 걸어 체력장의 공터 한편에 선다.

그리고 뒤따라오던 외팔이도 공터 한편에 서자 차돌 이는 진지하게 말한다.

[형, 지금부터 날 공격해봐.

조금도 사정보지 말고 전력으로 해야 할 것이야.]

외팔이는 차돌이가 자세도 잡지 않은 채 가운하나만 입고 서서 자기에게 공격하라하자 너무 어이가 없고 기가차서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외팔이는 한수 진지한 대결을 원하다가 이토록 무시당하자 대결을 포기하려든다.

[어............대장, 허허허.....

내가 아무리 외팔이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대결을....대장은 날 무시하는 것 아니요.

에이 관둡시다, 내가 어찌 대장을 때릴 수가 있겠소.]

외팔이는 너무 가소로운 듯 아니면 자기를 너무 깔보는 것 같은 차돌 이를 보며 시건방지게 말만 앞서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영화의 주인공도 아니고 소설속의 무인도 아니면서 너무 폼을 잡자 어처구니도 없었고 저렇게 건방진 망나니라면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 여겼다.

[산에 올라있으면서 나무만 쳐다보는 우를 범하다니...

나도 형에게 조금은 실망인걸.....]

차돌 이는 외팔이를 나무라고 있다.

일부러 신경을 건드려 싸움을 유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눈빛은 진지하기만 하다.

외팔이가 불연 듯 소리를 높이며 빈정거리는 것 같은 차돌 이를 매섭게 노려보며 화난기세를 토출하고 있다.

[어. 지금 뭐라 하였소.

이렇게도 날 무시하다니. 진정 내가 대장을 어찌해도 좋단 말이오.]

외팔이는 부아가 치밀었다.

아무리 모시고 사는 사람이지만 너무 자기를 무시하지 않는가.

자기도 오직 운동에 많은 청춘을 보냈고 험한 싸움을 수도 없이 하며 살아왔는데 빈손인 대장이 자기는 각목까지 들고 있는데 그것에다 전력으로 할 것을 당부하자 부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못난 사람이 자신을 자랑한다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물러나면 자신이 없어 핑계로 둘러대거나 변명을 늘어놓는다 할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서 소리를 높인 것이다.

[난 전력을 다해야한다고 말한 것 같은데......

그리고 흥분은 금물이야. 형, 어디 실력을 보여 봐. 후후후......]

그러나 차돌 이는 차분하기만 하다.

여전히 자세는 변함없이 두 손을 아래로 내린 체 어디 산책 나온 사람처럼 아무른 방어의 자세도 아닌 평 범 그 자체였다.

[뭣이, 그래 좋소, 이젠 나도 참을 수 없소, 진정 사정보지 않을 테니 후회는 마쇼.

이랴 압.....]

외팔이는 급한 성격대로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여전히 차돌이가 자기를 깔보고 빈정대는 것 같아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짐승의 표 효를 지르더니 차돌 이를 향해 냅다 각목을 휘두르며 공격해 들어간다.

[휘이익......]

각목이 바람을 가르며 옆구리로 짓쳐들고 금 새 발이 얼굴 쪽으로 날아든다.

차돌 이는 불시에 달려드는 공세에 상체를 구부리고 몸을 비틀며 외팔이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간다.

외팔이는 점점 화가 난다.

자기의 공격이 성공하리라 의심하지 않았는데 차돌이가 자기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모두 피해내자 노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다시 몸을 솟구치며 두발을 교차하더니 왼발로 차돌이의 턱을 가격하며 각목으로는 정수리를 공격한다.

차돌 이는 턱으로 날아드는 발길을 피하고 머리위에서 내려쳐오는 각목을 피하려다 무슨 생각인지 전부 피하지 못하고 오른쪽 어깨에 각목을 맞는다.

[으음...]

얕은 신음이 차돌이의 입에서 새어나온다.

외팔이는 자기의 공격이 성공하자 잠시 공격을 멈추고 차돌 이를 응시한다.

그러나 차돌 이는 자기를 보며 싱긋 웃는다.

외팔이는 폭발하고야 말았다.

[이젠 더는 참을 수 없어, 이얍......]

다시 차돌 이를 짓쳐온다.

그러나 차돌 이는 한 번도 공격하지 않고 오직 수비하기에만 정신이 없는 듯하다.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하겠지만 차돌이의 입가에 묻힌 미소를 보노라면 공격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도 같아 보인다.

다시 차돌이가 한 참 접전 중에 옆구리에 강한 둔탁한소리와 함께 각목이 때리고 지나가더니 다시 온 전신을 향하여 무자비하게 공격해 들어온다.

갑자기 차돌이의 눈빛이 승냥이 눈처럼 날카롭게 변한다.

그리고 조그만 기합과 더불어 몸을 왼쪽으로 한발 가량 이동하는가 하더니 그 자리에서 몸을 솟구쳐 외팔이의 머리위로 물구나무서는 듯 한자세로 오른손바닥으로 외팔이의 오른쪽어깨를 때리고는 등 뒤로 내려선다.

외팔이는 깜작 놀랐다.

순간적으로 차돌이의 신체가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어깨에 강하고 짜릿한 충격이 오더니 오른손이 저리도록 아파오며 도저히 각목을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각목을 제자신도 모르게 손에서 떨어뜨리고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오른팔을 내리며 온갖 인상을 그리며 아픈 신음을 토한다.

[으윽.........]

끊어질듯 아파오고 도무지 오른손을 들 기운도 없다.

그렇게 강한 압력이 아닌 것 같았는데 무엇이 어떻게 이렇게 온몸이 저리고 움직일 수가 없도록 아프다는 말인가.

도무지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등 뒤에서 차돌이의 웃음이 가까이 들리더니 아픈 어깨에 손이 닿고 몇 번인가 주물러지고 등 뒤로 강한 충격이 온다.

그러자 그 아픈 고통이 점점 사라지고 잃었던 팔의 기운이 돌아온다.

외팔이는 뒤로 번개같이 몸을 돌린다.

차돌이가 빙그레 웃으며 서 있다.

[대장, 진정으로 탄복했고 남자로서 졌음을 분명하게 인정하오.]

외팔이는 그 차돌이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하하. 형, 또 왜 이래....]

차돌이가 외팔이를 일으켜 세운 뒤 다시 웃어준다.

[형, 모든 힘은 뿜을 때가 있으면 거둘 수도 있어야 해...

모든 움직임이 순간적이고 빠르게 움직일 때 힘이 쏠려야 하지만 목표 지점이라 여기면 빨리 끊고 회수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아까 내가 맞아보니 형은 힘을 밀어치려 하는 것 같아.

그 힘을 빨리 끊어야 상대의 공격에 방비할 것 아냐.

빠르게....그렇지만 끊을 줄 아는 힘의 조절이 공격과 수비를 조화롭게 해줄 수 있어.

난 그런 형의 허점을 노렸기에 한 번에 제압할 수 있었어.

형도 무술을 아니 생각하면 아리라 믿어.]

차돌 이는 외팔이가 뭐라 하려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외팔이는 그 자리에서 차돌이가 사라진 곳을 멍청하게 바라보며 서 있다.

어깨를 감싸는 손이 있다.

곰이었다.

곰은 외팔이의 아픈 어깨를 감싸며 약간 떨리는 듯 한목소리로 조용하게 외팔이 귓전에

말한다.

외팔이는 어깨를 감싼 곰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자네는 알겠지, 내말이 틀리지 않음을......]

외팔이는 자기를 감싸는 손의 주인을 바라보며 진정 감탄에 찬 어조로 대답을 대신한다.

외팔이의 목소리도 조금은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차돌이가 보여준 무술에 감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형님, 전 긴가 민가 했습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가 했는데 어느새 내 어깨를 치고 뒤에가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 접해보니 과연 저 같은 놈은 대장이 신경만 쓴다면 10초도 걸리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외팔이의 눈은 아직도 차돌이가 사라진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래, 맞아 대장이 중국 갔다 와서 눈빛이 더욱 공허해보였어.

그건 그만큼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돼 지.

이젠 내가 전성기라도 대장에겐 얼마 견디지 못 할 거야.

난 오늘 확실히 보았어.

대장의 숨겨진 실력을..........허허허......]

곰도 차돌 이를 인정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보여준 무술이면 자기로서도 얼마 감당하지 못한다는 말을 외팔이에게 하면서 허탈하게 웃는다.

[형님, 전 무슨 말씀인지.........

그저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하하하....그럴 거야.

자네는 대결하고 있었으니 모를 수도 있었을 거야.

난 모두 지켜보았어.

자네를 제압할 때 느린듯해 보이는데도 언제 거두었는지도 모르게 전광석화처럼 손을 놀리는 동작을....

마치 한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

아직도 그러한 무예가 있다는 것을 진정 처음보고 알았어.

아마 무기 없이 그분을 이길 사람은 이 세상에서 드물지 않나 싶어........]

곰은 자기가 본 차돌이의 솜씨를 느낌대로 말하며 그 역시 놀라움을 담은 눈을 외팔이가 보는 곳과 같은 방향을 하고 있었다.

[에이. 형님, 설마 그 정도까지야.....]

외팔이는 차돌이가 강자임을 인정하지만 곰이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 믿지를 않으려한다.

그러나 곰은 엄숙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솔직한 느낌을 숨기지 않고 털어낸다.

[하하하....자네는 겪어보고도 그런 소릴 하다니........

허긴 아무리 현대문명시대에 살고 있지만 숨은 기인이사가 없지는 않으니 알 수가

없겠지만 난 소름이 끼칠 정도네.....하하하.....]

[.................................]

외팔이가 아직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자 곰은 다시 부연설명을 한다.

자기의 느낌을 외팔이가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상관없이 눈을 지긋 이 감고 씁쓸하게 읊조리듯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넨 보지 않나,

늙고 기운이 없는 노스님 앞에 가면 우리는 알 수없는 기운에 눌려 허둥대지 않는가.

노스님이 무슨 기운이 있어 우리를 이기겠는가.

그분들에겐 세상과 단절하며 하는 수련 속에서 알 수없는 기 같은 것을 몸에서

품어내지 않던가.

우린 그 기세에 그만 주눅 들고 말지.

그런데 대장은 젊은 나이에 그런 기운이 강하게 넘쳤고 그래서 사실 우리가 존경하지 않는가.

우리 같은 놈들에게 존경받는다는 것은 우리보다 강하다는거야.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도 없어. 허허허.....]

약간은 허탈에 빠진 웃음이다.

자기보다 강자를 보았고 전의를 불태워 싸워보고 싶은 상대라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이 허망하다 여겨지는 게 아닌가 보다.

[허허. 동생, 이만 들어가자.

어찌하던 동생은 그토록 소원하던 대결을 이루었으니...........

절대로 대장이 하는 말을 흘려듣지는 말게. 허허허.......]

곰은 외팔이를 다독거려준다,

그리고는 몸을 돌린다.

돌아서는 그의 얼굴에도 짙은 그늘이 지고 있었다.

그는 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평생을 싸움터에서 굴러다녔고 수많은 격전을 치루면서도 남에게 크게 져본 적이 없었는데 직접 대결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동생과의 대결에서 차돌이의 실력을 갸름할 수 있었다.

자기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다.

짖는 개는 무시하되 묵묵히 있는 개는 조심하라했다.

그리고 올라가지 못 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했다.

예전엔 이러한 속담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어리석은 자를 달래는데 인용하기도 한 말인데 오늘은 그냥 패배자의 변명으로 여겨진다.

올라갈 수 없는 나무는 없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력을 갈고 닦으면 언젠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장의 거목은 너무나 높았다.

아면 할 수 있다. 한다면 한다. 이보다 무서운 말은 없다.

그러나 느꼈다. 해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자기와 같은 길을 걷는다 해도 가려서 해야 한다는 것을....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살이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원망할 수도 없다.

세상은 공평하고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각자가 개척하고 꾸며나가는 대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런 세상을 원망한다면 솜뭉치를 이고 물속을 거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오늘처럼 자신이 약해지고 허망할 수가 없었다.

[예, 형님.]

외팔이는 급하게 돌아서는 형의 어깨가 쳐진 것을 보았다.

그러나 곰은 자기가 최고로 존경하는 형이었다.

곰에게 존경심을 보이며 인사를 하곤 방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는 곰과 외팔이의 어깨가 축 쳐져 보는 사람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차돌이가 별채로 들어가자 침대엔 끈적끈적한 열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모녀는 차돌이가 원하고 시키는 일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아니 모녀는 서로 벗고 안고 있다가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상대방의 몸을 어루만졌고 점점 이상하게 번져오는 야릇한 기분에 점점 애무의 강도를 높이고 있었다.

차돌이가 침대 곁에 와서야 모녀는 눈치 챌 정도로 서로의 몸을 탐닉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섹스를 위한 장난감이 침대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진동으로 된 어떤 것은 아직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섭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차돌 이는 더 이상 구경할 수가 없었다.

부리나케 가운을 벗어 제키고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든다.

다시 요란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각자의 입에서 터질듯 한 신음이 그칠 줄 모른다.

고통과 환희가 어우러지고 안타까운 비음도 쉬지 않고 울려터진다.

사방에 방음처리가 된 집이라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지만 집안은 거의 죽어가는 신음이 목청껏 울려 퍼지며 난잡한 침대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려주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가지가지 괴상한 짓거리를 주저 않고 해대었다.

마치 그들에게 아름다웠던 모두를 모욕하고 희생시키려는 것 같았다.

그들의 입술은 서로서로 물고 늘어져 뜯을 듯이 하였고 사지는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마에는 격정과 안간힘을 다한 노력으로 검은 줄처럼 땀이 무성했다.

다리가 침대를 벗어나 늘어지고 그 다리의 발이 경직되고 부르르 떨어댔다.

대리석 같은 아름다운 다리 그중에서도 넓적다리는 허연 거품이 섞인 정액과 애 액으로 더럽혀져있었다.

끊임없이 터지던 신음이 잦아지고 침대위에 세 사람은 사지를 늘어뜨리고 힘없이 쳐져 누워있다.

그들의 몸은 손발이 잘려 벌판에 내동댕이쳐진 조각처럼 흩어져있다.

머리칼은 산발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있고 땀에 번뜩이는 육신들은 크게 움직이는 뱃살의 요동에 조금씩 줄기를 이루더니 침대에 떨어지고 있다.

아름답고 고운 피부는 여전히 광채를 발휘하지만 예쁜 얼굴에 짓고 있는 표정들은 찡그리고 벌려있어 땀방울과 함께 어우러져 방금 전의 열기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초점은 멍해있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누구하나 일어나서 난장판과 자기들 몸에 뿌려진 섹스의 산물들을 제거하거나 치우기조차 귀찮은 듯 누워있기만 한다.

일화의 보지 속에는 아직도 이상한 기구가 자리 잡고 그 속에서 이상한소리가 나며 손잡이로 보이는 곳이 빙글빙글 돌고 있어도 그것조차 움직여 제거하기 싫은지 아니면 그 기구의 여흥이 즐거운지 그냥 제멋대로 놀도록 두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있으니 다시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용모와 늘씬한 굴곡의 몸매를 지닌 현영 이와 윤지가 들어온다.

방안에 들어선 두 사람은 침대위의 광경을 보더니 서로 마주보고 미소를 나누고 침대 곁에 와서 살며시 앉는다.

현영 이는 일화 머리맡으로 입을 가져가 속삭인다.

[언니, 그렇게 좋아. 아니면 아직도 만족 못해서야..

언니 속에 있는 걸로 내가 조금 더 수고해줄까....]

일화는 늘어져 있다가 이제 어느 정도 기운이 돌아오는 가 했는데 느닷없이 현영 이와 윤지가 들어오고 현영이가 귓속말로 그렇게 속삭이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손을 내려 보지 속에 있는 기구를 빼내고 그것을 현영이 손에 쥐어준다.

[아니, 동생......너무 기운이 없어 그것도 뽑기가 싫었어.

사실 그 여운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동생, 자네도 한번 사용해봐. 호호...

그리고 우린 일어나서 가야해.......

나머진 동생들이 알아서 모셔........우린 정말 천당에 수십 번 갔다 왔어. 얘.......]

일화는 힘들게 몸을 움직여 앉더니 차돌이 건너편 미지를 흔들어 일어나게 한다.

미지도 엄마 뜻을 알아차리고 억지로 몸을 세운다.

그리고 모녀는 침대를 내려와 방문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쓰러질듯 걷는 모녀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일화는 그래도 경험과 아기를 낳은 몸인지 조금은 나은지 미지를 약간 부축하며 힘겨운 발을 떼고 있었다.

문 앞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침대를 향해 보더니 남아있는 식구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더니 밖으로 사라진다.

차돌 이는 이 모든 상황을 보고 듣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기가 나서면 조금 민망한 상황이 도래할까봐 모른 척 눈을 감고 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 실눈을 뜨고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들 서로가 거리낌 없이 대하고 말하는 것이 흐뭇하였다.

허긴 이렇게 살지 않으면 서로가 질투하게 되고 시기하게 되면 모두에게 좋은 결과는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이젠 서로가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된 것이다.

[두 언니는 갔어요. 호호호...........

오빠가 설마 두 언니 때문에 기력이 소진해서 이러는 것은 않을 테고.....

오빠 마음 알 것 같으니 일어나서 꿀물이나 한잔 마셔요. 호호호...........]

현영이 웃음을 지으며 차돌이의 귀에 속삭인다.

차돌이도 더 이상 모른척할 수가 없었다.

모녀는 정신이 산만하고 기운이 없어 차돌이의 행동을 짐작하지 못했으나 현영인 벌써 알고 웃고 있는데 더 이상 잡아떼기가 어려웠다.

차돌 이는 벌떡 상체를 세운다.

[하하하. 너도 이젠 능구렁이가 다 되었군,]

그리고 현영이 주는 꿀물을 마신다.

꿀물을 다 들이키고는 고개를 돌려 얌전한 고양이처럼 벌거벗고 침대 가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윤지를 본다.

[학교 잘 갔다 왔어,

아기가 보고 싶지 않았어.

그나저나 아기엄마가 아직도 저렇게 부끄러움을 타고 있다니......

윤지는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야....그럼 나가있도록 해.......

나도 윤지의 그런 모습 보기가 부담스러워..........]

차돌 이는 윤지를 나무란다.

이왕지사 모두가 아는 일이고 치러져야할 행사인데 계속 부끄러움만 피우고 있자 조금은 기분이 얹잖아졌다.

그것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면 나가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래서 취향에 맞춰주려면 그런 식으로 있으면 안 된다며 그녀를 충고한다.

[아냐, 오빠.........나 안 나갈래............]

윤지가 급히 차돌 이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아마 나가라는 말이 그렇게 무서웠나보다.

그의 아기까지 낳은 몸인데 소외된다는 것은 말도 아니 된다고 번뜩 생각이 들었으며 이런 행위가 한두 번도 아닌데 더 이상 부끄러워하거나 망설여서 차돌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차돌이가 자기 때문에 마음 상한 듯 느껴져 마음약한 그녀는 금 새 눈에 눈물이 돈다.

[그래, 그렇게 해야 해.......우리 그냥 하고 싶은 데로 미친 듯이 이렇게 살자.

또 한 이곳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우리만 알고 아무도 모르잖아.......

난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짓은 모두 다하며 살고 싶어.

윤지도 그런 날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

사실 그렇게 하도록 내 마음이 시키는 걸 나도 자제하지를 못해....]

차돌 이는 윤지를 다독거린다.

그냥 세상 사람들이 무어라하든 우리식대로 살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태 짓은 자기들이 말을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일이며....

그 역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니 도와달라는 부탁도 겸한다.

[그렇게 할 게요, 오빠.........시키는 데 로 할 테니 제발 화내지는 마세요.]

윤지는 무척 겁이 많아졌다.

차돌이의 아기를 낳고 혹시 버림받으면 어쩔까하는 그런 생각이 뇌리에 박혀있는 탓 일게다.

차돌이의 변태 짓을 받아드리는 것이 사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포르노배우라도 꺼릴 자세와 행위를 밥 먹듯이 해야 했으며 점점 심해지는 그의 변태에 기가 질린 적이 어디 한 두 번인가..

그러나 그 모든 것도 그를 떠나서는 살 수 없으니 고스란히 받아들여야했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런 바보, 울려하기는......... 난 우는 것은 질색인데.............]

차돌 이는 윤지를 슬며시 당겨 품안에 안아준다.

[안 울어요, 절대로.........]

윤지도 차돌이의 품에 안기며 조그맣게 속삭인다.

......................................................

[이제 석이도 유모가 있으니 문제가 없고....하여 현영 이와 미지도 직장을 구해.

놀고 있으며 여기에만 들락거리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집에서도 원하지

않을 거야.

물론 나도 그런 사람은 싫어하고 또한 우리가 행하는 이 짓이 세상도덕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는 부도덕한 짓인 것만은 사실이야.

누구 때문이기 이전에 사람들에게 이상한 모습까지 보여주면서까지 이런 작태는

행하기 싫어.

이건 어디까지 우리들만의 비밀이어야 하고 같이 있는 방법이 어느 정도 타당해야

있을 수 있는 법이야.

그래서 일화와 미지도 집으로 간 것이야.

공개적으로 까발리고 아무리 우리가 옳아도 세상은 우리를 미친병자로 볼 수밖에 없어.

난 그런 눈빛받기는 싫어.

너희들이 내게 다가왔으니 방법도 너희들이 찾아서 해.

내가 밝히기 이전에 너희들 때문에 내가 세상 눈초리를 받는다면 당사자는 물론 그

누구도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내일부터 부모님 회사에 가서 근무하건 다른 곳에 근무하건 너무 자주 이집에

들락거리는 일이 없도록 해......]

차돌 이는 언제고 이 말을 해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말을 꺼낸다.

놀고먹지 말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자기 본분에 맞는 직장이나 직업을 구해라는 것이다.

빈둥빈둥 노는 것은 그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누구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그 사람 곁에만 붙어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다.

아무리 더러운 행위와 난잡한 여자관계로 얼룩진 삶을 살고 있지만 세상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며 살기는 싫었다.

[설마 당신, 우리를 내치려고 하는 말은 아이겠지요.]

현영이 짐짓 놀란체하고 삐죽거린다.

차돌 이는 그런 현영의 마음을 아는지 부연설명을 하며 자기마음을 확실히 밝혀준다.

[이봐, 세상 어느 남자가 이렇게 예쁘고 잘 따르며 멋있는 여자를 싫어해,

나도 남자야. 너희들이 왜 싫겠어.

다만 우리가 하는 행위가 세상에 알려지거나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이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서 그래......

이래야만 나나 너희들도 사실 당당해 질수 있잖아.

방법은 너희들이 찾아서 만들고 언젠가는 같이 살아도 모두가 편안한 눈으로 봐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어.

그날이 오기 전까진 서로가 조심하자는 것이야, 내말은..........]

[그래요,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의논하기도 했어요.

사실, 오빠 말이 맞아요. 세상은 우리만 사는 곳이 아니고 부모도 남도 모두가 어울려

사는 곳이니 체면도 명예도 무시할 수 없는 곳인가 봐요.

오빠를 자주 못 보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렇게 할게요.

무슨 방법을 쓰던 오빠 곁으로 오는 합법적인 방법을 알아내고 그렇게 하고 말거에요.

방법이 비겁하고 사악해도 오빠 곁에 올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을래요.

오빠도 우릴 절대 잊으면 안돼요.]

현영이 인정하고 수긍한다.

달리 반박할 말도 없었고 사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또한 집에서도 그냥 놀고 있다고 귀찮을 정도로 채근하고 있었고 그것을 들어가며 지금껏 빈둥거린 것은 한시도 차돌이의 곁에서 떠나기가 싫어서였다.

그러나 지금 그의 마음을 알았다.

언제나 자기 옆에만 있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비록 변태 짓으로 얼룩진 그였지만 그의 밤 생활을 떠나서는 너무도 인간적이고 정확하며 모든 사물을 깨뚫어 보며 사회생활에 적응하며

바르게 살려하는 사람임을.....

사실 그녀도 무료했다.

자기혼자만 그의 곁에 있는 것은 아니고 그와의 자리는 순서가 있었다.

그날이 오기 전에는 무료한 시간을 너무 답답하게 보내야 했다.

뭔가 하고 싶기도 했는데 그가 힘을 실어주니 너무나 반갑기도 했다.

일이란 스스로 하면 즐거운 법이고 억지로 하면 따분한 법이다.

따분한 일을 하면 그 일에 끌려가는 하인이 될 것이고 해야 할 일을 다잡아하는 것은 모두를 끌고 가는 주인이라 했다

뭔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또 다른 자기의 면모를 그에게 보여주고도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칭얼거리면서도 환영의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윤지가 울상이다.

[오빠. 난.......]

차돌 이는 윤지가 무엇 때문에 걱정하는 줄 알고 등을 어루만지며 토닥거려준다.

[그래, 윤지는 지금 사정이 마땅찮잖아.

여기서 학교가고 그리고 졸업하고 직장구할 때까지 나랑 생활하자.

어차피 석이도 볼 봐야 하고........

그리고, 윤지야 내가 어찌하던 윤지 어머님을 설득하고 모셔올 테니 내게 시간을 다오.

지금 무관신하다고 실망하지 말고 기다려 줘.

나도 너를 좋게 맞아들여 남처럼 해주지 못하는데 네 엄마는 오죽 하겠냐,

그걸 이해시키려면 내가 더욱 잘 되어야 해.

난 꼭 그럴 것이고 그러기위해 지금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어.

그러니 참는 김에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줘..........]

[아..오빠...난 그런 오빠 마음도 모르고........고마워, 정말 고마워. 오빠.......흑...]

윤지가 눈물을 흘리고 만다.

사실 이런 차돌이의 마음도 모르고 원망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차돌이가 이렇게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보니 자기에 대한 사랑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느꼈는지 감격에 찬 눈물이 자기도 모르게 흘러내린 것이다.

차돌 이는 윤지를 더욱 세게 안아준다.

[이런, 울보........

자, 이제 이야기가 끝났으니 그만 잘까. 아니면 놀이나 할까. 하하하.....]

[어머머. 오빠는 하여간 못 말려 변강쇠라니깐..호호호.............]

현영이 간드러지게 웃으며 호들갑을 피운다.

[하하하. 그래 나는 변강쇠고 변태다.

오늘 현영 이를 잡아먹어야지 하하하.......]

차돌이가 얼굴에 인상을 그리며 두 손을 벌리고 현영 이에게 달려든다.

[그래요, 아주 뼈도 추리지 말고 몽땅 잡수셔. 호호호........]

[하하하......................]

밤은 깊어간다.

차돌 이는 윤지에겐 토요일 아니면 직접관계를 삼갔다.

윤지가 학교가야하고 자기와 직접관계를 가진 다음날엔 행동이 부자유스러운 것을 보고 가급적 공휴일이 아닌 날엔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여자들이 그만큼 차돌이의 변태를 받아주는 것인지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옆에서 지켜보아야만 했으니...

오늘도 현영이가 내지르는 신음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좋아서 지른 신음과 고통 속에서 나오는 비음 여러 가지가 복합된 통음을 긴 시간을 옆에서 보고 들으며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작은 장난감으로 시름을 달래야만 했다.

.

.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차돌 이는 무랑이 한국에 오는 것을 반겨야했다.

혼자가 아닌 양양과 같이 온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랐다.

중국에서 입은 은혜를 고국에서 모두 갚아주고 싶었다.

미지더러 무랑을 운전학원에 등록케 하였고 또한 컴퓨터학원과 한국어학원에 다녀 한국에서 살아가는데 어렵지 않도록 최대의 관심을 가지게 했다.

물론 양양이 원하면 같이 배워주도록 했고 남은 시간은 한국의 여러곳을 구경시키는 관광안내까지 하게했다.

무랑은 차돌 이와 만나 눈물을 흘리며 기쁨과 반가움으로 가득하였고 지금 자기에게 행해지는 것이 영원히 차돌이 곁에 있는 필수조건인줄알고는 그야말로 성심을 다해 공부에 열중하였다.

양양도 달리 큰 할 일이 없었다.

처음엔 무랑혼자 타국에 보내는 것이 위험해보여 동행하였지만 고국에 딱히 기다려줄 사람도 없고 마음속에 가득한 차돌 이를 두고 가기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무랑과 같이하였고 언젠가는 자기도 여기서 살려면 필요한 공부라여기고 전심전력으로 공부에 충실하였다.

차돌 이는 마음속에 걱정이 하나 줄었다.

다만 양양이 자기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해 자기의 여자와 양양이 보도록 유도하여 지나친 장면을 서슴없이 행하였는데도 자기에게 보내는 눈빛은 여전히 빛나있었다.

더 이상 차돌이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그냥 두고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또 많은 날이 지나갔다.

양양이 방문기간이 다 되어 눈물을 흘리며 고국으로 돌아갔으며 자기는 다시 오고 말 것이다 라면서 굳은 표정으로 차돌 이에게 다짐하듯 말하고 떠난 것이다.

덧붙여 자기가 만약 한국에 다시 오게 된다면 무랑과 같이 한국에서 살도록 해달라는 당부까지 하면서...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이뤄진 것 같은 세월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차돌 이가 연구실에서 한숨을 내 쉰다.

몇 달간 연구한 것이 결과가 야릇하게 나온 것이다.

본래 차돌 이는 노인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연구했던 것이다.

나이는 먹어 피부가 탄력을 잃고 이빨이 빠지고 귀가 어두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도 혈액이 지나가는 핏줄이 좁아지고 또한 늙어가며 피가 탁해져 그런 이유로 혈이 막히고 뇌졸중으로 쓰러져 사망하거나 남은 인생을 풍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 풍으로 시달리며 잘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을 알곤 그런 사람들이 없는 마지막 인생을 보다 편하고 즐겁게 지내게 하고 싶어 연구를 하고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는데 혈이 맑아지고 혈맥이 확장되어 피의 흐름을 순탄하게 하고 노환과 늙어가는 피부에 조금이라도 탄력이 붙어 나은 삶을 위한 약을 만들고자 개발했는데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중추신경에 극도의 자극을 주어 엄청난 흥분을 야기 시키는 그런 약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행이라면 동물과의 실험에서도 부작용이나 휴우 증은 보이지 않았다.

극도의 흥분이 음양의 조화가 이뤄진 후에는 언제 그러했는가 하는 식으로 평상시의 안정을 찾았고 그냥 혼자 있게 해 보니 약 세 시간가량을 죽을듯한 흥분에 시달리다가 멍청한 바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실로 사람들에게 사용하기에는 위험한 약이었다.

혈액의 순환을 원활히 하기위해 너무 강렬한 재료를 많이 투입하다보니 과한 성분으로 다른 곳에 그 효과를 보게 한 것 같았다.

차돌 이는 이 엄청난 결과 앞에 허탈한 표정으로 있다가 다시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알기위해 배운 지식과 다른 학자들이 저술한 논문들을 읽어 참고로 하기로 했으며 혼자서는 연구에 너무 시일이 간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을 구하기로 작정했다.

차돌 이는 곰을 불러 변두리에 조용하고 적당한 대지가 있는 곳을 알아보게 한다.

그리고 자기는 다시 연구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소리 소문 없이 흘러간다.

.

.

.

차돌이가 정장을 입고 덕만의 사무실에서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말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가 모르겠어.

처음엔 정보만 알려했다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자를 보니 나도 모르게 눈이

뒤집혀진 것 같네그려.........]

덕만이 뭔 짓을 저지르고 그 일을 후회하고 있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고 있다.

[부회장님답지 않으십니다.

아무리 동생을 누르기 위해서였다지만 한 여자의 인생도 고려했어야했습니다.

저로서도 어찌 처리해야할지 난감합니다.]

차돌 이는 덕만의 경솔한 행동을 질책한다.

명색이 대기업의 부회장으로써 할 일이 아닌 행동을 하였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나이로서 자기를 믿고 이야기하는 덕만이 고맙기도 했다.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아는 자네는 어떤 어려운 일도 무난하게 처리했어.

지금 자네 말고는 이일을 맡겨놓을 사람도 없고 시일은 무척 다급하고.......

이젠 그 여자를 아무 일도 없듯이 만들어 돌려보내던가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방법 말고는 없네..

저쪽에서도 지금 이 여자를 찾기 시작한 것 같으이. 허허..... 내가 미쳤지..........]

덕만은 자기가 너무 경솔히 일을 처리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사건이 예상외로 확대된다면 그 후환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하여간 어찌되던 부회장님의 부탁이니 만나보기는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또 누가 알고 있으며 어떤 경로로 납치했습니까.......]

차돌 이는 사정을 알고 싶었다.

이런 일은 많은 사람이 알아서도 안 되고 여자를 납치한 경로를 알아야 대처할 수 있으니 물어본 것이다.

[으음. 믿을만한 조직을 통해서 했네.

지금 그 여자를 납치한 사람이 수하들과 함께 지금 그곳을 지키고 있을 거야.

하여간 자네만 믿네.....]

덕만은 순순히 대답한다.

자기로서는 어찌해볼 용기도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혼자 속 알 이를 하다 차돌이가 생각났고 그라면 무난하게 이일을 뒤처리할 수 있으리라 확신을 했고 그래서 체면불구하고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으음. 그놈들도 여자를 건드렸습니까,]

혹시 다른 놈들도 여자를 성폭행을 했느냐 묻는 것이다.

덕만 이가 성폭행한 것도 어려운 실정인데 혹시 그놈들까지도 했다면 처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는 라이벌 그룹의 핵심인사이지 않는가.

[아마. 형님이라는 작자는 그러지 않았나 싶으이............

다른 놈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것이고.........]

차돌 이는 기가 찼다.

도대체 얼마나 미인이라 덕만이 사회적 체면을 팽개치고 납치한 여자를 건드렸단 말인가.

그리고 납치자중 한 놈도 그럴 것이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모래로 막을 것을 바위로 막기도 힘들게 되어버렸지 않는가......

[흐흠. 점점 일을 어렵게 만들어 버렸네...

이런 일은 사람이 많이 알고 있으면 안 되는데..............

그나저나 그 여자를 설득해 보는 방법밖에는............]

차돌이도 답답했다.

얼마나 여자가 예쁘고 멋졌으면 덕만이 사회적 지위도 고려하지 않고 여자에게 음심을 가졌고 탐했더란 말인가.

차돌 이는 그런 덕만이 한심스러웠다.

그러나 생각은 마음속이고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는다.

일단 자기를 믿고 해결을 부탁해온 것이니 자기로서는 최선을 다해보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문제해결은 쉽지 않겠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잘 좀 해주게. 사실 우리가 아무리 설득해도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더라고.

무슨 이유인지 그런 성질이면 혀라도 깨물고 죽을 여자인 것 같은데 입을 악물고 죽음 만은 피하고 있는 듯 한인상이 역력하더라고.........

난 그것이 마음에 더 걸려.............휴우.....내가 어쩌다가..........]

덕만은 깊은 한숨을 내 쉰다.

그리고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다시 진저리를 치며 몸을 떤다.

사건은 이러했다. 덕만은 회사의 운명을 걸고 이복동생을 눌러 확고하게 후계자자리를 차지하기위해 엄청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와 같은 프로젝트를 라이벌회사가 벌써 추진하고 있음을 알았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허탈감속에 마지막 카드로 그 기획에 깊이 참여하고 있는 여자를 알아내고 그에 대한 정보를 빼앗아 상대방보다 먼저 실행하여 회사에서의 입지와 경영에서도 상대방을 누르려했는데 납치한 여자의 대가 어느 남자 못지않게 굳세고 드높아 입을 열게 하기 위해 몸까지 짓밟는 파렴치한 일까지 저질러도 한사코 여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그 여자에게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돌려보내려 했으니 후환이 걱정되는 것이다.

만약 죽여 입을 봉할 수도 있었으나 상대방도 만만찮아 만일 그런 한 일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회사는 물론 집안과 개인의 명예까지 한날에 사라질 것은 자명한일 그래서 일을 원만히 처리하기위해 어려울 때마다 쉽게 일을 해결한 차돌이가 생각났고 지금 부탁하는 것이다.

[자, 일단 만나보기나 해 봐야겠습니다.

부회장님 같이 가시겠습니까,]

차돌 이는 덕만의 부탁을 들어줘야겠다고 마음을 잡는다.

자기를 돌봐준 은혜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도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돈을 쥐어주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던 일단은 만나보고 나서 결정지어야하기에 만나보는 자리에 덕만이 동행하겠느냐고 물은 것이다.

[그럼 가야지, 제발 원만히 처리되는 걸 내 눈으로 봐야 두 다리 펴고 잘 수 있겠어.....]

덕만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무실을 나선다.

차가 정차하고 덕 만과 차돌이가 내린다.

운전을 덕만이 직접하고 온 것이다.

그만큼 비밀을 요하는 큰 사건인지도 모를 일이라 직접 운전하고 온 것이다.

차가 멈춘 곳은 시골의 조용한 변두리주택이었다.

대문을 밀고 들어가자 이미 온다는 연락을 받았는지 험악한 개를 잡고 있는 덩치 좋은 두 놈이 덕만을 맞아준다.

[안에는.........]

덕만이 다짜고짜 사내에게 묻는다.

[지금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만 있어도 충분하여 형님은 볼일 보러 나갔습니다. 헤헤헤...]

사내는 덕만이 누구인지 아는 모양이다.

얼굴에 온통 비열한 아부를 담고 최대한 공경한 어조로 대답한다.

[알았네, 아가씨가 뭘 좀 먹던가,]

덕만이 다시 묻는다.

[아닙니다, 그렇게 독한 년은 생전 처음입니다.

형님의 명령만 아니라면 그냥 꽉 해버리고 싶지만......헤헤헤....]

덩치 좋은 사나이가 입을 헤 벌레 하며 웃는다.

두목의 명이 없었다면 벌써 여자를 요리했을 것이라며 여자의 매력에 깊이 감탄하고 있는 눈치였다.

[으음. 알았네, 일단 자네들은 밖에 나가있게......우리가 가서 만나봐야겠어.]

덕만은 인상을 찌푸린다.

감히 깡패라는 놈에게 농 비슷한말을 듣다니 자존심이 상했고 그런 비열한 눈초리를 하는 모습이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헤헤헤......그러십시오, 그럼, 재미 많이 보십시오........헤헤......]

장정들은 덕만이 아가씨와 재미를 보러온 것으로 알았나보다.

비굴하고 아첨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허리를 굽혀댄다.

현관을 들어서고 덕만은 차돌 이에게 안방을 가러 킨다.

그리고 혼자 들어가서 설득해보라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거실에 마련된 소파에 앉는다.

차돌 이는 덕만을 잠시 쳐다보고 방문 앞에서 옷을 고르고 호흡을 정리한 다음 세 번 노크를 하고 방문을 밀고 들어간다.

사지가 침대모서리에 묶여있고 고개를 벽으로 돌리고 누운 아가씨가 있었다.

옷은 찢어져 전신 살갗이 벗은 거나 다름없이 되어있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있고 온몸은 반항의 흔적과 맞은 멍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차돌 이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런 식으로 해서 얻은 결과가 무엇이 좋을라고..........안타까운 심정으로 침대가로 다가가 아가씨를 불러본다.

[이봐요, 아가씨......아가씨........]

아가씨는 정신을 잃은 것인지 대답이 없다.

아가씨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죽은 송장처럼 늘어진 힘없는 육신덩어리가 침대에 있는 것 같았다.

차돌 이는 그 모습에 연민과 자애의 표정이 얼굴에 떠돈다.

그리고 그의 손은 부드럽게 꼼작 않는 여인의 몸으로 뻗쳐진다.

그리고 쇠약해지고 넝마같이 추해있는 아가씨의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점점 눈이 왕방울처럼 커지고 입에서 단발마의 부르짖음이 나오더니 목이 터져라 외친다.

[앗.....아니................누나.....누나.................]

차돌이의 찢어지는 것 같은 외마디비명과 함께 방안은 삽시간에 음산하고 칙칙하게 변한다.

어찌 이런 일이.......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것도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누나가 이렇게 처절한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등장할 수 있단 말인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다.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누나가 이렇게 비참한 몰골로 침대에 누워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도 못했던 일이다.

얼마나 가슴 저리도록 보고픈 누나였는가.

이제까지 자기 삶은 모두 누나를 위해서였는데 이런 꼴로 무침하게 짓이겨진 모습으로 자기눈앞에 나타나리라곤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눈물이 앞을 가리고 분통에 말문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한 심정이 된다.

오직 처절하게 누나를 켜 안고 울부짖을 뿐이다.

[누나.....엉 엉엉.........누나..........엉엉............]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목이 터져라 누나를 부른다.

믿었던 사람에게.......그것도 자기를 돌봐준 사람이 누나를 이렇게 하다니....

절망감과 배신의 감정이 물밀듯이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라 흥분을 자제키 어렵다.

차돌 이는 울면서 사지에 묶인 끈을 풀며 누나를 안는다.

축 늘어진 가날 픈 몸이 힘없이 딸려온다.

누나의 얼굴에 떨어지는 눈물 탓인가 죽은 듯이 정신을 잃고 있던 누나가 어렵게 눈을 뜨고 자기를 안고 통곡을 터뜨리고 있는 사람을 본다.

그리고 눈이 화등잔처럼 크게 뜨더니 나지막이 소리를 지른다.

[차돌이. 차돌이, 진정 내 동생이 아닌가.................아 차돌아. 흑..으음.......]

선영인 다시 큰 충격에 정신을 잃고 만다.

차돌 이는 울면서 누나를 켜 안는다.

그리고 방을 나오니 덕 만과 장정들이 갑자기 방안에서 나는 큰소리에 무슨 일인지 몰라 멍청하게 서서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차돌 이는 누나의 복수를 결심했다.

누나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하늘아래 같이 살고픈 마음이 없었다.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다.

차돌 이는 누나를 안고 그 자리에서 몸을 날린다.

수 미터의 거리를 한 번에 날아 오른발로 장정의 옆구리를 가격한 다음 착지하는 가 했더니 다시 몸을 회전시키며 남은 한 놈의 턱을 사정없이 가격한다.

[퍽....퍽...쿵. 쿠 당 탕............]

두 놈이 졸지에 벼락같은 차돌이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맞더니 이내 뒹굴며 넘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턱을 맞은 놈은 입에 피거품을 흘리며 기절해있고 옆구리를 맞은 놈은 두 손으로 옆구리를 안아 죽어가는 비명을 지른다.

차돌 이는 비명을 지른 놈에게 다가가 팔꿈치를 밟으며 묻는다.

[난 두 번 묻지 않는다.

네놈들의 조직이름과 형이라는 작자를 대라...그리고 어디가면 만날 수 있는가........]

시퍼런 섬광을 뿌리며 살벌하게 묻는 차돌이의 얼굴은 완전 야차나 다름없다.

도리어 너무 분노가 치밀어 목소리는 낮아지고 느려져있다.

그러나 한마디 한마디가 살기가 넘친다.

[난 모른다.]

장정이 제법 충성하는 것인지 눈빛을 쏘아붙이며 차돌 이에게 대든다.

아무리 기습적인 공격에 당했지만 어찌 적에게 순순히 조직의 금기를 발설할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자기에게 나중에 어떤 벌로 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흐흐흐. 그래.....

과연 대답하지 않는가 보겠다.

네놈이 하나씩 부러져 병신이 되어가도 큰소리를 치는지...]

차돌 이는 섬뜩한 안광에 다시 징그러운 웃음을 담고 발바닥에 기를 실어 밟고 있는 장정의 팔꿈치를 사정없이 눌러버린다.

[빡. 으 으 으악.............]

팔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아픔의 비명을 지르며 장정은 새파래진다.

차돌이의 인정사정없는 린치에 사내는 온몸을 오그리며 고통의 신음을 내지른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당하는 고문이 이렇게 잔혹할 수가 있단 말인가.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을 정말 뼈를 부러뜨리고도 눈 하나 깜박 않는 그의 잔인함에 온몸이 갑자기 소름이 끼치고 무서워진다.

그런데도 놈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장정은 견딜 수 없는 무서움과 고통에 얼굴이 새파래지며 온몸을 떤다.

[다음은 이놈이다. 그러면 평생 여자보기는 어려우리라.

어쩌겠나, 한 번 더 기회를 주지.....말하라.......]

차돌이가 사타구니에 발을 올리자 놈은 사색이 된다.

조금 전에 그가 발을 누르는 정도인 것 같았는데 뼈가 부러지고 팔에서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는데 이제 다시 사타구니 자지에 발이 올라오니 얼굴이 새파래지다 못해 사색이 되어 줄줄 아는 데로 말하고 만다.

[예, 예,........ 우린 중앙 파에 속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형님은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중구 1가에 있는 피치라는 싸 롱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발 그것만은......제발 살려주십시오........으.......으.....]

그는 겁에 질려버렸다.

바지한가운데에서부터 축축하게 물기로 젖어드는 것도 느끼지 못한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무지막지하고 독한 놈은 보지 못했다.

조직에 발을 들여놓고 수많은 사람을 보았지만 지금처럼 무서운 얼굴을 본적도 음성도 없었고 이렇게 잔혹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말이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이놈은 정말 사정없이 자기의 자지를 짓누르고도 남을 놈 같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 날 것 같지도 않았다.

이놈은 자기가 알고 싶은 것을 알기 전에는 진정 목숨마저도 취할 것 같았다.

더 이상 버틸 재간도 없었고 다른 고통도 받기 싫었다.

그래서 아는 데로 토설하여 그가 멈추어주길 바란 것이다.

[놈의 이름은.]

차돌 이는 다시 얼음이 날릴 것 같은 차가운 소리로 묻는다.

[으.............이름은 문정식이라 하며 날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전 시키는 데 로 했을 뿐입니다. 제발....용서해주십시오..으.....으.....]

장정은 새파랗게 질려 오들오들 떨면서 술술 대답한다.

한 번의 위협이 장난이 아니었고 대답을 머뭇거리다간 정말 평생불구자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차돌이의 인상만 봐도 오금이 저리고 섬 짓 해진다.

이 상황에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정말 그렇게 되고도 남을 것 같았기에 질문이 끝나자마자 즉시 대답하는 것이다.

[흐흐흐....알았다. 그리고 네놈은 오늘로 그 바닥에서 사라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서 형이란 놈에게 전하라, 내가 수일 내로 찾아가 죽여 버리겠다고...

비겁하게 숨어도 내가 지옥 끝까지라도 찾아가 죽여 버리겠다고............흐흐흐......]

차돌 이는 분노에 떨고 있었다.

이 순간 그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누나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었다.

아니 꼭 그렇게 죽여 버리고야 말겠다고 맹세하고 있었다.

그는 주눅이 든 놈에게 싸늘하게 내뱉고 현관을 나가려다가 또 다른 무엇이 생각난 듯 덕만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역시 싸늘한 어조로 덕만의 가슴을 천 갈래로 찢어놓는다.

[부회장님........결국 이런 식이 되고 말았군요.

난 지금 부회장님을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고 갑니다.

인연은 이것으로 모두 끝내죠.

도와준 은혜라 여기고 지금은 참고 그냥가지만 당신이 나와 누나에게 준 고통은 당신도

당신식구들 모두에게 돌려주고야 말겠습니다.

내말이 맞나 틀리나 실험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입을 봉하고 후환을 없애고 싶다면 언제든지 사람을 보내십시오.

그럴 때마다 당신이 겪는 고통은 배가될 테니.........]

덕만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보자 그만 멍청해버리고 말았다.

평소에 차돌이가 누나에게 향한 지극한 정성을 보아왔고 지금의 모든 노력이 누나에게 보여줄 산물이었고 누나를 위한 삶이란 것을 들어왔는데 자기가 겁탈하고 납치한 여자가 어찌 차돌이의 누나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리고 그가 조직사람의 후환도 겁내지 않고 잔혹하게 놈들을 제압하고 고문하는 것을 보았다.

항상 봐오던 차돌이가 아니었다.

언제나 사리표명하고 스스로를 낮추며 윗사람을 존경하며 살던 그가 이처럼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할줄 몰랐다.

어마어마한 무술실력도 처음 보았고 흉신악살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하여 치를 떠는 모습에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는가.

진정 그에게 이런 숨은 재주와 독기가 있었더란 말인가.

덕만은 부들부들 떨면서 모든 걸 지켜보아야했다.

왜 허구 많은 여자 중에 그의 누나란 말인가,

세상에 하나뿐인 혈육인 누나를 내가 못된 짓을 했으니 오직 그가 그러하겠나,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닥쳐올 후환과 지금 그의 분노에 찬 모습에 기가 질리고 말았다.

일을 원만히 풀려했다가 그만 이상한 방향으로 확대되어 버렸으니.....

기가차고 맥이 풀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장차 이일을 어찌해야 하는가........

혹 떼려다 더 붙인 꼴이 되지 않았는가.

회사로서도 그렇다, 지금 흑자를 보는 회사는 유일하게 차돌이가 성사시킨 합작회사 외에는 없는 실정이고 차돌이가 손을 뗀다면 회사의 막강한 타격은 상상하기도 싫다.

조그만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어떻게 이 일을 풀 방법도 재간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보여준 차돌이의 무술은 전혀 보지도 못한 엄청난 무위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항상 착하게 모든 법에 순종하며 살 것 같은 그에게 이런 숨겨진 실력들이 있는 줄은 까마득히 몰랐다.

허긴 망나니 같은 자식 놈이 한날에 차돌 이에게 맹종하며 자기말보다 차돌 이를 따르는 것이 지금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실로 앞으로 다가올 앞날들이 한없이 걱정되고 가슴을 짓누른다.

그 어떤 보상을 하더라도 차돌이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

그가 분노하면서 외치는 소리를 듣지 않았는가,

이제 그 원한을 우리 식구에게 갚는다니 내가 알기론 미지는 그렇다 치고 혹시나 자기 처에게까지 분풀이를 하려든다면......그 아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고야 말 것인데. 내가 저질러놓은 일이 있으니 어디다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입을 봉하려고 사람을 쓰자니 마지막에 한말이 귀에 쟁쟁하다.

불연 듯 마음엔 차라리 마누라를 설득하여 차돌 이에게 주고도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내가 행했던 만큼 그에게 돌려주어 그 화를 삭이고 싶었다.

그러나 마누라는 내가 이런 마음을 알린다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문제는 풀어야하는데 답이 없다.

단지 차돌이가 화풀이하기이전에 내가 차돌이의 화를 풀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날 뿐이다.

덕만은 그 자리에 넋을 놓고 멍하니 앉아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