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 (27/50)

모처럼 차돌이의 집에 많은 사람들이 웃어가며 식사를 한다.

차돌 이는 예전에 이렇게 큰 식탁이 없었는데 지금 열 명이 앉아도 남을 큰 식탁이 마련되어 있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지금 주위를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 생각을 접고 이야기에 어울린다.

맛있는 저녁을 마치고 커피까지 마신다음 덕 만과 일화 그리고 알렌은 오늘 중요한 회사일 때문에 가야한다며 서운한 표정을 잃지 않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야 했다.

차돌 이는 아래채 식구들도 물러가고 해서 남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라하며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한다.

그러자 모두는 깔깔 웃으며 차돌 이를 잡더니 어딘가로 데려간다.

거실 한가운데 유리문이 있고 짧은 복도가 보인다.

미지가 유리 옆에 붙은 지문 인식 대에 손가락을 대자 문이 스르르 열린다.

그리고 차돌 이를 밀어붙인다.

차돌 이는 예전 없던 구조가 나오고 이상했지만 여자들이 날 위해서 이렇게 했구나,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다시 안이 보이지 않는 유리문이 앞을 가로막자 현영이 재빠르게 인식 대에 손가락을 댄다.

또 하나의 거실이 나타난다.

정 중앙에 자기의 전신사진이 붙어있고 그 옆으로 여자들의 사진이 붙어있다.

그런데 여자들의 사진이 실오라기하나 없는 누드사진이다.

차돌 이는 누드사진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시선을 옮겨본다.

거실엔 커다란 소파와 테이블 커다란 TV 등 여느 거실과 다름없이 꾸며져 있다.

주방도 있고 그리고 문이 둘 있었다.

미지가 문 앞으로 차돌 이를 안내하더니 웃으며 조용하게 말한다.

[당신만의 공간이에요.

이렇게 만드는데 알렌이 많은 신경을 썼어요.

그리고 이렇게 꾸미는 데는 모두가 당신의 상상을 최대한 반영해서 만들었어요.

마음에 드실 줄은 모르겠어요.

자....이곳으로 오세요. 이곳이 욕실이고 저곳은 침실입니다.

그리고 이층엔 우리들의 방이 있어요. 호호호.........]

일화는 이곳을 만든 모든 상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자기들이 한 것이 차돌이가 마음에 드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다.

[허허허..언제 이런 집을 지었지.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하하. 내 취향까지 생각해서 꾸몄다고 좋아, 좋아. 하하하....]

차돌 이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정말 이렇게 꾸미고 살고 싶었는데 여자들이 알아서 먼저 그렇게 해 주는 것이 아닌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입은 있는 데로 벌어지고 찢어진다.

마냥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다.

차돌 이는 진정 그렇게 살고 싶었다.

언젠가는 이런 식으로 아방궁을 지어놓고 살리라 생각했는데 여자들이 직접 나서서 자기의 꿈을 빨리 이뤄준 것이다.

어릴 적 얼마나 가난했는가,

가뜩이나 좁은 공간, 물건마저 차있어 두발조차 뻗을 수 없는 그런 곳에서도 살았다.

눅눅하고 습기 찬 다락에서 추운 겨울을 지새 며 커서 반드시 성공하여 두발 뻗고도 여유가 있는 넓은 침실에서 자야겠다며 얼마나 속으로 다짐하고 다짐했는가.

한 끼 밥 따뜻한 방에서 자고 싶은 욕망이 커 가면서 꿈도 부풀어 대궐 같은 집에서 살고 싶었지만 겉모습은 아니라도 적어도 자기가 기거하는 실내만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차돌 이는 침실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가운데 맞춘 것 같은 둥글고 엄청나게 큰 침대가 있었고 사방으로는 호화로운 장식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호화롭고 아름다운 장식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장식대 안에는 정말 귀하고 귀한 물건들이 있었다.

칸칸이 여자들의 벗은 몸의 조그만 액자 그리고 그 옆으로 꼬불꼬불하고 시커먼 털로만 들어있는 화려한 케이스, 그리고 벗은 몸의 주인공들의 사진들이 들어있을 법한 사진 앨범이 있었다.

차돌 이는 일화의 나체사진이 있는 곳의 앨범을 집어 펼쳐본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몇 장을 거푸 넘겨본다.

앨범 속에는 다리사이 털 없는 나체사진과 털이 무성한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심지어 사타구니사이를 정교하게 찍어 그 모양새를 전부 볼 수 있게 찍은 사진도 있었다.

차돌 이는 눈을 크게 뜨고 옆의 여자들을 쳐다본다.

[당신들 모두다. 이렇게 한 거야.........]

여자들은 쑥스러운 듯 말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좋아. 좋아..하하하....역시 맘에 들어..후후후........]

차돌 이는 다시 옆의 조그만 장식대로 눈을 가져간다.

온갖 장난감들이 있었다.

섹스의 유희에 가담할 온갖 장난감들이 예쁘게 전시되어 있었다.

차돌이의 변태행위를 알고 여자들이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다.

물론 일화가 제일먼저 나서서 강력히 추진했으며 다른 여자들은 그냥 따랐다.

모두가 사랑하는 정인이 원하는 것이라는 일화의 말에 다른 토를 달수도 없었다.

이 장난감이 나중에 자기들 몸에 익숙하게 인식되어지리라 그런 생각에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만 그게 부끄러워 항변했다간 스스로 자신을 차돌 이에게서 내치는 행동이 될 것이니 모른 척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물건들은 오래전에 있었고 일화의 종용에 의해 각자는 한 가지 이상씩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는 차돌 이는 모르고 있다.

차돌 이는 그저 자기의 취향을 부끄러움 없이 만들어준 여자들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여자들을 돌아보며 징그럽게 말한다.

[후후후. 이건 나보고 당신들에게 사용해 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차돌 이는 고개를 돌려 모두를 쳐다보며 징그럽게 웃는다.

[맞아요, 당신이 우리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꼭 필요할 것 같아서........호호호.....]

미지가 조그만 소리로 말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하면 우리들은 그냥 구경만 시킬 것 같지도 않아 준비했다는 말은 못하고 그저 발갛게 물든 얼굴로 소리죽여 말할 뿐이다.

[하하하. 정말 멋있어, 정말이야. 하하하.......

정말 기분 좋은 방이야.....하하하........]

차돌이가 마냥 흐뭇해하며 유리를 통하여 욕실로 보이는 곳으로 다가간다.

커다란 유리문을 연다.

욕실이었다.

어마하게 커다란 욕조하며 사방과 천장은 온통 유리로 장식되어 있었다.

욕실에서 유리를 통하여 방을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밖에서는 욕실을 볼 수 있게 만든 모양이다

아방궁이 따로 없었다.

오로지 섹스만을 위한 그러한 곳으로 별실을 만든 것 같았다.

차돌이가 그렇게 만들어 가지고 싶은 자기만의 공간이 여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져 자기에게 바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예쁘고 멋진 여자들이 자기를 위하여 개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이렇게 아방궁을 만들어 자기의 취향대로 모두를 마음대로 하라는 무언의 승낙표시가 아닌가.

진정 하늘을 날고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픈 심정을 억지로 누른다.

[흐흐흐. 정말 이렇게 살고 싶었어.

마음껏 내 맘 대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러한 것을 실컷 해보고 싶었는데 당신들이

내게 너무 빨리 소원을 이뤄주는군.

이럴 때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하지.....]

차돌 이는 기분이 좋아 말끝 을 흐린다.

입은 한발이나 벌어져 다물지도 못하고 있다.

내 눈 앞에 펼쳐진 현실과 내 눈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피조물이 모두 나를 위하고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촉촉이 젖어있는 눈망울과 그림 같은 벽으로 둘러싸여있는 차돌 이는 이야기소리와 모든 것이 조화되어있는 거대한 작품에 감격하고 있었다.

저녁의 베일 밑에서 정복자처럼 의기양양해진 차돌 이는 팔 안으로 미지를 끌어당겨 안는다.

그리고 미소를 짓고 있는 미지의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고 칡 흙 같이 까만 머리를 뒤로 넘기며 지긋 이 눈을 감고 기다리는 미지의 작고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춘다.

[맞아요, 당신이 마음에 들어 하리라 믿었어요.

여긴 당신의 왕국이고 우린 하찮은 시종이나 하녀일 뿐이에요.

우리가 만든 법이지만 우린 그걸 지킬 거 에요.

여긴 당신만이 존재하고 지배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아래채 당신 형수라 불리는 여자가 들어와도 옷을 입을 수 없도록 규칙을

정했어요.

이곳은 당신의 왕궁이기 이전에 우리의 비밀이 간직된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지금 우리가 옷을 입고 당신을 영접한 것은 나중에 언니에게 보고하고 합당한

벌을 받을 거 에요.

우린 이곳을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해서 벌을 자초한 것이지만 당신이 만족하고 좋아하니 이런 곳을 만든 우리는 정말 기뻐요..호호호......]

미지는 차돌이의 입술을 받고 그가 물러나자 다시 예쁘게 웃으며 말한다.

긴 설명이었다.

하나하나가 차돌 이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차돌이가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니 정말 이러길 잘했다 생각했다.

이집을 수리할 때 왜 변태 같고 수치스러운 걸로 방과 거실을 진열해야하나 하고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했지만 차돌이가 원하는 것이라 하며 막무가내로 일처리를 한 엄마가 고마워진다.

그만큼 차돌이가 기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

이곳에 오면 벗어야한다는 규칙 등.. 흐흐흐.....

그런데 형수는 곤란하지 않는가....형의 부인인데............]

차돌 이는 정말 기막히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여자들이 해주니 기분이 좋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곰의 처도 이곳에 오면 벗어야한다는 말에 모순을 느낀다.

다른 여자들은 몰라도 곰의 처는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러나 염려마세요,

당신이나 우리가 있을 때에는 이방에 들어오는 일은 없을 테니. 호호호....

그러고 보니 당신이 괜히 형수에게도 야릇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호호호......]

현영이 웃어가며 농담을 던진다.

그러자 차돌이가 벼락같이 화를 내며 여자들을 나무란다.

[이런, 터진 입이라고 어디 함부로 말하고 있어.

형수는 내가 좋아하는 형의 와이프야......

절대 그런 일은 없을 테니 말조심해........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다니....]

[알았어요, 괜히 해본 소린데............]

현영이 금방 울상으로 변한다.

[말조심해...........으음......하여간 일단 내가 좀 씻어야겠어.

그리고 다른 궁금한 것은 씻고 나서 듣고 보고 해야겠어.

흐흐흐......정말 기막히게 내 소원대로 만들었어......흐흐흐.......]

차돌 이는 현영이가 울상을 짓자 즉시 화를 풀고 웃으며 이렇게 만들어 놓고 자기를 맞아준 모든 여자들에게 감사하며 욕실 문 앞으로 다가가 그 자리에서 옷을 벗는다.

차돌이가 옷을 모두 벗자 여자들은 차돌이의 옷을 챙겨 나가버린다.

차돌이가 기분이 좋아 알아듣지 못할 노래를 흥얼거리며 머리를 감고 있는데 욕실 문이 열리며 여자들이 들어온다.

모두 벌거벗은 몸으로.....

그리고 차돌 이에게 다가오며 손에서 비누를 빼앗는다.

[여긴 당신의 왕궁이에요.

이곳에서 당신이 움직이는 일은 우리가 없을 때에만 가능해요.

모든 것은 우리에게 맡기기만 하면 돼요....호호호.........]

비누를 빼앗으며 현영이 차돌 이에게 간사스러운 말투로 아양을 떤다.

[그래..그래,,,,좋아. 좋았어....흐흐흐.....]

차돌이가 원하고 있던 일이 아닌가.

차돌 이는 눈을 감고 그냥 서있기로 했다.

여자들의 가날 프 고 긴 손가락이 온몸을 누빈다.

뭉클한 가슴살로 엉덩이를 누군가가 비벼대기도 하고 아까부터 용트림해대던 자지가 누구의 입속인지 따뜻한 곳으로 함몰되고 있다.

허벅지에도 까칠하게 부드러운 털들이 다가와 문지르며 온갖 여체들의 살들이 자기 몸에서 부딪치며 욕기를 끌어내고 있다.

머리엔 물이 뿌려지고 비누거품이 온몸에서 사라질 즈음 차돌이의 입에서 힘든 괴성이 터져 나온다.

감격이 배가된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굶주렸기에 그만큼 빨랐던 것이다.

[크 으윽.........나온다, 나와. 으윽...........]

차돌이의 자지가 꿈틀거리고 온몸을 떨어대며 진저리를 치고 있어도 차돌이의 자지를 물고 있는 입은 떨어지지를 않는다.

오히려 더욱 깊숙이 자지를 흡입하여 귀두가 목젖에 닿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깊숙이 입에 물고는 놓아주지를 않는다.

차돌 이는 그 목젖 안으로 힘찬 분출을 한참이나 해대고는 슬며시 고개를 내려 자지를 물고 있는 여자가 누군 인지 본다.

윤지가 입이 터져라 벌리고 자지를 입에 물고 눈을 감고 있다.

눈에 물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물이 흐르고 있었고 커다랗고 휘어진 자지가 입속에서 요동치자 입안의 고통을 감수하며 참고 있음이 역력해 보인다.

차돌 이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윤지의 입에 짜듯이 쏟아내고는 손을 내밀어 윤지를 세운다.

머리에 온통 물로 범벅이 되어 머리카락은 어깨에 붙어있고 입안은 볼록하게 하여 아직 목안으로 넘어가지 못한 정액들을 머금고 있음이 분명하다.

윤지는 그런 모습으로 차돌 이를 보며 예쁜 얼굴에 눈웃음으로 웃고는 쿨 컥 하고 삼킨다.

차돌 이는 그러한 윤지의 용기에 감격했다.

윤지와는 한 번의 정사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과감하고 저돌적인 행위를 보여주리라곤 전혀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일화가 교육을 제대로 한 덕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차돌 이는 그런 윤지의 입에 살 짜기 키스로 답례하고는 모두에게 웃어 보인다.

.

.

그때 인터폰으로 곰의 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애기가 많이 울어요.]

윤지가 제일먼저 뛰어나간다.

이층으로 벼락같이 올라가더니 급하게 옷을 입고는 본채로 달려간다.

뒤이어 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밖으로 나가자 차돌이도 가운 하나만 걸친 채 밖으로 나간다.

윤지가 아기를 어르며 앉아있다.

차돌 이는 아기가 궁금해서 물어본다.

[누구의 아기인데 윤지가 그러하고 있어.]

[........................]

윤지는 묵묵부답이다.

차돌 이는 윤지에게 향한 시선을 돌려 미지를 쳐다본다.

미지는 차돌이의 시선에 강한 호기심을 표하고 있자 힘찬 목소리로 궁금증을 풀어준다.

[당신의 아이에요.]

[뭣이.............]

차돌 이는 놀랐다.

무언가 이상하다 했지만 아기가 자기의 아이라니 놀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차돌 이는 다음 말을 이을 수 없었는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잔뜩 노기 띤 얼굴로 아기와 모두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그럼, 윤지와 나의.............그날관계로......

처음인데도 아기가........]

차돌 이는 어리벙벙했다.

단 한 번의 정사로 아기를 가졌다니..........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요, 여자란 배란주기가 되면 처음이라도 아기가 생길 수 있어요.]

윤지는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다.

설마 했는데 차돌이가 이같이 아기가 자기아이라는 소리를 듣고 화를 낸 것이 무척 마음이 아픈 것이었다.

현영 이는 그때일로 생긴 아이란 걸 설명을 곁 드려 일목요연하게 밝혀준다.

차돌 이는 한동안 그렇게 화난얼굴로 모두를 쳐다보다가 벌떡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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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이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모두를 슬프게 한다.

[이렇게 한다고 나의 마음이 바뀌리라곤 생각하지 마라

날 이런 식으로 너희들이 묶어두려 했다면 큰 오산이야.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아기를 낳다니..

분명 나에겐 내 마음을 모두 줘버린 여자가 있다했고 아기도 그 여자에게서만 필요해

그리고, 설령 다른 아기가 생기더라도 그 여자의 허락 없이는 절대 가져서도 안 되는

일이거늘. 너희들이 내 마음속의 여자에게 큰 죄를 짓게 만들었어.

이제 나는 어찌하라고..... 이런 식으로 날 궁지에 빠트리게 하다니....

그러고도 너희들이 나의 여자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 이젠 나는 어찌하라고......]

말을 마친 차돌 이는 망연자실해진다.

가슴이 무너지는 절망감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이제 누나에게 다가가려해도 또 하나의 철책이 자기를 막고 있는 꼴이 되었으니...

아기가 예쁘고 귀여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꿈이 모두 사라지는 듯 허탈에 빠진다.

윤지는 소리죽여 울고 있다.

비록 칭찬은 못 받아도 이렇게 처절한 꼴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그저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마구 흐른다.

보다 못한 현영이가 대담하게 차돌 이에게 항변한다.

[정말 너무해요,

동생은 저 아기 때문에 홀로 계신 엄마에게도 버림받고 사는 형편인데....

오빠마저 위로는 못해줄 망정 구박이라니요.

윤지가 불쌍하지도 않나요.....

정말 오빤 나빠요.]

[정말, 이제 나는 어찌하라고.......

내가 누구를 위하여 사는데....너희들이.............]

차돌 이는 속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허탈에 빠져있다.

현영이가 서운한 투로 말대꾸를 하고 있어도 들리지를 않는다.

아직 자기가 품고 있는 사랑이 결실도 맺기 전에 커다란 난관에 부딪친 듯하자 앞이 캄캄하였다.

넋이 빠진 듯 공허하게 있는 차돌이 곁에 윤지가 다가온다.

[오빠, 죄송해요 용서하세요, 흑....흑.........]

윤지가 흐느끼며 용서를 빈다.

아기 때문에 입은 설움도 많았는데 차돌 이에게마저 설움을 당하니 죽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 사랑하는 님 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냥 자기가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 빌고 있다.

난 그렇다 해도 아기만은 차돌이의 자식으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에 이렇게 용서라도 빌어 아기에게만은 자기처럼 설움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아......이것이 내 운명이란 말인가.........

결과가 이렇게 허무하게 변하다니.........아........]

차돌 이는 옆의 윤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멍청하게 서 있는 다.

언제나 사랑하고 미칠 듯이 보고 싶은 마음속의 여인에게 그 여인을 위하여 그녀가 앉는 공원의 나무의자가 되려했고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녀가 보는 모든 시선 속에 서 있고 싶었으며 그녀가 마시는 커피의 찻잔이 되고자했다.

그녀를 떠 난지 오래지만 그녀의 여운이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것처럼 그녀도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한 귀퉁이라도 차지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았다.

사랑하리라...영원히 사랑하리라....

당신의 가슴에 저무는 한줄기 황혼이고 싶었는데 .....이젠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그녀에게 다가갈 명분을 잃었다.

어찌해야 나의 이 고통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허무하고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다.

[누나...................]

조그맣게 누나를 불러본다.

그리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을 얼굴에서 떨어뜨린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삽시간에 그의 얼굴에 온통 뒤범벅으로 만든다.

그가 흘리는 눈물이 무얼 말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강한 신뢰감과 연대감에서 오는 눈물이 아니고 자기를 도탄 에 빠뜨리고 흐느적거리는 꼴을 보기위한 하나의 계략에 넘어간 불쌍한 인간의 말로를 보이는 처참하고 비참한 눈물이기도 했다.

한동안 어깨를 들썩이며 울던 차돌이가 서서히 진정한다.

모두가 내가뿌린 씨앗이고 내가 저지른 불씨이거늘.....

언젠가 때가되면 이 한 몸도 버리고 가야할 세상이거늘...

한사람을 위한답시고 다른 인생을 내가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고 헤쳐도 된단 말인가..

적당한 선에서 자족할 줄 알며 바르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세상인데....이렇게 운명을 탓하며 남을 괴롭혀도 된단 말인가..회한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모두가 나를 위하고 나만을 위하여 불행과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가는데 나의 욕심이 너무 지나쳐 모두에게 슬픔과 한만 심어준다면 그것이 과연 사람이 할 행동이란 말인가...

진정 나는 정말 행복을 모르는 무치란 말인가...

행복이란 물건을 사듯이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깨달음 속에서 얻어진다 했는데 지금 내가 주어진 행복도 모르고 괜히 짜증스러워 하거나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닐 런지....나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내가 진정 행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이때까지 가꿔온 꿈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견딜 수없이 슬퍼지는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비를 흠뻑 맞고 있을 때 윤지가 차돌이 옆에 조용히 다가온다.

[오빠, 죄송해요.

아기가 있어도 절대 오빠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오빠가 가는 길에 아기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할 테니 오빠 제발 마음 푸세요.......]

윤지가 다가와 차돌이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다시 용서를 빈다.

야속하고 무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하였던 차돌이의 승낙도 받지 않고 자기 임의로 아기를 낳았고 그게 차돌 이를 크게 실망에 빠뜨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거듭 용서를 비는 것이다.

[미안해. 윤지.......

나도 아기가 미운 것은 아니야........

그러나 내가 소망한 꿈이 무너지는 것 같아 서운해서 한 말이야......

들어가자, 아기 엄마가 비를 맞으면 쓰나..........]

차돌 이는 윤지를 본다.

윤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모두가 내가행한 일이었고 내가 책임져야할 일인데도 윤지는 내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용서를 빌고 있지 않는가,

윤지의 잘못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차돌 이는 슬그머니 윤지의 손을 잡아준다.

그러면서 차돌 이는 윤지에게 미안한마음을 이야기하고 윤지를 다독거린다.

윤지는 차돌이가 용서했음을 알고 기쁨에 찬 소리로 차돌 이를 부른다.

[오빠......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대신 넌 오늘밤 내게 많은 것을 베풀어야해. 벌로........

안 그러면 정말 내가 미쳐 버릴 거야.]

차돌 이는 윤지에게 정말 미안했다.

무슨 말로 위로하고 달래줄까 생각하다가 얼토당토 않는 소리로 분위기를 모면하고자한다.

[그래요 그럴게요, 오빠가 시키는 무엇이라도 할 테니 염려마세요.

오빠,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윤지는 너무나 기뻤다.

차돌 이에게서 아기를 인정받은 것이 아닌가,

마음을 짓누르게 하는 걱정이 한꺼번에 밀물처럼 사라진다.

무엇을 한들 무엇이 아까우랴. 사랑하는 정인이 자기아이를 받아들였는데 이젠 내가 저이를 위하여 봉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마음 굳게 맹세하며 최대한의 봉사로 즐겁게 해주겠다는 걸 밝히며 살짝 품에 기댄다.

[그래...들어가자...아기 재우고 우리들도 모처럼의 만찬을 해야 하지 않겠어.]

차돌 이는 윤지를 부축하다시피 들어간다.

언제 울었냐는 듯이 차돌이의 얼굴은 개어있었다.

... 그 밤.

차돌이의 욕정은 끝날 줄을 몰랐다.

여자들은 고통과 쾌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수없이 울고 애원조로 빌어야했다.

모두는 음침한 광란에 사로 잡혔고 벌거벗은 몸이 땀이 흘러 후줄근하도록 사지를 벌리고 마치 감옥에서 석방된 죄수가 자유를 누리듯 맘껏 몸부림치듯 활개를 펴고 소리 지르고 죽어라 대들기도 했으며 지쳐 허우적거리기를 반복하면서 남자의 재물이 되어 자신들을 제공하였고 그렇게 하여 또한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육체의 결합은 이동만 있었지 누구와의 연결이라도 항시 붙어있었으며 끝없이 펼쳐지는 율동적인 완만한 애무로 온 밤을 지새어야했다.

파김치가 되어서야 광란은 막을 내릴 수가 있었다.

차돌 이는 세 여자의 육탄공세에 온몸으로 맞서 모두를 기절시키고야 잠이 들 수 있었다.

더구나 윤지에겐 영원히 잊지 못할 고통을 또 하나 안겨줬으니 윤지는 그날이후 삼일은 걷지도 못할 충격을 미지와 현영이 보는 앞에서 웃으면서 받아들이고 울면서 그 행위를 치러야했다.

아날의 개통식을 윤지는 차돌에게 당하고 아기를 낳은 곳으로 언니들의 입술세례로 고통과 야릇한 쾌락을 맛보아야 했다.

그 결과는 정신을 잃고도 밤새 끙끙 앓는 소리를 내야할 정도로 무참하게 짓이겨지고 엄청난 혈 혼을 뿌리면서 시달린 항문 때문이었다.

아방궁에서의 첫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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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는 차돌이다,

안채 지하실 그곳 연구실에 실험용짐승들이 들어가고 또 연구에 필요한 자제들이 새로 구입되어 지하실로 들어간다.

아무도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하여놓고 차돌 이는 자재를 구입하려 나가지 않는 한 거의 지하실에서 무엇인가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문 옆으로 넓은 땅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몇 개 짓기 위해 곰과 외팔이가 분주하게 인부들을 독려하여 움직였고 곰의 처는 그 모든 수발들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중국에서 사부가 연구하던 것을 계승하고 싶었는지 그곳에다 온갖 야생화와 식물들을 심기 위해서였고 또 다른 뭔가를 위해 짓고 있는 것이다.

차돌이가 무더위를 잊기 위해 안채에 올라와 간단한 대낮샤워를 하고 나올 때 곰이 들어온다.

[대장, 저번에 이야기했던 변호사가 왔는데 만나보겠어.]

[그래요, 형,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요.]

차돌 이는 금시 얼굴이 화사하게 변한다.

[알았어.]

곰이 나가고 잠시 후 말끔한 양복으로 차려입고 덩치가 호리호리하지만 눈매가 날카로운 40대의 중년남자가 들어온다.

곰과 함께 들어온 변호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기를 부른 사람이 새파란 젊은이임을 깨닫고 약간 깔보는 태도로 차돌 이를 쳐다본다.

곰이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이봐, 황변호사, 이분은 내가 최고의 정성으로 모시는 분이야.

자세를 바로하고 대하는 것이 좋을 거야,

우리 대장은 사람이 좋지만 난 그렇지 못해. 내말 알겠지.]

곰이 날카롭게 그리고 냉기가 날리도록 싸늘하게 말한다.

나이가 젊다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다.

경고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면 나를 무시한 걸로 간주하고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어르는 것이다.

[황 순식이라 합니다.]

변호사는 정신이 드는지 자세를 금방 바꾸고 정중하게 차돌 이에게 인사한다.

저토록 무서운 사람도 모시는 사람이라면 정말 대단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주눅이 들어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아....그러십니까. 전 손 차돌이라 합니다.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정말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차돌이가 손을 내민다.

[별말씀을....]

황변호사는 송구한 듯 허리를 굽히며 차돌이의 손을 맞잡는다.

악수를 끝내자 차돌 이는 변호사를 소파에 앉게 한다.

그리고 곰이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것을 그럴 필요 없다며 같이 앉게 하고는 차돌이도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는다.

이때 현영이 차를 가지고 나와서 세 사람 앞에 놓고 물러간다.

황 변호사가 조심스럽게 차를 한 모금 입에 넣고 마시고는 차돌 이를 보고 입을 연다.

[이분, 김 사장님은 제가 존경하던 분입니다.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어려워 마시고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성심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황변호사는 차돌이가 말을 꺼내기를 무척 아끼고 있자 먼저 말을 건다.

사무실도 아닌 개별적으로 비밀리에 만나려는 것은 부당한일일 것이고 이왕 곰을 따라 왔을 때부터 설령 그 일이 자기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도 거절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상황을 빨리 듣고 온몸이 떨리는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뿐이었다.

[아...예, 그렇게 말씀하시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중국에서 여자아이를 한명 데려 올까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에 오고 나서입니다.

전 그 아이를 중국에 다시 보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선생이 어떤 방법을 쓰건 그 여자아이에게 한국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물론 정상적인 일이 아니지만 그 아이가 고아고 중국에도 일가친척이 없는 외로운

아이라 제가 평생 데리고 있었으면 해서입니다.]

차돌 이는 무랑의 일을 꺼냈다.

어차피 중국에도 연고가 없는 외롭고 불쌍한 아이고 사부님의 유언도 있고 해서 곁에 두고 편하게 살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일은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이기에 조심스럽게 황변호사에게 가부를 물어본다.

[허허허....상당히 어려운 일이군요.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에 어딘가 길이 있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시일이 오래 걸린다는 것과 돈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 분 사장님을 봐서라도 그 일을 성사시켜 보겠습니다만.]

변호사는 일을 맡을 것을 승낙한다.

그러니 일이 일인 만큼 시간과 돈이 든다는 것을 확실히 밝혀준다.

[하하...감사합니다.

경비는 얼마가 들어도 모두 수락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왕 그렇게 하신 김에 혹시 모르니 초청장을 하나 더 부탁합니다.]

차돌이도 그걸 알고 있었다.

좌우간 변호사가 일을 맡아 본營쳐紀린渼募� 말에 크게 기분이 좋아진다.

차돌 이는 일어나서 안방서재로 가서 뭔가 봉투를 꺼내와 황변호사께 내민다.

무랑과 양양의 인적사항과 필요할 것 같은 서류들이다.

황변호사는 서류를 뒤척이더니 자리에 놓는다.

[이미 필요한 모든 서류는 갖춰져 있군요. 몇 가지만 빼고는.....

하지만 이것만 있으면 이분들을 한국에 오게 하는 데는 이상이 없을 듯합니다.]

[거듭 부탁드립니다.

전 조금 급한 성격이라 이분들이 여기 빨리 오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게 진심으로 도움을 청하니 도와주십시오.]

차돌 이는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거듭 부탁한다.

그만큼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다.

무랑을 언제까지 양양에게 맡겨 그녀를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이왕 무랑을 데려올 때 양양도 모셔서 그곳에서 진 빚을 갚고도 싶었다.

[별말씀을.....내 최선을 다해 이분들을 빨리 오게 하겠으니 염려마시고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다른 말씀이 없으시다면 여기서 그만 일어날까합니다.]

황 변호사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차돌이도 따라 일어나서 다시 황변호사에게 고개를 숙인다.

[고맙습니다.

나중에 다시 부탁 드릴일이 아니 없겠습니까.

진정 여기까지 오시게 하고 어려운 일을 부탁해서 송구하고 염치없음을 압니다.

전 은혜를 갚을 줄 압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

안녕히 가십시오.]

차돌 이는 거듭 당부한다.

자기가 생각해도 쉽지 않는 일이었고 그걸 처리하자면 황변호사가 발품깨나 팔아야한다는 것을 알기에 거듭 부탁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선을 다해 일을 성사시켜보겠다고 하고는 물러난다.

뒤이어 곰도 일어나 황변호사와 같이 나간다.

차돌 이는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홀가분한 마음이 된다.

무랑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일을 황변호사에게 맡겼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때 현영이 차돌이 옆에 와서 앉는다.

[오빠, 사부님이 맡겼다는 아가씨.....

아님, 또 다른 사부님의 손녀....하여간 오빠는 못 말려...호호호....]

[흐흐흐.....양양은 몰라도 무랑에겐 함부로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아이에겐 웬만한 사내 10명이 덤벼도 간단하게 물리칠 무예를 지니고 있는

사나운 아이야....

그리고, 내가 네게 가지 않으면 오늘처럼 아플 일도 없고 좋지 않아....

밤에 말이야. 후후후.......................]

차돌 이는 자기 옆에 붙어 애교를 떨고 있는 현영일 겁주어가며 놀린다.

현영이도 더욱 대담하게 차돌 이에게 몸을 기대며 애교를 피운다.

[피 이....그래도 이젠 덜 아파.....그렇다고 안 해 줄 거야.

내가 아프다고 해도 오빠는 해줘야한다고....이제 뭔가 알 것 같은데...피 이...]

현영이가 입술을 내밀더니 혀까지 쑥 내밀며 애교를 떤다.

이젠 아픔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마저 쾌락으로 승화시켰다는 말이다.

아무리 무지막지하게 대해도 하나도 겁나지 않으니 얼마든지 상대해 주겠다는 것이다.

[어라...이제 그 맛을 안다 이거지, 후후후......

참, 석이는.....]

그는 현영일 계속 겁주며 놀리다가 아기가 생각났다.

윤지가 없으면 아기가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이곳엔 현영이가 전부라 아기가 궁금한 것이다.

물론 석이란 윤지와의 사이에서 나온 아기이름이다.

차돌 이는 현영 이와 섹스이야기로 농담을 하다가 불연 듯 석이가 생각난 것이다.

[아침에 큰언니가 와서 같이 논다고 데리고 갔어.

저녁에 둘째언니랑 온다고 그랬지 아마............]

현영 이는 석이가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래, 그랬구나, 그런데 오늘은 현영이가 당번인가 보지. 혼자 있게..

그리고 석이 땜에 모두들 고생이 많겠구나,

조금만 참아줘, 조금만 있으면 윤지도 졸업하니 그때까지 모두가 도와줘야 할 거야.]

차돌 이는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아이의 엄마가 학생이라 잘 돌볼 수가 없어 다른 식구들이 번갈아가며 돌봐주고 있음을 안다.

혹시나 자기가 낳은 자식이 아니어서 아기에게 소홀할까봐 미리 선수 겸,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것이다.

[그나저나 오빠...

오빠가 윤지동생 어머님을 만나봐야 하는 것 아냐.

혼자 몸으로 기른 딸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식을 배어와 그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있으니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어.

윤지도 말은 안하지만 아무도 몰래 엄마생각하며 눈물짓는걸 보면 가슴이 아파서

그래...

지금 윤지는 집에서 좆 겨 나다시피 되어있어.

그나마 오빠 집에서라도 있을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오빠가 한번 생각해 줘]

현영인 고개를 끄덕여 차돌이의 말을 수긍한다.

그러더니 얼굴을 심각하게 돌변하더니 은근하면서도 심각하게 입을 연다.

그랬다.

윤지 엄마는 윤지가 임신을 하여 배가 불러오자 노발대발하면서 자식을 잘못 키웠으니 모두가 자기 잘못이라 하여 죽을 결심으로 식음을 전폐하였는데 윤지가 눈물로 애원하고 사정하여 겨우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돌렸으나 아이를 없애 버리라, 그렇지 않으면 모녀의 정을 끊겠다는 최후통첩을 받고 윤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윤지가 선택한길은 자기 몸속에서 자라는 목숨보다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없애 버릴 수는 없었다.

나중에 혼자 아이와 함께 평생을 살아가도 지금의 심정으론 죽었으면 죽었지 아이를 없앨 마음이 없음을 밝혔다.

엄마는 혼자 힘으로 정성을 다해 키운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제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 더욱 서러웠고 그런 윤지를 다시는 보지 않겠다며 집에서 쫒아내다시피 하였다.

윤지는 당장 갈 곳이 없어 현영 이와 의논을 하였고 식구들의 보호와 관심으로 오늘까지 온 것이다.

[그래야지, 허나 지금은 아니야, 나도 윤지도 모두가 참고 감수할 수밖에....]

차돌 이는 약속한다.

그리고 아직은 아니라고 못을 박는다.

[하여간 오빠가 윤지를 많이 생각하고 보살펴 줘.]

[흐흐흐...그러고 보니 현영이 가슴속에도 따뜻한 마음이 가득하네.

점점 당신들이 마음에 들어, 흐흐흐...정말이야...

알았어, 난 별채에서 좀 쉬어야겠어.

며칠 머리 썼더니 어지럽네.

저녁은 먹지 않을 테니 나중에 올 때 식혜라도 잔뜩 가져와....]

차돌이가 현영일 밀치며 일어난다.

별채로 향해 걸어가면서도 흐뭇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모두가 저렇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있는 게 여간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었다.

내가 그토록 모질게 대했는데...무엇하나 아까울 것도 없는 여자들이 자기의 명령하나에 모든 것을 불사할 정도로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으니 정말 복이라도 어마어마한 복이 아닐 수 없어 얼굴에 나타낼 수는 없었고 서둘러 자리를 피해버리는 것이다..

[알았어, 오빠....

오늘 큰 언니가 여기서 자고 갈 거라 했어.

나중에 우리가 구경해도 괜찮지....호호호....]

현영 이는 그런 차돌 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신나게 골려댄다.

[후후후....내가 바라던 바가 아니야....

그런데 너희들도 너무 빨리 배운다. 그런 것을 말이야 흐흐흐....]

차돌 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몸을 돌려 현영을 조금은 놀란 마음으로 바라본다.

현영의 눈에도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닌 진실이 묻어있었다.

언제 저 여자가 이렇게 변할 수 있나 의구심이 가득 찬 눈초리로 현영일 노려본다.

현영의 말이 너무 노골적이고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젠 무엇을 해도 편하다는 심정을 나름대로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정말 어마한 발전이고 대담한 발상이었다.

[호호호.....오빠하고 살려니 별 수 있어.

그저 오빠 취향에 맞출 수밖에.....호호호....

사실 처음에 어려웠지, 난 그것이 더 솔직하고 우리끼리 격이 없어 더 좋더라,

또 느낌도 좋고.....호호호......]

현영인 차돌이의 상상을 자꾸 넘고 있다.

마치 변태적 성향을 가진 여자인 것처럼.............

사실 그녀는 마음을 바꿨다.

이왕 이 남자를 떠나 살수 없다면 그냥 이 남자의 취향에 맞춰 살기로.......

그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으로 가는 길....세상엔 수도 없이 많은 길이 있다.

더듬거리며 가는 길, 눈부시거나 괴로워서 눈을 감고 가는 길, 모두가 사랑으로 가는 저마다의 길이다.

그런 길을 연인들은 함께하길 원하나 저 혼자만이 힘없이 걸어갈 때도 있다.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가길 바라나 세상의 모진 바람이등을 떠미는 경우도 있고 폭설로 길이 막힐 때도 있다. 늘 흔들리고 그리하여 눈물겹고 안타까운 것이 사랑이란 이름의 아득한 길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걷는 길은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보다는 고통,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형벌의 길이지만 주저하지 않고 그 길을 걷는 것도 사랑에 목마른 인간이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치도 인간이 어찌 사랑하지 않고 살수가 있을까,

사랑의 열병을 앓아보았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을까,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이런 고비만 넘으면 햇빛 따스한 밝고 아늑한 길이 저 너머 펼쳐져 있는데 어찌 그녀는 그 길을 감수하지 않을 손가,

[흐흐...계집애, 넌 솔직해서 좋아....나 들어갈게....]

차돌 이는 더 이상 현영 이와 말씨름을 하다간 골치가 아플 것 같았다.

그녀가 너무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에 상대하다간 또 무슨 말이 나올지도 몰라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는 것이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 저편 유리문을 통하여 별채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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