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언니..............]
무랑이 낮게 언니라는 글자를 새기듯이 중얼거린다.
아마 무랑도 양 양이 좋은 것이 아닌가, 차돌 이는 지레짐작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양양의 집에 도착한 차돌 이는 또 한 번 놀라고 만다.
선생님이 차돌이가 떠나고 6개월쯤 후에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허전해지고 울적해지더니 눈에 눈물이 돌더니 소리 없이 흘러내린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라지만 멀리 타국에서 보다 자기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시고 가르쳐주신 두 분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으니 생전에 보여주셨던 냉정하지만 따뜻한 정으로 대해주셨던 두 분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진다.
삶의 가지가 아무리 메마르고 삭막하여도 그래도 한꺼번에 정신적 지주로 여겼던 두 분이 멀리 다시 못 올 곳으로 가신 것이다.
소리 없이 무릎 쪽으로 얼굴을 숙이며 울고 있는 차돌 이를 양양과 무랑은 보고 있을 뿐이다.
얼마나 소리 없이 울었을까...
양양은 시원한 냉수를 떠와 차돌 이에게 내민다.
[이제 그만하세요.
마냥 울고만 있을 시간도 당신한텐 아까운거 아닌가요.]
양 양이 아직도 차갑고 냉랭한 소리를 풀지 않는다.
차돌이도 손으로 눈물 흐른 얼굴을 수습하고 양양을 쳐다본다.
[죄송합니다. 이런 줄도 모르고 있었으니....
항시 아가씨께 죄만 짓고 마는군요...........]
[흥, 그딴 소리 집어치우고 언제 가실건가요.
아마 내 생각에는 무랑아가씨가 없었다면 날 보지도 않고 그냥 귀국했으리라
여겨지는데 내 말이 틀렸나요.
그러니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
양양은 차돌이가 마음속에 든 말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재촉한다.
이왕 목적이 있어 왔으면 솔직하게 털어 놓아 보아라는 말이다.
차갑고 냉정하게 하는 말이지만 말속에 자기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암시가 들어있었다.
[절대 그러한 일은 없었을 겁니다.
아가씨가 날 죽이더라도 이곳엔 분명히 들러 용서받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실 무랑을 잠시 맡아주셨으면 해서입니다.]
차돌 이는 먼저 자기의 죄를 시인하고 어떠한 벌도 받겠다는 걸 표현하며 용서를 빈다.
그리고 지금 무랑 이를 맡길 데가 없음을 밝히고 염치없지만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흥, 그럼 그렇지. 어디 내가 보고 싶었을라고......
뭔가 아쉬우니 찾아왔지. 흥.....]
양 양이 콧방귀를 끼며 투덜대고 있는데 무랑이 급히 차돌이 앞에 무릎을 꿇더니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애원한다.
[오빠..난 오빠 곁에서 절대 떨어질 수 없어.
할아버지가 그러라고 했고 나도 그럴 거야...
제발 날 버리지 마라....어디든 좋으니 오빠가 데리고 가.난 오빠 없음 여기 있기 싫어.]
무랑이 처음으로 긴 이야기로 차돌 이에게 애원한다.
무랑은 차돌이가 여기서 자기를 떼어놓으려고 한다고 여겼다.
아무리 마음씨 좋게 생긴 언니가 옆에 있다 해도 아직은 낯설었고 평생 알고지낸 사람이라고는 할아버지와 차돌이가 전부였으니 자기가 만만하고 편한 사람이 자기를 내치려 한다 여기니 눈물이 울컥 솟아나왔다.
그런 무랑을 차돌 이는 알고나 있는 것처럼 무랑의 어깨를 쓸어주며 안심시킨다.
[널 내가있는 곳으로 데려가려면 수속이 필요해.
그래서 그래. 난 절대 널 버리는 일은 없을 테니 눈물을 거두고 바른 자세로 앉아라.]
무랑은 차돌이 앞에서 물러나서 옆자리에 앉는다.
아직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옆에서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던 양 양이 가만히 무랑의 손을 잡으며 달랜다.
[맞아요, 아가씨......
저분에게 가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그때까지 언니가 같이 있어줄 테니 마음 편히 가져요.
만일 저분이 아가씨를 버린다면 내가 저분나라로 아가씨를 모셔갈 테니 아무염려마시고
여기서 나와 같이 있으며 기다리도록 해요.]
보고 있던 양양이 차돌 이를 거들고 나선다.
척 보아도 무랑은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산 아가씨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로지 자기가 겪은 사람만을 신봉하고 있으니 양양은 무랑이 애처로웠다.
가고 싶다고 휙 하니 갈수가 있다든가,
나라와 나라간의 조약이 있고 타국에 가자면 그만큼 소속도 복잡한 법이다.
더군다나 자기의 고국이 중국이 아니겠는가.
여행의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나라이지 않는가.
불안해 몸을 떨며 눈물마저 글썽이는 무랑에게 이 모든 걸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한순간에 될 일인가.
지금은 그런 무랑을 용기를 주고 달래주는 수밖에 없었다.
차돌 이는 양 양이 간접적으로 자기의 부탁을 승낙하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정말 고맙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서류를 해서 보내겠습니다. 그때까지 부탁드립니다.
휴우....정말 무랑을 맡길 데가 마땅찮아 무지하게 걱정했는데 이렇게 아가씨가
도움을 주시다니.....아가씨에게 정말 많은 빚을 지는군요.]
차돌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어두웠던 얼굴이 활짝 펴진다.
그리고 양양에게 새삼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흥........당신한테 언제고 이 빚을 전부 받고 말 것이에요.
그래, 언제 가실건가요.]
양양의 목소리엔 깊이를 알 수없는 슬픔이 묻어있었다.
슬픈 음악처럼....
아무 빛깔도 없는 심연 속에서 우러나오는 외로움이 덮여 있었다.
그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두말 속에서 이별의 진한 괴로움도 느껴진다.
[모래 새벽 비행기가 있더군요. 이미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전 호텔에 예약해 두었고요.
달리 아가씨가 할 얘기가 없다면 그만 일어날까 합니다.
염치도 없고..........그럼..]
차돌이가 귀국날짜를 알려준다.
그리고는 더 이상 양양을 대면하기도 어색해서 일어서려는데 양 양이 소리를 높이며 제지한다.
[그만하세요, 내가 당신을 그곳에서 자게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잖아요.
능구렁이 같은 사람, 끝까지 날 슬프게 하다니.......
이렇게 날 바보로 만들어놓고는 따뜻한 말 한마디도 못해주다니.....
야속하고 무정한 사람.....
호텔 예약을 취소하세요. 그게 당신이나 저 아가씨에게 편할 테니..
저는 나가서 주무실 방 정리할 테니 그렇게 알고 계시도록 하세요,]
양 양이 일어나며 사라진다.
그러나 양양의 동작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쓰러질듯 힘없이 걷는 자세가 불안하게만 보인다.
소리를 높이고 냉정하게 말하고 사라졌지만 벌써 자기를 용서하고 그리워했음을 보이고 있다.
차돌 이는 그러한 양양을 부축하지도 못한다.
양양이 자기에게 보낸 시선은 원망보다 그리움이었고 사랑이었다.
물론 차돌 이는 그 시선을 마주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분명 사랑을 읽었고 흥분에 잠시 휩싸이기도 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어 남의일 보듯 한 것이다.
그러나 차돌 이는 그런 양양을 보며 얼굴이 활짝 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우려의 마음이 말끔히 사라지고 기분이 밝아진다.
인생은 무거울 수도 있고 가벼울 수도 있다.
등짐을 지는 것만 무게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등짐이 무거우면 잠시 내려놓으면 그만인 법이다.
그러나 마음에 짊어진 짐은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가 없다.
물리칠 수 없어 강제로 범해진 욕정.
마음을 숨차게 하고 억눌렸던 그 짐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차돌 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무랑을 본다.
[너도 가서 언니를 도와주려무나......
아마 여기 있는 동안 언니에게 많은걸 배워야할 거야.
내가 그렇게 지시할 것이고 넌 내가 시킨 일을 얼마나 달성 했는가 로 나에 대한
믿음의 증거로 볼 테니......알았어,]
무랑도 차돌이가 환하게 웃으며 기분이 좋음을 나타내자 덩달아 기분이 좋은 듯 일어서더니 빠른 속도로 고개를 아래위로 여러 번 흔든 다음 양 양이 사라진 곳으로 간다.
.
.
예의 그 방에 차돌이가 나무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양양은 무랑 이와 같이 자겠다며 무랑을 자기 방으로 데려갔고 모처럼 편한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날이 새고 아침이 되자 식탁에 세 사람이 앉았다.
식탁위에는 1년이 넘도록 구경도 못해본 생선이 있고 반찬도 밥도 푸짐하게 차려져있었다.
무랑은 눈이 휘둥그레 있다.
이렇게 많이 어떻게 먹을 수 있다고 담아놓고 먹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차돌이도 모처럼 푸짐한 식사를 맞이하자 만면에 감사의 표정을 지은 체 양양을 바라본다.
[이정도의 식사면 황산에서 아마 우리 세 식구가 한 달은 생활했을 정도의 양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포식하는 것이라 기분이 얼떨떨합니다. 하하하......]
차돌이가 수저를 들고 만면에 웃음을 그득 담고 음식을 집는다.
[예. 그럼 굶다시피 한 것이 아닌가요.
어떻게 그러고도 사람이 살 수 있나요...거짓말이죠.]
양양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이정도의 양이면 자기도 마음먹으면 거뜬하게 먹을 수 있는데...사실 너무나 반갑고 보고 싶은 사람이라 말은 못하지만 자기의 손으로 음식을 실컷 대접하겠다는 마음으로 푸짐하게 차린 것은 사실이나 그 정도였을 줄은 짐작도 못한 일이다.
[하하. 이제 세상살이에 맞춰야죠.
사실 그렇게 살았어요.........
무랑아, 너도 이제 세상음식을 먹을 줄 알아야 한단다.
공부에 방해가 되겠지만 어쩌면 그 공부가 세상에 한 번도 쓰일 수가 없을 수도 있어.
마음껏 먹는 방법도 배워둬야 할 것이야.......하하.]
차돌 이는 너털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리고는 무랑에게 속세의 음식 맛을 실컷 먹게 한다.
[어머....어머....무슨 공부이기에. 굶어가며 하는 공부가 있나요......]
양양은 계속 놀란다.
어떤 수련이기에 굶어가며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무슨 공부를 했고 어디에 있어 그런 세월로 지금껏 살았단 말인가.
그렇게 먹는다면 허기가 늘 상 같이할 것이고 그러면 수련에도 방해가 될 터인데 자기 마음속에 자리 잡은 정인 굶어가며 생활했다는 게 여간 속 쓰린 게 아니었다.
양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사람을 본다.
[그러게 말이에요......하하....
자, 무랑아 우리 실컷 한번 먹어보자꾸나...하하하............]
차돌 이는 양양에게 설명하기도 그렇고 해서 웃으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가르쳐주고 얼버무린다.
그리고 차돌이가 젓가락을 음식에 가져가며 맛있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음식을 집어먹는다.
그러자 차돌 이를 쳐다보고 있던 두 아가씨도 젓가락을 들어 음식에 가져간다.
처음 무랑은 음식 한 점을 입에 넣고 한참을 오므리며 산중생활처럼 먹고 있다가 차돌이가 목젖을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소리를 내어가며 그야말로 개 걸신들린 사람처럼 먹어대자 차츰 속도를 빨리한다.
사실 산중음식과는 천양지차로 맛이 있었기도 했다.
음식이라곤 산에서 나는 나물이 거의 전부였고. 나물이 나지 않는 시기엔 그냥 소금에 절인 무 우나 된장으로 버무린 채소가 거의였는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들이 구수한 향내를 풍기며 식탁에 놓여있으니 무랑은 이것저것 먹어보고는 황홀한 표정을 감추지도 못하고 연신 젓가락을 빠르게 차돌 이를 닮아가고 있었다.
양양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방긋 웃고는 자기도 음식을 집어 먹는다.
식사를 끝내고 차돌 이는 연신 배를 주무르며 포식 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양양에게 무랑의 할일과 가르쳐줄 부분을 설명하고 양양의 눈치를 살핀다.
무랑을 맡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다시 부탁하고 있으니 미안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양양은 진지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여 승낙을 표시한다.
차돌 이는 모든 것을 양양에게 일임하고는 모처럼의 쇼핑을 나갈 것을 건의한다.
양양은 밝게 웃으며 승낙하고 무랑은 밖에 나간다는 것이 두려운지 표정이 일그러진다.
차돌 이는 그런 무랑을 어르고 겁줘가며 데리고 나간다.
허긴 무랑도 앞으로 많은 사람들 온갖 마음들이 어울려 제멋대로 살아가려면 이런 세상을 많이 접해가며 배워야 할 것이니 어쩌겠는가.
주인 [차돌]이 사는 세상을 같이 살아가자면 빨리 주인이 사는 세상을 몸에 익히는 방법밖에는 별 다른 방법도 없지 않는가......
차돌 이는 이곳에 온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시내구경은 물론 이곳 사람들의 생활을 보지
못했다.
자기의 공부가 세상 사람들을 돕고자하는 것인데 이제야 사람들의 제각기 삶을 구경하는 것이었으니 얼마나 공부에 매달렸는지 짐작이 간다.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가보기도 하고 자금성도 구경한다.
끝없이 펼쳐진 건물들의 위세와 광대함에 찬탄을 금치 못하기도 한다.
시장에서 국수도 먹어보고 고국의 사람들에게 줄 자그마한 선물도 마련한다.
그리고 백화점에 들러 무랑이 입어야할 옷과 양양에게 입힐 옷을 끝없이 사대기도 한다.
두 아가씨는 차돌이의 물건 구입이 지나친 탐으로 보일만큼 극성을 부리자 몸을 부대끼며 말려도 차돌 이는 한사코 좋은 것이 보이면 둘에게 입혀보고 마음에 들면 시기를 멈추지 않았다.
화장품도 구입하고 차돌 이는 돈이 아깝지도 않은지 마구 뿌려대며 낭비한다.
양양은 저러다 여비마저 없는 것이 아닌가하고 걱정이 앞선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건을 운반하기에 택시로는 감당하기 벅차 백화점 직원을 불러 따로 이 배달해줄 것을 부탁하고 세 사람은 백화점을 나온다.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밤이 왔는지 시내엔 온갖 찬란한 불빛으로 절경을 이룬다.
형형색색의 네 온 사인이 거리를 밝히고 많은 인파가 거리에 쏟아져 나와 활보하고 있었다.
실로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저마다 자유로운 복장과 행동으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고 또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 다니는 젊은 남녀는 너무나 흔했고 조금 어두운 골목 같은 곳을 자세히 보면 얼싸안고 키스를 나누는 연인도 있었다.
무랑의 변함없는 멍청이 같은 표정은 여전하고 차돌 이는 양양에게 호탕하게 웃으며 북경에서 제일 근사한 식당으로 안내해 줄 것을 부탁한다.
양양은 그러지 말자고 사정하지만 차돌이의 고집을 꺽 지 못하자 할 수없이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입에서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지 얄궂은 미소가 그득하다.
차돌이가 도착한곳은 고관대작이나 사는 집으로 보이는 건물이었다.
건물입구에 초롱으로 된 곳에 춘등원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차돌 이는 아. 여기가 중국이니 중국음식점으로 데려왔나 보구나..건물을 보니 일반인들은 감히 들어오지도 못할 곳으로 보이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양양을 따라 무랑의 손을 잡고 들어간다.
건물 안에 들어간 차돌 이는 깜작 놀라고 만다.
거대한 홀에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노인이 태반이었고 젊� 사람이나 아이들도 보였지만 모두가 허름한 차림이었고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 중 양복을 입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또한 좋은 옷으로 포장한 사람도 없었으며 지금 들어오는 자기들의 차림새가 여기 사람들에 비하면 제일 나을 것이라 생각도 들 정도로 피곤하고 찌든 표정이 역역한 사람들이 식당 홀을 채우다시피 하며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긴 생각하기에 따라 정말 근사한곳이 될 수도 있는 곳이에요.
그러니 어서 들어가요.]
양 양이 둘을 재촉하다시피 하며 끌고 들어가서는 빈자리를 찾아 두 사람을 앉히고는 자기도 않는다.
그리고 차돌 이를 보며 웃는다.
웃는 양양의 환한 모습이 마치 천사들이 웃는 것처럼 티 없이 밝다.
[어때요, 근사하죠.
근사한 점은 또 있어요. 요금도, 음식도....호호호...
난 이곳이 정말 좋더라고요..호호호...]
[................................]
차돌 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양 양이 보기 드물게 착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행동은 전혀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양양은 음식을 시키고 마냥 차돌 이를 보며 웃는다.
잠시 후 음식이 도착하여 식탁에 차려진다.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긴 우동이었다.
차돌 이는 음식을 보며 다시 놀란 눈을 하며 양양을 쳐다본다.
양양은 모른 척 음식을 고루 섞고는 한 점 입으로 가져간다.
[잡숴보세요,
난 이곳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근사한곳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달리 생각하면 어느 누가 이런 집과 음식으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저렴하고 많이 먹을 수 있게 하기가 수월한 일이겠어요.
이웃을...그리고 그렇게 빈곤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만든 이집이야말로 최고로
근사한곳이 아닐까요.
호호호....음식이 식겠어요.
어서 드세요, 보기보다 맛이 좋을 거 에요.]
양양은 환하게 웃으며 이집의 내력을 설명한다.
그건 설명이 아니고 더없는 찬사였다.
본래 칭찬은 넉넉할수록 좋고 흉보기는 인색할수록 좋은 법이다.
차돌 이는 할 말이 없었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집이기에 모두가 비싸고 귀한 요리를 접하는 곳 일줄 알았는데..최고로 빈곤한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이러한 시설과 종사자들을 먹고 살리려면 그야말로 적자투성이일 텐데 그러면서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한편으로는 존경심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도 언젠가는 이러고 살겠다는 마음의 다짐도 한다.
본시 인간은 저마다 다른 일생을 맞이하는 운명을 지닌다.
그 운명이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밝을 수도 어두울 수도 있다.
한순간 섬광처럼 밝게 살다 영영 캄캄한 삶을 보내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을 것이다.
내 인생을 밝게 살려면 그 삶의 등잔에 기름이 있어야한다.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은 등잔에 기름을 넣기보다는 태우려 들것이다. 야심에 가득 찬 사람은 한꺼번에 모조리 태워 큰 불꽃으로 눈부시게 하려는 것 같이..............
그러나 진정한 바른 삶은 항시 찬란하지는 않지만 지나다니기에 아무른 불편이 없는 그런 불로 영원히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이곳의 주인이 그러하지 않는가.......존경심이 샘솟듯 솟아난다.
얼굴에 가득한 부러움과 존경의 표정이 지워지지가 않는 것이다.
모두는 그 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차돌이의 표정은 밝지가 않았다.
차돌 이는 이때까지 보살펴준 은혜도 있고 이제 가면 못 보는데 마지막으로 진수성찬으로 차린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양양의 착한 마음씨에 밀려 그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가슴 한쪽에 아리하게 저려오는 감동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하루 쇼핑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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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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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항청사를 빠져나오는 차돌이가 보인다.
짐 가방을 끌고 청사를 나온 차돌 이는 하늘을 본다.
북경을 출발할 때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인천에 도착하니 억수같이 퍼 붓고 있었다.
빗방울이 띄어 바지 끝을 적시고 있어도 차돌 이는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차돌이 옆에 공항 택시가 선다.
그제 서야 차돌 이는 허공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정차한 차에 짐을 싣고는 차에 올라탄다.
차는 빗줄기를 헤치고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차돌 이는 차창을 보라보며 어제 일을 생각한다.
밤늦도록 세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무랑이 할일을 세세하게 부탁하고는 잠자리에 들은 것이다.
전등을 끄고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잠이 드려는 순간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양양의 목소리가 뒤이어 들린다.
[주무세요..]
들릴 듯 말 듯 한 양양의 목소리였다.
차돌 이는 급히 일어나 벗은 몸에 가운을 걸치며 전등 스위치를 올리고 불을 밝힌 뒤 문을 연다.
문 앞엔 양 양이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아니. 밤이 깊었는데....어쩐 일이세요.]
차돌 이는 야심한 밤에 느닷없이 찾아온 양양이 이상한 듯 쳐다본다.
[......................]
양양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서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늦은 밤에 용기를 가지고 왔지만 선뜻 이유를 말하기가 어색했던 것이다.
사실 양양이 여기로 오게 된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내일이면 차돌이가 자기 곁을 떠난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도 없이 어쩌면 영영 이별이 될지도 모른다.
내 가슴에 품은 사랑의 물결은 거세게 일고 있는데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냥 떠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가슴속에 품고 살기엔 너무나 님 을 향한 사랑이 간절했다.
내 마음이라도 전해야겠다.
내겐 그 마음을 전할 시간도 오늘 하루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하루뿐인데 이제 무얼 망설인단 말인가.
지금 이렇게 멍청하게 슬픈 추억에 싸여 아까운 시간을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설사 저분과 내가 다시 만나고 같이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데도 그 시간은 수억 급 지구나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아주 짧은 생일 텐데...
촌각도 망설일 수는 없다 생각했다.
추억에 빠져 과거의 아픈 상처에 연연해 있기에는 시간이 없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터에 그런 쓸데없는 망상에 빠질 시간이 없다
지금 내가 가진 사랑을 전하는 일 지금 내 마음에 충실 하는 일, 그 일이 소중하다 여겼다.
가시나무새는 일생동안 가장 크고 가장길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나무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가시를 찾았을 때 그 새는 제 몸을 가시에 찔려 죽는다고 했다.
그새는 평생 울지도 않다가 그때 우는데 그 울음소리가 너무 곱고 아름답다 하지 않던가.
내가 그 새라면 그런 나무가 눈앞에 있는데 부끄러움과 수치에 몸을 망설여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는가.
비록 그새처럼 곱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어도 몸을 날려 가시나무에 찔려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왔고 막상 부딪치니 사랑하는 님 을 바로 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는 것이다.
차돌 이는 피식 웃는다.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 군요, 잠시 들어오겠어요.]
차돌 이는 양양을 침대에 앉히고 자기도 걸상을 당겨 양양의 앞에 앉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침묵 속에 한참을 그대로 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양양이었다.
[이제가면 어쩜 영영 보지 못하겠지요.]
양양은 아직도 고개를 숙인 체 있었다.
이별이라는 무서운 적이 오늘처럼 야박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이제 그가 면 언제 다시 볼 수가 있으리........강제로 나를 가져간 철면피 같은 인간이지만 한시라도 그를 잊어본 적이 있었는가.
아무에게도 속마음을 드러내어 보이지도 못하고 지금껏 가슴앓이 해왔는데 만나자 이별이라니....이제 나의 사랑도 끝이란 말인가........
왜 타국의 젊은이에게 몸과 마음을 모두 빼앗겨 스스로 고초를 자처한다는 것인지..
자기 자신을 원망하고 독하게 마음을 먹어도 그것은 한순간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새롭게 솟아나는 애뜻 한 심정을 어디 하소연이나 해보았는가.
가슴이 도려지고 찢어지는 아픔을 스스로 감내하고 있는 양양이었다.
[....................]
차돌 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금방 터져버릴 것 같은 양양의 목소리에 그는 숙연해 지고 말았다.
[당신은 이제가면 날 잊어버리겠지요. 솔직히 난 그것이 너무 슬퍼요.......]
양양은 슬며시 가슴속에 두고 말하지 못한 사연을 밝힌다.
그리고 그게 서러운지 목소리가 떨려오고 눈망울이 축축하게 변한다.
[양양아가씨 그렇지 않아요, 어찌 내가 아가씨를 잊을 수가 있어요.
내가 모질어 아가씨께 사랑을 주지는 못하지만 이곳과 아가씨를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겁니다.]
차돌 이도 마음속에 품은 진심을 이야기하고 죄송한 듯 양양을 응시한다.
그러자 이젠 양 양이 말이 없어진다.
차돌 이는 일어나며 양양에게 일어날 것을 권유한다.
[너무 늦었어요, 돌아가 주무세요.]
차돌이의 추방령이다.
더 이상 감정조절이 힘들고 이대로 있으면 전날 같은 상황이 올것 같은 예감에 그는 무서워진 것이다.
양양은 일어나려다 말고 심각하게 얼굴을 궂히더니 조그만 소리로 말한다.
[저......저........]
양양은 입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말하고자 했는데 그러려고 왔는데 크게 용기를 가지고 왔는데 님 의 얼굴을 보니 입이 열리지 않는다.
가슴은 벅차고 안타까운데 내 마음을 알려주고도 싶은데 좀체 입이 열리지 않는다.
[왜 그러세요, 달리 하실 말 있으시면 하세요.]
차돌 이는 양양이 망설이며 말을 맺지 못하자 괜찮다며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권한다.
[저..... 오늘 여기서 자고 싶어요. 재워주면 안될까요.]
드디어 양 양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말을 하는 그녀의 음성은 곧 울음이라도 터질 듯이 불안하기까지 한다.
모든 것이 집약된 내 마음을 표시한 말을 뱉고 서야 양양은 조금 가슴이 후련해진다.
예도 지나치면 과례가 되듯이 그런 과례는 상대방에게 결례나 다름없다.
세상사 사람이 사는 방법은 다를지 몰라도 똑같은 산소를 마시고 산다.
사랑도 별도가 아니다.
인간 피부틀리고 먹는 음식 달라도 누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같은 법이다.
인종도 피부도 생활방식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이 중요한 법이다.
지나치게 겸손하고 얌전떨다가 버스 지나고 손드는 수가 생긴다.
내가 먼저 솔직해져야한다.
그러지 않고는 상대방에게 내 본마음을 의심 받을 수도 있다.
용기를 내서 말을 했지만 숙인 고개는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차돌 이는 양양을 빤히 들여다본다.
양양은 차돌이가 아무른 말이 없자 역시 이 남자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생각하며 천천히 일어선다.
[역시 그랬어요, 잘 자요.]
양 양이 두어 발자국을 옮겼을까 차돌이가 양양의 손목을 잡는다.
그리고 빙그레 웃는다.
[재워 달래면서 어딜 가나요.]
차돌 이는 나가려는 양양을 잡아 이끌며 망설임도 없이 침대에 누이고는 다시 부산을 떨며 바닥에다 이부자리를 깐다.
양양은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다시 얼굴을 붉힌다.
[그곳에서 주무실 거 에요, 침대에서 같이 자면 되는데........]
양양의 얼굴은 침대보에 거의 가려져있다.
여자로서 아직 결혼도 않은 아가씨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기에 그 말을 한 그녀도 부끄러웠고 쑥스러웠다.
[아닙니다, 좁은 침대에서 같이 자다가 굴러 떨어지면 창피하잖아요, 하하하......]
차돌이가 엄살을 피우며 웃는다.
전번과 같은 실수를 다신 할 수 없다는 행동이다.
[피 이. 꼭 붙어 자면 괜찮은데..........]
양 양이 엄청난 용기를 내어 하는 말이다.
차돌 이는 점점 대담하게 말하는 양양을 잠시 바라보다가 침대로 슬그머니 올라가 이부자리를 들추고 몸을 밀어 넣는다.
코끝에 예의 신비로운 양양의 냄새가 스며든다.
어깨와 어깨가 맛 닿고 부드러운 엉덩이 살점이 자기 몸에 닿는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스치고 그곳에서도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양양아가씨에겐 너무 좋은 냄새가 나요............]
차돌이가 양양에게 바싹 다가가며 코를 훌쩍인다.
[피 이.....고마워요...]
양양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차돌 이는 슬며시 몸을 들어 그녀를 마주본다.
그리고 바싹 탄 입술을 천천히 내밀어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다 맞춘다.
아찔한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다.
차돌 이는 마치 갈증을 해소하기라도 할참인지 세차게 양양의 입술을 흡입한다..
양양은 죽은 듯이 있다가 살며시 손을 올려 차돌 이를 안는다.
그녀의 몸에서 한줄기 향기, 향수인지 꽃냄새인지 내게까지 풍겨오고 하얀 창문 곁에 그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은 실루엣처럼 하늘거린다.
사실 차돌 이는 양양에 관해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의 사이에는 아무런 장벽도 드리우지 않고 있다.
차돌 이는 그녀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미친 듯이 그녀를 발가벗기고 그녀 속에서 마구 뛰놀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고 입술을 뗀다.
고귀한 하얀 목덜미와이마를 가진 그녀의 옆모습은 푸르스름한 미광에 잠겨들고 암흑무더기 같은 칠 흙 같은 머리칼이 침대에 펼쳐있다.
그녀의 둥근 얼굴은 보름달처럼 둥그런 형체를 띠고서 몸을 돌려 한 가닥 구름처럼, 어두워진 방안 침대 이불보로 가슴께를 감싼다.
부드러운 천의 마찰음이 오묘한 사근 거 림으로 들려온다.
모든 작은 움직임마저 욕망으로 다가온다.
차돌 이는 양양에게 등을 돌린다.
그리고 욕망이라는 추악함을 떨쳐버리고, 그 궁상과 본능마저도 지워버린다.
양양에게 보상해줄 아무른 것도 가지지 못한 내가 또 다시 양양의 가슴에 한이 되고 가슴 여미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차돌 이는 슬며시 눈을 감는다.
[귀여운 아가씨. 잘 자요.........]
그리고 눈을 감는다.
그 밤 차돌 이는 끓어오르는 욕망을 자제하며 손끝하나 건들이지 않고 밤을 지 샌 것이었다.
차돌이가 지난밤의 생각을 거두 울 즈음 차는 집 앞에 거의 당도하고 있었다.
..............................................
차가 도착하고 차돌이가 내린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금방 옷이 축축하게 젖어버린다.
차가 집 앞에 정차하는 소리에 누구신가하고 곰이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차돌 이를 보더니 잽싸게 뛰어와 반긴다.
비에도 아랑곳없이 악수를 나누며 깊은 정감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다.
[대장..................이게 얼마만이야....정말 이젠 완전히 돌아 온 거지....]
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무른 기별도 없이 불쑥 귀국한 차돌이라 무엇을 먼저 물어야 할지 몰라 말을 더듬거린다.
[형........... 그동안 잘 있었어. 하하하.....]
한마디의 말에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다른 무슨 말보다 사나이들끼리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 않았는가......
잠시 비를 맞으며 그렇게 있다 곰이 뭔가 생각난 듯 손을 풀고 차로 다가가 차돌이의 짐을 챙긴다.
그 사이 곰의 목소리에 식구들이 전부 나와 차돌 이를 반긴다.
[아니...이게 누구신가.....대장 아닌가요.........하하하..........]
외팔이도 별안간에 나타난 차돌이가 반가운지 만면에 웃음이 그득하다.
[삼촌..........]
곰의 처도 차돌 이의 손을 잡으며 기뻐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차돌 이는 모든 사람에게 반가운 인사를 전한다.
곰의 처는 별안간에 온 차돌이가 믿기지가 않는지 벌써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형수, 너무 갑자기지.......
사실 연락할 수도 없었어,]
차돌 이는 너무나 따뜻하게 자기를 맞아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한다.
사람의 정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더군다나 곰의 처는 반가움과 기쁨에 눈물까지 글썽이니 자기 역시 울컥 가슴속에 불덩이가 치미는 듯 숙연해지고 있었다.
[그래요, 삼촌 1년이 가기 전에 온다하고선 1년도 훌쩍 넘기고 나타나다니.....
우린 삼촌이 무슨 사고라도 있는 게 아닌지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삼촌, 정말 나빠요......]
곰의 처는 아직도 반가움을 자제하지 못했는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연락도 없는 차돌이가 밉다는 듯 눈을 흘기기도 한다..
차돌 이는 다시 또 인간의 순수한정이 이런 것이었구나 생각하고 숙연해진다.
모두의 한마디 한마디가 온통 자기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지내왔다는 것이 여실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하하. 형수, 이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거. 비를 맞고 이럴게 아니라 들어들 가서 이야기하죠. 하하하......]
차돌 이는 더 이상 사람들을 밖에 잡아둘 수가 없었다.
민망하기도 했고 어쩌면 서로가 난감한 대면을 수습하기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집안으로 들어오자 예전과는 다른 내부구조를 보고 집이 수리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 필요해서 손 봤겠지 하는 마음으로 별로 마음에 두지 않는다.
식구들이 모두 거실에 앉아 큰소리로 웃기도 하고 차돌이의 이야기에 숨죽이기도 한다.
그렇게 식구들의 이야기가 끝이 없이 이어졌다.
점심을 먹고도 이야기는 한참을 이어가더니 차돌 이는 곰만 남겨두고 모두를 물리친다.
[형, 접때 내가 부탁한일은 어떻게 하고 있어.]
[대장 그 일은 지금도 추진하고 있어.
작년에 손이 닿아 두 사람을 돌봤고 올해엔 여섯 명이나 돼......
대장말대로 하려니 너무 큰돈이 들어 특별히 몇 번이고 선별해서 지원했어.]
곰은 자기가 한 일이 뿌듯한 듯 어깨를 으쓱해가며 보고한다.
곰은 차돌이가 중국가기 전에 어떤 밀명을 받았고 그 일의 처리결과를 알려주는 것이다.
[잘했어, 형.....
내년엔 사람들을 더 찾아봐......
머리 좋고 재능 있는 사람이 돈이 없어 재능을 섞인다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니야....
난 그런 사람들을 내 힘자라는 대로 도우려고 해........
비록 개같이 벌은 돈이라도 쓰는 건 뭔가 보람 있게 쓰고 싶어......]
차돌 이는 곰에게 더욱 신경을 쓰 달라고 당부한다.
아마 누굴 돕는 일에 발 벗고 나선 것이 아닐까 짐작이 된다.
[알았어, 대장.........
난 대장을 보면 몸이 떨려.......
이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주눅들은 적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대장만 보면 주눅이
들어....
그것도 기분 나쁘지 않는 마음으로 말이야...하하하.....]
곰은 호탕하게 웃으며 차돌 이에게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눈도 있고 귀도 있고 입도 있다했다.
표면에 드러난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친 것을 보면 마음이 그것을 보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으면 마음도 따라 듣는다.
얼굴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사람은 마음속의 얼굴에 비하면 잠을 자는 것과 진배없다.
마음으로 보는 눈과 귀는 사물마다 느낌을 일깨우고 생각을 피어나게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음은 거칠 것도 없고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움직이며 고요히 흐르는 법이다.
흐르되 조용히 흐르면 고요한 마음이고 거칠게 흐르면 산란한 마음일 것이다.
흔한 사물이라도 새삼스럽게 맞이하려는 마음이면 그 사물은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곰은 차돌 이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악한데도 악하지 아니하고 겉으로는 흉신악살처럼 행동해도 마음속엔 저 토록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심성을 지니고 있으니 어찌 반하지 않으리....
[어라..형도 농담할 줄 아네.....
난 아직 철부지야...........
그리고 형, 입이 무겁고 믿을만한 변호사한분 내게 소개시켜줘.....
아주 중요한일을 맡기고 싶어 그래.....]
차돌 이는 갑자기 화제를 바꾼다.
얼굴이 삽시간에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
[변호사라. 그것도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
조금 어려운 일인가 보이. 대장......]
곰은 뭔가 심상치 않는 일이 있으니 저러할 것이다.
갑자기 변호사를 찾을 정도이면.....
그것도 입이 무거운 사람을 찾을 정도라면 말 못할 사정이 있거나 무슨 꿍꿍이가 있음이 틀림없는데 혹 무슨 좋지 않는 일이라도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사실은 맞아....
피치 못하게 불법을 저질러야 할 일이 있어서. 그렇게 나쁜 일은 아냐.........]
차돌 이는 순순히 인정한다.
불법을 저지르기 위한 공작을 맡기기 위한 것이란 말을 숨기지 않는다.
어차피 알아질 일 숨길 필요도 없다 싶었다.
이미 서로를 인정하고 마음을 줬는데 설령 배신을 당한다 해도 지금심정이면 더한 것도 말할 수 있었다.
[허허허....나쁜 일이라도 나는 대장을 믿어, 언제까지나......
그런 사람이라면 있어.
아마 내가 부탁하면 거절하지는 못 할 거야.............]
곰은 자신 있게 나선다.
분명 변호사와 연줄이 닿아있는 모양이다.
[히히..그러고 보면 형도 비밀이 많은 사람이야.....나처럼 말이야.......]
차돌이도 놀란다.
집에만 있고 별로 외출도 않는 사람이다.
뭔가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리라 마냥 짐작은 했지만 불법으로 처리해야하는 일을 맡아줄 변호사를 알고 있는 정도라면 필시 대단한 과거를 지닌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는 캐묻지도 않는다.
누구나가 말 못할 비밀은 있는 법이고 그걸 캐묻지 않는 것이 그 사람을 존중해주는 것이라 알고 있는 차돌이기에 웃음으로 넘기는 것이다.
[하하하..............................]
곰도 차돌이의 마음을 안다는 듯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
차돌 이는 곰을 내 보내고 거실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언제인지 모르게 내리던 비가 저녁이 되어서도 그칠 줄을 모른다.
아니 비는 더욱 거세지고 하늘엔 짙은 먹구름이 끼어 칠흑 같은 날을 하고 있었다.
;번쩍;
한줄기 번개가 어두운 시야를 환히 밝히고는 이내 사라진다.
뒤이어 천지를 집어삼킬 것 같은 천둥소리가 울었다.
그리고 다시 맹렬하게 쏟아지는 빗소리가 차창을 때린다.
차돌 이는 그 비와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정말 이때까지 앞 만보며 열심히 달려왔다.
돌이켜보면 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채 책 질 해가며 쉬 임 없이 달려왔다.
열심히 달리다보면 언젠가 보장된 삶을 약속하리라는 것을 철석같이 믿으며 주어진 삶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달려온 것이다.
훗날 커다란 성취감으로 기뻐할 날을 위하여 전력으로 달려왔다 생각했다.
한꺼번에 노다지를 찾아 크게 한 번에 이루기보단 자갈밭을 뒤져 나오는 모래 같은 금싸라기 하나하나가 더욱 소중하다여기고 앞을 향해서 달린 것이다.
아무것도 눈에 보이도록 이룬 것이 없어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많은 것을 얻었고 충분히 만족할 수도 있다 여길 수도 있지만 차돌 이는 여기서 머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차돌 이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참으며 달리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기다림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드시 오리라 믿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가는데 지금의 외로움과 고통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삶을 살았다 자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먼 훗날 나에게 주어질 행복을 다지며 지금의 고난을 시험이라 여기고 그렇게 살아가리라 차돌 이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다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돌이의 눈에 가느다란 빛줄기가 여러 개 들어온다.
몇 대의 차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가르며 차돌이의 집 대문 앞에 서더니 희끄무레한 그림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자기가 있는 안채로 달려오는 것이다.
요란하게 현관문이 열리며 여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대문과 안채의 거리가 멀지 않음에도 여자들의 얇은 옷이 젖어 몸의 굴곡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들어온 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자기에게 달려든다.
[오빠....................]
[오빠..........보고 싶었어............]
반갑고 머릿속에 담고 있는 여자들이 빠짐없이 달려들어 차돌 이를 잡고는 울먹이고 있다.
[그래, 나도 많이들 보고 싶었어.
이런...이런 옷 찢어지겠다. 어서 앉지, 모두들..........허허........]
차돌 이는 아무에게도 연락한 일이 없는데 이처럼 때 한꺼번에 여자들이 몰려온 것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뭔가 짐작하는바가 있어 웃음으로 여자들을 반긴다.
여자들이 소파에 앉기 시작할 때 다시 현관문이 열리며 곰의 처가 품안에 보퉁이를 소중한 듯 켜 안고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그 보퉁이 안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응애.....응애............]
차돌 이는 갑자기 웬 아기울음소리가 들리자 곰의 처를 바라본다.
곰의 처는 아기를 안은 채 차돌 이에게 보여준다.
[호호호..삼촌 내게 아주 소중한 사내조카가 생겼지요.....
봐요, 너무 잘생기지 않았나요...호호호............]
[허허. 그래요. 이리 줘 봐요.
나도 한번 안아보게. 하하하. 그놈 참 잘 생겼네. 하하하......
그런데 형수, 아이 아버지가 누군가요,]
차돌 이는 곰의 처가 보여주는 아기를 안아든다.
자기를 보며 칭얼칭얼 우는 아기의 모습이 밉지가 않고 오히려 평화롭다.
차돌이도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
또렷또렷한 맑은 ダ� 뜨고 자기를 쳐다보며 울고 있으나 그런 아기를 어르며 달래주는 자기가 덩달아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은 것이다.
차돌 이는 이 귀엽고 울보 아기가 누구의 자식인지 물어본다.
[호호호....삼촌이 알아 맞춰보세요, 누구아이인지....
삼촌이 안고 있어요, 호호호........난 저녁 준비해야 하니.......]
곰의 처는 한껏 웃으며 차돌이의 궁금증을 한껏 증폭시키고 주방으로 향한다.
[허허. 이것 참. 궁금증이 더하네그려..........
자.... 당신들도 형수를 거들어. 모처럼 이렇게 다 모였으니 형수손이 모자랄 거야.....
하하..그놈 참.........]
차돌이가 아기를 안고 몇 번 흔들어가며 얼러대자 애기가 울음을 그치고 방긋 웃는다.
그 모습이 너무 해맑아 차돌 이는 마치 천사를 보는 듯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런 것도 잠시 애기가 다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어댄다.
부엌에서 일하던 윤지가 번개같이 달려와 차돌 이에게 손을 내민다.
그 눈에는 아기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있다.
[아기 이리주세요. 제가 돌볼게요....]
윤지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두 손을 내민다.
[허허허. 그놈 참............]
차돌 이는 아기를 주기 싫은지 몇 번이고 얼러도 안 되니 슬그머니 아기를 윤지에게 준다.
아기는 윤지 품속에 안기자 언제 울었냐는 듯 울음을 그친다.
다시 밖에서 자동차소리가 들리고 이내 비에 젖은 모습으로 사람들이 나타난다.
알렌과 덕 만이었다.
두 사람은 회사문제로 서로 통하고 있었는데 차돌이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 만나 동승하여 온 것이다.
[오.....다 알 링..........]
알렌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와 차돌 이를 켜 안고 양쪽 볼과 이마, 그리고 입술에 무차별적인 키스세례를 퍼붓는다.
차돌 이는 알렌을 가까스로 떼어내고는 눈을 부라린다.
손님도 많은데 경솔한 행동을 한다며 무언의 겁을 주고는 덕 만에게 인사한다.
[부회장님, 정말 오 랫 만입니다.
동안 건강하시고 사업은 어떠하신지요.]
차돌이가 고개를 숙이며 황송해한다.
[하하하. 정말 오래간만이야.......
그동안 너무 고생이 심했지, 나야 별고 없이 잘 지냈다만 자네는 어떠한가.
내가 보기엔 큰 성과가 있은 듯 보이네만. 하하하.........]
덕만은 차돌이의 손을 잡고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모른다.
차돌 이는 그런 덕만을 향해 밝게 웃어 보인다.
[예,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습니다.
아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고 왔습니다.]
[하하하. 기대하겠네.
아마 자네라면 뭔가 획기적인 일을 성사할 것이라 난 믿네. 암. 하하하.....]
덕만은 차돌이의 숨은 능력을 보아온 터였다.
항상 쳐지지도 넘치지도 않게 조신하며 하는 그였다.
무엇이든 알맞게 들어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걸림돌이 없이 살아가는 그였다.
남모르게 부지런한 사람은 적은 일에도 정성을 쏟는 법이다.
뜻이 큰사람일수록 시간을 금 쪽 같이 아껴 쓰고 조심조심 모든 사물을 눈여겨보면서 그것을 마주하는 법이다.
품은 뜻을 화사한 꽃으로 피우기 위해 자신의 마음속에 뿌리를 튼튼히 하면서 남모르게 땀을 흘린다. 그리고 피운 꽃을 자랑하지 않고 숨어서 향기를 피우지 않는가.
차돌 이는 그러한 사람이다.
그렇게 느끼고 있는 그가 자신 있게 말하자 뭔가 많이 알아온 것이 틀림없다.
[고맙습니다, 부회장님........
사실 부회장님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못했을 일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차돌 이는 자기가 지금껏 성장하게 된 것을 덕만 이의 덕이라고 공을 돌리며 부끄러워한다.
사실이 그러했다.
덕만 이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루지도 못할 일이었다.
그런 차돌이의 마음한구석은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솟구쳐 올라 얼굴을 마주 대하기가 민망했다.
자기를 돌보아주었건만 덕만의 처도 자식도 모두 자기의 손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는 줄 덕만은 꿈에도 생각 못 할 거라 생각하니 은혜를 준 사람에게 너무 도리가 아니다 싶었던 것이다.
[무슨 소리야.. 그게 다. 자네 복이지. 하하하.......]
덕만은 호탕하게 웃는다.
그렇게 두 사람이 정담을 나누고 있는데 또 현관문이 열리며 짐을 들고 들어오는 여자가 있다.
일화가 두 손 가득히 짐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다.
[오다가 만나 같이 들어왔네.
자네가 왔다고 하니 저 사람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 더 구만,,하하하.....]
[안녕하세요, 사모님.......]
차돌이가 일화에게 공손히 인사한다.
예전에 일화에게 대하는 태도가 아닌 사모님으로 깍듯이 대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덕만 이가 있었기에 어쩔 수없는 행동이기도 했다.
일화도 지금 차돌이의 마음을 안다.
자기도 여보하며 달려들고 싶지만 남편이 옆에 있지 않는가.
상냥하게 차돌 이를 반긴다.
[고생 많았지.........타국에서............]
일화는 자기도 모르게 차돌 이에게 손이 가는 것을 가까스로 참는다.
[뭘요, 이처럼 살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무슨 고생이라고 .허허허.........]
[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러 하 구만.
난 자네가 부럽기도 하지만 화가 날 때도 많아.
남자가 오입질은 한다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하하하..]
덕만이 중간에 끼어들어 알렌을 쳐다보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하며 웃는다.
남자로써 차돌이의 여성 편력을 묵과한다는 뜻도 될 것이다.
덕만도 어렴풋이 미지와의 관계를 알고는 넌지시 미지를 설득하여 차돌 이와 떨어지게 해보려 했지만 미지는 막무가내였고 덕만도 차돌이가 필요했고 그가 많은 여성을 좌지우지 하는 것을 못마땅했으나 그의 이상한 능력이 탐나 모른척하고 있는 것이다
[후후. 부회장님, 난 저 아가씨들을 잡아둔 적이 없어요.
그냥 저와 친구고. 설령 다른 마음이 있어도 제가 받아 드릴 수 없는걸요....하하.]
차돌 이는 덕만 에게 분명히 자기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하며 너스레를 핀다.
여기 있는 모두가 자기의 여자라고 밝힐 수도 없었다.
[하하하. 알았네.
그냥 해본소리네.
그것도 능력 아니겠는가..........하하하..]
덕만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냥 웃으며 말하지만 차돌이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두 사람은 그만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어색했고 여자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자신들이 우습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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